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 KBS 사이언스 대기획 인간탐구
김윤환.기억 제작팀 지음 / 예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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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미치겠어요. 내가 한 기억이 없는데 어느새 씽크대에 설거지가 다 되어 있는 거 있죠. 남편이 얼마나 황당해 하던지(이 말을 한 지인은 벌써 이와 같은 일을 두 번째 겪었다는군요)...

B : 난 집에 없는 책이라고 샀는데 알고 보니 예전에 그 책을 샀더라구. 

C : 말도 마. 난 엊그제 전기밥솥에 밥을 안치면서 쌀을 밥통에 안 넣고 밥솥에 그냥 붓고 취사버튼을 눌렀다니까.

A : 어머, 나도 그런 적 있는데...그치만 전 취사버튼까지는 안 눌렀는데...

C : 하~!, 이렇게 가다보면 전화기를 냉장고에 넣는 날도 금방이지 싶어...




중년을 넘긴 지인들과 만나다보면 때론 기인열전이 따로 없습니다. 며느리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시댁이나 남편 흉을 비롯해서 차마 남에게 말하기 어려운 실수담들이 연이어서 나오는데요. 아이 문제를 제외하고 요즘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바로 ‘건망증’입니다. 자신의 증상이 건망증인건지, 치매인지 구분하는 것부터 어렵다는 거지요. 그럴 때마다 약속시간을 깜빡하면 건망증이고 약속이 있다는 것조차 모른다면 치매로 봐야한다며 간단하게 설명하지만 아리송한 건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인간을 인간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면 무언가를 잊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건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하는 걸까요?




한 방송국에서 기획 다큐멘터리로 기억의 실체와 비밀을 파헤치는 프로그램을 제작했습니다. 최첨단 장비를 이용해서 인간의 뇌 구조와 기억의 원리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었는데요. 바로 그 프로그램의 내용이 책으로 출간됐습니다. <인간탐구, 기억>입니다.




책은 크게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먼저 ‘1장. 오래된 미래, 기억’에서는 <박사가 사랑한 수식>, <첫 키스만 50번째>라는 책과 영화를 통해 언급된 단기기억상실증 환자를 통해 뇌의 어느 부분이 기억을 담당하고 있는지 추적하는데요. 우리 뇌의 ‘해마’라는 부위에서 기억이 저장된다는 것을 밝혀냅니다. 하지만 기억은 완전한 것이 아니어서 때론 기억이 왜곡되기도 한다면서 기억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짚어줍니다. ‘2장. 봄날은 온다’에서는 저를 비롯한 중년의 지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바로 건망증이나 치매처럼 기억력이 떨어지는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는데요. 알콜과 스트레스가 기억력이 떨어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습니다. 다행히 책에는 기억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훈련과 운동법을 소개해놓아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살다보면 기억하는 것만큼 잊는 것도 중요하지요. 바로 그 잊는 것에 대해서 ‘3장. 두 번째 선물, 망각’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너무 괴롭고 힘겨워서 차라리 잊고 싶을 때. 무언가를 기억하느냐 혹은 잊어버리느냐는 그때의 감정이 어떠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합니다. 즉, 어떤 상황이든 감정이 개입된 것은 쉽게 잊혀지지 않기 때문에 되도록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봤습니다. 뇌의 노화는 고유명사를 잊는 것부터 시작되는데 그건 바로 중년의 뇌가 가장자리부터 닳기 시작하기 때문이라는군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억하려고 애쓰는 한 치매가 아니라고 합니다. 왜냐면 치매는 아예 기억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는데요. 인상적이었던 것은 기억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책에서 하루 일과의 기록이 언급되었된 것처럼 ‘이틀 전 일기를 쓰라’는 겁니다. 그 이유는 인간이 나이 들수록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시키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당일이 아닌 이틀 전 일기를 쓰는 습관을 들이면 기억력이 약화되는 걸 늦출 수 있다고 하네요. 저도 꾸준히 해봐야겠습니다.




공교롭게도 최근 뇌에 관한 책을 연이어 읽었습니다. 10대 청소년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변화를 다룬 책과 기억의 실체, 비밀을 밝히는 <기억>까지 우리 인간의 뇌를 다각도로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알면 알수록 인간의 뇌는 참 신비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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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빼앗긴 사람들 - 생체 리듬을 무시하고 사는 현대인에 대한 경고
틸 뢰네베르크 지음, 유영미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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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올빼미다. 오전엔 내내 해롱거리다가 해가 어스름하게 넘어갈 쯤부터 기가 살기 시작, 자정에 임박해서 정점을 찍는다. 시간은 이미 오늘에서 내일로 넘어갔지만 나의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잘한 일들을 마무리하고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좀 더 보낸 후에야 잠자리에 든다. 그때가 대략 새벽 3~4시. 때론 해가 뜨기 직전 밖이 밝아질 무렵이 되기도 하지만. 여하튼 난 이런 생활리듬, 패턴에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나의 생활리듬은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다름아닌 시댁 식구들이 전형적인 종달새, 아침형 인간이었던 것. 저녁 9시 뉴스가 끝나기도 전에 모두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불 끄고 잠자리에 눕는 걸 보면서 난 황당과 당황 사이를 오갔다. “아니, 뭐야. 왜들 벌써 자?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는데...?” 이렇게 항의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나도 따라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정신은 말똥말똥...죽을 맛이었다. 아이 낳고서는 더 심해졌다. 어린 아기 때는 밤낮없이 수시로 빽빽 울어대더니 자라선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를 보면서 시어머니는 툭하면 “어미가 밤에 잠 안자고 있으니 애들이 저렇지!”라며 면박을 주셨다. 오기가 생겼다. 좋다! 그럼 애들 깨어있을 때 나도 깨어있지. 이후 나는 새벽 서너 시에 잠들어서 일곱 시쯤 일어나 아이들을 챙겼다. 완벽에 가깝게.




하지만 원더우먼이 될 수는 없었다. 몸에 서서히 이상이 생기더니 몇 년 전부터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수시로 편두통과 감기에 시달렸다. 급기야 한의원에서 침 맞고 뜸을 뜨는 약 한 시간 동안 내내 가위 눌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건 정말 사는 게 아니란 생각, ‘밤에 제발 잠 좀 자라’는 의사 말에 한동안 취침시간을 자정으로 당겼는데. 행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울했다. 왜 그럴까? 도대체 나의 무엇이 문제인걸까?




최근에 만난 책 <시간을 빼앗긴 사람들>이 좋은 실마리가 되었다. 시간생물학자인 저자는 우리 인간을 비롯해 모든 생물체들은 몸속에 시계(체내 시계)가 있어서 그것을 거스를 경우 건강을 해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인간이 그 체내 시계의 흐름에 따라 잠을 자고 깨어있는 게 정말 힘들다는 데 있다. 출퇴근과 등하교 시간이 정해져있듯이 우리는 일상 속에서는 수많은 시간의 제약이 존재한다. 어쩌다 야근이나 원거리 출장이라도 다녀오고 나면 생체리듬은 여지없이 깨어져서 평범한 일상으로 회복하기가 정말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이 생체 시계는 언제부터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을까? 저자는 인간이 태양의 뜨고 짐에 맞춰 살아갈 때는 별다른 문제없이 충분히 적응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단 시간에 먼 거리를 여행할 수 있게 된 대사건, 철도의 발명으로 인해 우리의 생체 시계가 혼란을 겪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거기에 밤이 되어도 환한 도시와 공장의 빛은 점점 우리가 태양의 움직임과는 무관한 생활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우리의 체내 시계가 서서히 틀어지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이런 얘길 한다. 바로 우리 인간의 외모와 성격이 모두 제각각이듯 각자 체내 시계의 리듬도 저마다 다르다고. 거기다 그 유형이 새벽형, 올빼미형 단 두 가지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 무수히 많은 인간처럼 다양한 체내 시계가 존재하고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고 진행되는지 저자는 여러 사례와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 이를테면 평소 생활하면서 느꼈던 것들, 하루 중 유독 점심 때 졸리는 건 뭔지, 십대 청소년들은 왜 그다지도 아침에 깨어나기 힘들어하는지... 이런 의문들에 대한 설명이 수록되어 있다. 나처럼 올빼미형 인간이 일반 사회 시간과의 간극을 어떻게 하면 좁힐 수 있는지 그 해결책 또한 제시하고 있다.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시계에 관한 이야기다. 돈 주고 사서 손목에 차고 다니거나 벽에 걸어놓는 시계가 아니라, 우리 신체 안에서 똑딱거리는 시계에 관한 이야기다.(6쪽)’ 자신의 몸속에서 째깍거리며 움직이는 체내 시계에 대해, 그 비밀이 알고 싶다면, 그 체내 시계가 다른 이와 다른 움직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에서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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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박수용 지음 / 김영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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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위대한 왕>을 만났습니다. 만주의 밀림을 비롯해서 중국과 백두산을 호령하던 조선호랑이의 당당한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우거진 숲을 바람처럼 날렵하게 달리던 모습, 목숨 대 목숨 사냥감과의 숨 막히는 공방전, 숲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포효. 이 모든 것들을 실제가 아닌 책으로 만났지만 조선호랑이의 늠름함은 제게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바로 그 호랑이가 우리의 상징이라는 것이 무엇보다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얼마전 또 한 번 호랑이와의 만남을 가졌는데요. 이번엔 시베리아 호랑이입니다. 드넓은 시베리아 설원을 지배했던, 사냥할 때마다 주변이 온통 피로 물든다고 해서 수많은 신교도들을 처형대로 몰아간 영국 여왕 ‘피의 메리’란 별명이 붙여진 암호랑이 ‘블러드 메리’와 그 가족에 관한 기록이 한 권의 책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에 담겨 있습니다.




오랫동안 야생호랑이를 연구하고 관찰했던 저자는 시베리아 호랑이를 만나기 위해 평범한 인간이 누리는 삼시세끼 식사와 안락한 집, 편안한 옷, 다정한 가족들 이런 것들을 모두 뒤로 한 채 시베리아의 혹한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한 평 정도의 땅을 파서 자리 잡고서는 그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합니다. 불편한 자세로 선잠을 자고 꽁꽁 언 밥을 녹여 먹고. 그리곤 기다립니다. 시베리아의 냉혹한 자연 속에서 언제 끝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오랜 기다림. 그것은 소리 없는 치열한 싸움입니다. 그러다 맞닥뜨리게 되지요. 그토록 기다려온 호랑이를.




뜨뜻한 콧김이 훅 끼쳐오며 호랑이의 뻣뻣한 수염이 왼쪽 손등을 스쳐갑니다. 삶과 죽음, 그 허약한 존재의 추가 눈앞에서 어른거립니다. - 10쪽.




책은 호랑이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호랑이에 대한 많은 것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호랑이의 모습에 따라 남반구와 북반구로 나뉜다는 것에서부터 호랑이의 습성, 생태, 호랑이의 크기와 암수를 구별하는 방법, 호랑이를 관찰하기 위해 잠복장소를 물색하고 어떻게 준비하는지 그 과정을 세세하게 알려주는데요. 다소 지루하게 여겨지기도 했지만 저자가 호랑이를 관찰하고 연구하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공을 들였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바로 블러드 메리였습니다. 시베리아 호랑이가 지구상에 350여 마리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겠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맹수 중의 맹수 호랑이지만 블러드 메리는 신중하고 또 자신의 영역에 애착이 깊었습니다. 평범한 인간과 밀렵꾼을 구분할 줄도 알았습니다. 특히 월백, 설백, 천지백 세 마리의 새끼를 낳아 기르는 부분은 실로 감탄에 이를 정도였어요. 오히려 인간보다 더 세심한 게 아닌가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호랑이는 새끼 중에서 제일 강한 한 마리만 키운다고 아는데요. 그건 100% 사실이 아니었어요. 대부분의 세끼가 세 살이 되기 전에 죽는 슬픈 현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겁니다. 안타깝고 가슴 아픈 장면도 많았습니다. 바로 블러드 메리가 인간의 욕심에 희생되어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 쓰러진 어미 곁을 새끼 호랑이들이 떠나지 못하고 서성대는 대목에서는 코끝이 시큰해지고 가슴이 찡해졌습니다.




천험의 땅 시베리아, 그곳에서 살아가는 시베리아 호랑이들의 모습, 삶과 죽음의 현장을 지켜보면서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우리 인간의 이기 앞에 스러져가는 무수히 많은 동물들. 그 앞에서 우린 과연 얼마나 당당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어미 블러드 메리처럼 월백과 그의 자손들이 시베리아 설원을 당당히 지배하는 날이 오기를 저자처럼 저 역시 간절히 기대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호랑이는 살아가고 있다. 월백의 어미와 그 어미들이 그랬듯이 월백의 자식들도 이곳에서 새끼를 낳고 무사히 길러내기를 나는 진심으로 바랐다. - 419쪽.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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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 생물 콘서트 - 사진으로 보는 생태다큐멘터리
한영식 지음 / 동아시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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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어제였습니다. 인터넷에서 정말 어처구니없는 기사를 봤습니다. 현재 강원도에 건설추진 중인 골프장이 40여 곳이 넘는데 그 면적이 여의도 면적의 18배, 축구장 6690개 정도라고 하니 어마어마한데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로 인한 환경, 생태 파괴가 실로 엄청나다는 겁니다. 18홀 규모, 100ha의 골프장 하나가 생기기 위해서는 10만 그루 이상의 나무가 베어져야 한다니. 우리나라의 백두대간의 등허리라 할 수 있는 깊고 깊은 산, 강원도 골짜기에서 살아가고 있는 담비나 하늘다람쥐, 까막딱다구리 같은 야생동물들은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더군요. 근데 절 어이없게 했던 건 골프장 대상지역에 살고 있는 멸종위기종 보호에 대한 해당지방 환경청장의 답변이었습니다. “하늘다람쥐 같은 동물들은 생존력이 굉장히 강한데 걔네들이 거기 가만히 앉아서 죽겠습니까? 다 이동을 하죠. 다른 곳으로. 당연한 거죠”




예전의 저라면 아마 어제 그 기사를 보고도 그냥 지나쳤을 겁니다. 하지만 한 권의 책을 보고 난 직후여서 그랬는지 순간 울컥 화가 치솟더군요. “야생동물은 모두 알아서 살길 찾는다구요? 이보세요. 도대체 뭘 알고 하는 소리에요?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한 권의 책을 읽는 약간의 시간을 통해 제게 ‘울컥함’을 전해준 책, 바로 ‘사진으로 보는 생태 다큐멘터리’라는 부제의 책, <우리 땅 생물 콘서트>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토종 동식물에 대해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알려주는 <우리 땅 생물콘서트>. 책의 구성은 단순합니다. 크게 ‘인간과 함께 사는 생명’ ‘살생으로 사라지는 생명’ ‘병들어가는 삶의 터전 지구’ ‘거침없는 개발 현실’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거나 우리가 꼭 알아야할, 경각심을 일깨우는 동식물 24종을 선정한 다음 해당 동식물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와 관련한 동식물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제일 처음 소개되고 있는 ‘유용한 자원생물 무당거미’에서는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악당을 물리치는 스파이더맨의 활약으로 호기심을 유도한 저자는 ‘스파이더맨처럼 자연에 살고 있는 진짜 거미들도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합니다. 거미가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쳐놓은 거미줄 덕분에 농작물의 해충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무당거미의 소화액에 들어있는 ‘아라자임’이라는 효소가 신물질로 각광받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와 더불어 곤충의 습성과 생태를 인간이 어떻게 연구하고 유용하게 활용하는지, 곤충의 더듬이는 최첨단 센서로, 나비의 체온조절방식은 컴퓨터 칩 냉각에 접목되었고 무더운 사막의 흰개미탑에서 건축가는 사막 한 가운데에 에어컨 없이도 시원한 건축물을 만드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고 강조합니다. 또 ‘부엉새가 울지 않는 겨울밤’에서 저자는 ‘부엉~ 부엉새가 우는 밤..’이라고 동요에도 등장할 정도로 친근했던 부엉새가 언제부턴가 그 울음소리조차 듣기 힘들어졌다고 하는데요. 그 원인을 추적해보니 1960~70년대의 쥐잡기 운동이 단초가 되었다는군요.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쥐를 잡기 위해 쥐약을 놓았는데 그것이 결국 상위포식자인 부엉이에게까지 미쳤다는 건데요. 빈대 태우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이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책의 표지에는 ‘대한민국 동식물에 관한 아름다운 보고서’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처음엔 그 문구를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우리 땅에 자라는 아름다운 동식물을 만날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었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주제, 하나의 동식물로 시작된 만남이 그와 관련된 여러 동식물로 이어지는 걸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책이 전하는 현실, 우리 땅의 아름다운 동식물이 처한 상황을 대면하니 왜 사람들은 눈앞에 닥친 하나밖에 보지 못하는 걸까 안타까웠습니다.




저자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이 아름다운 지구에 인간만이 살아야 하는 거냐고. 정말 그런 건가요? 이 푸른 지구의 주인은 누구인지, 인간을 포함한 이 땅에 사는 모든 생물이 지구의 주인이란 걸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리산에 반달가슴곰이 사는 것이 나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반달가슴곰이 사는 숲은 좋은 숲이 유지된다는 말과 같다. 우리의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생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선행되어야 한다. - 85쪽.




한 생명의 몰락으로 생태계 평형이 기울어지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걷잡을 수 없이 파괴된 생태계는 위험천만한 곳이 된다....위해동물이라 할지라도 모든 생물은 그 자체로 존재가치가 충분하다. 인위적으로 해결하려 시도하기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자연적으로 조절되게 돕는 것이 옳다. - 95쪽.




꿀벌 실종은 생태계에 위험이 닥쳤다는 경고의 신호탄이다. 다음에는 어떤 해일이 덮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자연에 아주 심각한 병이 발생했지만 인간들은 그저 지켜보고만 있다....꿀벌이 사라진 가을, 수확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농부들의 주름살과 깊은 한숨만 늘고 있다. 결실 없는 황금계절을 더욱 고즈넉하게 만든다. - 160쪽.

 

사람들은 잔꾀를 부리다 자기 꾀에 넘어간 토끼처럼 놀란 눈을 하고 있다.... 모기로 인한 스트레스가 인간에 의해서 발생했다는 것에는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인간이 모기로부터 정말 자유를 누리고 싶다면 좀 더 멀리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런저런 지원 정책을 만드는 것보다 원형 그대로의 숲을 보존하고 가꾸는 것만이 모든 생물들이 잘 사는 지상낙원을 만드는 길이다. - 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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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의 생물들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모든 문제 라루스 세계지식사전 시리즈 1
이브 시아마 지음, 심영섭 옮김 / 현실문화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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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날 아침. “딩~동!”하고 벨이 울린다. 배달된 커다란 상자를 열어보니 펭귄 한 마리. ‘저는 펭귄 1호입니다. 끼니때가 되면 먹이를 주세요’란 쪽지가 있을 뿐 누가 보낸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다음날 아침, “딩동!” 두 번째 펭귄이 배달되고, 다음날 또 한 마리...




우리 집의 두 아이가 모두 좋아하는 그림책 <펭귄 365>은 이렇게 황당하게 시작한다. 매일 아침 펭귄이 배달되고 불어나는 펭귄을 관리하기 위해 가족들은 골머리를 싸맨다. 그러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까지 펭귄이 모두 365마리 배달되는데...‘도대체 누가 왜 펭귄을 보내는 걸까?’에 대한 의문은 마지막 순간에 해결된다. 바로 지구온난화 때문에 남극의 빙하가 녹아들고 그러면서 펭귄의 서식지가 줄어들어서라고...‘아하, 바로 그래서였군’하고 수긍할 즈음 책은 깜짝 놀란 반전으로 끝을 맺는데 깜찍한 유머와 함께 환경보호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는 책이다.




라루스의 세계지식사전 시리즈의 하나인 <멸종 위기의 생물들>을 보는 내내 <펭귄 365>라는 그림책이 떠올랐다. <멸종 위기의 생물들>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모든 문제]라는 수식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지구상에서 사라져가는, 멸종 위협에 놓였거나 멸종이 임박한 생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은 크게 ‘종은 어떻게 탄생하고 사라지는가’ ‘멸종 위기에 놓인 생물들이 사는 곳’ ‘인간이 생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할 때’ ‘쫓기거나 옮겨진 종’ ‘어떤 종들이 멸종 위기에 놓여 있나?’ ‘행동하고 끊임없이 보호하기’ 이렇게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일 먼저 종(種)이 무엇인지, 종의 탄생과 성장, 소멸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멸종은 인간의 힘으로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면서 공룡 DNA를 발견해 공룡을 복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런 다음 지구상에서 어느 곳의 생태계, 생물들이 위험한 상황에 놓였는지 짚어주는데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열대림은 물론이고 깊은 바다속까지, 어느 한 곳도 안전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우리 인간이 지구의 생물들에게 이루 말 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하고 잔혹한 짓을 일삼는다는 거였다. ‘지구에서 생물들이 멸종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인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란 것이다. 당장 먹고 살기 위해 숲의 나무를 무작위로 자르는가하면 남과 다른 특별한 애완동물이나 실내장식을 위해, 치료약을 만들기 위해 희생되는 생물의 수도 어마어마했다. 




얼마전에는 이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돌고래의 놀라운 자기 치유 능력’에 관한 거였는데 돌고래는 상어한테 물려서 심각한 부상을 입어도 상처가 금방 아무는데 그것은 돌고래의 피부가 자체적인 항생능력을 갖고 있다는 증거라며 외상으로 고통받는 인류를 위한 연구가 진행될 계획이라고 했다. 그걸 보는 순간 앞으로 얼마나 많은 돌고래가 희생될 것인지 강한 의문이 들었다.




저자는 말한다. 언제부턴가 멸종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다고. 이런 속도로 가다가는 제 6의 멸종이라는 ‘대멸종’이 일어날 거라며 경고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금도 환경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미래엔 더욱 심각할 지경에 놓이게 되다니. 그래선 안 될 일이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늘었다 해도 한 사람이 지구에 머무는 시간은 겨우 백 년 정도. 그런 인간이 얼마나 지금 얼마나 오만한 행동을 일삼는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반드시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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