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랭귀지 - 박자세, 자연의 탐구자들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지음 / 엑셈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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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책에 관한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섭렵(?)했다고 자부(?)했는데. 이런 경우는 참 드뭅니다. <유니버설 랭귀지> 표지를 가득 메운, 암호 같은 문자들을 보고 순간 머리를 짚었습니다. 어이구야, 이건 또 뭔가...? 사실 제가 화학을 워낙 싫어해서 생물학의 전공과목인 생화학, 유기화학 수업을 자주 빼먹긴 했습니다. 그래도 기본이란 게 있는데. 생전 처음 보는, 낯선 기호 앞에선 비명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이건 아니야! 너무 하는 거 아냐? 좌절하고 포기하려는 찰라, 몇 개의 문자가 눈에 띄었습니다. ‘E=mc2’, ‘H2O’, ‘CO2’, 'ADP', 'ATP'... 정말, 어찌나 반가운지. 큰 맘 먹고 참석한 모임에 아는 사람 하나도 없어서 난감한 순간에 그다지 가깝지 않은 몇 다리 건넌 ‘지인’을 만난 기분이랄까요? 순전히 이 몇 개의 문자 덕분이었습니다. 제가 <유니버설 랭귀지>를 읽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우선 <유니버설 랭귀지>의 저자부터 얘기 해야겠습니다. ‘박자세’라는 이름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요. 박자세는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의 약칭으로 ‘인간의 의식을 포함한 137억년 우주의 진화 전체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습단체이자 자연과학 문화운동단체’라고 하는데요. 특히 ‘137억년 우주의 진화’와 ‘특별한 뇌과학’ 강의는 박자세 회원은 물론 온라인상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 강의 녹취록과 강의에 참여한 회원들의 기록을 한데 모아서 펴낸 것이 이 <유니버설 랭귀지>입니다.

 

책은 모두 15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반상대성 이론, 초기우주. 별의 일생, 생명의 에너지, 기억과 훈련, 자연과학으로 본 인문학 등 자연과학 분야에서 인간이기에 품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의문들을 하나씩 다루고 있는데요. 박자세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을 위해 첫 장에서 박자세의 원칙인 몸 훈련, 뇌 훈련, 목적 훈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공부를 하는데 있어 암기는 반드시 필요하며 어떤 것을 암기해야 하는지 설명한 다음 공표합니다. 박자세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힘들지만 책 보는 습관을 바꾸세요. 논문은 과학자들이 헉헉대면서 한 발씩 딛고 올라간 산물입니다. 논문을 본다는 것은 그 분야의 연구원 수준이 되는 겁니다. 박자세의 최고 목표는 논문입니다. 일반인이 전문가의 수준으로 과학을 공부하는 것, 박자세의 목표입니다.ㅡ19쪽.

 

‘2장 일반상대성 이론’부터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는데요. 21세기를 앞두고 과학자들이 선정한 과학 분야의 위대한 발견 중에서 첫 번째가 진화론, 두 번째가 일반 상대성 이론, 세 번째가 특수 상대성 이론이라고 하면서 아인슈타인의 밝혀낸 것들에 대해 설명합니다. 시간과 공간의 변형에 있어서 ‘광속불변의 법칙’이 얼마나 중요한지, 중력과 가속도의 관계를 짚어줍니다. ‘5장 디랙 방정식’에서는 양자역학의 시작이라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이야기하는데요. 처음 보는 기호 ‘Ψ (파동함수)’를 비롯해서 이것도 미분인가? 싶을 정도로 낯선 미분 방정식에 학창시절 제일 싫어했던 행렬까지 총동원이 되더군요. 현대 물리학은 양자 물리학의 기초 위에 성립되었기 때문에 양자 물리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슈뢰딩거 방정식은 반드시 알아야 된다고 하는데 막상 만나보니 외계어로 이루어진 수식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겐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 이해되는 것보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박자세 회원들의 열정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매주 서울에서 열리는 강의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 대구, 광주는 물론이거니와 먼 유럽이나 베트남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기도 한다는군요. 뿐만 아니라 강의 듣기에 가장 좋은 명당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최소한 한 시간 전에 도착하고 칠판에 빼곡하게 채운 강의내용을 4가지 색 볼펜을 동원해서 적거나 그마저도 안 되면 강의 중간 잠깐의 쉬는 시간에 칠판 앞으로 달려가 카메라를 들이댄다고 하는군요. 수강자들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중학생부터 대학생, 주부나 일반 직장인, 상담전문가, 인문예술분야의 학자, 종교인 전직을 알 수 없는 80대의 노인들이라고 하는데요. 그런 사람들이 결코 쉽지 않은 자연과학과 뇌과학 공부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해외학습탐사를 가는 공항에서도 공부의 몰입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한다. 왜 하는가? 무엇을 위해 하는가? 가끔 허공을 향해, 내면을 향해 던지곤 하는 질문이다. 진리를 보는 안목을 갖자는 생각을 늘 하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정면으로 돌파할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이제는 막혔던 답 하나를 담게 되었다.ㅡ386쪽.

 

생물학을 전공했지만 대학시절의 저는 공부보다 딴 데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에 자연과학에 대한 약간의 부채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자연과학 분야의 책을 꾸준히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요. <유니버설 랭귀지>는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0여 년에 걸친 박자세 회원들의 공력은 책 한 권으로 넘볼 수 없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강의 부분을 볼 때면 어려워, 난해해...를 연발했지만 이어지는 회원들의 에세이와 참여소감을 보면서 지금이라도 다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표지의 앞뒤를 가득 메운 외계어 같은 기호를 모두 알게 되는 날이 올까요?

 

매 강의마다 마지막 부분에 메모할 수 있는 백지와 해당 강의에 관련해서 참고도서를 소개해놓은 점은 정말 좋았습니다. 본문 사진에서 만난 박자세의 단체 티셔츠는 심플하고 독특해서 탐이 날 정도였는데요. 하지만 색인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이후 개정판이 출간되거나 다른 책이 출간될 때 색인을 꼭 덧붙여지길 바라며 제 마음을 울린 대목을 소개합니다.

 

별을 좋아하는 사람은 마젤란 성운 하나만으로도 호주에 갈 만한 이유가 돼요. 10년 전 울룰루 바위 부근에서 야영하면서 처음으로 마젤란 성운을 새벽에 보았습니다. 아직도 그 놀라운 순간이 생생합니다.……바라보고 망연해지고 하면서 그 새벽이 하얗게 될 때까지 가슴에 내려앉은 은하가 심장박동으로 옮겨지고 그 새벽, 울룰루 바위 부근에서 본 마젤란 성운은 내 몸의 일부가 되어 버렸습니다. ㅡ241~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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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4-07-28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하 상당히 많은 분량의 리뷰입니다.

몽당연필 2014-07-28 20:19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런가? 원래는 더 적으려고 했는데 너무 긴 듯해서 중간에 편집했다능....^^;;
 
펭귄은 왜 바다로 갔을까? - 청소년, 인문학에 질문을 던지다 꿈결 청소년 교양서 시리즈 꿈의 비행 5
최재천 외 7인 지음 / 꿈결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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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엄마, 뽀로로! 여기 얘, 뽀로로야! 뽀로로 있으니까 이거 봐도 돼?”

며칠 전입니다. 설거지하랴 저녁 준비하랴 정신없는데 작은 아이가 제 책을 갖고 설레발을 치는 거예요. 내 책에 뽀로로는 무슨...쓸데없이 소리하지 말고 니 책 읽어! 하고 호통을 쳤는데요. 나중에 보니 아뿔싸! 표지에 정말 뽀로로가 있네요. 펭귄이면서 난데없이 튜브도 하나 차고....얘가 정체성의 혼란이 왔나? 싶어 쿡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금세 의문이 생겼습니다. 펭귄이 바다로 가는 건 당연한 건데 대체 왜 궁금한 거지?

 

 

살면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에게, 조금씩 자라면서 친구와 선생님에게 질문을 하는데요. 즉각적으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질문이 있는가 하면 며칠, 몇 달, 혹은 영영 답을 구하지 못하는 질문도 있습니다. <펭귄은 왜 바다로 갔을까?>는 바로 그런 질문에 대한 책인데요. 질문자가 청소년이라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입시전쟁을 치르는 그들은 당연한 거라고 여기고 있던 것,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 왜 물어보는지 이유조차 알 수 없는 것들을 물어봅니다. 누구에게? 해답을 주거나 함께 고민해줄 수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질문의 주제는 모두 여덟 가지(환경, 역사, 고전문학, 사회, 과학, 동양철학, 문학, 예술)인데요. 하나의 주제 안에 여러 개의 질문이 곁들여 있습니다. 다소 황당하고 엉뚱한 질문도 있지만 해당 전문가(해당 분야 책을 집필한 저자)는 성실하게 답변해 주는데요. 그 내용이 어른인 제가 봐도 정말 재밌습니다.

 

 

제일 먼저 소개된 주제는 ‘환경’으로 책의 제목인 ‘펭귄은 왜 바다로 갔을까?’에 대해서인데요. 생태학과 어린이백과사전을 집필한 최형선님이 답변을 합니다. 극한의 환경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생물들도 그만큼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도도새가 왜 멸종했는지 그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너무 좋은 환경 속에서 살다보니 도도새는 자신이 하늘을 나는 새라는 것조차 잊을 만큼 나태해졌다고. 그에 비해 펭귄은 조류이면서도 하늘을 나는 대신 헤엄치는 기술을 발달시켰고 빨리 달릴 수 있도록 훈련해서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았다고 말입니다. 치타 역시 약점이 많았지만 자신의 장점인 달리기를 끊임없이 연마한 끝에 ‘달리기의 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사춘기가 한창 외모에 관심을 가지는 시기여선지 ‘아름다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었는데요. 김종갑님이 사춘기때 나타나는 몸의 변화를 비롯해서 아름다움이란 무엇이며 어떨 때 아름답다고 하는지 설명해주는데요. 아름다움은 단순히 시각적인 것뿐 아니라 내면적인 아름다움이 어떤 것보다 더 가치 있다고 강조합니다. ‘과학’ 분야에서는 과학자이면서 다양한 책을 집필한 최재천님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는데요. 자신이 과학자라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문을 연 그는 타잔을 동경했던 어린 시절을 비롯해서 영장류 연구에 몰두했던 의미있는 경험, 인간과 유사한 삶을 살아간다는 개미의 놀라운 세계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말하면서 어떤 일이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열심히 하라고 조언합니다.

 

길을 가다가도 수시로 멈춰서 사방을 손짓하며 “엄마, 이게 뭐야? 저건 뭐야?”하고 묻던 아이들이 어느새 자라서 청소년이 되었습니다. 키가 자란 만큼 품는 의문도 달라집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궁금했던 어린 아이는 이제 자신이 알고 싶어집니다. 나는 누구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는데요. 책 속에서 답변을 해주신 여러 전문가가 매번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진실한 삶인지 몇 번이고 거듭해서 강조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겠지요.

 

인문학은 어렵다고 합니다. 아니, 인문학이 무엇이냐고 묻는 이들도 많은데요. 인문학이란 ‘인간이 이 세상에 대해 알아야 하고, 해야 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학문’이라고 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삶에 대해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청소년기가 어쩌면 인문학을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닐까 하는데요. <펭귄은 왜 바다로 갔을까?>를 비롯한 ‘꿈의 비행’시리즈가 좋은 길잡이가 될 거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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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발상의 비밀 - 노벨상을 수상한 두 과학자의 사고법과 인생 이야기
야마나카 신야 외 지음, 김소연 옮김 / 해나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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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출간된 <새로운 발상의 비밀>은 어쩌면 그냥 지나칠 뻔했던 책이다. 붉은 욕조가 떡 하니 표지를 장식한 책은 궁금증을 자아냈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뭐야, 이 책?’ 딱 이 정도? 그런데 ‘노벨상을 수상한 두 과학자의 사고법과 인생 이야기’라는 부제가 눈에 띄었고 붉은 욕조의 무늬처럼 보였던 것이 ‘그들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란 문구를 보자 생각이 달라졌다. ‘어, 뭐지? 노벨상이 어쩌고 하면서 어려운 말만 들입다 늘어놓은 거 아냐?’ 적지 않은 의심을 품고 책을 살펴봤다. 저자는? 야마나카 신야, 마스카와 도시히데. 오, 둘 다 노벨상 수상자군. 이 두 사람이 나눈 대담집이라, 솔깃하네.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의 대담이라 그런지 책은 그들의 연구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인간을 이루는 60조 개의 세포 중에서 단 1개만이 수정란이 되어 분열과 증식을 거듭하고 여러 장기로 분화하는데 이렇게 한 번 장기나 조직으로 분화한 세포는 다시 이전의 미분화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것이 정설이었다. 하지만 야마나카가 꿈의 세포라는 iPS를 만들면서 이미 분화된 세포지만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도록 리셋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마스카와 역시 입자와 반입자의 구조와 성질에 대해 연구할 때 ‘쿼크’라는 입자가 수수께끼를 풀 열쇠가 된다는 건 알았지만 좀처럼 진척이 없다가 어느 순간 무언가 떠올리면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세기의 대발견이라 할만한 연구 성과가 의외의 순간, 무언가를 빼고 포기하는 순간에 찾아왔다. 마스카와 도시히데와 야마나카 신야 두 과학자가 콜럼버스의 달걀, 발상의 전환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이유다.

 

 

대발견을 이루어낸 과학자. 그들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천재소년’으로 이름 날렸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다. 마스카와는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를 한 번도 하지 않아서 노트는 언제나 깨끗했고 대학시절 진로를 정하지 못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다만 전기기술자가 되고 싶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텔레비전을 분해하기도 했고 지나치게 토론에 열중한 나머지 ‘트집쟁이 마스카와’라고 불리기도 했다. 수학은 좋아하고 실력도 뛰어났지만 계산 실수가 잦은데다 기억력도 나빴지만 ‘마스카와식 암기법’과 추상화해서 계산하는 것을 고안해내기도 했다.

 

 

야마나카는 더 의외의 사실을 전한다. 학원이라곤 한 달 다닌 것이 전부지만 수학을 좋아해서 문제집을 화장실에 두고 ‘화장실 수학 시간’을 기다릴 정도였으며 어린이 과학잡지의 부록으로 오는 실험도구에 관심이 많아서 기계를 분해할 때 재미를 느꼈다고 전한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정형외과 의사가 되었지만 서툰 수술 실력 때문에 치료보다는 기초 연구로 방향을 전환한다. 약리학과 유전자에 대해 공부하다가 과학 잡지에 실린 구인광고를 보고 이력서를 쓰기에 이른다. 당시 그는 분자생물학 실험을 해본 경험이 없어서 연구소 채용이 결정되고 나서 부랴부랴 속성으로 분자생물 기술을 익히기도 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리고 경험보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도전이 더 중요하다는 걸 증명해 보인다.

 

 

큰애가 중학생이어서 아무래도 아이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과를 지원하려면 수학과 과학 모두의 성적이 좋아야 하는데 지금 큰아이는 수학이나 과학 하나의 성적만 좋다면 이과가 아니라 문과를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부족한 부분은 학원수업을 통해서라도 보충해야 하지 않을까. 대한민국의 학부모라면 누구나 할 법한 고민인데, 여기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 수학을 좋아하느냐 아니냐는 계산을 빨리 할 수 있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사물의 논리에 얼마나 흥미를 가지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 모든 것은 문장 속 단어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문장을 읽고 그 세계가 머릿속에 연상’되는지가 짚어봐야 한다고. 어떤 과학 공식이나 수식도 ‘기본적으로 ‘말’, 그래서 ‘국어’가 중요’하다고.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신난다는 마스카와, 꿈에서도 실험을 해서 꿈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 야마나카. 이론물리학과 생명과학에서 획기적인 발견을 이룬 두 과학자마주한 때의 대담을 보면서 그들이 얼마나 과학을 좋아하는지, 즐기는지 알 수 있었다. 목표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하는 것보다 때론 둘러가더라도 흥미와 재미를 느끼고 온전히 몰입하는 것에 집중할 것. 그럴 때 발상의 전환, 새로운 발상이 떠오른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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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 - 우리 내면에 숨은 무의식의 정체
김현철 지음 / 나무의철학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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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꿈을 정말 많이 꿉니다. 밤에 잘 때는 물론이거니와 낮에 잠깐 눈을 붙였을 때조차 꿈을 꾸곤 하는데요. 지금까지 꾼 꿈 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전쟁! 꿈에 전쟁이 났습니다. 적군이 도시를 점령해서 군인들이 시가지를 행군하는 걸 몰래 숨어서 지켜볼 때도 있구요. 어떨 때는 사람들이 모두 꾸러미를 짊어지고 피난 간다고 난린데 전 도무지 짐을 꾸릴 수가 없는 거예요. 바로 책 때문에. 집안 여기저기에 넘쳐나는 책 중에서 피난지에서 읽을 걸 고르지 못해서 안절부절 못하는 거지요. 뭐가 좋을까? 세상시름 잊게 해주는 재미난 책? 아니면 어려워도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책?... 제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습니다. 그런가하면 꿈에 아이를 잃어버려서 아이를 찾아 온 사방을 헤매고 다니기도 하구요. 강이나 늪에 빠져서 허우적대다가 숨이 턱 막히는 순간 잠에서 깨어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 바닥에 머리만 닿아도 잠을 잔다거나 잘 때 누가 업어가도 모른다는 사람이 제일 부럽습니다. 그렇게 깊은 잠을 자면 피로가 쌓이는 것도 없을 것 같거든요.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양 네....어, 엉?

무심코 표지의 양 숫자를 세다가 양 무리 속에 끼어 잠든 여자를 보고 깜짝 놀라게 되는 책, <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 이 책은 저자가 공중파 라디오 프로그램의 ‘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라는 코너에서 청취자들의 꿈을 해석하고 분석했던 것들이 담겨 있습니다. 1년 동안 정말 희한한 꿈들이 방송을 통해 소개되고 놀라운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고 하는데요. 책은 우선 우리가 왜 꿈에 주목해야 하는지, 꿈이 내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신분석학적으로 먼저 짚어줍니다.

 

꿈은 엑스레이와 비슷하다. 낮시간 동안 인간은 옷도 입고 체면도 차리면서 제 속을 숨기려 하지만, 꿈은 피해가지 못한다. 꿈은 X-선처럼 껍데기를 뚫고 들어와, 우리의 속마음을 그대로 찍어서 보여준다. -8쪽.

 

그런 다음 구체적으로 꿈과 그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꿈을 꾼 이의 심리와 마음이 어떠한지를 하나하나 분석해 나가는데요. 꿈 가이드인 저자의 설명을 읽다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이를테면 꿈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상황, 이것인지 저것인지 갈등하거나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평소와 전혀 다른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가하면 기괴한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데요. 제가 간혹 꾸는 전쟁 꿈은 불안을 나타내는 동시에 자신이 내면의 욕구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엿볼 수 있다고 하는군요. 또 뭔가 고민하다가 잠들었는데 꿈속에서 해결책을 찾을 때. 있으시죠? 그건 우리가 미처 못 느낄 뿐 무의식에서 이미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꿈에 등장하는 동물이나 사람들은 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용 꿈, 돼지꿈을 꾼 날이면 복권 한 장 슬며시 손에 쥐게 되지만 호랑이나 개, 너구리, 거미, 닭이 꿈에 나오면 어떨까요? 혹, 이미 세상을 떠난 분이 꿈에 보이진 않으신가요? 꿈에 이빨이 빠지는 바람에 나쁜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진 않으셨나요? 저자는 이 모든 것이 꿈 꾼 사람의 심리 상태, 무엇으로 인해 갈등하는지, 얼마나 불안한지, 얼마나 강박에 시달리는지를 반영한다고 하는군요. 본문 중에 ‘고양이 화가’로 알려진 영국의 화가 루이스 웨인와 ‘만다라’에 대한 대목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꿈은 요물입니다. 무방비 상태인 우릴 들었다 놨다 합니다. 기분좋은 장면이 나타나면 이내 암울한 상황이 전개됩니다. 그러다 또 말도 안 되는 우스운 일들이 벌어집니다. -170쪽.

 

<인셉션>이란 영화가 생각납니다. 너무 인상적이어서 아침에 조조로 보고, 당일 밤에 심야로 재차 봤던 영화인데요. 꿈에서 꿈으로, 또다시 꿈으로 이어지는 나선의 소용돌이 속에서 영화가 끝나고도 한동안 어리둥절했습니다. 영화를 함께 봤던 지인과 문제의 마지막 부분이 대체 꿈인지 현실인지 서로 심각하게 얘기를 할 정도였으니까요. <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도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책에 소개된 사례가 모든 꿈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기에 100% 맞아떨어진다고는 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일생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시간동안 잠을 자고 꿈도 꾸는 우리들이기에 한번쯤 꿈에 대해 가볍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바로 당신의 무의식에 물어보세요. 열쇠는 바로 거기에,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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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수학파일 - 세계사를 한눈에 꿰뚫는
이광연 지음 / 예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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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말은 왜 줄무늬고 치타는 왜 점무늬일까? 동물의 무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궁금한 적 없으십니까? 사실 전 그게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얼룩말이나 치타의 무늬가 원래 그러려니 하고 말았는데요. 아이들은 다르더군요. 큰아이가 어릴 때 묻더군요. 얼룩말은 왜 줄무늬냐고. 얼룩말마다 줄무늬가 다 다르냐고. 어째서 그러냐고. 상식이 미천한 전 아이에게 “글쎄, 한번 알아보자.”고 답을 하고 말았는데요. 한참 후 어떤 책을 통해 그 모든 것이 수학으로 설명이 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기하학적 원리에 의해 동물의 털 색상이나 무늬가 나타난다고 하는데요. 6각형의 대칭인 눈송이를 비롯해서 거미줄, 꽃잎처럼 자연에 존재하는 규칙과 패턴, 현상들을 모두 수학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대목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것처럼 최근 세계사를 통해 수학의 역사와 변화를 살펴보는 책이 출간됐습니다. 바로 <세계사를 한눈에 꿰뚫는 비하인드 수학파일>인데요. 많은 이들이 재미없고 어려워하는 수학을 세계사와 어떻게 접목시켰을까요?


우리 인류의 역사 속에는 수학적 산물들이 즐비하다고 말문을 연 저자는 수학의 역사가 인류의 역사, 즉 세계사와 맥을 같이 하기 때문에 수학과 세계사를 비교하면 더욱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28가지의 역사적 장면들을 꼽아서 당시 역사적 사건들이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수학적으로 설명하는데요. 하나하나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우리는 거대함보다 정교함에 감탄하는데요. 피라미드 건축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피라미드의 밑면을 정확하게 정사각형으로 만드는 거라고 합니다. 아주 약간의 오차만 생겨도 피라미드의 꼭대기가 들어맞지 않게 된다는데요. 요즘처럼 컴퍼스나 정확한 측량도구도 없던 당시 이집트에서 어떻게 그것들을 작도하고 건축할 수 있었을까요? 책에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말뚝과 긴 줄을 이용해서 작도하는 방법을 보여주는데요. 바로 그런 작도로 동서남북의 네 방향까지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었다니 고대 이집트인들의 기하학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놀라울 정도입니다.


그 유명한 <삼국지>의 명장들이 전투에서 과연 몇 명의 적군들을 대적할 수 있었는지를 알아보면서 장비의 장팔사모에 대해 말합니다. 장비가 1장8척, 약 4m14㎝나 되는 창을 휘두를 때 거기에 달려들 수 있는 적군이 몇 명이나 될지 알아보기 위해 원의 성질을 이용하는데요. 결론은 3명. 그 이상의 경우엔 적군들이 서로를 찌를 수 있다는데요. 용맹한 장수로 이름난 장비와 적군 3명의 싸움. 그 결과가 어떨지 예상하기란 누워서 떡먹기가 아닐까 싶네요.


이 외에도 현종의 마음을 사로잡아 당을 몰락시키게 했다는 양귀비의 초상화를 통해 황금비(1:1.6), 금강비(1:1.4)를 이야기합니다. 고대인이 찾아낸 황금비를 이용한 건축물과 예술품, 실생활용품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동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금강비를 사용한 건축물로 경주 석굴암, 생활용품으로 A4용지가 있다고 하구요. 대항해시대 신항로 개척에 나선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인도로 착각하게 된 이유가 지구둘레를 잘못 측정했기 때문이라는 것과 피타고라스보다 약 500년이나 앞서는 ‘구고현의 정리’가 동양에서 먼저 발견됐다는 걸 알려줍니다.

  

쉬운 수학, 재미있는 수학을 전파하는 저자의 글이어서인지 책의 내용은 비교적 쉽고 재미있습니다. ‘베다수학’의 흥미로운 계산법 중에서 격자계산법인 ‘겔로시아 곱셈법’과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브루투스, 너마저..?’로 유명한 카이사르와 달력의 비밀은 큰아이와 직접 계산도 해봤는데요. 정말 흥미로워 하더군요. 그러잖아도 큰아이가 얼마전부터 수학이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불평을 했는데요. 큰아이가 수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나씩 얘기를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의 모든 현상은 과학으로 설명가능하다. 하지만 그 과학의 뒷받침이 되는 학문은 수학이다’라는 걸 <비하인드 수학파일>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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