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없는 세상 - 얼음의 역사부터 지구의 미래까지 인류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
헨리 폴락 지음, 선세갑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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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엎드린 다음 두 앞발을 가슴 앞으로 얌전히 모으고 있는 북극곰. 자세가 참...묘하네...하는 생각이 들어 쿡, 웃음이 나오려다가 북극곰의 표정을 보고 가슴이 뜨끔해졌다. 야생성이나 공격성은 하나도 찾을 수 없는 모습. 시선을 정면으로 향하고 있는 북극곰의 눈이 생기를 잃은 듯, 저 작은 눈에서 커다란 눈물이 뚝 하고 떨어질 것 같아 슬프고 애처롭다. 무엇이 저들을 저토록 힘겹게 하는가.




<얼음 없는 세상>을 통해 처음 만난 헨리 폴락은 지구물리학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 저자가 ‘얼음’에 주목하게 된 것은 ‘쇄빙선이 필요 없을 정도로 녹아내린 북극해’와 ‘거대한 얼음들이 떠다니기 시작한 남극해’를 보면서부터였다. 북극과 남극에 일어나고 있는 커다란 변화, 그것은 곧 지구의 위기를 암시하고 있었다.




‘얼음의 역사부터 지구의 미래까지 인류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얼음 없는 세상>은 온난화로 인해 지구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지구에서 얼음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면 어떤 재앙이 닥치게 될지 생생하게 전해준다. 19세기 초, 탐험대에 의해 남극 대륙이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한 책은 탐험대가 광대한 대륙을 탐험하듯 우리에게 얼음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준다. 지구의 극지방인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같지 않다는 것. 겉으로 드러난 얼음의 크기나 높이, 모습에서부터, 이동 속도, 지질학적인 구조에 있어서 어떤 차이점을 보이는지 설명한 다음 남극대륙을 둘러싼 열강들의 정복 다툼, 이어진 북극 탐험이 누구에 의해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얼음이 어떤 성질을 지니고 있는지, 얼음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짚어보고 몇 번이나 반복되는 빙하시대를 거치면서 지구의 환경이 어떻게 변화했으며 그로 인해 인류의 생활방식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려준다.




그 후 책은 지구 곳곳에 자리하면서 지형의 변화를 가져오고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등 지구의 생태계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던 얼음이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그것이 곧 지구에 위기와 재앙을 몰고 올 거라고 예측한다. 19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측정한 데이터를 토대로 지구가 따뜻해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나타나는 기후 변화의 증거들을 조목조목 짚어준다. 더불어 온난화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제시한다.




사실 그동안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1도, 2도 상승한다는 걸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가 전해주는 현상들을 보면, 또 조만간 다가올 2030년경 지구에서 얼음이 사라졌을 때 벌어질 일들, 전세계에서 물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물에 가라앉게 되는 현상들을 떠올리면 아찔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투발루에게 수영을 가르칠 걸 그랬어>라는 그림책이 떠올랐다. 남태평양에 위치한 아홉 개의 섬으로 이뤄진 섬나라 투발루. 그곳에 사는 소녀 로자와 ‘투발루’란 이름의 고양이와의 우정을 이야기한 책인데, 로자와 고양이 ‘투발루’가 이별하게 되는 원인이 바로 지구온난화였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높아지고 급기야 마당까지 물이 차오르자 로자네는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게 되는데 로자네 가족이 떠나기로 한 날 투발루가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로자는 떠나는데,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본 바닷가에 투발루가 있었다. 창밖으로 멀어지는 투발루를 보며 로자는 슬퍼서 눈물을 흘리고 후회한다. “투발루에게 수영을 가르칠 걸 그랬어!”라고.




<얼음 없는 세상>은 단순히 지구온난화로 인해 나타나는 지구의 변화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지구가 우리 인류에게 주는 ‘최후 경고장’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가족을 잃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로 인해 수많은 투발루를 만들어내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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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도시락 - 맛있고 간편한
김정훈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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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가득 메운 자잘한 여러 가지 상징들. 이걸 뭐라고 하지? 아이콘인가? 워낙 기계치라 컴퓨터와 관련된 거라는 정도만 알뿐 그 이상은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호기심이 생기는데 그건 아마 <과학 도시락>이라는 제목에서 오는 느낌과 추억 때문이 아닐까.




카이스트 출신의 생물학자와 플래시 애니메이션 제작. 서로 정반대되는 이 두 가지를 저자는 모두 갖고 있다. 그야말로 독특한 이력인데 저자는 그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쳤다. 누구나 어렵다고 생각하는 과학지식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서 이해하기 쉽도록 한 것이다. 이쯤되니 기대가 된다. 저자가 마련한 도시락이. 반찬은 뭘까? 분명 영양이 풍부하면서도 맛있겠지?




도시락 먹을 생각에 두근대는 내게 저자는 여덟 개의 도시락을 내놓는다. 그것도 각각의 도시락마다 제목을 붙여서. ‘우리 몸에 숨겨진 과학’ ‘생활 속의 과학’ ‘생명 연장의 과학’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 ‘신기한 생태계’ ‘미래로 나아가는 첨단 기술’ ‘우주 정복의 꿈’ ‘괴짜 과학자들의 비밀노트’...순간 어떤 것부터 먹을 건지 갈등이 생기지만 선택은 자유! 골라먹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태어난지 막 한 달이 된 어린 머리칼이 요상한 액체를 뒤집어쓰면서 난생처름 온 몸이 변화하는 체험을 한 ‘어린 머리칼의 파마 체험기’로 시작한 책은 흥미롭고 신기한 과학지식을 한아름 전해준다. 엄지발가락과 둘째발가락의 길이에 따라 발을 이집트형, 그리스형, 스퀘어형으로 부르는 대목은 정말 통쾌했다. 그동안 나의 이집트형 발을 두고 그리스형 발을 가진 신랑이 곧잘  놀렸는데, 이 책을 보면 그런 말 못하리라! 자신의 몸이 아닌데도 면역체계가 공격하지 않는 태반의 미스테리와 ‘제대혈’이 지닌 무궁무진한 가능성은 두 아이를 출산한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외에도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속담을 실감나게 하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운전자와 과속 단속 카메라의 대결이나 감기와 독감의 차이, 대한민국 전 국민의 자랑거리인 김연아 선수의 멋진 점프의 비결과 여러 가지 용어, 장에 공생하는 세균이 비만을 유도하고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가 자살하는 것처럼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됐다. 뿐만 아니라 “왼손은 거들 뿐”이라는 명언을 남긴 강백호를 통해 농구의 슛 동작에 숨은 원리를 설명하는가하면 살충제를 뿌렸을 때 바닥에 떨어진 모기는 살포시 눌러 확인사살을 해줘야 후환을 막을 수 있다는 유머있는 표현에서 과학을 쉽게 전하려는 저자의 배려가 돋보였다.




“느그들 심하다. 어째 1교시 끝나고 도시락을 먹냐. 양심도 없이!” 수업시작종이 울리고 교실에 들어오는 선생님들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지만 내가 만난 이런 도시락이라면 선생님들은 모두 두 팔 벌려 환영하지 않을까. 맛있고도 간편하게 지식을 전할 수 있으니 과학뿐 아니라 다른 과목 선생님들도 도시락을 준비하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도시락이라면 얼마든지 환영!! 자~알 먹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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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앵카레가 묻고 페렐만이 답하다 - 푸앵카레상을 향한 100년의 도전과 기이한 천재 수학자 이야기
조지 G. 슈피로 지음, 전대호 옮김, 김인강 감수 / 도솔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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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 미국 보스턴의 MIT 공대. - 청소를 하던 청년이 복도 칠판에 적힌 문제를 유심히 들여다보더니 분필을 들고 풀기 시작한다.

# 다음날 - 담당교수, 자신이 학생들에게 한 학기 동안 풀어보라고 제출한 문제를 해결한 학생이 누구인지 수소문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이에 교수는 또 다른 문제를 칠판에 적어놓는다. 그 후 칠판 앞으로 다가온 청년, 역시나 쉽게 문제를 풀어내는데, 그 광경을 지켜본 교수, 다급하게 청년을 부르지만 그는 달아나고 마는데...




영화 <굿 윌 헌팅>의 한 장면이다. 노벨상을 수상한 교수들도 어려워서 쩔쩔매는 문제를 쉽게 풀어내는 윌 헌팅. 그는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로 수학에 탁월한 재능을 가졌지만 불우한 가정환경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 노동자로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러다 램보 교수를 만나 수학문제를 풀고 심리학 교수인 숀 맥과이어 교수를 만나 마을을 열게 된다.




<푸앵카레가 묻고 페렐만이 답하다>란 책을 읽으면서 불현듯 이 영화가 생각났다. 영화 속 램보 교수가 바로 수학분야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을 수상자로 나왔다는 것과 그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 괴팍한 천재 윌 헌팅은 한사코 자신을 감추려했다는 점. 그것이 백년의 난제, 푸앵카레의 추측을 풀어낸 공로를 인정하여 필즈상을 수상하게 됐지만 이를 거부하고 몸을 숨긴 페렐만을 떠올리게 했다. ‘푸앵카레 추측’이란 무엇이며 페렐만은 그 난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을까. 조지 G. 슈피로는 이 점에 대해 풀어내고 있다.




페렐만의 필즈상 수상거부로 시작한 책은 앙리 푸앵카레에 대해 얘기한다. 푸앵카레는 어릴 때 몸이 약했고 말투도 다소 어눌했지만 뛰어난 아이였다고 한다. 수업시간엔 메모는 물론 기록도 제대로 하지 않았지만 집중력과 기억력이 뛰어나서 어떤 어려운 문제도 척척 풀어낼 정도였다고 한다. 푸앵카레는 그 후 광산대학에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수학문제에 몰두하게 되는데 오스카상을 받아 과학계의 총아로 떠오른 자신의 논문에 오류가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논문을 다시 쓰기 시작한 그는 결국 작은 원인이 엄청나게 큰 결과를 불러온다는 나비효과의 토대가 되는 카오스 이론의 기초를 발표한다. 그리고 이전의 실수를 발판삼아 더욱 깊은 의문을 품게 된다. “어떤 다양체의 기본군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그 다양체가 구면과 위상동형이 아닐 수 있을까?”(141쪽)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푸앵카레의 추측’이다.




‘푸엥카레 추측’. 암만해도 역시 어렵다. 초반에 언급된 대로 쉽게 설명하자면 둥근 공 위를 기어가는 개미가 있다고 하자. 그에게 공의 표면은 완전히 평평하게 느껴진다. 해서 그 표면이 둥근지, 평평한지 알려면 개미는 거기서 좀 떨어져서 바라봐야 하는데 이것이 파리에겐 가능할지 몰라도 개미에겐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체에서 떨어지지 않고도 3차원 물체의 표면이 둥글다는 걸 증명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지구 밖을 벗어나지 않고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느냐는 가설이므로 그 범위를 좀 더 넓게 확장하면 우주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우주가 둥근지 아닌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수학분야뿐 아니라 물리학과 천문학에도 큰 업적을 남긴 앙리 푸앵카레. 그가 1904년 발표한 논문에서 자신의 직감을 정리가 아닌 질문으로 제시한 것에 답을 찾아내고 증명하기 위해 이후 100년간 전 세계의 동료 수학자들이 매달리게 된다. 화이트헤드를 시작으로 크리스토스 파파키리아코풀로스, 엘비라 슈트라서라파포트, 제임스 매쿨...등 수많은 수학자들이 모두 푸앵카레병에 걸리는 것도 마다않고 세계 7대 수학난제 가운데 하나인 푸앵카레의 추측에 도전했지만 어느 누구도 완전하게 해결하지 못했다. 2006년 그레고리 페렐만에 의해 푸앵카레의 추측이 정리되기 전까지. 그러나 1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난제를 해결한 그는 필즈상 수상까지 거절한 채 세상과 단절한 채 은둔해버렸다.




때론 책장 한 장에도 무게가 느껴질만큼 어려운 독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학창시절 수학을 어느 정도 했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나의 교만이요, 자만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위상수학이니 위상기하학, 3차원, 4차원, 클라인 병, 베티 수...처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툭툭 튀어나와 앞을 가로막을 때마다 생각했다. 판단착오였어. 수학이 이토록 어려운 학문일 줄이야. 수학을 전공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지...백년의 난제 푸앵카레의 추측을 풀기 위해 수많은 수학자들이 고심한 것처럼 나의 책읽기 역시 고난의 연속이었다.




페렐만에게도 그랬을까. 100년이란 세월의 묵직함. 문제 하나를 풀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친 수학자들의 삶, 생애를 그는 가벼이 여길 수 없었던 건 아니었을까. 40대 중반의 페렐만. 학자로서 아직 한창의 나이인 그가 은둔의 날을 접고 다시 수학자로 나타나길. 그에 의해 밝혀질 심오한 학문의 세계,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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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인가? - 인류가 밝혀낸 인간에 대한 모든 착각과 진실
마이클 S. 가자니가 지음, 박인균 옮김, 정재승 감수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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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뇌와 관련한 책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관심이 가는 책을 한 권 읽고 돌아서기가 무섭게 또다른 책이 독자들을 기다리는, 그야말로 우르르 쏟아지고 있다. 우리 인체에 있어 ‘소우주’라고 불릴 정도로 복잡하다는 뇌.  과거 20년 동안에 밝혀진 뇌에 관한 지식이 지난 200년 동안에 이루어진 지식을 훨씬 능가할 정도로 뇌는 신비의 베일에 겹겹이 싸여 있다고 하는 뇌에 관해 <왜 인간인가?>란 책이 출간됐다.




‘왜 인간인가?’ 제목에서 다분히 도발적인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왠지 철학적이고 과학적이며 심오하고도 묵직한 내용이 담겨있을 것 같다. 대체 인간의 어떤 점을 분석하고 밝혀냈을까. 그래서 얻어진 결론이 무엇일까.




뇌신경학자이자 심리학자로 인지신경과학 분야의 개척자란 평가를 받고 있는 저자 마이클 가자니가는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고 한다. 동물과 동일한 화학물질로 구성된 인간이 동물과 매우 다른 행동양상을 보이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모든 의문에 대한 답을 그저 ‘진화’로만 설명할 수 없는 뭔가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여긴 저자는 인간만이 지닌 고유함에 관해 탐구하기 시작한다. ‘인간은 왜 동물과 다른가’ ‘인간은 왜 특별한가.’ 이 책은 바로 저자의 오랜 연구와 탐구의 기록이다.




책은 4부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인간, 그 최소한의 조건’에서는  ‘인간의 뇌는 다른가’란 주제 아래 인간과 동물의 뇌가 구조나 정보의 처리방식, 용량 측면에서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는데 결론적으로 크게 차이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유일한 존재인 걸 밝히기 위해 저자는 절대적/상대적 뇌 크기라든가 분리뇌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관찰하지만 뇌의 크기나 좌/우뇌의 여부는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걸 밝혀낸다. 또 인간과 영장류의 뇌 구조를 설명하고 인간과 여러 면에서 가깝다는 침팬지와 비교분석하면서 그동안 알려진 인간의 특징인 직립보행이라든가 큰 뇌, 도구사용에 관해서도 짚어주고 있다. 2부 ‘인간, 더불어 살기의 조건’에서는 우리 인간의 큰 뇌가 일상은 물론 사회적인 관계 측면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찰스 다윈이나 리처드 도킨스의 주장을 곁들여 설명하면서 ‘우리는 뼛속까지 사회적’이라고 주장한다. 또 우리의 뇌가 커질수록 사회집단의 크기도 커진다고 하는데 본문 중에 인간의 대체적인 사회집단 크기가 150이라면서 사람들의 개인 주소록도 대부분 150명이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이후 3부 ‘인간, 그 영광의 조건’에서 예술이나 의식처럼 인간만이 갖는 특징에 대해 논하고 4부 ‘인간, 그 한계를 넘어’에서 파이보그란 개념을 도입해서 인간과 기계, 로봇, 인공지능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현재의 유전공학이 우리의 유전암호가 기록되어 있는 DNA를 조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걸로 마무리한다.




사실 의학이나 뇌에 관해 전문지식이 없는 내가 뇌과학에 관한 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본문 중에 어렵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저자가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다(뉴런과 세포원주를 설명하면서 ‘키세스’초콜릿을 언급하기도 한다) 전공이 생물학이어서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역시나 어려운 책이었다.




‘인류가 밝혀낸 인간에 대한 모든 착각과 진실’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그동안 우리가 인간의 뇌에 관해 잘못 알고 있는 지식은 물론이고 인간과 동물이 다른 점, 인간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우리 인간의 뇌가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라면서 그걸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정보와 지식을 총동원해서 설명해주지만 내가 이해하고 넘어간 부분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왜 인간인가’ 마치 화두처럼 다가온 이 물음의 해답을 풀기 위해선 언제든 몇 번이고 정독해야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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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꿀벌의 세계 - 초개체 생태학
위르겐 타우츠 지음, 헬가 R. 하일만 사진, 최재천 감수, 유영미 옮김 / 이치사이언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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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전 세계적으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꿀벌이 사라지는 뭐 어때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일간지에서  계속해서 비슷한 소식을 보도하니 왠지 궁금해졌다. 꿀벌이 어떤 연유로 사라지고 있는지 꿀벌이 사라짐으로 해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리고 불과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전 세계의 꿀벌 집단이 5,60년대에 비해 현재는 절반가량 줄어들었고 지역에 따라선 80% 가까이 줄어든 곳도 있다고 하는데 지구의 온난화로 인한 온도변화가 꿀벌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했으며 농약의 대량살포나 전자파 등이 꿀벌의 감소를 불러온 주된 원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꿀벌이 사라짐으로 해서 양봉업계는 물론이고 농업분야 전체, 더 나아가 생태계의 위기로 이어진다고 하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꿀벌을 단순히 자연의 일부이자 생태계의 일부라고 여겼는데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걸 알게 되니 꿀벌이 어떤 곤충인지 더욱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호기심 가득한 상태로 표지를 넘겨 본문에 들어가기도 전에 또 한 번 놀랐다. ‘꿀벌이 포유동물’이라고 주장하는 게 아닌가. 아무리 전공공부랑 담을 쌓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생물학도였던지라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했다. 다른 이도 아니고 최재천 교수인데 허튼 소리를 늘어놓지는 않았을테고 그럼 이 모든 것이 사실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다.




‘꿀벌은 곤충이다’ 이렇게 서두를 던진 저자는 19세기에 이르러 척추동물의 지위를 얻었다고 주장한다. “꿀벌 군락은 하나의 생물이다. 그것들은 척추동물이다. 일벌은 생명 유지와 소화를 담당하는 몸이고, 여왕벌은 여성의 생식기이며, 수벌은 남성의 생식기이다”(3쪽) 꿀벌 한 마리 한 마리를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꿀벌 군락을 쪼갤 수 없는 전체이자 하나의 생명체, 동물로 인식하고 그걸 ‘초개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럴 듯하다. 저자는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꿀벌 군락은 ‘척추동물’일 뿐 아니라 ‘포유동물’이라고 주장한다. 그 증거들을 이후 10개의 장으로 나누어 자세하게 설명한다. 꿀벌의 탄생에 있어 유전자 분자의 복합적인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꿀벌의 낮은 번식률과 유충을 양육하기 위해 여왕벌이 로열젤리를 분비하는가하면 유충의 체온을 인간과 비슷한 35도로 유지하기 위한 난방벌의 노력, 벌집을 위협하는 침입자를 미이라로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꿀벌의 학습능력이었는데 그동안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걸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꽃을 찾아낸 꿀벌이 동료에게 춤으로 꽃의 위치나 꿀의 정도를 알려주는 건 물론이고 좌우구별이나 같고 다름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한번 찾아서 꿀이 없는 꽃에는 특별한 화학적인 표지까지 남긴다고 하니 정말 놀랍다.




예전에 벌에 쏘인 적이 있어서 ‘벌’이 주변을 날아다니면 덜컥 겁부터 났다. 그런 좋지 않은 경험이 있어서 처음 이 책을 대할 땐 용기가 필요했다. 본문 속에서 만날 벌의 사진이 두려웠다. 하지만 책장이 조금씩 뒤로 넘어갈수록 꿀벌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를 정면에서 빤히 바라보고 있는듯한 표지사진도 더 이상 두렵거나 징그럽지 않았다.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인간은 그로부터 4년 정도밖에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꿀벌이 없으면 수분도 없고, 식물도 없고, 동물도 없고, 인간도 없다...” 325쪽.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이 말에서 언급된 4년이 지났는지, 아니면 진행 중인지 나로선 알 수 없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꿀벌에 대해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하나씩 알아나가는 것. 저자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건 그게 아닐까. 모처럼 나간 야외에서 벌이 날아다닌다고 성가신 불청객으로 취급할 게 아니라 이 지구에서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함께 살아나갈 생태계의 동료다. 작지만 그 속엔 엄청난 정보로 가득한 생명체, 꿀벌. 그들의  놀랍고 경이로운 세계로 초대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으니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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