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아서 여기저기로 현실도피 중이다. 1순위는 책이고 2순위는 영화인데 책은 읽어도 기억에 남지 않고, 영화는 좋은데 단발성이다. 무엇보다 접하고 나서 땡.... 무언가를 기억하기도 쓰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이런 반 쯤은 의도적인 무기력함을 달래주는 게 또 하나 있으니 드라마다. 케이블 TV가 연결되어 있지 않아 '응팔'을 컴퓨터 모니터로 정주행하고 나서 '시그널'을 역시 모니터로 정주행해 버렸다. 그리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태양의 후예'를 보고 있다.

 

주변의 사람들은 몽땅... 아니 거의 대부분이 '태양의 후예'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셈이라 '태후'를 본다고 하면 아니 왜? 하는 반응이다. 거꾸로 아니 왜 '태후'를 싫어해? 라고 물으면 다양한 대답이 나오는데 공통적인 이유가 바로 '군인'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대한민국 건국 후 자국민 보호에 대해 한번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 적이 없는 군인.. 아니 보호는 커녕 민간인을 학살하고 정권을 창출하여 빛(?)나는 군대 문화를 사회에 이식한 군인이 주인공이라 군인을 미화하는 드라마는 꼴도 보기 싫다는 것이다.

 

더구나 드라마 설정 상 내전으로 피폐해진 나라(우르크?)에 파병하여 그 나라 사람들에게 대하는 모습이 마치 대한민국이 군대를 파병한 나라에 얼마나 좋은 선행을 베푸는지 설명하는 듯한 대목과 이 땅에서는 골목 상권까지 탐욕스럽게 욕심을 부리고 분배에는 인색하기 그지 없는 재벌기업이 전후 복구 사업을 위해 에너지 공장을 설립하고 의료장비를 지원한다는 대목에서는 아류제국주의적 욕망까지 투영된거 아닌가 하는 비평도 나오는데 나름 타당성이 있다고 하겠다. 이 드라마의 장르 자체가 판타지라고 하지만, 판타지에 현실을 투영하지 못하는 건 아니니 대중들의 열광 뒤에는 이러한 아류 제국주의적 욕망이 없을 수 없다고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 드라마를 즐기는 사람들 중에 그런거 다 모르겠고,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너무 이쁘고 좋아서 드라마를 보는데 뭔 잡설과 현학적(?)인 비판으로 드라마 보는 재미를 깍아 내리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공감한다. 나 또한 주인공들이 너무 예쁘고 좋아서 (쿨럭  ^^::) 이 드라마를 매회 시청하고 있다. 그것도 본방 사수를 외치면서....

 

어제도 태후를 보면서 우리나라 특전사 사령관이 그리고 대통령이 국민 한 사람의 안전을 위해 미국의 CIA와의 반목을 각오하고 구출작전을 펼치고 이를 너무 당연한 듯 말하는 대목에서 난 이 드라마가 가지는 판타지의 끝을 보고 말았다. 아..... 이건 정말 판타스틱한 일 아닌가?

 

현실에서 이 나라의 정부는 주변 강국의 눈치만 보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형편이다. 드리마에서 처럼 자국의 국민을 위해 독자적인 작전은 커녕, 실제 전쟁이 일어나도 작전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전시작전권'까지 미국에게 양보해 놓은 사항이다. 대내외적으로 '주권국'임을 널리 강조하고 OECD회원국이지만 대적하고 있는 한반도 북쪽의 정부보다 몇십배의 군사비를 예산으로 전용하면서도 항상 미국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찌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모습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오히려 전시작전권을 미국이 가지고 있어야 평화가 보장된다는 전도된 안보관으로 철저하게 무장하고 있는 집단이 현재 집권정당인 것이다.

 

또한 이 나라 국민 하나의 목숨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냥 세월호 참사만 예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된 사건이 벌어져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아무도 사과하지 않는다. 심지어 왜 이러한 참사가 일어났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지 반성하지도 않으면서, 심지어 특별조사마저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진실을 묻으려 하고 있다.

 

이제 다시 4월이 시작되었다. 이번 돌아오는 13일은 20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날이고 16일은 세월호 참사 2주기가 되는 날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두고 막말을 했던 사람들이 대거 출마했고 이들이 당선 확률은 낮지 않다. 세월호 뿐인가? 용산 철거민들을 죽음에 이르도록 진압명령을 했던 인사가 공사사장을 거쳐 국회의원으로 입후보한 상태다. 이 정도면 대의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아니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회의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드라마 하나 알콩달콩 즐기다가 이러저러한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판타지도 그냥 저 먼 세게..아예 이 나라를 연상시키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그런 세계의 판타지를 즐겨야지.. 이렇게 어정쩡한 판타지가 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음을 알겠다. 우쒸.

 

그냥 판타지 하나 맘편하게 즐기지 못하는 불편함이 짜증나서 몇자 적어본다. 아직도 난 상태가 안좋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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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보편성과 그 학문적 궤적을 꾸준하게 연구하고 발표하는 국내 학자 중에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분이 조효제 교수가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에 '인권의 지평'과 '인권을 찾아서'가 출간되었기에 기존의 저서들과 주요 역서들을 리스트 해 본다.


9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인권의 지평- 새로운 인권 이론을 위한 밑그림
조효제 지음 / 후마니타스 / 2016년 3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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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찾아서- 신세대를 위한 세계인권선언
조효제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6년 2월
19,500원 → 19,500원(0%할인) / 마일리지 190원(1%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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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풍경- 조효제 교수의 우리 시대 인권 강의
조효제 지음 / 교양인 / 2008년 7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2016년 03월 28일에 저장
절판

인권의 문법- 민주주의총서 01
조효제 지음 / 후마니타스 / 2007년 6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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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7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소설을 읽어 왔지만, 홍콩을 무대로 중국인이 주인공인 소설은 아마도 처음이지 않나 싶다. 주로 일본작품이나 미국작품 최근엔 북유럽 작품들이 주였는데... 그런데 천호께이의 이 작품은 정말 근사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단편들이 연작으로 이어져 오면서 천재적 수사관인 '관전둬'의 일생이 주요사건과 함께 서술된다. 연작의 순서는 현재에서 과거로...단편들 하나하나가 끝까지 가지 않고는 범죄의 내용과 범인이 드러나지 않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맛이 생생하다. 모든 사건의 내용이 서술되거나 단서가 제공되어 있음에도 하나로 꿰어내어 사건을 재구성하는 것이 마치 홍콩판 셜록 홈즈를 보는 느낌이다.

 

연작으로 시간이 순서를 따라 진행하는 구성이다 보니 홍콩이 처한 역사적 현실을 살펴 볼 수 있었고 그 사회의 모순에 따른 경찰의 임무와 태도에 대한 작가의 독특한 철학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그냥 잘 짜여진 추리물 모음집을 넘어선다. 경찰의 집무집행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은 관료제적인 경찰제도와 민중의 보호를 최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경찰의 임무와 대치되면 끊임없는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올바른 경찰의 모습이란 결국 민중을 보호해야 가치가 있음을 설득력 있게 증거하고 있다.

 

반사회적인 영웅, 흔히 안티 히어로에 대한 열망은 사회의 제도적 구성이 밀집화되고 경직화 되면서 그에 수반한 답답함을 해소해 주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 경찰이라고 하면 답답하고 고지식하면 굼뜨고 권위적이면서 무능한 경우가 많았다. 그건 개인의 능력의 문제일 수 있지만, 경찰 조직이 가지는 성격에서 기인하는 경우도 크다. 경찰 소설에서도 능력있는 경찰은 항상 제도와 부딪치거나 조직의 한계를 벗어나려고 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제도가 가진 한계이기 때문이다. 다만 제도를 벗어나서 신념으로 행동하기 위해서는 의지가 필요한 법이고 그 의지의 대상은 경찰이 가진 정의를 집행하고 민중을 보호하려는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으로 경찰에 대한 신뢰는 엉망이다. 세월호에 대한 수사도 집회 강제해산을 위한 폭력적인 물대포 사용도 그렇고... 어디에도 민중을 보호하고 민주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윗선의 눈치를 보며 보신하려는 의지만 충만하다. 경직된 제도속에서 책임은 없고 보신만 남은 조직이 사명감을 갖기는 더더욱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소설에서나마 이런 멋진 경찰이 있음을 대리 만족해야 하나? 읽는 내내 뭔가 씁쓸한 느낌이지만 읽는 내내 추리소설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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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6-01-19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레드 라이징 레드 라이징
피어스 브라운 지음, 이원열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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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세계를 그린 SF작품에 고대문명의 짙은 향수가 배어 있다고 할까? 레드 라이징이 묘사하는 세계는 신화와 과학이 교차하는 세계이다. 여기서 레드의 의미는 다층적이다. 다른 곳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빨갱이'란 말에서 드러나는 레드의 음험함과 '레드 데빌'에서 나타나는 민족적 감수성의 열정이 동시에 나타나는 땅에서 살다보면 '레드'는 건들기 어려운 금단의 열매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의 '레드'는 게급이다. 그것도 골드를 유지하기 위한 여러계급은 색깔로 표시되는데 그 중 최하층 계급이다. (사실 소설에서 묘사되는 색으로서의 계급은 오히려 계층에 가깝거나 사회분업에 따른 직분에 가까워 보인다. 다만 레드는 사회학적 의미에서 피억압 계급에 가장 근접해 보이기는 하다)

 

이 SF소설은 이미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피어스 브라운의 이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엔더의 게임', '헝거게임', '파리 대왕'이 연상된다는 호평까지 받고 있으니 신작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그리고 황금가지 출판사로 부터 가제본으로 책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망설이지 않고 신청한 이유도 역시 작품에 대한 기대감 이었다.

 

작품은 패턴은 어쩌면 평범할지 모른다. 고난받는 피억압계급의 주인공과 그에게 닥친 시련. 복수를 위해 증오하는 계급의 일원으로 변신하여 그들 속에서 성장하는 스토리. 성장과정에서 보이는 계략과 암투, 증오와 사랑. 그리고 좌절 속에서의 희망과 성공.

잘 짜여진 모든 소설들이 그러하듯 속도감 있는 전개와 우주적 스케일의 배경은 자체로서 흥미롭다. 더구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특성과 성격을 통하여 인물과 단체에 특성을 잡았다는 점에서 미래의 SF를 고대전쟁의 느낌이 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 독특했다. 서구에서의 대중적 흥행의 성공은 이러한 익숙한 그들의 문화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었나 추측해본다.

 

그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신화와 함께 진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것도 과학에 의한 의도적인 진화는 미래에 대한 작가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 작품에서 계급의 차이는 단순하게 권력의 차이가 아니다. 그리고 그 권력의 차이에는 생물학적 기반이 전제되어 있다. 즉 최고 권력을 가진 골드는 이미 기존 인간이 상상하는 한계를 넘어서 있는 부분이었다. 주인공이 복수를 위해 자신이 증오하는 계급안으로 섞여 들어가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생물학적 변이에 따른 것이다. 즉 레드의 육체로는 골드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것이다.

 

인류는 지금까지 진화를 하면서 두가지에 적응해야 했다. 생물학적인 진화와 사회적 진화. 생물학적인 진화는 지난하고 느린 과정이었지만, 사회적 진화는 생물학적 진화의 속도를 뛰어 넘어서 이루어졌다. 즉 인간이 만든 상상의 허구, 국가, 법률, 이데롤로기, 사회적 관계는 실체가 없는 인간 상상력의 허구임에도 인간이 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진화의 무기였다.

이러한 상상의 진화를 뒤엎는 생물학적 과학적 진화의 세계, 가장 전투적이며 강인한 육체를 지닌 지배계급의 등장은 19세기 사회진화론의 미래 버젼이라 할 만하다. 여기서는 강자가 모든 것을 취하는 것이 당연하며, 약자는 강자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이러한 세계에서 인간이 인간으로 누려야할 자유와 평등을 위해 싸운다는 것. 골드의 지배를 무너뜨리기 위해 의지를 불태우는 인간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작품이 가지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레드라이징은 이제 첫발을 디뎠다. 작품은 복수를 위한 예비단계를 마쳤을 뿐이다. 본격적인 복수를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것이다. 이 작품은 연속되는 작품의 첫단추일 뿐이다. 따라서 복수의 장정을 가야하는 주인공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부 독자들이 '파리대왕'이나 '엔더의 게임'의 느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성장에 따른 격렬한 갈등구조 때문일터다.

계속되는 이야기에서는 어떤 작품이 연상이 될까? 그 다음은 바로 '왕좌의 게임'이 아닐까 한다. 개인적인 인간과 집단 속에서의 인간이 부딪치며 성장한 주인공의 선택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부당한 권력을 휘두르는 지배계급에 대항하여 그들을 절멸할 것인가? 아니면 거대한 전투뒤에 타협할 것인가. 지금까지의 역사는 부분타협이었다면 작가가 의도하는 작품의 결말은 무엇일까? 빨강이라는 음울하고도 열광적인 색에 대한 감정때문에 특이하게 몰입하게 된 작품을 보면서 궁금해졌다. 내가 작가라면 어떤 결말을 예비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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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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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선생의 고별 강연에 비춰진 인간에 대한 애정과 사회에 대한 성찰이 빛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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