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울진에 다녀왔다. 오로지 목적은, 대게를 먹기 위해서. 먹거리만을 찾아서 멀리 떠나는 일은 극히 드문데, 대게라면 여행의 이유가 충분히 되리라.

7번 국도를 따라 펼쳐지는 바다에 기분이 좋아졌다. 날씨 또한 포근하여 조용한 바닷가에서 마음껏 바다 냄새도 맡고, 둘이서 영화도 여러 편 찍고 왔다는ㅋㅋ 사진이 잘 나와야 할텐데.

지인의 가이드로 대게를 먹기 전에 근처 성류굴도 둘러보고, 망양정에서 멋진 풍광도 즐기고, 민물고기 체험관에서 물고기밥도 던져주고 여행의 구색을 맞추고, 대게 먹으러 GoGo~

대게 6마리를 쪄서 횟집으로 이동하여 회를 주문하고 대게를 먹기 시작. 혼자서 대게 2마리를 다 먹을 즈음 회가 수북하게 나왔다. 이미 배는 불러왔지만 대게 1마리를 마져 다 먹고, 회를 먹기 시작. 줄 것 같지 않았던 회접시도 점차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앞에 앉은 남자친구의 회사동료가 입을 다물지 못한다. 놀라는 기색을 애써 감추고 "보기보다 많이 드시네예" 만 연거푸한다. 그래도 나는 부끄러운 줄 모르고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는다. 그 다음은 대게 내장+따끈한 밥+참기름+김가루를 넣어 비벼 먹는다. 매운탕은 덤이다. 회접시에 남은 오징어회에 그래도 미련이 남는다. 평소같으면 회를 남기는 일은 절대 없는데, 정말 배가 터져버릴것 같아 참았다.

배가 너무 불러서 숙소로 돌아와 씻지도 않고 바로 잠들어 버렸다는. 새벽에 깨서 씻고 누웠는데 고기잡이 뱃소리가 들린다. 고기잡이 배들이 줄지어 총총총 뒤를 따른다. 아.. 아름다운 밤이여. 그러다 늦게 잠이 들어서 바다가 보이는 멋진 방에서 일출을 보지 못했다. 아쉬워라~

지인의 어머님이 아침상을 봐놓으셨다고 해서 염치 불구하고 먹으러 갔는데, 아침부터 싱싱한 오징어회에 게장에, 게살 넣은 계란찜에 복어, 그리고 처음 먹어보는 물곰국까지. 너무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서비스로 시켜주신 다방 커피. 전화로 커피 3잔을 주문하자 다방 아가씨가 배달을 와서 놀랬다는. 이것도 이 곳의 손님 대접의 방법이라 생각하고 커피까지 맛있게 마셨다.

돌아오는 길에 대게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동생을 위해 10마리를 포장하여 서울까지 들고 왔다. 혹시나 냄새가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 코를 킁킁거리며 왔는데 아무 탈없이 집에 무사 도착. 그렇게 먹었으면 대게 냄새도 맡기 싫을텐데 난 또 동생과 함께 대게 2마리를 어젯밤에 먹고 잤다는. 이 주체 못할 식신의 본능이란.

아.. 그래도 행복하다. 우리집 냉장고에 대게가 남아있다. 동생이 조금 후에 집에 도착한단다. 남은 대게를 찜통에 데워야겠다. 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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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1-08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대게 정말 맛있죠- 나도 떠오르는 추억들이 솔솔 ㅋㅋㅋ
오늘 하니님 때문에 7번국도 페이퍼를 써야하나 고민중이에요

Hani 2008-01-10 00:35   좋아요 0 | URL
궁금궁금해요. 조만간 그 추억들 꼭 들려주세요.
대게는 그저께 냉장고에서 사라지고.. 슬픕니다 ㅠㅠ

순오기 2008-01-10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대게라니, 정말 맘껏 먹고 싶은 것 중 하나....^^ 부럽당!ㅋㅋ
 

긴 연휴 시작에 많은 일들을 하려고 욕심 부렸지만 역시 과욕이었다.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역시나 조금은 아쉽다. 과거보다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고, 많은 계획보다는 하나의 실천이 더 소중하므로 스스로 위안해본다.

+ 2008년 재테크 계획 마무리.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2007년 가계부를 결산해보고, 2008년 계획을 세웠다. 2007년에 과소비를 반성하고, 올해는 저축 계획부터 수립, 새로 들어야 할 펀드들도 몇 개 골랐다. 신용카드 대신에 체크카드를 이용해볼 생각이다. 내일 점심 시간에 당장 증권사에 다녀와야지. 가계부를 좀더 세밀하고 꼼꼼하게 정리하자.

+ 부모님은 여행가시고, 남자친구와도 못 만나고, 일부러 다른 약속은 잡지 않고 방콕 모드로 4일 내내 지내려하다가 아무래도 넘 심심할 것 같아 대학로로 홀로 나들이. 장진의 <서툰 사람들>을 혼자 보았다. 연말이라 그런지 혼자 온 사람은 눈 씻고 보아도 없었다. 의식하지 않으려해도 여전히 사람들을 의식하나보다. 연극 후기는 다음 기회에.

+ 대청소를 단행했다. 이 집에 이사온지 2년. 전세값 더 올려주고 더 있기로 했다. 그래서 기분 전환도 할겸 가구 위치도 바꿔보고 대청소 실시. 오래된 영어 월간지와 CD들을 버리고, 바닥에 쌓아 올린 책들을 책꽂이에 정리했다. 책장에 책분류도 하려했지만 그건 포기. 책장들을 더 마련해야한다. 어제 청소하고 그만 넉다운되어 오늘은 그냥 쉬었다. 조금씩 치워야지.

+ 좁은 집이지만 화분이 여럿 있는데, 물도 제대로 안주고 관리를 못해서 애들이 다들 비실비실댄다. 마음먹고 화분도 닦아주고, 마른 잎들 정리도 해주고, 물도 듬뿍 주고, 화분 위치도 바꿔보았다.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집>을 읽었다. 술술술 잘 읽혔다. 금방 읽어내려갔다. 먼저 읽은 동생은 악평을 해댄다. 동생의 말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고. 마음이 좀 그렇다. 이것도 리뷰는 다음 기회에.

+ 며칠 집에 방콕하면서 밥을 계속 해먹었다. 눈뜨면 오늘은 뭐 해먹나 그 걱정이 젤 컸다. 마트에 가도 살 게 없다. 만들 줄 아는게 없다는 소리다. 그래도 오늘은 새해라고 떡국을 끓였다. 어제 고기도 볶고, 달걀 지단도 흰자, 노른자 따로 만들어 두었다. 동생 공부하러가는데 직접 끓여주려고 했는데 어제 대청소가 무리였던지 깨어나지 못해서 동생 혼자 끓여 먹고 나갔다. 나도 늦게 일어나 맛나게 떡국 한 그릇 먹고. 나이 한 살 더 먹었구나. 저녁에는 냉이달래된장국에, 고추장 감자조림, 달래오이무침도 만들었다. 역시 요리는 힘들고 어렵다. 새해에는 밥도 잘해먹고, 반찬도 맛있게 만들어 먹어야지 다짐하건만 며칠이나 갈지. 우리나라 주부님들은 역시 대단하다.

+ 이것저것 다른 일들 하는 통에 정작 2007년 반성과 올해 계획은 마무리 짓지 못했다. 맨날 그렇지뭐. 주변일들 하느라 정작 중요한 일은 뒷전으로 미루는 이 악습관. 고치기 넘 힘들다. 그래도 하나 마음 먹은거 "미루지 말고 바로 하자" 눈에 보이는 바로 할 수 있는 일들은 미루지 말고 바로 하면 절반은 성공이다. 그리고 TV 적게 보기, 특히 드라마는 나의 적. TV 보는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해보자. 여러 분야에 걸쳐 계획들을 주섬주섬 적어봤지만 이 2가지만 우선 실천 목표다.

하루하루가 더디고, 지루할 때가 많았는데, 지난 시간은 항상 빠르고 아쉽게 느껴진다. 2008년 새로운 마음으로 화이팅이다.

+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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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1-01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아 재테크라니, 전 정말 그 부분은 소질이 없어요- 숭덩숭덩 내가 언제 이걸 다썼지? 막 이래서 올 해에는 '용돈기입장' 수준으로라도 좀 적어볼까 해요
2. 서툰사람들은 저도 볼 계획인데 ㅎㅎ 하니님의 리뷰 기대! 장영남 캐스팅으로 보셨겠네요? 전 얼마전에 영화 헨젤과 그레텔에 장영남이 나와서 반가웠어요- 하니님 생각두 잠깐 했더라는 ㅋㅋ
3. 대청소 은근 빡세요- 저도 하다 쉬다 하다 쉬다 해요 ㅋㅋ
4. 전 화분한테 미안해서 화분을 못키워요 ㅠㅠ 그래놓고 봄에 꽃시장 가서 또 신난다고 애들 데려올지도 ;; ㅋ
5. 즐거운 나의 집,은 안보고 싶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요
6. 아 할 줄 아는 요리도 많고- 재테크도 잘하고- 똑부러진 처자야 정말!
7. 저는 TV는 적게 보는데 그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ㅠㅠ
8. 하니님도 해삐뉴이열~!

Hani 2008-01-01 23:41   좋아요 0 | URL
번호를 붙일껄 그랬네요. 힘드셨죠? ㅋㅋ
<서툰 사람들>과 <즐거운 나의집> 리뷰 쓸 생각인데,
갑자기 조심스러워지네요 ㅎㅎ Happy New Year!!!

Mephistopheles 2008-01-01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트에 가도 살 게 없다. 만들 줄 아는게 없다는 소리다." 와 "나도 늦게 일어나 맛나게 떡국 한 그릇 먹고. 나이 한 살 더 먹었구나. 저녁에는 냉이달래된장국에, 고추장 감자조림, 달래오이무침도 만들었다" 이 부분이 앞뒤가 안맞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ani 2008-01-01 23:45   좋아요 0 | URL
아까 쓸때는 몰랐는데, 다시 보니 정말 두서없네요 ㅋㅋ 마트가서 눈에 보이는 것 중에 싼 것들로 장을 우선 보고, 집에 있는 요리책 한 권과 인터넷과 씨름하면서 찾아 만든 것들이에요. 우리집에 인터넷이 안 되면 굶어죽을지도 몰라요. 아님 날것으로 그냥 먹던가요 ㅍㅎㅎ

웽스북스 2008-01-04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님~~ 가위바위보 하러 오세요!!! ^^
우리 같은 조에요
(그니까 좋아할 일이 아니라 라이벌이라는? ㅋㅋㅋ)

Hani 2008-01-07 22:46   좋아요 0 | URL
아이구.. 이런저런 일로 여러날 못 들어왔어요.
신청해놓고.. 이런 무례가.. 흐흐
웬디양님 어디까지 올라가셨는지..? 확인해보러 가야겠네요^^

2008-01-04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7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 회사 종무식을 끝으로, 벗어나고픈 이 회사에서 또 이렇게 한 해를 마무리했다. 올한해 잘 버티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까. 아니면 월급이라는 마약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까. 올초에 야심차게 시작했던 새로운 공부도 두 달을 넘기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었고, 회사일에는 여전히 마음을 붙이지 못한채 주어진 일만 묵묵히 해냈다. 개인적인 더 큰 발전은 없었지만 그래도 사고 치치 않고 마무리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내년에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 회사에 계속 다닐거라면 내가 어떤 노력들을 해야하는지, 회사를 그만 둘 거라면 퇴사 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 또 그것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할지.

4일의 연휴.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낼 것이다. 어떤 결심을 하든 내년 1월부터는 무기력한 모습이 아니라 오늘 보다 좀더 나은 모습으로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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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2-29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으 오늘 종무식하는 회사들 제일 부러웠어요-
저희는 짤없이 31일까지 나가요 오전근무이긴 하지만 ;

Hani 2007-12-29 11:50   좋아요 0 | URL
근데 31일은 권장휴무라서 제 연차소진해서 쉬는 거에요.
그래도 쉰다니까 좋긴 좋네요. 31일은 출근하셔서 슬렁슬렁 일하고 오세요^^

라로 2007-12-29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일의 연휴 알차게 보내시길 바래요~.
전 오늘, 내일 말씀 준비하기 위해 정신이 또 나갈듯,,,ㅎㅎ
아참! 반가와요~.^^;;;;

Hani 2007-12-29 11:53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소식 궁금했는데... 서재에서 여러 소식 보았어요.
저도 오랜만에 뵈니 반갑습니다^^

순오기 2007-12-30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댓글 보고 찾아왔어요.
나를 돌아보고 계획을 세우는 일이 나를 좀 더 알차게 살게 하겠죠?
저도 일년을 돌아보고 계획을 세워야겠어요. 앞으로도 종종 뵙도록 하죠 ^^

Hani 2008-01-01 21:55   좋아요 0 | URL
4일의 연휴 끝인데... 생각만큼 많이 돌아보지도 계획을 세우지도 못했어요. 하나하나 차근차근 하려구요. 자주 놀러갈께요~
 

24일 이브날을 연차를 사용해서 자체적으로 긴 연휴를 보냈습니다. 오래 쉬었건만 낼 출근할 생각을 하니 역시 까마득합니다. 또 3일만 출근하면 4일을 쉬는데도 말입니다. 12월달은 월급 받기가 조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남은 3일 좀 더 농땡이 치고 2008년 새해부터는 열심히 일하기로 했습니다. 이놈의 연말 증후군이란 정말이지 ㅋㅋ

크리스마스를 앞둔 주말 오랜만에 만난 남자친구와 <명성황후>공연도 보고, 크리스마스 선물도 골라주고 미리 기분을 냈습니다. 저는 갖고 싶었던 이쁜 지갑을 받았고, 남자친구에게는 따뜻한 니트를 선물해주었답니다. 그리고 대구에 계신 부모님이 이사를 하셔서 일요일날 내려갔다가 오늘 올라왔습니다. 이사는 별로 도와드리지도 못하고, 한가득 싸주시는거 들고만 왔네요. 오랜만에 베스트 프렌드와 만나 수다도 떨고 좋았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미리 크리스마스 기분 다 내었는데, 그래도 이브날 잠깐이라도 얼굴 보겠다고 울산에서 대구까지 저녁때 와준 남자친구에게 고마움을^^ 이러니 제가 이뻐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올해가 정말 며칠 남지 않았네요. 내일부터는 조용히 혼자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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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2-26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우리 팀 회의하면서, 이번 주는 일만들지 말자,가 모토였어요-
오래 안보이시길래 휴가이신 것 같다고 생각했었어요 ^^

조용히 혼자 보내는 시간들 통해, 올 한해 잘마무리시길 바랍니다 ^^

Hani 2007-12-27 00:43   좋아요 0 | URL
남은 이틀도 조용히 지나갈것 같아요. 모처럼만에 조용한 연말입니다.
웬디양님도 올 한해 잘 마무리하시길 빌어요.

Mephistopheles 2007-12-26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린...
사실 일의 스케줄상 24,25일 출근해서 야근까지 해야 하는 상황인데...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배째라 식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왠지 24일날 늦게까지 일하면 사무실 오너가 밤에 과거,현제,미래의 유령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요.

Hani 2007-12-27 00:47   좋아요 0 | URL
남들 쉴때 일해야 할때면 짜증도 나고 더 힘들것 같아요.
저는 요즘 너무 배짜라 식으로 나가서 큰 일이에요. 새해에는 정신 차려야죠ㅋ
24일날 늦게까지 일하면 오너가 선물 가지고 짠 나타나지는 않을까요? ㅋㅋ

전호인 2007-12-26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마스에 별다른 의미를 두진 않지만 주위환경이 그렇다보니 아이들이 동요를 많이 합니다.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가족과 떨어져서 보내야 했거든요.

Hani 2007-12-27 00:49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보다 크리스마스 챙기지는 않는데, 그래도 선물도 주고받고 마음 나누는 일은 즐거운 일인것 같습니다. 가족과 떨어져서 보내야해서 조금은 쓸쓸하셨을 것 같아요. 연말에는 가족과 함께 좋은 시간 보내셨음 좋겠어요.
 
사육장 쪽으로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연극 <백무동에서>를 보고 이음아트에 들렀을때 입구에서 이 책과 마주쳤다. 편혜영 작가의 작품들을 한 편도 읽어보지 못했지만 여기저기에서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조만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날 그렇게 처음 만난 것이다. 그 날 본 연극과 통하는 면이 있었으니 인연이라고 하면 인연이었나보다. 

올 하반기에는 여러 작가의 단편집을 읽었는데 이렇게 낯선 느낌은 처음이었다. 낯설다는 것은 매력적인 동시에 불편함을 동반한다. 편혜영의 단편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키워드를 나열해보자면, 동물, 밤, 소리, 일상, 불안, 우울, 공포, 엽기 정도.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을 처음 읽으면서 느꼈던 그 당혹함과 비슷했다고 해야하나. 차라리 피가 칠갑을 하는 공포물이었으면 덜 섬뜩했을지 모른다. 일상 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혹은 내 주변의 누군가도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상상하는 순간 소름 돋는 공포는 시작된다.

이 소설에서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돌아가는 세상,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에 의해 움직이는 세계 속의 나는 그저 무력하고 힘없는 기계의 부속품이다. 탈출하고만 싶은 이 순간을 나의 의지로 헤쳐나갈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거기에서 불안과 공포와 무기력함을 느낄 뿐이다.

편혜영. 잔인한 작가다. 엽기적인 작가다. 불편한 작가다. 신선한 작가다. 그래서 앞으로도 더 기대되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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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2-20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얼마 전에 주문했어요 여기저기서 분실물이랑 금요일의 안부인사 두작품 읽었었는데 좀 궁금해지더라고요. 다른 작품도 궁금해하고 있는 중 ^^

Hani 2007-12-21 00:55   좋아요 0 | URL
전 <소풍>이란 작품이 인상 깊었어요. 8편의 작품 중에서 가장 현실감 있었다고 할까요. 저도 예전에 그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느꼈던 그 불안한 심리가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다 읽고 난후에 님의 후기도 궁금해집니다.

웽스북스 2007-12-22 00:01   좋아요 0 | URL
히히 하니님, 주말 잘 보내요
이번 주말도 연애모드인가요? ^^

파란토마토 2007-12-25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저도 책 좀 읽어야 되는데..
인터넷에 빠진 이후로 독서랑 멀어진..;;

Hani 2007-12-26 00:50   좋아요 0 | URL
저도 인터넷 열심히 하다보니 정작 책읽기를 소홀히 하게 되었다는.. 주문하고 손도 안댄 책들이 쌓여있다는.. 이번 주말은 책읽으면서 조용한 연말 보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