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한다 오광명 초승달문고 17
송언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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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말썽을 부리고도 뭐가 그렇게 신이 났는지 헤벌쭉 입을 벌리고 웃는 아이. 한마디로 대책 없는 사고뭉치 말썽쟁이, 이름은 오광명! 오죽했으면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아이가 오광명의 담임인 털보선생님에게 공부 안하고 싸움만 하는 아이니까 조심하라며 주의를 줄까.




근데 그 털보선생님, 정말 독특하다. 이 놈 따끔하게 야단쳐서 버릇을 고쳐놔야겠네..하시는게 아니라 오히려 말썽쟁이 오광명이랑 친구해야겠다고 하신다. 손잡고 교실로 들어가는가 하면 다른 아이들 몰래 사탕도 주신다. 장난꾸러기에 왕고집, 심술 맞다며 아이들은 오광명을 멀리하지만 털보선생님은 조금씩 다가가서 바짝 끌어안아주신다.




같은 반 여자아이의 팬티를 봤다며 친구들이 저질이라 놀리자 점심도 못 먹을 정도로 괴로워하기도 하고 싸움귀신이 붙은 듯 연달아 친구와 주먹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털보선생님은 광명이에게 묻는다.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장난스레. 야단을 치고 훈계를 하기보다 생각을 묻는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말을 건네는 털보선생님에게 오광명은 조금씩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좋아하던 짝꿍 준이가 갑자기 전학을 가자 슬퍼서 눈물 흘리는 광명이! 그런 광명이를 위해 친구들은 준이의 이사간 집 주소를 알아내서 함께 놀러가자며 말을 건네기에 이른다.




심술궂은 행동으로 아이들의 빈축을 사지만 누구보다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아이 오광명. 말썽쟁이 오광명과 털보선생님의 학교에서의 짤막한 일상이 수록된 <잘한다 오광명>을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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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없는 날 동화 보물창고 3
A. 노르덴 지음, 정진희 그림,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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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큰아이의 유치원 공개수업때, ‘나의 엄마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을 알아보는 시간이 있었다. 아이들 각자가 엄마의 얼굴을 그리고 말풍선을 만들어서  그 속에 엄마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을 적어 넣는 거였는데, 큰아이는 뭐라고 했을지 난 무지 궁금했다. “널 사랑해” “멋진걸”하고 말하는 멋있고 다정한 엄마의 모습이 아닐까 속으로 은근히 기대했는데...결과는 내 소망과 정반대였다. “하지 마! 하지 마!” 큰아이는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로 이 말을 꼽았다. 그때의 충격이란! 만화로 표현하면 내 머리에 100톤짜리 망치가 내려꽂히는 충격이랄까. 아이들이 어른들의 말과 행동을 의도와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걸 그때 알게 됐다.




<잔소리 없는 날>에는 큰아이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개구쟁이가 등장한다. 이름은 푸셀. “양치질해라” “숙제해라”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루종일 계속되는 부모님의 잔소리와 간섭 때문에 기분이 상한 푸셀은 투덜대기 시작한다. 단 하루만이라도 간섭받지 않고 지내고 싶다고. 푸셀의 간절한 바램에 부모님은 승낙한다. ‘위험한 일은 안된다’고.




8월 11일 월요일. 딱 하루 ‘잔소리 없는 날’을 맞은 푸셀, 아침부터 제멋대로다. 양치질, 세수도 안하고 자두잼을 숟가락으로 푹푹 퍼먹는다. 그런데도 아무런 말도 않는 부모님, 푸셀의 기분은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다. 푸셀의 제멋대로 행동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부모님이 정말로 잔소리를 안 하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학교에서 무턱대로 조퇴하는가하면 갑자기 파티를 열겠다며 케이크를 준비해달라고 한다.




그런데 파티에 올 사람을 구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친구들은 모두 운동을 하거나 친구집, 병원에 가고 없었다. 할 수 없이 길에서 만난 술주정뱅이를 초대하고 그것도 모자라 밤에는 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자겠다고 하는데....




부모님의 끊임없는 잔소리에 지친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 <잔소리 없는 날>. 내가 두 아이의 엄마여서 그런지 처음엔 푸셀의 ‘제멋대로 행동’이 왠지 괘씸하고 위험천만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조금씩 푸셀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얼마나 답답했을까. 어른들의 잔소리에서 해방된 기분을 만끽하는 푸셀의 모험담에 슬며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건 부모의 꾸중이 아니라 ‘잔소리’라고 한다. 아무리 아이를 사랑한다고 해도 지나친 간섭이나 잔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슬이 되어 아이를 꽉 죌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지나침은 아니함만 못하다 하지 않는가. 아이들에게 드리운 끈을 적당히 느슨하게 풀어주자. 푸셀처럼 내 아이에게도 단 하루의 ‘잔소리 없는 날’을 제안해볼까?....생각해보지만 솔직히 걱정이 된다. 고삐 풀린 망아지가 폭주하지 않도록 어떻게 다독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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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방통 왕집중 초승달문고 6
전경남 지음, 김용연 그림 / 문학동네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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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의 주특기는 상상하기. 숙제하라고 방에 들여보내면 해야 할 숙제는 않고 내도록 상상의 나래를 편다. 중간중간 들여다보며 호통을 치면 놀라서 그제서야 공부하는 흉내를 내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저 녀석 큰일이네. 집중하는 게 저렇게 힘들어서 어쩌지?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신통방통 왕집중>은 친구와의 약속장소인 서점을 둘러보다가 발견한 책이다. ‘신통방통’ ‘왕집중’이란 제목과 아이들이 그린 듯 다소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표지그림이 눈길을 끈다.




책에는 어린이날이 되었지만 함께 놀아줄 사람도 없는 진석이. 자신은 외면하고 일하러 간 엄마가 야속했던 진석이가 동생을 찾기 위해 할머니댁으로 가는 ‘5월 5일’, 일요일 아침, 늦잠 자는 엄마 아빠를 깨우다 지치고 화가 나서 밖으로 나온 민기는 언덕에서 고양이를 만난다. 말을 하는 고양이를 따라 고양이네 마을로 간 민기가 신기하고 놀라운 일을 겪는 ‘뒤로 걸은 날’, 쉴 틈 없이 이곳저곳 학원을 다녀야하는 준환이가 비오는 날 친구들과 쥐잡기에 나서면서 일어나는 일 ‘살려 줘, 제발!’, TV나 신문에서 몸에 좋다는 건 일단 구입하는 엄마가 산만한 동우에게 먹이기 위해 [신통방통 왕집중]이란 약을 구입하다. 하지만 동우가 그 약을 비타민과 바꿔놓는데 그걸 알 리 없는 엄마가 약을 먹으면서 벌어지는 갖가지 소동을 그린 이야기 ‘신통방통 왕집중’ 모두 4편의 단편동화가 수록되어 있다.




4편의 동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는 각각 다르지만 하나의 큰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것 같은 유쾌한 상상이나 한번쯤 어른에게 반항하고 싶어하는 심리를 잘 포착했는데 책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진석이와  민기, 준환이, 동우 네 명의 주인공은 저마다 부모와 큰 갈등을 겪는다. 신기한 모험을 하거나 우왕좌왕 좌충우돌하며 소동을 벌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조금씩 성장하고 부모와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책은 한 번 잡으면 손에서 놓을 수 없을만큼 술술 읽혀진다. 또 각 동화마다 조금씩 분위기를 달리한 삽화는 때론 우울하고 슬프고 짜증나고 심통을 부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더욱 생동감 있게 느끼게 한다. 저자의 쉽고 맛깔난 문장을 읽다보면 책에서 만난 아이들이 왠지 낯설지 않다. 내 아이, 혹은 아이의 친구를 만난 것 같다. 내 아이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을 것 같다. 앞으론 좀 더 자상하고 부드럽게 대해줘야지 다짐한다.




하지만 그 결심은 오래가지 않는다. 화를 내고 야단을 치다가 급기야 “얼른 ‘신통방통 왕집중’ 약을 사서 먹이든지 해야지 원...”하며 혀를 찬다. 그럼 아이는 오히려 더 신이 나서 약 올린다. “헤헤, 엄마, 그럼 난 이렇게 하면 되지”

 

“통방통신 왕왕집집중중, 산통오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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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계단에서 도깨비가 신나는 책읽기 4
임정자 지음, 이형진 그림 / 창비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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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는 매일 아침 학교에 갈 때 책 한 권을 챙겨간다. 아이가 직접 책을 고를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내가 하는데 그 과정이 은근히 재미가 난다. 수업에 도움이 되는 책을 넣을까. 아이가 재미있어할만한 책이 좋을까. 거실 책장 앞에서 잠깐 망설이다가 한 권을 골라 가방에 쓱 넣어준다. 그리곤 기다린다.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상상하면서.




며칠전엔 <어두운 계단에서 도깨비가>를 골랐는데 다섯 편의 단편동화가 수록된 동화집이다. 낙지전골을 만들기 위해 냄비에 담겨 뜨거운 렌지 위에 놓인 낙지가 불쌍해서 구해줬더니 낙지는 바닥에 둥근 빨판이 붙은 신발을 아이에게 선물로 보낸다. 빨판이 붙은 신발을 신으면 벽이나 천장, 어디든 다닐 수 있어서 아이는 엄마가 회초리를 들 때마다 빨판 신발을 신고 도망친다는 [낙지가 보낸 선물], 외계에서 지구로 왔기 때문인지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온 엄마를 둔 아이가  지하실에 감춰진 우주선을 타고 꽁꽁별로 돌아가 엄마의 어린 시절이 담긴 기억상자를 찾아온다는 [꽁꽁별에서 온 어머니], 집에서 시끄럽게 떠든다며 엄마에게 야단을 맞은 아이가 아파트 계단에서 도깨비들을 발견하고 그들과 어울려 겅중겅중 뛰며 신나게 노는 이야기 [어두운 계단에서 도깨비가], 우산 없이 학교에 온 날 갑자기 비가 내리지만 엄마는 직장 때문에 우산을 가져다주지 못하자 아이가 우산을 들고 엄마 마중을 가는데 도중에 물웅덩이 속으로 들어가 이빨귀신과 싸워 돌아온다는 [이빨귀신을 이긴 연이], 오래되어 낡은 흰 곰 인형이 아이들을 위한 인형극의 토끼인형과 다람쥐인형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흰곰인형]이 수록되어 있다. 앞의 4편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반면에 마지막 [흰곰인형]은 유일하게 성인이 화자로 등장한다.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그들의 일상생활에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 이야기는 유쾌하고 장난스럽기까지 하다. 그런가하면 유일하게 성인이 화자로 등장한 [흰곰인형]은 자신의 몸을 내어주는 흰곰의 사랑이 조용하고 잔잔하게 다가온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어두운 계단에서 도깨비가]를 가장 재밌더라는 얘길했다. 도깨비며 사탕, 어른들 신경쓰지 않고 쿵쾅거리고 뛰어노는 놀이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소가 모두 들어있는 이야기라 역시 아이들도 즐거워하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 반면에 요즘 아이들이 무엇에 목말라하는지 알 수 있었다.




놀이를 잃어버린 아이, 어린 시절의 꿈과 마음을 잃어버린 엄마와 어른들이 등장해서 그들이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화해하는 모습이 그려진 동화집 <어두운 계단에서 도깨비가>. 아이의 속마음이 어떨지 궁금하다면, 내 아이와 가까워지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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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 비밀결사대 - 비룡소 창작동화 고학년 1 일공일삼 37
한정기 지음, 유기훈 그림 / 비룡소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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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소의 ‘황금도깨비상’을 수상한 국내 작가의 창작동화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많은 이들이 극찬했고 출판사의 요청으로 저자가 바로 2편을 집필했다는 그 유명한 동화 <플루토 비밀 결사대>. 읽어본 사람마다 재밌다. 재밌다...를 연발하는데 정작 읽어볼 기회는 없었다. 그래서 책을 잡는 순간부터 기대만땅! 이었다.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 다섯 명의 아이들이 뭉쳤다. 우진이와 서진이, 동영이, 금숙이, 한빛. 아이들은 마을 뒷산에 자신들만의 아지트를 만들고 비밀 결사대를 조직한다. 그리고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검은고양이>에 나오는 고양이의 이름을 따서 ‘플루토(염라대왕이란 뜻이다) 비밀결사대’라 이름 짓는다. 그러던 어느날 마을에 갑자기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에 플루토 비밀결사대의 5명의 아이들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뛰어든다. q




속도감이 상당한 책이라 한 시간 조금 지났을까? 후루룩 다 읽고 나서 느낀 점은 좀 많이 아쉽다.....는 거다. 앞부분과 중간부분은 그런대로 좋았다. 주인공인 아이들의 성격이 잘 드러났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중반이후부터. 솔직히 나도 어렸을 때 또래끼리 모여서 탐정놀이 한다는 둥, 탐험을 떠나보자는둥...이런 짓거리를...꽤나 했던 모양이다. 당시 나와 한 패거리였던 초딩 동창녀석들의 말에 의하면...

    

그런데 책에서는 아무리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결사대를 만들었다고 해도 반드시 옆에서 동조를 하는 좀 더 성숙한 사람(형이나 누나같은)이 있기 마련이다. 그 유명한 만화책 <명탐정 코난>을 보더라도 말이다. 옆에서 한번씩 툭툭 참견 아닌 참견을 하면서 방향 코치를 해주는 캐릭터가 사실성이나 생동감이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존재가 없다. 그러다보니 책은 줄곧 초등학교 아이의 시각에 고정된 채 사건이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되어 버렸다. 3인칭 시점으로 서술될 때 표현될 수 있는 여러 장점을 누리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또 제목이 <비밀 결사대>인데다가 표지그림조차 왠지 뭔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 어두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면 읽는 사람은 아슬아슬 스릴 넘치는 사건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솔직히 그런 사건이 없다. 주인공들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였다가 한순간의 반전으로 사건이 해결되면서 주인공이나 독자 모두 숨을 몰아내쉬게 하는....그런 긴장감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지 모르지만 왠지 김빠진 사이다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거기다 결말은 어쩜 그리도 지루하게 늘어놨는지...아이들이 살인자를 잡았다고 칭찬하는 부분이 250페이지 중에서 자그마치 40페이지에 달한다. 그런 부분은 그냥 간단하게 에필로그 처리를 했으면 독자들에게 여운도 있고 긴박감도 있었을텐데...




이 책의 저자는 강연회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일단 아이들이 읽어야 한다. 문학보다는 재미에 힘을 싣고 싶다.” 물론 이 책을 아이가 마치 자신이 탐정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며 읽는 재미는 있을 거다. 자신들만의 힘으로 불의에 맞서 싸운다! 얼마나 멋진가. 그 말도 맞지만 글쎄...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 이야기 전개가 좀 더 짜임새 있게 구성됐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책장을 덮고 나서 내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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