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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메뉴 : 세상을 총천연색으로 물들이는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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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총천연색으로 물들이는 약의 재료

 

지극히 개인적인 음악 ??정 

지극히 개인적인 미디어물 ???L
지극히 편향적인 책들 ??정
매일 일어나는 여러가지 모양의 해프닝들 ??정
갓 구워 따끈따끈한 푸른 하늘 ?????cm
꿈 ????L


 

처방 의료인
비스무리 셰디 바르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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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더 24. 집착의 버건디(1)


 

 

 

 



 

 아직 전등이 꺼지지 않은 오후 3시.

 뛸 일이 많을 것 같아 나는 치마에서 치마바지로만 갈아입고 바로 기숙동 방을 나와서 가로등 길을 뛰었다. 쿵, 쿵, 쿵, 쿵. 계단을 밟고 내려가는 소리가 마치 내 심장 소리 같았다.
 학교를 벗어났다. 곧장 오른쪽으로 달렸다. 나에게 그 마법이 걸린 그 때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도망치려고 달리는 게 아니다. 빛에 다가가려고 달린다. 나를 받아들여준 그녀를 위해. 


 “선우.”
 “왜.”
 숨을 겨우 내뱉으며 말했다.
 “지금부터 워먼덱스의 기능을 소개할 테니까 잘 들어. 여차할 때 쓸 수가 있을 것 같아서 말야.”
 “헉.. 그걸 왜 뛰면서 말하는 거야. 헉...”
 “그건 정말 미안! 근데 나중에 되면 못 말할 것 같아서.”
 “하여튼, 말해봐.”
 “그래.” 



 보이더는 한번 침을 삼킨 다음 말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별 워프 기능.”
 “응.”
 “내장된 총을 꺼내는 기능.”
 “응.”
 “잠자리 먹거리 제공.”
 “응.”
 .... 그게 엄청 부럽단 말이야. 공짜 밥이라니.
 워먼덱스에는 그거 외에도 놀라운 기능들이 있었다.(다른 물체에 스며드는 기능. 주인 모니터 기능 이 밖에도 별 볼 일 없는 20개 이상의 기능들이 있다고 했다.) 특히 보이더가 말한 마지막 기능에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것 무엇이든 변할 수 있는 기능.” 


 “정말?”
 “응.”
 “설령 그게 놀이공원이나 빌딩 같은 큰 거라도?”
 “응. 뭐, 설명서에 보면 탑승자의 심신 안정을 위해서 이 기능을 넣었댄다.” 


 그것이 정말 가능한 일?
 워먼덱스는 기적의 이민기구라고 불릴만한 기능들을 다 갖추고 있었다. 이 기능을 왜 워먼덱스에 다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기능들을 잘 사용하면 루어에게 제대로 된 빅엿을 먹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보이더의 설명이 끝나자 우리는 벌써 그 빵집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는 당당히 쳐들어갔다. 


 빵집은 손님도 없이 조용했다. 평소의 빵집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야! 루어 퀸비. 얼른 나와!”
 보이더가 있는 힘껏 루어를 불러보았지만 루어는 나오지 않았다. 이상하다. 루어의 이때까지의 행적을 보면 보이더가 부르면 총알같이 달려 나올 녀석인데?
 아, 그러고 보니 그 아주머니는?
 “보이더, 그 빵집 아주머니가 없어.”
 “아주머니가 없다고?”
 “응. 여기 다 둘러봤는데 코빼기도 안 보여.”
 “그래?”
 보이더는 나에게 대답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아, 야야.”
 “왜.”
 “주방에 가면 뭔가 알 수 있을지 않을까?”
 “그럼 가보자.”
 우리는 신속히 주방으로 쳐들어갔다.
 “야! 대답을 해. 우리가 쳐들어와줬다고!!”
 보이더는 정말 화가 많이 난 모양이었다.(마음에 걸리겠지. 일이 이렇게 돼버렸으니.)
 격자무늬의 벽에 얼음이 가득했고, 그 벽에 기대어 누군가가 죽어있었다. 꽁지머리의 그 사람은 온몸이 얼어있었고 피부와 표정은 창백했다. 생전 화사했던 미소 따위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 사람은 ... 나랑 안면이 있었다.

 “.... 아줌마.”
 “......”
 보이더는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았다.
 나도 충격을 많이 받았다.
 우리 둘은 말없이 행동을 취했다. 보이더는 허리춤의 자기 총으로 얼어버린 벽을 부수었고, 나는 빵집 아주머니에게 걸려있는 목걸이를 끌러 내 목에 걸었다. 목걸이가 내 목에 걸리자 그녀는 철가루를 휘날리며 사라져갔다.
 순간, 왜인지 헤일로 생각이 났다.



 “.... 가자. 벽 속에 또 다른 방이 있었네. 그곳에 루어가 있을지도 몰라.”
 “응.”
 우리는 주방을 벗어나 주방에서 이어진 방으로 들어갔다.
 검은 색과 빨간색의 스트레이트. 그 구석에 눈을 감은 채로 서있는 루어와 깨진 거울 조각이 있었다. 그 녀석의 주변에는 붉은 오오라가 퍼져 있어 섬뜩한 느낌을 더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런 루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오오라가 나오고 있으니까, 죽은 건 아니겠지?”
 “알고 있네.”
 보이더는 나를 보고 웃었다. 


 

 “자신에게 마법을 걸어가지고서는, 정말. 볼품없는 여자.”
 “.... 마법을 자기에게 걸었다고?”
 “그래.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버린 거지.”
 나는 루어를 빤히 바라봤다. 정말,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넌 뭣 때문에 이런 짓을 하는 거야?


 “가자.”
 “어디로?”
 “루어 안으로.”
 “... 응.” 


 보이더와 나는 루어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영화의 씬이 바뀌듯, 그 빵집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푸른 하늘빛이 우리를 감싸 안았다. 


 이 하늘에 내리쪼이는 것은 버건디의 햇살. 


 “여긴...”
 “루어의 개인 공간. 마음 속 풍경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렇구나.”
 참 쓸쓸하게 생겼네. 


 작열하는 태양의 아래에 꼿꼿이 서있는 꽃 따위는 일절 없다. 나와 보이더는 삭막한 사막을 둘러보며 슬비를 찾았다.
 슬비-----!! 들리면 말을 해! 리본 소녀-! 어디 있어? 괜찮아? 대답해---! 우리는 큰 소리로 여러번 슬비를 불러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슬비의 건강한 목소리가 아니라 걱정 가득한 이방인들의 목소리였다. 나나 보이더나 할 것 없이 한숨이 나왔다. 



 “... 이 넓은 공간에서 슬비를 어떻게 찾냐?
 “몰라. 일단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찾아봐야지.”
 “방법은 그것밖에 없겠지? 아마도.”
 어쩔 수 없네. 목소리가 망가지도록 찾아보자.
 슬비이---! 슬비---!!! 황량한 사막에 외치는 소리가 둘. 답신은 아직도 없음. 그래도 포기할 생각은 없음. 우리는 최대한으로 목소리 음량을 높여 슬비를 계속 불렀다. 제발 우리 목소리를 알아채줘! 살아 있는 거지? 죽은 거 아니지? 마음 속에 불안과 어둠이 채워져 갔다. 



 “슬비, 기절했나?”
 “.. 듣고 보니 그럴 가능성도 있겠네.”
 “죽진 않았겠지?”
 “야! 그런 불길한 생각은 하지 마. 리본 소녀는 살아있어.”
 “내가 나쁜 거지? 미안.”
 “..... 믿자, 리본소녀를.”
 내 머리가 어떻게 돼버렸나 보다.
 보이더와 나는 계속 슬비를 부르면서 전진을 했지만 여전히 별 성과를 못 봤다. 하지만 계속 길을 갈 때마다 누군가가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 난 이걸 보이더에게 말했는데 보이더는 듣지 못했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분명 들었는데? 내 귀가 드디어 이상해진 건가?

 

 뭐, 상관없다. 

 하여튼 우리는 슬비를 애타게 부르면서 길을 걸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소리는 내 귀를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커지기만 했다. 이번에는 보이더도 들었는지 나에게 물어왔다. 


 “너 아까 들은 게 이 소리?”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응. 이 소리.”
 “.... 쫓아오는 사람들이 많은....”
 응?
 “보이더 왜?”
 “야! 일단 뛰어. 사이보그야!”
 보이더가 바라본 저 끝에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우리들을 쫓아오고 있었다. 붉은 눈을 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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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편 돌입!! 조금 내용이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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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메뉴 : 굴뚝에서 연기가 퐁퐁 피어나오는 세피아색 과자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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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라는 것은 무섭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세피아 색.
내가 언제 물들어버렸는 지도 모른다
슬프면서도 기쁘면서도 아련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곳'의 향기가

 

 

 


From. 레스토랑 셰디 총 주방장
비스무리 셰디 바르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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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더 23. 구출 준비

 

 

 

 “선우....”
 “...... 어.”
 나는 보이더를 보며 쓴 웃음을 지었다. 요즘 너 눈물 많아졌어. 너무 많아졌어.
 “야...... 또 우....냐?”
 “지금 니 상황 보고 울지 않을 사람 없을 거다. 하여튼.... 엉망진창으로 당했네. 우리들.”
 “.. 그러네.” 

 

 서로를 바라봤다. 정말 엉망진창이네. 보이더는 얼굴에 화상자국. 팔과 다리에 자잘한 상처. 나는 등에 멍이 들고 두 무릎과 오른쪽 손목에 피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 특히 내 오른쪽 손목을 움직일 때마다 날카로운 통감이 나를 괴롭혔다. 아마도 현대의학으로는 그렇게 빠른 시일 내에는 나을 수 없을 것이다.

 

 

 

 

 

 

 

 


 

 “걸을 수 있겠어?”
 보이더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니가 보조만 해준다면... 어떻게든 걸을 수 있겠지.”
 “아니면 그냥 내가 업어줄까?”
 “아냐. 나 혼자서 걸을 수 있어. 너도 다쳤잖아.”
 “.. 그려.”
 나는 보이더의 도움을 받아서 일어섰다. 몸은 꽤 아팠지만 마음은 아까보다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일단 네 방으로 가자. 거기에 네 안경이 있으니까 그쪽에 들어가서 내가 상처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가져올게.”
 “알았어. 그리고 내가 발견한 것도 보여주고.”
 “엉. 그러자.”
 보이더와 나는 서로를 의지 하면서 내 기숙사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
 이렇게 해서 박선우와 헤일로 벨사다 킷 니쿱힐의 데이트는 피바람으로 막을 내렸다.



 

 나의 사랑스러운 기숙사 방 604호에서 우리들은 서로의 상처에 소독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여주었다. 나는 보이더가 워먼덱스에서 가져온 고양이 밴드를 보면서 쿡쿡 웃었다. 내 방에 옅게 펼쳐지는 분홍색 장미. 어머, 이거 정말 귀여워. 보이더는 그런 나를 보며 덩달아 웃었다. 아마 내가 이렇게 넋 놓고 귀여워하는 모습은 처음 봤겠지. 암, 그렇고말고.
 보이더는 내 무릎에 밴드를 붙여줬다. 그 다음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 없을 것 같은 작은 약병을 들고서 보이더는 내 오른 팔목으로 얼굴을 돌렸다. 한순간 그녀의 분홍빛 은하수가 흔들렸다.
 “하아...”
 뱉은 한숨에 너무나도 슬픈 기운이 묻어났다.
 보이더는 내 오른 팔목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서 그 약병에 들어있는 액체를 뿌렸다. 투명한 그 액체는 내 손목에 스며들며 빛을 발했다. 부드러운 빛이 몇 분간 내 손목을 감싸 안다 간 자리엔 붉게 물들었던 내 손목은 원래의 색을 되찾았다.(놀랄 건 없다. 저쪽엔 이게 평범한 거다.)
 “휴.. 다행이다.”
 “응. 이거로 일단은 안심이네. 그래도 무리는 하지 마. 여기 피부조직이 약해져 있을 테니까 평소보다 상처가 나기 쉬울 거야.”
 “알았어. 조심할게." 


 

 "근데, 보이더 너는?”
 “난 뭐, 이런 상처를 처음 겪는 처지도 아니니까. 괜찮아. 이정도 쯤이야 견딜 수 있어.”
 “정말?”
 걱정을 담아 말을 건넸다.
 “정말이야. 날 믿어.”
 “알았어.”
 나는 그녀를 믿기로 했다. 어차피 보이더는 이런 거 나보다 잘 알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내가 필사적으로 지켜낸 빵집의 명함과 전자 책 같은 거였다.
 “... 그게 헤일로의 워먼덱스에서 가져온 거야?”
 “응.”
 나는 내가 보지 못했던 전자책을 보이더에게 건넸다.
 “혹시 이걸 좀 봐줄 수 있어? 보려고 했는데 내가 작동방법을 몰라가지고.”
 “그게 뭔데?”
 “나도 몰라. 설명서 같은 거 같은데?
 보이더는 그 전자책을 째려보더니 한 마디 했다.
 “나열해.”
 그러자 전자책에서 빛이 나더니 홀로그램들이 보이더의 주변을 둘러쌌다.
 뭐야... 되게 허무하게 끝나네. 

 “아. 열렸다.”
 “그렇게 쉽게 되는 거야?”
 “뭐. 이쪽이 원래 내 별에서 통용되던 책이니까.”

 “하긴.. 그렇겠네.”
 보이더는 나를 보며 옅게 웃었다.


그런데 그 홀로그램들을 훑어보는 보이더의 눈빛이 점차 일그러져 갔다.
 “선우.”
 “왜?”
 “나 미치겠다.”
 “뭐 때문에.” 


 “루어 퀸비 그 녀석. 그 녀석이 워먼덱스를 만들었네..”
 “정말?”
 한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 걔가 이런 훌륭한 이민 기구를 만들었다고?
 “응.”
 “그걸 어떻게 알아?”
 “이 전자책이 설계도인데, 여기 설계자 이름이 루어야.”
 “..... 그래?”


“그 놈. 무슨 생각으로 이걸 만들었을까?”
 “왠지 상상이 안 가.”
 보이더도 나도 인상을 찌푸렸다. 루어와 워먼덱스라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조합이다.
 ... 그렇다면 루어가 특별히 워먼덱스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뭐였을까?
 
 “아, 그리고 보이더.”
 “왜?”
 “이 명함 좀 봐줘.”
 “명함? 어디 보자.”
 나는 헤일로의 워먼덱스에서 찾아낸 빵집의 명함을 줬다. 보이더는 그 명함을 받아 들더니 씨익, 웃음을 지었다.
 “아마 여기가 루어가 있는 곳일까? 그 워먼덱스에 명함을 가져온 걸 보면 헤일로가 자주 들락날락거렸단 거잖아.”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렇지.”
 “근데 너 지금 이걸 보고 뭔가 떠오른 게 있어? 나 이거 보고도 별로 생각이 나질 않아서..”

 “.. 내가 여기를 잊어버릴 리가 없어.”
 “에? 여기가 어딘걸 알고 그래?”
 “너는 기억 안나?”
 “그걸 모르니까 이렇게 너에게 물어보는 거 아냐..”
 “네가 슬픔의 세피아를 피하기 위해 들어간 빵집. 그곳이 이곳이야.”
 아.
 “그 곳?”
 “응.”


 “하아. 왠지 배신당한 느낌이 든다.”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하아. 그 여주인의 미소에 그때 구원받았는데, 설마 이런 일이 될 줄은.
 그래도 이걸로 슬비가 있는 곳까지 갈 수 있다.
 “... 보이더, 이제 얼른 가자.”
 “그래.”
 우리들은 기숙사 방을 박차고 나와서는 바로 그 빵집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무릎이 아팠지만 상관없다. 나중에 좀 쉬면  된다. 드디어 빛이 보인다. 잡을 수 있다. 기다려. 지금 바로 구하러 갈게. 그렇게 맹세하며 우리는 달려 나갔다.



-


 

 이제 한계야. 몸도 마음도.
 전부 부서질 것 같아.
 배고파.
 목말라.
 .... 보고 싶어.
 빨리 데리러 와줘.
 나를 밝혀줘.
 생기를 다시 불어 넣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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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선우. 미안."
 ".. 왜 니가 미안해하는 건데."
 "따지고 보면 나 때문에 리본소녀도 잡혀가버렸고, 거기다 너도..."
 "그만."
 "에..?"
 "넌 잘못 없어. 루어녀석이 다 잘못한거잖아. 자책하지 마."
 

 "... 알았어."





---


드디어 겨우 끝이 보여..(슬비 오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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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더 22. 침투(3)





 

 아, 나는 살았다. 


 “역시, 미행하길 잘했네. 괜찮아?”
 “.... 살아있긴 해.”
 “그래. 너는 영화관에 숨어있어.”
 “정말? 그래도 돼?”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보이더에게 되물었다. 


 “그 외의 선택지가 너한테 있기나 하냐? 빨리 가.”
 “아.. 알았어.”
 나는 재빨리 그 넓은 공포의 피 광장을 뒤로 했다. 무릎이 욱신욱신. 고통이 뒤따라서 날 쫓아왔다. 헤일로도 나를 붙잡으려 달려오려고 했지만 보이더가 헤일로의 어깨를 잡았다. 지금까지 내가 본 적 없는, 따뜻한 감정이라고는 없는 표정을 하고서.


 



 

 “어이. 따라가지마.”
 “적을 섬멸합니다.”
 “지금 네 적은 나야. 선우는 네 적이 아냐. 그 애를 따라가지마.”
 “.. 소장 정보 N0. 2 보이더 디르 픽 메카트니를 갱신합니다. 지금까지 갱신한 횟수 오천.”

 보이더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네 주인은 내 스토커라도 되는 거냐?”
 “플랜을 변경합니다. ‘소장 정보 N0. 2의 생포'플랜을 시작합니다.”
 영화관 로비에 준비된 푹신한 소파에 걸터앉아서 아주 느낌이 껄끄러운 영화를 감상했다.
 바늘방석에 앉아있는 느낌이었다.

 보이더는 내가 생전 처음 보는 총을 들고 헤일로를 쏘려고 했다.(워먼덱스에 내장되어있지 않은, 보이더 소유의 총 같았다.) 하지만 그 전에 날린 헤일로의 주먹이 먼저였다. 헤일로의 주먹은 보이더의 어깨에 직격, 그 충격으로 들고 있던 총까지 떨어뜨렸다. 헤일로가 그 틈을 노려 보이더의 목을 노리려 했지만 보이더는 재빠르게 그걸 피했다.
 나라면 상상할 수 없는 순발력.
 그 다음에는 한동안 보이더가 일방적으로 헤일로를 공격했다. 머리, 어깨, 팔. 등등. 처음에는 주먹으로만 싸우다가 헤일로가 쉬고 있는 틈을 타서 떨어진 총을 주웠다. 멀리서 본 보이더의 손에는 굵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 고통이 나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아니 나에게도 확실히 전해졌다. 아팠다.
 절대로 무릎의 통증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 이후로 보이더는 총으로 헤일로를 공격했지만 헤일로는 보이더의 그 어떤 공격도 견뎌냈다. 보이더의 총격에 헤일로가 입고 있던 핑크 스웨터는 찢어지고 그 안에 숨겨져 있던 몸체가 드러났다.
 멀리서 딱 보아도 단단할 것 같은 몸체. 그 어떤 공격에도 부서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나에게 들었다. 보이더는 놀라며 그에게 뭔가를 말했다....... 전문은 모르겠지만 사이보그라는 입모양은 확실히 보았다.
 영화관이 갑자기 서늘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때부터 헤일로가 보이더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퍽! 퍼억! 퍽! 불을 뿜는 주먹의 외침이 여기까지 메아리치는 것 같았다. 보이더의 몸 여기저기 상처가 새겨졌다. 까맣게 타버린 상처가 붉은 색과 섞여 흘러내렸다. 

 ...........

 안 돼, 더 이상은 안 돼. 내가 못 견디겠어! 



 난 스크린을 뛰어 넘었다. 영화관 직원의 비명은 상관없다. 무릎의 비명도 소용없다. 지금 내가 아파하고 있다. 그런데 상황을 따질 땐가!!
 보이더는 헤일로가 낸 상처에 아파하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상대는 지금 자신을 보며 무표정을 가장한 비웃음을 날리고 있다. 나는 달렸다. 정말 이대로라면 보이더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찌릿! 찌릿! 찌릿!)
 헤일로가 보이더를 기절시키려고 명치에 주먹을 내지르려 할 때였다. 헤일로의 눈빛이 빛났다. 보이더는 무표정이었다. 그 사이를 내가 끼어들었다. 휙! 온몸을 이용해 헤일로를 밀쳤다. 



 

 보이더의 무표정이 무너졌다.
 “선우?”
 “괜찮아?”
 “아, 응.”

 “다행이네.”
 난 온 힘을 다해 웃어보였다. 얼굴에 상처가 나서 피가 흘러나왔다. 


 보이더의 곁에 가려는 데 갑자기 느껴지는 한기. 고장 난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뒤를 돌아보니 헤일로가 누운 채로 내 손을 꽉 쥐고 있었다. 

 “플랜을 변경합니다. ‘기밀문서의 탈환’플랜을 재개합니다.”
 “잠만 스톱! 스토-옵!”
 헤일로는 내 손목을 잡아 틀었다. 지금까지 내가 겪었던 고통하고는 비교를 불허하는 고통이 내 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상처입은 무릎에 힘이 풀려서 나는 주저 앉았다.

 아아아악!! 아파! 아파! 아파! 아파! 나는 있는대로 고통을 지르다가도 이를 악 물며 참아보려 했다. 보이더가 처량하게 내 이름을 불렀다. 보이더의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나는 얼굴을 돌렸다. 그 애에게 난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이 아픔은 보이더가 겪은 아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냐. 정말 아무것도 아냐!


 손목을 다쳐 아파하고 있는 나에게 헤일로가 다가와, 다시 한 번 주먹으로 내 배를 쳐 기절시키려고 했다. 지금 내 무릎 상태로는 헤일로를 피할 수도 없어 나는 주저앉은 채로 헤일로를 쳐다봤다. 안 다친 손으로 어떻게든 내 안에 있는 것을 지키려고 했다. 안 된다. 이것들은 빼앗기면 절대로 안 된다. 이것들이 없으면 슬비를 구할 수 없다.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슈욱하고 헤일로의 주먹이 내 배를 향해 날아오고 나는 찔끔 눈물을 흘리며 헤일로를 바라봤다.
 



'퍽!'


 누군가가 헤일로의 머리를 때리는 소리가 났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헤일로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아마 그 누군가가 헤일로 머리 어딘가에 있는 슬립모드 스위치를 켰겠지.

 “어머? 선우 양?”
 ..... 그 끔찍한 목소리의 주인을 나도 보이더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왜 여기 나타났는지 모른다. 뭐야! 우리를 해치러 온 것인가? 


 “루어.. 여긴 왜 온 거지?”
 나를 구하러 헤일로에게 총을 쏘려던 보이더가 치를 떨며 말을 했다.
 “어머. 왜긴. 다알링하고 선우양이 꽤 위험한 상황인 것 같아서, 구해주러 왔지.”
 “그, 그래?(저 말은 사실이겠지. 하지만 루어는 그렇게 우리를 놓아주고 더 큰 절망을 보여주고 싶어 하잖아! 저런 바퀴벌레 같은 놈!)”
 “그럼. 사실이라고? 내가 거짓말하는 줄 알았지?”
 “아니. 네 말이 거짓말인지 사실인지는 별로 상관 안해”
 “에? 그래? 실망이네.”
 “.... 뭐가 실망이라는 거야..”

 왼쪽 손목으로 피가 나는 오른쪽 손목을 쥐며 루어를 째려봤다. 루어는 이런 내가 귀여운지 자꾸 머리카락을 만지려고 다가왔다. 하지 마! 제발! 좀!!
 “한 번만 만져보자. 응?”
 “안 돼. 네가 나를 만질 자격은 없잖아?”
 “..... 에이. 그래도.”
 “택도 없어요. 너는.”
 루어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고 보이더는 그런 루어에게 분노하고 있었다. 헉, 엄청나게 무서운 표정하고 있네.
 “하여튼, 둘이 합심해서 날 찾아와봐 알았지? 안 찾아오면 알지?”
 “물론. 이번에야 말로 네놈의 숨통을 끊어주지.”
 “그래! 그것도 나쁘지는 않지~ 다알링의 칼에 숨이 끊어질 수만 있다면 난 좋아.”
 “미친 여자.”
 ‘싱----긋.’
 “칭찬 고마워!”
 그 말을 끝으로 루어는 슬립모드의 헤일로를 들쳐 메고 검은 깃털 회오리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정말 미쳤네, 저 여자는. 보이더는 루어를 보고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고, 나를 보면서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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