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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숲 17 - 신장판
이시키 마코토 지음, 손희정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0년 5월
평점 :
아아..카이! 그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나이 스물도 채 되지 않은 카이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몇 년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답니다. 지난해 늦가을에 만나고 이번이 딱 6개월 만인데요. 이 정도 페이스면 아주 좋은 편이니 더 이상 불평은 안 하렵니다. 부디 올해가기 전에 카이를 한 번 더 만날 수만 있다면....더 이상 바랄 게 없겠어요. ^^
열여섯이 되는 해에 쇼팽콩쿠르에서 참가한 카이. 드디어 1차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카이의 오랜 친구이자 최고의 라이벌인 슈우헤이와 아지노의 피아노 소리로 관중들을 사로잡은 팡 웨이도 함께요.
1차 심사 통과자 명단이 발표된 후 슈우헤이는 1차에서 탈락한 아담스키를 통해 화장실에서 우연히 만나 위로의 말을 건네다 오히려 아담스키에게서 이런 얘길 듣습니다. “너는 뭘 위해서 피아노를 치는 거야? 우리에 갇혀 자신만을 위해 피아노를 치고 싶은 건 아니겠지?” 그 말은 그동안 카이에게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힘겨워 하던 슈우헤이의 마음을 다소나마 가볍게 해 줍니다.
한편 아버지 요우이찌로우는 쇼팽 콩쿠르의 심사위원 중 크리스티나(일본인 여성 심사위원)를 만나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우리 슈우헤이...아지노의 제자에게 이길 수 있겠냐고.”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요우이찌로우에게 “아들에게 대리전쟁이라도 시킬 생각이야?”라고 되묻습니다.
사실 요우이찌로우에게 있어 아지노는 넘어설 수 없는 견고한 벽과 같았어요. 자신이 어떻게 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아지노였습니다. 아지노의 연주가 듣는 것만으로도 벅차오르는 감동에 흥분되는 음악이라면 요우이찌로우는 편안하면서도 포근하게 감싸주는 진정제 같은 음악을 들려줬지요. 이렇게 서로 정 반대의 음악을 표현하는 두 사람이었기에 서로 비교하거나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거였습니다. 하지만, 요우이찌로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래도록 가슴에 응어리져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 응어리를 은연중에 슈우헤이를 통해 해소하고자 하는 겁니다. 자신의 말 한마디가 슈우헤이의 목을 조이는 족쇄가 되는 줄도 모르고 말이지요.
17권에서는 그토록 기다렸던 카이의 연주를 들을 순 없었지만 그동안 의문에 싸여있던 팡 웨이에 대해 알게 되는, 그가 아지노의 피아노 소리를 내는 의문을 풀 수 있었어요. 늘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한 팡 웨이여서 혹시나 과거에 있었던 어떤 일로 인해 아지노와 카이에게 복수(?)를 하려는 건 아닐까...노심초사했는데...그건 아니었어요. 팡 웨이가 아지노의 피아노를 닮은 이유를 알고 싶으시다면....17권을 펼치시길...그리고 저와 함께 18권을 기다리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