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놀란 히딩크의 힘
최영균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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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라는 사람은 두고두고 연구하고 써먹어야할 사람이다. 그는 거의 성공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성공의 비결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나는 히딩크 축구의 핵심은 '생각하는 축구'라고 본다. 축구의 생리를 정확하게 꿰뚫어보는 형안이 있기 때문에 선수들을 어떻게 다루고 훈련시켜야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렇게 해서 오로지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다가가는데 거의 실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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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 한길로로로 11
게오르크 홀름스텐 / 한길사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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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루소의 평전으로 치자면 참 분량이 적은 책이다. 그래도 루소에 입문하는 사람에게는 참 쓸모있다. 나부터가 이 책 덕분에 루소의 삶과 사상의 골자를 대강은 알게 되었다. 교과서나 다른 사람의 책에서 언급한 루소에서 한발짝 나가게 되었다. 아직 기억에 남는 부분만 적어보면 이렇다.

1.바바리맨- 청소년 시절에 루소는 성욕에 시달렸다. 수음을 통해서 충천한 성욕을 해결하기도 했지만, 더 재미있는 부분은 루소가 바바리맨으로 나섰다는 점이다. 길가는 여자들에게 벌거벗은 자신의 몸을 보여주면서 짜릿함을 느끼다가 한번은 제대로 걸려서 혼날 뻔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루소는 평생을 이런 성욕에 시달렸다고 하는데, 사람치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어디 있을까. 이것은 루소가 그의 고백록에서 밝힌 대목이라고 한다. 루소의 유례없는 솔직함-자기해부?-가 드러난 경우라고 하겠다.

2.볼테르와 불화-루소는 처음 공부하던 시절에는 볼테르의 저작을 거의 남김없이 읽었다고 한다. 볼테르를 존경했다고 한다. 그러나 볼테르는 루소를 그렇게 대단한 인물로 쳐주지 않았다. 루소가 정치와 교육관련 저서를 발간하며서부터 유명해지자 볼테르는 루소를 오히려 경쟁자로 여겼다. 서로에게 비난의 화살을 던지던 논적이기도 했다. 볼테르가 개혁론자였다면, 루소는 혁명론자였다. 괴테는 볼테르가 낡은 문을 닫았다면 루소는 새로운 문을 열었다고 표현한다.

3.산책과 방랑, 몽상-루소는 그의 사상의 대부분을 산책 중에서 얻었다고 한다. 끝없는 방랑과 고독, 몽상이 루소의 특징이기도 하다. 청소년시절 제네바를 뛰쳐나오던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루소는 방랑하고 몽상했다. 루소는 도시를 불신했고, 자연을 숭배했다. 자연속에서만 인간은 제대로 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루소의 지론이다. 이와 같은 사상은 <에밀>에 잘 녹아있다.

루소를 이해하기 위해서 꼭 보아야 할 책이 있다. 먼저 <고백록>이다. 다음으로는 <에밀>과 <사회계약론>이다. 겨울방학 동안에 <에밀>을 300쪽 정도 보았는데, 기막힌 대목들이 많다. 어떨 때는 종잡을 수 없는 것 같기도 한데, 그 속에 담긴 루소의 사상은 여전히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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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힘
조셉 캠벨 & 빌 모이어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이끌리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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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벨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문으로 들은 책이나 대충 훑어본 책은 여러권 되지만 정독한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이 책은 캠벨이 이 세상을 떠난 뒤에 나왔다고 한다. 일종의 유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의 교육방송이라고 할 수 있는 PBS에서 빌 모이어스와 대담을 나눈 내용을 책으로 낸 것이란다. 모이어스의 서문에 의하면 미국 전역에서 방송을 보고 난 뒤에 감동받아서 방송내용을 요구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그렇게 이 책은 캠벨의 유고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신화학자인 캠벨의 평생에 걸친 사상을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이야기한 내용인데, 형식이 대담이라서 읽기가 편했다. 내용은 그렇게 편한 것은 아니었다.

책을 읽고 중요한 내용을 옮겨쓰기해보았는데 A4용지에 여덟장 정도가 되었다. 방학 기간이라서 좀 넉넉한 시간이 있어서 그렇지 평소같으면 지겨워서 던져버렸을 것 같다. 모든 내용들이 나에게는 어떤 생각들을 전해주는 것들이었다. 내 오랜 의문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해결의 실마리를 던져주는 것 같았다. 내가 품어왔던 오랜 의문들인 종교, 신화, 이야기, 결혼, 죽는다는 것, 삶의 의미 등에 대하여 캠벨은 어찌 그리도 해박하고 적절하게 답들을 던져주는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사람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서 내가 평소에 궁금해하고, 때로는 답도 없다는 생각을 해왔던 문제에 대하여 이미 캠벨은 깊이 생각했고, 나름의 답도 마련해두었더라. 미국이라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던 한 노인이 말이다.

이 책은 체계적인 저술은 아니다. 캠벨의 사상을 보려면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이나 <신의 가면><신의 이미지>같은 기본저술들을 보아야할 것이다. 이것을 읽는 것은 올해의 내 숙제다. 이 책에서는 캠벨이 가지고 있는 여러방면의 관심들이 다 풀어헤쳐져 있다. 그것을 다 주워담으려고 하니 너무도 다양해서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내가 뚜렷이 기억나는 것만 말하자면 세가지 정도 된다.

첫째, 살아있음의 희열을 느끼고 살고 싶다면 각자의 천복을 따르면 된다. 영어로 이야기하면 Follow your bliss다. 천복을 따르는 인생이 세속적으로 성공한 인생은 아닐지라도 스스로 지복을 느끼는 만족한 인생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캠벨은 말하기를, 나중에 인생을 다 살고나서 '나는 내가 살고싶은 대로 산 것이 아니야'라고 말하게 될 것 같으면 인생은 실패작이라는 것이다. 물론 천복을 따르는 데는 용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자기의 천복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좋은 선생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스승이 없다면 책에서라도 그것을 구하라고 충고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좋아하는 작가를 정해서 그가 쓴 책과 그가 읽은 책을 전부 다 읽으라고 한다. 이것을 캠벨이 자기의 경험에 빗대어서 하는 말이다. 그러면 일정한 관점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일종의 모방이 아닐까? 

셋째, 의례의 중요함. 의례는 신화와 영원을 우리 삶에서 느끼는 계기가 된다고 한다. 현대생활에서 의례는 갈수록 축소되고있는 실정인데, 삶에서 오히려 의례를 살려내야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특히 중요하게 보는 것이 청소년에서 성인이 되는 시기의 의례인데, 캠벨은 이 과정을 통해서만 비로소 사람은 공동체 내에서 아이가 아닌 어른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고, 주민증만 받는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이런 의례들은 전통사회가 오랜 기간을 거쳐서 만들어낸 삶의 지혜 중의 하나인데, 오늘날 사회는 그런 것들이 무너지다보니 오히려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게 되면 신화가 단순히 이야기가 아님을 알게 된다. 신화속 이야기가 바로 지금의 우리 삶과 정신에 대해서 설명하는 깨달음의 언어가 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종교의 가치, 삶과 죽음의 의미, 결혼과 사랑의 의미에 대해서 전혀 다른 각도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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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파워 - 미국 민주당이 공화당을 못 이기는 진짜 이유!
찰스 더버 지음, 김형주 옮김 / 두리미디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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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은지 두 달도 더 되어서 글을 쓰려고 하니 글이 잘 안나간다. 책을 읽고 난 그 순간 느꼈던 어떤 희열 같은 것이 사라진 상태에서 글쓰는 것은 좀 고통스럽다. 글쓰기 위해서 다시 책을 뒤적여보니 그것도 시험끝난 뒤 책보는 것 같아서 마뜩찮다. 여하튼 밀린 방학숙제하는 심정으로 책읽은 소감을 몇 자 적어본다.

이 책이 나온 시점은 미국에서는 2005년,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8월10일이었다. 미국에서의 반응이야 잘 모르겠고, 우리나라에서 보인 반응도 잘 모르겠다.내가 강하게 느낀 것은 추천사들이었다.  첫째는 촘스키의 추천사이고, 두번째는 박원순의 추천사다. 특히 박원순이라는 사람의 추천사에 강하게 영향을 받아서 이 책을 사보게 되었다. 방금 책을 보니 김호기교수의 발문도 있다. 역시 우리는 자기가 영향받는 사람에게만 선택적으로 영향을 받는가 보다. 박원순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현실과 실체를 이토록 명징하게 파악해 낼 수 있을까.(중략) 위기에 처한 한국의 진보세력에게도 아주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과연 이 책에는 진보세력이 얻어야할 교훈이 있는가?

첫번째 교훈. 민주주의는 중립적이지 않다. 우리가 추구해야할 민주주의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란 이름이 포괄하는 스펙트럼은 상당히 넓다. 박정희나 전두환 같은 독재자들도 자신의 체제를 자유민주주의라고 칭했다. 공산주의도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라는 명칭을 선호한다. 그만큼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에게 거부감 없이 통용되는 말이다. 문제는 그 내용이다. 이른바 중산층과 서민-혹은 중간계급과 노동계급이라고 해도 되겠다-이 행복할 수 있는 민주주의는 사회민주주의다. 교육과 주택,의료,노후, 주거를 사회나 국가가 상당부분 책임질 수 있는 체제가 되어야만 대중은 민주주의를 신봉할 것이다. 이것은 정치적 목표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두번째 교훈. 대중의 급진적인 사회운동과 결합하지 않는 정당은 필연적으로 정치엘리트의 직업소개소로 전락하고 만다. 더불어 정치도 오락으로 소비되고 만다.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대중의 강렬한 욕망이 정치를 급진적으로 변화시키며 체제변동을 가져오는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포퓰리즘 운동과 뉴딜시기의 대중운동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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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심낱말 - 법인체신비주의, 사회세력과 정당의 결합, 체제변동, 뉴딜, 포퓰리스트, 프랭클린루즈벨트, 민주주의, 파시즘라이트, 불안에떠는 노동자계급, 오락으로 소비되는 정치.
(2) 내용요약- 미국역사의 체제변동은 다섯번 있었다.지금의 체제는 3차 법인체 체제다. 법인체 체제의 주인은 시민이 기업체다. 그 사실은 은폐되어 있다. 체제변동을 위해서는 네가지 법칙을 이해해야 한다. 지금은 체제가 균열하고 붕괴하고 있는 시점이다. 반동적인 파시즘 체제가 등장할 수도 있고, 시민사회의 힘에 의해 진보적 민주주의가 나타랄 수도 있다. 선거의 덫에 걸린 민주당은 체제변동을 이루기 어렵다. 사회운동세력과 정당이 결합하여 체제를 바꾸기 위해서 투쟁할 때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
(3) 기억에 남는 문장들
-아인슈타인은 "세상이 험악해지는 것은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보고도 못 본 척 하는 사람들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1935년에 제정된 사회보장법은 뉴딜 체제의 핵심적인 업적이었는데, 사회보장의 민영화는 뉴딜의 유산에 대한 공격의 중심축이었다. 뉴딜체제의 사회보장제도는 뉴딜정신의 핵심이었다. 즉 세대간의 계약이라는 가정, 모두를 위한 은퇴 후 양질의 생활을 보장하는 부의 재분배, 그리고 미국적인 개인주의는 공동체와의 연대라는 강력한 책임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뉴딜 사회보장제도의 핵심이었다.  부시가 도입하려는 사보험제도는 성별 간, 계급 간 부의 재분배 수준을 격감시킬 수도 있다. 은퇴 후 생활보장을 각 개인의 책임으로 개별화함으로써, 사회적 연대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루스벨트는 미국에서 유럽스타일의 사회민주주의를 출범시킨 첫번째 대통령이었다. 루스벨트의 새로운 사고가 자본주의를 구원했으며, 그는 정치적 대화를 급진적으로 변화시켰을 뿐이었다.
-뉴딜의 큰 사고란 국내에서 참여민주주의와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외교정책에서 평화와 인권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신뢰의 위기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나타나고 대통령의 신뢰가 손상될 때에는 이미 체제가 종말에이른 것이다.
-테러리즘은 거의 당연하게 야만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테러리스트의 행동은 문명에 반하는 것이며, 체제가 테러와 전쟁을 수행하는 것은 문명을 수호하는 가장 고귀한 형태라고 대부분의 미국인들을 설득하는 데에는 굳이 할리우드의 스토리 작가까지 필요하지 않다. 테러리즘은 항상 우리 주분에 있으며, 따라서 영구적 전쟁을 가능하게 해준다.
-미국에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불안에 떨고 있는 노동계급은 사회적 소외가 주는 공포에 고통을 겪고 있다. 그글은 히틀러 시대 독일의 하층계급의 불안, 분노와 공통점이 있다. 현행 체제의 흑마술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퍼갠더는 독일의 하층계급과 비견될 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소외된 계급을 그 자양분으로 한다.
-새로운 민주주의는 법인체의 주권이 아니라, 시민들의 권력이라는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오락으로서의 정치는 집 안에서 하루종일 텔레비전만 보고 있는 수동적이고 개인화된 문화의 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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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 버락 오바마 자서전
버락 H. 오바마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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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을 안 본지가 한 해가 되어가니 세상사에 어두워진다. 오바라만 사람이름도 신문을 통해서 겨우 알게 되었다. 그가 미국의 강력한 대통령 후보 중 한사람이고, 오프라 윈프리, 스티븐 스필버그, 워렌 버핏, 조지 소로스 같은 유명인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인물이라는 것도 신문을 통해서 얻은 정보다. 이번에 오바마의 평전을 읽게 된 것은 오바마의 아버지가 케냐 사람인데, 어머니는 미국의 백인이라는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사실 때문이었다. 일부러 책을 찾아서 읽은 것은 아니었다. 도서관에 갔다가 반납코너에 있던 이 책을 우연히 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해야 옳겠다. 머리말만 훑어보고 나서 곧 이 책을 읽어보아야겠다는 결정을 했다. <살아있는 역사>라는 이름으로 나온 힐러리의 두꺼운 두권짜리 자서전에 비하면 책의 두께는 얇은 편이다. 713쪽이나 되는 책이다. 참고로 나는 힐러리 전기를 못 읽었다.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앞부분 100쪽 정도만 읽고 대출기한이 차서 돌려주고 말았다.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이틀 만에 거의 다 읽었다. 630쪽 정도를 토,일요일에 읽었다. 마치 감동적인 소설 한편을 읽는 그런 느낌으로 책 속에 빠져들었다. 오바마의 글솜씨는 정치가라기보다는 작가에 가까울 정도다. 책을 끝내기 전 80쪽 정도를 남겨두고 책을 옆에다 밀쳐두었다. 잠을 자야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열흘 정도를 못 읽었다.이상하게 그 책에 허기가 들지 않았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해당하는 곳에서 책읽기를 멈춘 셈인데, 그쯤에서 어지간한 문제들은 다 실상을 드러내고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바마의 어린시절, 대학시절, 지역활동가로서 보낸 시절, 케냐에서 아버지의 핏줄들을 만나면서 아버지와 형제, 고모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것까지 어지간한 비밀들은 이미 이야기되었던 것이다. 열흘 뒤인 오늘에야 도서관 열람실에서 남은 부분을 마저 읽었다. 책의 뒷표지에도 나오는 구절이 역시나 감동적이었다.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울고 나자 마음 속에서 그가 오랫동안 맞닥뜨렸던 자기 인생의 수수께끼-나는 누구이고, 또 내가 누구를 돌보고 보살피는 것은 과연 무슨 의미를 지닌 문제인지에 대한-를 해결한 순간의 이야기가 나오는 구절이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오바마가 결혼식 피로연을 하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오바마는 건배를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해피 엔딩을 위하여"

이 책의 지은이 버락 오바마(Barack Obama)는 1961년 하와이 섬 태생이다. 하와이의 명문 사립학교인 푸나호우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옥시덴탈 칼리지와 컬럼비아 대학교를 졸업했다. 시카고의 흑인밀집지대에서 지역활동가로서 몇년의 삶을 살았으며, 나중에는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해서 변호사로 개업했다. 1996년에 일리노이주의회 상원의원을 지냈고, 2004년에는 미국연방의회 상원의원에 당선되었다. 지금은 민주당의 유력한 대통령후보로서 힐러리 클린턴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인물이다. 40대 후반의 정치인이다. 문제는 그의 아버지가 아프리카 케냐출신의 흑인이었고, 어머니는 미국출신의 백인이었다는 것이다. 혼혈이지만 그의 정체성은 명백한 흑인이었다. 아버지는 케냐에서 미국 하와이로 유학온 아프리카의 지식인이었다고 나온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하와이의 대학교에서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도 한다. 거기서 버락 오바마가 태어난다. 그 때 아버지는 이미 케냐에서 결혼을 한 상태였다. 이미 자식이 둘이나 있는 상태인데도 백인여자와 결혼을 했던 것이다. 버락이 태어난뒤 몇 해 뒤에 아버지는 하버드대학교로 유학을 가버린다.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다시 케냐로 돌아간다.

버락 오바마는 어머니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함께 하와이에서 삶을 꾸려나간다. 어머니는 하와이에서 인도네시아 출신의 남자를 만나서 다시 결혼을 하고 인도네시아로 삶터를 옮긴다. 버락은 어린시절을 인도네시아에서 보낸다. 청소년 시절 무렵 어머니는 버락을 하와이로 보낸다. 버락을 미국식으로 교육시켜야겠다는 결심 때문이었다. 하와이에서 버락은 청소년시절을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함께 보낸다. 그 시기에 버락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겪게 되고, 마약도 하게 된다. 그보다 좀더 어린시절에 버락은 자신의 아버지를 하와이에서 만나 얼마간을 같이 지내게 된다. 이것이 그가 아버지와 함께 지낸 유일한 기간이었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1부인 '뿌리, 혼란과 두려움의 시작'이다.

혼란스런 청소년기를 보내고 난 뒤에 오바마는 옥시덴탈 칼리지와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게 된다. 졸업 후에 그는 시카고에서 지역공동체 활동가로 일하게 된다. 이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생각은 역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다. 이 책을 일관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 정체성에 대한 것이다. 지역활동가로서 보낸 시기의 이야기가 이 책의 2부를 구성한다. 2부의 제목은 '시카고, 구원을 찾아 나서다'이다. 과연 그는 시카고에서 자기가 추구해야 할 삶의 목표를 깨닫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구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카고의 사우스사이드(south side)라는 지역에서 그가 지역공동체를 일구어내는 과정이 나와있는데, 한 사람의 활동가가 실패하고 성공하는 과정이 상세하게 나와있다. 어떻게 대중 속에서 활동할 것인가를 배우는 데 쓸모있는 자료가 될 수 있겠다. 하나하나의 서술이 어찌나 자세한지, 오바마란 사람은 사람에 대한 관찰, 심리에 대한 통찰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20대 초반의 활동가가 지역의 교회,학교,공공기관들을 두루 다니면서 조직작업을 하는 과정이 과장없이 잘 나타나있다. 이때의 활동이 오늘날 정치인 오바마를 만든 토대가 된다. 오바마는 이 지역을 배경으로 해서 상원의원에도 당선되었다고 한다.

3부는 '케냐, 화해의 땅'이다. 시카고의 활동을 접고 나서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에 입학을 결정지어놓고 나서 비는 시간에 그는 아버지의 땅인 케냐로 건너간다. 그를 만난 사람들은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거기를 한번 가보시면 인생이 완전히 바뀔 것입니다."
거기서 오바마는 자신의 반쪽 뿌리를 확인한다. 거기는 여전히 아프리카의 전통이 살아있는 곳이면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전통이 파괴되고 있는 와중에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자신의 할아버지, 아버지, 할머니, 삼촌, 조카를 비롯한 수많은 친척들을 만나서 그간에 그가 경험하지 못했던 친족간의 우애를 경험한다. 모두들 그를 오바마 집안의 소중한 아들로 반기는 경험을 하면서 그는 가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할아버지대의 이야기들은 식민지시기의 이야기인데, 우리가 일본에 대해서 느끼는 것을 그대로 케냐인들은 영국에 대해서 느끼고 있다. 우리의 식민지 경험과 비교해서도 참 재미있게 읽힌다. 오바마의 아버지가 살아낸 삶도 참 생각할 꺼리를 많이 던져준다.  

오바마는 젊은 시절에 자기가 평생 있어야 할 곳과 삶의 목적에 대한 해답을 집요하게 추구한다. 시카고에서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는다. 그는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는 데 삶을 헌신하겠다는 것을 확신한다. 케냐에서는 평생 자기를 괴롭히던 아버지의 신화로부터 해방된다. 있는 그대로의 아버지를 확인하면서 그는 비로소 온전히 자기자신이 된다.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눈물이 마를 때까지 울었다는 대목에서 그는 마음 속에서 어떤 동그라미 하나가 닫히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말하자면 마음의 구멍 같은 것이다. 어린시절 그에게 아버지는 온통 신화적인 존재였다. 십대의 어느날 그에게 나타난 아버지는 한달여 만에 다시 그의 삶에서 사라져버린다. 그렇게 그에게 아버지라는 존재는 영원한 신화속의 존재로 있었던 것이었다. 케냐에서 그는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아버지를 확인한다. 아버지의 어린시절이야기를 듣고, 아버지가 사랑한 여인들의 이야기도 듣는다. 아버지가 그 여인들에게서 낳았던 자식들도 만난다. 오바마의 할머니는 아버지와 고모를 낳고 난 뒤 할아버지에게서 도망친다. 아버지는 그 때문에 도망간 자기 어머니를 어머니로 인정하기를 거부한다. 이것이 아버지의 삶에 어떤 근본적인 결함을 안겨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아버지가 사랑한 여인들에게서 난 자식들-버락 오바마의 형제들-을 모두 만나면서 그는 비로소 자기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또한 아버지가 케냐에서 정치적으로 소외되어 나중에는 알코올에 중독되기도 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아버지 역시 결함이 많은 보통의 인간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런 과정을 알게 되는 것이 그에게는 고통이면서 기쁨이지만 무엇보다도 깨달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은 대통령선거를 2008년 11월에 한다고 한다. 오바마란 정치인 때문에 정치에 대한 무관심에서 벗어난 시민들이 많다고 한다. 부러운 점이다. 이 책을 통해서 본 오바마란 사람은 일단 자기자신에 대해서 솔직하고, 신념이 있는 사람이다. 대한민국 대선은 싱겁게 끝났지만 미국 대선은 오바마란 인물 때문에 정말 흥미진진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일독을 권한다. 재미있는 10회짜리 미니시리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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