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이반 일리치 전집
이반 일리히 지음, 허택 옮김 / 사월의책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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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인지하고 조심스럽게 이어오던 자급자족 경제가, 한계없는 소비주의 경제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젠더 경계가 무너진 인간, 가치를 기꺼이 돈으로 거래할 인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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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사회 - 한국의 여성 인식사
이소정 지음 / 아이필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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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린 책이고, 재미나게 읽었다. 

한국철학-인내천(人乃天)이나 홍익인간(弘益人間)-에 대한 설명은 동의하거나 공감하면서 읽었다. 음과 양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고, 음이 양 위에 있어야 자연스럽게 순환하면서 가장 좋은 상태가 된다는 주역의 설명은 마음이 편해진다. 둥글게 순환하는 사회의 묘사, 여성과 남성의 우열없는 태도. 내가 살고 있는 이야기의 세상은 사람은 모두 그 안에 하늘을 품고 있다. 사람이 그대로 보살이 될 수 있는 누천년 불교의 나라였고, 기운이 모였다 흩어지는 마음이 중한 유교의 나라다.  

그렇지만, 세태에 대한 이야기는 물음표가 생기고, 고대사회부터 조선시대, 그리고 지금까지의 여성인권이 떨어지는 상황의 묘사는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다. 지나간 과거가, 과거에 그랬던 게 지금 뭐?라는 식. 중국 역사에 '동이족'으로 묘사되는 것이 우리 민족,이라는 말이나, 고대사 상나라가 우리 민족의 나라라거나, 하는 말들은 의미가 있는 말인가, 생각했다. 

책 속에서 우리가 상나라의 후손이고, 공자도 그러하다는 대목에서는 좀 많이 놀랐다. 그게 뭐 중요해? 라는 태도에 더하여, 유사역사학에 대해 내가 배우는 초록불의 잡학다식(http://orumi.egloos.com/),이라는 사이트도 떠오르고, '한국인들이 공자도 자기 조상이라고 한다'고 분개하던 중국의 애국청년 생각도 났다. 

내가 느끼는 '우리'는 무엇일까? 민족인 걸까? 생각이 많다. 내가 생각하는 우리,는 같은 말을 쓰고 여기 한반도에서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여기 지금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 그럼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생각들의 뿌리는 무엇일까, 역시 대답하기 쉽지 않다. 아마도 그래서 저자는 상나라부터 시작한지도 모르겠다. 남편이 왕이고, 아내는 장수인 고대의 어떤 사회를 묘사하면서, 여성의 지위가 낮지 않았다고, 다시 고려와 신라와 조선을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주자의 교조적인 성리학이 들어와서 조선의 여성지위가 떨어졌다고, 일제의 수용적인 태도나 성적으로 개방적인 태도 가운데 여성지위가 떨어졌다고 묘사한다. 가끔 이게 일관성은 있는 건지 의심도 한다. 옛날에 그랬던 게 무슨 소용이냐, 싶고, 그래서 모든 악덕이 외부로부터 들어왔다고 하면 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여성이 우위에 섰던 고대 사회는 남성이 우위에 선 부계사회에게 결국 주도권을 빼앗겼고, 성적으로 결벽적이고 여성에게 억압적이던 조선 사회는 일제에 무너졌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의 이야기가 좀 더 좋은 이야기라고 해도, 수직으로 위계지워진 서양의 철학들이 둥글게 순환하는 동양의 세계를 무너뜨렸다면, 어떡해야 하는 걸까 생각이 많다. 동양의 세계가 과연 무너졌다고 할 수 있는가, 생각하고, 지금의 문명이 계속 나아갈 수 있을까 의심하지만, 나는 사람이 곧 하늘이고,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태도를 내가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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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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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우주에서 자신이 누군지도 모른 채 깨어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부분은 재미있었다. 그럴 듯 해,라면서 읽었다. 그렇지만, 해결하는 과정이, 문제라는 것이 재미있지 않았다. 전 지구적 협력?에 대해서 의심하고-그런 건 불가능하다고, 지금 지구 온난화 대응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엄마와 무인도에 가서 살고 싶다던 시동(https://blog.aladin.co.kr/hahayo/11410841) 속 택일이같은 마음을 본다. 관계를 어려워하고, 혼자서 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션이랑 비슷한데, 라면서, 다 늦게 저자가 같다는 걸 알았다. 고립된 우주에서 알고 있는 과학 지식을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해낸다. 이 책을 사람들은 왜 좋아하는 걸까. 

SF를 과학지식을 얻자고 보는 게 아닐 텐데, 정작 뭐든 잘 돌아가는 게 과학이긴 한가 싶고, 혼자서 과연 뭔가를 할 수는 있나 싶은데 책 속의 살아남는 마음을 좋아하는 건가. 관계가 사라진 텅 빈 이야기를 왜 보는 걸까. 책은 소용돌이 한 가운데 존재하는 영웅서사이고, 스스로를 이렇게 믿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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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를 버린 논어
공자 지음, 임자헌 옮김 / 루페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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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었다고 할 수가 없다. 

논어의 원문에 한자 음을 작게 달고, 검은 글씨로 원문의 번역을 했고, 파란 글씨로 현대인인 역자의 생각을 덧붙였다. 원문에는 훈이 없어서 뜻을 유추하기 어렵고, 검은 글씨의 번역은 지나치게 현대어로 해석해서 원문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 수 없었다. 파란 글씨는 처음에 몇 번 읽다가, 지나치게 현대인의 생각이라 못 읽겠어서 아예 읽지 않았다. 

저녁마다 따라 쓰기,를 했는데, 한자만 따라 썼다. 이렇게 따라 썼으면 한자를 알 법도 한데, 훈이 안 달려 있어서 그냥 모르는 채로 쓴 데다가, 검은 글씨 번역은 군자,라는 말을 안 쓰고 좀 더 현대어로 번역하려고 노력하다보니 한자어랑 연결을 아예 모르겠는 지경이었다. 말들이 가지는 시대성을 드러내지 않으려니, 더 뒤죽박죽이 되었다. 좀 더 전통적인 책을 살 걸 그랬다. 

저녁에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한자를 그리고, 아침에 정리하면서 생각이 하나도 안 나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는 식이었다. 그냥 끝까지 쓴 데 의의를 두자, 싶다. 

그래도 끝까지 가 보니, 지금까지 논어가 왜 원문 위주가 아니었는지 알겠다. 부족한 자원에 토막난 글귀들을 그러모은 책이라 한 권으로 엮을 만한 연결이 부족하다. 사자소학처럼 배운데도 어색하지는 않다. 일면 모순되어 보이는 말들이 하나의 단어에 대한 답으로 열거되기도 한다. 논리성이나 일관성의 눈으로는 한 권의 책으로 볼 수만은 없는 책이다. 언어의 눈으로 인간의 눈으로 봐야 하는 책이라서, 현대인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도, 원문을 빼고 번역만으로 엮는 것도 불가능하다. 다른 많은 책들이 왜 그 배경들에 많은 설명을 할애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천자문을 읽었을 때, 이게 아이책이 아니네, 싶었던 그 배경들, 춘추전국시대의 혼란한 사회상이 거대한 나라의 다양한 문화가 충돌하는 배경을 모르고는 짧은 한 줄도 이해하기 어렵다. 논리정연하게 정리한 글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한 각기 다른 말들이 남은 거라서, 결국은 토막난 이해 뿐이다. 

논어를 읽은 백 사람이 각기 다른 백 가지 견해를 밝힌 데도 이상할 게 없는 열린 텍스트를 누군가의 꽉 찬 해석으로 읽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은 거 같다. 원문에 간단한 배경 설명이 있는 좀 더 전통적인 해설서가 나한테는 더 좋았을 거 같다.

늘 시작만 알고 있었는데, 이제 끝을 안다. 

不知言, 無知人也. (말을 모르면, 사람을 알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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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름이라는 착각 - 우리는 왜 조던 피터슨에 열광하는가
유튜브 읽어주는 남자 지음 / 데이포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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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혼자서 읍내에 나가서는 책을 사가지고 왔다. 재미있게 읽었다. 회사에서 걸을 때는 전자책으로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22650050 ) 를 읽고 집에서는 이 책을 읽었다. 내 자신이 책 속에서 비판받는 사람과 멀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서 왜 나는 그런 말들에 경도되었던 걸까, 생각했다.

전자책으로 읽는 책에서 다음 문장을 만났다.

'나는 나에 대한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옳아야 한다고 느꼈다'-44%,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

젊은 나는, 나에 대한 자신이 없는 채로, 나 자신을 부풀려 생각했다. 누구보다 강하고, 누구보다 영향력있는 존재이고 싶어서 능력없이 책임지려는 태도로 여기저기 발언하고 싶어했다. 당장 제 앞가림도 하지 못하면서, 작은 이야기대신 큰 이야기를 하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나라가, 제도가, 블라블라. 그리고 내 자신에 꽤나 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스로 누군가의 대변인이 되려고 했다. 엄마가 된 지금 가끔 아이들의 말을 가로채서 대변하려고 하는 것처럼, 그 때 나는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던 요청하지 않던 내 눈에 부당해보이면 나서서 대신 말하려고 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의 부풀린 자아상을 확인하고 우쭐해하는 마음도 있었나보다. 내가 계속 그럴 수 없었던 건, 내 부풀린 자아상이 살아가면서 거짓인 걸 알아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다른 삶을 보면서 배우고 알아차렸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론내리고,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비슷한 생각들을 부풀리는 대신, 살면서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함께 일하면서, 내가 말했던 상황과 충돌하는 상황들에 부딪치는 와중에 조금씩 조금씩 지금의 내가 되었다. 

책은 다른 어떤 에세이보다 솔직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아무래도 구독자가 늘지 않는 초짜 유튜버였던 자신이 어떻게 방향을 바꾸고 나아갔는지 이야기하고,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준 유튜브 영상은 하나하나 큐알코드를 넣었다. 세상을 원망하는 대신,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더 낫게 바꾸고, 감사할 줄 알게 된다. 남자에게 필요한 이야기와 여자에게 필요한 이야기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조금은 부딪치는 부분이 있지만, 역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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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0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별족 2021-11-10 09:49   좋아요 0 | URL
저는 조던 피터슨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팬을 하기에는 열정이 부족한 축이라서^^;; 유튜브를 열심히 본 건 아니라서 굴곡진 삶이라는 부분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