파워풀한 실전 과학 토론 - 39가지 논제로 ‘과학 토론, 수행 평가’ 완전 정복!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3
남숙경.이승경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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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 어린이날이 있는 5월 다음으로 4월을 좋아했다. 뭐든 조립하고 만들면서 놀기를 즐기던 녀석들은 학교에서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진행하는 행사를 손꼽아 기다렸다. 물대포 쏘기 대회, 글라이더 날리기 대회, 로봇경주대회, 로봇 배틀 같은 행사는 내겐 묻지도 않고 무조건 참가해야 한다던 아이. 현장에서 직접 조립하고 진행되는 행사의 특성상 그날의 컨디션이나 날씨에 따라 대회 성과가 좌우되니 부모는 애가 탈 수밖에 없는데 정작 아이들은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다. 중학생이 된 아이에게 친구들과 과학토론대회를 준비해보면 어떠냐고 했을 땐 아이는 단칼에 거절했다. 말을 잘 못 하는데 어떻게 토론대회에 나가냐는 거였다. 토론대회를 위해 미리 책을 읽고 준비해두면 어떠냐고 제안 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 한마디로 끝이었다.


 

토론은 찬성과 반대의 입장으로 나뉘는 주제에 대하여 각각 서로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근거를 들어 자기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말하기이다. 아이는 토론의 특성 중 말하기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사실 토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확실한 근거를 준비하는 게 아닐까. 일상에서 토론할 기회를 자주 접하지 못한 아이에게 토론은 무조건 어렵고 복잡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어떤 것이든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는 건 아닌가 해서.

 


<파워풀한 실전 과학 토론>은 제목 그대로 토론, 그것도 주제가 과학인 토론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의 구성은 크게 과학 토론 개요서를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PART 1, 최근 4년 간 전국 학교에서 펼쳐진 토론 대회에서 출제된 논제를 묶어놓은 PART 2, 과학토론준비 과정을 점검해볼 수 있는수 있는 PART 3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PART 2에는 [생명공학, 인공지능, 온난화/에너지, 생태/환경, 지구 과학/과학 기술]처럼 영역을 나눈 다음 구체적인 논제를 소개해놓았는데 눈에 띄는 대목은 개요서 작성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짚어놓은 거였다. ‘생각 열기 생각 확장하기 생각 채우기 생각 키우기 생각 정리하기 생각 적용하기 생각 구체화하기를 거친 다음 개요서 쓰기를 하라는 것이다.


 

사실 논리적인 언변을 겸비한 아주 일부의 사람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은 토론에 대해 높고 견고한 진입장벽을 느끼는데 그 이유가 어쩌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풀어낼 자신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나 역시 마찬가지기에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아마도 가장 큰 원인은 해당 주제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까. 때문에 주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있는 사항과 정보들을 꼼꼼하게 취합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자신의 관점이 드러날 것이고. 자신의 생각을 다듬어가면서 개론서를 작성하다보면 토론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털쳐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저자는 본문에 최근 4년간 전국의 여러 학교와 제단에서 진행한 과학토론에서 제시된 논제를 수록해놓았다. 그중에서 온난화와 에너지에 대한 논제는 꼭 짚어봐야할 부분이다. 기억하고 있는 이들도 있을거라 짐작되는데, 얼마전 대선후보의 첫 TV토론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왔다. "RE 100을 어떻게 대응"하겠느냐는 질문에 상대후보는 '그것이 무엇이냐, 모르겠다. 가르쳐달라'고 도리어 질문자에게 되물어보는 촌극이 빚어졌다. RE 100, '리뉴어블에너지 100%'를 뜻한다. 석탄이나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 대신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들어서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 발생을 줄임으로써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는 것이다. 이에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은 참여를 선언했고 그 중엔 이미 RE 100을 달성한 나라도 나온 상황, 근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현저히 부족한 수준인데 거기에 탄소국경조정으로 인해 해외에 물건을 수출을 하려면 패널티 같은 관세를 내야 한단다. 그에 대한 준비는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고 있는지 심히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이에 저자도 태양광이나 풍력을 이용한 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만 내용이 너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거기다 탈원전에 대해서 원전이 갖고 있는 위험성 보다 탈원전으로 인한 문제점을 더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만에 하나 원전사고가 터졌을 때의 위험과 원자력업계 종사자의 실직을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할 수 있는 것인지 강한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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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구니 - 젓가락의 문화유전자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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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

잘못해도 서툴러도 밥 잘 먹어요.󰁗

그러나 주위 사람 내가 밥 먹을 때

한 마디씩 하죠. 너 밥상에 불만 있냐. ♫ ♪


 

DJ. DOC의 이 노래가 나왔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성인이 된 후에는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식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마다 주눅 들곤 했다. 나의 서툰 젓가락질을 흉보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서.



 

가장 긴장됐던 순간은 결혼 전 신랑집에 인사하러 갔을 때였다. 어르신께서 형식이나 격식을 따지지 않고 소탈하다고 신랑이 귀뜸해줬지만 그래도 혹 실수를 하진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정말 다행인 건 신랑이 어르신께 내가 채식을 한다는 걸 미리 얘기해두었는지 식탁에 내가 꺼리는 음식은 없었다. 익숙하고 친숙한 반찬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어머님께서 한마디 하셨다. “된장국에 넣은 멸치도 고기라고 안 먹었네?” 허걱....ㅠㅠ


 


아이를 기르면서도 아이가 혹 나의 젓가락질을 보고 배우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됐다. 식사 때 아이 맞은편 자리에 늘 신랑을 앉혔던 것도 아이의 시선이 나의 손에 머물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나름 선방한 것 같지만 종종 의문이 들었다. 대체 젓가락이 뭐길래, 그저 식사할 때 쓰는 도구 중 하나인 젓가락 때문에 이렇게 애를 태울 필요가 있나 싶어서.



 

작고 둥근 푸른 공 같은 지구를 젓가락이 집고 있는 모습에 쿡 웃음이 터졌다. X자로 교차된 젓가락이 꼭 나의 젓가락질을 보는 것 같아서. 표지 그림 덕분에 <너 누구니>가 담고 있는 얘기가 무엇일지 단박에 알아차렸다. 그리고 더욱더 궁금해졌다. ‘젓가락에 대해 할 말이 얼마나 될까젓가락에 대해 무슨 얘길 하길래 책 한 권이 출간되었을까




궁금증에 책을 펼쳤는데 저자는 도리어 수수께끼로 맞받아치고 있다. 깊은밤 옛날얘기해 달라며 몰려온 손자손녀들을 대하듯 꼬부랑 이야기 열두 고개(수저 고개, 짝꿍 고개, 가락 고개, 밥상 고개, 사이 고개, 막대기 고개, 엄지 고개, 쌀밥 고개, 밈 고개, 저맹 고개, 분디나무 고개, 생명축제 고개)로 이끌고 있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 꼬부랑 넘어가는 것처럼 흥겹게 나서보자.



젓가락은 옛날 유물이 아닙니다지금도 끼니때 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사용하는 물건입니다신기하지 않습니까천 년 동안 내려온 젓가락과 젓가락질그 속에 한국인의 마음과 생활의식이 화석처럼 찍혀 있다면그것은 어떤 고전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줄 것입니다. - 13~14.

 

 

책은 모두 12개의 장(고개), 각 장마다 두세 개의 꼬부랑길로 이뤄져 있는데 본문의 형식이 독특하다. 소주제마다 그에 관련 내용을 길게 서술하는, 기존의 책에서 접할 수 있는 형식이 아니라 10줄 내외의 짤막한 글에 번호를 달아 놓았는데 마치 수수께끼의 힌트 같은 느낌이 든다. 언제 어느 때든 심지어 어느 부분을 펼쳐 읽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데 짧은 내용은 기억하기에도 용이해서 누군가와 대화할 때 한두 가지 꺼내어 말문을 여는데 활용하기 제격이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한중일 3국 중에서 쇠젓가락은 한국인만 쓴다는 거 알아? 그래서 수저라는 개념도 일본이나 중국에는 없다지 뭐야.”라고 한다거나 일본에는 부부 젓가락 세트가 있는데 색깔과 길이를 다르게 만든 젓가락인데 셋트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고 해심지어 1억짜리고 있다던데상상이 돼?” “거기다 일본은 가족 간에도 젓가락을 따로 쓴대그래서 일회용 젓가락 와리바시가 나오게 되었다는데중국은 완전 반대래자기 젓가락을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걸 허용하는데 친밀함을 표시하기 위해서라고 하네.” 부모의 경제력이 아이의 대학진학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잖아. 근데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수저계급론기준표까지 있다고 하더라구. 놀랍지?” 







우리는 몇천 년 동안 사용해왔고지금도 매일 젓가락으로 식사를 한다그런데도 왜 우리는 왜 젓가락 행진곡이 작곡된 것처럼젓가락을 문화로 만들지 못했을까엉뚱하게 젓가락질도 못 하는 서양 사람이 만든 찹스틱 왈츠라는 곡을그걸 어쩌다 우리가 치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다젓가락 문화권에서 젓가락 왈츠 같은 음악이 작곡되지 않은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이것도 등잔밑이 어둡다고 하면서 그냥 지나칠 것인가. - 47.

 


 

젓가락에 대한 흥미롭고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많았다. 젓가락의 출발은 뜨거운 음식을 먹기 위해서인데. 음식이 식지 않게 계속 끓였고 배고플 때 허겁지겁 먹다가 자꾸 화상을 입으니까 손가락을 보호하기 위해 젓가락을 쓰게 되었단다. 그리고 유인원과 인간은 닮은꼴이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데 ‘DNA가 아니라 손을 이루고 있는 뼈와 힘줄, 근육이라고 한다. 특히 엄지손가락이 나머지 네 손가락과 마주 보는 위치에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바로 그 점이 인류문명을 일으키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젓가락질을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그 버릇이 평생을 간다면서 이렇게 덧붙여놓았다. ‘막 젓가락질하는 사람치고 막말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213)’ 충격이다. 지금이라도 젓가락질을 다시 배워야하는 걸까 고민이 된다.

 


알고 보면 쓸모 있고 신기한 젓가락에 대한 이야기, 일명 알쓸신젓이라고 할까? 일상 속의 소소한 것에 숨겨진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이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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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 무삭제 각본집
이용재 지음 / 너와숲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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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 대한민국 1%가 모인다는 이 학교에서 난 밑바닥친구들아나를 딛고 오르거라.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같은 각종 대회의 상패와 의대 진학 연속 1등의 기사 스크랩이 학교를 장식하고 있는 이 학교는 전국단위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공부에 관해선 전국에서도 둘째라면 서러워하는 학생들이 모인 학교이니 고등학교 수학 3년 과정은 단 1년에 해치워버리는 기염을 토해냅니다. 아니, 이게 가능해? 싶지만 특목고 진학이라는 목표를 위해 어렸을 때부터 선행으로 다져진 학생들은 도무지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쉽게 해냅니다.



 

하지만 어디든 양이 있으면 음도 있는 법. 제아무리 영재만 모아놓은 학교라 할지라도 전교생이 모두 1등을 할 수는 없겠죠. 초등학생 때 선행으로 고등수학을 배운 대부분의 동급생들은 고난이도의 문제를 껌 씹기처럼 쉽게 풀어내지만요, 선행하지 않고 진학한 극히 일부의 아이에게는 학교의 교육과정을 따라가는 것조차 그야말로 고난인데요.

 



우리의 주인공 한지우가 바로 그랬습니다. 중학교 때만 해도 꽤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사배자(사회적배려대상자)전형으로 자사고인 동훈고에 입학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어요. 가정형편이 어려워 선행은 꿈도 못 꾸었는데 그 때문인지 지우의 수학성적은 ‘9등급에서 헤어나오질 못했거든요.



 

그런 지우에게 위기가 닥칩니다. 밤에 기숙사 룸메이트가 주문한 야식을 지우가 대신 받으러 갔다가 경비원에게 들키고 마는데 그것이 문제가 되어 한 달간 기숙사 퇴사란 벌을 받게 됩니다. 그러잖아도 담임으로부터 이 성적으론 희망이 없다며 지금이라도 일반고로 전학을 고려해보라는 얘기를 들은 터라 지우는 더욱 의기소침해질 수 밖에 없었어요. 가난한 형편에도 불구하고 자사고에 입학한 아들을 자랑스러워하는 엄마에게 실망을 안겨드리기 싫었던 거죠. 기숙사에선 퇴사 조치를 당했고 찜질방에서도 청소년이라 쫓겨났는데 거기다 비까지 내렸습니다. 밤을 보낼 장소를 찾던 지우는 몰래 학교로 숨어드는데, 그런 지우에게 경비원은 머물 공간을 내어줍니다.



 

다음날 수학시간, 지우는 자신의 프린트물에 적힌 것이 모두 정답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경비원을 찾아갑니다. 그리곤 그에게 무작정 수학을 가르쳐달라며 계속 찾아가 버티는데요. 경비원 학성은 아주 난처해졌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지우가 어떤 상황인지 알기에 마지못해 받아들입니다. 박카스를 가져온 지우에게 딸기우유로 바꿔오라하면서 건넨 메모지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과학관 B103’







 

둘째가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어서 공부도 시킬 겸 함께 스터디카페를 찾았습니다. 둘째가 문제집을 푸는 동안 옆에서 이 책을 펼쳤는데요. 영화로 제작된 각본을 책으로 출간해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책 읽는 내내 궁금했습니다. 억세고 독특한 북한식 말투를 쓰는 학성. 그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그가 어쩌다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고등학교의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거지? 학성의 가르침을 받고 지우가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게 될까? 지우와 학성이 주고 받는 대화가 마치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학성 맞히는 데만 욕심을 내니까 눈이 먼 거다답을 내는 것보다 중요한 건질문이 뭔지 아는거다왜냐하면틀린 질문에서 옳은 답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지그러므로!




사실 얼마전에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가 영화로 상영되었어요. 아이와 같이 영화를 보려다가 코로나 확진세가 두려워서 포기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릅니다. 수학이 어렵다고 '나도 수포자'를 선언하려는 아이에게 답을 맞히는 것보다 답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란 말을 영화로 넌지시 건넬 수 있었는데...



 

후반부에 수록된 시나리오의 초고는 이 책의 또다른 재미였구요. 저자가 집필할 때 참고했다는 책 목록도 관심이 가더군요. 물론 소개된 책 중에서 제가 읽은 건 딱 한 권에 불과했지만 말이죠.

 



한가지 장담할 게 있는데요. 이 책을 보고 나면 아마 한동안은 계속 같은 음악을 듣게 되실 거예요. 바흐 무반주 첼로곡(BWV1007), 그리고 삼 쩜 일사일오구이....원주율을 음표 삼아 만든 음악...일명 파이 송의 아름다움에 완전 매료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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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투스트라 2022-04-18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학 진짜 싫어하는데 ㅋㅋ
 
이 순간을 놓치지 마 - 꿈과 삶을 그린 우리 그림 보물 상자
이종수 지음 / 학고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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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을 놓치지 마>는 제목만으로 무엇을 다루었는지 짐작하기 어려운 책이다. 노란색 표지에 금박의 선이 서로 교차한 모양이 마치 사진찍기 전에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구도를 가늠해보는 것 같다. 함께 삶을 일궈가는 사랑하는 가족의 순간을, 일상에서 놓치기 싫은 기억하고 싶은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남기는데 대체 책은 어떤 것을 놓치면 안된다고 말하려는 것일까. ‘꿈과 삶을 그린 우리 그림 보물 상자라는 부제와 표지의 동양화의 일부가 이 책의 내용을 짐작해볼 수 있는 유일한 힌트인 셈이랄까.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놓치지 말아야 할 순간이 있다. 화가에게도 붓을 들어야 할 순간이 있듯이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은가. () 지금 내 마음 두드리는 그림 한 점 있다면 첫걸음이 되기 충분하다. 보물찾기를 시작해보자. 이 봄 지나기 전에 길을 나서보는 거다. 이 순간을 놓치지 마. 당신의 보물이 기다리고 있다. - 10


 

어떤 그림을 좋아하세요?” 사람들은 저자에게 자주 묻는다고 했다. 그 질문에 저자는 고심했던 것 같다. 수많은 그림 중에서 어떤 그림이 좋은 그림일까. 이에 저자는 우리 나라의 보물을 떠올린다. 다만 2,643점의 국보와 보물 가운데 그림은 303점에 불과하다고 한다.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림을 비단이나 종이에 그리기 때문에 훼손되기 쉽다고 하지만 그렇다해도 겨우 이 정도인가. 놀랐다.


 

국문학과 미술사학을 공부한 저자는 보물로 지정된 그림 중에서 22, 보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역사적 가치나 작품의 의미에 있어 꼭 알아두어야 할 그림 4점을 네 부분으로 나누어 그림을 이야기한다. 이상, 현실, 역사, 보물 아닌 보물로 나누었는데 각각의 꼭지 제목만 보면 어떤 그림을 다루고 있는지 몇 개를 제외하고는 예상하기 어렵다. 저자가 소개한 그림에는 학창시절 교과서를 통해 접한 그림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낯선 그림이 더 많았다. 거기다 풍경화는 왜 그리도 다 비슷하게 보이는지. 이 모든 게 그림에 대한 지식이 짧기 때문일거라 생각하니 저자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다.


 

짬짬이 책의 순서와 상관없이 끌리는 대목부터 읽어나갔는데 책장을 덮고도 특히 기억에 남는 그림이 있다. 우선 가장 먼저 소개된 김홍도의 [마상청앵도]. 말을 타고 가던 선비가 고개를 돌려 나뭇가지에 시선이 머무는 장면을 그린 그림인데, 저자는 화가가 자신의 봄을 그림 속 주인공에게 투영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선비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나무 위의 꾀꼬리일까, 흩날리는 버들잎이었을까.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 봄날 나는 어땠는가. 바삐 길을 가다가도 걸음을 멈추고 깊어가는 봄을 마주했는가.


 

병아리를 낚아챈 고양이를 잡으려는 소동을 그린 김득신의 [야묘도추]. 고양이가 자신의 새끼를 잡아가서 당황한 어미닭과 당돌한 고양이를 한 대 후려치기 위해 담뱃대를 휘젓는 사내, 그 뒤의 여인. 이들의 모습을 잘 포착한 그림이라고만 여겼다. 하지만 저자의 설명에 찬찬히, 때로는 그림을 부분적으로 살펴보니 이전에 미처 몰랐던 부분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똑같은 그림책을 매일 질리지도 않고 읽어달라고 하는 이유가 읽을때마다 그림에서 새로운 걸 느끼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나도 그랬다. 상황을 예의주시하던 고양이가 어미닭이 방심한 순간, 병아리를 입에 물자 고양이를 쫓으려는 사내와 여인의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이랄까. 18세기 말~19세기 초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조선판 슬랩스틱 코미디를 본 것 같았다.


 

그리고 [곤여만국전도]. 이탈리아 출신의 가톨릭 사제 마테오 리치가 제작한 [곤여만국전도]는 당시로선 최신의 정보를 반영한 세계지도다. 하지만 이 지도의 가장 큰 의미는 중국 중심의 세계관을 뒤흔들었다는 데 있다. 조선에선 숙종 때인 1708, 중국 원본을 모사해 지도를 제작했는데 이 지도의 이본은 화재로 소실되고 현재 국내에 존재하는 [곤여만국전도]는 서울대학교가 소장하고 있는 것이 유일하다고 한다. 가로 531cm, 세로 172cm 8폭 병풍 속에 세계의 모든 나라를 담아낸 지도에는 이국적이고 희귀한 동물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본문에 수록된 사진은 낡고 상태가 좋지 못해 어떤 지도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몇 년 전 화재로 소실된 [곤여만국전도]가 복원작업을 마치고 봉선사로 돌아갔다고 하는데 그 사진을 함께 곁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복원된 곤여만국전도를 바라보고 있는 월운 스님 (출처: 경기일보)]

 


마음을 둔 것에는 시선이 오래도록 머문다. 가슴에 담아둔 것은 시간이 흘러도 그 가치나 의미가 퇴색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나는 어떠했나 돌아보게 된다.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본 나의 시선에, 마음에, 가슴에 꼭꼭 눌러 담아둔 것은 과연 무엇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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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라이온 16
우미노 치카 지음, 서현아 옮김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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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콩 나듯이 책이 나오지만 그래도 재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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