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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대로 아빠 맘대로 아들 작은거인 10
오은영 지음, 소윤경 그림 / 국민서관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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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대로아빠 맘대로아들>....제목이 참 인상적이다. 도대체 뭐가 맘대로라는 걸까...?? 살짝 의미있는 웃음을 띤 아빠와 뿌루퉁...하게 토라진 아들의 표지그림을 봐선 둘 사이에 뭔가 코드가 어긋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다를까, 시작부터 주인공인 종기는 잔뜩 짜증이 난 상태. 옹기장이라면 좋겠다는 아빠에게 의사인 아빠가 최고라고 맞받아치는 아들...갈등의 골이 만만찮아 보인다.

그 둘 사이의 팽팽한 접전은 아빠가 시골로 내려가기로 결정하면서 2차전을 예고한다. 학교선생님인 엄마는 대학원 때문에 서울에 남고 종기는 아빠를 따라 시골로 가게 된 것이다. 서울에 있을땐 의사 아빠에 선생님 엄마를 둔 종기를 모두 부러워했는데 시골로 이사오고 나니 속상한 일 투성이다. 전학간 학교 친구와 싸우는가하면 부모가 이혼한 것도 속이는 아이라며 놀림을 받게 된다.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시골로 이사해버린 것도 못마땅한데 부모가 이혼했다는 소문을 믿어버린 종기는 모든 일의 근원이 아빠에게 있다고 단정지어 버린다.

 

<맘대로아빠 맘대로아들> 이 책은 한마디로 현대 가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떠오른 ‘대화의 부재’가 어떤 갈등을 불러오고 어떤 결과를 낳게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내세우기에 앞서 상대방의 입장이나 의견을 고려하지 않는 요즘 우리네의 모습들이 뒤돌아보게 한다.

 

무엇보다 이 책에선 푸르스름하다는 순 우리말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푸레독’이란 옹기를 소개하고 동화속에 녹여낸 작가의 노력이 돋보였다. (사진참조)

하지만 본문을 보면 <소금유약을 입혀서 구운 옹기...>라고 되어 있는데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푸레독은 잿물이나 유약없이 장작가마에서 구워낸 옹기...1200도 온도에서 굵은 소금을 집어넣어 만든다.’라고 되어 있다. 작가의 착오나 표현의 실수인 건가?

 

그리고 종기 부모의 직업을 왜 굳이 의사와 선생님으로 했을까. 이야기 전개상 꼭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인건가? 최고의 직업을 가진 엄마아빠를 가진 것도 모자라 아빠가 옹기를 굽는다는 것 때문에 화를 내는 종기가 무척 옹졸하게 보였을 뿐아니라 이야기의 현실감도 떨어졌다. 차라리 실직한 아빠를 등장시키는 것이 아이들에게 다가서기도 쉽고 호소하는 효과도 컸을 것 같다.

 

또 시골에서 사사건건 종기와 대립하는 대주란 아이를 삽화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돼지로 그려놓고 있다. 물론 이야기 속에서 대주의 별명이 돼지라고 되어 있고 성격이 심술맞은 아이로 표현되어 있긴 하지만 결국엔 종기와 화해를 하게 된다. 상황에 따라 한두번 돼지로 표현하는 것으로 그쳤어야한다고 본다. 사실 내용을 보면 대주가 100% 나쁜 아이인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런 몇가지 흠을 빼고 나면 무척 재미있고 속도감도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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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인간과 동물
최재천 지음 / 궁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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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싸, 오늘은 30마리쯤 낳았네.”

  큰아이가 4살 무렵부터 열대어를 기르기 시작했다. 아이의 감성에 좋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처음엔 기르는데 재미를 붙이지 못하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불이 붙어버렸다. 바로 구피란 열대어가 새끼 낳는 광경을 목격하면서부터! 겨우 5센티미터도 안되는 물고기가 새끼를 낳으려고 몸을 바들바들 떨다가 쬐끄만 알 같은 구피치어를 낳는데...지켜보고 있자니 감동 그 자체였다. 몸값 이래봐야 3마리에 겨우 2천원, 6천원어치 구입하니 덤으로 한 마리 더 받아서 10마리를 구입했었는데 그게 그런 쏠쏠한 기쁨을 가져올 줄은 미처 몰랐다. 그 후부터는 25일~30일 주기의 구피 임신기간을 계산해서 구피 치어를 받았다.

  하지만 그당시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생물학을 전공한 나조차 새끼를 낳는 건 엄연히 포유류만이 가지는 특징이자 특권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나이롱 생물학도였던 나의 무식이 탄로나는 순간이었다.

 

 최재천님의 신간 <인간과 동물>에서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동물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TV에서 방송했던 내용을 책으로 꾸몄다는데 그 프로그램을 보지 못했던 게 무척 아쉬웠다. 괜히 텔레비전을 치워버렸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상천외하고 재밌는 내용이 너무 많은 것이다.

 

  우리는 흔히 닭이 달걀을 낳는다고 생각하는데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오히려 달걀이 더 많은 달걀을 만들어 내기 위해 닭을 매개체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또 꿀벌들의 춤은 단순한 춤이 아니라 춤언어라고 한다.

<적어도 몇 시간 전에 벌어졌던 일, 그것도 지금 여기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일어났거나 행했단 일을 기억해두었다가 그것을 남이 알아들을 수 있는 부호로 전달할 수 있어야 언어라고 할 수 있지요. 벌들은 그것을 합니다.> 153쪽.

 

  그리고 뻐꾸기가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데 그것엔 새들이 자기 새끼들을 전체 모습을 보고 구별하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미새가 먹이를 물고 둥지에 돌아오면 모든 새끼 새들은 죄다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를 지르기 때문에 실제로 어미가 보는 건 새끼 새의 벌린 입뿐이라는 것. 그래서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새들은 들키지 않도록 입 안의 모습을 의붓부모의 새끼들과 닮도록 철저히 모방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사람이 소를 기르는 것은 공생의 일종이라는 것과 새끼 거위가 알껍질을 깨고 나와 제일 먼저 보게 되는 것을 엄마라고 여기는 과정을 각인이라고 하는데 이때 새끼 거위는 전체가 아니라 일부를 인식하는데 그게 노란 장화인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무척 재밌는 부분도 많은데 그 중의 하나를 소개하자면

<개미들 가운데 머리가 특이하게 생긴 개미가 있습니다. 보통 개미들은 머리가 동그랗고 도톰한데 머리가 편평하게 태어나는 개미가 있습니다. 이 개미의 역할은 개미굴 문을 막고 보초를 서는 겁니다. 소위 문지기개미인데 문이 좀 클 경우에는 두세 마리가 한꺼번에 동원되기도 합니다.> 148쪽.

  상상이 되시는지...자신의 머리로 집 입구를 틀어막고 있는 문지기개미의 모습이...난 이 부분을 읽을때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병원균이 우리 몸에서 내성을 가지게 되는 과정이 설명된 부분에선 등골이 오싹하기도 했다. 열이 난다고 무턱대고 해열제를 먹는 것이 오히려 병원균한테 “어서 오십시오”하고 친절하게 문을 열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니....섬뜩할 따름이다.

 

  이렇게 동물들이 배우고 서로 도와주고 때로 고도의 첩보전을 방불케하는 일을 벌이기도 하는 과정들이 사진과 함께 설명이 되어 있다. 거기다 최재천님의 간단하고 알기 쉬운 문장은 책읽기에 속도를 더해준다.

  대학시절 한 교수님이 우리에게 강조했던 말이 생각난다. 자연계, 특히 생명에 대해 공부하면서 절대 정답을 찾으려고 하지 마라. 오직 해답만이 있을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착각 속에 살아왔는지 얼마나 오만했는지 알게 됐다. 우리 인간도 자연의 긴 고리 중 어느 한 부분에 속하는 진화의 산물일 뿐인데 우리는 그동안 그 사실을 잊고 살아왔던 것이다.


<기가 막히게 우수한 두뇌를 지녀 만물의 영장이 된 우리지만 사실 우리 인간의 역사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일천하기 짝이 없습니다. 우리는 기껏해야 20여만 년전에 지구촌의 가장 막둥이로 태어난 동물입니다. 그러니 우리보다 수천만 년 또는 수억 년 먼저 태어나 살면서 온갖 문제들에 부딪쳐온 다른 선배들의 답안지를 훔쳐보는 일은 지극히 가치있는 일일 겁니다> 9쪽 저자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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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비밀의 부채 1
리사 시 지음, 양선아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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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마와 루이스>의 델마와 루이스,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의 잇지와 루스...그녀들을 떠올려본다. 자신을 억누르는 사람과 환경과 관습에 얽메이지 않고 자유를 추구했던 그녀들. 누구보다 순수한 영혼을 가진 그녀들의 우정과 사랑에 나는 매료되고 말았다.

특히 <델마와 루이스>의 마지막 장면. 경찰의 추격 끝에 그랜드 캐년의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된 델마와 루이스. 델마는 루이스에게 앞으로 계속 달려가자고 얘기하고...맞잡은 두 손을 높이 치켜든 둘은 벼랑 끝으로 질주한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아찔하고 안타까운 이 장면이 난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제 내 마음속엔 새로운 여인 두 명이 자리를 잡았다. <소녀와 비밀의 부채>의 두 주인공, 나리와 설화! 

델마와 루이스가 마치 투쟁과도 같은 삶을 살았다면 나리와 설화는 그 반대...안으로 안으로 조용히 잠겨드는 삶을 살았다. 중국에 관한 지식이 얕았던 나는 이 책으로 인해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됐다.

우선 전족에 관해서다. 전족을 단순히 작을 발을 추구했던 여인네들이 자신의 발을 동여맸던 무척 잔혹한 풍습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잘못된 판단이었다. 19세기 당시 중국에선 발크기가 얼마나 좋은 결혼을 할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략 엄지손가락 길이인 7센티가 이상적이라는 전족을 만들기 위해 뼈가 부러지는 고통도 감내해야했던 것이다.

<인생에서는 금련이 예쁜 얼굴보다 훨씬 중요하지. 예쁜 얼굴이야 하늘의 선물이지만 작은 발은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으니까> 42쪽

<내 작은 발은 미래의 내 시댁 사람들에게 출산의 고통뿐만 아니라 어떤 불행에도 참고 이겨낼 수 있는 나의 자제심과 능력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터였다.

내 작은 발은 세상 사람들에게 친정 식구들, 특히 친정어머니에게 내가 순종했음을 보여주고, 이는 장래 내 시어머니가 될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게 될 터였다....내가 다섯 아이를 낳은 후에도...내 발을 쳐다보고 손에 쥐고 싶은 그의 욕망은 우리가 함께 사는 동안 결코 줄어들지 않을 터였다> 68~69쪽.

그리고 누슈...여자들만이 썼다는 누슈는 남자의 글자를 흘려쓴 것이었다고 한다. 또 한글과 비슷한 측면이 있는데 뜻이 아니라 발음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어서 ‘배’가 먹는 ‘배’일수도 있지만 타는 ‘배’일수도 있고 신체의 일부인 ‘배’일수도 있어서 문맥에 따라 신중히 해석을 해야했다고 한다.

< “모든 단어의 뜻은 문맥 속에서 찾아야 해”

숙모는 매일 수업이 끝날때쯤 이 말을 강조했다.

“잘못 읽으면 비극이 생기거든”> 134~135쪽.

하지만 무엇보다 관심을 끌었던 것은 바로 ‘라오통’이었다.

<라오통이란 의자매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 같은 마을에 사는 여러 소녀들이 함께 의자매를 맺었다가 시집가면 해체되는 것과는 달리 라오통은 전혀 다른 마을에 사는 두 소녀가 일생동안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44쪽

이렇게 전족, 라오통, 누슈 이 세 가지가 씨실과 날실처럼 어우러져 탄생된 <소녀와 비밀의 부채>는 여든살의 여인 나리가 지난 날을 돌아보고 자신의 라오통이었던 여인 설화를 댕기머리 딸내미였던 시절, 머리를 얹은 처녀시절, 시집살이 시절, 조용히 앉아서 보낸 시절에 걸쳐 회고하는 비극적이고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다.


가난한 농부의 딸인 나리는 전족을 할 나이가 됐을 때 중매쟁이로부터 지체높은 집안의 딸과 라오통 관계를 맺을 것을 제안받는다. 나리의 신체적인 조건이 전족을 했을 때 완벽한 금련의 발을 나올 것이란 예상에서였다. 라오통을 맺은 소녀에게서 상류층의 풍습과 예의범절을 배우면 자연히 좋은 집안과 혼인을 할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렇게해서 설화와 만나 라오통 계약을 맺고 한가족처럼 지내면서 둘은 서로를 한 쌍의 원앙새처럼 사랑하고 아끼게 된다. 하지만 나리가 결혼을 하면서 둘의 운명은 엇갈리게 되는데 바로 설화의 집안이 이미 몰락한 상태였던 것이다.

여기서부터 둘의 운명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부유하고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설화가 결혼을 하면서 남편과 시댁식구들에게 폭력과 학대를 당하는 등 계속된 불행에 나리의 충고는 무거운 짐이 되었고 급기야 둘의 라오통이 깨어지는데 설화가 나리에게 보낸 누슈의 글귀를 나리가 잘못 해석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나리와 설화가 다시 재회하지만 그때 이미 설화의 몸은 죽음의 문턱에 발을 들여놓고 말았다. 자신의 오해가 얼마나 큰 불행을 가져왔는지 깨달은 나리는 남은 생을 괴로워하고 후회하며 지낸다. 자신에게 설화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오직 한 사람만이 내게 진정으로 중요했건만, 나는 그녀의 남편보나 더 야멸차게 그녀를 몰아붙였다. 내게 자기 자식들의 이모가 되어달라고 부탁한 후에 설화는 말했다. 이 말이 그녀가 내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었다.

“나는 너만큼 착하지는 않지만 하늘에서 우리가 만날 것이라고 믿어. 우리는 영원히 함께 있을거야.”> 243쪽


이 책은 다 읽었다고 해서 그냥 책장을 덮을 수 없었다. 가슴에 꼭 끌어안고 한참동안 마음을 진정시켜야했던 책이었다. 나리와 설화의 삶이, 그녀들의 우정과 사랑을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라고 여기기엔 너무나 아름답고 가슴아픈 것이었다.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19세기의 중국을 모두 다 알게 된 것은 아니다. 부모나 자식이죽었을때 무릎걸음으로 무덤까지 가는 것이나 결혼을 했더라도 자식을 낳기 전엔 친정에서 머물러야하는 것 등 내겐 생소한 것들 투성이었지만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나 과정을 다룰때 실제 누슈문자를 사진으로 소개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자도 눈에 띄었다.

<요즘같이 먹고 살기 위해서 땅을 처분해야 하는 마당에 어떻게 그럴 수 있겠> 84쪽

<--- 있겠소

하지만 이런 것들은 그야말로 옥의 티에 불과하다. ‘영원히 함께 하고 같이 늙어간다’는 ‘라오통’이란 것을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그래서 나도 나의 절친한 사람들과 맺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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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2-05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늙어간다는 것의 의미... 라오통, 새롭게 알게된 중국의 관습이네요.
님의 리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빨간 자전거
크리스틴 슈나이더 지음, 에르베 삐넬 그림, 공입분 옮김 / 그린북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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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남자들은 자전거를 잘 탄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그건 나만의   생각이었다.


   신랑과 연애할 때였다. 경주엘 갔다가 편하게 둘러보려고 자전거를 대여했다. 내 딴엔 아무리 자전거를 탔어도 키 큰 남자를 따라가려면 고생 꽤나 하겠다고 생각했었는데...웬걸? 자전거를 못 타네? 무슨 남자가 자전거 중심도 못 잡냐?


   신랑의 그 운동신경 제로 유전자를 받은 우리 큰아들. 덩치는 큰 아이가 자전거 타는 폼은 영 어설프다. 보조바퀴를 달고서도 낑낑...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다. 저러다 언제 두 바퀴 자전거를 타게 될지...보는 내가 답답해죽을 지경일 때 이 그림책을 만났다. <빨간 자전거>를...


   <빨간 자전거> 이 책은 두 바퀴 자전거를 너무나 타고 싶어하는 아이의 이야기다. 오죽했음 먹던 빵을 바퀴삼아 자전거를 그리는가 하면 가위나 단추, 동전, 쨈병 뚜껑을 가지고도 그림을 그렸다. 멋진 두 바퀴 자전거 그림을.... 그런데 부모는 아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조, 낙서 좀 그만해!”하고 야단만 친다. 거기다 한술 더 떠서 보조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선물하지만 아이는 꾀를 내어 보조바퀴를 떼어버리고 꿈꾸던 두 바퀴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린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단순한 이야기가 그림과 만나면서 보다 아기자기하고 풍성해졌다.

   우선 표지! 그림책의 표지와 속표지는 본문의 내용과 연속성을 가지거나 그 일부의 내용을담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앞표지에 자전거 타는 아이의 앞모습이,뒷표지엔 뒷모습이 그려져있다. 또 앞속표지에선 아이가 왼쪽에 나타나 마치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반면에 뒤속표지는 빨간 자전거 모자를 쓴 아이가 오른쪽에서 나타나 마치 그림책 바깥으로 산책이라도 나가는 듯하다.


   이제 주인공을 살펴보자. 그림작가는 이 그림책의 주인공으로 과감하게 안경 쓴 아이를 내세웠다. 본문의 내용엔 <눈이 나빠서 더 잘아보도록 안경을 썼지>라고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바로 아이의 빨간 안경을 뒤에 등장할 빨간 자전거와 연결시키기 위한 게 아닐까 생각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림작가는 이 그림책에 숨은 그림찾기처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아채지 못하는 것들을 그려넣었다.


   바로 꿈에서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도로의 횡단보도를 달리는 장면을 자세히 보자. 교통순경의 수신호에 따라 멈춰선 자동차들이 모두 아이를 지나가는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자동차의 전조등을 눈동자로 표현한 그것을 큰아이가 얘기해주지 않았다면 나도 아마 못보고 지나쳤을 것이다. 




   또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벗어나 들판을 달릴 때 아이 옆으로 달리는 자전거 선수들 중에 산악상을 수상한 사람이 있다. 로드 레이서 경기의 산악구간 중에 최정상을 가장 먼저 도착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일명 흰바탕에 빨간 땡땡이 무늬의 옷을 입은 사람을 찾아보자. 작가는 아마도 이 그림책을 읽은 아이들 중 나중에 레이서 선수로 성장하는 아이도 있을거라도 생각했던 건 아닐까.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가장 인상깊게 봤던 것은 아이가 내리막길에 접어든 장면이다. 화면중앙에서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이어지는 내리막길...그 끝엔 터널 입구가 보이는데 아주 작게 그려져있어서 거리가 얼마나 먼지 짐작하게 해준다.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나 바이킹을 타는 것처럼 아득하게 가파른 그 길을 아이는 자신있게 달려간다.

  <나는 내리막길도 겁나지 않아. 바람을 거스르고 달리고 또 달릴거야.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겠지. 하지만 나는 아주 빠르게 달려. 바람보다 더 빨리 거침없이 달려가지. 바람보다 더 빨리 신나게 달려가지. 나는 멈추지 않아!>




   그리고 꿈에서 깨어난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 것...그건 바로 빨간 자전거였다. 아이는 그 빨간 자전거를 타고 비틀비틀, 흔들흔들 넘어질 것처럼 아슬아슬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끝에 두 바퀴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게 된다.


   자전거를 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두 바퀴 자전거를 처음 타게 되던 순간을 기억하기 마련이다. 자신이 뭔가 큰 일을 해낸듯한 그 순간을 책 속의 조조는 이렇게 말한다.

  <난 점점 커지는 느낌이야>


   3월이면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말주변 없고 소심하면서도 자존심만 강한 큰아이가 책속의 조조처럼 자전거 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서 자신감을 갖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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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7-02-07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아이에게 좀 걱정이 되시겠네요^^ 어떤 선생님을 만나게 될는지... 아이가 1학년때 선생님 영향을 참 많이 받더라구요.
말주변 없고 소심하고, 자존심만 강한... ㅋㅋ 저도 그랬는데요. 어른되니깐 그냥 덤덤하게 삽니다.^^
이 책 참 잘 그렸죠... 저는 대충 읽고 넘겼는데, 님의 글에선 생기가 느껴져요.

몽당연필 2007-02-09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글샘님. 이 책 참 좋죠?
울아들도 안경을 껴서 이 책 주인공이 왠지 더 귀엽더라구요. ^^
 
단 하루만 더
미치 앨봄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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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가 어른이 돼 간다는 증거야. 맘 굳게 먹고...아버지 편히 보내 드려.."

   대학 2학년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넋놓고 울고 있는 내게 선배가 그랬었다. 그게 다 내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의 하나라고...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었던 그 말이 이제야 절실히 가슴에 와닿는다.

   바깥공기가 하루가 다르게 차가워지면서 부고를 받는 일이 잦아졌다. 신랑에게서 회사선배가 하루에 세 군데에서 부고가 왔었다는 얘길 들으니 순간 친정엄마 생각이 났다. 어디 불편하신 데는 없나? 칠순의 엄마를 도와주진 못할망정 나 산후조리한답시고 추운 날 자꾸 찾은게 마음에 걸린다. 이 겨울 무사히 지내셔야 할텐데...체력이 약한 노인들에게 겨울은 이래저래 두렵고 벅찬 계절일 뿐이다.

   미치 앨봄의 세번째 작품인 <단 하루만 더> 이 책은 전작인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나 <천국에서 만난 다섯사람>과 같이 죽음을 얘기하고 있다.

  주인공인 찰리 베네토는 한때 소망했던 야구선수로 활동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세일즈맨으로서도 낙제점을 받는다. 거기다  아내와 딸에게선 버림을 받고 실의에 빠게 살게 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곁에서 해결책을 찾아주고 용기를 주던 어머니가 이미 돌아가셨다는 걸 깨달으면서 삶의 의미를 잃고 자살을 결심한다. 작별여행으로 자신이 자란 집으로 향하다 사고가 나면서 어머니를 만난다.

  삶과 죽음 그 사이 어딘가에서 꿈에 그리던 어머니와 꿈같은 하루를 지내게 된 찰리는 자신이 미처 몰랐던 어머니의 모습과 만난다. 부모가 이혼하게 된 놀라운 사실도 알게 된다. 바로 아버지에게 숨겨진 또다른 가족이 있었던 것...

  작가는 이렇게 찰리의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담담하게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는 내 마음은 정반대였다. 어찌 차분할 수가 있겠는가. 찰리와 어머니의 모습에서 나와 내 부모, 나와 내 아이의 모습이 훤히 비치는데...아마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 나와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삶을 살다보면 취소하고 싶은 부분이 많다. 다시 살고 싶은 순간들, 바꿀수만 있다면 바꾸고 싶은 순간이 어디 하나 둘이겠는가. 그렇게 할 수 없기에 작가는 찰리와 어머니를 통해 우리에게 얘기하는 게 아닐까. 지금 자신의 삶을 용서하라고...

<어머니는 살며시 내 어깨를 눌렀습니다.  "용서해"  "여자를요? 아버지를요?"

머리가 땅바닥에 닿았습니다. 축축한 피가 관자놀이에서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너 자신." >  243쪽.

* 인상깊었던 대목

<삶에서 많은 것을 잃었지만 어머니와 함께 보낸 하루만큼은 매순간을 뚜렷이 기억할 수 있습니다. 같이 만난 사람들, 우리가 한 이야기, 그 모두를 말예요. 어떤 면에서는 그저 평범한 하루였지만, 어머니 이야기대로 정말로 정요한 것들은 일상의 순간에서 만나는 법이나까요.>   246쪽

이 <단 하루만 더>를 읽고 떠오른 생각... 언젠가 내게도 이런 하루가 주어질까...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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