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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웨슬리
스테이시 오브라이언 지음, 김정희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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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 표지의 작은 책, <안녕 웨슬리>. 횟대 위에 앉아서 하트모양의 얼굴만 정면을 향한 모양이 왠지 나와 시선을 맞추는 것 같다. 뾰족한 작은 입은 사랑스럽고 귀엽다. <안녕 웨슬리> 이 책은 생물학자이자 야생동물 구조와 재활전문가인 저자가 가면 올빼미를 만나 19년간 함께 해온 날들의 기록이다.




저자는 1985년 발렌타인데이 아침, 태어난지 나흘밖에 안 된 가면올빼미와 사랑에 빠졌다는 고백으로 말문을 연다. 어렸을때부터 동물을 몹시도 좋아했던 저자의 동물사랑은 성장하면서 더욱 깊어져서 ‘털이 달리고 다리가 여러 개’인 짐승 외에 실험대상으로 누에를 기르기도 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저자가 작고 가냘프고 하트모양의 하얀 얼굴과 황금빛 날개, 달콤함 메이플 시럽향 같은 체취를 풍기지만 한쪽 날개의 신경을 다쳐 상처가 회복하더라도 자연에서 스스로 살아갈 수 없게 된 가면 올빼미를 돌봐주게 된 것이다.




눈도 채 뜨지 못한 새끼올빼미를 데려와 ‘웨슬리’란 이름을 지어준 저자는 ‘이제부터 내가 네 엄마’라고 속삭이며 어딜 가더라도 담요로 포근하게 감싸서 함께 다닌다. 그러다 드디어 웨슬리가 드디어 처음 눈을 뜨던 날, 스테이시와 웨슬리는 어미와 새끼의 첫 대면을 하는데 그녀는 웨슬리의 속을 알 수 없는 짙은 검정색의 눈동자는 강렬함과 신비함을 이끌린다.




책에는 올빼미들의 생김해나 동작, 행동패턴, 습성 같은 것들을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는데 웨슬리는 인간과 함께 생활하면서 인간과 같은 습성을 갖기도 했다. 선천적으로 야행성이지만 엄마인 저자의 행동을 모방해서 밤에 자는 법을 터득하기도 하고 한다.




저자는 웨슬리를 정성껏 돌본다. 처음엔 웨슬리의 먹이로 얇게 썰은 깨끗하고 신선한 쥐를 제공받아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해동을 시켜 작은 크기로 잘라서(이 대목은 책을 읽으면서 왠지 거부감이 구역질이 나는 것 같았다) 먹였지만 어느 날인가부터 저자가 직접 잡아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저자는 망설이지 않았다. 쥐를 주식으로 하는 자식을 위해 뒤뜰에서 쥐를 잡아서 먹이를 조달하고 웨슬리에게 평생 2만8천 마리의 쥐를 잡은 저자는 손목에 수근관증후군이란 병을 얻기도 한다. 그뿐이 아니다. 웨슬리의 날카로운 발톱에 찔려 몸 여기저기에 피가 나고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제대로 된 데이트도 못해도 끝까지 웨슬리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한때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스테이시에게 웨슬리가 힘이 되어 주었듯 그녀는 웨슬리와 함께 있는 삶을 택한다. 19년간.




애완동물을 기른다는 걸 단순히 먹이와 잠자리를 주는 게 아니라 나의 시간과 공간과 감정을 아낌없이 주고 함께 나눈다는 게 아닐까. 책을 읽을 땐 웨슬리의 사진이 없는 게 아쉬웠지만 그건 아주 사소한 거였다. 가족이자 동반자이자 친구로 19년간 함께 했던 스테이시와 웨슬리의 감동적이고 눈물겨운 이야기에서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을 본 것 같아 가슴 한 켠이 포근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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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세계 과학사
쑨자오룬 지음, 심지언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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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학창시절 가장 싫어했던 과목 중 하나가 화학이다. 원소기호나 주기율표를 암기하는 건 그래도 나았다. 문제는 바로 분자식. 마치 암호처럼 늘어지고 가지를 친 그것들이 여러개 연결된 것들이 암만 봐도 복잡하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학력고사 선택과목도 당연히 화학을 뺀 생물, 물리를 했고 대학도 생물학과를 지망했다. 지긋지긋한 화학이여 영원히 바이바이~를 외쳤다. 그런데 웬걸? 일반화학을 비롯해 생화학, 유기화학...같은 과목이 매년 전공필수가 되어 있는 게 아닌가. 오,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이미 입학한 마당에 물릴 수도 없어서 골머리를 싸매어가며 공부하고 겨우 학점을 땄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멍청하고 어리석은 행동이 아니었나 싶다. 과학이 피자 조각처럼 물리, 생물, 화학, 지구과학으로 나뉜 학문도 아닌데 화학을 질색팔색하면서 생물을 전공하겠다고 덤볐다니....바보가 따로 없다. 과학이 얼마나 오묘하고 넓고 깊은 학문인지 깨달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그걸 대충 흘려보내고 말았던, 어이없는 행동에 보상심리라도 작용한걸까.  요즘은 기회가 되면 다양한 과학서적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지도로 보는 세계 과학사>을 읽게 된 계기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세부적인 과학기술이나 지식은 차치하고 우선 전체적인 흐름, 윤곽을 파악하고 싶었다.




‘BC 7000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 과학의 발전사를 총망라한 과학 일대기’ 표지 제일 위에 작은 글씨로 적힌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과학사를 단순히 처음부터 일렬로 배치하는 형식이 아니다. 세계지도를 이용해서 어느 시기에 어떠한 과학기술이 발달하였고 당시 동서양에선 어떤 과학적 사건들이 있었는지 한 눈에 찾아보고 비교해볼 수 있다. 그것도 각각의 소단원마다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기 전에 세계지도를 수록되고 있어서 여러모로 참고가 된다.




예를 들어 제1장 ‘과학의 기원’에서 1단원 ‘고대문명의 과학’을 보면 왼쪽아래 BC 7000년경 중국에서 굽거나 손으로 만든 도기가 있었다는 짤막한 글과 함께 세계지도에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청동기 문명이 출현되었으며 메소포타미아에서의 수메르 문명과 설형문자, 최초로 농업이 시작된 나일강 유역, 중앙아메리카의 마야 문명이 탄생했다는 사항들을 표시해놓고 있다. 지도를 통해 전체적으로 굵직굵직한 일들을 알려주고 그다음부터는 보다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사진과 그림을 곁들여 설명해놓고 있다. 이런 형식으로 ‘중세시대의 과학기술’, ‘근대과학의 서광’ ‘과학혁명’ ‘과학기술의 고속 발전’에 대해 다루고 있어서 오늘날의 눈부신 첨단과학이 있기까지 과학이 어떤 흐름으로 발전해왔는지 느낄 수 있다.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눈에 띄었다. 저자가 중국인이어선지 각종 그림이나 자료, 내용들이 중국의 과학 위주로 서술되었다. 또 책 뒷부분에 본문의 내용을 찾아볼 수 있는 색인이 없다. 때문에 궁금한 점이 있으면 책을 일일이 앞뒤로 뒤적여야했다. 일반 책보다 큰 판형에 두툼한 책을 이리저리 찾아야하다니...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하지만 가장 큰 흠은 바로 이 책의 장점이자 핵심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세계지도에 수록된 설명글의 글자가 지나치게 작다는 거다. 글자가 본문의 양옆의 배치된 그림이나 사진의 설명글 정도만 되도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지도부분은 양 페이지를 접을 수 있는 형식으로 편집을 수정하면 어떨까 싶다.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다. 우리 ‘한국 과학기술의 요람’인 대덕연구단지를 비롯한 많은 연구기관들에서 일하던 연구원들이 비정규직이란 것 때문에 대거해고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문제는 그 인원이  자그마치 40%에 달한다는 거다. 우리의 과학을 지탱하고 이끌어갈 연구원, 전문인력이 절반가까이 해고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의 과학기술이 뿌리채 흔들릴 수도 있다.




정말 어이가 없다. 기초과학의 하나인 생물을 전공할 거라면서 화학은 공부 안 해도 된다고 여겼던 20여 년 전의 나와 지금의 정부시책이 대체 뭐가 다른가.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은 곧 나라의 발전이요, 힘이다. 과학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원동력이자 튼튼한 발판이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을 보니 이러다 머지 않은 미래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날이 닥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참으로 안타깝고 또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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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션 - 생각의 연결이 혁신을 만든다, 세계를 바꾼 발명과 아이디어의 역사
제임스 버크 지음, 구자현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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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션. 영어로 된 책제목을 만날 때마다 당황스럽다. 이건 또 무슨 뜻이야? 검색해보니 이것을 우리말로 적절하게 설명하는 용어가 없다고 한다. 대략 ‘접속’, ‘연결’, 혹은 ‘잇다’란 의미로 사용된다고 한다. 제목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다니...이거 참, 곤란하다. 다행히 부제가 있어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생각의 연결이 혁신을 만든다. 세계를 바꾼 발명과 아이디어의 역사. 오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책은 세계사에 길이 남을 발명과 아이디어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거로군! 그렇담 뭐가 있나...어디 한번 볼까?




책은 작은 금속 용기의 오작동이 미국과 캐나다 북부 지역에 정전을 불러왔던 사건으로 출발한다. 갑자기 전력이 끊기면서 거리는 마비되고 사람들은 지하에 갇혔으며 활주로의 불이 나가면서 공항도 혼란에 빠져 우회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저자는 이 사건을 통해 현재의 진보된 사회가 얼마나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지 꼬집으면서 모든 변화의 원동력이자 방아쇠로 작동되는 혁신에 대해 말한다. 인류 최초의 혁신은 땅을 긁는 도구인 쟁기인데 그 단순한 도구가 인류 역사상 가장 근본적인 발명인 동시에 문명을 탄생시키게 한 방아쇠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최초의 농경 수확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줬으며 어떻게 변화시켜 나갔는지 따라가보자고 제의한다.




저자는 인류에게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지만 때로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는 발명에 대해 하나씩 짚어나간다. 원자폭탄을 비롯해서 통신과 전화기, 컴퓨터, 현대 생산라인, 비행기, 플라스틱, 로켓, 텔레비전. 이런 발명들이 어떤 아이디어에서 출발해서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진행이 됐는지 차근차근 얘기를 풀어나가는데 하나의 발명이 처음 시작된 지점과 마지막 완성 단계를 보면 이럴수가! 너무나 놀랍다.




예를 들어 ‘원자 폭탄’의 경우, 그 발명의 기원을 어디에 닿아있는지 아는가. 놀랍게도 26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터키의 두 강에서 사금이 발견되는 것에 가닿는다. 상상이 되는가. 사금과 원자폭탄이 하나의 뿌리와 열매로 이어져있다는 사실이. 그 자체만으로 봐서는 결코 서로 연결될 수 없을 것 같은 두 가지가 당시 시대적 배경과 상황과 맞물리면서 조금씩 변화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어진다. 그 결과 1945년 최초의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에 투하되기에 이른다.




세계사에 큰 획을 그은 발명과 그 변천사에 대해 알 수 있을 거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책을 읽어나갔다가 큰 낭패를 보고야 말았다. 읽긴 읽었지만 책을 덮고 나면 대체 무슨 내용이었는지 잘 연결되지 않았다. 하나의 발명에 완전히 몰입하지 않고 며칠에 걸쳐 읽었던 게 실수였다. 결코 만만하게 볼 내용이 아니었다. 두 번째는 좀 더 꼼꼼하게 정독을 해나갔다. 필기도구를 준비해 줄을 긋고 메모를 곁들이면서 읽자 어느 정도 감이 잡혔다. 그때 또 한번 놀랐다. 아니, 세상에 이럴수가! ‘생각의 연결이 혁신을 만든다’는 부제가 무슨 의미인지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그냥 무심코 넘길 수 있는 사소한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아이디어가 되고 실마리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나아가 새로운 혁신을 불러왔다.




‘위기’란 말이 사람들의 입에서 수시로 오르내리는 요즘이다. 계속되는 경기불황을 속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묘안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생각의 혁신이 아닐까 한다. 늘 보던 사물도 좀 더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생각하며 유추하는 새로운 접근방식. 이런 것들이 모두 하나의 톱니바퀴가 되고 더 나아가 또 하나의 발명, 인류의 역사란 커다란 바퀴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는 게 아닐까.




40여년전 BBC에서 방송됐던 과학 다큐멘터리 <커넥션> 시리즈가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와 후속편까지 제작되었는데 그것을 저자가 한권의 책으로 묶어서 출간한 <커넥션>. 근래 들어 읽은 책 중에 가장 어려운 책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중간중간 흥미를 가질만한 내용도 많았다. 기원전의 도서관이라든가 굴뚝과 독서의 관계...등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도 많았다. 인류의 변천사나 과학사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언제든 꼭 한번 일독, 정독해볼 것을 추천한다. 사고의 무한확장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읽을 때 내 머리에서 자꾸 끼익끼익 소리가 나는 기분이 들었다. 너무 오랫동안 방치했나보다. 한창때만큼은 아니라도 앞으로 또 몇 십 년 돌리려면 기름칠이라도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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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 - 어느날 과학이 세상을 벗겨버렸다
이종필 지음 / 글항아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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풉, 푸하하! 표지를 보자마자 웃음이 터져 나온다. 풀밭에 주저앉은 당나귀가 옆에 있는 동물에게 건네는 말이 걸작이다. “과학적으로 다스려 주셨으면 하는 소망이 있네.” 도대체 옆의 동물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을 했길래 덩치 작은 동물이 큰 동물에게 저런 조언을 할까?




<대통령을 위한 과학에세이>. 제목이 정말 거창하다. 어느 누가 감히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 원수에게 ‘당신을 위해 글을 썼으니 읽고 제발 나라를 제대로 다스려’ 달라며 요구할 수 있단 말인가. 아마 조선시대 같으면 오만방자함이 하늘을 찌른다며 경을 칠 노릇이다. 하지만 선왕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글에 담긴 뜻과 내용에 따라 관리로 발탁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글은 어느 쪽에 속할까. 경을 치게 될 것인가, 등용의 지름길이 될 것인가.




저자는 크게 정치, 문화, 사회, 인간 네 부분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그 중심뼈대는 하나다. 바로 과학은 외딴 섬처럼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는 것. 서로의 이해관계를 따지기에 급급한 정치판이나 사람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 앉히는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과학적 사고와 원리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롤러코스트를 타듯 복잡한 그래프로 나타나는 경제, 인류의 우주에 대한 꿈까지 모두 과학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거였다.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두뇌가 모자랄 뿐 아니라 정치와 종교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이 얼마나 큰 불행과 고통을 낳는지 말한다. 또 고등학교 때 문과냐 이과냐에 따라 완전히 분리되고  상황에 따라 제대로 된 과학교육을 받는 것조차 기대할 수 없는 현재의 교육환경에서는 다가올 미래 역시 그리 밝지 않을 거라고 전망한다. 영화도 관련 분야의 전문가의 조언이나 자문없이 제작되는 작품은 스토리의 필연성이나 일관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특별한 사건이나 우연의 연속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과학적인 사고가 필요하며 인문과 과학이 단절되어 있는 현실이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대학에서 기초과학 분야를 전공했음에도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부분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 그땐 왜 이것도 모르고 그냥 지나쳤을까...반성하기도 했다. 그리고 많이많이 부러웠다. 얼마전 읽었던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이란 책에서 학부생들의 교양필수 과목으로 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강좌가 있다고 해서 무척 부러웠는데 이 책에선 [미래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이란 강좌를 전공 상관없이  수강하는 대학이 있다고 했다. 중요한 건 그런 강좌를 개설하여 학생들에게 마음껏 공부하고 토론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대학이 모두 미국의 대학이라는 점이다.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런 기초학문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로 깊고 넓은 사고와 과학적 합리성이 바탕이 되었던 게 아닌가 싶다.




10살인 큰아이의 장래희망은 4년째 변함없이 ‘과학자’다. 이야, 대견한대! 역시 멋진 내 아들이야! 하고 말은 하지만 속으론 걱정이 된다. 어느 기업이나 연구소든지 최고경영자는 관련 전문가가 아닌 인문계 출신으로 채워지는 현실을 알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조건 없이 지원해주고 싶다. 그러니, 제~발 우리나라를 과학적으로 다스려 주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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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5-13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관심이 가던데 몽당연필님의 리뷰를 보니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확실히 드네요. ^^

몽당연필 2009-05-13 05:1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제겐 과분한 말씀인데요. ^^
 
태고의 유전자
뤽 뷔르긴 지음, 류동수 옮김 / 도솔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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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두 번 장을 볼 때마다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호화로운 메뉴가 아닌 기본적인 밥과 국, 반찬으로 식탁을 차리는데도 버거울 지경이다. IMF 버금가는 불경기인데다 물가가 오른 탓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바로 식재료의 절반 정도를 유기농 매장에서 구입하는 것이다. 유정란 계란, 유기농 국산콩으로 만든 두부, 유기농 야채와 과일, 우리밀로 만든 과자와 라면...이런 것들로 인한 지출이 상당한 수준이지만 감히 줄일 엄두를 내지 못한다. 혹시나 아이들이 뒤늦게라도 아토피 증상이 나타나는 건 아닐까...두려워서다.




 누군가의 손에 들린 고사리, 뿌리가 DNA 이중 나선모양이다. <태고의 유전자>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감히 짐작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농약 없이 풍작을 이루는 기술과 이를 둘러싼 음모’란 부제에 먼저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농약 없이 풍작을 이루는 기술. 아니, 그게 정말 그게 가능하단 말이야???




1988년 12월, 내가 대학에서 처음 맞은 겨울방학을 만끽하고 있을 즈음, 멀리 지구의 반대쪽 스위스에선 실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텔레비전의 가족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한 스위스의 거대 제약업체 치바가이기 그룹의 구이도 에프너와 하인츠 쉬르히. 두 과학자가 실험을 통해 2억년 전, 공룡들이 지구를 막 정복하기 시작하던 시기의 소금 결정체에서 태고 시대의 곰팡이 유기체를 분리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즉석에서 ‘관중’이라고 하는 고사리 홀씨를 전기장 안에서 처리한 결과 지금은 멸종해서 찾아볼 수 없는 골고사리로 자랐다고 말했다.




“식물들은 진화 과정에서 재배나 퇴화를 통해 일부 유전적 특질들을 상실하게 됩니다. 그런데 전기장을 이용하면 그 특질을 되살려내 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진화과정을 거슬러가는 것입니다.” - 18쪽. 서막 중에서




후손에게서 선조를 재생산할 수 있다. 이른바 ‘역진화’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과학계의 대사건, 대변혁이었다. 구이도 에프너와 하인츠 쉬르히. 그들은 전기장 실험기구를 이용해 박테리아나 식용 재배 식물 같은 유기체가 진화 과정에서 더는 사용되지 않아 ‘잠자는’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는 실험을 계속 시도했다.




옥수수와 밀을 전기장을 이용해 같은 실험을 거친 결과 이미 멸종한 ‘원옥수수’와 ‘원밀’이 자랐으며 수확량도 놀라울 정도였다. 일반 옥수수가 잎줄기에 1~2개의 옥수수가 달리는데 비해 원옥수수는 대의 위쪽 끝에 여러 개, 최 대 열 두 개의 옥수수 자루가 달리기도 했다고 한다. 빛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말이다. 뿐만 아니라 성장 속도도 빨라서 해충으로 인한 피해도 적기 때문에 제초제도 필요없다는 거였다.




그들은 동물실험도 시도했다. 무지개 송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전기장 처리를 한 송어는 일반 송어에 비해 부화율에서부터 크기나 몸무게, 힘에 있어서 월등했다. 이빨도 두드러지게 날카로웠으며 인간의 접근에 극도로 긴장하는 등 행동에서도 야생형의 면모를 보여줬다.




지금까지의 과학사에 큰 변화를 가져올 만큼 놀랍고 획기적인 실험은 치바가이기 그룹에 의해 갑자기 중단된다.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살충제와 종자를 생산해서 전 세계에 판매하는 자사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구이도 에프너와 하인츠 쉬르히, 그들의 실험이 완료는 곧 치바 그룹의 수입 감소로 직결된다는 거였다. 여기에 치바 그룹은 한술 더 떠서 두 과학자의 실험의 특허를 획득한 후 서랍 속에 잠재웠다. 모방은 금지다...는 거였다.




그리고 잠자는 유전자를 깨우는 기적 같은 실험을 이뤄냈던 두 과학자는 다른 부서로 이동되거나 회사를 떠나게 된다. 둘은 개인적으로 전기장 실험을 계속하지만 자신들의 뜻을 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 후 에프너와 쉬르히의 실험은 검증과 증명을 거치기도 하고 몇몇 과학자가 시도했음에도 학계에서 주목받지 못한다.




그.러.나. 아직 희망은 있다.




구이도 에프너에게 두 아들이 있었다. 부전자전이라고 아버지의 호기심과 열정, 사람들과 지식 나누기를 즐기는 성향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큰아들 다니엘 에프너와 평화를 사랑하는 섬세한 자유예술가인 둘째 아들 니쿤야 에프너. 두 형제는 마치 바통을 이어받듯 아버지가 못다 이룬 뜻을 이어 받았다. 아버지가 꽃 피우지 못한 실험을 계속해서 농약 없이도 풍작을 이루는 식량으로 기아에 허덕이는 제 3세계와 아프리카를 위해 쓸 계획이라고 한다.




204쪽. 저자 뤽 뷔르긴이 쓴 책 <태고의 유전자>는 한 장의 호소문을 덧붙이며 끝을 맺는다. 하지만 이것은 곧 또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이미 오래전에 멸종해버린 잠자는 태고의 유전자가 과연 21세기에 깨어날지, 깨어난 후 그 태고의 유전자는 어떤 행보를 나아갈지 궁금해진다.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진 그들의 호기심과 열정에 멀리서나마 힘을 실어보내고 싶어진다.







“우리가 자연의 정신적 능력을 인정한다고 전제한다면, 자연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이겠지요. 자연이 지니는 이러한 정신적 능력은 인간의 정신적 능력을 통해 입증됩니다. 인간 자신이 진화한 자연의 산물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생체물리학적 연구는 자연이 지닌 바로 이 자유로운 형성 능력과 그 바탕이 되는 자연의 자유의지를 분석하고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 210쪽. 마치는 글 중에서







<태고의 유전자> 역진화를 통해 멸종된 유전자를 깨울 수 있다는 엄청나게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고 더불어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자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 나름대로 생각하게 된 책이었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




먼저 구이도 에프너와 하인츠 쉬르히. 두 과학자의 이름이 몇 번이나 개명절차를 거쳤다. 앞표지 책날개엔 귀도 에프너와 하인츠 히르쉬로 기록되어 있더니 본문에 들어가선 구이도 에프너와 하인츠 쉬르히로 적혔지만 어쩐 일인지 구이도 에프너의 이름은 또한번 귀도 에프너가 되버린다. 또 ‘에프너와 하인츠’라는 식의 표현도 눈에 띄였다. 물론 외국인의 이름이라 실수가 생길 수도 있지만 사소한 부분이라 치부할 것이 아니다. 번역 과정에서의 좀 더 세심한 주의가 아쉬웠다.




또 이 책이 유전자에 대한 과학자의 실험과 연구 성과에 대한 것인데도 ‘각주’나 ‘색인’이 없었다. 일례로 33쪽의 제일 아랫줄의 ‘매질’이란 용어는 과학을 전공하거나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유전자변형식품 GMO에 대한 우려가 높아가는 요즘 이 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증가하리라 본다. 책을 읽다가 언제라도 궁금한 점을 찾아볼 수 있도록 작은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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