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 In the Blue 6
백승선 지음 / 쉼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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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파란 물빛 도시가 찾아왔다. <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

 

번짐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이 출간됐다. 사진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약간의 수채화 그림과 글로 이뤄진 책. 그래서 순식간에, 눈 깜짝할 사이에 읽을 수 있는 책.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또 다른 시작일 뿐.

 

올 여름은 여느 때보다 무더운 폭염이 이어졌다. 이미 잠자리에 들었어야할 시간인데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내일을 위해 잠을 자야 하는데, 어서 자야 하는데...한참 뒤척이다가 이내 포기하고 거실의 불을 밝혔다. 현실에서는 이 더위를 떨칠 수 없으니 그렇다면 과감하게 맞서주마. 이런 심정으로 책을 집어 들었는데 그럴 때 몇 번이고 펼쳐든 책이 있으니. 바로 <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였다.

 

번짐 시리즈에서 언젠가 베네치아를 이야기하겠구나...어느 정도 짐작했다. 지난달 읽었던 <추억이 번지는 유럽의 붉은 지붕>에서 작가는 이야기했다. 물이 흐르듯이 꽃이 피듯이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도시, 베네치아를. 산 마르코 광장에 우뚝 솟은 종탑에 올라 베네치아의 붉은 지붕을 내려다보고 노 젓는 곤돌라를 바라보며 추억과 아쉬움을 남겨두고 왔다고 했다. 그랬는데...이렇게 바로, 금방 베네치아를 만나게 될 줄이야...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과 <오셀로>를 비롯해 수없이 많은 영화와 의 배경이 되었던 전력이 있어서일까. 내게 있어 베네치아는 특별한 존재였다. 궁금한 것이 너무나 많은 나라였다. 그 중 으뜸이 바로 베네치아가 천 년의 세월동안 이어져온 물의 나라, 바다의 도시라는 점. 바다 위에 도시와 나라가 세워졌다는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나로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상조차 불가능했다.

 

나와 같은 궁금증을 지닌 이들을 배려해서일까. 저자는 초반에 이렇게 이야기한다. 베네치아는 ‘이민족의 침입을 피해, 생존을 위해 이탈리아인들이 숱한 나무기둥을 박아 그 위에 건설한, 지금도 조금씩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다’고. 바닷속으로 조금씩 가라앉는 다니. 놀랍고 충격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베네치아를 찾는 이들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건 아마도 베네치아가 품고 있는 매력, 이야기 때문이라니...

 

조용하고 평화로운 도시. 차가 없는 도시. 길을 건널 때도 배를 타야하고 집 앞에 자동차 대신 배를 메어두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도시, 베네치아를 사진과 글로 만나면서 많은 걸 알게 됐다. 높은 곳을 싫어하던 저자가 용기를 내어 올랐다는 산 마르코의 종탑. 천 년을 꼿꼿하게 서있던 종탑이 예전에 무너졌었단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때 무너진 벽돌을 그대로 보존했다가 다시 쌓아올렸다는 것이다. 그것도 10년 동안이나. 베네치아 사람들이 자국의 문화유산을 얼마나 사랑하고 보존하려는 의지가 큰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물이 찰랑대는 운하의 골목을 돌면서 저자는 어린 시절 물난리를 겪었던 일화를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 베네치아에는 하수시설이 없단다. 순간, 뭐라고? 했다. 하수시설이 없다고? 해마다 폭우가 쏟아지고 태풍이 지나가면 물난리가 나서 마치 난리가 난 것처럼 동네가 풍비박산이 나는 것을 신문으로 뉴스로 봐왔던지라 저자의 말이 실감나지 않았다. 에이, 설마 그럴 리가..했다. 그런데 진짜란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가 조류가 드나들면서 운하의 물을 끊임없이 새로운 바닷물로 바꿔주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물 위에 배처럼 둥실둥실 떠 있는 것 같은 도시를 누군가의 말처럼 보지 않았을 때보다 보고 나니 더 믿기지 않는다고. 그 비현실감을 나도 경험해보고 싶다. 118개의 섬과 177개의 운하, 그리고 400여 개의 다리가 있다는 베네치아. 물 위에 떠 있는 도시. 베네치아의 뒷골목을 조용히 거닐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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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번지는 유럽의 붉은 지붕 - 지붕을 찾아 떠난 유럽 여행 이야기 In the Blue 5
백승선 지음 / 쉼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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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09년 6월. 신선한 충격,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가족의 기념일이나 일신상의 특별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구요. 책에서 이전까지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됐어요. 바로 여행서인데요.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이 못 되기에 여행서를 멀리했던 제가 여행서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는 대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바탕이 훤하게 드러나보일 정도의 투평한 수채화풍의 그림, 붉은 오렌지빛 지붕을 한 집들과 맑은 바다가 어우러진 표지를 보는 순간 제 속의 바리케이트가 무너지면서 무장해제 되어버린 거지요. 바로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를 만나면서부터 말입니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구나. 책장 가득 빼곡한 글이 아니라 이렇게 사진으로도 많은 것을 전할 수 있구나. 여기에 직접 가볼 수 있다면. 언젠가는... 한 손에 들어올 정도로 작은 크기의 책을 보는 내내 전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풍경은 보고 또 보고, 그곳의 자세한 부분까지 들여다보려고 애썼습니다. 그렇게 벨기(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를 만나고, 불가리아(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를 시야에 담고, 폴란드(선율이 번지는 곳, 폴란드)를 가슴에 품었습니다.


해마다 번짐 시리즈를 만났기에 올해는 어느 곳일까. 어떤 모습을 만나게 될까 기다려지곤 하는데요. 이번에 만난 <추억이 번지는 유럽의 붉은 지붕>은 번짐 시리즈의 특별편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느 한 나라와 지역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지붕을 찾아 떠난 유럽 여행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유럽의 트레이드 마크로 통하는 ‘붉은 지붕’과 ‘잿빛 지붕’이 저자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주된 대상입니다.


책은 크게 ‘붉은 지붕’과 ‘잿빛 지붕’으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붉은 지붕이 인상적인 도시는 ‘보헤미아의 진주’라고 불리는 체코의 체스키 크룸로프의 붉은 지붕과 마을을 돌아 흐르는 블타바 강을 시작으로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를 통해 처음 만난 크로아티아의 성벽도시 두브로브니크와 신비로움과 분주한 일상이 어우러진 스플리트, 붉은 지붕이 이어진 골목 사이를 곤돌라가 누비고 다니는 곳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와 르네상스가 꽃을 피웠던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도시 피렌체, 군인과 여인의 가슴 아픈 사랑이 서려 있는 몬테네그로의 페라스트와 섬 전체가 최고급 호텔로 변모한 스베티 스테판, 어느날 갑자기 떨어진 폭탄으로 목숨을 잃은 22명의 안타까운 죽음을 기리기 위해 연주복을 입고 사고현장에서 22일 동안 묵묵히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를 연주한 첼리스트의 사연에 가슴이 저렸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사라예보, 거인이 하늘에서 던진 꽃이 호수로 변했다는 낭만적인 전설이 전해지는 마케도니아의 오흐리드 호수로 이어지구요. 잿빛 지붕의 도시, 프랑스 파리에서는 건물의 꼭대기에 있는 작은 빨간 것들이 뭘까 궁금했는데요. 건물의 방 개수만큼 빨간 굴뚝이 늘어서 있다는 설명에 정말 신선하고 재미있는 발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추억이 번지는 유럽의 붉은 지붕>은 한마디로 지금까지 만난 번짐 시리즈의 종합판이자 특별판이면서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의 예고편(?)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좁을 골목을 사이로 장난감 같은 붉은 지붕이 끝없이 이어지고 그 골목 사이사이로 드리워진 빨랫줄에 널린 빨래가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을 보면서 평범한 일상의 풍경이 이렇게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한인식당의 주인아저씨에게 속아서 스위스의 쉴트호른에 오르고 유럽의 지붕이라는 융프라우를 보게 됐다고. 그 대목을 보면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런 속임수라면 난 언제든, 얼마든지 환영이라고.


“집은 사람을 닮는다”는 말이 있다.

그 지붕 아래에 사는 사람이 궁금해졌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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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번은 이탈리아를 만나라 - 역사와 예술이 숨 쉬는 이탈리아 기행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최도성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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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고. 늘 생각합니다. 일 년 365일, 명절이나 가족의 생일 같은 날을 제외하고는 변함없이 이어지는 일상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내 나이 벌써 중년을 훌쩍 넘겼고’ ‘결혼 14년차인데’ ‘나 혼자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조차 없는 걸까?’ ‘때론 과감하게 폭탄선언을 해볼까?’ 하지만 현재의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볼 때 ‘여행’이나 ‘떠남’은 언제나 저와는 거리가 먼 얘기였기에.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생각으로 그치고 맙니다.


<일생에 한번은 이탈리아를 만나라>의 손에 들고 한동안 넋을 잃고 표지를 봤습니다. 지금까지 봤던 영화와 텔레비전 여행 프로그램에서 스쳐지나가듯 마주쳤던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지난밤의 어둠이 물러가는 시각, 그곳에 서 있다면 금방이라도 내 발을 적실 듯 가득 차오른 물 위에 몇 대의 곤돌라가 넘실대고 뾰족하고 그 뒤로 늘어선 둥근 탑을 한 신전 혹은 성당의 모습은 마치 꿈속을 거니는 듯 했습니다. 여긴 도대체 어디지? 이 땅 어디에 이런 곳이 있는걸까?


골목길 사이로 힐끗힐끗 보이는 푸른 회색빛 바다와 몽환적인 안개에 싸여 있어 마치 구름 위에 부유하는 도시를 걷고 있는 착각이 들게 했다. 베네치아를 염세적이고 비현실 세계로 이끄는 것으로 이 새벽길만 한 것이 없는 듯했다. - 33쪽. 


책은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시작으로 북부전원도시인 비첸차, 프리울리, 볼로냐를 여행한 다음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와 인류의 위대한 예술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의 숨결이 깃든 중부의 매혹적인 도시를 거쳐 ‘역사의 도시 로마’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책을 읽기 전에 품었던 저의 의문은 본문에 들어가면서 금방 풀렸습니다. 베네치아에서도 유명한 ‘동화속의 배’ 곤돌라와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 이 도시를 본 사람이라면 그 아름다움에 누구나 감탄하고 매료되지만 저자는 아니었나 봐요. 뭐든지 턱없이 비싼데다 극성스런 모기떼 때문에 크게 감동을 받지 못했다고 하네요. 물론 저자의 기대가 너무 컸던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전 저자가 부러웠습니다. 베네치아의 아름다움을 내 시야에 담을 수만 있다면 그 정도의 불편함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비첸차를 비롯한 북부 전원도시 편에서는 고딕이나 로마네스크 같은 건축양식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는데 학창시절 잠깐 배웠던 것을 다시 떠올려볼 수 있었습니다. ‘국제 그림책 원화전’으로 유명한 볼로냐를 저자는 신혼부부가 피해야할 여행지로 꼽아서 의아했는데요. 그 이유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육감적인 몸매와 지성을 겸비한 여성들이 가장 많은 도시’가 바로 볼로냐라는 거지요. 글쎄요. 신혼부부도 그렇지만 그보다 중년의 부부가 더 위험하지 않을까요?


이탈리아는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특히, 토스카나는 사람을 두 번 미치게 한다. 도착할 때 한 번, 떠날 때 다시 한 번. - 5쪽.


책의 초반, 저자는 자신이 이탈리아로 발걸음을 옮기게 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피렌체가 르네상스의 발상지이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은 ‘세계 역사상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상이자 사건’인 르네상스의 도시인 피렌체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데요. 17~8세기 영국의 귀족층 자제들은 엘리트 교육의 최종단계로 세계문물을 익히는 여행인 ‘그랜드 투어’에 대해 설명하면서 독자에게 그랜드 투어의 일원이 된 듯한 기분을 느껴보라고 권합니다. 도시 자체가 르네상스 박물관인 피렌체의 피에솔레 언덕에 올라보고 피렌체 여행의 하이라이트라는 거대한 붉은색 돔으로 유명한 두오모 대성당(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으로 이끕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가 서로의 예술적인 시각의 차이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는 일화와 <모나리자> 도난 사건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최도성님의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가 이번이 세 번째인데요. 처음 <일생에 한번은 스페인을 만나라>를 읽으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분명 여행서인데도 불구하고, 여행서가 아닌 느낌이랄까요? 누구나 가보고 싶어 하는 유럽을 소개하면서 이름난 명소가 어딘지, 그곳에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는지 지도로 일러주고 피곤한 몸을 누일 숙소와 여행의 큰 재미인 맛난 먹거리를 조목조목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스페인을 만나고 동유럽을 만나고 이번엔 드디어, 이탈리아를 만났습니다. 다음은 어디일까요?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댑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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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 - 오래된 책마을, 동화마을, 서점, 도서관을 찾아서
백창화.김병록 지음 / 이야기나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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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며칠 전 언니가 집에 찾아왔다. 몇 달 만의 방문이라 정말 반가웠다. 그런데 언니는 반가움보다 놀라움이 더 컸나보다. 동생이 그동안 어찌하고 살았나...궁금해서 이 방 저 방 기웃하더니 하는 말 “어머, 집이 왜 이러니. 책 좀 정리해라.” 나만큼 책을 좋아하는 언니지만 책장에 그득하다 못해 집안 여기저기에 무더기로 쌓인 책이 결코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었던 듯하다. “이건 책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책을 모독하는 거야”라고 했을 정도면. 사실 좁은 아파트에 사람보다 책이 차지하는 공간이 더 많으니 불편한 점도 있다. 먼지가 자주 많이 쌓이는 건 물론이고 뭔가를 제때 찾기도 힘들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책에 미련,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언젠가 도서관을 열기 위해서다.


책을 좋아해서, 책이 있는 공간, 책을 이야기하는 책은 그냥 넘기지 못한다.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이 출간되었을 때도 그랬다.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이란 제목과 저자가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는 부부’라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일단 무작정 읽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오래된 책마을 동화마을 서점 도서관을 찾아서’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은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영국에 이르는 유럽을 방문한 기록이다. 그렇다고 여행기라고 하기엔 유럽의 아름답고 빼어난 자연풍광, 예술품은 주인공이 아닌 조연이고 그보다 책이 머문, 책이 함께 하고 있는 공간이 주인공이다. 그래서 책의 구성도 1부에서는 도서관을, 2부 서점, 3부 동화마을, 4부 책마을을 소개하고 있다.


<장미의 이름>을 쓴 소설가이자 철학자,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가 싫어하는 도서관, 좋아하는 도서관’을 보면서 우리의 도서관은 과연 어느 정도일지 가늠해보고 책을 펼쳐놓은 듯한 형태라는 ‘미테랑 도서관’을 상상해보고(사진이 없어서 아쉬웠다)  볼로냐 국제도서전으로 유명한 이태리의 어린이 전문서점을 비롯해 책방골목에 줄지어 선 고서점과 <땡땡의 모험>, 그 유명한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에선 작은 사진 속의 책 제목에 자꾸만 눈길이 머물고 동화가 눈앞에서 펼쳐진 듯한 동화마을에선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와 눈 쌓인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장난꾸러기 피터와 그의 가족을 어디선가 만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책을 통해 작은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되살려낸 책마을도 인상적이었다. 책으로 이야기하고 일상 속에 책과 함께 하는 소박한 여유를 지닌 그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갈 때면 왠지 바쁜 약속도 잊고 머무는 시간이 자꾸만 지체되곤 했는데 책을 읽을 때도 그랬다. 어딜 가더라도 책이 머물고 있는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공간, 이야기에 빠져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면서 집안일은 언제나 뒷전으로 밀쳐두곤 했다. 아이들 키우고 나면, 독립시키고 나면 한적한 마을에 작은 도서관을 열어야지...꿈만 꾸었지 그 이상으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을 보면서 꿈을 조금씩 키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준비되지 않은 꿈은 실현될 수 없으니까.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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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2-01-09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은 도서관을 꿈꾸며 책을 쌓아놓았었어요. 지금은 그 책들의 빛바랜 색이 더 진해지기전에 처분하고 있지만요. 이 책은 저도 꼭 한번 읽어볼까 싶어요
 
그림 그리고 싶은 날 - 스케치북 프로젝트
munge(박상희) 지음 / 예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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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나의 눈길이 머문 곳,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그림으로 남기는 걸 즐겼다. 빈 공간만 있으면 무조건 빼곡하게 그림 그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 영향인지 특별히 그림을 배우진 않았지만 무엇이든 잘 그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사생 대회에서 매번 상도 받았기에 학창시절 미술선생님이나 반 친구들도 내게 꼭 미대에 가라는 말을 했다. 드러내고 말은 안 했지만 내 생각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미대에 가고 싶다는 바램은 실현되지 않았다. ‘우리 집 형편에 미대 두 명은 무리다. 언니는 이미 미대에 다니고 있으니까 넌 안 된다.’는 엄마의 말씀에 모든 상황은 종료. 내게 남겨진 건 깨끗이 포기하는 것뿐이었다. 고2 올라가기 직전 난 문과가 아닌 이과를 선택했다.




‘난 미대에 못 간다.’고 머릿속에 계속 새겼지만 마음은 쉽게 따라주지 않았다. 포기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되질 않았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 하지 말라니. 내가 아무리 그림을 그려도 그것이 미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서글펐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이제부터는 그림을 그리지 말자.




그후로 정말 오랫동안 그림과 멀리하며 지냈다. 어쩌다 한번씩 끄적이긴 했지만 낙서에 불과했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더욱 그랬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내가 그림을 그리는 순간은 아이가 무언가를 그려달라며 종이를 들이밀 때뿐이었다. 스스슥 슥, 휘익 휘이~익. 하얀 종이 위를 연필이 스쳐 지나가며 작게 노래를 부른다. 그것을 아이는 뚫어져라 바라보고. 신기해서 기뻐서 눈이 점점 커지는 아이. 그런 아이를 보며 난 더 신이 났다. 내 가슴 한켠이 찡해졌다. 그래. 내가 옛날에 정말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 학교에서도 언제나 미술시간을 기다렸는데. 그런데 왜 그림 그리기를 그만둔 거지? 미대 다니지 않으면 그림 그리지 못한다는 법도 없는데. 난 정말 바보였구나.




빨간색 표지의 <그림 그리고 싶은 날>을 만나면서 그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부풀었다. 그림에 대한 열망과 열정을 접으면서 어느새 손도 굳어버렸지만 저자의 글은 내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사소한 낙서 하나, 간단하게 휙 휙 그은 스케치까지도 모두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그림과 너무 오래 떨어져 지냈다며 의기소침한 내게 저자는 자신만의 스케치북을 만들어서 거기서 조금씩 그림을 모으는 것으로 시작해보라며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꼭 근사하고 멋진 정물화나 풍경화만 그려야 그림은 아니잖아? 식탁 위에 놓인 케첩도 좋고 깡통 통조림도 좋아. 좀 더 자세히, 꼼꼼하게 보고 스케치북에 그려봐. 뭔가 달라보일 걸?하며 응원의 말을 건네고 있었다.




중년이 넘은 나이에 그림을 다시 시작하려니 뭔가 쑥스럽지만 저자의 말에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주변의 작은 것부터 그려보자고 마음먹었다. 출발은 나만의 스케치북 만들기. 책의 후반부에 만드는 방법이 사진으로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집에 있는 재료를 활용해서 한 권의 스케치북을 만들었다. 엉성하고 서툴지만 나만의 스케치북이다. 왠지 모를 뿌듯함.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 아, 정말 좋구나!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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