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 왜 민주주의에서 마음이 중요한가
파커 J. 파머 지음, 김찬호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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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좀 특이한(?) 책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뭐라고 할까.. 너무 뻔한 내용을 굉장히 심오하게 서술한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거나 뻔한 내용임에도 책을 읽는 가독성이 너무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하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은 간만에 나를 헤매게 만든 책이다.

책 모임에 선정된 책이 아니었으면 아마 읽다가 포기 하지 않았을까? 오로지 모임에 나가기 위해서 완독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읽었으니까... 그렇다고 이 책의 내용이 허술하거나 깊이가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민주주의에 대해 깊이 고민하거나 민주적 일상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효용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왜 이 책을 접근하는게 힘들었을까?

아마도 그건 너무 미국적인 문화를 토대로 민주주의를 설명하기 때문일테다. 미국식 시민운동과 미국식 윤리주의, 미국식 민주주의 운영에 대한 시각이 낯설지 않으면서도 뭔가 가슴에 와 닿지 않는 부분이 있었던 듯하다. 더구나 미국식 기독교적 영성에 대한 저자의 체험과 그런 문화적 아우라는 개인적으로 나와 맞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사실 이 책은 이전부터 구입해 놓고 읽어보려고 했었다. 그리고 선거시즌이 오면서 책모임 성원들이  선거를 어떻게 맞이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면서 선택한 책이었다. 그리고 편잡자의 훌륭한 제목선정에 너무 쉽게 이 책을 선정했다.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이라니... 정치는 비통한 자들을 위무하는 행위하고 생각하고 그런 내용을 전달할 것이라고 그리고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비통한 자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뽑아야 하지 않을까하는 단순한 생각이 책을 읽게 된 이유였다. 어차피 또 다시 기득권의 선거판이 되리라 생각했기에... 위로가 필요하고 격려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책을 펼치고 읽어나갈 수록 고루한(?) 이야기가 나온다. 개인적으로 자신에 대해 돌아보면서 사회적으로 공동체를 형성하는 활동을 이루어나가고 차이에 대해 공포를 가지지 말고 상대방을 굴복시키기 보다 깊은 논의를 통해 이해하고 새로운 방안을 창조적으로 이뤄 나가야 하며, 타자에 대한 환대를 통하여 이 사회를 더 폭넓고 다양하게 발전해 나가야 하며, 조급해하지 말고 공동체에 헌신하는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하고, 이미 미국은 미국을 세운 선조들로부터 민주주의를 실현한 도구와 방안을 물려 받았으니 그것을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는 내용인데... 구구절절 맞는 내용이 왜그리 읽기 힘들었을까

 

민주주의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상대방에 대한 치열한 투쟁과 이해와 용기와 결단과 그 속에서 부서지는 마음의 애통함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말이 마치 도덕책 속의 바른 이야기처럼 들려서 그런 것일까?

 

이번 총선을 통해서 나는 눈물을 보았고, 기만을 보았으며 결단을 보았고, 회피를 보았으며, 절차도 지키지 못하는 불의를 보았고, 나서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설움을 보았으며, 이유없는 적의를 보았고, 민주주의를 외피를 쓴 정파의 만행을 보았고, 민주주의를 가장한 숭배를 보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혼합되어 아직도 멀고 먼 길을 가야 함을 느꼈고, 그 속에서 민주주의에서 마음이 차지하는 무게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난 왜 이 책의 내용을 그리 더디게 더디게.. 헤매고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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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설명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설명이 필요한 밤들이 있다.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
그 밤을 설명해야 하고 싶지만... 설명할 수 없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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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4-17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노래 좋아해요. 이 노래랑 <우리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기 위해서> 도...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 나비클럽 소설선
민지형 지음 / 나비클럽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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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제목에서 나타나듯이 소설의 화자는 남성이다. 나이는 서른 초반. 

평범한 직장인으로 참(?)하고 이쁜 여성과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 것을 이상으로 삼고 있다.  

집안에서 결혼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지만 그것은 당연하고 정해진 수순이라 믿는다. 


그런 그에게 예전에 헤어진 여자 친구를 우연하게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 여친이 이상해 졌다. 흔히 메갈이라 불리는 페미니스트로 변한 여친의 모습을 보면서 낯설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여전함을 느끼고 다시 연애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의 왜 그렇게 남성들이 질색하는 페미니스트로 변했는지 알아내고 다시 온전한(?) 이전의 상태로 돌리기 위해 분투하기 시작하는데...


이른바 페미니즘에 빠진 여친 구하기...인데, 제목에서 보듯이 그녀는 미쳐있고 페미니스트이다. 

결국 페미니스트는 정상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인터넷에서 보면 여성혐오에 대한 댓글이 넘쳐나고 여성이 처한 현실에 대한 자각이 없는 남성에 대한 비난이 넘친다. 그 양자의 간극은 사회적 젠더 갈등이라고 명명할 만큼 심각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의 인식 차이가 어디서 부터 갈리는지는 여러 분석이나 이론으로 파악 가능하긴 하다. 그것은 매우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작업이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다보면 그런 분석적 작업없이 소설 속의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젠더적 갈등이 왜 이렇게 심화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소설이 현실을 반영하고 그 현실에 대한 본질을 드러낸다고 할 때, 현시대 젊은 영페미니스트들의 일면을 잘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 아닐까 한다. 여성이 처한 현실이 잘 드러나고 있으며 그 현실에 대한 남성의 감정도 가감없이 드러내 보이고 있다고 본다. 그 속에서 30대  페미니스트 여성의 연애는 거의 '워킹데드'다. 그리고 여성의 처지에 대한 남성의 시각은 분열적이다. 그리나 판단은 독자의 몫일테다. 


물론 이 소설이 전체 여성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지는 않는다고 본다. 세대별, 계급별, 인종별로 여성의 위치에 따른 현실은 하나로 획일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가진 미덕이 있다면 현재의 젊은 세대 여성들의 모순도 잘 드러냈지만, 남성들의 사고가 왜 그리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는지 고찰해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물론 이 소설에서 남성들에게 거는 기대는 크지 않다. 그러니 여친이 미친 페미니스트겠지만....

향후에는 여성과 연대하여 싸우는 남성이 나오는 소설도 기대해 볼 수 있을까? 물론 그러한 소설이 판타지 물이 아니려면 이 사회의 남성들의 제대로 된 실천이 필요할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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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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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 소설을 집어들면서 난 하나의 유쾌한 소동이나 정신없이 치고 받는 입담을 생각 했었다. 내 짧은 독서 경력으로 이기호는 그런 작가였고 부담없이 가볍게 읽으면서도 그 가운데 뭔가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작가였으며 그 카운터 펀치의 얼얼함을 좋아했으니까.

 

제목부터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오빠 강민호' 였고 난 당연하게 장편이라 생각했고, 상당히 유쾌한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받아들고 목차를 보고 독서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단편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긴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리고 초장부터 뭔가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런 가볍게 읽기는 틀렸네....

 

문제는 예전에 읽었던 이기호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문체가 가볍고 톡톡 튀는 것은 여전하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의 중력은 더 강해졌다. (이건 순전히 내 주관적 느낌이다) 거기에 더해 일상의 아이러니라고 해야하나 모호한 듯 문장 속에서 느껴지는 카운터 펀치는 더 강해졌다. 그건 일상에서 자신을 중심으로 타인을 대하는 자기연민과 부끄러움, 그 감정을 타인에게 전가하고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들이다.

 

단편들 하나 하나... 자꾸 나의 뭔가를 잡아 당기고 있다. 내가 살아가면서 흔하게 지나치고 가볍게 생각하면서 나는 올바르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여러가지 일들이...

 

그리고 마지막 현학적이고 복잡한 '작품 해설'을 넘기니 마지막으로 '이기호의 말'이 있었다. 현실의 이기호와 소설가인 이기호에 대한 짧은 얘기 그리고 마지막까지 읽고나서 난 다운되어 열을 셀때까지 일어설 수 없었다.

자네, 윤리를 책으로, 소설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나?
책으로, 소설로, 함께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내가 보기엔 그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네.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 그것이 우리가 소설이나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유일한 진실이라네.
이 말을 하려고 여기까지 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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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04-12 0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를 읽고 어떻게 이 책이 안 읽고 싶어지겠어요. 책임지세요, 머큘 님!! (읽으면서 카운터 펀치 여러번 맞았는데,,ㅎㅎㅎㅎㅎ)

2020-04-12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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