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손문상 화백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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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최근 논의되는 담론이 '복지국가' 담론인 듯하다. 물론 복지국가론이 자본주의를 한계를 벗어나지 않고 오히려 위기에 처한 자본의 탈출구 구실을 한다. 그러나 이땅의 보수주의자들의 눈에는 그런 순기능보다 당장 자신이 당할 불이익 때문에 대한민국을 빈곤의 나락으로 이끌 주범이자 뭘 모르는 무식한 대중을 선동질해대는 행위로 간주한다.  

그래서 이 땅에 합리적 보수는 보이지 않고 수구꼴통들만 있다고 하는거다. 이들에게 경제적 이익은 지상의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대의 가치다. 그러니 민주주의, 인권, 노동권만 나오면 빨갱이라 욕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현재 사회의 빈부격차와 사회안전망의 상실, 젊은 세대의 실업문제는 더 이상 국가가 국민에 대한 복지서비스를 주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러니 딴나라당에서도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거 아닌가? 문제는 복지정책을 시행해도 그 복지가 국민의 권리로 보장되어야지 마치 국가가 은혜를 베푸는 의미로 '시혜적이고 온정적'인 복지 정책은 안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권리로서 복지.. '보편적 복지'를 외치면 조중동은 일사불란하게 반대의 의견을 내어 놓는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조금 더 기다려라... 국민소득 4만불 정도 되어야 복지도 가능하다....
그 예로 유럽과 일본의 재정위기를 예로 든다. 현재 유럽의 경제위기는 결국 전체 자본주의 위기에서 파생되었음에도 일방적으로 복지지출로 인한 재정의 위기로 몰아가는 것이다. 사실일까? 

장하준 교수가 경향신문에 칼럼을 하나 올렸다. 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
종편까지 차지한 보수언론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다른 의견이 이렇게 살아있음을 부정하진 못할 것이다.  

한미FTA가 고약한 것은 자국의 경제적 해법을 위해 처리할 수 있는 공적 투자를 사적인 이윤을 위해 축소하거나 폐기해야 할지 모르는 미래를 예약했다는 것에 있다. 딴나라당은 정권을 빼앗기더라도 자신의 물적 토대를 든든하게 만들어주고 이윤을 보장받기 위한 마지막 조치를 역사상 최초의 조약비준 날치기로 마무리 한 것이다. 정권을 빼앗을 지 몰라도 그 정권이 경제정의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손발이 묶인다면... 또다른 (쥐)왕의 귀환은 불을 보듯 뻔하다.  

사회경제적 민주화 없는 민주주의는 속빈 강정임을 민주정권 10년 후 MB정권 4년 동안 뼈저리게 겪었는데... 향후 FTA로 인해 더욱 고착화될 것으로 예상되니 암담하고 허탈하다.
누가 질기게 저항하는가?
이건 결국 생존싸움이다. 99%의 생존싸움....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99%에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씁쓸하다.  

장하준 교수 칼럼 (경향 2011.12.06)

유럽이 들끓고 있다. 2008년 이후, ‘독성’ 금융자산 때문에 금융기관이 부실화되고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경기가 급격히 냉각되고, 그 결과 세수가 급감하여 재정적자가 급증하였다. 부실 금융기관에 대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적자는 더 늘었다. 그 결과 독일, 스웨덴, 핀란드, 오스트리아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 나라들은 대규모 재정적자를 떠안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신용등급이 좋지 않아 국채에 많은 이자를 물어야 하고, 또 유로화에 가입한 탓으로 통화 평가절하를 통한 구조조정도 할 수 없는 유로화권 ‘주변부’의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이 특히 문제를 겪게 되었다.

아일랜드의 경우는 대규모의 금융 허브 전략을 추진하다가 엄청난 금융부실을 경험하여, 지난 3년간 국민 소득이 20%가량 줄어들었다. 재정지출을 크게 삭감하였음에도 금융기관에 워낙 공적자금을 많이 투입하여 재정적자가 국민소득의 33%에 달한다. 금융위기 전 30여년 가까이 유럽에서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았고 금융위기 전 10여년 동안은 거의 매년 재정 흑자를 거두었던 나라였던 것을 감안하면 ‘나라가 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1932년 창당 이후 79년 중 61년 동안을 집권당으로 지내온 피아나 페일(Fianna Fail)이 2011년 2월 총선에서 득표율이 42%에서 17%로 떨어지면서 참패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난 2년여 동안 유로화권 위기의 진원지였던 그리스에서는 계속되는 과격한 긴축정책으로 사회가 붕괴 직전에 이르렀고, 급기야는 11월 중순에 그리스 정치 ‘왕조’인 파판드레우(Papandreou)가의 3대째 총리인 조지 파판드레우(George Papandreou) 총리가 사임을 하고, 전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였고 유럽 중앙은행 부총재를 역임한 루카스 파파데모스(Lucas Papademos)가 선거를 거치지 않고 전격적으로 총리로 추대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스페인의 경우도 금융위기 전에는 경제성장도 빠르고 국민소득 2%에 해당하는 재정흑자를 내는 경제 모범생으로 여겨지다가,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재정적자가 국민소득 대비 11%선으로 치솟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긴축을 하다보니 실업률은 20%가 넘고 사회적 불만이 팽배하여, 소위 ‘분노하는 자들’(indignados)이라는 사회 운동이 일어날 정도이다. 지난 11월20일에 있었던 총선에서 집권 사회민주당이 참패하고 우파 민중당이 집권한 것은 예견된 결과였다.

위에서 언급한 주변부 국가들처럼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하지는 않지만, 유로화 가입으로 정책 범위에 제한을 받으면서 최근에 와서 금융시장의 ‘의심’의 주요 초점이 되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도 그리스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1994년부터 세번 총리를 역임하면서 말도 많고 일도 많았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Silvio Berlusconi) 총리가 11월 중순 사임을 하고, 유명한 경제학자요 유럽연합의 위원이었던 마리오 몬티(Mario Monti) 교수가 뒤늦게 상원의원으로 추대된 후에 내각을 구성하고 총리 겸 재경부 장관에 취임한 것이다.

영국의 경우는 유로화에 가입하지 않아서 위기에 대처하기가 조금 수월했지만, 금융의존도가 워낙 높다보니 금융위기 이후 세수가 급감하고 공적자금 투입이 많아 재정적자가 국민소득 대비 12~13% 수준으로 올라갔다.

영국은 그리스 등 주변부 국가들에 비해서는 국가 신용등급이 높아서 그들만큼 급격히 재정긴축을 할 필요는 없었지만 2010년 5월에 집권한 보수당-자유민주당 연합정부는 ‘건전 재정’을 내세우며 복지지출의 급격한 삭감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지지부진한 금융개혁에 분노한 젊은이들이 10월 중순에 런던 증권시장을 점령하여 두 달 가까이 농성 중이고, 11월30일에는 공무원들이 연금 삭감과 정년 연장에 반대하면서 수십년래 최대 규모의 파업을 감행하는 등 정세가 불안하다.

현재 유럽의 상황은 ‘먼 나라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경제의 문제에도 여러 가지 시사점들이 있다. 우선 우리나라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위기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유럽 일부국가들이 추구해 온,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정부가 열망하는 금융과 부동산 중심의 경제 모델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일랜드는 1980년대 초반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다국적 기업의 적극적 유치와 선별적 산업정책을 통해 제조업 중심으로 고도성장을 이루어 유럽의 ‘동아시아형 경제기적’으로 칭송받았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허황된 금융 허브 전략을 추구하다가 경제가 거덜났다. 그리스나 스페인의 경우는 유로화 출범 이후 금리가 내려가면서 시작된 부동산 거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그것이 터지면서 경제가 좌초되었다.

금융주도 경제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경우는 금융부문이 가라앉자 경제가 동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2008년 이후 파운드화가 30%가량 평가절하되었음에도 제조업 수출이 지지부진할 정도로 제조업이 허약해져 있다. 상당히 낙관적인 가정에 기초한 영국 현 정부의 발표에 의해도, 영국의 중간치(median) 가계소득은 잘해야 2015년에나 2002년의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한다.

금융-부동산 중심의 경제들이 몰락한 데 비해 독일, 스웨덴, 핀란드, 오스트리아 등 제조업 중심 국가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 성장도 빨리 회복되고 실업률이 도리어 줄어든 경우도 있으며 재정적자도 심각하지 않다.

이러한 유럽의 금융중심 경제들과 제조업 중심 경제들의 대조적인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하여 이명박 정부에서 강화된 제조업 경시 풍조, 허황된 금융 허브론 등의 문제점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가져야 한다.

제조업의 중요성에 더해 현재 유럽의 위기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또 한 가지는 대규모 경제의 구조조정에 있어 국민적 합의 도출과 갈등 해소 기제를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이다. 현재 대규모 재정 삭감을 하고 있는 유럽 나라들에서는 실업, 복지 지출 삭감, 실질임금 하락 등으로 국민의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선거만 있었다 하면 좌파, 우파를 가리지 않고 집권당이 실권하고 파업, 시위, 점거농성 등이 줄을 잇는다.

가장 큰 문제는 지금 유럽 일부 국가들에서 진행되고 있는 복지국가의 급격한 축소는 2차 대전 후 유럽을 지탱해 온 ‘사회 계약’을 다시 쓰는, 엄청난 정치적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단순히 재정적자 감축이라는 기술적인 문제로 포장되어 정치적 토론과 합의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스나 이탈리아가 그 극단적인 예들이다. 많은 그리스 사람들은 의원내각제 나라에서 국회의원도 아닌 파파데모스가 외압을 등에 업고 총리로 취임한 데 대해서 유럽연합의 ‘식민 지배’라며 분노하고 있다. 이탈리아 몬티 총리의 경우는 금권 행사와 스캔들로 점철된 베를루스코니의 ‘저질’ 정치에 질린 많은 국민들이 환영하고는 있지만, 그도 선거로 선출된 정치인이 아니고(총리 취임 며칠 전에 임명직 상원의원이 되었다) 내각을 완전히 기술관료로만 채웠다는 점에서 민주적 정당성에 취약함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렇게 정당성이 약한 개혁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런 예들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유럽연합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들을 맺는 과정에서 겪어 온 갈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다수결’이라는 것이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내세워 제대로 된 정치적 합의도 도출하지 않고 우리나라의 경제적, 사회적 틀을 완전히 다시 짜는 협정들을 협상하고 비준하였다.

이미 많은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갔지만, 지금이라도 복지제도를 강화하여 자유무역협정들에 따른 구조조정에서 희생되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하고 재기의 기회를 주어 사회적 갈등이라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유럽 일부국가들처럼 계속된 갈등과 침체를 겪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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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한 분의 글이 조선일보가 빨아(?)주는 바람에 화제와 논란이 되었다.
조선의 입장에서야 FTA반대 여론이 더 광범위하게 퍼지기 전에 조기에 진압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사실 사적인 의사소통공간에서 자신의 입장을 올리는 건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어긋나지 않는다.
판사이기에 편향적이지 않아야 한다지만, 판사라는 직책이 수행하는 기능과 시민 개인으로 자신의 판단을 공표하는 권리를 무리하게 등치시키려는 조선일보의 의도는 보수신문 자체의 성향이 얼마나 수구적인지 그대로 드러난 사건일 뿐이다.   

이런 얘들이 종편을 운영하고 있으니.... 참 거시기 하다. 뭐 리모콘에서 종편채널을 지우면 안봐도 된다니 다행이긴 한데..... 암튼 전염병보다 더 해로운 방송전파에 전국을 날아다닌다고 생각하니 엽기적이다.

김하늘 인천지법 부장판사의 글을 옮겨 놓는다.  

김하늘 부장판사 글

나는 스스로 내 자신이 합리적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한다. 나를 아는 많은 다른 사람들도 내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혹시 있을지 몰라도, 기본적으로 내가 보수주의자라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중략)

내가 왜 이 글의 서두에서 이런 말을 하느냐 하면, 이제부터 쓰려고 하는 내용에 대해서 그 내용을 보려 하지 않고 그냥 내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두루뭉실하게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부탁드리기 위함이다.

최근에 한미 FTA 비준을 둘러싼 찬반세력 사이의 대립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갈등 요인으로 부각되었다. 그것은 이제 정치 논쟁의 범위를 넘어 우리 사회의 통합과 발전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 되었다. 나는 지금 이 한미 FTA 비준과 관련하여, 그것이 여러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는 불평등 조약일 가능성이 있고, 특히 사법부의 재판관할권을 빼앗는 점에서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조약이며, 이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사법권을 위임받아 위 조약을 포함한 법률의 최종적인 해석권한을 가지고 있는 우리 법원에서 이제라도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려고 한다.

한미 FTA와 관련해서 나의 입장은 처음에는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나는 그냥 막연하게 한미 FTA가 글자 그대로 한국과 미국 사이에 통상장벽을 해체하고 자유무역을 하자는 내용의 협약으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무역장벽이 무너지고 있는 추세이고 우리가 대미무역에서 지금도 많은 흑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유무역을 하게 되면 비록 농업이나 축산업은 타격을 입겠지만 자동차 산업이나 전자, 섬유 산업에서 그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중략)

그러다가 최근에 한미 FTA에 대한 논란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계속되면서, 나는 문득 내가 정작 한미 FTA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자자국가제소권이라는 ISD도 처음 들어보는 용어이고, 역진방지조항(Ratchet)이라든지,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보상, 현실유보와 미래유보 같은 용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한미 FTA에 대한 내용을 알아보려고 했다. 그랬더니 세상에, 한미 FTA 분량이 1,500페이지에 달한다는 것이다. 우리 법률 중에서 가장 방대한 법률이 본문 1,118조와 부칙 28조로 이루어진 민법인데, 그 분량은 100페이지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무려 1,500페이지에 이르는 협정이라니... 도대체 우리나라에서 한미 FTA를 이해는 고사하고, 제대로 읽어 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도대체 사람들은 한미 FTA에 대해서 뭘 제대로 알고 저렇게 찬반으로 나뉘어서 떠들어 대는 것일까? 나는 한미 FTA를 직접 찾아서 읽는 것을 포기하고 그에 대한 토론자료나 요약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찾은 것이 “을사조약이 쪽팔려서”라는 기획토론프로그램이었다. 50분 분량의 방송으로 3부작이니까 총 150분 정도 되는 분량이고, 토론참여자는 민주노동당 대표인 이정희 의원과 민주당의 정동영, 천정배, 이종걸 의원, 그리고 이해영 교수와 역사학자 한홍구이다. 물론 토론참여자들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지극히 일방적인 토론이다. 아니, 토론이라기보다는 성토장 같은 분위기이다. 그래도 내가 위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것은 이 중에는 한미 FTA 전문을 제대로 읽고 연구하였다는 토론자가 2명 등장하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대표인 이정희 의원과 이해영 교수이다. (중략)

이 토론회에서 이해영 교수의 발언은 그나마 객관적인 듯 보이지만, 그래도 프로그램을 제작, 주최한 측의 기획 의도가 빤히 보이는 만큼 조심해서 들을 필요가 있다. 나는 16년 동안 법관으로서 근무하면서 재판을 해 온 경험을 토대로 위 프로그램에서 토론자들이 개진한 발언에서 그들의 개인적인 의견이나 추측성 주장은 최대한 배제하고 사실(fact)만 추출해 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위 프로그램을 보고 난 결과, 나는 위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나 토론자들의 정치적 성향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한미 FTA가 여러 가지 독소 조항들을 품고 있다는 것, 특히 우리 나라의 사법주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는 것, 우리나라에만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평등 조약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 등에 동의하기에 이르렀다. 한미 FTA에 대한 나의 입장이 종래의 “막연한 찬성”에서 이제는 “막연한 반대”로 바뀐 것이다. 여기서 아직도 “막연하다”고 하는 것은 여전히 내가 한미 FTA 내용을 제대로 검토해 본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한쪽 사람들로부터 들은 말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들은 내가 한미 FTA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품도록 증명하는데 성공하였다.

내가 위 프로그램과 기타 다른 자료들에 의하여 한미 FTA가 불평등 조약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품게 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는 성문법 국가이고, 한미 FTA가 비준되어 발효되면 그 협정 자체가 법률과 동등한 효력이 있는 조약으로서 규범적 효력을 갖추게 된다. 그러면 신법우선의 원칙에 따라 1,500페이지에 달하는 한미 FTA에 배치되는 모든 법률과 하위 규범은 달리 개정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무효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불문법 국가로서, 한미 FTA 자체가 법규범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행법안을 만들어서 이를 의회에서 통과시키면, 그 이행법률만이 규범적 효력을 갖게 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번에 200페이지 남짓한 한미 FTA 이행법률을 만들어 의회를 통과시켰다고 한다. 그런데 위 이행법률을 보면, “주법의 규정이나 적용이 협정에 불합치하다는 점을 이유로 하여, 여하한 자에 대해서도 주법 또는 주법을 적용하는 것이 효력이 없다는 선언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미국 정부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자도 한미 FTA를 근거로 청구권이나 항변권을 갖지 못하며, 미합중국 또는 주정부기관의 어떠한 조치 또는 부작위에 대하여 그것이 한미 FTA 위반이라는 이유로 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위 말이 맞다면, 한미 FTA로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법률상 장벽은 제거되었는데, 미국에 있는 모든 법률상 장벽은 그대로 존속한다는 말이니, 바로 이것이 불평등 조약이 아니고 무엇인가?

둘째, 네거티브 방식에 의한 개방이다. 즉 한미 FTA는 개방을 유예하거나 제한하는 분야만 협정에서 적시를 하고 나머지는 모두 완전히 개방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현재 예측하지 못하는 새로운 서비스 시장이 열리게 될 경우, 우리나라가 이를 보호하고 시장의 이익을 지킬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와 EU 사이에 맺은 한-EU FTA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아니라 개방하기로 합의한 분야만 협정에서 적시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취했다고 한다. 내 생각으로는 우리나라보다 산업과 기술이 뒤떨어진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때는 네거티브 방식이 유리하고, 우리나라보다 산업과 기술이 더 발전한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때는 포지티브 방식이 유리하다. 그렇다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때에도 포지티브 방식에 의한 개방을 택했어야 하는 것이다.

셋째, 역진방지조항(Ratchet)이다. 낚시를 할 때 바늘 끝을 구부려 일단 물고기가 미끼를 물면 더 들어갈 수는 있어도 빠져나올 수는 없도록 만든 것을 “ratchet"이라 한다고 한다. 즉 모든 시장에서 한번 개방된 수준은 어떠한 경우에도 그 이하로 되돌릴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이 조항을 예를 들어 설명하면, 지금 우리나라가 우리 영화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극장에서 1년에 일정한 기준 일수 이상은 한국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해야 하는 스크린 쿼터제를 채택하고 있다. 몇해 전에 스크린 쿼터의 의무상영일수가 146일에서 73일로 대폭 축소되었다고 영화인들이 시위를 벌이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스크린 쿼터제를 축소해 보니까 당초 예상과는 달리 우리 영화산업의 피해가 워낙 심각해서 보호할 필요성이 생기게 되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우리 정부가 다시 의무상영일수를 100일 정도로 늘릴 수 있을까? 한미 FTA 시행 전이라면 그 대답은 예스이다. 문화관광부 장관이 마음만 먹으면 간단하다. 그런데 한미 FTA 시행 이후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위 역진방지조항에 의하여 한 번 146일에서 73일로 축소된 이상 그보다 더 축소하는 것은 가능해도 그보다 더 늘릴 수는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역진방지조항은 우리나라 정부가 그때 그때 경제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는 시장보호정책을 취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는 족쇄이고, 그 글자 본래의 의미 그대로 우리나라 시장경제를 낚시바늘에 꿰인 물고기 신세로 만드는 조항이다.

넷째, 상대 국가의 정책이나 규정에 의해 직접적으로 입게 되는 손해가 아니더라도 이를 통해서 간접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되면, 이를 보상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보상이라고 한단다. 심지어는 우리나라가 FTA 협정문을 위반하지 않은 경우라도 정부의 세금, 보조금, 불공정거래시정조치 등의 정책으로 인해 일방 당사자의 자본 또는 기업이 “기대이익이 무효화”되는 피해를 입게 되면, 이를 보상해 주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가 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실시하거나 환경보호를 위한 기업규제정책을 실시할 경우, 이는 대부분 간접적으로 대기업이나 외국계 투자기업에게는 손실을 안겨 주게 된다. 이것을 반사적 이익으로 보지 아니하고 법률상 보상해 주어야 할 간접수용으로 인정하게 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게다가 직접적인 피해액은 산출해 낼 수가 있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이러한 간접적인 피해액이나 기대이익은 산출해 낼 수가 없어 예측하기도 어렵다. 잘못하면 우리나라가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해배상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다섯째, 투자자국가제소권, 이른바 ISD 조항이다. 이것은 정부가 한미 FTA를 위반하여 투자자에게 손실이 발생하게 될 경우, 그 투자자가 정부를 상대로 국내 법원이 아닌 세계은행 산하에 있는 ICSID라는 중재기구에 직접 구제를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국제 중재는 3인으로 구성된 중재 판정부에서 단심제로 심리하는데, 중재인 3인은 투자자와 피소국 정부가 각각 1인을 임명하고, 분쟁당사자들의 합의에 의하여 의장중재인을 선임하되, 중재 제기후 75일 이내에 중재 판정부가 구성되지 않으면 ICSID 사무총장이 제3 국적의 중재인을 직권으로 의장중재인으로 임명한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이것은 본질적으로 우리나라의 사법주권을 빼앗는 조항이다. 왜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분쟁에 대해 국내 법원이 아닌 제3의 기관에 권리구제를 맡겨야 하는가? 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는 조약의 해석에 관하여 법률의 최종적인 해석권한이 있는 법원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사법권을 포기해야 하는가? 극단적으로 말하면 예컨대 공정거래사건에 관하여 우리나라 법원의 판결로 외국계 투자기업이 패소하여 손해를 입을 경우, 패소한 그 투자기업이 우리나라 사법부의 판결이 잘못되었다면서 판결 그 자체를 위 ICSID에 가져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앞서 설명한 조항들로 인해 한미 FTA에 관하여 우리나라와 외국계 투자회사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위 조항이 최종적인 해결조항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문제는 정말로 심각하다. 마치 바둑을 둘 때 멀리서부터 서서히 대마를 포위해서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리듯이, 한미 FTA는 앞서 설명한 네거티브 방식에 의해 특별히 협정에서 유보하고 있지 않는 한 모든 분야에 걸쳐 무제한의 개방을 하게 하고, 역진방지조항에 의해 우리나라 정부가 융통성 있는 시장보호정책을 실시하는 것을 방지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부가 새로운 중소기업보호정책이나 환경보호정책을 하려고 하면 간접수용에 의하여 직접적인 손해가 아니더라도 간접적인 피해나 기대수익까지도 배상하도록 규정한 다음에, 마지막으로 위 ISD 조항으로 그 최종적인 분쟁의 해결권을 우리나라 사법부에게서 빼앗아 미국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세계은행 산하에 있는 ICSID라는 중재기구에게 넘겨준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줄 것은 다 내어주고 받을 것은 하나도 못 받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협정이 맺어지게 되었을까?

위 프로그램에서 민주노동당 대표 이정희 의원이 말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유명한 사이트 “위키리크스”에서 최근에 한미 FTA 협상과 관련한 미국 비밀 외교문서를 공개했는데, 노무현 대통령 집권 당시 한미 FTA 협상을 총지휘한 김현종 당시 우리나라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의 전과정에서 미국에게 우리나라의 협상정보를 넘겨주면서 자기 말로도 “미국의 이익을 위해 죽도록 싸웠다”라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이익을 위해 협상대표로 임명한 사람이 상대방의 이익을 위해 죽도록 싸웠다니, 정말 믿기 어렵고, 믿고 싶지 않은 일이다.

한미 FTA 비준을 둘러싸고 위 ISD 조항이 한미 FTA 최대의 독소조항으로 부각되어 국회 동의가 늦어지자,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를 방문하여 한미 FTA가 비준 동의되더라도 위 ISD 조항에 관하여 미국과 재협상을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국민적인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 FTA와 ISD 조항에 대하여 법률의 최종적인 해석권한을 갖고 있는 사법부가 어떠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미 FTA도 크게 보면 하나의 계약이고, 어떠한 계약이 불공정한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법원의 전문 영역이 아닌가? 그렇다면 한미 FTA에게 불공정한 독소조항이 있다면 이를 명확히 하여 재협상 테이블에서 해당 부분을 제대로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 아울러 외교통상부에서 사법부의 재판권을 빼앗아 제3의 중재기관에게 맡겨버렸는데, 법원이 그에 관하여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법원장님께서는 취임 일성으로 사법부의 신뢰 회복과 이를 위한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셨고, 얼마 전에는 조경란 부장판사님의 제안을 받아들여 장애인 성폭력에 대한 양형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하셨다. 그래서 나는 대법원장님께 법원행정처 내에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한 TFT 구성을 청원하는 방법이 어떨까 생각한다. TFT의 연구과제는 한미 FTA에 어떠한 불공정 요소는 없는지, 있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바로잡아야 하는지, ISD 조항은 과연 타당한 것인지 등이 될 것이다. 서두에서도 언급하였지만, 한미 FTA 비준을 둘러싼 찬반세력 사이의 대립은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갈등 요인으로 부각하고 있는데, 정작 한미 FTA에 대해 찬반 입장이 나뉘는 국민들의 대부분은 나처럼 한미 FTA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법원에서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한 TFT를 구성하여 여기서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면, 그 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오던지 간에 국민들의 의구심과 사회적 갈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우리나라 사법부에 대하여 참된 신뢰와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TFT에서 연구한 결과에 대해서는 한치의 이의도 없이 승복할 것이다.

[제안] 만일 이러한 저의 제안에 공감하는 판사님들이 계신다면, 이 글에 대한 댓글로 저의 제안에 동의한다는 취지를 기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만일 12월 한달 동안에 동의해 주신 판사님이 100명을 넘어선다면, 저는 정식으로 법원행정처 내에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한 TFT를 구성해 달라는 청원문을 만들어 대법원장님을 만나뵙고 청원을 올리려고 합니다.

[출처] : 뷰스앤뉴스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81167


검사들 때문에 복장터지는 이 나라에서 이런 판사님이 있고 이 판사님을 지지하는 다른 판사님이 있다는 사실에 조금 위안을 받는다.... 판사님들 힘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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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1-12-03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타임머신은 이미 우리나라에서 발명했다니까요.
 

망각은 언제나 패자의 몫이다.  

역사에서 승자는 항상 기록을 했다. 그리고 그 기록 속에서 패자의 흔적을 철저하게 말살했다. 때문에 역사에서 패자는 항상 기록보다는 민담이나 설화에서 다소 엉뚱하게 다소 희화적으로 때로는 강력한 힘을 가진 악한 존재로 남아야 했다. 그리고 패자의 이야기는 언제나 공식석상으로 불려나오지 않았다. 경계에서 머물 뿐... 호명하는 사람이 없으면 그저 덧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냄비 근성... 바짝 달아 올랐다가... 금방 식어버리는 성향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경계하는 의미로 쓰일 수도 있지만, 자조적인 의미로 쓰일 수도 있다. 잊혀지면...그저 핑계로 삼을 수 있는 그런 용도로... 

한미FTA는 이미 99% 성사 완료다. 나머지 1%는 그야말로 실날같이 국회와 대통령 선거에서 반FTA를 주장한는 세력이 장악했을 경우에나 고려해 봄직한 일일테다. 물론 그 희망을 놓고 싶지 않지만 철들면서 느끼는건 세상은 내 희망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래가 어떻게 열려있던, 과거는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특히 이번 사태를 주도했던 인물들에게 더 이상의 미래를 던져줄 수 없다. 이미 지고 들어가는 싸울일지라도 끝까지 멈출 수 없는 싸움이 있다. 장기전으로 들어가는 싸움에서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 중 하나가 바로 전국민의 미래를 무책임하게 던져버린 자들에 대한 분명한 의사표현이 될 것이다.  

너희들을 잊지 않겠다.... 끝까지 기록하고 기억해 주마.  

'나꼼수'에서 한미FTA 매국송을 발표했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동영상으로 제작되고 지역별로 만들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일단 예전에 살았던 서울과 지금 살고 있는 경기도가 정리되어 있어 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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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5 23: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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