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흩어진 날들
강한나 지음 / 큰나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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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본에 다녀온 적이 있다. 내 평생 처음으로 해외 나들이했던 그 곳은 바로 언니 가족이 살고 있는 오사카였다. 겨우 일주일도 안 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떠나기 전엔 무척 설렜다. 여권을 만들어 비자발급 받고 여행가방을 꾸리는 것, 항공권을 손에 들고 출국장에 들어설 때 어찌나 가슴이 두근대던지... 하지만 비행시간이 워낙 짧은데다 우리와 생김새가 비슷한 곳이어서 그런지 설렘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러다 입국 수속을 밟을 때. 나를 마중 나온 형부 차를 오른쪽이 아닌 왼쪽으로 타고 도로에서 반대 차선으로 달리는 장면을 목격하고 순간 당황했다. 엇? 뭔가 이상한데? 아차! 그렇지! 그리고 내가 드디어 내가 외국에 왔다는 걸 실감했다. 그때 이후론 일본에 다녀온 적이 없다. 언니는 언제든 아이들 데리고 오라고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의 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저 소설이나 만화, 영화를 통해 보고 만나는 일본을 내 눈으로, 내 두 발로 직접 만나고 이 곳 저 곳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만 품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설까. 분홍빛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속에 한 여인이 고개를 갸웃하며 뭔가를 응시하는 장면의 <우리 흩어진 날들> 표지사진을 보고 순간 가슴이 설렜다. 평소 다른 이의 여행이야기를 여간해선 읽지 않는 나였다. 그들이 자신의 경험을 아무리 글로, 사진으로 생생하게 남겼다 하더라도 나 자신이 그곳을 가보지 않았다면, 그들의 경험을 제대로 공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멋지고 아름다운 사진 한 장을 보는 것과 다를바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 책만은 왠지 끌렸다. 그래도 오사카는 가봤잖아... 그러니 다른 곳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선뜻 집어들었다.




맛깔난 음식을 먹듯 서슴없이 달려든 책이었기에 대체 어떤 여행이야기가 숨어있을까...가슴이 두근거렸다. 마치 오사카로 떠나기 위해 출국장을 나설 때처럼. 그랬는데 본문에서 제일 먼저 오사카가 등장하는 걸 보고 이야!! 쾌재를 불렀다. 나와 저자의 경험이 얼마나 공감대를 가지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런데 초반부터...뭔가가...달랐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전개 방식에 당황했다. 문어체와 구어체를 넘나들고 때로 시나 편지를 쓰듯, 일기를 쓰듯 써내려간 글에서 정돈되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엇, 이거 여행서 아닌가? 싶어 표지를 살펴보니 그제야 눈에 들어오는 작은 글씨. ‘빈티지 감성 여행에세이, 일본’. 빈티지?? 아하...그래서 소제목마다 ‘낡은..’이란 단어를 썼구나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감성 여행에세이’...이게 난관이었다. 저자의 감성을, 일본을 여행하면서 느꼈던 감흥을 내가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면 거기에 완전 몰입할 수 없는 게 아닐까...여행서 치고는 꽤 두툼한 책이 갑자기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그래서 책의 순서와 상관없이 내 마음에 내키는 대로 그동안 일본의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 읽어나갔다. 오사카를 시작으로 교토, 나라, 고베, 나가사키, 도쿄, 주고쿠...로. 저자의 이야기에, 감성여행에 몰입할 수 없다면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만 보자고. 내 나름의 일본여행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감성은 나와 거리감이 느껴졌다. 저자와 나의 세대가 달라서인지 저자가 털어놓는 사랑과 이별, 추억, 일본에서 만난 낡은 사물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 과하지 않나...인터넷 포털의 개인 블로그에 올려서 지인들과 공감하는 정도의 이야긴데...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다고 책에 수록된 사진이 모두 실감나고 좋았느냐...그것도 아니었다. 그저 오사카 성을 앞에 두고 갈까 말까 망설였다는 대목이 예전에 내가 일본에 갔을때 고민했던 것과 같아서 공감했다는 정도?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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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미술의 해학 - 사찰의 구석구석
권중서 글.사진 / 불광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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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찰에 드나들기 시작한 건 걸음마를 떼기도 전이었다고 한다. 불교신자인 친정엄마 등에 업혀 한 달에도 몇 번씩 사찰을 다녔으니 햇수로만 따지면  불교와 나의 인연은 거의 내 나이와 맞먹는 셈이다. 이쯤되면 불교에 관해서, 불교의 교리나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통달했을 법도 한데 실은 그렇지 못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찰은 사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학창시절 소풍이나 수학여행 때마다 찾았던 사찰은 결혼하고도 한동안 가족나들이의 장소에 불과했다.




그랬던 것이 박물관의 ‘불교 미술의 이해’란 강좌를 통해 조금씩 달라졌다. 사찰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모든 것들이 저마다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가람의 배치에서부터 불상이나 불화, 탑, 석등, 처마 밑의 풍경, 하물며 작은 문양에 이르기까지 사찰의 경내엔 부처님의 가르침과 범부의 염원을 담은 것들로 가득했다.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내 앞에 펼쳐진 느낌! 신선한 충격이란, 바로 그런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었다.




<불교 미술의 해학>이란 책을 읽을 때도 그랬다. 저자가 직접 전국의 사찰을 다니며 여러 불교미술(그림과 조형물)을 원색사진을 곁들여 풀어놓은 글을 읽고 있자니 마치 흥미로운 강좌를 듣는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예전의 강좌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았던(어쩌면 기억하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부분을 설명해놓은 대목에선 눈동자가 저절로 커지는 것 같았다.




책은 주제에 따라 크게 여섯 개의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사찰의 곳곳을 유심히 보면 토끼와 거북을 비롯해 용이나 호랑이, 물고기 와 같은 동물을 볼 수 있는데, 그 동물이 지닌 의미는 무엇인지 ‘사찰에 숨은 동물 찾기’에서 알려주는 것을 시작으로 ‘불법을 수호하는 호위병’에서는 사찰의 대웅전에 이르기까지 거쳐야하는 여러 문 중에서 천왕문에 떡 하니 버티고 서 있는 사천왕처럼 부처님을 보호하고 지키는 임무를 띤 용왕이나 금강역사, 아수라, 야차, 가릉빈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또 ‘근엄한 부처님 장난치는 아라한’에선 사찰의 대웅전에서 뵐 수 있는 석가모니 부처님 불상을 비롯해서 관세음보살이나 미륵불, 가섭과 아난 존자에 대해 알려주는데 각각의 보살과 제자들의 면면을 알 수 있는 대목을 유머와 재치있는 표현(앗! 이것은 뭐야? 긴 귀에 붉은 귀걸이는 무엇이람?)으로 풀어놓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외에도 사찰의 예불 때마다 범종을 울리는 의미와 아침과 저녁 예불에서 범종을 치는 횟수가 다른 이유는 무엇인지, 시대마다 범종의 문양이 어떻게 달라졌으며 경내에 무심히 서 있는 석등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나무와 돌 그리고 쇠에 새긴 해학), 우란분절인 백중과 49재 공양에 담긴 의미(수행과 염원의 승화)를 되새겨 볼 수 있었다.




장엄한 사찰 속에 모셔져 있기에 석가모니 부처님도 불교도 지엄하리라 여겼다. 그런데 저자의 안내를 받으며 사찰의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녀보니 불교란 종교가 부처님이, 여러 보살과 제자들이 예전에 비해 몇 배 친근하게 와닿았다. 사찰을 찾은 이를 제일 먼저 맞는 천왕문의 사천왕, 엄청난 크기와 무서운 표정에 지레 겁을 먹기 일쑤였는데 거기에도 익살과 유머가 숨어있다니! 미처 몰랐다. 새로웠다. 마치 두 눈을 가리고 있던 막이 걷힌 느낌이랄까.




크고 화려한 것, 웅장하고 번듯한 것들에만 눈길이 오래 머물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무심히 놓여있는 것, 작고 사소한 것들을 찾아봐야겠다. 봄날 지천에 널린 야생화를 보려면 허리를 굽히는 수고를 해야 하듯 부처님의 가르침과 염원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선 사찰의 구석구석 자리잡고 있는 것들에 눈길을 건네야겠다. 그들이 건네는 무언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보자. 아는 만큼 보이는 것처럼 유심히 보는 만큼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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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를 부르는 그림 Culture & Art 1
안현신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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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이를 낳고 몇 년간 중단상태지만 한때 십자수에 빠져 살았다. 책 아니면 바늘을 쥐고 살았는데, 책 읽는 속도가 느리듯 수놓는 속도도 무척 더뎠다. 그런데 귀엽고 예쁘고 멋지고 근사한 도안은 왜 그리도 많은지 하나하나 모은 도안이 두어 박스가 넘는다. 그중에서도 언젠가는 꼭 작품으로 만들어야지...했던 것이 바로 클림트의 [키스]였다. 그 어떤 것보다 황홀하고 매혹적인, 그러면서도 왠지 불안하고 위태로워 보이는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는 그림을 십자수로 담아보려 했는데. 아직도 꿈만 꾸고 있다. 매혹의 키스를...




수많은 키스 장면을 모자이크해서 살짝 도드라지게 표현한 입술. 관능적이면서도 에로틱한 느낌을 자아내는 책 <키스를 부르는 그림>. Culture & Art Series의 첫 번째 책으로 ‘키스’를 소재로 한 유명화가와 조각가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은 크게 ‘빛과 환희, 즐거운 입맞춤’, ‘어둠의 세계, 비극의 입맞춤’, ‘황홀의 순간, 관능의 입맞춤’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23개로 나누어진 키스의 모습들을 살펴보니 각각의 키스마다 담겨있는 감정들이 모두 조금씩 다르게 다가왔다. 더없이 아름다운 키스가 있는가하면 짙은 칠흑 같은 어둠이 물씬 배어나오는 키스가 있었다. 따스하고 포근함이 가득한 키스가 있는 반면 인간의 욕망과 불안, 배신이 느껴지는 키스도 볼 수 있었다.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수많은 감정, 기쁨과 슬픔, 사랑, 연민, 질투, 배신, 욕망의 표현을 모두 키스를 통해 전하고 있는 작품들이었는데, 이미 알고 있는 것도 많았지만 책에서 처음 만난 작품도 있었다.




마르크 샤갈의 키스를 담은 여러 그림 중에서 너무나 유명한 그림 [생일]. 사랑하는 연인간의 키스를 보며 사랑의 몽환적인 느낌을, 아이를 안고 입을 맞추는 엄마의 모습을 담은 메리 카시트의 그림에선 한없는 포근함과 평화로움이 느껴졌다. 반면 [유다의 키스]처음 충격적인 순간을 포착한 그림도 있었다. 입을 맞춤으로써 예수를 배신하게 된 유다, 입맞춤으로 인해 엄청난 혼란을 불러오지만 그럼에도 평온함을 유지한 예수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런가하면 베일 같은 것을 뒤집어쓴 채 키스 하는 르네 마르리트의 [키스]에서는 낯섦과 의문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클림트의 [키스]! 사랑의 절정, 최고로 황홀한 순간을 담은 그림이 불가능한 사랑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니...




무엇보다 가장 독특했던 작품은 역시,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키스]였다. 딱딱한 바윗덩어리에 불과했던 것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어 사랑의 일체감을 단순하지만 확연하게 드러낸 작품을 보며 평화로움과 진정한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코는 어떻게 해야 하죠? 늘 궁금했어요.....언제나 코가 훼방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처음으로 키스를 하던 마리아처럼 책을 읽으며 나 역시 궁금했다. 키스를 통해 얼마나 많은 것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저자가 조용히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수많은 작품에서 보여지는 키스가 그저 사랑을 드러내는 낭만적인 감정의 표현이 전부가 아니란 걸 느꼈다. 자신의 감정과 삶을 작품 속에 녹여낸 수많은 예술가들을 또 다른 시각으로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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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 In the Blue 2
백승선 / 쉼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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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의 끝자락에서 크로아티아를 만났습니다.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를 통해 크로아티아의 오렌지빛 지붕과 성벽을 둘러싼 맑은 물빛 바다, 초록의 신비로운 호수에 매료되어 흠뻑 취했던 기억이 납니다. 언제든 여행하고 싶은 곳에 ‘크로아티아’를 새기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크로아티아의 이국적인 풍경으로 제게 행복을 선물했던 백승선. 변혜정이 이번에 <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를 내놓았습니다. 수채화풍의 표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제목이 전편과 흡사합니다. 1편과 비슷한 2편이라 식상하지 않을까 싶지만 그보다 뭔가 색다르리라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고 할까요. ‘TO 오늘도 여행을 꿈꾸는 당신’이란 항공우편(?)을 손에 들고 있자니 두근두근 가슴이 뜀박질을 합니다.




그동안 ‘벨기에’하면 베네룩스 3국(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의 하나로만 알고 있었는데, 책장을 넘기자마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왕국’이란 것과 총 면적이 겨우 우리나라의 경상도 정도라니! 게다가 제가 어린 시절 즐겨봤던 ‘스머프’를 비롯해 풍차 때문에 네덜란드 만화인 줄 알았던 ‘플란다스의 개’ ‘틴틴의 모험’처럼 유명한 만화가 만들어진 곳일 뿐 아니라 르네 마그리트와 루벤스, 오드리 햅번이 태어난 나라라고 하네요.




중세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나라, 벨기에는 예술적인 가치가 높은 중세건축물이 많아 ‘유럽의 보석’이라고도 불린다고 하는데요. 책에서 저자는 브뤼셀, 안트베르펜, 브뤼헤, 겐트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먼저 브뤼셀은 도시 전체가 볼거리가 가득해서 ‘작은 파리’라고 불리는데요. 빅토르 위고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했던 ‘그랑 플라스’라는 넓고 아늑한 광장을 통해 이른 곳은 바로 초콜릿! 여러 가지 모양과 빛깔의 초콜릿을 보니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구요. 스머프와 틴틴이란 만화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어린 시절의 즐거움을 다시금 되살리고 나니 그 유명한 ‘오줌싸개 소년 동상’이 저를 반겨주네요. 안트베르펜은 17세기 최대의 화가 루벤스가 활동한 곳이자 ‘플란다스의 개’의 배경이 되었던 도시인데요. 거리 곳곳에서 ‘손’의 조형물을 만날 수 있어 ‘손’의 도시로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또 성 노르트담 성당에는 ‘플란다스의 개’ 네로가 그렇게도 보고 싶어했던 [성모승천]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브뤼헤는 운하의 도시란 표현 그대로 중세의 건물을 따라 이어진 수로와 푸르고 아름다운 호수가 인상적입니다. 마지막 겐트는 5년마다 꽃 박람회가 열리는 ‘꽃의 도시’이자 자전거가 많아 ‘자전거의 도시’라고도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요. 천 년을 넘게 이어져온 시간의 흐름을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더군요.




레고블럭으로 만든 장난감처럼 계단모양의 지붕을 한 아기자기하고 예쁜 건물들, 수로에 거리의 집들이 그대로 비칠 만큼 투명하고 맑은 도시로 이뤄진 맑고 아름다운 나라 벨기에. 사진으로 만나는 풍경임에도 왠지 달콤한 와플과 초콜릿 향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낯설지만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나라 벨기에에 꼭 가고 싶습니다. 꽃으로 이뤄진 화려한 카펫. 과연 언제쯤 보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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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여행 1 : 그리움 - KBS 1TV 영상포엠
KBS 1TV 영상포엠 제작팀 지음 / 티앤디플러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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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몰아내고 잠근지 4년째다. 봐서 하나도 득될거 없는 오락 프로그램에 잡다한 광고에 아이들의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니 정말 잘됐다 싶다. 하지만 간혹, 정말 가끔 후회가 된다. 꼭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을 때 바보상자 텔레비전이 그리워진다. 브라운관으로 전해지는 느낌과 감동을 챙겨볼 수 없어서 아쉬워진다.

 

<영상포엠 - 내 마음의 여행>은 모방송국의 제작팀이 그동안 방송으로 보낸 것들을 모아서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냥 시선이 머무는 곳으로 가고 싶어서, 마음을 따라 여행’하고 싶었던 게 영상포엠 <내 마음의 여행>의 출발이었다고 한다.

책은 내게 추억의 낯익은 풍경으로 시작했다. 설악산의 한계령 휴게소. 여고때 수학여행으로 다녀온 후 잊고 있던 곳이었다. 그곳의 눈 덮인 풍광, 무채색이 되버린 한계령을 보고 있자니 눈구경 하기 힘든 동네에 사는 난 아!하고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양희은의 ‘한계령’이란 노랫말에서 가져온듯한 본문의 글 ‘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이란 대목이 실감이 났다. 붉은색과 초록색의 지붕이 이국적으로 다가오던 곳, 제주 추자도에선 한평생 욕심없이 살아온 생김도 사는 모습도 닮은 순박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어졌고 늘 바라보던 해운대와 다른 빛깔을 품은 남해 거제의 아득한 삼월의 바다를 보니 당장이라도 달려가고픈 충동이 일었다. 또 서른한 살에 청상과부가 되면서부터 멈춰진 시간을 여든이 훌쩍 넘도록 홀로 살아오신 할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니 왠지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고였다. 안개가 자욱한 청송의 저수지가 눈앞에 펼쳐진  느낌이었다.

 

밤마다 아이들을 잠자리에 누이고 이 책을 소리내어 읽었다.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읽을 때와는 다른 목소리, 낮은 음성으로 천천히 읽어나가니 잠자기 싫다며 보채던 아이들은 어느새 곤한 숨소리를 내며 잠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노래 하나가 귓가에 맴돌았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 시인의 ‘향수’란 시에 곡을 붙인 이 노래만큼 이 책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는 음악이 또 있을까. 물론 책의 뒷부분에 방송에서 배경음악으로 쓰였던 곡들을 실어놓긴 했지만 텔레비전으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는 나로선 아는 음악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영상과 본문의 글과 어떻게 조화를 이뤄냈는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했다.

 

손에 초록이 묻어날 것 같은 책의 띠지를 한참 들여다본다. 초록이 무성한 나무와 한적한 오솔길, 이 길을 따라 무작정 걷고 싶어진다. 이 길의 끝은 어디에 닿아 있을까. 눈을 감고 상상해본다. 내가 미처 가보지 못한 낯선 곳, 평범한 듯 특별한 아름다운 풍경으로 나를 이끌지 않을까. 언제든 그 곳에 다녀오리라. 그리고 나 이렇게 말하리.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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