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그림여행 - 고흐와 함께하는 네덜란드.프랑스 산책
최상운 글.사진 / 샘터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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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이었습니다. <화가의 눈>이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기 전에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알기 위해 저자는 화가가 그림을 그린 장소, 화폭에 담긴 풍경의 실제 장소를 직접 찾아가봐야겠다고 마음먹습니다. 그리고 영국과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스페인 등 유럽의 곳곳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물감을 점점이 겹쳐서 찍은 점묘파의 화가 쇠라를 비롯해서 모네와 쇠잔, 뭉크의 그림이 그려진 장소로의 여행이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정말 흥미로웠는데요. 바로 거기에 제가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이 있더군요. 짙은 청보라빛 밤하늘과 노란 벽이 대조를 이뤄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밤의 카페 테라스’. 그림과 실제 장소를 찍은 사진을 통해 고흐의 시선을 짐작해보곤 했는데요. 고흐의 그림을 좀 더 만나길 바랬던지라 왠지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최근 고흐의 그림을 위해, 그의 그림이 탄생한 장소를 찾아가는 책이 출간됐습니다. ‘고흐와 함께 하는 네덜란드. 프랑스 산책’이란 부제의 <고흐 그림여행>인데요. 저자는 그림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었지만 지독한 가난과 정신질환, 외로움의 고통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고흐의 삶과 그림을 재조명하기 위해 프랑스와 네덜란드로 향합니다.


그 첫 번째로 저자는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을 소개합니다. 고흐의 작품이 가장 많아서 고흐 기행의 성지라고 불리는 그곳에서 소장하고 있는 [베 짜는 사람] [감자 먹는 사람들] [씨 뿌리는 사람][추수] 등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고흐가 농부를 좋아해서 그들의 고단한 일상과 곡식의 수확과정을 오랜 시간을 두고 그렸다고 전합니다. [꽃이 핀 아몬드 나무]는 예전에 처음 봤을 때 온화하고 포근한 분위기에 그것이 고흐의 그림이라고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요. 고흐가 조카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테오에게 보낸 선물이 바로 그 [꽃이 핀 아몬드 나무]라는 설명에 고흐가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을지 왠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 다음 오테를로의 크뮐러 뮐러 미술관에서는 고흐가 처음으로 유화를 시작했을 때의 그림 [숲 속의 소녀]를 비롯해서 인상파, 점묘파의 영향을 받은 작품 [레스토랑 실내], 녹색이 따스하게 느껴지는 [유모, 롤랭 부인의 초상화][롤래의 초상화], 그리고 너무나 유명한 [해바라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고흐는 동생 테오의 영향으로 한때 파리에 머물기도 했는데요. 예술가들의 동네라고도 불리는 몽마르트르에서 고흐는 인상주의 화풍으로 [플리쉬 대로]를 남기기도 했고 [탕기 아저씨의 초상화]를 통해 당시 고흐가 일본 회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오르세 미술관의 <론 강의 별이 빛나는 밤>, 아를에서의 <밤의 카페 테라스>, 고흐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별이 빛는 밤>을 만나면서 고흐가 밤의 풍경에 매료되었을 뿐만 아니라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그대로 화폭에 옮기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자신의 기억과 상상을 더해서 그렸다고 하는데요. 고흐의 작품에 나타난 천체의 모양을 현재의 과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는 대목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 네덜란드와 파리의 이곳저곳을 여행한 <고흐 그림여행>. 이 책으로 고흐에 대해 새로이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당시의 상황과 풍경이 어떠했을지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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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번지는 곳 프라하, 체코 In the Blue 7
백승선 지음 / 쉼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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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야! 이렇게 야한 책 첨 봤어. 도저히 못 읽겠더라. 니가 볼래?”

대학 신입생때, 같은 과 동기이자 가장 절친한 친구가 내게 책을 한 권 내밀었다. 자신은 책의 내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그때 받은 책이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심하다’는 친구의 말에 호기심이 동해서 읽기 시작했지만 막상 내가 느낀 것은 그 어떤 행위보다 무겁고, 끝없는 어둠과 가슴이 저미는 아픔과 슬픔, 안타까움이었다. 체코가 어떤 역사와 아픔을 가진 나라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만나게 된 곳. 그곳이 바로 프라하였다.


이후, 이십여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체코와 프라하는 스무 살에 만났던 그때의 느낌이 지금도 강하게 남아 있다. 왠지 모르게 차갑고 어둡게 가라앉은 분위기, 사람들의 모습, 일상에서조차 아픔이 느껴질 것 같은 생각... 그래서일까. <그리움이 번지는 곳. 프라하, 체코>를 읽으려고 책을 향해 뻗은 손이 순간 주춤했다. 지금까지 소박하면서도 장엄한 아름다움, 꿈길을 거니는 듯 아련한 그리움의 이야기를 전해준 번짐 시리즈가 프라하를, 체코를 어떻게 보여줄지...


너무나 궁금해서 서둘러 책장을 펼쳤다. 그곳에서 만난 건 잔잔한 강물 위에 마치  떠 있는 듯 아련히 보이는 붉은 지붕의 건물들.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이 넘쳐나는 낮과 여러 조명으로 화려하다 못해 황홀함을 드러낸 밤의 모습이 책장 가득 펼쳐졌다. 이런 곳이었나. 프라하가... 밀란 쿤데라의 작품과 그것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어둡고 창백한 기운이 아직도 선하게 떠오르는데 책에서 만나는 풍경은 무척이나 따스했다. 이 도시를 카프카가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떠나지 못했다는데, 그 말이 어쩐지 이해가 됐다. 한없이 거닐고 싶어지는 이 거리와 골목길과 광장에 발을 들여놓으면 나도 아마 그럴 테니까. 좌우의 모습이 서로 다른 종탑을 고개를 한껏 젖히고 바라보면서 서로 다른 점을 찾아내려고 할테고 매시 정각마다 열리는 시계쇼를 몇 번이고 계속 볼테고. 존 레논의 벽 앞을 서성이며 그의 'Imagines'을 흥얼거리겠지. 거기다 보헤미안의 땅 체스키 크롬로프와 올로모우츠의 동화처럼 아기자기하면서 자유롭고 그리운 분위기에 한 번 젖어들면 난 아마 프라하를, 체코를, 절대 떠나지 못할 테니까...


그리움이 가득한 도시의 이곳저곳을 누비다가 문득 낯익은 이름을 만났다. 얼마 전 미국의 세계적인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가 우리의 종묘를 다시 보기 위해 재차 방문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그의 작품, 건축물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곡선의 리듬과 독특함이 살아있는 건물을 보면서 건축은, 건물은 그저 무수히 많은 자재들로 만들어놓은 경직되고 틀에 박힌 무언가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우리의 종묘에 소중함과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얼마전에 읽었던 <은닉>의 저자 배명훈은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찍어온 체코의 알록달록 동화 같은 여행사진에 속지 말라고. 체코의 겨울은 그 사진들을 냉동 창고 안에 들어가서 보는 것만큼 춥다고. 하지만 어떠랴. 한겨울이 되어도 눈구경 하기 힘든 따뜻한 남도의 땅에 사는 난 그래도 가보고 싶다. 여기저기 볼거리로 가득한 거리와 결코 메마르지 않는 이야기들이 샘솟는 이 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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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스캔들 2 - 명작은 왜 명작인가 명작 스캔들 2
장 피에르 윈터.알렉상드라 파브르 지음, 김희경 옮김 / 이숲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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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잘 그린다는 얘기도 곧잘 듣긴 했습니다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틈틈이 그림 공부를 할 만큼 애착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림에 있어서 무엇이 중요하고 어떤 것을 담겨야 하는지 어떻게 봐야 하는지도 잘 모릅니다. 그저 그림을 보는 제 기분과 감정에 좋게 다가오면 ‘야, 좋다!’고 느끼는 정도입니다. 해서 늘 궁금했습니다. 책에 고전이 있듯이 그림에도 명작이 있는데, 어떤 그림을 명작이라고 하는지 알고 싶었는데요. 얼마전에 출간된 <명작스캔들 2>가 좋은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지난해 ‘소설보다 재미있는 명화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출간된 <명작 스캔들>을 통해 예술가들의 파란만장한 삶과 이름난 명화의 숨겨진 뒷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었는데요. 이번 <명작 스캔들 2>의 부제는 바로 ‘명작은 왜 명작인가’입니다.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서 어떤 그림을 명작이라고 하는지 이야기하는데요. 프로이트 학파의 정신분석학자이자 라캉의 제자인 장 피에르 윈터와 미술사를 전공한 저널리스트인 알렉상드라 파브르 두 사람이 공동저자로 저술한 것이기에 그 과정이나 내용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두 저자는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이 그림을 왜 명작이라고 하는지. 나라가 다르고 시대가 변하는데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명작’이라고 칭하는데엔 어떤 이유가 있는지. [밀로의 비너스]를 시작으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셍]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암굴의 성모],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아담의 창조]를 비롯해서 고야의 [1808년 5월 3일],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르네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배반], 앤디 워홀의 [켐벨 수프 통조림] 등 서른 편의 명작을 소개하고 그것들을 왜 ‘명작’이라고 하는지 그 이유를 하나하나 짚어줍니다.


이를테면 가장 먼저 소개된 [밀로의 비너스]. 일단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자면 이 작품은 결코 ‘명작’이라고 할 수가 없지요.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여신이라고 하기엔 신체의 굴곡이 밋밋한데다가 두 팔이 잘려 나가는 등 곳곳이 파손되어 있습니다. 마치 장인이 완성된 작품이 마음에 안 들어 스스로 부수어버린 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인데요.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런 부족함, 부재가 사람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밀로의 비너스]를 숭배하고 명작이라고 칭하는 이유가 된다는군요. 그런가하면 [터번을 두른 소녀(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의 요하네스 페이메이르(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은 일상 속에 깃든 소박함,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요. 화가는 그저 우유를 따르는 여인을 그렸지만 그림을 감상하는 이들은 단순한 그림 속에 일상의 고단함과 풍요로움, 더 나아가 성적인 쾌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킨다고 하구요. 캔버스에 담배를 피울 때 쓰는 파이프를 그려놓고서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는 글을 적어 놓은 르네 마그리트. 그의 작품 앞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이게 파이프가 아니라니? 그럼 내가 보고 있는 게 뭐지? 그야말로 [이미지의 배반]인데요. ‘파이프’라는 이름과 구부러진 모양 속에 마그리트는 수많은 의미와 암시를 숨겨놓았다는 겁니다. 언뜻 봐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림을 볼 때 오로지 시각에 의존하기보다 그 이면의 것들을 되새겨보고 ‘사고’해볼 필요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아마추어 화가는 눈에 보이는 것을 보여주지만 명작의 작가는 그동안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던 불가능한 것을 보여준다’고. 명작은 그저 잘 된 작품, 빼어난 작품이라고 해서 모두 명작이 아니었습니다. 작품을 탄생시킨 작가의 의도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리와 욕망이 한데 어우러져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때 비로소 명작의 이해와 감상이 시작된다는 거였습니다.


고전이란 ‘누구나 꼭 읽어야 될 책이라고들 말하지만 실은 아무도 읽고 싶어하지 않는 책’이라고 마크 트웨인은 말했습니다. 첨엔 이 말을 ‘그렇지! 고전은 어려워서 사람들이 잘 안 읽어’라고 받아들였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무도 읽고 싶어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읽어야 하는 게 바로 고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는데요. 명작도 그렇지 않을까요. 난해하고 혐오스러워서 쳐다보기조차 싫은 그림도 시간이 흐르고 일상의 무게를 느끼는 나이가 되고 보니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더군요. 이전의 나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터부시한 것들이 더 이상 거부감이 들지 않는 생각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명작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가질 수 있다는 것. 이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접근법,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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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악의 거장들 - 그 천년의 소리를 듣다 : 한국 음악 명인열전
송지원 지음 / 태학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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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나이가 들어서 바뀌는 걸까? 시간이 사람을 변하게 하는 걸까?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름을, 달라졌음을 느낄 때 종종 이런 생각을 합니다. 먹거리와 생활방식, 일상의 기호에 이르기까지 달라진 지금 나의 모습, 이런 변화의 요인은 대체 무얼까.


국악, 우리의 전통음악을 예전에는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피해 다녔다고 해야 할까요? 학창시절 어쩌다 늦은 밤 텔레비전 앞에 앉아 뭔가 재미난 걸 찾다가 채널이 국악프로그램에 머물면 얼른 돌려버리기 일쑤였습니다. 이렇게 지겹고 고리타분한 걸 대체 누가 본다고. 찾는 사람이 있기는 한가? 했지요. 그러다 나이를 들어선지 시간이 흘러선지 제 귀에 우리 음악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요. 그때가 서른 고개를 넘었을 때였습니다. 조용하면서도 변화무쌍한 일렁임이 있고 묵직하면서도 솜털처럼 가벼운 국악의 매력에 난생처음 빠져들었는데요. 삼십 대에 두 아이를 배 속에 길러내면서 줄곧 들었던 음악도 바로 우리 음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긴 호흡의 국악을 너끈히 감상하기엔 제 소양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느끼고 있던 차여서 <한국 음악의 거장들>이 무척 반가웠습니다. 국악의 전문적이고 자세한 지식보다 우선 우리의 소리, 우리의 음악을 평생 지켜왔던 이들의 삶,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는 게 더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거든요.


책은 ‘1장. 거문고와 가야금의 거장’ ‘2장. 시대를 울린 음악의 명인’ ‘3장. 노래에 취한 가객’ ‘4장. 장악원의 음악 관리’ ‘5장. 이론가와 작곡가’ ‘6장. 후원자와 감식가’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삿된 마음을 금하고 자신을 이기는 방법으로 거문고를 연주했다는 조선후기의 문인 오희상을 통해 당시 우리 선조들은 거문고를 연주하면서 마음을 조용히 가다듬었다고 전하는데요. 거문고를 연주함에 있어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오능), 거문고를 연주하면 안되는 상황(오불탄)에 이르기까지 그것은 단순히 악기를 연주하는 차원이 아니라 도(道)에 이르는 경지라고 해도 될 정도였습니다. 빼어난 연주자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는데요. [악학궤범]의 저자인 성현의 거문고 스승인 이마지의 연주는 얼마나 빼어났는지 사람들은 그의 거문고 연주 속에서 기쁨과 슬픔, 분노, 즐거움, 인생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하고. 거문고 소리가 실로 애절하고 절절했다는 이금사와 그를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누구보다 이금사의 연주를 그리워했던 성해응의 사연, [현의 노래]을 통해서도 알려졌던 우륵의 가야금, 소현세자를 따라 조선에 들어왔다가 귀화하여 장악원에서 비파를 가르치기도 했다는 명의 악공 굴씨, 깊은 숲에 울려 퍼지는 대금 소리가 흡사 신선이 숲과 같았다는 억량, 아쟁 연주로 귀신까지 울렸다는 김운란 등 우리 역사에 빼어난 연주자가 정말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요. 관악기도 현악기도 아닌 악기, 흐느끼듯 구슬피 우는 소리를 내는 악기 해금의 명인 유우춘은 자신의 음악세계를 이해해주는 이들 앞에서만 연주하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연주하기를 접었다는 대목은 제가 한창 해금 소리에 빠져있어서인지 무척 안타깝게 다가왔습니다.


올여름은 유독 더웠습니다. 깊은 밤이 되어도 한낮의 뜨거운 열기기 가시지 않아 잠들기조차 힘겨웠는데요. 그럴 때면 우리 음악을 듣곤 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었는데요. 쉬운 문장과 길지 않은 글을 낮은 소리로 읽어보니 그 속에 왠지 높고 낮은 리듬이 느껴지더군요.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이 간간히 풍경을 울리는 가운데 나지막한 우리 음악과 책 읽는 소리가 조화롭게 이어지고 어느샌가 아이는 곤히 잠들곤 했는데요. 그 모습이 참 고요하고 편안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좋았습니다. 이전에 출간된 <옛 음악인 이야기, 마음은 입을 잊고, 입은 소리를 잊고>는 어떨까 궁금해집니다. 그 책도 소리내어 읽고 싶은 마음,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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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 In the Blue 6
백승선 지음 / 쉼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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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물빛 도시가 찾아왔다. <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

 

번짐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이 출간됐다. 사진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약간의 수채화 그림과 글로 이뤄진 책. 그래서 순식간에, 눈 깜짝할 사이에 읽을 수 있는 책.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또 다른 시작일 뿐.

 

올 여름은 여느 때보다 무더운 폭염이 이어졌다. 이미 잠자리에 들었어야할 시간인데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내일을 위해 잠을 자야 하는데, 어서 자야 하는데...한참 뒤척이다가 이내 포기하고 거실의 불을 밝혔다. 현실에서는 이 더위를 떨칠 수 없으니 그렇다면 과감하게 맞서주마. 이런 심정으로 책을 집어 들었는데 그럴 때 몇 번이고 펼쳐든 책이 있으니. 바로 <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였다.

 

번짐 시리즈에서 언젠가 베네치아를 이야기하겠구나...어느 정도 짐작했다. 지난달 읽었던 <추억이 번지는 유럽의 붉은 지붕>에서 작가는 이야기했다. 물이 흐르듯이 꽃이 피듯이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도시, 베네치아를. 산 마르코 광장에 우뚝 솟은 종탑에 올라 베네치아의 붉은 지붕을 내려다보고 노 젓는 곤돌라를 바라보며 추억과 아쉬움을 남겨두고 왔다고 했다. 그랬는데...이렇게 바로, 금방 베네치아를 만나게 될 줄이야...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과 <오셀로>를 비롯해 수없이 많은 영화와 의 배경이 되었던 전력이 있어서일까. 내게 있어 베네치아는 특별한 존재였다. 궁금한 것이 너무나 많은 나라였다. 그 중 으뜸이 바로 베네치아가 천 년의 세월동안 이어져온 물의 나라, 바다의 도시라는 점. 바다 위에 도시와 나라가 세워졌다는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나로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상조차 불가능했다.

 

나와 같은 궁금증을 지닌 이들을 배려해서일까. 저자는 초반에 이렇게 이야기한다. 베네치아는 ‘이민족의 침입을 피해, 생존을 위해 이탈리아인들이 숱한 나무기둥을 박아 그 위에 건설한, 지금도 조금씩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다’고. 바닷속으로 조금씩 가라앉는 다니. 놀랍고 충격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베네치아를 찾는 이들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건 아마도 베네치아가 품고 있는 매력, 이야기 때문이라니...

 

조용하고 평화로운 도시. 차가 없는 도시. 길을 건널 때도 배를 타야하고 집 앞에 자동차 대신 배를 메어두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도시, 베네치아를 사진과 글로 만나면서 많은 걸 알게 됐다. 높은 곳을 싫어하던 저자가 용기를 내어 올랐다는 산 마르코의 종탑. 천 년을 꼿꼿하게 서있던 종탑이 예전에 무너졌었단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때 무너진 벽돌을 그대로 보존했다가 다시 쌓아올렸다는 것이다. 그것도 10년 동안이나. 베네치아 사람들이 자국의 문화유산을 얼마나 사랑하고 보존하려는 의지가 큰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물이 찰랑대는 운하의 골목을 돌면서 저자는 어린 시절 물난리를 겪었던 일화를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 베네치아에는 하수시설이 없단다. 순간, 뭐라고? 했다. 하수시설이 없다고? 해마다 폭우가 쏟아지고 태풍이 지나가면 물난리가 나서 마치 난리가 난 것처럼 동네가 풍비박산이 나는 것을 신문으로 뉴스로 봐왔던지라 저자의 말이 실감나지 않았다. 에이, 설마 그럴 리가..했다. 그런데 진짜란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가 조류가 드나들면서 운하의 물을 끊임없이 새로운 바닷물로 바꿔주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물 위에 배처럼 둥실둥실 떠 있는 것 같은 도시를 누군가의 말처럼 보지 않았을 때보다 보고 나니 더 믿기지 않는다고. 그 비현실감을 나도 경험해보고 싶다. 118개의 섬과 177개의 운하, 그리고 400여 개의 다리가 있다는 베네치아. 물 위에 떠 있는 도시. 베네치아의 뒷골목을 조용히 거닐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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