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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제21호 - Summer, 2011
아시아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몇 달 전인 것 같아요. 온라인 서점에서 신간을 둘러보다가 눈에 띄는 책을 봤습니다. <아시아>라는 잡지(?),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문예지인데요. 제가 알고 있던 기존의 문예지와는 성격이 많이 달랐습니다. 국내의 문예지가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을 수록한데 비해서 이 <아시아>는 작가의 범위를 아시아로 확대했더군요. 제가 본 책만 해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작가의 글, 시와 소설이 소개되어 있었는데요. 제가 즐겨보는 일본의 문학상에 대한 글이 있어서 관심이 갔습니다. 다만 하나의 글을 한글뿐만 아니라 영어로도 번역된 점이 부담스러워서 그냥 지나쳤는데요. 지금 생각하면 참, 멍청한 행동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엔 놓치지 않았어요. 출간 소식이 들림과 손에 잡았습니다. 대체 어떤 책일까. <아시아>를 읽어본 이들의 글을 보면 온라인 서점의 미리보기만으로는 알 수 없는 뭔가가, 분명히 있는 게 틀림없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만났지요. <아시아 21호>.
이번 <아시아 21호>는 ‘아랍 작가의 눈으로 보는 재스민 혁명의 안과 밖’이란 특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불과 얼마전까지 중동, 아랍하면 종교 갈등, 내전, 분쟁의 이미지가 도드라지게 떠올랐는데요. <세계는 왜 싸우는가?>란 책을 통해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전쟁이 왜, 무엇 때문에 일어나는지, 서로 대립된 생각과 이념의 폭을 줄이고 갈등을 완화할 길은 없는지 깊게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 궁금한 것부터 찾아봤어요. ‘재스민 혁명’에 대해서. 그랬더니 ‘재스민 혁명’이란 ‘2010년에서 2011년까지 튀니지에서 일어난 혁명을 튀니지의 국화에 빗대어 재스민 혁명, 혹은 튀니지 혁명’이라 하는데요. 이후 중동이나 북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여러 혁명도 재스민 혁명이라고 부른다는군요. 재스민 혁명이 주제인데다 아랍작가가 그들의 눈으로 보고 느끼고 쓴 글이기에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무겁고 안타깝고 때론 잔혹합니다. 가장 먼저 수록된 A. J. 토머스의 [붉은 무궁화 혁명]에서는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리비아 사태가 어떤 상황인지 보여줍니다. 장기집권에 가혹한 독재를 일삼았던 카다피 정권과 그에 맞서 저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두려움, 그 자체였습니다. 시인 안도현과 아랍의 잡지 편집자의 ‘중동의 민주화’에 대한 대담도 있는데요. 중동이라는 특수한 상황속에서 작가들의 작품 활동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나기브 마푸즈, 아랍의 현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의 작품(제7 하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작가인 이명랑의 [어디서 왔어요?]도 많은 생각거리를 남겨준 작품이었습니다. 38선을 경계로 남과 북으로 나눠진 우리의 현실, 상황이 어떻게, 무엇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그로 인한 갈등과 아픔을 잘 녹여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흑백톤의 단순한 표지를 한 <아시아>는 외형부터 분위기까지 참 독특합니다. 현란하거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수록된 작품의 저자들 역시 낯설기만 합니다. 영어로 번역된 글은 또 어떻구요. 하지만 그래서 제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와 닿았습니다.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작가,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그것은 분명 지금 이 순간 지구의 어디에선가 일어나는 일입니다. 얕은 지식에 섣부른 판단 때문에 손으로 눈을 가렸다면 이제 두 손을 내려야할 때인 것 같습니다. 이후에 만나게 될 [아시아],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