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만한 바보‘는 단순한 바보가 아니다. 권력을 장악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악행을 저지른다. 문명은 세속권력이나 종교권력을 거머쥔 ‘거만한 바보‘들이 자연과 인간에 관한 사실을 탐구하고 밝혀낸 과학자를 가두고 고문하고 죽이고 책을 불태운 사건으로 얼룩졌다. 과학자는 ‘거만한 바보‘들에게 화를 낼 권리가 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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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가슴에서 태어날 수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는 것. 가슴으로 낳았다는 말이 주는 따뜻한 느낌이 서정희 씨에게서는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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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한 문장부터 - 10대를 위한 글쓰기 기본기 창비만화도서관 9
이강룡 지음, 국민지 그림 / 창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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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책 읽기 수업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글쓰기. 책 속에서 낯선 단어를 만나면 하나하나 의미를 찾고 의문이 생기면 질문을 던지고 답하면서 한 달에 한 권, 느리게 읽으면서 책에 대한 감상이 정리되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자기 생각이나 감상을 써 보라고 하면 아이들은 대부분 주저하고 망설인다. 맞춤법이나 잘 써야 한다는 부담 없이 써보라고 하면 그제야 마지못해 짧게 몇 줄 적는다.


 

글쓰기는 쉽지 않다. 생각을 정리하고 단어를 고르고 골라 배열하여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글쓰기는 말하기와 함께 를 표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에 등한시할 수 없는 영역이다. 조금씩 연습을 통해 익혀둘 필요가 있는데 문제는 어떻게 하는가이다.

 


글쓰기를 다룬 수많은 책 중에서 <글쓰기는 한 문장부터>는 표지가 눈길을 끌었다. 고양이가 잘못 쓴 부분을 짚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만화 형식으로 된 책이었다. ‘고 선생이라 불리는 고양이가 일상 속에서 접하는 여러 상황과 사례를 바탕으로 서연, 서윤 자매는 물론 그 가족에게 시도 때도 없이 글쓰기를 가르친다. 이를테면 [1]에서는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짚는데 어떻하지어떻게 하지로 풀어쓰거나 두 말을 합쳐서 어떡하지로 써야 한다는 것, ‘던지 / 든지’, ‘/ ’ ‘게요 / 께요등 혼동하기 쉬운 것들을 콕 집어서 설명하는데 핵심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2]에선 글쓰기의 표현을 다루고 있다. ‘빡세게굉장히처럼 자주 쓰는 말을 다르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정말 유익했다. 왜냐면 아이들은 무슨 일이든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무조건 짜증나!”라고 말한다. 그럴 때면 상황에 맞게 표현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중간고사를 끝낸 둘째에게 이 책을 건넸더니 아주 짧게 소감을 전했다. “그동안 틀린 줄도 모르고 그냥 지냈는데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고 어색했는지 알게 되었다. 글쓰는 시간만 되면 먼 산 보던 둘째도 이제 조금 달라질 수 있을까 기대가 된다.

 


글에는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글쓰기는 한 문장부터>‘10대를 위한 글쓰기 기본기란 부제의 책이지만 연령에 상관없이 글쓰기의 기본을 알고 싶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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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베이터 - 디베이팅 세계 챔피언 서보현의 하버드 토론 수업
서보현 지음, 정혜윤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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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배우가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이 주연 배우만 보고 선택할 때가 있다. <그레이트 디베이터스(The Great Debaters)>가 바로 그런 경우다. 덴젤 워싱턴이 감독과 주연을 맡았는데 한 대학교수가 흑인으로 구성된 토론팀을 만들어 하버드대 챔피언십 우승까지 하게 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1930년대 미국은 흑인차별이 극심했기에 흑인은 백인과 같은 교육을 받는 것조차 힘들었는데 그런 열악한 환경속에서 무적의 토론팀을 이끌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토론대결을 다룬 영화였기에 토론팀을 꾸리고 훈련하고 준비하는 토론의 모든 과정이 묘사되었는데 그걸 보면서 들었던 생각. 토론은 생각보다 굉장히 어렵다는 것. 언변이 좋다고 해서 토론도 잘 할 수 있다? 글쎄...


 

여기 한 소년이 있다. 수줍음이 많아서 남들 앞에 나서기보다 뒤에서 조용히 지내는 것을 즐겼다. 하지만 소년의 안전하고 조용한 평화가 깨지고 말았으니. 바로 가족이 호주로 이민을 가게 된 것. 한국인은커녕 아시아인조차 드문 곳에서 낯선 언어로 둘러싸여서 살아간다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소년은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는 법을 터득해나갔고. 그리고 곧이어 많은 사람들 앞에 당당하게 나서게 된다.

 


그의 이름은 서보현. 세계토론대회에서 두 차례나 우승을 거머쥔 디베이팅 챔피언으로 불린다. 현재 이력만 보면 어린 시절의 얌전했던 모습은 상상이 되질 않는다. 극과 극을 오가는 엄청난 간극. 그 차이를 그는 어떻게 채워나갔던 것일까.


 

<디베이터> 간결한 책 제목 아래 부제에 눈길이 머문다. ‘디베이팅 세계 챔피언 서보현의 하버드 토론 수업’. 그렇다 이 책은 수줍은 소년이 저자가 어떻게 하버드대 토론팀 코치로 거듭나게 되었는지 토론의 기본요소와 단계에 맞게 담겨 있다.


 

나는 수천 년간 이어져온 토론대회의 전통이 바로 공동체가 서로 상반된 주장들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그런 주장들을 바탕으로건설됐다는 증거라고 말하고자 한다. - 25

 


십 년이 넘게 독서모임을 했지만 아직도 토론은 어렵기만 하다. 가장 큰 고민은 무엇에 대해 이야기할 것인지 논제를 정하는 것. 단답형이 아닌 각자의 생각과 가치관을 드러낼 수 있는 것,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질문을 통해 개인은 물론 우리 사회로 사고를 확장해서 새롭게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질문, 논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매번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좋은 논쟁은 사회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일 뿐 아니라 추구해야 할 존재이기도 하다. - 28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 토론의 다섯 가지 기술, 2부 토론의 기술을 삶에 적응하기. 그 아래 토론의 세부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가장 먼저 이야기한 것은 토론의 발제로 토론의 세 가지 유형(사실 토론, 가치 토론, 처방 토론)을 비교하면서 짚어주는 것에서 출발한다. 토론의 주제를 분석했다면 나의 생각과 주장을 상대에게 어떻게 전달하고 설득할 것인지 방법을 설계하는 논증’, 이어서 상대의 논증에 어떻게 반대할 것인지 반론을 펼치는 것에도 상대에 대한 예의를 강조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반론은 우리 자신만이 아니라 토론 상대에 대한 신뢰의 표시였다. 상대가 우리의 허심탄회하 의견을 들을 자격이 있고 그걸 품위 있게 받아들이리라는 판단이 담긴 행위였다. - 128

 


청소년들과 독서수업에서 가끔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질문을 할 때가 있다. 때론 평소 생각과는 무관하게 부작위로 찬반으로 나누어서 토론을 하게 하는데 그럴 때 아이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흥미로워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상황을 보다가 다른 아이의 의견에 말을 보태는 정도로 넘어가는 아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난처해하는 아이...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난 또다시 고민하게 된다. 토론의 스킬 이전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타인의 주장을 잘 들어보는 훈련이 필요한 건 아닌가...


 

토론과 지적 양가감정도 이와 비슷하다. 우리의 관점이 진정한 반대에 직면했을 때 우리에게는 더 강력하게 주장하거나 아예 포기하는 선택지만 있는 게 아니라, 한번 더 생각해서 제3의 길을 찾아내는 방법도 있다. 교육 도구로서 토론이 지닌 또다른 측면이다. 포기하지 않고 대화를 지속해나갈 수만 있다면, 토론은 우리에게 꾸준히 서로에게 배워나가는 법을 가르쳐준 다. - 331

 


얼마전 한 방송사의 토론프로그램이 1000회를 맞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금까지 토론에서 서로 자신의 주장만 앞세우고 상대를 무시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는데 그 토론은 이제까지의 토론과는 다른 모습, 인상적이고도 재미가 있었다.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얼마든지 자신의 생각을 많은 사람들에게 피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토론의 최강자에 오른 저자의 경험이 400쪽이 넘는 두툼한 책에 빼곡하게 담겨 있는 <디베이터>.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들거나 움츠러들지 않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싶은 이에게 권하고 싶다.

 

 

토론은 세상의 작은 구석을 뚜렷하게 볼 수 있게 해주었다. -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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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부터 나일까? 언제부터 나일까? - 생명과학과 자아 탐색 발견의 첫걸음 4
이고은 지음 / 창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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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랜 의문 하나. 내가 늙어서 치매에 걸린다면, 그때의 일까? 아니면 나에 대한 기억을 잃었으니 그땐 가 아닌 걸까? 두말 없이 그때의 나도 나야!”라고 말하고 싶지만 자꾸 망설여진다.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질까봐서.

 


의 시작도 그와 비슷하다. 언제 어느 단계부터 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세포단계부터인가, 수정란 단계부터인가. 아니면 세상에 태어나는 바로 그 순간부터인가. 아이들이 어릴적에 종종 질문을 했지만 한 번도 속 시원하게 대답해주지 못했다. ? 나도 잘 모르니까. 만물의 영장이란 인간으로 태어나 살아가지만 는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답을 아직도 찾지 못했다.

 


이제 그런 고민은 접어두어도 될 것 같다. 최근 출간된 창비출판사 [발견의 첫걸음] 시리즈인 <세포부터 나일까? 언제부터 나일까?>에서 의 출발, ‘의 시작에 대한 질문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내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나는 누구일까?’에서 에 대한 탐색을, 2우리는 누구일까?’에서는 우리로 대상을 확장하여 생각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나는 누구인가. 생명과학계의 오랜 질문이기에 내용이 난해하지 않을까, 솔직히 걱정을 했다. 하지만 얇고 작은 사이즈의 책, 거기다 누군가와 이야기하듯 구어체로 풀어쓴 문장 덕분에 생명의 기원이란 거대한 주제를 쉽게 읽을 수 있었다. 하나의 챕터마다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이 이어지는데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관련된 실험을 통해 설명해 놓아서 읽는 내내 아하하고 무릎을 쳤다.

 


이를테면 내 몸은 내 맘대로 할 수 있다고 하지만 나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건 대뇌뿐이라는 것.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 대뇌조차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님을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고 한다. ‘언제부터 나인가에 대해서도 저자는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이야기한다. 정자와 난자부터? 수정란이나 세포분열부터? 아니면 심장박동이 시작되는 순간? 그렇담 뇌가 깨어나는 순간? 과연 언제부터일까.

 


영화를 통해 접했던 것들, 인간복제를 비롯해서 안면이식, 뇌이식, 인공장기 등에 관한 이야기도 언급되어 있어서 흥미로웠다. 또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을 이야기하면서 몇 년 전 한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 [알쓸@]을 통해 소개되었던 내용(1598년 노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이 숨을 거두기 전 내쉰 마지막 숨에 들어 있던 질소 분자 1개를 지금 우리가 1회 호흡할 때 들이마실 확률)이 수록되어 있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엉뚱한 질문이니까. 경험해보지 않은 거여서 깊게 고민하거나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만 다르게 해도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펄쳐진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청소년 대상이지만 성인이 읽기에도 손색없는 책. 이제라도 만나서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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