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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경험의 다양성 - 신의 존재에 관한 한 과학자의 견해 ㅣ 사이언스 클래식 16
칼 세이건 지음, 박중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7월
평점 :
“여러분, 요근래 밤하늘을 보신 적 있으십니까?” “거기서 별을 몇 개나 보셨습니까?” 얼마전 도서관의 ‘재미있는 우주체험 이야기’라는 강좌를 들었는데요. 강좌를 마악 시작하자마자 선생님께서 이런 질문을 하시더군요. ‘별을 몇 개나 보셨’냐고. 밤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이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난데없이 웬 엉뚱한 질문?...하고 생각하던 참에 함께 강좌를 듣던 지인이 그러더군요. “몇 개 밖에 안 보이던데요.” 엉? 이게 무슨 소리야? 몇 명에게서 비슷한 대답을 들으신 선생님께선 그러시더군요. “그렇죠? 현란한 불빛이 가득한 도시의 하늘에선 별을 찾기가 정~말 힘듭니다. 하지만 아주 외딴 곳, 촛불 하나만큼의 불빛도 없는 곳에 가보세요. 거긴 다릅니다. 거긴...정말, 별이 쏟아집니다.” 그리고 이어진 강의시간 내내 선생님께선 우리 눈에 보이진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보여주셨습니다. 별의 탄생과 성장, 죽음 그리고 우리 은하수 너머에 펼쳐진 또 다른 은하수까지.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을 마악 손에 잡자마자 그때의 강의가 생각났어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의 모습이 담긴 표지 사진을 보며 이 많은 별들 속엔 어떤 세계가 펼쳐져 있을까 알고 싶었습니다. 하늘의 별과 ‘과학적 경험’과 ‘신의 존재’가 대체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신의 존재에 관한 한 과학자의 견해’라는 부제가 달린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은 25년 전인 1985년 글래스고 대학교에서 열린 칼 세이건의 기퍼드 강연을 정리한 책인데요. 인문학자이자 천문학자이며 천체물리학자인 칼 세이건은 아홉 번에 걸친 이 강연을 통해 과학과 종교, 그리고 신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견해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책은 ‘자연과 경이’, 종교와 과학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저자는 종교라는 영어단어가 ‘함께 묶는다’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비롯되었으므로 ‘과학과 종교의 목표는 결국 동일하다’고 믿는다고 털어놓습니다. 다만 종교와 과학이 진리에 접근하는 방식과 무엇이 진리인지 주장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맑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는데요. 여러 장의 우주 사진을 통해 광활하고 거대한 우주 공간 속에서 우리는 아주 보잘 것 없는 존재에 불과한데 이런 과정 어디에도 ‘특정한 신학적 결론이 도출되지 않’는다면서 세계의 여러 신화를 비롯해 서양 종교에서 신들이 지닌 문제점을 짚어줍니다. 그렇다고 저자가 신의 존재나 종교 자체를 부정하느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우리 인간들에게 있어 종교가 어떤 부분을 차지하는지, 그로 인해 인간의 삶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대목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양종교에서 주장하는 신이 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주장이나 창조론이나 종교적인 기이한 현상이나 체험 등은 의문이 든다며 왜 그런지 여러 과학적인 증거들을 통해 제시합니다.
외계의 지적 생명체에 관해서도 저자는 지금까지 시도되었던 여러 탐구 사례와 현상을 예를 들면서 설명합니다. 외계로부터의 메시지를 비롯해 외계인의 생김새 등을 과학적인 측면으로 접근함과 동시에 종교에서 주장하는 것에 어떤 허점이 있는지 짚어줍니다. 깜짝 놀란 대목도 있어요.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우리의 은하의 사진이 실제 지구가 속한 은하가 아니라는 거예요. 우리의 은하를 관찰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을만큼 적당히 떨어진 거리에 카메라를 보내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와 가장 흡사한 은하, 안드로메다자리 M31의 사진으로 대신한다는 거지요.
칼 세이건의 책은 이번의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이 처음입니다. 호기심에 그의 <코스모스>와 <창백한 푸른 점>을 구입했지만 아직 읽지 않았거든요. 해서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을 내가 얼마나,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자의 강연은 녹취록이란 걸 실감할 수 없을 만큼 문장이나 내용 전달이 쉽고 리드미컬했지만 또, 책의 후반부에 각 강연마다 저자가 여러 참석자들과의 나눈 질문과 답변이 수록되어 있지만 그래도 왠지 조금 답답했습니다.
며칠 전이었어요. 책의 후반부를 읽을 즈음, 이런 기사를 봤습니다. 미국 하버드대의 저명한 교수가 국내에서 강연을 하는데 그 강연 참가 신청에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미국에서조차 깜짝 놀랐다고. 그 기사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만약 저자인 칼 세이건이 아직도 생존해 있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그의 강연이 국내에서 이뤄진다면 어떨까. 그랬다면 전 아마 수많은 참가신청자 중에서 내가 뽑히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을 겁니다. 틀림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