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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 존 가트맨.최성애 박사의
존 가트맨.최성애.조벽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안~되엣!” “이제 좀 그만해라” “잠깐 좀 기다려봐!” 내가 하루에 이 말을 몇 번 하는지 세어보면 얼마나 될까. 한 달 동안은? 그럼 일 년은? 사춘기에 접어드는 건지 무조건 반항하고 발을 굴리며 짜증을 내는 큰아이, 위험한 장난은 도맡아놓고 일을 저지르는 작은 아이. 이 두 아이를 키우면서 난 갈수록 목소리만 큰 엄마가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분명 그 누구보다 사랑하건만 아이들을 돌보고 건사하는 게 너무나 힘들 뿐. “누가 제발 나 좀 살려줘”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을 뿐이다.
사실 난 자신이 있었다. 정리정돈을 하거나 멋들어진 음식을 장만하는 데는 서툴지만 아이들 보는 건 달랐다. 많은 형제들 속에서 자랐고 내가 돌본 조카도 여덟 명이나 되기에 문제없을 거라 여겼다. 완벽한 엄마는 못 되지만 최고의 엄마는 될 수 있을거라 자신했는데. 이럴수가.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탄판이었다. 완전히 나만의 터무니없는 착각이었다.
큰 아이 때는 나았다. 아이는 여러모로 날 힘겹게 했지만 그래도 잘 다스리고 참아내며 엄마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뒤늦게 작은 아이를 임신했을 때 이번엔 더욱 잘할 수 있을거라 안도했다. 그런데 작은 아이는 달랐다. 기질이나 성격, 취향이 큰아이와 정반대였다. 고집이 세다는 최악(?)의 조건만이 유일한 공통점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유순하고 멀쩡하던 큰아이가 동생이 태어나면서 갑자기 매사에 밉살스런 행동을 일삼았다. 난 자연히 큰 아이를 나무랐다. “너보다 여섯 살이나 어린데, 형인 니가 그런 행동을 하면 되겠니?” 큰아이는 소리쳤다. “나도 아직 아기야!”
대체 어디가, 어떻게 잘못된 걸까. 육아서를 닥치는 대로 읽었다. 아이들의 심리와 마음,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해서 아동심리학 책도 빼놓지 않고 읽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해결책은 보이지 않았다. 책을 볼 때는 무릎을 치다가도 막상 아이들과 지내면서 적용해보려고 하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내 아이를 위한 감정 코칭>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저자의 명단에 있는 ‘존 가트맨’이란 이름 때문이었다. 몇 년 전 그의 책을 읽고 어둔 길이 밝아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기에 이 책 역시 기대가 됐다.
책은 존 가트맨의 ‘감정코치’법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감정코칭의 핵심은 다섯가지다. 첫째, 아이의 소소한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 둘째 아이의 감정표현을 친밀감과 감정코칭의 기회로 볼 것. 셋째, 아이의 감정에 이해심을 가지고 귀 기울일 것. 넷째, 아이가 자심의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 그 감정에 이름을 붙여볼 것. 다섯째,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한마디로 아이의 행동과 감정표현에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분명한 한계를 지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감정코칭을 통해 아이는 다른 아이보다 자기감정을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화가 나더라도 자기 컨트롤 능력이 뛰어나고 금세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학습적인 면에서도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책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은 아직도 완성되지 못한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과정이다.’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아이의 내면에 쌓인 분노와 상처, 슬픔을 감싸주기 위해선 우선 내 안에 쌓인 분노, 상처를 먼저 치유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난 여태까지 이 말을 오해한 것 같다. 아이는 곧 나 자신이라고. 그렇기에 아이의 잘못된 행동은 (아이의 감정이 어떤지 들여다보기에 앞서) 그 자리에서 고쳐줘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올바른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부모에게 잦은 억압과 규제를 받은 아이는 자존감이 낮은 아이로 성장하고 끝내는 어긋난 행동을 보인다고 하니 실로 충격적이다.
부드러운 손길로 아이를 안은 여인과 여인의 손에 안겨 편안하게 잠든 어린 아이. 참으로 평화로운 풍경이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여인의 세 시기> 중 일부가 그려진 <내 아이를 위한 감정 코칭>. 사실 본문의 바탕이 된 ‘감정코칭’은 존 가트맨의 전작에서 이미 다뤄진 내용이라 그리 새롭지 않다. 하지만 책에는 그동안 가정과 학교에서 수많은 부모와 선생님들이 경험한 사례들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내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싶은 부모와 성인이 된 모든 이에게 꼭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