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무원 남자

 

 

 

 

 


 "어디 가쇼?"
 "카페 리스타요. 근데 그 카페까지 가나요?"
 남자는 머리를 긁으며 쓴 웃음을 지었다.


 "당연히 갑디다."
 "네? 거기까지 정말 가져요?"
 "그럼."
 네가 마음을 잘 먹는다면 말이야.
 남자는 이 버스에 의문을 표하며 버스에 올라타 제일 뒷자리에 앉았다. 남자의 손에는 어떤 그림책이 들려있었다.
 흠, 카페 리스타인가. 꽤 시간이 많이 걸리겠는데?

 

 

 "기사님. 돈 받으세요."
 "안 받아."
 "에.. 기사님 그럼 뭐 먹고 사세요?"
 "걍 굶고 산다."
 "기사님 정말 이상한 사람이네요."


 남자는 책에서 눈길을 돌리지 않고 나에게 말했다. 자세히 보니 남자의 책표지에는 공주와 왕자가 그려져 있었다.
 "많이들 그래."

 "근데요. 그런 것 치곤 살 많이 찌셨네요.“
 남자는 씩 웃었다.
 '하아.'
 "그 발언은 자네가 처음일세."
 "그래요? 하하~"

 남자는 또 웃었다.
 남자는 공허했다.

 

 

 

 

 그건 그렇고, 왜 내 버스엔 이런 녀석들만 오는건데.
 왜 내 버스는 이런 녀석들 전용 버스가 된거지.
 슬프잖아.

 

 


 그 후로 남자는 운전하는 나에게 한마디 말도 걸지 않고 그 그림책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어떠한 말도 섞이지 않은 이 버스는 너무나 조용해서 한기가 돌았고, 버스는 달리고 있는 동안 점점 녹이 슬어갔다.

 

 

 버스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마치 사람의 온갖 슬픔을 한 폭의 그림으로 표현한 것 같았다. 우중충한 나무의 색깔. 버스에서 내려 발을 내딛으면 금방이라도 어둠속으로 꺼질 것 같은 언덕. 여기에는 해와 달도 비치지 않았다. 그저 온갖 불나방들이 들러붙은 난쟁이 가로등만이 희미한 불빛을 내뿜고 있었다.
 이 풍경. 정말로 이 풍경을 품고 남자는 살아가고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뭐. 아무 말도 입에 내지 않는 것도 꽤 이해가 가구마. 그는 이 풍경을 끌어안고 살기에도 벅찬 거겠지.

 외로움 많은 버스 기사와 겨우 이 세상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남자는 서로 말이 없다. 그저 자기의 일에 충실할 뿐이다. 나는 운전하고 그는 책을 읽고, 나는 계속 운전하고, 그는 책을 계속 읽고.
 뭐, 나중에 조만간 화학반응이 나타나겠지. 일시적이긴 하지만.

 

 

 

 

 ..... 한 1년 쯤 지난 것 같다.

 남자는 아직도 제일 뒤쪽 자리에 앉아서 내용이 정해진 그림책을 계속 반복해 읽기만 한다.
 여전히 나도 운전 중이다.
 버스 밖의 풍경은 바뀌지 않았다.
 카페 리스타도 아직 보이지 않는다.


 “기사님?”
 남자의 목소리를 정말 오랜만에 들었다.
 “왜?”
 “배 안고프세요?”
 힘없이 묻는다.


 “난 괜찮아. 내 걱정하지 말고 니 걱정이나 하셔.”
 “아하하.”
 “왜 이렇게 힘이 없어?”
 “기사님. 난 괜찮으니까.”
 “그려?”
 “네.”
 “그거 다행이네.”
 영혼 없는 소리였다.

 

 

 하아, 정말 오래 죽치고 앉아있는 손놈이네. 빨리 내가 카페 리스타에 도착하게 해주라고!
 물론 나에게는 널 먼저 일으킬 권리 따위는 없지만.(이렇게 열병 걸려서 오는 손님이 제일 가슴 아픈 손님 중에 하나다.)
 신이 아니니까.

 

 

 남자는 이윽고 나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읽고 있던 책에 다시 집중한다. 하지만 저번만큼 잘 집중이 되지 않는 지 책을 눈 가까이 당겨서 보고 있다.
 나는 씨익 웃었다. 이제야 기미가 보인 것 같았다.
 드디어 때가 왔다는 뜻이다.
 떡밥을 던져볼까.

 

 

 “이봐.”
 “왜요?”
 “네 얘기 좀 들려주지 않을래?”
 “내 얘기요?”
 “어.”
 일부러 똥 씹은 표정을 하면서 남자에게 말했다.


 “너 여기서 죽치고 앉아있을 셈이냐.”
 “에? 전 딱히..”

 

 

 어쭈?

 

 

 “너 여기 온 지 일년이다.”
 “.... 그래요?”
 남자는 슬픈 듯이 말한다.

 

 “오늘이 딱 여기 온 지 일주일이라 생각했는데.”

 “..... 시간 개념 어따 팔아먹은 거냐?”
 “싫어요, 지금은. 건들이기 싫어요.”

 남자는 말했다.

 

 “알았어. 네 얘기는 듣지 않을게.”
 “... 그거 다행이네요.”
 남자의 목소리는 꽤 씁쓸하게 느껴졌다.


 “그럼 네 얘기 말고, 니 여자 친구 얘기 좀 들려줄래?”
 “네? 제 여자 친구요?”
 거울에 남자의 눈이 동그래진 것을 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남자는 웃었다.
 “없어요. 지금은.”

 “전 여자 친구 말이야.”


 목소리에 힘을 주고 말했다.
 “..... 전 여자 친구요?”
 “응.”

 남자의 목소리는 점차 어두워져 갔다.

 

 

 “너와 그녀는 어떻게 만났지?”
 “......”

 

 “아. 그 표정은 네 상처를 건드렸단 소리? 미안.”
 “사과가 너무 형편없네요. 기사님.”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지금은 하고 싶지 않아요.”

 “.. 하아. 내가 듣고 싶어서 하는 말이야. 1년이나 여기 있는데 오디오도 없고, 책도 없고, 내가 다 심심해.”

 “아. 그러세요? 그런데 남의 전 여자 친구를 굳이 왜.”

 

 “나 여자에게 관심 많으니까.”

 


 “아, 네... 그러세요?”
 남자는 입을 다물고 나를 노려봤다. 완전히 질렸다는 표정이었다.

 


 “그럼 뭐, 할 수 없죠.”
 하지만 이내 그 표정을 바꾸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걔와는.... 대학생 때 카페 리스타에서 처음 미팅으로 만났어요. 저는 사진과, 그 애는 영어교육과.”
 “아. 그래?”
 “네.”

 

 남자는 나의 환해진 목소리에 웃음을 지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우리는 서로 끌렸어요. 그 미팅이 끝나고도 개인적으로 연락처를 건네고 같이 예쁜 사진 같은 것도 같이 나누고, 만약 둘이 시간이 있다면 대학생활 상담 같은 것도 했었어요. 저의 모난 부분을 잘 보듬어 주는 그녀가 좋아서 제가 먼저 고백해 그렇게 커플이 됐어요.”
 “그래?”
 남자는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다. 역시 남자가 흥분하기에는 여자 얘기가 최고다.
 ... 특별한 인연의 여자.

 

 

 “우리는 서로 취미도 같았어요!! 저는 뭐 사진과고, 어렸을 때부터 사진 찍는 걸 좋아했어요. 그 애도 사진을 좋아하고 예쁜 구도나 포즈 같은 걸 잘 알고 있더라고요! 음, 걔가 그림도 엄청 잘 그렸어요. 예전에 걔가 저를 그려준 적이 있는데 정말 저랑 똑같이 그렸다니까요!”
 “.... 그렇구나.”
 “우리는 싸우는 일도 있었지만 그렇게 길게 이어지진 않았어요. 음, 대부분은 제가 잘못해서 싸우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화를 내다가도... 나를 이해해 줬어요.”

 


 남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우리, 그렇게 5년을 사랑했어요. 아니 저는 지금도.”
 남자는 자신의 추억이 담긴 그림책을 꼭 쥐었다. 그녀와의 추억이 듬뿍 담긴 앨범을. 견디기 힘든 건지, 남자는 말을 할수록 표정이 일그러져 갔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 그녀가..”

 “그만.”

 그 뒷말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무리하는 건 아까 그 이야기로 충분해.”

 

 

 “..... 그래요? 기사님이 먼저 시작하자고 해놓고서는. 병 주고 약 주고에요?”

 “그건 조금 미안하다만.”

 남자는 나의 쓴 웃음에 자기도 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기사님과 이야기 하는 동안에는 그녀의 이야기를 해도 꽤 즐겁더라고요. 사실 더 빨리 말할 걸, 이라고 지금 후회하고 있어요.”

 


 “네 마음의 준비가 다 돼야지 그것도 가능해. 뭐, 나야 기다릴 수밖에 없잖아.. 난 신이 아니거든.”

 그저 너의 슬픔을 같이 맛볼 수밖에 없지.

 남자는 웃었다. 여기 온 이후로 아주 활짝. 그 새벽 일출 같은 웃음을 시작으로 이제야 버스 밖의 철옹성 같은 슬픈 밤거리가 밝아왔다.


 “어이, 너.”
 “...... 네.”
 “이제야 카페 리스타가 있는 거리에 도착했어.”
 “........”

 “준비됐어? 앞에 한번 보라고.”
 “... 네.”
 남자는 쑥스러운 듯 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봐.”
 “네.”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운전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더 이상 앨범을 보지 않고 밝아진 자신의 마음 속 풍경을 보고 있었다. 아까보다는 좀 더 나아진 자신의 모습. 그 자체를.
 아득히 저 멀리서 카페 리스타의 파릇파릇한 풀색 차양이 보인다.


 “다 왔다. 이제 가봐.”
 “네!”
 남자는 성큼 성큼 제일 뒷자리에서 걸어 나와 카페 리스타 앞에 있는 표지판 앞에 섰다. 그리고 나에게 인사를 했다.

 그래. 빨리 가라. 빨리. 너는 열심히 살아야지. 아직 넌 젊어.
 어디 한번 너만의 색깔로 하루하루를 덧칠해봐.

 

 “가라.”
 나는 외쳤다.

 “네~~ 다시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남자는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 여기 안 오는 것이 정신건강에는 좋지만, 뭐 네가 방황한다면 받아줄 의향은 있어.

 


 잘 가.
 그리고 이 버스에서 다시는 널 볼 일이 없길.

 

 

 문을 닫고 이별 버스는 출발했다. 한번 녹슬었던 버스는, 그런 적이 없었던 듯이 새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

 

 

 

 


 이별은, 남겨진 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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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 : 리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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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메뉴 : 사랑의 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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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나는 잘 지내고 있어.
부족한 것은 하나도 없고 슬픈 것도 하나도 없어
그저 매일에 충실히 임하자며 느릿느릿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어
물론 가다가 제 풀에 지쳐 그 자리에 주저앉기도 하지만
그런 기분은 시간이 다 데려가 주니까 그걸 가지고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난 지금 충분히 채워져 있어
이렇게 안부 물어봐주는 네가 있고
내가 돌아가면 날 반겨줄 사람들이 있어
그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지
난 지금 여기서 충분히 느끼고 있어

 

뭐? 요즘은 외롭지 않냐고?
참나, 극복한 지 오래된 얘기를 꺼내고 있어요
....... 나보고 부끄러운 말을 또 시킬려고.


좋아. 이것만은 말해줄게.
난 지금 안부를 전해주는 너 때문에 외롭지 않은 거야.

 

.... 이상. 됐지?


(얼굴이 빨개졌다.)

 

 

맛있게 드세요. 아 참고로 제 여자친구 레시피로 만든 겁니다. 얘가 부끄럼이 많아가지고요.
뭐, 그녀가 오늘 요리 개발자죠. 지금은 저 멀리 캐나다로 유학 가 있지만.


From. 레스토랑 셰디 요즘 한창 사랑에 빠진
BISUMURI 셰디 바르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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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더 21. 침투(2)



 

 “아, 헤일로.”
 그저 평소같이 헤일로를 대하는 나.
 아무도 없었던 호랑이 굴에 갑자기 호랑이가 출현 했지만, 정신만 굳게 붙잡으면 여길 탈출할 수 있다.
 난 그렇게 믿고 있었다.


 “여길, 네가 어떻게....”
 “저기요. 난 네 주인이거든요? 여기에 들어오는 것이 뭐 그리 신기한 일이야?”
 “아니.. 그건 신기한 일이 아냐.. 아닌데..”
 “아닌데?”
 “내가 너에게 내 워먼덱스 워프캡슐을 준 적이 없는데?”
 “아. 이거 말이야? 보이더에게 받았어.”
 겨우 찾아낸 워프캡슐 주머니를 꼭 쥐었다. 괜찮아. 난 여기서 탈출할 수 있어. 릴렉스, 릴렉스.


 “네가 너무 이곳에 안 머물러 있기에 와봤지. 넌 맨날 밖에만 떠돌아다니잖아?”
 “그... 그렇긴 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우리의 사랑스러운 헤일로다.
 “너 너무 내 생명 에너지를 안 받는 거 아니야?”
 “아니야! 생명 에너지는 너에게 잘 받고 있어. 내가 외출이 잦은 거랑 그거는 별개의 이야기야.”
 “흐응... 그래?”


 (찌릿 찌릿!)


 난 쓴 웃음을 헤일로에게 보였다. 순간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헤일로의 얼굴. 하지만 헤일로는 나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 이내 웃음을 띠고서 나에게 말했다.
 “응! 난 전혀 문제가 없어.”
 “그렇다면 다행이야.”


 “하하... 너도 참 계약자 사랑이 끔찍하구나?”
 “뭐, 그, 그런 거지.”

 그 말에 애써 숨겨왔던 홍조가 만면에 퍼졌다. 그리고 잇달아서 나오는 욱하는 감정. 


 이놈이 지금 나랑 장난하나!
 “야! 내가 너를 걱정하는 건 당연하잖아! 너 내 마음을 알기나 해? 너 너무 호기심이 많아서 지구 이곳저곳 돌아다니잖아? 그럴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는 내 마음은 아냐고! 내 맘 조금이라도 알아주면 안 돼?”
 눈물이 찔끔 났다. 정말 추잡스런 감정이 바깥으로 나왔다. 이제 너와 나는 ‘적’일 터인데 나는 아직도 너에게 매달린다.
 “넌 정말 내 생각 요만치도 안하지? 너 나랑 데이트 할 때도 가면 쓴 모습만 보여준 게 아냐? 사실은 나를 싫어하는 거 아냐? 이 거짓말쟁이.”
 “.........”
 헤일로가 내 말을 잠자코 듣고 있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기세의 오오라. 아, 실수해버린 것 같았다. 사실은 이렇게 할 것이 아니었는데.


 (찌릿 찌릿!)


 후회가 밀려온다.
 “아. 미안. 지금 내가 말한 건 잊어줄래?”
 “.........”
 “그럼, 나는 이만 가볼게. 이제 푹 쉬어.”
 “......”
 주머니에서 작은 워프캡슐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 바로 입속에 털어 넣으려고 했는데... 


 "그만.”

 ‘꽉!’ 



 아, 이런.
 헤일로가 내 손을 세게 쥐어서 워프 캡슐을 떨어뜨리게 했다!
 “..... 이거 뭐하는 거야? 손 좀 놔줘!”
 “........”
 “헤일로! 손 놔 주라고!”
 “.........” 


 계속 묵묵부답인 헤일로. 약간 화학 약품의 냄새가 났었지만 따뜻했던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철 냄새 듬뿍 풍기는 헤일로의 차가운 눈빛이 나를 꿰뚫었다.
 마치, 예전의 헤일로는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찌릿 찌릿!)


 “헤일로?”
 “..... 적을 섬멸합니다.”
 붙잡은 내 손을 잡아 당겨 워먼덱스 벽 한쪽 면에 나를 박는 헤일로. 벽에 박히는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으헉!”
 등 쪽에 지금까지 느껴본 적이 없었던 고통이 엄습해 왔다. 입을 닫아 고통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어떻게든 감춰보려고 했지만 다 가려지지는 않았다.

 “끅... 끅.. 헤일로?”
 “아직 적 안에 기밀문서가 있습니다.” 


 (찌릿! 찌릿! 찌릿!) 


 “.... 정말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나는 헤일로의 손에서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썼지만 잘 되지 않았다. 분명 사람의 손이 나를 붙잡고 있을 터인데 내 손목에 느껴지는 감촉은 차갑게 식어진 철판 같았다.


 (찌릿 찌릿! 찌릿 찌릿!)


 “적에게서 기밀문서를 탈환합니다.” “야! 스토-옵!!!!!”
 헤일로가 나를 넘어뜨리고는 그 철판 같은 손으로 내 옷 속을 만지려고 했다. 꽉 잡은 손목은 놓아주지도 않은 채.
 “야! 이거 너무한 거 아냐? 나한테 무슨 짓이야!”
 “저는 기밀문서를 탈환할 뿐입니다.”
 하긴 그 기밀문서라는 게 내 옷 속에 있으니까 그렇겠지. 


 “그래도 그렇지! 갑자기 숙녀의 옷을 확인하다니, 너무해!”
 볼을 빨갛게 물들인 채로 말을 했다.

 “저는 기밀문서를 탈환할 뿐입니다.”
 “.... 말이 안 통하네.”


 안 되겠다. 최후의 방법을 써야겠군. 여자로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이런 모습 보여주긴 싫었지만.
 .... 어쩔 수 없다.
 나는 내 손목을 꽉 잡고 있는 헤일로의 손을 이로 물었다. 꽈-악. 꽤 두터운 충격이 전해졌는지 헤일로는 뒷걸음질 치며 날 노려봤다.


 (찌릿! 찌릿! 찌릿! 찌릿!)


 억눌린 마음의 소리를 적당히 무시하고 반짝임 없는 진분홍색의 눈을 한 채 날 노려보고만 있는 헤일로의 배에 힘없는 주먹을 먹여 주었다.
 ‘퍽!!’
 헤일로가 놀랐는지 뒤로 넘어졌다. 여기서 빠져나가려면 지금 밖에 기회가 없다.
 나는 재빨리 워프캡슐이 떨어진 데로 가서 워프캡슐을 빨리 입에 털어 넣었다. 몸속에 퍼지는 하얀 빛. 헤일로가 그걸 보고는 나를 말리려고 손을 뻗었다. 여전히 반짝임 없는 진분홍색 눈.


 (찌릿! 찌릿! 찌릿! 찌릿! 찌릿! 찌릿! 찌릿! 찌릿!)


 미안.
 정말로, 미안.



 

 영화 ‘맨발의 도망자’는 진즉에 끝났다. 그 영화의 마지막은 보질 못했지만 왠지 결말이 훤히 보였다.
 진부한 이야기, 해피엔딩.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결국엔 맺어지는 러브 코미디.
 내가 보기엔 차라리 그런 이야기가 더 낫다.



 불 꺼진 영화관에서 눈을 뜨자마자 비상구를 향하여 달리기 시작했다. 헤일로가 들어있는 손목시계는 영화관에 남겨두고 냅다 달렸다.
 어두운 비상구에 보고 싶은 얼굴들이 그려졌다. 보랏빛 머리핀을 동생에게 강제로 빼앗긴 채 천사님들과 시시덕거리며 나를 지켜보고 있을 우리 오빠, 어딘가에서 의식을 잃은 채 내가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슬비, 지금 각자의 위치에서 마음을 졸이고 있을 보이더와 미애. 나는 지금 그들이 보고 싶었다. 만나서 얘기하고 싶었다. 있잖아,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난 걸까? 왜 나에게만 이런 상황이 겹쳐 일어나는 거냐고. 안 그래? 하아.. 넘 싫다. 정말 싫다.
 하지만 지금은 계속 달려야겠지.
 비상구를 빠져 나와서 계속 달렸다. 헤일로는? 헤일로는 쫓아오고 있는 건가? 쫓아오고 있지 않다고 해도 그 애는 아마 달리기가 빠를 것이다. 몸치인 나보다도. 그러니 일단 달리고 보자! 달리고 달려서 내 기숙사 방에 숨어 들어가자!
 영화관을 빠져나가 밖으로 나왔다. 헤일로는 날 보진 않았겠지? 그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던 비상구를 기억해내고 안심을 하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척! 어깨에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 두말할 것도 없이 헤일로였다.


 

 꽝! 지면에 엉덩방아 찧는 소리가 났다. 내 눈에는 무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헤일로가 가득 담기고, 내 볼은 점차점차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창백해져만 갔다.
 “기밀문서를 탈환합니다.”
 “.. 헤일로.”
 헤일로의 손이 나에게 점점 다가왔다. 나는 무릎으로 헤일로를 피해 다녔다. 그때마다 헤일로의 손이 나를 때렸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땅바닥을 무릎으로 기어 다닌 탓인지 무릎에서 피가 나왔지만 무시했다. 난 지금 헤일로를 피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단 말이다! 몸에서 보내오는 신호를 무시한 채로 나는 피 묻은 무릎으로 땅바닥을 쓸고 다녔다.
 하지만 결국은 영화관 외벽 모퉁이에 몰려서 헤일로에게 잡히고 말았다.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하아, 하아, 하아.’
 “적을 섬멸하겠습니다.”
 숨을 몰아쉬고 있는 내게 헤일로가 고했다. 그러자 검붉은 색 빛이 헤일로의 손을 감싸고, 잠시 후 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엄청나게 날카로워 보이는 단검이 있었다. 헤일로는 그것을 내 목에 대었다. 히익-!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내 눈은 그 단검을 본 순간 이미 빛을 잃어버린 듯 했다.
 이렇게 가는구나, 오빠가 있는 곳에. 아직 누구도 구하지 못했는데.
 결국 이렇게 끝나는 거야?
 
 “아.....”
 무서워. 누군가 나 좀 도와줘, 제발.
 도와주세요.


 오빠!!!!


 “안 돼!!”  “안 돼!!”
 ‘퍼억!’
 
 아.
 순간 오빠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석의 소리도 들렸다.

 천천히 쓰러지는 헤일로의 모습을 멍하니 쳐다봤다. 헤일로가 쓰러지자 뒤에 서있던 구세주의 모습이 드러났다. 흰색의 할머니 머리. 위로 치켜 올라간 한쪽 눈꼬리. 볼 때마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분홍색의 은하수를 담은 밤하늘. 치마부분이 찢어진 잠옷. 그리고 맨발.
 흠칫했다. 


 “보.. 이더..”
 위를 치켜 올려다보니 그 곳엔 보이더의 눈이 씨익 웃고 있었다. 눈물을 가득 담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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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더 20. 침투(1)




 서림 문고에서 헤일로는 물 만난 고기처럼 돌아다녔다. 소설 코너를 지나 전문 서적 코너, 어린이 코너, 문제집 코너. 헤일로는 서점에 진열된 색색들의 책들을 구경하며 눈을 반짝거렸다. 이것들 봐도 봐도 신기하네. 이렇게 빼곡히 적힌 글자들이라니! 우리들은 종족 특성상 시력이 퇴화되어 그림만으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왠지 너희들이 부러워지네. 헤일로는 말했다.
 “그럼 지금 보는 책들은 다 눈에 들어와?”
 “아니. 희미하게 보여. 그나마 내가 미그레시 성에서 시력이 꽤 좋은 편이였거덩.”
 “그럼 이것들은 왜 보는 건데?”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그러자 헤일로는 나를 바라보고는 내 이마를 꽁 찧고는 말했다. 야, 그래도 여기서 살 건데 이것쯤은 보는 연습을 해야 실생활에 유용할 거 아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그렇겠지. 내가 가볍게 생각했어.” 나를 지나쳐서 다른 것에 관심을 쏟고 웃음을 흘리는 헤일로를 나는 그냥 지긋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대망의 영화관에 가는 길.
 “선우. 영화 뭐 볼 건데?”
 “어...... 영화관 가서 정하자. 아직 생각을 못했어.”
 “어떤 영화를 보더라도 다 재밌을 것 같아!”
 “네가 재밌게 보면 좋겠는데, 너 눈 잘 안 보인다 하지 않았어? 괜찮아?”
 “아이. 쓸데없는 걱정 말아요. 내 눈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귀로 다 파악 가능하니까.”
 “참, 그랬지.”

 헤일로는 여태껏 하지 못한 것을 할 생각에 엄청난 흥분 상태에 빠져있었다. 구름을 걷는 듯한 걸음, 여태껏 보지 못했던 웃는 얼굴, 그리고 평소보다 두 세배 높아진 목소리. 같이 있는 내가 다 부끄러울 정도였다.
 야야, 선우야! 그 영화라는 거 정말로 살아 움직이는 거야? 난 그런 거 보지도 못했어. 눈으로 뭔가를 즐겨본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지~ 우리들 눈 가지곤 그냥 가까이 있는 친구의 집에 찾아간다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 작전 성공.
 헤일로를 흥분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이제 내가 헤일로의 워먼덱스에 침투하더라도 당분간 눈치 채지는 못하겠지.


 영화관에 들어갔다. 헤일로가 포스터를 보자마자 눈이 돌아가서는 나 저거 볼래! 저거~라고 떼를 쓴 영화가 있어서 직원에게 영화 포스터를 보여주고 자리가 있냐고 물었더니 기적적으로 2자리가 남아 그 자리를 예약했다. 상영관은 5관 영화의 제목은 ‘맨발의 도망자’였다.
 영화 자리는 얻었지만 그 두 자리가 떨어져있어서 우리는 따로따로 영화를 보게 되었다. 헤일로는 맨 뒤의 오른 쪽 나는 맨 앞에 왼쪽. 헤일로는 서로 영화를 보지 않게 된 것을 안타까워했지만, 나는 솔직히 잘 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내 붉은 얼굴을 들키지 않아도 되는 뿐더러.. 내가 헤일로의 워먼덱스에 들어가는 것이 쉬워진다.


 영화가 시작하려 한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혹시나, 정말 혹시나 내 붉어진 얼굴을 헤일로가 느낄까봐 나는 영화 팜플렛으로 얼굴을 가린다. 가리자마자 주위가 밝아지며 어떤 여자의 숨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하마터면 내 귀가 떨어질 뻔 했다.

 우리의 여자 주인공이 쫓기고 있다. 여자 주인공은 범죄조직의 정보원이었다. 하지만 범죄조직에서 노리개 취급당하고 까딱하면 성희롱을 하는 상황이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여자 주인공은 큰돈을 가지고, 그 범죄조직에서 탈출해 그냥 아무 집이나 들어가서 잠시 잠이 들었다. 나중에 여자 주인공이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떠보니 자기보다 연약해 보이는 남자 주인공이 자기의 눈에 빗자루를 들이대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은 운명의 만남을 하게 되고 그 다음은 무한 반복되는 세상의 많은(진부한) 러브 코미디 이야기가 둘을 기다리고 있겠지.
 .... 라고 대충 쓰여 있는 유명한 영화 평론가의 블로그 포스트를 본다. 빼곡이 적혀있는 글씨가 나를 위로해 주는 것은 처음이다. 용기 내어 바로 앞을 보면 눈앞의 화면이 내 쪽으로 내려오는 느낌이 든다. 평소엔 잘만 보던 영화였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내 마음에서부터 영화를 거부하는 것 같다. 한 손엔 화면 밝기를 0으로 한 핸드폰을 들고 다른 한 손은 보이더가 준 워프캡슐이 든 주머니를 만지작대며 시간을 피해간다.

 갈수록 영화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간다. 이 일도 클라이맥스를 향해 간다. 점점 여자 주인공의 비명이 커져간다. 점점 심장 박동 수가 빨라져 온다. 뒤를 돌아서 헤일로의 모습을 살핀다. 헤일로는 영화에 빠져 들었다.
 아직, 아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여자 주인공을 제압한 범죄 조직원이 총을 든다. 자기들을 배신한 증오스런 여자 주인공에게 총구를 겨눈다. 타앙- 총알이 총을 빠져나온다. 남자 주인공이 소리를 지른다. 슬로모션. 그 속에서 여자 주인공은 자신을 막아선 남자 주인공의 믿음직스럽지 못한 등을 본다. 헤일로를 돌아봤다. 헤일로가 그 장면을 보고 완전히 영화에 녹아들었다.
 헤일로가 자기도 모르게 ‘아!’라고 외친 순간,
 지금이다.
 바로 주머니에 들어 있던 워프캡슐을 입속에 털어 넣었다. 내 몸에서 빛이 난 것 같았다. 그 순간 내 영혼은 내 몸을 빠져나와서, 엄마가 선물해준 시계로 스며들어갔다.

 


 

 헤일로의 워먼덱스 안.
 안은 평범해서 놀랬다. 뭔가 기계 장치라던가, 호스라던가 그런 굉장히 딱딱한 것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건 침대 위 펜던트 등의 갓처럼 생긴 헬멧을 제외하곤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한동안 쓴 웃음을 지은 채 멍하니 방을 둘러봤다. 헤일로가 내 눈 앞에 나타나서는 ‘어서와! 내방은 처음이지? 내가 천천히 구경 시켜줄게. 그리고 같이 음악 먹자.(듣자!) 가능하면 너와 쭉 함께 하고 싶은데.. 어때?’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볼에는 아직도 붉은 기가 떠나지 않았다.

 실로 헤일로스러운 물품들.(헤드폰 컬렉션, 매일 먹는 음악들. 헤일로가 좋아라 하는 음악 쉐프의 포스터들.)을 꼼꼼히 살펴봤다. 포스터들을 들추고 헤드폰을 걸어둔 데에 뭔가 숨겨진 것이 없는 지 살펴봤다. 하지만 그쪽에는 헤일로가 루어의 스파이라는 증거가 없었다.

 안 돼겠다. 서랍이랑 침대 밑에도 찾아봐야지.
 찌릿! 찌릿! 전기가 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마법 같은 첨단 기술과는 어울리지 않는 따뜻한 원목의 서랍을 들췄다. 또 한 번 찌릿! 첫 번째 서랍에는 없다. 두 번째 서랍에도 없다. 세 번째 서랍에는 원목 서랍과 어울리지 않는 너무나도 차가운 금속 열쇠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뭔가 있을 것 같이 생긴 침대 밑. 나는 그 밑을 심혈을 기울여 샅샅이 찾아봤다. 또 한 번 찌릿찌릿! 무시했다. 뭔가 있을 법한 침대 밑의 어둠속을 휘휘 휘저었지만.. 없었다, 아무 것도. 아아. 겨우 꼬리를 붙잡을 뻔 했는데, 그 꼬리의 주인은 멀리 도망가버린 듯 했다.
 이쯤에서 포기할까? 헤일로에게는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은데?


 ....... 아니다. 이 잔혹한 데이트를 여기서 끝내면 아무도 구할 수 없다. 거기다가 보이더의 초능력으로 알아낸 정보가 거짓일 리가 없잖아.

 나는 주저앉아있던 다리를 억지로 일어서게 했다. 찌릿찌릿. 다리 저림인가, 마음이 저린 건가. 뭐 그런 건 상관없다. 일단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벽을 더듬으며 다녔다. 벽에서는 이질적인 반응 없음.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심정으로 난 바닥에 온 신경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별로 특이할 것도 없는, 우리네 방바닥과 다를 바없는 촉감을 모든 신경세포의 힘을 빌려 파헤치고 파헤쳤다.


 서랍이 있는 바닥에 발을 댄 순간, 비현실적인 차가운 감촉에 순간적으로 발을 떼었다. 이쪽이구나.

 손을 대어봤다. 모든 것을 얼려버릴 듯한 한기가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이건 루어의 마법이겠지. 마음을 고쳐먹으면 이딴 건 충분히 없애버릴 수 있다.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둘러진 방바닥의 시트 끝이 보인 것 같았다. 나는 시트 끝을 잡고 방바닥을 들춰냈다.


 역시 불어오는 루어의 찬바람. 찬바람이 멎은 다음에 드디어 철로 된 상자가 내 눈 앞에 있었다.

 상자를 들어올렸다. 더 이상 상자는 차갑지 않았다. 상자의 뚜겅을 열었다. 흠칫 놀랐다. 거기에 들어있는 것은 어떤 빵집 주인장의 명함과 워먼덱스에 딸려있는 전자 설명서 같은 거였다.

 나는 재빨리 그걸 꺼냈다. 그리고 생각했다. 워먼덱스에 왜 이런, 어울리지도 않는 빵집의 명함이 있는 걸까.
 그러고 보니 이 빵집의 로고 어딘가에서 본 것 같기도 한 것 같았는데... 떠오르는 기억을 잡으려고 발버둥 쳤지만 기억은 저 멀리 도망가 버렸다. 에잉.


 그리고 문제의 설명서 같은 전자책.
 나는 아이패드처럼 생긴 그 전자책을 멀뚱멀뚱 쳐다봤다. 이거 어떻게 움직이는 거야? 이거 터치스크린인가? 눌러봤지만 아무것도 일어나지가 않았다. 열려! 설명서 나에게 내용을 보여줘! 워먼덱스의 물품들을 사용할 때처럼 그렇게 말해봤지만 무용지물.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설명서 조작에 애를 먹는 동안 뭔가 싸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검정색과 붉은 색의 빛이 비치는 것을 깨끗이 닦은 철제 상자가 말해주고 있었다.
 위험해. 위험해. 나는 설명서와 명함을 내 품안에 넣고는 떨고 있었다. 워프캡슐을 찾는 가련한 내 손. 하지만 워프캡슐 주머니를 입에 털어 넣기 전에 빨간 헤드폰을 낀 그가 나를 발견하는 것이 더 빨랐다.
 “선우...?”
 뒤돌아보기 싫었다. 다리가 후들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흘렀다. 하지만 자동적으로 내 시야는 뒤쪽으로 옮겨지고 그 시선의 끝에는 우두커니 서있는 헤일로가 나를 보고 있었다.
 결국, 들켜버렸다.
 나를 보고 경악하는 헤일로를 봤다. 어지럽게 널브러진 내 마음도 함께 보였다. 나는 그를 보고 웃었다. 지금 내가 왜 웃고 있는 지도 모르는 상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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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덜너덜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약점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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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메뉴 : 맛이 자꾸 변하는 신기한 프레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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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머물다 간 자리 나르시시즘이 머물다 가고
나르시시즘이 머물다 간 자리 자괴감이 머물다 가고
자괴감이 머물다 간 자리 조증이 머물다 가고
조증이 머물다 간 자리 슈퍼 조증이 머물다 가고
슈퍼 조증이 머물다 간 자리 또 자괴감이 머물다 가고
자괴감이 머물다 간 자리 체념이 머물다 가고
체념이 머물다 간 자리 슬픔이 머물다 가고
그러다가 이런 자신의 처지에 쓰고 단 웃음을 보내고
슬퍼지고

 

(무한 반복)



From. 레스토랑 셰디 전속 마법사
비스무리 셰디 바르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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