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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달린다 - Running turtl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아이들의 가족 그림에 아버지가 없다.
요즘 초등학생들의 가족 그림에는 어머니가 가족 대표자의 위상을 가지고 큼지막하게 그려지고,
아버지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아버지가 그려져 있어도 아이들 크기 정도로 작게 그려져 있거나,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그려진다.
아버지 부재의 시대.
'거북이 달린다'는 제목은 '아버지' 달린다로 바꿈직하다.
억척스럽게 가정 경제를 꾸려가는 아내와 두 자녀에게 아버지의 존재란 한심하고 어처구니없다.
아내는 남편이 받은 대출을 매꾸기 위해 만화가게를 운영하면서 양말 아르바이트를 한다.
푼돈이지만 어떻게든 남편의 모자람을 채워야 한다.
'아버지'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뭔가를 계획하지만,
보기좋게 어긋나고 만다.
무시당하고, 채이고, 심지어 손가락이 잘리기도 하면서 '아버지' '부성'은 유린당한다.
이 땅의 아버지들이 뭔가 해 보려고 하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고개를 떨군 채 자신감을 잃고 다시 세상의 톱니바퀴의 자리로 돌아앉는 것처럼.
그러나 영화의 '아버지'는 달린다.
영화에서 외치는 것처럼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마침내 그 놈을 잡아들인다.
기필코 아버지의 명예를 되찾는다.
그제서야 겨우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할 수 있다.
휴...영화에서처럼 남자가, 아버지가 무엇인가를 보여 주어야만 '사랑한다'는 말이라도
할 수 있는 건가. '아버지'의 어깨가 너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