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발매로 잡힌 현시연은 정오가 지나고 오후 세시가 넘어가는 시점에서도 도매상으로부터의 수주가 확인되지 않는 상태였다.... 불안과 초조, 욕망에 불타는 나는 결국 알바를 끝내는대로 동대문(정자-동대문 전철이용 교통카드로 1200원)에 있는 도매상으로 직행하기로 결정, 4시 30분경에 목적지인 코믹스21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 나왔다....
야마다 레이지 정말 최고야 씨발.
후후후.... 뭐 이정도야 예상했던 것이지. 적당히 만화책을 고르다 [제브라맨] 3권을 사고 황학동쪽 중고음반상으로 가서 근간에 맘에 든 넥스트 5집이 있으면 구입, 그정도로 비비적대다 보면 북박스에서 슬슬 도매상에 만화책을 뿌릴 때 즈음이 되겠지.... 해서 움찔거리다보니 이제는 없어졌으리라 생각했던 나나난 키리코의 [블루]를 발견, [제브라맨] 3권과 함께 가방 속으로 밀어넣고 당당하게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을 지나 황학동 음반상으로 갔다.
그런데 그곳에 도착하니 충격적인 광경이 하나, 윤상+신해철의 프로젝트 앨범 노땐스가! 그것도 열장씩이나! 그것도 밀봉! 으로 있는 것이었다. 발매 당시에 붙어있던 이벤트 스티커까지 붙어있는.... 매니악한 팬들에 의해서 수만원대로 거래되는 저 물건이 이런 고퀄리티로 여기에 어째서.... 당황한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옥션에서 노땐스 앨범 얼마나 하는지 알아봐줘!' 그의 증언에 따르자면 밀봉이 무려 5500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냐.
언젠가 중고도매상에게서 들은 얘기가 생각났다. 중고음반상을 지탱하는 수수께끼의 공급자의 존재.... 덤핑, 샘플, 뒷치기용 등등의 앨범들을 대량으로 사들여서 공급하는 사람의 이야기.... 시완레코드 사장 성시완을 제외하고 시완레코드의 완벽한 콜렉션을 갖추고 있다는 저 음험하고 전설스러운 남자(여자?)의 이야기를!
물론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하기도 그렇네 거 참. 다시 친구에게 옥션에서 노땐스 앨범의 수량을 물어보니 20장.... 역시 어떤 전문적인 업자가 벌인 이벤트가 분명했다. 그런데, 과연 어째서? 도청파문을 막기 위한 정부의 엔터테인먼트형 계략인가! 암튼 전부터 노려왔던 사람이라면 이 기회에 장만해두는 것이 좋을 듯.
내가 구입한 건 이 2for1 앨범이 아니라 그냥 앨범 하나짜린데.... Concerto Grosso per.1과 2를 한장에 담은 독일워너판 앨범이다. 국내에 나온 이 2for1의 14트랙보다 하나 적은 13개 트랙이며 쟈켓은 그냥 LP판 표지만 담은 한장짜리가 덜렁덜렁.... 손해 본 느낌-_-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게된 건 뉴트롤스였다. 사고나니....
'아니 내가 도대체 왜 이걸 산 거지 난 분명 넥스트 5집을 살려고 했는데....'
가을비.... 추적추적 내리는 그 차갑고 끈적한 우수에 나의 마음 또한 충동구매로 흘러버린 것인가.... 하지만 이왕 사게된 거 열심히 듣자.... 라는 생각도 들었거니와 다시 넥스트 5집에 대한 오기가 들어서 나머지 도매상을 뒤졌다.
이놈을 구했다.... 그것도 무려 밀봉!으로.... 으허허흐허으어푸헐헐..... 아마존으로 구입해도 10달러 99센트! 배송료까지 합하면.... 암튼 봉잡았다.
그런데 결국 넥스트 5집은 없었다.... 새 걸로 사라는 하늘의 강요인가.
암튼 그 지랄을 떨고 나니 7시가 다 되어오는 시간. 미리 갖고 나온 명함으로 코믹스21에 전화.... 현시연 6권은.....
안나왔습니다.
어이, 이보시우, 한양문고에 물어보니까 북박스 차 회사에서 떳다고 하는데, 우찌된 것이여.... 그 물음에 난 만화도매상 업계의 암울한 배급구조를 알게 되는데....
일단 물량은 출판사에서 홍대쪽으로 가장 먼저 간단다. 그리고 그다음 거기서 물량을 다시 동대문으로 가져온단다.
홍대....(정자-홍대입구 전철이용 교통카드로 1400원) 결국 내일 회사에서 일 끝내고 다시 홍대로 가서 물건을 사오느니 교통비도 줄여야겠다, 그냥 그자리에서 홍대로 가기로 했다....
제브라맨이 5권 완결로 기획됐다는 반가운 소리와 후기에 당당하게 쓰여진 기초영어 오타로 인한 약간의 불쾌함을 안고 홍대 한양문고에 도착하자 드디어 현시연 6권 발견! 더불어 엑셀사가 12, 13권도 발견! 아아, 이놈들은 왜 내 눈에 들어와버린 것이냐.... 이제는 어느 정도 관성으로 구입해오던 것이라 주저하고 있던 차에 다시금 눈에 들어오는 근간의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13권째 내리 인상이 안된 꿋꿋하고도 착한 가격 3000원.... 젠장, 나도 모르겠다 질러야지.
착한 가격에.... 뒤로 가면서 꽤 루즈해졌다 싶었는데 의외로 볼만했다.
명불허전. 동인지도 명불허전. 소노다 켄이치에 시무라 다카코까지 참여하고 있었구나.... 좋다....
....얼마 깨진 거지?-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