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가 들끓는 사회...

 

최근 제주도 예멘 난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발언 (난민 기사에 달린 댓글들) 을 읽다 보면 소름이 돋는다. 우리는 이런 사회에 살고 있구나... 정체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정체를 잘 모르기 때문에) 테러리스트, 범죄자, 잠재적 강간범, 상대방의 문화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문화를 강요하는 야만인, 여자와 어린애를 무시하고 착취하는 가부장적 마초, 난민을 가장하여 취직을 하러온 불법이주민 (사람에게 불법을 붙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 버렸다) ...등등

 

이 모든 언설 속에서 느끼는 것은 이들에게 '사람'의 흔적을 지우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주의의 작동원리를 보면, 자신들의 방해가 되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행한 일은 '비인간화' 정책이었다. 히틀러의 제3제국은 위대한 독일을 위해 신체적 약자인 장애인과 동성애자를 게르만 민족을 약하게 만드는유해한 사람으로 낙인찍어 거세하고 나중에는 제거했다.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자는 러시아의 첩자로 독일민족의 배신자이자 유대인의 앞잡이로 매도하여 처형하였고, 유대인들도 체계적으로 사람이 아닌 존재로 낙인 찍으며 결국 최종 해결로 나아갔다.

 

예멘난민에 대한 증오와 적대를 보니 예전 빨갱이에 대한 증오와 적대가 그대로 전이 되어 나타나고 있음이 보인다. 사회적으로 나쁜 모든 일들이 빨갱이 짓이었다면 (아직도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이제 빨갱이를 대산할 무슬림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공포가 예멘 난민을 통과하면서 여지없이 그 민낯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테러공포?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아 휴전중인 나라에서 당연히 느끼는 공포다. 더욱이 이슬람의 최대적인 미국의 혈맹인 나라니 말해 무엇할까만...

 

호색한 무슬림 때문에 제주도에 더 이상 못가겠다는 딸가진 부모님들, 난민인권를 젠터 층위에서 고민해야 한다면서 내전 속에서 강제 징집을 피해 나온 젊은 예멘인들에게 잠재적 가해자의 이미지를 씌우는 일부 급진적 페미니스트들. 이 사람들의 주장을 듣다 보면 한국 남자들과 어떻게 공존하고 살아가는지 의아스럽다. 예멘남자들이 한국 남자들보다 호색하고, 가부장적이면서 위험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슬람에 대한 편견과 오해 (어쩌면 무지함이겠지) 도 만만치 않다. 기독교 (라 쓰고 개독이라 칭하련다)의 눈으로 굴절되고 왜곡된 단편적 지식으로 재단하고 평가되는 이슬람으로 모든 이슬람과 무슬림을 낙인 찍어 버리는 그 호연지기를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

역사적으로 보면 인류에게 가장 큰 죄악을 저지른 종교는 기독교다. 오죽하면 '기독교 죄악사'라는 책도 있을까.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그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여 저지른 학살의 책임을 기독교는 아직도 참회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새로운 희생자만 찾고 있는 건 아닐까.

 

유럽과 일본의 예를 들어가며 남들은 받지 않는 난민을 왜 우리는 받아야 하냐고 주장하면서 난민을 내치는 것이 애국이라고 주장하는 '애국자'가 널려 있고 (마치 친일하다 반공으로 전향하여 애국한다고 외치던 친일파가 쓰던 애국이란 말) 나라 세금 아까워하며 주변 살리기도 힘든데 남까지 보살피면서 내가 낸 세금이 아깝다고 아우성인 사람. (진짜 세금을 얼마나 잘 내는 사람인지 진심 궁금해 진다)

 

그냥 요약하면 나 살기도 힘든데 딴 놈들 들어오는 거 싫다는 거 아닌가?

그런데 날 것으로 이렇게 얘기하면 스스로 민망하니 변명거리를 만들어서, 난민을 (내전으로 모든 것을 잃고 생명까지 잃을 것 같아 조국을 등지고 탈출한 불쌍한 사람들) 아주 나쁜 놈으로 몰아 버리는 거 아닌가? 그러면 좀 속이 편한가?

 

제일 나쁜 말... 인권을 배척하자는 것이 아니라 범죄자를 들이지 말자는 것. 비슷하게 난민의 인권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난민 구성에서 젠더의 작동원리를 다시 한번 사고해야 한다는 것.

인권적 감성팔이하는 인권단체들이 책임지고 난민들 먹여 살리라는 말 !!

 

일단 받아들이고 그 다음에 나타날 여러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고민해야 하는데...아예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면서 그래도 '인권의 가치'는 외면하기 힘드니 갖다 붙이는 혐오들. 하도 거짓뉴스와 오해와 편견이 심해서 스스로 공부해 보려고 참고서적 하나 구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 자체가 마술같은 일이라는 걸...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라로 2018-06-30 0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

쎄인트saint 2018-07-05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입니다.
잘 봤습니다.
 

오늘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다.

여느때와 다르게 난민의 날 지정이 눈에 들어온 것은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제주도 예멘 난민 때문이다. 내전으로 생사를 가늠할 수 없어 고국을 떠나 살 곳을 찾아 정처없이 떠난 예멘 사람들에게 제주도 정착과 난민신청은 그나마 삶의 가느다란 끈일터. 이러한 사람들에게 던지는 무자비한 혐오는 낯뜨겁다 못해 분노마저 일어난다.

 

이전부터 난민이나 흔히 말하는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비난이나 혐오는 존재하고 있었지만, 이것이 대대적으로 증폭되고 확산되는 느낌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추측건대, 이들이 백인이 아니며, 우리보다 가난한 국가의 구성원이며, 이슬람을 신봉하는 무슬림이기 때문에 논란을 부추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백인에 대한 근거없는 추종이야 뿌리 깊은 식민주의적 근성과 인종적 차별을 당연시 하는 우리 내부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한 저주에 가까운 혐오표현은 기독교인들이 자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무슬림이면 전부 테러리스트에 강간범으로 몰아서 향후 사회적 암덩어리로 각인시키고자 노력하는 이들의 댓글 속에서 살기마저 느껴진다.

 

지각없는 일부 기독교인들이야 그렇다고 해도, 일부 페미니스트 진영에서 제기하는 가부장적 무슬림 난민 반대는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지경이다. 여성을 억압하는 무슬림은 난민 자격도 없다는 건지... 이슬람 사회의 여성의 지위가 낮은 문화적 전통을 난민들이 이 땅에 이식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인지... 소수자 차별은 반대하는 이념으로서의 페미니즘은 어디로 실종되고 페미니스트의 이름으로 난민 반대를 외치는 사태에 이르러서는 뭐라 할 말이 없어진다.

 

항상 극우와 극좌의 실천은 통한다는 진리는 여기서도 관통하는 것인지....

 

유럽은 난민과 이주민을 반대하는 포퓰리스트들의 선동으로 어지럽다. 그런데 이들을 따라 난민을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난무하는 걸 보면, 우리의 민주주의도 심각한 분기점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인권과 민주주의는 같이 병진한다고 할 때 여성, 난민, 성소수자 등 소수자의 인권을 도외시하고 민주주의는 나아갈 수 있을까? 항상 파시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건 소수자의 탄압을 외면하면서 다수의 가치에 모든 것을 병합하는 폭력성 때문일터다.

 

난민을 받아 들이고 보호하자는 말을 꺼내면 바로 감성팔이 인권주의자로 몰리고 난민에 대한 보호는 국가가 절대로 받아들이지 말것을 강경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난민협약에 가입했다는 사실부터 주지해야 할 것이다.

 

피부가, 인종이, 종교가, 문화가, 성이 다르다고 해도 이들을 환대하는 것이 진정 인간적인 것이다. 환대의 방법과 정도는 서로 논의할 수 있지만, 다름을 차별로 전환하고 혐오로 대처하는 건 스스로 인간의 가치를 저버리는 것 아닌가?  난민 수용을 거부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언제부터인지 약자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청원이 강자가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창구가 되어버린 모양새다.

 

소수자, 힘없는 자와 연대하자.

그것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이 당연한 말을 하면서도 참... 힘빠진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혜덕화 2018-06-20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종교보다, 피부색보다, 국적보다 먼저인데, 안타깝네요.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했던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서른, 잔치는 끝났다 / 최영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다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

 

한 시대를 마감하는 시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누군가에겐 말도 되지 않는 패배적인 자조였을 터이고, 누군가에겐 씁쓸한 상처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시였을 터다. 나에겐 자조였고 상처를 되돌아보게 되던 시였다.

비판도 인정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 그 상태를 넘어서지 못하고 그저 마지막 구절만

되뇌이곤 했다.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최영미가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실은 시가 다시 논란(?)이 된 모양이다.

그동안 숨겨져 왔거나 문제를 제기해도 묵살된 문단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쉬쉬하던

문제들. 남성중심적인 사회에서 벌어지는 그 동안의 못된 관행들을 보면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사람들을 사회의 어른이라고 생각하면서 대접하고 부당한 행위

를 쉬쉬하고 덮어 줌으로 우리들은 '괴물'을 키워온 것은 아닌지...

--------------------------------------------------------------------

 

괴물 / 최영미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은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

--------------------------------------------------------------------- 

괴물들이 하도 많아서...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

자신이 먹는 물이 똥물이라는 걸 불쌍한 대중들이 깨달아야 방법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그 불쌍한 대중들에게 똥물을 먹이는 걸 감내한 대가가 바로 괴물이니...

그냥... 올해부터는 그놈의 노털상 후보로 뉴스에 나오는 En의 모습을 보지 않았음한다.

지겹다 못해 가엽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라로 2018-02-05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은 문단 뿐 아니라 어디서든 그럴 것 같았어요. 이제 연애계도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고 직장에서도 그래야 할 것 같은데 한국은 너무 조용한 것 같아 이상해요. 비록 도망쳐 나오더라도 교활한 늙은이라고 한마디라도 한 최영미에게 박수를!

순오기 2018-02-05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n이 고은이라는 걸 확실하게 드러낸 최영미의 용기~ 칭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