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자살 여행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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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신랑이 산 책중의 80%는 읽는다. 나의 신랑은 내가 산 책을 전혀 읽지 않는다. 아까울 텐데.

이 책은 나의 신랑이 만화책들을 잔뜩 꾸려넣고 난 다음 넣은 소설책으로 내가 먼저 읽어치웠다. 신랑은 만화책도 왜 자꾸 겹치게 읽느냐며,-나는 그래도 구매자의 기득권을 인정하여, 만화책 포장지는 먼저 벗기지 않는다- 결국 나보다 늦게 읽더니. 별도 포장이 되어 있지 않은 소설책이야, 당근 나한테 밀린다. 나는 내가 산 책들은 느긋하게 팽개쳐두면서, 신랑의 책은 와다다 읽어치우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일면 진실이 아닌데, 그 구매에 들여놓은 또 한 권의 책은 내가 읽게 될 것 같지 않고, 지금 내가 밍기적거리고 있는 내가 산 책은 정말이지 읽기에 난해하다. 그에 비하면 이 책은 정말이지 재미있다.

핀란드,의 우울증에 대하여 시작하는 이 소설은 가볍고, 빠르게 지나간다.

진지하게 설명할 필요가 얼마나 있겠는가, 또는 삶이 얼마나 그렇게 논리정연하다고, 또는, 나의 이유가 언제나 너의 이유가 아니고, 뭐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자살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굳이 모두 설명할 필요 없었고, 굳이 거기에 묻어서 이입할 필요 없었고, 모르는 채여도 동행하고, 모르는 채여도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이 자살여행의 미덕, 실제로 여행을 통해 죽은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신문의 쪽글만큼 가볍게 지나가 버린다. 그래서, 결국은 재미있다, 가 이 책의 색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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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사냥꾼 - 이적의 몽상적 이야기
이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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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지만, 익숙한 기분이 된다.

좋다는 말들을 더 많이 보고는 동생에게 빌려 읽었는데, 매몰차게 싫다,는 친구의 말에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좋았던 것은 무엇일까, 난 정말 좋아하나-아, 역시 나는 귀가 얇은 것이다.-

이런 책들이 생각났다.

'나무'-작은 의문이 있고, 가지를 쳐서 이야기가 되는. 그건 끝간데 없는 몽상처럼 가지를 친다.

끝까지 간다, 거기가 어디던지. 이건 어느 장면에서는 귀여웠고-외계령의 방문같이-, 어느 장면에서는 싫었고-자백,에서는-, 또 어디에서는 미웠다.

'베르세르크'-중세 잔혹극같은 이야기를 만든다, 나무에 매달려 죽은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오는 아기,와 같은 설정은, 이야기의 다른 삽화같은 풍경이 아니라, 바로 이 만화의 그런 어떤 장면을 떠오르게 했다.

노래를 들을 때는 긴 이야기가 궁금하지만, 긴 이야기를 들을 때는 역시 적당히 여지가 있는 노래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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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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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금방 잊는 요즘 행태에 감사한다.

다들 좋다는 서평을 기억하고, 정작 작가를 기억해내지 못했다.

서점에서 바쁘게 책을 골라 사서는 책날개를 펼쳐서야 알았다. 나는 이 작가의 책을 다시는 읽지 않기로 결심했었다. 작가가 무슨 책을 썼었는지도 기억을 못했는데, 정작 그 이름을 들어봤었는지조차 잊었는데, 내가 그런 결심을 했다는 걸 무슨 수로 기억하겠는가.

이번 책은 단편이니까, 나름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의 이 깜빡깜빡하는 처사에 기뻐하였다.

비루한 삶이 판타지가 되는 순간이랄까. 기묘하지만, 읽는 내내 즐거웠다.

내가 다시 읽지 않기로 결심했던 순간에 나는 이 작가가 미웠다. 이 작가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지나치게 냉소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책은 읽다가 내 맘이 다 상할 거라고. 그런데 여기 소설들의 태도는 따뜻한 기운이 전해졌다. 어느 순간은 그 따뜻함이 시처럼도 느껴졌다.

아, 그런 거였나, 싶은 것이 나에게 다시 읽지 않으리라는 결심을 하게 했던 바나나맨의 이야기도 다시 읽어볼 맘이 다 생겼다. 그래도 역시 '삼미슈퍼스타즈~'를 읽는 편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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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지 이형진의 옛 이야기 1
이형진 글 그림 / 느림보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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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아이 책이라고 그러기는 합니다만, 아이 책을 어른이 읽을 때는 어떤 태도로 읽어야 하는 걸까요.

사실, 아이 책이란 생각을 하고 있으면 그 책의 무언가를 볼 수 없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그림책을 사서 읽을 때마다 내내 하는 평가는 '아이 책이 이래도 되나' '아이 책이라 이해할 수 없군'따위였답니다. 그런 데 마음 쓰다니, 즐겁게 즐길 수 있었겠습니까? 정말 좋은 아이 책은 그런 자각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고 하신다면, 할 말 없어지기는 합니다.

예전에 잔혹동화가 한참 유행이던 시절에, 그래, 그림동화가 원래 그렇게 잔인하다며, 와 함께 들어온 이야기는 시대가 흘러가면서 어른의 유행에 뒤떨어진 이야기들이 아이들의 이야기로 넘어온다는 말이었습니다. 사실, 그 이야기를 듣던 맥락에는 어른의 자로 재지 말고, 아이들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끝지를 보면서, 그 이야기를 다시 떠올린 것은, 전래동화로도 읽었음직한 이야기가 전설의 고향 풍으로 묘사되었기 때문입니다. 절벽에 떨어지고, 못을 탕탕 처넣어도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벌떡 일어나 달리는 만화 속 주인공처럼 동화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나 봅니다. 이 그림책은 그러지 않아서, 예의 그 '아이 책이 이래도 되나'하고 생각했으니까요.  다시 생각해보니, 지금껏 내가 왜 전래동화의 '여우에게 구슬을 보여 물리쳤다'는 대목을 아무런 피냄새를 맡지 못했는지오히려 의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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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징가 Z 지하기지를 건설하라 - 공상과학 현실화 프로젝트 1
마에다건설 판타지영업부 지음, 김영종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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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재미있다. 그런데도, 별이 세 개인 것은 재미있는 순간이 전체에 비해 짧기 때문이다.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사람은 토목, 건축 분야에 종사하는 가족을 두신 분, 늘 상대를 이해할 수 없다고, 혹은 남편이 아내가, 아빠가 엄마가 무슨 일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다.  이 책의 의도도 그것이고, 정말로 부합한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난 사실 여전히 의심하고 있다. 정말로 부서 하나일지, 그저 업무 외의 프로젝트 그룹일지, 여전히 의심하고 있다. 묘사한 바는 새로운 부서의 사람들이지만, 나는 아직도 후자일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떻든, 공상과학 속의 상황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한 사람들이나,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찾는 모습은 좋다. 이공계의 많은 부분이 그렇듯이 나온 것은 멋지지만, 과정은 지리하니까. 책의 80~90%가 지리하고, 10~20%가 홀딱 깨게 웃긴 것은 그저 특성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사실, 멋지다. 이공계의 현실이 어떻던지, 이런 방식으로 보여주지 않았어도, 생각한 일들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이공계의 작동하는 방식은 우직하고 그래, 멋지다. 큰 명예나 높은 지위를 바랐던 것도 아니고, 이런 거였다는 걸, 다시 기억했다. 

그래 기쁜 순간들이 있지만, 견적을 내고, 설명을 하고 하는 대목은 전공책을 보는 듯한 기분, 또는 회사의 업무지침을 보는 듯한 기분 - 사실 훨씬 친절하고 쉽게 썼다는 건 동의하지만-이 되면서 느리게 나아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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