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13주 13일 보름달이 뜨는 밤에 독깨비 (책콩 어린이) 1
알렉스 쉬어러 지음, 원지인 옮김 / 책과콩나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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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푸른색의 밤하늘, 보름달,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는 마녀, 박쥐. 거기에 왠지 불길한 느낌을 주는 숫자 13이 반복되는 제목 <13개월 13주 13일 보름달이 뜨는 밤에>. 음산함이 가득한 이런 깊은 밤에 자매인지 친구인지 알 수 없는 두 소녀가 손을 잡고 걸어간다. 왜? 무엇 때문에?




‘먼저 알아야 할 사실이 있는데, 나는 언니나 동생이 없다’며 뒤죽박죽 이야기를 시작한  12살의 소녀 칼리. 얼굴 가득 주근깨가 있는데다 빨간 머리, 통통한 체격의 칼리는 다른 아이와 비교해서 특별하거나 이상한 점은 하나도 없다. 주인공치고는 그야말로 지극히 평범한 소녀였다. 다만 칼리에겐 언니나 동생이 없기 때문에 함께 놀 수 있는 특별한 친구를 소망했다.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되고 며칠이 지나자 칼리의 반에 메르디스란 아이가 전학을 온다. 칼리는 호기심어린 눈으로 메르디스를 관찰한다. 자신과 단짝친구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기 위해서. 그리고 메르디스가 크게 나무랄 데는 없지만 다른 아이들에 비해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다. 매사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데다 말투도 이상하고 어느 누구와도 게임을 하거나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 거였다.




그러던 어느날 칼리는 메르디스를 데리러온 할머니와 우연히 얘기를 하게 된다. 자신을 그레이스라고 소개한 할머니는 칼리에게 충격적인 비밀을 털어놓는다. 자신이 진짜 메르디스라는 것. 마녀인 메르디스에게 몸을 빼앗기는 바람에 할머니의 몸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그레이스의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칼리는 당황해하지만 메르디스의 이상한 행동을 보고 그레이스의 말이 진실이란 걸 알게 된다. 이에 칼리는 그레이스가 마녀에게 뺏긴 몸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다가 오히려 자신이 함정이 빠지고 마는데....




오로지 단짝친구만을 바라던 평범한 소녀 칼리가 늙은 마녀의 함정에 빠져 자신의 인생을 도둑맞게 된다는 독특한 내용의 <13개월 13주 13일 보름달이 뜨는 밤에>. 이 책은 이야기의 구성이나 흐름에 큰 무리없이 쉽고 빨리 읽혀진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전형적인 판타지동화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깊게 읽다보면 놀랍고 서글픈 사실을 알게 된다. 12살 소녀에서 어느날 갑자기 노인이 되어버린 칼리의 시선과 말을 통해 노인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평소 노인들의 생활이 어떠할지,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하루하루 조금씩 약해지고 달라지는 자신의 몸에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사람들이 자신을 쭈그렁바가지라며 쓸모없는 인간 취급할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책에서 잘 드러나 있다.




일흔 살의 노인으로 세상에 태어나서 해마다 나이를 먹을수록 거꾸로 어려지는 운명을 지닌 남자의 삶을 담은 소설도 있지만 소녀에서 노인으로, 노인에서 다시 소녀로 돌아가는 칼리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과 시간의 의미, 소중함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시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거의 마법에 가깝다. 겨울을 봄으로 바꾸고 아기를 아이로 바꾸며, 씨앗을 꽃으로 바꾸고 올챙이를 개구리로, 애벌레를 고치로, 고치를 나방으로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삶을 죽음으로 바꾼다. 시간이 할 수 없는 일은 없다. 뒤로 돌아가는 것만 빼고. 그것이 시간이 가진 문제다. 오직 한 방향으로만 갈 수 있다. 시간은 물과 같아서 거슬러 올라갈 수 는 없다. -1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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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가 뿔났다
모리스 글라이츠만 지음, 이정아 옮김 / 키움미디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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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가 뿔났다. 볼이 한껏 부어오른 걸 보니 많이 뿔났다. 왜 뿔이 났을까? 두꺼비의 말풍선엔 이런 글이 있다. ‘왜 사람들은 두꺼비에게 돌을 던질까?’ 정말 왜 그럴까? 왜 사람들은 두꺼비에게 돌을 던지는 걸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바트 삼촌, 왜 인간들은 우리를 미워하는 거죠?” 호기심 많은 림피의 질문에 “맙소사! 림피, 넌 정말 멍청하구나”하고 대답해준 바트 삼촌이 트럭에 깔리면서 책은 시작한다. 지나가는 차에 의해 도로에 납작하게 깔려 빳빳하게 말라버린 친척들을 보면서 림피는 인간은 왜 자신들을 미워하는지, 언젠가 인간들이 사는 것을 찾아가 이유를 알아내고야 말겠다고 결심한다. 유일한 여동생 차암에게 큰 트럭과 휴가객을 실은 자동차가 덮치는 환상을 본 림피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여기고 길을 떠난다.




인간들을 만나기 위해 무작정 떠난 림피. 그를 기다리는 것은 추위와 배고픔이었다.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르며 돌멩이를 던지는 인간들을 피해 달아나려고 해도 사고 때문에 한쪽 다리가 굽은 림피는 한자리에서 맴돌기가 일쑤였다. 사탕수수두꺼비가 인간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방법, 인간들이 사탕수수두꺼비를 좋아해서 자신들을 보며 환호성을 지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던 림피는 올림픽 마스코트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리고 올림픽 마스코트 위원회 사람들을 만나려고 시도하는데...




우리의 설화나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두꺼비는 어려운 이를 도와주고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착한 동물이며 복, 재물을 가져다주는 행운의 동물이다. 그런 두꺼비가 어쩌다 이곳에선 보기만해도 진저리를 칠 정도로 싫어하고 혐오스런 동물이 됐을까.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옮긴이는 ‘사탕수수두꺼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원래 사탕수수 농장의 골칫거리였던 사탕수수 딱정벌레를 없앨 목적으로 들여온 동물이 바로 사탕수수두꺼비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다할 천적이 없는 곳에서 사탕수수두꺼비의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면서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지고 급기야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거다.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어느날 갑자기 낯선 곳으로 옮겨온 동물들. 책에선 호주의 사탕수수두꺼비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이건 비단 사탕수수두꺼비만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황소개구리나 붉은귀거북 같은 동물을 들여왔다가 그로인해 오히려 토종동물들이 외래종에게 잡아먹히고 자신들의 터전에서 쫓겨나지 않았던가.




자신이 자동차에 치여 다리를 다쳤으면서도 자신과 가족, 친척들을 위해 인간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길을 떠난 림피. 수없이 고난과 실패를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끝에 작은 실마리를 풀어내는 림피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책날개를 보니 <두꺼비가 뿔났다>이후에 2편, 3편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호기심 많고 용감한 림피의 또다른 모험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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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이기는 습관
전옥표 지음, 정현승 글, 전병준 일러스트, 손준혁 카툰 / 쌤앤파커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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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자기계발서가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이기는 습관>과 <청소년을 위한 이기는 습관>에 이어 <어린이를 위한 이기는 습관>이 출간됐다.




여름방학을 맞이한 행복초등학교의 5학년 규현, 강인, 예은, 유빈. 시원은 저마다 신나는 방학생활에 대한 기대와 계획으로 들떠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려던 아이들은 규현이가 가져온 두루마리로 된 낡은 보물지도를 보고 놀란다. 일곱 개의 관문, 일곱 개의 미션을 성공하고 나면 보물을 찾을 수 있다는 것. 거기다 보물이 숨겨진 장소는 학교 바로 뒷 산. 보물을 찾으러 갈 것인지를 두고 아이들은 잠깐 실랑이를 하지만 결국 보물 찾으러 가기로 결정한다.




마법의 산의 규칙에 따라 지도를 발견한 규현이가 리더가 되어 일행을 이끌어간다. 모형비행기를 만들기를 좋아하고 노래를 잘 부르지만 왜소한 체격에 소극적이고 겁도 많은 규현이를 비롯해 활달하고 씩씩해서 친구들에게 인기는 많지만 고집이 센 강인이, 밝은 미소로 주위 사람의 기분을 밝게 하지만 체력이 약한 예은이, 책읽기를 좋아하고 영리하며 적극적이지만 불평, 불만이 많은 유빈이, 잘생긴 외모와 춤실력으로 인기가 많지만 힘들 일을 싫어하고 이기적인 시원이 이렇게 다섯명의 아이들은 행복의 습관, 성취의 습관, 프로의 습관, 전략의 습관, 실행의 습관, 규범의 습관, 승리의 습관에 해당하는 관문 하나하나를 통과하고 주어진 미션을 해낼 때마다 조금씩 성장해간다.




마법의 산에서는 미션의 수행 여부에 따라 시간이 빨리 흐르기도 하고 느리게 빨리 흐르기도 핧뿐만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가치있는 사람인지 멋지게 소개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문을 열어주는 말하는 돌문이라든가 움직이는 징검다리, 뭔가에 감동받고 기분이 좋을 때만 움직이는 거대한 파란새 등 아이들의 보물찾기 여정에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장치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런 위기가 닥칠 때마다 머리를 맞대어 궁리를 하고 서로 도우기도 하면서 일곱 개의 미션을 모두 완수하고 마침내 꿈을 이루어주는 보물상자를 발견한다는 내용이다.




이 외에도 책에서는 하나의 관문을 통과할 때마다 위인들의 이기는 습관을 비롯해 도움이 되는 명언 등을 넣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스스로 돌아보고 자신에게 필요한 습관을 생활 속에서 조금씩 익혀나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전체적인 내용은 아이들이 누구나 좋아하는 모험을 담고 있기 때문에 초등 중학년 이상의 아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몇 군데 아쉬운 점이 있다. 먼저 규현이가 보물지도를 발견하는 과정이 너무 엉성하다. 어디서 어떻게 발견했다는 과장도 없이 덮어놓고 얘들아, 이것 좀 봐! 하면서 발견한다. (아이들 책이라지만 너무하다.) 아이들이 방학되기 하루 전에 이사온 시원이와 너무나 서슴없이 지낸다는 것, 아이들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서 도움을 주는 에비스 아저씨의 존재도 모호하다.




또 하나의 습관, 미션을 시작할 때마다 강인이의 모습에 말풍선을 달아놓았는데 성의부족이 아닌가 싶다. 매번 똑같이 강인이를 넣을 게 아니라 미션에 해당하는 아이를 넣어서 내용에 따라 변화를 주는 게 좋지 않았을까. 게다가 노래를 듣고 기분이 좋을 때만 움직이는 파란새가 108쪽의 삽화를 보면 파란새가 아니라 흡사 불새, 혹은 봉황이나 공작새처럼 보인다. 구성이나 편집에 세심함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처음엔 저마다 개성이 다른 아이들이 제각각의 소리를 내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차츰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자신보다 친구들을 먼저 생각하고 위하는 등 숨겨진 면을 발견해가는 모습이 대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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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잃어버린 아이> 서평단 알림
우산을 잃어버린 아이
고정욱 지음 / 에코북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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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에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서 있는 아이...지그시 눈을 감은 표정이 결코 밝지 않다. 무슨 이유에설까...궁금했다. ‘사랑으로 키운 장애 아들을 떠나보낸 가수 우순실의 감동 다큐 동화’란 부제를 보고서야 내용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이 동화가 ‘잃어버린 우산’을 불렀던 가수 우순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을...




민지네 집에 차압이 들어오는 것으로 이 동화는 시작한다. 민지 아빠의 사업이 실패를 한 것...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민지오빠인 병수가 태어날 때의 충격으로 뇌수종에 걸려 언제 상태가 나빠질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그런 병수를 돌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엄마가 민지는 무척 서운하다. 엄마가 가수라는 걸 친구들이나 선생님에게 자랑하고 싶은데 엄마는 그 마음도 몰라준다. 엄마의 사랑을 오빠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한 민지는 중국에 있는 아빠에게 ‘중국에서 아빠와 함께 살고 싶다’고 편지를 쓴다.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다가온 오빠의 죽음과 함께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민지 자신도 재생불량성 빈혈이란 병이 걸렸다는 것을...어리둥절한 민지 옆에서 그동안 소홀해서 미안하다며 우는 엄마를 보고 민지는 그제서야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오빠에게 그동안 짜증만 냈던 게 미안하기만 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더 다정하게 대할걸...민지는 다짐한다. 이제부터 내가 엄마의 우산이 되어줄 거라고...




이 글을 쓴 고정욱님은 그동안 장애인에 관해 많은 글을 써왔다. 장애인이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지 않았으면 하는 작가의 마음이 120여쪽의 짧막한 동화였지만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고 읽는 이에게 다가오는 감동도 크다.




하지만 왠지 아쉽다. 이거다...라고 콕 꼬집어 말할 순 없는 그 뭔가가 빠진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다 떠오른 것이 바로 이 동화가 실화라는 것이다. 물론 실화가 가져다주는 감동은 다른 어떤 것보다 크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실화를 어떻게 문학적으로 작품 속에 담아내느냐에 따라 감동의 깊이나 크기가 달라지는데 이 작품엔 그런 문학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 같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씌여진 동화 역시 문학이다. 어린이가 성인에 비해 이해력 면에서 다소 떨어지더라도 그 또래의 아이들이 느낄 수 있는 감흥을 가능한한 좀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그것이 바로 문학의  힘이 아닌가. 감동적인 실화와 문학적 감흥...그 사이에서 길을 잃은 한 권의 책이 너무나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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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지각하는 아이 책꾸러기 6
김상희 글 그림 / 계수나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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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얼굴로 살며시 문을 여는 두 아이의 얼굴이 그려진 <매일 지각하는 아이> 이 책을 보고 제일 처음 떠오른 것은 바로 존 버닝햄의 <지각대장 존>이었다. 매일 지각하는 존에게 무작정 반성문을 쓰라고 강요하는 선생님은 권위적인 교사의 모습,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 책의 선생님은 달랐다. 매일 지각하는 지민이를 야단치는 게 아니었다. 지민이가 학교에 지각하지 않도록 타이르고 짝꿍에게 지민이와 함께 학교에 오라고도 한다. 그런데도 지민이가 지각을 하자 반 아이 전체를 보내고 나중엔 선생님이 직접 나선다. 아침 일찍 지민이네 집으로 찾아간다.


그리고 선생님은 알게 된다. 지민이가 늦잠을 자서 지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학교 가는 길에 펼쳐진 들꽃과 나무를 보고 그 아름다움을 즐기고 다리 다친 아기새를 돌봐주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이 지민이와 함께 등교한 그 날, 선생님도 지각을 하게 된다. 지각한 선생님을 나무라는 교장선생님 뒤에서 지민이반 아이들과 선생님은 활짝 웃는다.


사실 요즘 아이들에게 자연은 더 이상 친구가 아니다. 특별히 계획을 세우고 찾아가야 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즐기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이 책은 용기를 북돋아준다.


아이가 매일 지각을 한다면 분명 걱정스러운 일이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도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걱정거리를 넘어 가슴 아파해야 할 일이 아닐까. -- 작가의 말 중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는 작가의 마음이 잘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안타깝게도 저자의 그런 의도가 오히려 치명적인 흠이 되고 말았다. “얘들아. 자연과 친구가 되어보렴”하고 소리 높여 주장하고 싶어도 은근히 숨겼어야했다. 굳이 제일 마지막 장면에 “찾았다. 저기, 선생님과 아이들이 자연과 친구가 되었네! 정말 신나는 일이지?”하고 주제를 완전히 드러내는 얘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아이들은 숨겨진 것을 찾아내는 선수들이다. 해야할 말을 콕! 찍어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그림속에서 이야기를 찾아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알록달록 예쁜 꽃들이 활짝 핀 들판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이 뭔가를 관찰하며 웃고 있는 모습! 거기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덧붙인다면 “찾았다. 모두 여기 있었네!”...이 정도?


이 책의 흠은 또 있다. 아이들이 독서발표를 하는 날, 선정된 책을 보면 이미륵의 <무던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이 책의 주인공인 지민이는 과연 몇 학년인가? 작가는 ‘햇살반’이라고 했는데...대략 1,2학년일 듯하다. 그렇다면 과연 1,2학년 아이들이 <무던이>를 읽고 독서발표를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이미륵의 <무던이>는 넘을 수 없는 신분의 벽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남자와 결혼한 무던이가 그 사실을 남편에게 얘기하고 소박맞는다는 내용이다. 적어도 초등 고학년인 5,6학년이 되어야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왜 이 책에서 언급한 것일까. 같은 출판사의 책이어서?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각하고 미안해하는 아이, 속상한 선생님의 표정이 그림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마치 순정만화를 그린듯한 그림체가 아들은 거슬리는 모양이다. 몇 번 읽고서는 “엄마, 이거 여자애들 책이잖아!” 이렇게 말한다. 그동안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숱하게 봐왔어도 특별히 거부반응을 보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역시 아이들 눈은 어른과 다르다. 어른의 눈에 이쁜 책이 아이들 눈에도 이쁘게 보이란 법은 없는 모양이다. 등장인물이나 주변 풍경이 무척 아름답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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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2007-09-03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계수나무 출판사 최영미부장입니다. 리뷰가 참 좋았습니다. 전화 한 번 주시겠어요? 011-274-6480 566-6288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