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 1
김형석 지음 / 열림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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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박하다,라고 쓰고 싶어서 구글에서 뜻을 찾았다.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하다, 느끼하지 않고 개운하다, 라고 나온다. 


친구랑 그저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살아있다는 것이 참 대단하다고.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쪽글들인데 너무 좋은 말들이라서, 옮기다가 말았는지 남겨놓은 밑줄이 너무 없다. 그래, 내 맘에 와닿은 말들로만 밑줄을 쳤다. 그런데, 그 밑줄에 대해 설명을 붙이자니, 다시 글 전체를 옮겨놓는 지경이 될 거 같다. 


남이 나를 믿어주지 않고 내가 남과 협력할 수 없다면 우리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 41%


이렇게 본다면 내 육체는 공간 중의 공간이다. 나의 공간이라기보다는 나 자체인 것이다. 그러므로 공간의 상실은 육체의 상실, 육체의 상실은 삶과 나 자신의 상실이다. 이 상실을 막아볼 양으로, 이 상실을 사실이 아닌 양 도피해볼 뜻으로 예술을, 철학을, 종교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사실은 사실이다. 마침내 자아라는 공간을 끙그리 잃어버릴 때가 오고야 마는 것이다. 정들었던 것들, 즉 하늘, 바다, 산, 숲길, 꽃, 새, 별, 달, 이웃, 집, 가족, 친구들은 물론이요, 나 스스로의 공간, 나 자신이었던 육체마저도 작별해야 할 때가 오고야 마는 것이다. - 72%


기독교도,임에도 불구하고, 철학자셔서인지, 예술이나 철학이나 종교를 육체의 상실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라고 이야기하신다. 언제나 본질이 있다는 걸 상기하기 위해, 나는 이야기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기억해두려고 밑줄을 남겼다. 만들어졌다. 인간이 만들었다. 스스로의 나약함을 볼 수 없어서. 그리고 그것이 꽤나 대단한 양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야 과하지 않아야, 오래도록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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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옥 닷컴에 새 글이 올라왔다. 

'[단상]녹색당 마약사태로 보는 진보라는 진영의 특성' http://leesunok.com/archives/4218 이다. 


젊은 날, 나는 대마초는 마약도 아니라는 신해철 님의 주장에 혹 했었다. 군부정권이 때마다 터뜨리는 연예인의 마약사건들과 대마초를 피우고 순해진 할아버지가 흐느끼는 다큐를 본 것도 같다. 담배는 사람을 각성시키지만, 대마초는 사람을 늘어지게 만들어서, 착취 자본주의는 담배를 허용하고 대마를 금지했다,는 말도 조금은 믿은 것도 같다.

 

지금의 나는 법으로 허용하느냐, 아니냐,는 역사성이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마약으로 망한 청나라를 아는데, 동아시아에서 마약을 허용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녹색당의 젊은이는 아마도, 젊은 날의 나처럼 믿고, 규칙은 정치로 바꿀 수 있다고도 믿고, 그래서 스스로 정치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법에 정한 대로 하지 말라면 안 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자신의 믿음에 배치되는 게 아니니까, 결코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스스로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사죄할 수도 없다. 그저 어리둥절한 채 물러선다. 


규칙을 따르라고? 웃기고 있네. 누구 좋으라고, 그 규칙들은 모두 기득권자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만들었다고. 반항하는 것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세우고, 기존 질서나 도덕을 기득권자의 도구로 생각하고 부순다. 

프랑스의 68세대가 있고, 미국의 히피가 있고, 중국의 홍위병도 있다. 


젊은이는 상대적으로 나이든 사람보다 가진 게 없지만, 정말 없지는 않아서, 세상이 뒤집어지면 버티고 서 있을 수조차 없다. 

공동체가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얼기설기 엮어놓은 위태로운 바닥을 부수고 나면 그 아래는 무얼지 알 수 조차 없다. 


법은 기득권자의 논리라면서 공동체의 법을 무시한다. 

그러면서도 공동체를 설득하기보다 법정으로 달려간다.

도덕도 역시 기묘한 기득권자의 논리라면서 역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엄격하게 상대를 공격한다. 티끌만한 흠조차 용납할 마음이 없다.

논리나 이성이나 합리,로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언어조차 기득권자의 도구라서, 정치적으로 올바르다?면서 말들을 재정의한다.


그런 태도로 '대중 정당'을 하려고 한다. 가능하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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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3-04-22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멋진 글입니다. 알라딘은 왜 쓰레기같은 역겨운 글들만 서재에 들어가면 보이게 해놓을까요. 별족님 글은 찾아서 읽어야 하는데 말이죠..

별족 2023-04-22 09:51   좋아요 0 | URL
알라딘은 추천수와 최신수로 보이게 해놓던데요? 뭔가 의도는 없어 보이는데, 그러니까 많이 쓰던가, 친구가 많아야 Hot이나 New에 뜨죠. 저도 보고 싶은 글을 쓰는 분은 친구를 맺어서, 즐겨찾는 서재 브리핑으로 봐요. 친구,는 영 어색해서 즐겨찾기 등록이 좋은데, 이제 즐겨찾기,가 없어서 아쉬워요.

추풍오장원 2023-04-22 09:48   좋아요 0 | URL
그런건가요... 그렇다면 더더욱 안타깝습니다.
 

세계를 정복하고 돌아온 제국의 왕이, 이름난 철학자를 찾아 나섰다.

철학자 앞에 선 왕이, 자신과 함께 세계를 경영하자고 제안한다.

초라한 거처 앞에 철학자는 자신은 그걸 원하지 않는다고, 지금 자신이 바라는 것은 내게 오는 햇빛을 당신이 가리지 않는 거라고 말한다. 


알렉산더와 철학자 디오게네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디오게네스,가 멋지다고 이야기를 마음 속에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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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4 딸래미가 유튜브의 밈을 보여주면서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러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보러 갔다. 예약을 엉터리로 하는 바람에 겨우 맨 앞에 네 자리를 앞 뒤로 앉아서 봤다. 

극장에는 아이를 따라 온 보호자 몇을 빼고는, 아이들끼리 온 중딩이나 고딩들이 가득했다. 

토요일, 같이 본 중1 남자애는 토요일 저녁에 친구가 보러가자고 했다면서 다시 일요일 표를 끊었다. 


나는 드라마 생각이 많이 났다. 

스즈메가 사는 집은, 스물다섯스물하나 희도의 집 같았고, 엄마의 유품인 유아의자는, 희도 아빠가 만들어주던 의자 생각이 났다. 스물다섯스물하나,를 볼 때는 일본 청춘물같은 색감이라고 했었지. 

문,이라는 설정이 도깨비의 설정을 보고 만들었다는 감독의 말도 있으니, 영향을 주고 받을 만큼 가깝다고 느꼈다. 

다이진,은 좀 불쌍했고, 만화라고 너무 현실성이 떨어진다-저길 뛰어간다고? 싶게 뛰어다니는 스즈메는 나의 체력으로 상상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고, 또, 우리나라 영화라면, 저런 - 바 장면이나, 담패피는 소타친구같은-없을 텐데, 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여자애들의 대화를 묘사하는 게 남자,네 싶기도 하고. 



물음이 많이 생기는 나에 비해, 아이들은 설명할 말은 없어도 재미있었다고 했다. 

아이들이 보기에 큰 기둥 줄거리가 단순하고, 복잡한 부분이 없다는 생각도 했다. 


극장에 가득찬 십대,를 보면서, 나에게는 그렇게까지 공감이 없는 이 영화의 무엇을 아이들은 좋아하는가, 생각했다.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지 않을까. 미래가 무한한 가능성으로 열려 있는 아이들이 중요한 사람이 되서 사람들을 구하고 싶어한다. 


그런 일은 아무도 모르게 하는 게 좋아,라는 소타의 말은 솟구치는 미미즈를 볼 수 있는 스즈메에게는 겸손으로 보이겠지만, 보이지 않는 나에게는 그게 진실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믿음이 없다면, 아예 존재하는지도 모를 영웅,의 묘사다,라고 생각한다.

간절하고 절박하게 달리는 스즈메나 소타, 의 마음은 솟구치는 미미즈,를 보여주는 만화가 아니라면 알 수 없다. 모두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일은 찾기도 힘들고, 알기도 힘들고, 하기도 힘들다. 세상은 분명하기 보다 흐릿하고, 그런 마음으로 했지만, 나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알 수가 없다. 


스즈메가 뛰는 동안 응원했지만, 나는 이미 그런 건 없음을 알고 있어서 열광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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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이비가 뭐야?"

모범택시2 때문인가. 유튜브에 가득 찬 '나는 신이다' 때문인가. 

인간이 신을 창조했다는 중1 남자애는 이런 질문을 하지 않지만, 초4 여자애는 질문을 한다. 

대답을 해 봐야 하나. 

쉬운 방법으로 우선, 한자 뜻을 찾아본다. 

似以非(같을 사, 써 이, 아닐 비)를 쓰고, 같아 보이지만 아니다,라는 뜻이라고 似是以非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음, 한자 말인데, 같아 보이지만 아닌 거,라고 하네."

"불교도 사이비야?"

"아, 엄마는 뭐든 안 믿어서." 

뭐든 믿는 사람이라면, 내가 믿는 것은 아니고 저쪽은 사이비라고 하지만, 나처럼 아예 안 믿는 사람에게는 다 그저 그렇게 보인다. 

불교를 내걸고 사욕을 채우는 사람도 물론 있고, 기독교를 내걸고 사욕을 채우는 사람도 있고, 천주교를 내걸고도 사욕을 채우는 사람도 있다. 이슬람이라고 없을까. 

종교가 어루만지는 약하고 어리석은 마음,은 조종당하기 쉽고, 나쁜 사람이 그런 방식을 이용하기도 쉽다. 


사이비,가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네 마음 속에 중하고 귀하게 생각하는 것을 아니라고 하면, 믿음 만으로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고 하면, 의심하고 물러서라고 말해주고 싶다. 

가족을 찢어놓는다,라? 사이좋게 가족이 다 같이 믿으면 어떤가요? 

재산을 모두 바치게 한다,라? 정말 그런 걸로 구분할 수 있나요?

 

성스러운 아이돌,의 아이돌 씬을 보고 있으면, 아이돌,이 현대 종교는 아닌가,라고 까지 생각하고 있어서 뭐, 나처럼 경계없는 사람은 참 이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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