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 바꿔 주세요! 웅진 세계그림책 109
다케다 미호 글.그림, 고향옥 옮김 / 웅진주니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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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엄마, 배 아파서 오늘 학교 못 갈 것 같아. ”

오늘도 역시나!! 아들의 첫 대화는 학교에 못 가겠다는 거다. 어제는 기침 때문에 못 가겠다고 했고, 그저께는 다리가 아프다고 했다. 거기에 머리가 아프다, 이불 안 덮고 자서 열이 난다...는 핑계를 일주일동안 번갈아가면서 써먹는다.

하지만 나의 대답은 언제나 똑같다. “그래도 학교엔 가야돼!”

꿀맛같은 아침잠에서 일어나기 싫은 마음을 나라고 왜 모를까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학생은 학교에 가야 하니까.




<짝꿍 바꿔주세요>의 은지도 우리 아들과 같다.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자 마자 하는 생각이 “난 오늘 학교에 못 갈 것 같아. 머리가 아픈 것 같아. 배가 아픈 것 같아. 열이 나는 것 같아.”

하지만 나랑 똑같은 엄마 때문에 은지는 “머리가 아프면 좋겠는데, 배가 아프면 좋겠는데, 열이 나면 좋겠는데”하고 생각하면서 양치질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현관문을 나선다.

그렇다면 은지가 학교가기 싫은 이유가 뭘까. 우리 아들처럼 아침잠 때문에? 아니다. 짝꿍 때문이다. 은지의 짝꿍 민준이는 얼마나 심술궂은지 책상에 금을 그어놓는가 하면 은지가 손가락으로 계산한다고 선생님께 이른다. 또 음식을 남기거나 줄넘기를 못한다고 은지를 놀린다. 한마디로 짝꿍인 은지를 들들 볶는다.

그런데 그게 오늘 은지가 학교에 가기 싫은 이유의 전부가 아니다. 더 큰 일이 있었다. 은지가 가장 좋아하는 향기나는 분홍 연필을 짝꿍 민준이가 부러뜨렸는데 화가 난 은지가 민준이에게 지우개를 던지고 마는데....

“오늘 학교에 가면 민준이가 날 때릴거야”




은지가 짝꿍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잘 나타내주는 장면....

하지만 이 날 아침은 짝꿍 민준이도 마찬가지다. 일찌감치 학교에 와선 교실로 들어가는게 아니라 학교 철문에 올라타고 장난을 친다. 아니....누군가를 기다리는데??? ㅋㅋㅋ 난 이 장면이 무척 귀여웠다.

교문에 있는 민준이를 발견하고 가슴을 두근대는 은지와 무심한 척 하는 민준이...민준이 가슴도 아마 엄청 두근댔을 듯...


은지와 민준이는 과연 어떻게 화해를 했을까? 교실로 가기 위해 돌아서서 가는 두 아이의 모습을 보면 민준이는 더 이상 심술이 뚝뚝 흐르는 공룡의 모습이 아니다. 예쁜 짝꿍이 너무 좋은 나머지 오히려 심술을 부리는 장난꾸러기 남자아이일 뿐이다. 화해를 하긴 한 모양...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면서 학교란 낯선 환경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짝꿍이란 대표적인 소재로 구성했는데 짝꿍과 갈등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무척 귀엽다. 부분적으로 칸이 나뉘어져 있는데다 말풍선까지 있어서 마치 재미난 만화책을 보는 것 같다. 그래선지 아이가 더 재밌어한다.




이 책을 핑계삼아 아들에게 물었다. 넌 짝꿍이 누구야? 이름은? 얘처럼 너도 괜히 심술부리는 거 아냐? 아들은 별거 아니라는듯 시큰둥하게 대답했지만 우리 부부 속은 타들어간다. 큰 키 때문에 제일 뒤에 앉을 때..아이고, 여자짝은 꿈도 못 꾸겠구나...걱정했는데 다행히 여자짝을 만났으니...너, 귀한 짝 옆에 둔 거야 알어??




그나저나 민준이가 은지를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냐고? 아침 7시 30분에 여자아이 집에 찾아간다는 건 바로 좋다는 표현이 아닐까. 앞속표지와 뒷표지에 그려진 두 장면을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모든 것이 똑같은 두 그림을 보면 다른 것이 딱하나 있다. 뭘까?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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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절대로 열지 마시오
미카엘라 먼틴 지음, 홍연미 옮김, 파스칼 르메트르 그림 / 토토북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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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절대로 열지 마시오>

이 책은 절대로 그냥 열면 재미가 없다. 책 표지를 열어 속내용을 보기 전에 아이와 실컷 장난을 쳐야 재미있다. 어떻게? 아이아빠와 아들이 이 책을 읽는 방법을 얘기하자면..


아빠 : 이 책을 절대로 열지 마시오....열지 말라고? 알았어 (책을 옆으로 휙 치운다)

아들 : 아이, 아빠~!!

아빠 : (책을 보여주며) 이것봐, 열지말라고 하잖아. 그러니까 열면 안되지.(책을 또 치운다)

아들 : 아빠!!!

아빠 : (책을 또 보여주며)진짜야. 열지말라는데 어떻해. (책뒷표지를 보더니) 어, 뒤쪽으로

       열어도 안되네. 이거봐. 설마 이쪽으로 책을 열려는 건 아니겠지? 그것도 안돼!

 



이런 장난을 한참 하고 나서야 아빠는 책을 읽어주는데 아들은 이게 무척 재밌는 모양이다. 이 책만큼은 아빠에게 읽어달라고 한다. 매일밤마다..아빠야 지겨워 죽을 지경이지만 아들이 좋아라하니 어쩔 수 없다. ㅋㅋ.


사실, 이 책은 내용은 그다지 특별한 게 없다. 책을 쓰려고 단어를 요리조리 조합하는 돼지가 있다. 그런데 책을 읽으려고 표지를 들추는 순간 돼지가 조합하던 단어들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다. 그러자 돼지는 이렇게 얘기한다.


나 바쁜 거 안 보여? 어떤 이야기를 쓰면 좋을지 열심히 궁리하는 중이란 말이야. 무시무시한 이야기는 어떨까? 잠자기 전에 읽는 이야기도 좋을거야....빤히 쳐다보고 있으니까 도무지 글을 쓸 수가 없잖아!  내가 글쓰는 동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페이지를 넘기면 안돼!!




책쓰는 걸 방해하지 말라는 돼지와 그 책을 읽는 아이, 이제 그 둘의 실랑이가 시작된다.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이 있다고 돼지가 아무리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게 으름장을 놓아도 아이들에겐 아무 소용이 없다. 하지 말라면 더 기를 쓰고 덤벼드는 게 아이들이니...그렇게 둘이 실랑이를 하는 동안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진다...는 내용이다.

 



어른이 보면 뭐, 이렇게 알맹이 없는 책이 다 있나...싶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광고회사 같은 아이디어를 주무기로 삼는 곳에서는 일종의 자유연상법인 ‘브레인 스토밍’을 한다. 하나의 소재를 두고 황당무계하고 터무니없는 얘기라도 일단 떠오르는 대로 아이디어나 생각을 얘기한 다음 그것을 취합하는 방법인데, 신문활용교육인 NIE에서도 이런 방법으로 수업을 하곤 한다.


다만 한가지 기억해둘 것이 있다. 이 책 표지 귀퉁이에 ‘아이와 글쓰기가 친해지는 책’이라고 되어 있듯이 이 책을 읽는다고 아이의 글쓰기 실력이 쑥쑥 늘어나리라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이가 단어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방법을 터득한다는 것에 중점을 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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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간 사자 웅진 세계그림책 107
미셸 누드슨 지음, 홍연미 옮김, 케빈 호크스 그림 / 웅진주니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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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할 때 느끼는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일까. 그런게 있는 줄도 몰랐다. 난 없었으니까. 언니들이 학교에 가고 나만 집에 남겨지는 게 아니라 언니들 손을 잡고 함께 학교에 간다는 기쁨이 그 어떤 것보다 컸다.

하지만 아들은 달랐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확실한 거부의사를 밝혔다. 이 일을 어쩌나. 대안학교라도 알아봐야 하나...고민하다가 내놓은 마지막 비장의 카드가 ‘도서관’이었다.

“학교에 가면 도서관도 있어. 니 카드를 만들어서 보고 싶은 책을 빌려볼 수도 있어. 어때, 신나지?”

근데 아들은 의외로 시큰둥했다. “책은 집에도 많잖아. 엄마가 사주면 되고.”

아하...이거야말로 큰일이로구만.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한다??


다행히 학교에 입학한 아들은 그런대로 잘 적응해가고 있다. 피곤해하고 아직 학교도서관에 다니는 재미를 못 붙였지만.

그럴때 이 책을 만났다. 다정하고 상냥한 <도서관에 간 사자>를. 도서관에 사자가 찾아온다면 어떨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하겠지만 이 책은 바로 그 말도 안되는 것을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어느날, 도서관에 사자가 왔어요...로 시작한 이 책 속으로 한번 들어가보자. 어느날 갑자기 도서관에 온 사자 때문에 사람들은 술렁인다.

 


직원은 서둘러 관장실로 뛰어가 보고하지만 관장은 ‘사자가 규칙을 어기지 않았으면 그냥 내버려두라’고 한다. 자기로 인해 사람들이 일대 혼란에 빠진 걸 아는지 모르는지 사자는 본격적으로 도서관 탐색에 들어가고 급기야 이야기 방에서 잠이 들어버린다. 그때 사자 곁으로 다가오는 두 명의 아이! 잠자는 사자의 코털이 아닌 꼬리를 건드리며 장난을 친다.


그 후로 사자는 매일 도서관으로 찾아와 일을 도와주기도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려 지낸다.

 

사실, 사자는 도서관에 딱 어울리는 것 같았어요. 사자는 커다란 발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도서관을 걸어 다닐 수 있었지요. 이야기 시간에는 아이들이 편하게 기댈 수 있는 등받이가 되어 주었지요. 게다가 이제 도서관에서 절대 으르렁거리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 사자에게 시련이 닥치고 말았다. 다친 관장에게 직원을 데려가야 한다는 것. 하지만 사자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직원이 사자를 본체만체하자 사자는 최후의 방법을 동원한다.

 

커다란 입을 쩌억 벌렸어요. 그리고 여태까지 한번도 질러 본 적이 없는 요란한 소리로 크아앙, 고함을 질렀습니다.


그리고 사자는 사라진다. 도서관에선 뛰지 말고 조용히 해야 한다는 규칙을 자신이 어긴 것을 알기 때문에. 도서관에 사자가 보이지 않자 사람들은 기웃거리며 사자를 찾는다. 이 대목의 그림이 정말 인상적이다. 다들 손에 책은 들고 있지만 시선은 책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해 있다. 쿠션 밑을 들추는 아이까지 있다. 이쯤되면 사자가 이들에게 어떤 존재인지 알아차렸으리라.  

그렇다면 그 사자는 어떻게 됐을까. 물론 도서관으로 돌아오게 된다. 어떻게? 이 문제에 대한 답은 그림책을 직접 보고 알아내셨으면 한다. 다만 돌아온 사자를 보고 모두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고 아이 한명은 물구나무를 선다. 그때 아이의 주머니에서 뭔가가 떨어지는데, 뭘까? 동전? 아님 이쁜 나뭇잎?? 이 답도 직접 알아내시길..ㅋㅋ  

어른들은 안다. 도서관에 사자가 올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아이들은 도서관에 사자가 올 수도 있다고 여긴다. 아이들로 하여금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든 힘이 어디에 있을까. 바로 이 책의 그림에 있는 것 같다. 선명한 원색이 아닌 밑그림이 보일 정도의 옅은 파스텔톤 그림이 예쁘지는 않지만 보는 사람의 마음을 한껏 누그러뜨린다. 그래서 사자의 저 풍성한 금빛 갈기에 얼굴을 부비고 싶다고 여기게끔 만든다.


그리고 이렇게 얘기하는 것 같다. 사자를 못마땅하게 여긴 직원이 결국 사자와 화해를 하듯 인간과 동물은 모두 자연의 일부이기에 어우러져 살아가야 아름답다고.


이 책을 본 아들은 당장 이 도서관에 가고 싶다고 한다. 내가 아주 멀리 있다고 하자 그럼 이사를 가자고...그럼 매일 놀러 갈거라고. 얘야, 나도 그러고 싶단다....^^


참, 사자가 처음 도서관에 왔을때 사자를 내버려두라던 관장님...알고보니 대단한 동물애호가다. 사무실 벽이며 책상 위, 옆면에 온통 동물 사진이다. 정말 멋진 관장님이셔요!! ^0^ 또한가지, 속표지도 꼭 챙겨보시길. 아들은 그 도서관이 이라던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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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03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븁니다. 몽당연필님 추천대로 속표지, 그림 하나하나까지 샅샅이 보고 싶어지네요.

프레이야 2007-04-10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러스트가 님의 리뷰만큼 멋집니다^^

바람돌이 2007-04-1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싶은 생각이 무럭 무럭 솟는 멋진 리뷰네요.
 
십장생을 찾아서
최향랑 글.그림 / 창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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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빨간색 표지의 <십장생을 찾아서> 이 책은 할아버지와 손녀에 대한 이야기다.

 

무척이나 사이좋은 할아버지와 손녀가 있었다. 둘은 아이스바를 먹으며 줄지어가는 개미를 구경하고 인디언 추장이 되어 이랴! 말타기 놀이도 했으며 더운 여름날엔 속옷 바람으로 함께 낮잠을 자기도 했다.

 

<할아버지와 나는 둘도 없는 단짝입니다...우리는 언제나 함께이지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그만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고 만다. 할아버지가 없어 쓸쓸한 아이는 할머니의 반짇고리를 뒤적이다 빨간 비단주머니를 발견하고 그 주머니에 수놓인 학과 함께 십장생을 찾으러 떠난다.

 

<오래 살거나 변하지 않는 열가지를 십장생이라고 부르는데 옛날 사람들은 가족들이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집안 물건에 십장생 무늬를 만들어넣곤 했어.>

 

할아버지를 위해 해, 소나무, 학, 사슴, 불로초, 바위, 물, 거북, 산, 구름. 열가지의 십장생을 모은 아이는 구름을 타고 병원으로 가서 할아버지를 만난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아이는 자신의 모습 속에서 할아버지를 찾게 된다.

 

<이제 방문을 활짝 열고 할아버지 품으로 뛰어들어 가는 대신 차를 타고 몇 시간이나 가야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내가 모아다드린 십장생은 할아버지를 살리진 못했지만 내 눈속에는 할아버지가 영원히 살아있는 게 아닐까 하고요. 나는 할아버지가 보고 싶기는 하지만 슬프지는 않습니다.>

 

할아버지와 손녀의 사랑을 담은 따뜻한 내용에 걸맞게 이 책은 표지에서부터 정성이 담뿍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아이가 십장생을 하나하나 찾을 때마다 그에 해당하는 것이 잘 표현될 수 있도록 저마다 다른 소재를 이용해서 표현방법을 달리했다. 해는 조각보처럼, 사슴은 자개조각으로 불로초는 전통자수를, 물은 천에 염색을 해서 표현하는 등 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공을 들였다. 이 책을 제작하는데 2년이란 기간이 걸렸다고 하니 저자가 이 책에 기울인 정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장면! 아이가 세면대 거울 앞에 서있는 장면이 저자가 우리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부분인 듯하다. 거울을 보고 서있는 뒷모습을 보니 조금 성장한 듯 보이는 아이는 거울속에서 웃고 있다. 그 눈빛이 바로 아이를 지극히 사랑하던 할아버지의 눈빛이라는 것!!

 

우리는 언제든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아픔을 겪게 되는데 그때의 슬픔을 씩씩하게 딛고 일어서길 바란다는 뜻이 담겨 있는게 아닐까 한다. 아이들에게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크고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응석부릴 수 있는 나이에 마음껏 응석을 부려야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사랑을 베풀 수 있다고 하질 않는가.

 

참, 처음 이 책을 봤을때 표지가 빨간색이어서 다소 의외라고 생각했다. 색깔 배합을 잘못하면 촌스럽게 보이기 쉬운 빨깐색을 표지에 쓴 이유는 뭘까...생각해봤더니 의문은 너무나 쉽게 풀렸다. 아이가 십장생을 모으러 다니는 비단 주머니가 바로 빨간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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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촌놈 생일이에요 - 놀이 유물 우리 유물 나들이 3
이명랑 지음, 배현주 그림, 김광언 감수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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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아이는 김치와 양파를 무지 싫어한다. 아무리 작게 잘라줘도 숟가락이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웩” 토해버리기 일쑤다. “한국사람이 김치를 안 먹으면 어떡해! 얼른 입에 넣고 꼭꼭 씹어 먹어!” 반협박 비슷한 호통을 치면 아이는 “왜? 한국사람이라고 왜 꼭 김치를 먹어야하나? 왜 그래야 되는데?” 두 눈 또록하게 뜨고 이렇게 따지고 든다. 이거야 원...

그래서 터득한 것이 이름하여 꽁꽁숨기기전법! 오무라이스나 볶음밥을 해주는 것이다. 김치나 양파를 아주 잘게 다져서 다른 재료보다 먼저 후라이팬에 볶은 다음 참기름이나 캐첩으로 버무린다. 그리고 달걀지단을 얹은 다음 캐첩으로 하트 모양이나 웃는 얼굴 같은 것을 그려주면 아이는 신이 나서 잘도 먹는다.

아이들이 꼭 알았으면...하는 우리만의 풍습이나 전통, 이런 것들을 알려줄 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어느날 갑자기 아이에게 심각하게 “너도 이제 우리의 풍습이나 전통을 알아야할 때가 됐어. 앉아서 조용히 얘기 들어!”  이렇게 말한다면 아이들이 뜨악해하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속알맹이가 고리타분한 풍습이나 전통이라면 겉은 설탕이나 초콜릿을 한꺼풀 입힌 것처럼 달콤새콤 달짝지근...한 것으로 아이들을 유혹할 필요가 있다. 얘기보따리를 풀어서 재미난 얘깃거리를 풍성하게 늘어놔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교묘...하게.

<오늘은 촌놈 생일이에요> 이 책은 우리의 놀이유물에 관한 그림책이다. 하지만 그런 내색은 전혀 내비치지 않는다. 오로지 금순이의 장날 구경이 주된 포인트인 것처럼 깜쪽같이 포장되어 있다. 거기다 하지 말라면 오히려 기를 쓰고 일을 저지르는 아이들의 습성까지 이용해서 아이들을 책 속으로 폭 빠지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 다음부턴 만사오케이!!



엄마 몰래 장터에 간 금순이를 따라 다니며 시골 장터 바닥을 누비면 되는 것이다. 금순이따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가슴조이며 구경하고 윷놀이판에도 기웃거리는가하면 인심좋은 엿장수 아저씨가 나눠준 엿으로 아이들이 엿치기하는 것까지 실컷 구경한다.



집에 돌아갈 때도 그냥 가면 밍숭밍숭하고 재미없다. 바람타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연을 구경하느라 해가 저무는 것도 모르고 마을 어귀에서 벌어진 탈놀이 구경하다 혼비백산하는 금순이를 봐야 한다. 주인공이 실수를 하거나 놀라는 모습이 뭐가 그리 좋은지 아이들은  까르르...재밌다고 웃는다.



 

이렇게 아이들은 그림책을 보면서 책장을 넘길때마다 우리의 고유한 놀이를 자연스럽게 보고 알게 되는데 거기엔 이 책의 편집이 큰 몫을 차지했다. 보통의 그림책에선 본문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늘어놓은 다음 뒷부분에 <참고하세요>하고 본문 중에 나온 것의 세부설명을 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것을 앞으로 끌어왔다. 세부설명이 필요한 부분마다 한쪽 페이지에 놀이에 대한 설명을 놀이 도구 사진과 함께 소개해두었다. 그래서 부모가 책을 읽어주다가 아이의 질문에 일일이 책 뒤쪽을 뒤적이지 않아도 되니까 편리하다. 아이가 혼자 책을 읽을때 역시 마찬가지다. 얘기가 끝나면 아이들은 그림책을 바로 덮어버리지 그 뒤쪽까지 살펴보지 않는다.



이 책을 보니 요즘 아이들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엔 닷새마다 돌아오는 장날을 촌놈 생일이라고 할만큼 장터에 가면 아이들에게 신나고 구경거리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일주일에 한번 부모따라 대형마트에 가서 엄마가 둘러볼 동안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놀이란 만화를 뒤적이거나 게임코너를 기웃거리는 게 전부다. 운이 좋으면 옷 한 벌이나 장난감 하나 손에 쥘 수 있을 정도? 우리의 아이들에게 놀이를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금순이가 장터로 가는 풍물패를 따라가는 장면에 제일 앞에서 있는 사람이 한자로 쓴 기를 들고 있다. 그걸 보더니 요즘 한창 한자에 관심이 많은 아이가 아는 척을 한다. &%천하#대본...이라고. 그래서 이때다! 싶어서 얼른 알려줬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농사짓는 사람이 나라의 근본이다. 농업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인데 먹는 게 귀했던 시절엔 정치도 농업이 잘 되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다고. 그래서 농사가 잘 되야 백성도 잘 살고 나라도 부강해지는 것으로 여겼다고 말이다. 무슨 뜻인지 지금이야 모르겠지만 이담에라도 엄마가 얘기했던 것을 기억할까....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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