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나라의 조건 - OECD 선정 '가장 행복한 13개국'에게 배운다
마이케 반 덴 붐 지음, 장혜경 옮김 / 푸른숲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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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난달에 주민세를 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고지서의 금액이 이전보다 두 배 이상 인상된 거예요. 혹시 연체를 했나 싶어 살펴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제가 사는 지역의 주민세가 인상이 된 거였어요. 그것도 작년부터. 인상된 금액에 한 번, 작년엔 미처 모르고 지나쳤다는 점에서 또 한 번. 연이은 충격에서 정신을 차릴 즈음 의문이 들었습니다. 세금은 이렇게 해마다 늘어나는데, 그럼 살기가 좋아져야 하는 거 아냐? 왜 오히려 힘들고 팍팍해지지? 왜 행복하지 않은 거야? 내가 내는 세금, 다 어디로 가는 거냐고!

 

 

“행복한 나라에 조건이란 게 있을까?”하는 의문에 펼쳐든 책 <행복한 나라의 조건>. 네덜란드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네덜란드와 멕시코에서 살았던 이력을 지닌 저자에겐 이런 고민이 있었다고 합니다. 세계 2차 대전의 패전국에서 부유한 나라로 탈바꿈한 나라, 독일. 경제적인 기반이나 여건에서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데도 행복도 지수 조사에서는 항상 독일이 밑바닥 수준이라는 거지요. 독일 사람들은 왜 행복하지 않은 걸까?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마침내 결심합니다. 행복한 나라로 알려진 곳에 직접 찾아가서 그 나라 사람들에게 행복의 비결이 뭔지 물어봐야겠다고.

 

 

저자는 OECD에서 선정한 ‘가장 행복한 13개국’을 9개월에 걸쳐 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행복한 삶의 비결’에 대해 일일이 취재하기에 이릅니다. 각자 경제적 수준이나 교육 수준이 다르고 삶의 방식도 달랐는데요. 한 가지 공통되는 부분을 찾자면 자신만의 것을 고집하기보다는 ‘조화’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이를테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부자나라로 통하는 노르웨이에서는 ‘얀테 법칙’이란 게 있다고 합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절대 자랑하지 않는 것이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하구요. 사람들간의 신뢰도도 높아서 자동차의 시동을 켠 채 세워둔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수입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는 덴마크 사람들이 엄청난 세금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살면서 발생할 수 있는 많은 문제들에서 국가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점을 행복의 비결로 꼽았구요. 캐나다 사람들은 크고 거장한 꿈이나 이상보다 단순하면서도 서로가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사람들간에 서로 배려하는 것이 일상에 녹아들어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코스타리카, 덴마크, 스웨덴, 스위스, 핀란드,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파나마, 룩셈부르크, 멕시코, 콜롬비아. 자긴 이 중에 어느 나라가 궁금해? 어디서 살고 싶어?” 휴일날, 늦은 아침을 먹고 한가로울 때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난데없는 질문에 남편은 황당해했지만 이내 북유럽의 몇몇 나라를 대더군요. 이유가 뭐냐고 재차 물어보니 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고 사회전반에서 기회가 고르게 주어지는 것 같다는 대답을 했는데요. 사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불과 얼마전까지는요.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조금 달려졌어요. 어떤 점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콕 짚을 순 없지만 좀 더 고민이 필요한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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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학술총서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기획, 신현준.이기웅 엮음 / 푸른숲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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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흡한 도시 재개발 정책은 젠트리피케이션을 악화시킨다' 얼마전 은행에 들렀다가 본 기사내용입니다. 잠깐 휘리릭 훑어본 거라 구체적인 것은 기억나지 않는데요. 서울시의 도시계획 패러다임이 ‘개발’과 ‘재개발’에서 ‘재생’으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서울시가 현재보다 삶의 질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이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확충하고 지역공동체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거였습니다. 그냥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기사였지만 ‘재개발’,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대목이 눈길을 끌더군요,

 

‘젠트리피케이션’의 사전적 의미는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비교적 빈곤 계층이 많이 사는 정체 지역에 진입해 낙후된 구도심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기존의 저소득층 주민을 몰아내는 현상’입니다.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가 처음 사용한 말로 ‘신사 계급, 상류 사회, 신사 사회의 사람들’을 뜻하는 ‘gentry’와 화(化)를 의미하는 ‘fication’의 합성어라고 하는군요. 즉 어느 지역에 상업화가 진행되면서 임대료가 오르자 그것을 감당할 수 없는 기존 상권이나 거주민들이 밀려나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문제는 이로 인해 그 지역 본연의 전통이나 정체성을 잃어버리기도 한다는 겁니다. 생활하는 곳이 서울이나 수도권과 먼 지역이지만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젠트리피케이션’이란 것에.

 

‘어찌하다 보니 젠트리피케이션 연구에 휘말려 들어갔다’는 아리송한 말로 서두를 시작한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은 여덟 명의 연구자가 공동저자로 집필한 책인데요. 우리나라 인구 중 천만 명이 산다는 서울에서 이른바 한국형 도시개발이 진행된 8곳을 6개월에서 3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해당 지역의 여러 직업과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와 현장조사한 것을 토대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정리해놓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소개된 서촌의 경우 20세기 말부터 언론인과 문인, 예술가 등 문화예술인들이 이사 와서 거주하거나 작업실로 쓰면서 여러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서촌만의 정체성을 쌓아나갔는데요. 최근 몇 년 전부터 새로운 가게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들어서면서 서촌의 특색이 사라지고 ‘뜨내기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곳이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홍대는 재개발과 구별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는데 있어 가장 적합하다는 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지요. 젊은 화가들의 작업실과 인디밴드들의 거점 무대로 통했던 홍대는 한때 ‘자유’라는 말이 잘 어울렸던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도심처럼 이곳 역시 점차 사람들이 몰리게 되고 ‘홍대상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상업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책에는 이 외에도 종로3가, 홍대, 가로수길과 사이길, 한남동, 구로공단, 창신동, 해방촌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었는지 하나하나 짚어줍니다.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의 첫인상은 ‘정갈함’이었습니다. 하얀색 표지에서 깨끗하고 정갈한 이미지로 다가왔지만 막상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처음과 다르게 ‘묵직함’이었습니다. 책은 우리나라 인구 중 천만 명이 산다는 서울에서 이른바 한국형 도시개발이 진행된 8곳, 서촌을 비롯한 종로3가, 홍대, 가로수길과 사이길, 한남동, 구로공단, 창신동, 해방촌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오랫동안 현장조사를 거쳐서 정리해놓고 있는데요. 사진과 지도가 더해져 500페이지(참고문헌도 상당)가 넘는 분량의 책을 보고 나니 ‘젠트리피케이션’이 비단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란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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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마지막 그림 - 화가들이 남긴 최후의 걸작으로 읽는 명화 인문학
나카노 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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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달 전인 것 같습니다. <피카소에서 앤디워홀까지>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피카소를 비롯해서 샤갈. 몬드리안, 앤디 워홀 등 서양미술의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화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배운 작품부터 여러 책을 통해 알게 된 작품들이 제법 눈에 띄더군요. 작품도 유화, 석판화, 입체조형물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그림에 대해선 문외한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특히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 중에는 고대 그리스 비극작품을 주제로 한 것들이 눈에 띄었는데요. 서양인문고전을 공부하면서 접하게 된 작품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그림으로 만나니 느낌이 정말 새롭더군요.

 

이 작가가 그림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게 뭐지? 이 작품이 서양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데 이유가 뭘까? 간혹 전시회에 가면 이런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화가가 생의 마지막에 남긴 작품은 무엇일지...는 단 한 번도 고민해보지 않았는데요. <내 생애 마지막 그림>은 바로 화가들의 삶을 그가 남긴 그림을 통해 되짚어보는 책입니다.

 

마지막 작품이 최고의 걸작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성공한 예술가가 인생 말기에 이르러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는지 관찰하는 일은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그림이란 화가의 삶의 방식 그 자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 7쪽.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1부 화가와 신 - 종교·신화를 그리다’에서는 역사와 종교에 관한 그림을 많이 남긴 라파엘로와 티치아노, 루벤스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구요. ‘2부 화가와 왕 - 궁정을 그리다’에서는 왕정의 후원을 받아 그림을 그린 궁정화가는 보장된 삶을 누렸지만 왕정시대가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자 거기에 휩쓸린 궁정화가들 역시 함께 막을 내리게 되었는데요. 거듭된 근친혼으로 인한 왕가된 벨라스케스, 반다이크, 고야와 같은 궁정화가들이 소개되어 있는데요. 어둡고 캄캄한 배경에 등이 굽은 백발노인이 양 손에 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데 고야의 자화상 <나는 아직 배우고 있다>는 그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부 화가와 민중 - 시민사회를 그리다’에서는 일상생활의 순간들이 예술로, 그림으로 표현되기 시작하는데요. 검소하고 단조로우며 고단한 농부의 일상을 담은 밀레, 일생이 수많은 전기와 소설, 연극으로 만들어진 고흐는 태양을 닮은 노란빛에 매료되었지만 정신적으로 늘 불안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까마귀 나는 밀밭>은 다른 작품보다 불길한 기운이 가득한 느낌이 듭니다.

 

인생의 맨 마지막에 왜 밀레는 이 광경을 그린 것일까? 소년이었던 밀레를 들비둘기 사냥에 데려간 사람은 아버지였을까?...... 갖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노동의 상스러움을 줄곧 그려온 화가는 가축을 도축하는 것과는 다른 사냥의 한 측면도 그림으로 남겨두고 싶었던 것일까? 이 또한 농촌생활의 현실이다라고..... - 261쪽.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습니다. 여행을 갈 때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을 목적으로 여행지를 고르기도 하지만 요즘은 ‘남도 음식 기행’ ‘문학기행’ ‘역사탐방’ 등 하나의 독특한 테마를 가지고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요. 그림도 그렇게 접근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내 생애 마지막 그림>이 좋은 출발점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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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다리 풍경
이종근 지음 / 채륜서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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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한 마리가 통나무 위로 뛰어오릅니다. 아슬아슬 통나무 다리를 건너기만 하면 여우에게서 도망칠 수 있거든요. 근데 여우는 토끼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빨랐습니다. 여우 역시 통나무 다리 위로 올라서서 눈앞에 있는 토끼를 잡으려는 바로 그 순간, 통나무 다리가 흔들흔들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내내 세차게 내린 비로 다리가 망가져서 통나무 하나만 간신히 놓여있었는데요. 토끼나 여우는 그걸 알지 못했습니다. 여우는 눈 앞에 먹음직스런 먹잇감이 있지만 토끼는 뜀박질 한번이면 무사히 도망칠 수 있지만 옴짝달싹하지 못합니다. 균형이 아주 조금이라도 깨어지거나 흔들리면 아래로 위로, 양옆으로 사정없이 흔들리는 통나무 다리는 무너지고 토끼와 여우는 강으로 빠지게 되거든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인 토끼와 여우. 그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쳐 나갈까요?

 

 

<흔들흔들 다리에서>라는 그림책의 내용인데요. <한국의 다리 풍경>이라는 책을 보자마자 아이들의 그림책이 생각났습니다. ‘길이 끝나고 마음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저자가 국내의 곳곳에 놓여있는 다리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습니다.

 

 

다리는 강이나 계곡 같은 곳을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건너갈 때 놓는데요. 얕은 하천이나 개울을 건너기 위해 드문드문 돌을 놓은 징검다리가 있는가하면 나무나 벽돌, 혹은 바위를 이용해서 다리를 건설하기도 하지요. 당시의 시대적, 역사적, 지역적 상황에 따라서 다리는 여러 가지 형태를 띱니다. 역사나 문화적으로 이름난 다리를 책에는 ‘강원도, 경기도, 서울시’ ‘경상도’ ‘충청도’ ‘전라남도’ ‘전라북도’ 지역에 따라 나누어 소개되고 있는데요.

 

 

가장 먼저 제가 사는 곳이 속해 있는 지방의 다리부터 살펴봤습니다. 지명이 낯선 무섬에서는 외나무다리가 바깥, 다른 지역으로 통한 유일한 통로다고 하네요. ‘외나무다리로 꽃가마 타고 시집왔다가 죽으면 그 다리로 상여가 나간다’고 할만큼 고립된 곳이었다고 하는데요. 언뜻 사진으로 봤을 때 다리가 워낙 좁고 굽이져서 사람들이 오고갈 때 통행에 불편하지 않을까 했는데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일부구간에 비껴갈 수 있는 비껴다리가 있다고 합니다. 철새들의 서식지로 널리 알려진 주남은 거대한 늪지라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나무로 만든 다리나 징검다리는 여러모로 불편해서 커다란 돌로 다리를 놓았다고 합니다.

 

 

경기도 양평의 ‘황순원문학촌 소나무마을’에는 소설의 배경을 재현한 체험장이 있는데요. 어린 소년과 소녀의 아련한 첫사랑이 떠오르는 개울가의 징검다리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구요. 충북 진천군의 농다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로 하늘의 별자리를 응용해서 28개의 교각을 만들었고 멀리 떨어져 살면서 서로 그리워하는 견우와 직녀를 위해 까치와 까마귀가 다리를 놓아주었다는 오작교는 전북 남원에 있는데요. 이 오작교를 밟으면 부부금슬이 좋아진다는 얘기 때문에 연인들도 즐겨 찾는 명소라고 하는군요.

 

 

책 후반부에는 저자가 직접 전국으로 찾아다니며 찍은 다리 사진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옛 선조들의 철학적 사상과 이상이 고스란히 담긴 궁궐의 다리와 소설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홍교와 도마교, 일제 수탈의 상징이 된 군산의 부잔교, 한국전쟁의 상흔을 엿볼 수 있는 다리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부산의 영도대교가 몇 년 전 도개식으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다리가 하루에 한 번 올라가고 내려가는 광경을 아직 보질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사람의 보폭에 맞게 무심한듯 돌을 놓거나 혹은 통나무를 반으로 갈라 길게 연결하거나 혹은 바위나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서 놓거나. 다리는 그저 이곳에서 저곳으로 건너가게 해주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다리든지간에 그곳을 지나간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 그리고 오랜 세월 시대를 넘어서 전해지는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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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6-06-27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도 다리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몽당연필님 오랜만의 리뷰 반가워요. 찜해둔 책인데 어서 봐야겠어요
 
서툰 인생을 위한 철학 수업 - 삶의 길목에서 다시 펼쳐든 철학자들의 인생론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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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내가 제일 어려워했던 과목은 수학도, 물리도 아닌 도덕이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면 모두 이해된 것 같아도 시험기간에 혼자 공부하려면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특히 철학과 관련한 대목은 이 말이 저 말 같고 저 말이 이 말 같은, 수수께끼가 끝없이 반복되는 도돌이 속에서 난 항상 길을 잃었다. ‘난 도덕적인 사람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의기소침해지다가 ‘뭐, 난 이과 갈 거니까.’ 급기야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이후로 내가 ‘철학’과 만날 일은 결코 없을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결코’ ‘절대’란 말을 할 때 주의해야할 것이 있으니 머지않은 미래에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고 피하고 싶은 것을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나듯 마주치게 된다는 점이다.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난 끊임없이 의문과 질문을 되뇌어야 했다. 아이를 어떻게 길러야할까? 아이는 내게 어떤 존재인가?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놓일 때도 머릿속에선 이런 물음들이 떠올랐다. 무엇이 옳은 일인가, 어떤 것이 선하고 정의로운가? 삶 자체가 철학적 질문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툰 인생을 위한 철학수업>. 이 책은 ‘안광복’이라는 이름을 보고 선택한 책이다. 그가 지금까지 복잡하고 어려운 철학적인 개념들을 이해하기 쉽게 해설한 책을 꾸준히 출간했다는 것을 알기에, 그의 전작들을 읽으면서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경험을 했기에 이 <서툰 인생을 위한 철학수업> 역시 내게 무언가 해결책 혹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삶을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가지게 되는 의문들, 무엇이 인생이고 행복은 무엇인지, 대인관계, 복잡한 사회 속에서의 세상살이에 대해 갖는 의문들을 니체, 소크라테스, 데카르트,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장자, 한비자 등의 철학자와 현자들이 남긴 말을 통해 풀어가고 있다. 이를테면 열등감이나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 소크라테스의 삶과 철학을 통해 해답을 이끌어내고 인간관계로 어려움을 겪는 이에게는 욕심을 버리고 물 흐르듯 살아가라는 장자의 철학을 내민다.

 

300여 쪽에 서른 개가 넘는 글이 수록되어 있다. 고로 하나의 꼭지당 내용은 그리 길지 않다. 대개 10쪽 전후인데 본문에 언급된 철학자의 사상에 대해 자세히 알지 않아도 이해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을만큼 술술 읽힌다. 이런 글을 인문출판사 편집자들에게서 ‘가볍다’고 한다지만 철학이 마냥 어렵게만 여기는 이들에게는 저자의 가벼운듯 핵심을 전하는 글은 오히려 반가운 일이 아닐까. 인문학 공부를 처음 시작하거나 청소년들, 무엇보다 고등학교에 첫 발을 내딛는 큰아이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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