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이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9
이미애 글, 이억배 그림 / 보림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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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검색해보니 하예린이네 반쪽이가 더 많이 나온다. 반쪽이 최정현. 우리집 큰 딸은 반쪽이 최정현의 책을 더 좋아한다. 육아일기로 나온 만화책이 두권, 15편 반쪽이네 집이라고 하는 책이 한권 있다. 그 책을 보고 나면  "아빠. 반쪽이 아저씨 정말 대단하다. 무슨 마술사같아. 어떻게 이렇게 만들지? "하고 감탄하는 말을 하곤 한다. 나도 반쪽이 최정현을 참 좋아한다. 그 만화도 재미있고. 반쪽이라는 이름을 취한 그 정신도 마음에 들고.

 

예전에 반쪽이는 이야기책에서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그냥 들려주려고 하면 자세한 이야기 흐름이 기억이 안 나서 곤란했던 기억이 있다. 이상하게 세부적인 내용을 기억하기가 어려웠다. 우리집 둘째 꼬맹이에게 읽어주는 동안 반쪽이 이야기는 정통하게 되었다. 세부적인 내용들도 빠삭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우리 꼬맹이는 반쪽이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특히 좋아하는 것이 반쪽이가 나무를 '쑤욱'뽑는다던지, 바위를 '번쩍' 들었다던지, 호랑이를 '빙빙 돌려서 휘익'던졌다는 부분에서 신나 한다. "나무를 쑤욱 뽑았어"하면서 꼬맹이 팔을 당기면 아주 좋아한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이억배의 그림이 좋다. 민화풍으로 그려낸 그림들이 친숙하다. 호랑이, 바위, 잉어, 고양이, 개, 기와집 모양 등 모든 것이 조선적인 냄새가 난다.  삼(三)이라는 숫자가 들어간 이야기들이 인상깊다. 우리 민족에게 3이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설명하기에도 좋은 이야기다. 잉어 세마리, 삼형제, 반쪽이가 형들을 따라가는 것도 세번, 부자영감과 장기내기를 하는 것도 세번, 부잣집 딸을 데려가는 데도 삼일 뒤라는 식으로 3이 이야기 속에 내재되어 있다. 오히려 그 때문에 이야기를 하는 데도 쉬울 수도 있겠다.  반쪽이 엄마가 구운 잉어를 반쪽만 훔쳐 먹은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그도 반쪽 고양이라는 부분이 있다. 그린이의 재치가 드러나는 부분이어서 재미있었다. 그리고 속표지의 동네그림도 재미있다. 마치 숨은 그림찾기처럼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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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비룡소의 그림동화 5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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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그림책을 꼽으라면 나는 버닝햄의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를 꼽는다.  무엇이 나를 이 책으로 끄는 것일까? 여섯 살 때 처음 했던 기차여행-삼천포에서 부산으로-의 생생한 기억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표지에 나오는 그림처럼, 강을 가로지르는 철교를 건너가는 기차의 모습이 지금도 나는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 덜컹덜컹하면서 지나가던 철교와 아래로 내려다보이던 새파란 강물이며, 새하얀 모래사장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선연하다. 그 때 내 옆에는 중절모를 눌러쓴 외할아버지가 앉아 계셨다. 부산에 계시던 큰 외삼촌 댁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나는 이 그림책을 볼 때마다 우스운 것이 기차의 승객들인 꼬맹이와 강아지를 비롯한 동물들이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하고 큰 소리치는 장면이다. 얼마 전에 "제발, 나도 기차에 태워 줘. 자꾸 이러다간 우리 000들은 살아남지 못할 거야"하고 애원하던 녀석들이 너무도 당당하게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하고 주인행세를 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 안개가 끼어서, 날씨가 더워서, 바람이 많이 불어서, 비가 와서, 눈이 와서 한번씩 기차를 세워 놓고 신나게 놀다가 보면 어느새 동물들은 기차의 주인이 되어있다. 입을 크게 벌리고, 눈은 튀어 나올 것처럼 하고, 손가락이나 부리, 긴코를 쭉 뻗으면서 "내려"하는 동물들의 모습이 참 기막히다. 문득 버닝햄이라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질 정도다. 참 재미난 사람이 아닌가. 그렇게 "내려"하다가도 "자꾸 이러다간 우리 000들은 살아남지 못할 거야"하고 애원하는 동물의 말을 주의깊게 경청하는 모습은 참 숭고해보인다. 도대체 어디에 저렇게 잘 들어주고 상대의 처지에 공감하는 존재들이 있단 말인가. 물개나 강아지,꼬마, 코끼리,호랑이,두루미가 모두 차렷자세로 들어주고 있다. 또 자기 처지를 설명하는 동물들의 자세는 얼마나 설득력있는 모습인지. 기차에 올라탈 때 호랑이와 자기 처지를 설명하는 호랑이, 내리라고 큰소리치는 호랑이, 공감하며 들어주는 호랑이는 제 각각 다른 모습들이다.

 

기차에 타기 전의 모습들은 모두들 지치고 힘든 표정들이다. 그만 놀고 자라는 엄마의 말을 들을 때의 아이 표정을 보라. 얼마나 뜨악해하는 표정인지. 거실 방석 밑에 구겨져 있던 강아지 잠옷집은 또 얼마나 축 쳐져있는지. 이 기차에 타고 있는 모든 존재들은 서로의 처지를 마음으로 공감하는 이들이다. 기차를 타는 순간의 코끼리, 물개, 두루미, 호랑이, 북극곰은 긴급구조를 요청하는 모습들이다. 마치 사람들에게 쫒기다 금방 기차에 올라탄 것처럼 다급한 모습들이다. 기차는 이들에게 죽음과 멸종의 위협을 막아주는 보호막이다.

 

버닝햄은 이 책을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지키려 애썼던 치코 멘데스에게' 바친다고 했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지구의 생태적 가치를 상징한다. 치코 멘데스는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이들에 맞서 싸우다가 피살되었다. 바로 이 코끼리와 물개들이 바로 아마존이며 치코 멘데스다.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 보존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치코 멘데스가 누구며, 아마존 열대우림이 무엇인지 묻는 아이가 있다면 우리는 그것에 대한 대답을 해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인간의 탐욕이 파괴하는 자연과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투쟁하는 이들의 삶에 대해서, 또 우리 삶의 어느 부분이 그런 탐욕에 기반하고 있는지 깨닫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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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 안녕 하야시 아키코 시리즈
하야시 아키코 글ㆍ그림 / 한림출판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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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다는 달이 더 친근하다. 해님은 쳐다보기가 어려우니 친근할 새가 없지. 어린 시절에 밤하늘을 쳐다보면 늘 거기에 엄마처럼 푸근한 달님이 있었다. 길을 걷다가 돌아보면 달이 따라오고 있었다. 늘 궁금했다. 왜 달은 나를 자꾸 따라오는 것인지. 특히나 우리는 보름달을 좋아했다. 보름달이 뜬 날은 아이들이랑 놀기가 더 좋았다. 무서움도 덜했다. 이 책의 표지에 나오는 달님을 보면 그 보름달 생각이 절로 난다.

 

이 책은 만 1살 정도 된 때부터 아이에게 읽어주었던 책이다. 말도 별로 없어서 처음에는 읽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아이는 그 둥그런 달의 모양에 익숙해서인지 자주 읽어달라고 했다. 목소리를 쥐어짜면서 "구름 아저씨. 달님이 안보여요~"하고 연기를 할 때면 내가 우습기도 했다. 그래도 아이는 그것을 좋아한다. 그림에 나오는 고양이의 모양도 온몸에 털이 곤두서 있고, 등이 활처럼 휘어져 있다. 얼마나 절실한지 알 수 있다.

 

아이는 달을 볼 때마다 <달님 안녕>의 달님과 <달사람>의 달을 떠올린다. 별보기는 어려워도 달보기는 쉬운 것이 도시이다보니 달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기는 쉽다. 반달, 보름달, 초승달을 구분시키는 것도 어려웠는데, 이제 만 세살을 넘기고 나니 슬슬 구분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책의 뒤표지에 나오는 '메롱'하는 달님의 그림이 참 좋다. 글쓴이의 심성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어떤 때는 아인슈타인의 메롱하는 사진 생각이 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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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 내 친구는 그림책
나카가와 리에코 지음, 야마와키 유리코 그림 / 한림출판사 / 199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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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잠 자다 깬 아이의 투정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그야말로 투정 그 자체다. 모든 것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인다. 한마디로 "나를 재워줘"다. 자기를 달콤한 잠의 무릉도원으로 보내달라는 것이 아이의 요구사항이다. 어제밤 우리 둘째 꼬맹이가 바로 그랬다. 이제 세상에 태어난지 38개월된 이 꼬맹이는 특히 선잠깨면 달래기 어려운 녀석이다. 만사가 마음에 안든다는 투다. 7시쯤에 잤다가 9시에 일어났는데, 잠이 1시간 정도 모자란 느낌이었다. 그길로 울고 투정부리다가 마지막에 나온 요구사항은 "음료수 먹으러 가자"였다. 냉장고에는 음료수가 없으니 집에서 제일 가까운 가게에 가서 캔이나 페트병에 담긴 음료수를 사먹고 싶다는 말이지. "아빠가 음료수 만들어주까?"하고 물으니, "아니. 싫어. 만드는 것 말고 사줘." 아이고 어쩌다가 우리 꼬맹이가 벌써 이렇게 상업주의에 물들었는가. 속으로 탄식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이 상황에서 먹히는 말이 몇 개 있는데, 그것을 써 보았다. 울고 짜길래 일단 등에 업었다. 그리고 나서 물어보았다.
"아빠가 책 읽어주까? 응?"
처음에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한번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아빠가 책 읽어주까? 응?"
"응. 책 읽어줘." 다행스럽게도 대답이 왔다. 다시 묻는다.
"구름빵 읽어주까? "
"아니. 구름빵 말고"
"음. 그럼 호랑이와 곶감 읽어주까?"
"아니. 호랑이와 곶감 말고."
"음. 그럼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 읽어주까?"
"응. 읽어줘."
옳다구나 하고 책꽂이에서 책을 뽑아 이불에 드러누웠다. 왼쪽 팔을 펴서 팔베개를 하고 책을 읽었다. 울다가 지친 뒤끝이라 처음에는 별 반응이 없다. 나도 신이 안 난다. 중간 정도 읽어가니까 우선 내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아,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내 나름의 깨달음이 있었다. 좀 더 실감나게 읽어야지 하는 결심을 한다.  구리와 구라가 숲 속에서 커다란 카스텔라 빵을 만드니까 숲속의 동물들이 모여든다. 두더지, 뱀, 거북이, 사슴, 멧돼지, 늑대까지 몰려든다. 그 대목에서 신이 나서 이야기를 읽는다. 책에는 없는 내용도 내가 지어내서 덧붙인다. 이야기하는 사람의 창의성이 발휘되는 대목이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에 구리와 구라가 커다란 알껍질로 자동차를 만들어서 떠나는 장면까지 읽었다.
"구리와 구라는 남은 알껍질로 자동차를 만들었어요."하고 읽으니까, 우리 꼬맹이가 하는 말이
"자동차가 아니라 기차다."
딴은 기차같기도 하다. 알껍질을 반으로 쪼갠 것을 둘로 이었으니까 기차인 셈이다. 정확한 관찰이네. 두냥짜리 기차가 맞다. 이때는 맞장구를 쳐주어야 한다.
"그렇네. 자동차가 아니라 기차네. 뒤에는 후라이팬이랑 배낭도 실었네."
"아빠. 그런데 왜 이 애만 운전을 해."
과연 그렇네. 구리와 구라 둘 중에서 한 애만 운전하고 옆에 있는 애는 그냥 앉아만 있다.
"그렇네? 아. 이 애가 운전하고 나서 나중에 옆에 있는 애가 운전할라는가 보다."
이렇게 한번을 재미있게 읽고 나면 곧바로 반응이 온다.
"아빠. 또 읽어죠."
그럼 읽어주고 말고. 투정이 가라앉은 것만 해도 고맙고 기특한데 얼마든지 읽어주지. 두번째는 나도 신이나서 읽는다.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 짜잔~"
이렇게 읽다가 보니 예전에 늘 보면서도 발견못한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주인공인 구리와 구라를 구분 안하고 그냥 보았는데 알고보니 파란색 옷을 입은 것이 구리, 황토색 옷을 읿은 것이 구라였다. 제목을 보니 구리는 파란색으로, 구라는 황토색으로 선연히 구분해 놓았다. 또 세세한 표정의 변화도 알게 되었다. 구리와 구라가 커다란 알을 발견했을 때의 그 놀란 표정이라든가, 카스텔라 빵이 익기를 기다릴 때의 그 표정같은 것을 세밀히 볼 수 있게 되었다. 구리와 구라가 밤과 도토리를 줍다가 커다란 알을 발견했을 때 그 광경을 이렇게 묘사한다.
"우와. 세상에 이렇게 큰 알이 있다니. 이 알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니까 우리 꼬맹이는 마치 진짜 큰 알을 발견할 아이라도 되는듯이 손뼉을 치면서 "우와. 진짜. 우와아"하고 놀라고 신이 난 목소리를 낸다. 카스텔라빵을 만들면서 맛있는 빵 냄새가 나자 숲속 동물들이 모두 모여들자 우리 꼬맹이도 신이 난다. 동물들 이름을 일일이 거명한다.
"이건 사슴, 이건 거북이, 이건 늑대, 이건 코끼리, 이건 달팽이......"
그러다가 잘 모르겠다 싶은 동물이 있으면 묻는다.
"이건 뭐야?"
"아. 그건 뱀이야. 뱀도 빵냄새를 맡고 나타났네."
동물들이 모두 한 덩이씩 빵을 들고 있는 것을 보면서 자기도 빵을 먹고 싶은 모양이다.
"아빠. 나도 카스텔라 빵 먹고 싶다."
"그렇구나. 그럼 우리도 다음에 엄마한테 카스텔라 빵 만들어달라고 그럴까?"
"다음에 말고 지금 만들어먹자."
"그래. 그럼 이 책 다 읽고 엄마한테 만들어달라고 그러자."
"응"
책을 다 읽고 나서 뒷표지를 보았더니 거기에 그릇그림이 있고, 속에 먹을 것이 담겨 있다.
"우와. 여기 봐. 빵이 있네. 우리 이거 같이 먹을까?"
"응. 그래."
같이 빵 먹는 시늉을 한다.
"음. 맛있다.맛있어. 얌냠 쩝쩝."
이렇게 책을 또 한번 더 읽어서 모두 세번을 읽어주었다. 세번 읽고 나니 좀 성이 차는 모양이다. 그러더니 갑자기 목이 마르는지 "물 먹고 싶다." 그런다. 평소 같으면 엄마나 아빠가 물 떠주기를 기다릴 텐데, 오늘은 자기가 직접 간다. 금방 냉장고에서 물병을 하나 꺼내 가지고 온다. 맛있게 먹고 나서 " 아, 시원하다"하더니 아빠에게도 물을 먹으라고 준다. 그냥 주는 것이 아니고 입에 대서 먹여준다. 이런 황송한 일이 있나? 아빠가 갑자기 몇 배나 고맙고 좋아진 모양이다. 건너편에서 누워 소설책을 읽고 있는 마누라에게 자랑을 한다.
"여보. 여기봐라. 우리 꼬맹이가 나한테 물을 먹여주네."
이런 황송함이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평소에는 엄마하고만 잔다고 하던 녀석이 오늘은 왠일인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아빠하고 잘 거다."
그러면서 공부방에 가서 그림책을 세 권을 가지고 왔다. 얼마든지 읽어주지 하고 누웠는데 잠이 온다. <호랑이와 곶감>을 읽어주는 도중에 눈이 얼마나 감기던지. 그렇게 책을 읽다가 졸다가 하면서 어느 순간 내가 먼저 잠을 자버렸다. 잠자는 순간에도 행복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부모에게나 아이에게나 귀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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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책 + 인형)
볼프 에를브루흐 그림, 베르너 홀츠바르트 글, 사계절출판사 편집부 옮김 / 사계절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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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제일 친근하게 느끼는 것이 똥이 아닐까 싶다. 오줌은 액체이다보니 줄 흘러버려서 모양을 가늠할 수 없는데 비해서 똥은 모양도, 색깔도, 냄새도 있으니 아이들은 자연스레 똥을 친근하게 느낀다. 더구나 자기 몸에서 이런 요상한 물건이 나왔다는 것에 대해서도 신기해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깨닫게 되지. 똥은 더럽고 냄새나고, 불쾌한 것이구나 하고 말이다. 어린 시절의 어느 순간 우리는 똥을 잊어버리게 된다. 더구나 요즘 화장실은 똥은 바로 수용소로 보내버린다. 양변기에 앉아서 똥을 누면 자기 똥의 색깔이나 모양조차도 알기가 어렵게 된다. 그러나 밥만큼이나 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배우게 된다. 우리 시대는 밥보다 똥 때문에 괴로운 시대다. 똥을 못 누어서 고민하고, 독한 똥 때문에 병에 걸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는 똥의 이치를 알면 밥의 이치도 알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산다. 오늘도 나는 내 똥에 대해서 관찰하고 때로 명상한다. 맛이라도 한번 보았으면 좋겠는데, 아직 그 경지는 안 된다. 단지 냄새만 맡고, 색깔, 모양만 관찰할 뿐이다. 새벽 화장실에서 똥을 만날 때면, 저것이 어제 내가 먹고 남은 찌꺼기거니 하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이 책의 지은이 이름을 잘 못 외우겠다. 독일 이름은 참 익히기 거북하다. 마치 일본 사람 이름을 머리 속으로 되뇌일 때의 그런 기분이다. 베르너 홀츠바르트. 외워보아야겠다. 이 사람은 똥의 가치에 대해서 제대로 깨달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멋진 똥 이야기를 들려주다니 말이다. 더구나 두더지를 주인공으로 내세울 생각을 하다니 기발하다. 두더지 똥이 곶감씨만하다는 것을 이 책 덕분에 처음 알았다. 눈 나쁜 두더지 머리 위에 똥을 누고 간 동물이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동물의 똥에 대해서 배운다. 비둘기, 돼지, 소, 염소, 개, 그리고 똥청소군 파리까지.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서 동물의 똥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주려고 한 것일까?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이것은 지식책이라고 보아도 된다. 굳이 제목을 붙인다면 <동물의 똥모양>쯤 되겠지. 그렇지만 지은이는 이것을 재미난 이야기와 그림으로 엮어냈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따라가다보면 동물의 똥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지식은 이야기의 부산물일 뿐이다. 주인과 손님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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