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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라고는 아무 것도 보지 않는 딸아이가-예능만 본다T T 아형과 런닝맨과 무도와 안녕하세요와 개콘과 다들 보는데 왜 나는 SNL을 못 보냐고 하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 예고편을 보고는 보고 싶다더니 일요일 재방을 보았다. 티비 곁을 알짱거리는 동생들이 시끄럽고 귀찮다고 툴툴거리면서, 1,2편 재방을 함께 보았다. 읽은 적 없는 원작의 제목만 본 걸, 엄마가 책을 읽은 줄 오해하는 딸과 보면서, 이야기 속의 부모들을 본다. 고2인 아이들,-찾아보니 원작에는 중2다-, 학교에서 벌어진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간다.

예전에 백남기 어른이 혼수상태에 빠졌을 때, 알라딘에 그 분의 자제 분과 고등학교 때 한 반이었다며 부자 아버지, 권력자 아버지를 가진 친구들은 보았지만, 자신의 아버지를 그렇게 당당하게 존경하는 친구는 처음 만났다는 글을 퍼 온 걸 본 적이 있다. 그걸 보면서, 아, 부모에게 가장 힘든 일은 아마도 자신의 아이에게 존경받는 것일 거다,라고 생각했다. 가까이 살기 때문에 흠결조차 쉽게 드러나는 그 관계에서, 아이가 부모를 존경하는 것은 정말 대단한 거라고. 아이는 부모를 보고 배운다. 부모의 사소한 하나하나를 통해 말과 다른 행동들은 아이에게 결국 들킨다. 웃는 얼굴로 자신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는 자신의 부모가, 말과 다르게 하는 행동을 통해 아이는 세상을 배우고, 또 부모에 대한 경멸을 쌓는다. 

드라마 속에 아버지들과 어머니들을 본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꿀만큼 권력을 가진 아버지, 그 아버지 덕에 유지되는 학교의 폭군, 학교재단 법무팀장인 아버지와 친구를 잃은 아들- 자신의 아버지가 친구의 죽음을 방조했음을 결국 알게 될-, 자신의 삶의 우울을 아들의 탓으로 돌리는 어머니와 아들, 이제부터는 아버지가 알아서 할 테니 가만히 있으라는 아버지와 딸. 어른과 눈높이를 맞출 만큼 자랐고, 생각할 수 있는 존재이면서도 아무 것도 허용되지 않는 아이들의 삶을 본다. 꽉 막힌 입시지옥과 과장이라고 믿고 싶을만큼 괴이하게 행사되는 권력들을 보면서, 이것이 아직 이 나라에 오지 않은, 우리가 피할 수 있는 미래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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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본방으로 써프라이즈,를 보았다. 

지금은 지구 상에서 사라진 소련이라는 나라가 미국과 냉전을 벌이던 때에, 소련에서 둠스데이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있었단다. 커다란 두개의 나라가 악착같이 핵무기를 만들며 경쟁하던 그 때에 설계된 그 프로그램은 인공위성으로 적국의 핵무기 발사징후를 포착하고 포착 시 맞대응으로 핵무기를 발사하기 위한 버튼을 가지고 있었다. 인공위성 오신호로 프로그램이 작동했고, 그 때 실무자가 버튼을 눌렀으면 지구가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게 이야기의 전부였다. 실무자는 왜 미국이 다섯발만 쏘았을까?라는 의문 때문에 버튼을 누르지 않았고, 덕분에 내가 지금 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원자력발전소에 다니고 있고, 그래서 '야, 그 당이 탈핵이 강령인데도 지지할 수 있어?'라는 질문을 받았었고, 또 그래서 언제나 직업과 나의 어떤 정치적 판단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어서, 그 이야기가 새삼스러웠다. 소련의 군인이, 그 버튼을 누를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의 괴로움 같은 것을 생각했다. 소련이란 나라에 속해서, 군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그보다 전에 자신이 지구라는 공간에 사는 지구인이라는 자각을 갖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생각하지 않는 성실함으로 아마도 훌륭한 직업인이었을 아이히만,과 다른 위치에 있는 존재들,을 생각했다. 

모든 직업에는, 모순이 있지만, 모순이 충돌할 때는 항상 교과서에만 남아있다고 비웃는 바로 그, 직업이 가지는 본연의 의미에 충실하게 직업을 수행해야 한다. 그게 바로 본질이니까.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존재,로써의 조직에 속한 개인, 직업인,이 아니라, 본연의 의미에 충실한 조직과 개인으로써의 직업인 말이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하는 검사, 조직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고 조직의 명예를 위해 항명하는 검사, 같은 거 말이다. 실망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때문이고, 큰 실망이 가끔 '해체하라'라고 표현될 지라도 그 의미는 결국, 본질에 충실하라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그 본질조차도, 소련의 군인처럼 회의해야 하는 순간이 오고, 그 때 다시 판단의 기준은 나에게 결국 마지막까지 남을 정체성,이어야 하는 게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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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 내려간 시댁은 정규방송 화질만 깨끗했기 때문에 내내 틀어놓는 만화채널을 오랜만에 벗어나 연휴에 방송하는 파일럿 예능을 볼 수 있었다. 

아이돌 요리왕 본선에서 처음 탈락한 산들과 유아,의 요리를 시식하고 품평하는 시간이었다. 심사위원 자리에 앉은 식당의 전문 셰프 세 명이 시식을 하고 이야기한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에서 독설로 이름을 날린 요리사께서, '이걸 우리 먹으라고 준 거냐, 개도 못 줄 쓰레기'-아, 정확하지 않다-라고 품평했다. 차례차례 악평들 끝에, 연예인 판정단 중에 한 명이-성대현,이었다- 쭈뼛쭈뼛 '아, 저는 제일 제 입맛이예요. 다 먹고 양념에 밥도 비벼 먹을 수 있겠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러니까, 이 독자적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다고 겨우 말하는 게 그 말이 거기 들어가는 게 낯설었다. 그런 장면은 다음에도 한 번 쯤 더 나온다. 페이가 만든 등갈비튀김을 그 요리사는 책상에 치면서 '돌덩이'라고 품평했고, 이국주는 '아, 완전 좋아요'라고 했던가. 

권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어떤 독설이든 고개를 떨구고 듣고 복종해야 하는 식으로 묘사하는 방송을 보아왔던가, 독설 뒤에 오려붙인 그 장면이 어색했다. 그런 독설 뒤에 그런 상찬이 붙으면서 권위는 살짝 일그러졌다. 


권위는 물론 있어야 하지만, 권위에 항상 복종해야 하는 건 아니다. 그게, 먹는 거, 입는 거, 사는 거,라면 개인의 기준으로 자기 안을 탐색해야 하는 거다. 티비는 결국, 기준을 통일하는 꽤나 폭력적인 매체고, 최근에는 요리나 책이나 그게 무엇이든 굉장히 취향을 타는 것들에까지 취향을 전시하고 안내하는 노릇을 하고 있다. 그게, 티비라고 티비에서 프로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원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한 사람의 취향이 만인의 취향으로 확산되기 쉬운 영향력 큰 매체,라는 걸 안다면, 저런 장면은 생소하다. 생소하다고 해도, 결국 여섯 중에 다섯이 맛있는 걸로 요리'왕'이 뽑히겠지만, 산들이나 유아가 성대현같은 사람의 요리사라면 뭐 그 사람에게는 요리'왕'이 될 게 아닌가, 싶었다. 삶에서 '왕'을 뽑아야 하는 순간은 얼마나 올까, 언제나 순위를 매기는 프로들을 보면서, 심사위원에 이입하여 구경하는 시청자인 나는, 그런 짓의 쓸모없음이 드러난 장면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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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칼국수 팔아서 20억이래.

 

연매출은 재료값이 안 들어가, 뻥이야.

그리고 샤브칼국수면, 그게 칼국수 팔아 번 돈이라니, 고깃집에서 된장찌개나오면 그게 된장찌개팔아 번 돈이라니, 고기팔아 번 돈이지.

엄마는 줄 길면 안 간다.

 

그런데, 진행 중에 나온 칼국수 가격이 1인당 7천원.

아, 칼국수 판 건 인정.

 

근데, 저기 일하는 사람들 보이지? 벌써 몇 명이야?

열명도 넘어보이는데, 연매출 중 반이 수익인 거면-보통 그 정도 안 남아, 게다가 장소를 빌리면 세도 줘야 한다구-10억인데, 스무명이면 얼마겠냐?

 

그런데, 제목으로 크게 뽑은 연매출의 산출방식은 카메라가 찍은 그 하루의 매출액에 한달 30일, 다시 열두달,로 셈한 거였다.

 

야, 저걸 저렇게 셈하면 안 되지. 저 사람들은 일년 내내 엿새 논다니, 사람이 그러고 살 수 있다니?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걸 계산하려면 한 달에 20일 쳐야지, 30일 내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네가 뭘 싸게 주고 샀다고 좋아할 거 없어. 누군가, 엄청 일하고 돈을 덜 받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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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있다. 드문드문. 만화가 그대로 콘티로라도 쓰인 양, 기시감이 있다.
송곳 명대사를 모아놓은 다음 기사 아래 첫번째 댓글이 신경쓰인다.
'그런 노동조합은 지지한다. 그렇지만 자동차랑 항만 해운노조는 쓰레기다' -정확한 인용은 아니다.

노동조합,은 어때야 하는가, 마음이 무겁다.
이 나라 법으로 묶인 강경한 행동의 제약,에 마음이 무겁다.
노동조합,이 하는 것은 언제나 정치고, 개별 노동조합을 개별 사업장에 묶어놓는 것은 언제나 사용자가 원하는 거고, 그래서 우리나라 법에서 언제나 연대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법 안에 묶인 노동조합이 가지는 한정된 상상력은 언제나 외부자의 시선 앞에 부끄럽다.

노동자이고, 조합원이고, 언제나 노동조합을 지지한다고 말하지만, 현실에서 사안에서 나의 노동조합이 부끄럽지 않았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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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3 10: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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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3 13: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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