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더25. 집착의 버건디(2)


- 약 수위 욕 주의



 

 으아아아, 정말 우리에게 무슨 원수라도 졌냐? 내 기구한 운명에 하이킥을 날리고 싶었지만, 슬비를 위해 입을 꾹 다물고 이를 갈며 내 다리에 힘을 공급했다. 


 “선우. 헉... 빨리, 헉.. 총 꺼내!”
 “헥... 총? 없어!”
 “워먼덱스에서 꺼내면 되잖아! 바보!”
 “헉... 맞네.”

 재빨리 워먼덱스에서 총을 꺼냈다.
 “자, 일단 막는 데까지 막아보자.”
 “오케이!” 


 우리는 바로 전투태세로 들어갔다. 보이더는 항상 허벅지 춤에 장비하고 있는 총을 꺼냈다. 그리고 사이보그들에게 총을 쐈다. 하얀 광선이 붉은 눈의 사이보그들을  박살낼 때마다, 사막의 하늘에는 철가루가 휘날렸다.
 나는, 겁에 질려서 겨우 제 앞가림만 했다.
 “우아아.... 정말 무섭게 생겼다. 꺼져!”
 ‘탕! 탕! 탕!
 연기가 휘날림과 동시에 사이보그가 모래 바람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하지만 그 뒤에 또 다른 사이보그가 나를 향해 뛰어 올랐다.
 오지 마! 오지 마! 오지 마! 제발!!
 하지만 그 사이보그는 나의 겉옷을 물고 넘어뜨렸다. 사이보그의 얼굴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어이 어이 어이, 스톱!
 “이런 짐승!”
 (..... 사이보그는 감정이 없지만..)
 나는 겨우 총으로 그 사이보그를 기절시켰다. 그리고 그 자리를 떠나 도망쳐서 일단 그들과의 거리를 넓힌 다음에 총을 쏘기 시작했다. 잘 안 맞아서 고생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명중률이 높아졌다.
 보이더는 그걸 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어-이! 이제 됐어. 도망치자.”
 “도망? 왜!”
 “얘들 너무 수가 많아. 우리가 상대하기엔 벅차! 이 사람들하고 싸우는 건 무리야. 어느 정도 정리했으니까 도망가자고!”
 “알았어!”
 빨리 납득하고 우린 도망가기 시작했다. 뭐, 사이보그들과 거리는 벌려놨으니 당분간은 괜찮겠지.
 우리는 계속 달렸다. 말도 하지 않았다. 둘이서 작전을 나눌 시간 따위는 없었다. 사이보그들은 정말 끈질겨서 우리를 지구 끝까지 쫒아올 기세였다. 정말 징그러웠다. 우리를 좀 포기해!
 달리다 보니 언젠가부터 사이보그들의 발소리가 멈춘 거 같았다. 이제야 우리는 숨을 몰아쉬었다. 정말 끈질긴 녀석들이네. 마음속으로 웃었다.
 하지만 왜 이렇게 불안한 거지? 그 무식한 사이보그들에게 소몰이 당해서 여기에 왔잖아. 거기다가 그 사이보그들은 불시에 사라졌어. 마치 짜고 친 것 같이.



 “이제 다 쉬었어?” 


 순간 우리들은 흠칫했다. 너무나도 섬뜩한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리라.

 “이 목소리는...”
 

 “설마, 사이보그들을 이용해 우리들을 몰아넣은 거야? 루어.” 


 “하이~ 달링. 그 말씀대로야~”
 루어는 보이더를 보며 말했다.
 루어의 바로 뒤에는 검은 깃털로 된 의자에 기절한 슬비가 앉혀져 있었다. 젠장, 이러면 슬비가 어떤 상탠지를 우리가 알 수 없잖아! 


 (어떻게 보면 우리가 수고를 던 것일 수도 있다. 덕분에 우리는 슬비와 이렇게 마주할 수 있으니까.) 


 “오랜만이야!”
 “그려. 겁나게 오랜만이네.”
 차가운 눈빛으로 루어를 봤다.
 “어이, 좀 따뜻하게 대해주면 안 돼?”
 “무리. 그것보다 슬비를 얼른 내놔.” 


 “돌려줄까? 아이~ 근데 얘가 얼마나 귀여운지 돌려주기가 싫어. 평생 내 것으로 해서 인형의 집에 놔두고 돌봐줄까?” 


 루어는 조금 뒤로 가서 슬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루어의 그림자가 걷히고 드디어 감춰진 슬비의 모습이 보였다. 


 슬비의 상태는,
 …….
 처참했다. 배에 있는 큰 상처를 시작으로 꽤 자잘한 상처들이 많았고 잘 못 먹었는지 학교에서 볼 때보다 많이 말라있었다. 


 “리본 소녀..!!” 


 “………….” 


 ‘슥.’
 “선우?”

 루어의 눈앞으로 전진해 그녀에게 총을 겨눴다. 

 내 눈은, 반쯤 풀려있었다. 

 “선우!”

 “죽어.”
 “어머♡ 무서워라.”
 “........”
 “그렇게 무서운 눈으로 째려보지 마~ 여긴 어차피 가상의 공간이야. 슬비는 어차피 밖으로 나가면 상처 하나 없어.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  그냥 죽어.
 “어머~ 너는 날 죽이지 못해요. 나도 죽지 못해서 여기에 있을 뿐인 걸.”
 “....”

 “사실 난 너에게서 보이더만 채가면 돼~”
 “보, 이더를?”
 “그래. 달링을 나에게 넘겨 주면 다 끝나는 일이라고? 달링을 넘겨주면 나도 네 친구를 넘겨줄게!"

 "......."


 비겁한 놈.

 사람의 탈을 쓴 악마다, 그녀는. 남의 친구를 갖고 노는 악질이다. 

 

 그런 그녀가 나에게 그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일생동안 고향별에서 배척당한 불길한 마법사, 불사신인 내가! 친구 하나쯤 가져도 되는 거잖아? 아무리 다른 사람에게 죽을 만큼 미움 받더라도, 친한 친구를 만든다는 건 용서 받을 수 있는 행위인 거 맞지?”
 “......”
 “그래서 만들었어~ 워먼덱스를. 보이더랑 둘이서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서. 그래서 카르텔을 멸망시켰어. 보이더랑 단 둘이 있으려고! 그리고 워먼덱스를 달링의 바보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주었지. 언젠가 이 별에 큰 폭파가 일어난다고 예언자 행세를 하면서 말이야. 그들은 긴가민가하면서도 결국엔 워먼덱스를 받더라고?” 


 나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이더를 바라봤다. 이미 보이더의 눈에는 항상 흐르던 분홍색 은하수가 사라져있었다.


 “..... 그, 그런 시답잖은 이유로 우리별을 멸망시켰어?”
 “잠시만 다알-링? 지금 내 탓으로 달링의 별이 멸망했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그럼 누가 우리별을 멸망시킨 건데! 말해 봐. 누가 멸망시킨 거냐고!!”
 보이더가 울부짖었다. 마치 길을 잃은 아이가 우는 것처럼. 루어는 그런 보이더를 보면서 웃은 다음에 네이비 색 눈동자를 빛내며 말했다.


 “네 별을 멸망시킨 건 너야.”


 “..... 나?” 

 “그래. 보이더 디르 픽 메르타니, .”

 “......”

 “생각해 봐. 달링이 없었더라면 내가 달링에게 매달리지 않았을 거야. 달링이 태어나지 않았으면 내가 나를 닮은 초능력자 찾기에 매달리지 않고 그냥 움츠린 채로 평생을 살고 있었겠지.”

 “....”

 보이더의 눈이 빛을 잃어갔다.


 “하지만 날 조금이라도 닮은 네가 있었기에 난 모든 사람을 다 죽이고 너와 단 둘이서 이 세상을 살아갈 계획을 짠 거야!”

 절망적인 말.


 

 그 말을 들은 보이더의 손이, 다리가 떨려왔다. 금방이라도 무릎이 땅에 닿을 것 같다.

 안 돼.

 “! 달링의 가족을 죽이고, 별을 파괴한 장본인은! 엄밀히 말하자면 보, , 더 너어라안 말.....”


 퍼억!’

 나는 재빨리 루어의 왼뺨을 주먹으로 쳐서 때려 눕혔다. 루어의 왼뺨이 벌겋게 물들었다.


 “이 미친년이 무슨 소리를 쳐 지껄이고 있는 거야? 지금!!”

 “..... 선우..?”


 “지금 네가 한말 그대로 내가 되돌려줄게. 루어 퀸비, 보이더의 별을 멸망시킨 건 너야.”
 나는, 쓰러져있는 루어의 면상에 다시 총을 들이밀었다.


 “보이더의 잘못이 아니라고. 이 쓰레기만도 못한 여자.” 



 루어는 그런 나를 보고는 상큼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 많이 성장했네? 나에게 이렇게 굴 줄도 알고.”
 ‘딱!’ 


 “그럼, 얘한테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한번 지껄여봐.”

 루어가 손가락을 튕기자 갑자기 허리에 둔탁한 통증이 느껴졌다. 콰탕! 나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들고 있던 총도 놓쳐버렸다. 내 허리에는 피가 새어나오는 느낌이 들었고 내 눈은 하얗게 물드는 듯 했다.

 ... 나는 이 아픔을 안다.

 “헤일로..”

 내 허리에 주먹을 찔러 넣은 헤일로는 고통스러운 눈빛을 한 나를 보고도 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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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우주적 스토커 망상장애 먼치킨 공순이 최종보스 루어 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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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메뉴 : 세상을 총천연색으로 물들이는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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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총천연색으로 물들이는 약의 재료

 

지극히 개인적인 음악 ??정 

지극히 개인적인 미디어물 ???L
지극히 편향적인 책들 ??정
매일 일어나는 여러가지 모양의 해프닝들 ??정
갓 구워 따끈따끈한 푸른 하늘 ?????cm
꿈 ????L


 

처방 의료인
비스무리 셰디 바르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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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더 24. 집착의 버건디(1)


 

 

 

 



 

 아직 전등이 꺼지지 않은 오후 3시.

 뛸 일이 많을 것 같아 나는 치마에서 치마바지로만 갈아입고 바로 기숙동 방을 나와서 가로등 길을 뛰었다. 쿵, 쿵, 쿵, 쿵. 계단을 밟고 내려가는 소리가 마치 내 심장 소리 같았다.
 학교를 벗어났다. 곧장 오른쪽으로 달렸다. 나에게 그 마법이 걸린 그 때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도망치려고 달리는 게 아니다. 빛에 다가가려고 달린다. 나를 받아들여준 그녀를 위해. 


 “선우.”
 “왜.”
 숨을 겨우 내뱉으며 말했다.
 “지금부터 워먼덱스의 기능을 소개할 테니까 잘 들어. 여차할 때 쓸 수가 있을 것 같아서 말야.”
 “헉.. 그걸 왜 뛰면서 말하는 거야. 헉...”
 “그건 정말 미안! 근데 나중에 되면 못 말할 것 같아서.”
 “하여튼, 말해봐.”
 “그래.” 



 보이더는 한번 침을 삼킨 다음 말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별 워프 기능.”
 “응.”
 “내장된 총을 꺼내는 기능.”
 “응.”
 “잠자리 먹거리 제공.”
 “응.”
 .... 그게 엄청 부럽단 말이야. 공짜 밥이라니.
 워먼덱스에는 그거 외에도 놀라운 기능들이 있었다.(다른 물체에 스며드는 기능. 주인 모니터 기능 이 밖에도 별 볼 일 없는 20개 이상의 기능들이 있다고 했다.) 특히 보이더가 말한 마지막 기능에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것 무엇이든 변할 수 있는 기능.” 


 “정말?”
 “응.”
 “설령 그게 놀이공원이나 빌딩 같은 큰 거라도?”
 “응. 뭐, 설명서에 보면 탑승자의 심신 안정을 위해서 이 기능을 넣었댄다.” 


 그것이 정말 가능한 일?
 워먼덱스는 기적의 이민기구라고 불릴만한 기능들을 다 갖추고 있었다. 이 기능을 왜 워먼덱스에 다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기능들을 잘 사용하면 루어에게 제대로 된 빅엿을 먹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보이더의 설명이 끝나자 우리는 벌써 그 빵집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는 당당히 쳐들어갔다. 


 빵집은 손님도 없이 조용했다. 평소의 빵집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야! 루어 퀸비. 얼른 나와!”
 보이더가 있는 힘껏 루어를 불러보았지만 루어는 나오지 않았다. 이상하다. 루어의 이때까지의 행적을 보면 보이더가 부르면 총알같이 달려 나올 녀석인데?
 아, 그러고 보니 그 아주머니는?
 “보이더, 그 빵집 아주머니가 없어.”
 “아주머니가 없다고?”
 “응. 여기 다 둘러봤는데 코빼기도 안 보여.”
 “그래?”
 보이더는 나에게 대답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아, 야야.”
 “왜.”
 “주방에 가면 뭔가 알 수 있을지 않을까?”
 “그럼 가보자.”
 우리는 신속히 주방으로 쳐들어갔다.
 “야! 대답을 해. 우리가 쳐들어와줬다고!!”
 보이더는 정말 화가 많이 난 모양이었다.(마음에 걸리겠지. 일이 이렇게 돼버렸으니.)
 격자무늬의 벽에 얼음이 가득했고, 그 벽에 기대어 누군가가 죽어있었다. 꽁지머리의 그 사람은 온몸이 얼어있었고 피부와 표정은 창백했다. 생전 화사했던 미소 따위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 사람은 ... 나랑 안면이 있었다.

 “.... 아줌마.”
 “......”
 보이더는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았다.
 나도 충격을 많이 받았다.
 우리 둘은 말없이 행동을 취했다. 보이더는 허리춤의 자기 총으로 얼어버린 벽을 부수었고, 나는 빵집 아주머니에게 걸려있는 목걸이를 끌러 내 목에 걸었다. 목걸이가 내 목에 걸리자 그녀는 철가루를 휘날리며 사라져갔다.
 순간, 왜인지 헤일로 생각이 났다.



 “.... 가자. 벽 속에 또 다른 방이 있었네. 그곳에 루어가 있을지도 몰라.”
 “응.”
 우리는 주방을 벗어나 주방에서 이어진 방으로 들어갔다.
 검은 색과 빨간색의 스트레이트. 그 구석에 눈을 감은 채로 서있는 루어와 깨진 거울 조각이 있었다. 그 녀석의 주변에는 붉은 오오라가 퍼져 있어 섬뜩한 느낌을 더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런 루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오오라가 나오고 있으니까, 죽은 건 아니겠지?”
 “알고 있네.”
 보이더는 나를 보고 웃었다. 


 

 “자신에게 마법을 걸어가지고서는, 정말. 볼품없는 여자.”
 “.... 마법을 자기에게 걸었다고?”
 “그래.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버린 거지.”
 나는 루어를 빤히 바라봤다. 정말,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넌 뭣 때문에 이런 짓을 하는 거야?


 “가자.”
 “어디로?”
 “루어 안으로.”
 “... 응.” 


 보이더와 나는 루어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영화의 씬이 바뀌듯, 그 빵집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푸른 하늘빛이 우리를 감싸 안았다. 


 이 하늘에 내리쪼이는 것은 버건디의 햇살. 


 “여긴...”
 “루어의 개인 공간. 마음 속 풍경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렇구나.”
 참 쓸쓸하게 생겼네. 


 작열하는 태양의 아래에 꼿꼿이 서있는 꽃 따위는 일절 없다. 나와 보이더는 삭막한 사막을 둘러보며 슬비를 찾았다.
 슬비-----!! 들리면 말을 해! 리본 소녀-! 어디 있어? 괜찮아? 대답해---! 우리는 큰 소리로 여러번 슬비를 불러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슬비의 건강한 목소리가 아니라 걱정 가득한 이방인들의 목소리였다. 나나 보이더나 할 것 없이 한숨이 나왔다. 



 “... 이 넓은 공간에서 슬비를 어떻게 찾냐?
 “몰라. 일단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찾아봐야지.”
 “방법은 그것밖에 없겠지? 아마도.”
 어쩔 수 없네. 목소리가 망가지도록 찾아보자.
 슬비이---! 슬비---!!! 황량한 사막에 외치는 소리가 둘. 답신은 아직도 없음. 그래도 포기할 생각은 없음. 우리는 최대한으로 목소리 음량을 높여 슬비를 계속 불렀다. 제발 우리 목소리를 알아채줘! 살아 있는 거지? 죽은 거 아니지? 마음 속에 불안과 어둠이 채워져 갔다. 



 “슬비, 기절했나?”
 “.. 듣고 보니 그럴 가능성도 있겠네.”
 “죽진 않았겠지?”
 “야! 그런 불길한 생각은 하지 마. 리본 소녀는 살아있어.”
 “내가 나쁜 거지? 미안.”
 “..... 믿자, 리본소녀를.”
 내 머리가 어떻게 돼버렸나 보다.
 보이더와 나는 계속 슬비를 부르면서 전진을 했지만 여전히 별 성과를 못 봤다. 하지만 계속 길을 갈 때마다 누군가가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 난 이걸 보이더에게 말했는데 보이더는 듣지 못했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분명 들었는데? 내 귀가 드디어 이상해진 건가?

 

 뭐, 상관없다. 

 하여튼 우리는 슬비를 애타게 부르면서 길을 걸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소리는 내 귀를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커지기만 했다. 이번에는 보이더도 들었는지 나에게 물어왔다. 


 “너 아까 들은 게 이 소리?”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응. 이 소리.”
 “.... 쫓아오는 사람들이 많은....”
 응?
 “보이더 왜?”
 “야! 일단 뛰어. 사이보그야!”
 보이더가 바라본 저 끝에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우리들을 쫓아오고 있었다. 붉은 눈을 하고서!!! 



-



결말편 돌입!! 조금 내용이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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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메뉴 : 굴뚝에서 연기가 퐁퐁 피어나오는 세피아색 과자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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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라는 것은 무섭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세피아 색.
내가 언제 물들어버렸는 지도 모른다
슬프면서도 기쁘면서도 아련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곳'의 향기가

 

 

 


From. 레스토랑 셰디 총 주방장
비스무리 셰디 바르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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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더 23. 구출 준비

 

 

 

 “선우....”
 “...... 어.”
 나는 보이더를 보며 쓴 웃음을 지었다. 요즘 너 눈물 많아졌어. 너무 많아졌어.
 “야...... 또 우....냐?”
 “지금 니 상황 보고 울지 않을 사람 없을 거다. 하여튼.... 엉망진창으로 당했네. 우리들.”
 “.. 그러네.” 

 

 서로를 바라봤다. 정말 엉망진창이네. 보이더는 얼굴에 화상자국. 팔과 다리에 자잘한 상처. 나는 등에 멍이 들고 두 무릎과 오른쪽 손목에 피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 특히 내 오른쪽 손목을 움직일 때마다 날카로운 통감이 나를 괴롭혔다. 아마도 현대의학으로는 그렇게 빠른 시일 내에는 나을 수 없을 것이다.

 

 

 

 

 

 

 

 


 

 “걸을 수 있겠어?”
 보이더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니가 보조만 해준다면... 어떻게든 걸을 수 있겠지.”
 “아니면 그냥 내가 업어줄까?”
 “아냐. 나 혼자서 걸을 수 있어. 너도 다쳤잖아.”
 “.. 그려.”
 나는 보이더의 도움을 받아서 일어섰다. 몸은 꽤 아팠지만 마음은 아까보다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일단 네 방으로 가자. 거기에 네 안경이 있으니까 그쪽에 들어가서 내가 상처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가져올게.”
 “알았어. 그리고 내가 발견한 것도 보여주고.”
 “엉. 그러자.”
 보이더와 나는 서로를 의지 하면서 내 기숙사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
 이렇게 해서 박선우와 헤일로 벨사다 킷 니쿱힐의 데이트는 피바람으로 막을 내렸다.



 

 나의 사랑스러운 기숙사 방 604호에서 우리들은 서로의 상처에 소독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여주었다. 나는 보이더가 워먼덱스에서 가져온 고양이 밴드를 보면서 쿡쿡 웃었다. 내 방에 옅게 펼쳐지는 분홍색 장미. 어머, 이거 정말 귀여워. 보이더는 그런 나를 보며 덩달아 웃었다. 아마 내가 이렇게 넋 놓고 귀여워하는 모습은 처음 봤겠지. 암, 그렇고말고.
 보이더는 내 무릎에 밴드를 붙여줬다. 그 다음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 없을 것 같은 작은 약병을 들고서 보이더는 내 오른 팔목으로 얼굴을 돌렸다. 한순간 그녀의 분홍빛 은하수가 흔들렸다.
 “하아...”
 뱉은 한숨에 너무나도 슬픈 기운이 묻어났다.
 보이더는 내 오른 팔목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서 그 약병에 들어있는 액체를 뿌렸다. 투명한 그 액체는 내 손목에 스며들며 빛을 발했다. 부드러운 빛이 몇 분간 내 손목을 감싸 안다 간 자리엔 붉게 물들었던 내 손목은 원래의 색을 되찾았다.(놀랄 건 없다. 저쪽엔 이게 평범한 거다.)
 “휴.. 다행이다.”
 “응. 이거로 일단은 안심이네. 그래도 무리는 하지 마. 여기 피부조직이 약해져 있을 테니까 평소보다 상처가 나기 쉬울 거야.”
 “알았어. 조심할게." 


 

 "근데, 보이더 너는?”
 “난 뭐, 이런 상처를 처음 겪는 처지도 아니니까. 괜찮아. 이정도 쯤이야 견딜 수 있어.”
 “정말?”
 걱정을 담아 말을 건넸다.
 “정말이야. 날 믿어.”
 “알았어.”
 나는 그녀를 믿기로 했다. 어차피 보이더는 이런 거 나보다 잘 알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내가 필사적으로 지켜낸 빵집의 명함과 전자 책 같은 거였다.
 “... 그게 헤일로의 워먼덱스에서 가져온 거야?”
 “응.”
 나는 내가 보지 못했던 전자책을 보이더에게 건넸다.
 “혹시 이걸 좀 봐줄 수 있어? 보려고 했는데 내가 작동방법을 몰라가지고.”
 “그게 뭔데?”
 “나도 몰라. 설명서 같은 거 같은데?
 보이더는 그 전자책을 째려보더니 한 마디 했다.
 “나열해.”
 그러자 전자책에서 빛이 나더니 홀로그램들이 보이더의 주변을 둘러쌌다.
 뭐야... 되게 허무하게 끝나네. 

 “아. 열렸다.”
 “그렇게 쉽게 되는 거야?”
 “뭐. 이쪽이 원래 내 별에서 통용되던 책이니까.”

 “하긴.. 그렇겠네.”
 보이더는 나를 보며 옅게 웃었다.


그런데 그 홀로그램들을 훑어보는 보이더의 눈빛이 점차 일그러져 갔다.
 “선우.”
 “왜?”
 “나 미치겠다.”
 “뭐 때문에.” 


 “루어 퀸비 그 녀석. 그 녀석이 워먼덱스를 만들었네..”
 “정말?”
 한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 걔가 이런 훌륭한 이민 기구를 만들었다고?
 “응.”
 “그걸 어떻게 알아?”
 “이 전자책이 설계도인데, 여기 설계자 이름이 루어야.”
 “..... 그래?”


“그 놈. 무슨 생각으로 이걸 만들었을까?”
 “왠지 상상이 안 가.”
 보이더도 나도 인상을 찌푸렸다. 루어와 워먼덱스라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조합이다.
 ... 그렇다면 루어가 특별히 워먼덱스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뭐였을까?
 
 “아, 그리고 보이더.”
 “왜?”
 “이 명함 좀 봐줘.”
 “명함? 어디 보자.”
 나는 헤일로의 워먼덱스에서 찾아낸 빵집의 명함을 줬다. 보이더는 그 명함을 받아 들더니 씨익, 웃음을 지었다.
 “아마 여기가 루어가 있는 곳일까? 그 워먼덱스에 명함을 가져온 걸 보면 헤일로가 자주 들락날락거렸단 거잖아.”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렇지.”
 “근데 너 지금 이걸 보고 뭔가 떠오른 게 있어? 나 이거 보고도 별로 생각이 나질 않아서..”

 “.. 내가 여기를 잊어버릴 리가 없어.”
 “에? 여기가 어딘걸 알고 그래?”
 “너는 기억 안나?”
 “그걸 모르니까 이렇게 너에게 물어보는 거 아냐..”
 “네가 슬픔의 세피아를 피하기 위해 들어간 빵집. 그곳이 이곳이야.”
 아.
 “그 곳?”
 “응.”


 “하아. 왠지 배신당한 느낌이 든다.”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하아. 그 여주인의 미소에 그때 구원받았는데, 설마 이런 일이 될 줄은.
 그래도 이걸로 슬비가 있는 곳까지 갈 수 있다.
 “... 보이더, 이제 얼른 가자.”
 “그래.”
 우리들은 기숙사 방을 박차고 나와서는 바로 그 빵집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무릎이 아팠지만 상관없다. 나중에 좀 쉬면  된다. 드디어 빛이 보인다. 잡을 수 있다. 기다려. 지금 바로 구하러 갈게. 그렇게 맹세하며 우리는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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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한계야. 몸도 마음도.
 전부 부서질 것 같아.
 배고파.
 목말라.
 .... 보고 싶어.
 빨리 데리러 와줘.
 나를 밝혀줘.
 생기를 다시 불어 넣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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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선우. 미안."
 ".. 왜 니가 미안해하는 건데."
 "따지고 보면 나 때문에 리본소녀도 잡혀가버렸고, 거기다 너도..."
 "그만."
 "에..?"
 "넌 잘못 없어. 루어녀석이 다 잘못한거잖아. 자책하지 마."
 

 "...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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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겨우 끝이 보여..(슬비 오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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