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4색 엄마표 튼튼간식 레시피 - 간식 하나도 꼼꼼하게 챙기자!
김성희 외 지음 / 웅진웰북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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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돌아온 큰아이가 가장 먼저 하는 일. 바로 냉장고 문을 여는 거다. 뭐 먹을 게 없나 이리저리 뒤져서 요구르트 하나, 과자 한 조각이라도 입에 물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럴 때면 분명 학교에서 급식을 먹었을텐데, 얼마나 부실하게 먹었으면 저럴까 싶어 안쓰럽기도 하지만 평소에도 밥숟가락을 놓자마자 과자를 찾는 큰아이라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제철과일이나 찐감자, 찐고구마 같은 간식이 좋은 줄이야 알지만 매일 먹을 순 없는 노릇이라 될 수 있으면 우리밀이나 유기농 먹거리를 이용한 간식을 준비해두긴 하지만 그것 역시 어떤 재료로 어떤 조리과정을 거쳤는지 알 수 없으니 불안한 건 매한가지다. 그런 차에 만난 <4인 4색 엄마표 튼튼간식 레시피>에 눈이 번쩍 뜨였다.




<4인 4색 엄마표 튼튼간식 레시피>는 그동안 요리분야에 있어 알려진 4명의 저자가 모여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고 맛도 좋은 간식에 대해 소개해놓고 있다. 먼저 여러 가지 간식들을 영양쑥쑥, 인기만점, 면 요리, 특별한 날, 몸짱간식, 센스 간식 6가지로 나눈 다음 하나의 재료마다 4개의 요리를 알려준다. 이를테면 ‘영양쑥쑥’에서 ‘감자’를 이용한 간식으로 4명의 저자가 각각 요리 하나씩, ‘감자 버터구이’ ‘그릴드매시드 포테이토’ ‘감자시금치뇨끼’ ‘감자 팬케이크’를 소개하고 있다. 이런 형식으로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식빵 등 재료를 바꾸어 가면서 몇 가지의 요리를 선보이고 있어서 집에 있는 재료만을 가지고도 얼마든지 맛있고 영양적으로 풍부한 간식을 만들 수 있다.




조리법도 여느 요리책보다 비교적 단순하다. 기본적인 조리과정을 이해하고 익숙해지면 그 다음부터는 아이의 식성에 따라 조리법이나 양념, 재료를 조금 달리해서 조리해보면 더욱 다양한 간식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각각의 요리마다 저자들의 ‘팁’코너에 조리과정의 주의사항이나 조리과정을 단축시키는 요령 같은 것들을 수록해놓아서 더욱 요긴한 책이다.




아이들은 사소한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늘 해주던 간식도 조금만 재료를 달리하고 예쁘게 꾸며서 내놓으면 좋아라하며 먹는다. 평소 잘 먹지 않던 것들도 언제 그랬냐는듯 그릇을 싹싹 비워놓는다. 그걸 알면서도 번거롭고 귀찮다는 이유로 대충 넘겨왔다니...새삼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키울 때 가장 필요한 건 역시 관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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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요리 따라하기 - 후다닥 누가해도 맛있는, 집밖에서 해먹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요리가 들어있어요!
박미란 지음 / 웅진웰북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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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의 가족들과 방학마다 1박 2일 짧은 여행을 떠난다. 여름엔 물놀이, 겨울엔 현장학습겸 나들이를 가는데, 매번 우리의 발길이 닿는 장소는 다르지만 먹거리는 한결같았다. 바로바로 삼겹살 구이. 때론 조금 변화를 추구해서 삼겹살로 바비큐 구이를 한다는 것 정도? 그러다 한번은 내가 골뱅이무침을 준비했다. 갖가지 야채는 항상 가져가니까 거기에 골뱅이 한 캔과 양념장만 챙겼다. 그리고 조물조물 새콤달콤매콤하게 무쳐서 내놓았는데. 반응은 우왕 굳! 음식점에서 먹는 것보다 더 맛깔나다는 평에 그 뒤 몇 번 더 준비했는데, 처음 먹었을 때만큼의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이것도 결국 식상해진건가? 뭔가 색다른 게 필요한데, 뭐가 좋을까? 궁리해봤지만 요리에 그다지 재능이 없는 나로선 뾰족한 수가 나질 않았다.




그럴 때 만난 책이 바로 <후다닥 누가 해도 맛있는 아옷도어 요리 따라하기>였다. ‘후다닥 누가 해도’란 제목과 ‘집 밖에서 해먹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요리가 들어있어요’란 부제가 눈길을 끌었다. 대체 어떤 요리가 있을까 해서 휘리릭 책장을 넘기면서 보니 여행 장소와 기간, 상황, 여건에 따라 구분해서 수록해놓은 요리에는 ‘삼겹살 꼬치구이’ ‘김치 닭갈비’ ‘닭볶음탕’과 같이 평소 자주 접하던 음식도 있었지만 ‘샤브샤브’ ‘퐁듀’ ‘스테이크’처럼 이런 요리를 정말 야외에서 해먹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요리까지 정말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었다. 궁금한 마음에 몇 가지 요리의 레시피를 꼼꼼하게 살펴보니 왠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리과정이 생각만큼 복잡하지 않은 것 같았다. 저자가 일러준대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미리 재료를 다듬어놓고 손질하는 것만 잊지 않는다면, 사전에 몇 번 직접 요리를 해보는 연습을 거친다면 훌륭한 아웃도어 요리가 탄생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한가지 중요한 걸 잊었다. 책은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아웃도어 요리를 즐기는 방법’이라고 해서 야외에서 요리할 때 필요한 것들을 몇가지 짚어준다. 요리는 취사가 가능한 곳에서 해야 하며 미리 메뉴를 정해둔다거나 물을 절약하기 위해 출발 전에 세척해서 가져가고 양념도 이동 용기에 담아서 가져가는 게 좋다고 일러준다. 그 외에 어떤 양념들이 필요한지, 야외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여러 가지 요리 도구들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설명해 놓았다. 또 저자가 직접 야외에서 요리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서 책에 수록해놓아선지 책에 소개된 요리가 더욱 생생하게 와 닿았다.




<후다닥 누가 해도 맛있는 아웃도어 요리 따라하기> 이 책 덕분에 올겨울여행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그동안 누군가 요리를 할 때 뒤에서 심부름을 하거나 야채를 다듬는 게 내 역할이었는데, 이젠 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팍팍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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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 시크릿 - 아름답고 건강한 피부미인이 되는 아홉 가지 비밀
리즈 얼 지음, 조성희 옮김 / 이끼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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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이 동양인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것처럼 동양인인 난 서양인의 얼굴을 보고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표지의 여인을 봤을때도 그랬다. 분홍빛 뺨에 입술 끝을 살짝 올리며 미소짓는 여인. 대체 몇 살쯤 됐을까. 눈가 주름만 보면 제법 나이가 있는 듯한데 피부는 정말...아기피부나 다를바 없는 게 아닌가. 이 책이 피부를 이렇게 가꾸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단 말이지. 좋았으. 탱탱한 아기피부를 향하여!! 가자구.




용감무쌍한 군인들이 전쟁터에서 “앞으로 돌격!”하듯이 책에 덤벼들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자마자 만난 풍경에 난 순간 전의를 잃었다. 아니, 애초의 목적을 읽었다. 넓은 풀밭에 뒤로 기대어 뭔가를 읽고 있는 여인과 이어지는 전원의 풍경을 바라보며 그 한가로움이 주는 아름다움에 “캬...좋다. 좋아. 이런 곳에서 살면 정말 좋겠구나”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을즈음 저자는 슬며시 얘기를 꺼내가 시작한다. “자, 들어봐요. 우리 피부는 있죠....”




저자는 먼저 아름답고 깨끗한 피부는 건강한 피부세포에서 오고 건강한 피부세포는 건강한 몸에서 오기 때문에 몸 전체가 건강해야 피부문제도 해결됙 때문에 피부에 영양을 주는 먹을거리가 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 다음 우리의 피부 상태를 좌우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피부에 영향을 치미는 요소와 화장품이 어떤 성분으로 이뤄졌는지 짚어준다. 또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이 있듯이 수면이 피부미용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줬는데 책읽느라 상대적으로 수면시간이 짧은 편인 내겐 충격적인 대목이었다. 피부의 구조나 자신이 어떤 피부 타입인지 알아보는 테스트를 거쳐 피부를 아름답고 건강하게 가꿔주는 식물성 원료에 대해 하나하나 알려주는데 티트리 오일이 벌레 물리거나 뾰루지를 비롯해 귀의 염증, 벌에 쏘인 상처에도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이별로 아름다운 피부를 가꾸는 방법에 대해 일러주고 있는데 난 내 나이인 40대의 피부부터 챙겨봤다. 콜라겐이 붕괴되어 턱선부터 피부가 처지게 되고 호르몬 영향으로 피부와 머리카락은 건조해지며 일광손상으로 갈색얼룩이 나타나기 시작하기 때문에 수분공급에 더욱 신경을 써야한다는  대목을 읽으니 갑자기 우울해졌다. 내 피부상태가 이렇다니...지금까지 미처 몰랐던 사실이다. 그런데 저자가 바로 40대라니. 더욱 믿기 어려운 사실!




이후 책은 피부를 올바르게 가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화장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주의해야할 것은 뭔지, 태양의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할 것들을 알려주고 여드름이나 습진, 염증, 버짐 같은 피부 트러블이 있을때 어떻게 하면 좋은지 자연처방법을 일러주는데 내가 특히 주목했던 것은 ‘다크서클’이었는데 역시나 잠을 충분히 자는 게 중요하다는 걸 또한번 확인하게 됐다.




하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역시 영양분. 건강한 피부를 가꾸기 위해선 올바른 먹거리가 전제조건이었다. 저자는 사랑해야할 식품과 버려야할 식품을 알려주면서 그 이유를 조목조목 짚어준다. 편리함만 찾지 말고 달걀 하나도 방목한 닭에서 얻은 유기농 유정란 달걀을 먹는 등 노력을 기울이라고 한다. 그리고 매일 운동하기. 도심의 공원이든 해변이든 주변 풍경을 즐기며 걷는 걸 추천하는데 힘차게 평소 노르딕 워킹을 즐긴다는 저자는 정말 상쾌하고 활기차게 보였다.




이 책은 단순히 피부를 아름답게 가꾸는 방법을 일러주는 책이 아니다. 몸속의 상태가 드러나는 것이 바로 피부이므로 피부를 건강하게 가꾸려면 우선 몸속의 건강부터 챙겨야 한다는 걸 저절로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건강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에게라도 도움이 될만한 책이라도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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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건강, 우연이 아니다 - 세계 10대 장수마을에서 찾은 건강 비결
이원종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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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몇 년간 납입해오던 보험을 해약하고 다른 상품에 가입했다. 노년층에서 주로 발병되는 질병을 60세까지 보장해주는 기존의 보험상품으론 길어진 노년을 보장할 수 없을거란 생각이었다. 거기다 최근엔 ‘2010년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평균 79세’에 이를 거라는 보도도 있었으니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에 들어선거나 마찬가지다.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할 것은 단순하게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며 오래 사느냐, 바로 이것이다.

 

<위기의 식탁을 구하는 거친 음식> <건강하게 오래 사는 조화로운 밥상> 등 현대인의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이원종 교수가 최근 또한 권의 책을 출간했다. 바로 <100새 건강 우연이 아니다>인데 세계의 10대 장소마을을 둘러보며 그 곳에서 보고 느꼈던 장수와 건강비결을 담았다고 한다. 농촌에 살면서 토종닭을 키우고 텃밭에서 채소를 가꿔 ‘농사짓는 교수’로 알려진 저자에게 다가온 세계 10대 장수마을의 생명연장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을 얼른 알고 싶어 조급해지는데 나의 이런 마음을 저자가 미리 눈치챈걸까. 저자는 장수의 비결을 한번에 쏟아놓지 않고 하나하나 알려주고 있다. 책은 본문을 크게 5개로 구분한 다음, 거기에 따라 세계의 장수 마을을 2군데씩 소개하고 거기에 해당하는 ‘장수 마을에서 발견한 건강 법칙’을 한두 가지 짚어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테면 첫 번째 장인 ‘깨끗한 공기와 좋은 물을 누리다’에서는 에덴동산을 연상케하는 에콰도르의 빌카밤바와 온천으로도 알려진 그루지아의 캅카스에서 만난 노인들을 통해 그들의 건강비결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온화한 기후 속에서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고 걸어다니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노인들, 고기보다 야채를 주로 먹고 과일은 껍질에서 씨까지 모두 먹는 그들의 식습관을 통해 건강비결은 바로 ‘깨끗한 공기와 물’에 있으며 ‘오염되지 않은 자연식품’을 먹는 것이라며 알려준다.




이렇게 중국의 루가오와 산골마을인 바마를 비롯해 일본의 오키나와, 불가리아의 로도피 산맥에 위치한 스몰리안, 와인의 고장인 프랑스 남부 지역, 이탈리아의 캄포디멜레, 파키스탄의 훈자를 돌아보는데 본문 곳곳에 그 곳의 풍광과 사람들, 먹을거리를 담은 사진이 수록되어 있어서 마치 저자와 함께 배낭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머리에 하얗게 눈이 내렸지만 맑은 얼굴 가득 건강한 미소를 머금은 노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책에서 전하는 건강의 비결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제철에 난 식재료로 조리과정을 최소화해서 장만한 거친 음식을 즐거운 마음으로 조금씩 먹는 것, 매일 꾸준히 움직이는 것, 취미생활로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 뇌 건강을 챙기는 을 수 있는 소식하고 꾸준한 운동, 뼈를 튼튼히 하고 뇌 건강을 챙기는 것. 이 모두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강조하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장수마을처럼 좋은 조건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결국 남은 건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것뿐이란 얘기다.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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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속삭여줄게 - 언젠가 떠날 너에게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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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책>,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의 저자 정혜윤을 드디어 만났다. <침대와 책>이 출간됐을 당시 저자는 일부 사람들에게 시샘의 대상이 되었던 기억이 난다. 지성과 감성, 거기에 미모까지 갖췄으니 오죽했으랴. 그 책을 읽지 않았지만 지인을 통해 이런저런 얘길 들었던 나도 저자가 무척이나 부러웠다. 내가 미처 읽지 못한 책을 읽고 느낌을 글로 표현하고 그것으로 책을 출간했다니 존경스러웠다. 언제든 만나고 싶었지만 만남의 기회는 쉽사리 다가오지 않았다. 그러다 만난 책이다. <런던을 속삭여줄게>.




런던을 속삭여준다고? 나한테? 어떻게? 무수한 의문이 책을 잡는 순간 떠올랐다. 무엇보다 ‘속삭여준다’는 대목이 솔깃했다. 엄청난 독서광으로 알려진 저자이니 단순하게 런던의 명소나 유적지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을 건 분명했다. 뭔가가 있어. 뭔가가...틀림없어...꼭꼭 비밀을 감춘 이에게 어서 털어놔보라고 부추기듯 눈을 살짝 흘기며 귀를 들이밀었다. 좋아. 어서 말해봐. 나만 알고 있을테니까 걱정말고 속삭여보라구.




그럼 그렇지!!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저자는 영국이나 런던에 대해 말하고자 한 게 아니었다. 숱하게 많은 여행서처럼 영국에선 어디어디가 좋다거나 어떤 음식은 꼭 맛봐야한다는 식의 단순한 여행기도 아니었다. 겉으로 드러난 형식은 런던의 이름난 곳을 둘러보는 구성이지만 그 속을 꽈악 채운 알맹이는 역시나 ‘책’이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들어가면서 저자는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을 얘기하다가 그 곳 사원의 무덤에 묻힌 이들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한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옆에 누워있는 인물이 바로 그 메리 스튜어트라는 것에서부터 뉴턴, 셰익스피어, 제인 오스틴, 샬럿 브론테, 에밀리 브론테, 찰스 디킨스, 밀턴....등의 인물들이 잠들어 있는데 그 중에 뉴턴의 무덤이 가장 인기가 있다고 말을 이어간다. 그리곤 뉴턴의 생애를 잘 나타낸 책이라든가 워즈워스와 관련된 얘기 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저자가 읽었던 수많은 책에 담긴 내용들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렇게 하나의 장소에서 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형식으로 세인트 폴 대성당, 대영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트라팔가르 광장,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 런던탑, 그리니치 천문대까지 우리를 이끌고 간다.




그 중에서 오랜 세월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명작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을 남겼지만 슬픈 최후를 맞이해야했던 브론테 집안의 이야기는 가슴이 아팠고 대영박물관의 유물을 얘기하면서 우리 모두가 알고 보면 ‘수메르 문명의 리듬 안에 살고’ 있다는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건 역시나 ‘책’이었다. 내가 읽었던 책을 또다른 책을 통해 만난다는 건 무척 특별하다. <미스터 핍>이나 <보이지 않는 도시들> <거미 여인의 키스>처럼 소장하고 있지만 아직 읽지 않은 책을 만나면 미안한 마음에 살짝 위축이 되지만 <아이작 뉴턴>이나 <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 <우주 만화> <일 년 동안의 과부>처럼 흥미로운 책 앞에선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눈동자가 커지는 기분이었다.




책날개에서 저자는 여행기인지 이야기책인지 헷갈리는 책을 쓰고 싶었다고 하는데 이 책이 딱 그런 책이다. 여행기를 기대했다면 실망만 안고 책장을 덮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매일밤 살아남기 위해 셰에라자드가 왕에게 환상적인 이야기를 풀어내었듯 매일 조금씩 이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시간은...역시 밤이 좋겠지. 잠들기 전...저자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여보라. 아마 꿈을 꾸게 될지도 모른다. 언제고 떠나고 싶었던 런던의 거리를 거닐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만나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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