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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 - 우리 내면에 숨은 무의식의 정체
김현철 지음 / 나무의철학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전 꿈을 정말 많이 꿉니다. 밤에 잘 때는 물론이거니와 낮에 잠깐 눈을 붙였을 때조차 꿈을 꾸곤 하는데요. 지금까지 꾼 꿈 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전쟁! 꿈에 전쟁이 났습니다. 적군이 도시를 점령해서 군인들이 시가지를 행군하는 걸 몰래 숨어서 지켜볼 때도 있구요. 어떨 때는 사람들이 모두 꾸러미를 짊어지고 피난 간다고 난린데 전 도무지 짐을 꾸릴 수가 없는 거예요. 바로 책 때문에. 집안 여기저기에 넘쳐나는 책 중에서 피난지에서 읽을 걸 고르지 못해서 안절부절 못하는 거지요. 뭐가 좋을까? 세상시름 잊게 해주는 재미난 책? 아니면 어려워도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책?... 제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습니다. 그런가하면 꿈에 아이를 잃어버려서 아이를 찾아 온 사방을 헤매고 다니기도 하구요. 강이나 늪에 빠져서 허우적대다가 숨이 턱 막히는 순간 잠에서 깨어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 바닥에 머리만 닿아도 잠을 잔다거나 잘 때 누가 업어가도 모른다는 사람이 제일 부럽습니다. 그렇게 깊은 잠을 자면 피로가 쌓이는 것도 없을 것 같거든요.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양 네....어, 엉?
무심코 표지의 양 숫자를 세다가 양 무리 속에 끼어 잠든 여자를 보고 깜짝 놀라게 되는 책, <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 이 책은 저자가 공중파 라디오 프로그램의 ‘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라는 코너에서 청취자들의 꿈을 해석하고 분석했던 것들이 담겨 있습니다. 1년 동안 정말 희한한 꿈들이 방송을 통해 소개되고 놀라운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고 하는데요. 책은 우선 우리가 왜 꿈에 주목해야 하는지, 꿈이 내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신분석학적으로 먼저 짚어줍니다.
꿈은 엑스레이와 비슷하다. 낮시간 동안 인간은 옷도 입고 체면도 차리면서 제 속을 숨기려 하지만, 꿈은 피해가지 못한다. 꿈은 X-선처럼 껍데기를 뚫고 들어와, 우리의 속마음을 그대로 찍어서 보여준다. -8쪽.
그런 다음 구체적으로 꿈과 그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꿈을 꾼 이의 심리와 마음이 어떠한지를 하나하나 분석해 나가는데요. 꿈 가이드인 저자의 설명을 읽다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이를테면 꿈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상황, 이것인지 저것인지 갈등하거나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평소와 전혀 다른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가하면 기괴한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데요. 제가 간혹 꾸는 전쟁 꿈은 불안을 나타내는 동시에 자신이 내면의 욕구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엿볼 수 있다고 하는군요. 또 뭔가 고민하다가 잠들었는데 꿈속에서 해결책을 찾을 때. 있으시죠? 그건 우리가 미처 못 느낄 뿐 무의식에서 이미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꿈에 등장하는 동물이나 사람들은 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용 꿈, 돼지꿈을 꾼 날이면 복권 한 장 슬며시 손에 쥐게 되지만 호랑이나 개, 너구리, 거미, 닭이 꿈에 나오면 어떨까요? 혹, 이미 세상을 떠난 분이 꿈에 보이진 않으신가요? 꿈에 이빨이 빠지는 바람에 나쁜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진 않으셨나요? 저자는 이 모든 것이 꿈 꾼 사람의 심리 상태, 무엇으로 인해 갈등하는지, 얼마나 불안한지, 얼마나 강박에 시달리는지를 반영한다고 하는군요. 본문 중에 ‘고양이 화가’로 알려진 영국의 화가 루이스 웨인와 ‘만다라’에 대한 대목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꿈은 요물입니다. 무방비 상태인 우릴 들었다 놨다 합니다. 기분좋은 장면이 나타나면 이내 암울한 상황이 전개됩니다. 그러다 또 말도 안 되는 우스운 일들이 벌어집니다. -170쪽.
<인셉션>이란 영화가 생각납니다. 너무 인상적이어서 아침에 조조로 보고, 당일 밤에 심야로 재차 봤던 영화인데요. 꿈에서 꿈으로, 또다시 꿈으로 이어지는 나선의 소용돌이 속에서 영화가 끝나고도 한동안 어리둥절했습니다. 영화를 함께 봤던 지인과 문제의 마지막 부분이 대체 꿈인지 현실인지 서로 심각하게 얘기를 할 정도였으니까요. <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도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책에 소개된 사례가 모든 꿈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기에 100% 맞아떨어진다고는 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일생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시간동안 잠을 자고 꿈도 꾸는 우리들이기에 한번쯤 꿈에 대해 가볍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바로 당신의 무의식에 물어보세요. 열쇠는 바로 거기에,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