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 - 심리학의 눈으로 보는 두 나라 이야기
한민 지음 / 부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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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 저자의 책을 읽을 때, 계속 질문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정말 그래? 정말? 이게 주류라는데, 동의가 되지 않는 순간이 많았다. 국경이 사라진 세계 가운데, 거대한 도시들이 있고, 모두가 흐르는 하나의 방향은 있는 것 같지만, 여전히 조금씩 다른 부분들, 결코 서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돌출하는 순간들이 있다. 왜 그런가, 의문을 가지고 이런 책들을 읽는다. 

결국 상대적일 수 밖에 없는 해석들이다. 크다와 작다, 던지 친절하다와 무뚝뚝하다,던지 모두 비교대상 가운데 드러난다. 나는 안 그런데,라는 말은 필요하기도 하고 필요하지 않기도 하다. 이런 책을 읽는 건,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흐린 배경처럼 두기 위해서다. 나는 이런데, 왜 너는 저런 거야, 라고 이해하지 못 해서 답답할 때, 아 저 사람은 여자고 ESFP고, 서양인이고, 부모님이 이혼했고, 미혼이구나,라고 이해해주려고 읽는다. 다 그럴 수 있으니까, 받아들이기 위해서 읽는다. 수도 없이 묶일 수 있는 나라는 정체성의 범주 가운데, 드러나는 특질들일 수 있다고 받아들이기 위해서 받아들이고 다시 대화하기 위해서 읽는다. 혹은 마구잡이로 들어온 어떤 해결책이 여기서 작동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서도 읽는다. 저기서는 작동했다는데, 여기서는 왜 작동하지 않는가. 동양과 서양의 비교도 아니고,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과 우리나라의 비교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었다. 더하여, 내가 한국여자라니 멋진데,라고도 생각한 거 같다. 

세계의 문화를 여러 가지 기준으로 분류한 홉스테드에 따르면, 일본은 굉장히 남성적인 사회로 꼽힙니다. 반면에 한국은 여성적인 사회로 분류되는데요. 의외라고 생각하시는 분 계실 줄 압니다.

홉스테드의 남성성-여성성 구분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의미가 아니라 의사소통 방식에 가까운데요. 어떤 주장이나 의견이 좀 더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쪽이 남성적, 대안을 좀 더 고려하고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방식이 여성적이라고 규정되는 것이죠.

홉스테드는 다른 여러 요인을 분석하여 남성적 문화는 남녀의 성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사회, 즉 남자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거칠고 물질적인 성공을 추구하는 반면, 여자는 보다 겸손하고 부드러우며 삶의 질에 관심을 두는 사회라고 정의했습니다. 여성적 문화는 사회적 남녀 역할이 중첩되는 사회, 즉 남성과 여성이 모두 겸손하고 부드러우며 삶의 질에 관심을 두는 사회라고 보았죠. -쎈 언니들의 나라 한국, 귀여운 소녀들의 나라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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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라비안 나이트 : 천일야화 - 천일야화 현대지성 클래식 8
작자 미상 지음, 르네 불 그림, 윤후남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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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을 읽어보려고 할 때, 아, 그 시대 왕가라는 건 연예인들이었네, 싶었다. 왕가의 결혼, 치정극, 불륜 막장극이 시경 속에 있었다. 사람들이 입으로 전해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나라들의 이야기가 노래로 남아 있었다. - 선강(https://namu.wiki/w/%EC%84%A0%EA%B0%95)의 이야기는 완전 파격적인 데다가 거의 초반에 등장해서 계속 읽어보려는 시도를 하는 그러니까 문제집의 앞쪽만 푸는 나는 굉장히 여러 번 보게 되었다-

아라비안 나이트,를 이북으로 읽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나라의 그래도 살아남은 이야기,를 재미나게 읽었다. 나라도 가고, 사람도 가고, 왕가도 사라지고, 신분제도, 마법사도, 요정도 믿음의 자리에서 사라졌어도 이야기는 어찌나 힘이 센 지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 기억 속에서 마음 속에서 설명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힘을 발휘하는 이야기들이다.

가혹한 권력을 행사하는 배신당한 왕에게 스스로를 제물로 바치고, 절묘하게 끊어놓는 이야기로 생을 연장하는 세헤라자데는 지금의 요령좋은 드라마작가 같다.

이야기는 무엇이길래 이렇게 질길 수 있을까. 사람들은 이 이야기들 가운데, 무엇을 좋아하는 것일까. 우리가 알고 보고 좋아하는 이야기들은 어떤 형태로 내가 사라진 다음에도 살아남을까. 법이나 제도, 권력이나 국가, 그 아래 있는 듯 없는 듯 힘을 발휘하는 이야기들은 어떤 믿음으로 어디로 흐르는가, 그 모든 이야기들을 무시하고 새로 집을 지을 수 있을까. 그게 과연 가능하기는 할까.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 배신하고 복수하는 사람, 설명할 수 없는 힘들-요정과 마법-, 속이 빤히 보이는 잔꾀, 영리한 아이와 노예, 여자. 논리정연하지 않은 혼돈의 이야기들 가운데,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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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판도라의 딸들, 여성 혐오의 역사 -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편견
잭 홀런드 지음, 김하늘 옮김 / ㅁ(미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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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멀어진 관심이라, 잠깐 생각했는데, 백자평 중에 '누구는 페미니즘 책으로 읽겠지만, 내게는 안티페미니즘 책으로 읽혔다'(https://blog.aladin.co.kr/771186155/12808177) 는 걸 보고 궁금해서 읽었다. 


여기 저기 주워들은 게 많았어서 새삼스럽지는 않았다. (https://blog.aladin.co.kr/hahayo/12131800) 동양의 사고가 그러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남의 나라 이야기를 꽤나 성실히 듣는 와중에, 그리스의 이원론적 철학이 기독교의 결벽적인 신과 만나서 어떻게 지금에 이르렀는지에 대해 듣는다. 이야기들이라서 재미있다. 세상을 굴리는 하나의 축으로서 이야기가 남아서, 어떤 형상들을 만드는지 본다. 태어난 게 죄라니, 참 나, 그게 뭐야,라고 기독교에 대해 들었을 때 느꼈던 어린 날의 반발심이 되살아나는 믿음들이다. 태어난 게 죄고, 성교가 죄고, 야, 참 쓸모없는 믿음인데, 이런 믿음을 왜 만들었을까? 선과 악이 분명하고, 언제나 선을 택해야 하는 가혹한 신의 차별적인 사랑 아래서 차별적인 사랑을 받겠다는 거야? 이런 믿음을 가지고 어떵게 공동체를 꾸리고, 어떻게 아이를 낳고, 어떻게 제 정신으로 살 수 있어? 먹고 자고, 사랑하고 삶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것들을 이렇게까지 경멸하면서 어떻게 제 정신으로 살 수 있어?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왜 서양의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이야기를 믿었을까?  그러면서, 도대체 저런 믿음으로 어떻게  지금까지 존속하는가, 의문을 가진다. 

종교가 권력과 결탁했기 때문에, 차별하는 신의 그늘 아래로 너무 많이 들어와서 지금 어쩌지 못하는 상태에 봉착한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믿지 않는 자를 처단하던 신의 이름이 지금 작동할 수 없는 세계 가운데, 극단의 믿음들이 다시 창궐하는 건 이미 그 안에 품고 있는 이기심 때문인가 싶기도 하다. (논어 세번 찢다,를 읽었을 때 이런 대목을 만났다 '중국의 전통과 서양의 전통은 사실 다‘구분‘을 말하고 있으나, 정치와 종교, 승려와 속인의 관계가 다르며 구조도 완전히 상반된다. 저들의 전통은 정치와 종교의 합일이다. 즉 종교는 통일되었고 국가는 다원화되었다. 반대로 우리의 전통은 정치와 종교의 분리이다. 즉 국가는 통일되었고 종교는 다원회되었다. 만일 기어코 천일합일을 논해야 한다면, 그 역시 저들의 것이지 우리의 것은 아니다. 우리의 전통은 정치를 부각시키는 것이고, 저들의 전통은 종교를 부각시키는 것이다. 저들의 상태가 훨씬 더 원시적이다. -p248' https://blog.aladin.co.kr/hahayo/10881133) 

권력과 결탁한 종교의 강력한 힘 아래에서 광신은 작동하고, 마녀사냥과 탈레반이 등장한다. 스스로의 믿음의 기준에서 벗어난 자들을 처단할 수 있다는 생각은 권력과 결탁하여 힘을 발휘한다. 힘을 발휘할 수 있으니, 광신은 다시 작동한다. 

나의 믿음의 바탕이 저런 게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가. 나의 믿음의 이야기들은 저 믿음의 방식으로 보면 엉망진창이고, 비논리적이고, 관용적이다. 나는 나의 동양적 가치관의 토대를 좋아한다. 이런 태도들이 물론 서양에도 있다는 것도 안다. 이반 일리치를 만났을 때(https://blog.aladin.co.kr/hahayo/13206446), 행복의 경고 속의 할머니를 만났을 때, 서양에도 없는 건 아니구나 생각했다. 존재하는 데 아마도 권력과 결탁한 광신 가운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원론과 피라미드 식의 위계적인 사고 안에서 무능한 어떤 것으로 평가받았다고도 생각한다. 그 사회 안에서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들도 어떤 쓸모 가운데, 기독교에 식민주의에 여성학살에 동조자가 되었다. 초기 기독교가 여성과 남성을 동등한 존재로 보고, 여성에게 성교나 출산의 의무를 지우지 않는 -아마도 성교 자체를 죄악시 하는 태도 때문에- 것 때문에 죽음의 위협을 회피하고자 하는 가운데, 여성들을 통해 교세를 확장할 수 있었다는 묘사가 보였다. 


도덕적인 규제가 인간 본성을 거스를 때 필연적으로 위선이 나타난다. (80%)


동양에 대한 이야기는 짧고 피상적이다. 여아 살해와 가부장제에 대해 말하지만 저자에게는 미지의 영역이니 딱 적당한 분량이다. 


좋은 말들을 많이 쓰고, 별 하나를 뺀 건, 이라영 님이 붙인 글에 자기반성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가 여성혐오의 장면으로 언급하는 것은, 탈레반이나 기독교 원리주의, 공산주의에서 여성들의 자기치장 욕구를 어떻게 억압하는지에 대한 것들이다. 서양의 위계적인 사고 가운데, 화장을 하기보다 책을 읽어 지성을 드높이라던 여성주의자의 발언도 빠지지 않는다. 이게 지금의 탈코르셋에 대한 말들처럼 보여서 나는 해방감을 느꼈는데, 이라영님은 오해한 거라고 말한다. 누구보다 여성혐오적인 여성주의자의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존재하는 가운데, 자신의 본성을 들여다보고 쓸데없이 허황한 말들에 휘둘리지 않는다면 과연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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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3-01 1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최근 읽은 책과도 연결이 되는 부분이 있어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별족님 주소링크 추가하실때 (작성시)우측에 있는 링크에 넣어 올리심 모바일에서도,PC에서도 바로연결이 됩니다. ^^*
 
[eBook] 랩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출판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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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저기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다 늦게 이북으로 읽었는데 도대체 딸이 이 사람 같았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은 뭐지, 싶다. 엄마는 되지 못하겠고 아빠가 되 주겠다는 건 뭐지, 그럼 아이는 아빠만 둘인 건가, 도대체, 엄마랑 아빠의 차이는 뭐지. 

도대체 뭐가 좋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서양인들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사는 사람들이 쓴 책은 안 읽나, 싶기도 하고.  

이렇게까지 잠을 안 자고, 이렇게까지 대충 먹는데- 자기가 쓰는 자신의 책이니 과장일 수도 있지만- 자기 딸이 이 사람 같았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은 도대체 뭔가 싶다. 어디서든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할 필요가 있지만, 몸을 축내면서 하는 성공을 자기 자식에게 바라는 부모는 과연 부모인가 의심하기까지 한다. 

그렇다, 나는, 먹고 자는 데 진심인, 살아가는 데 성공이 도대체 뭔가 의심하는, 아무도 날 성공이라 하지 않아도, 스스로 뭐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내 아이에게 바라는 것은,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한 것,이다. 쉬지 않는 머리로는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무들에 대해 쓴 부분들은 좋았다. 신기하기도 하고, 정보를 전달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연구실의 삶에 대한 부분,이나 조교와의 관계는 병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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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2-26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별족 2022-02-26 09:23   좋아요 0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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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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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지기 활동을 하던 딸아이에게 도서관에서 여름방학에 읽으라고 보내 준 책이다. 재밌다면서 내게도 읽어보라고 했다. 어느날은 자신은 저만치 따로 있는데, 2학년 여자아이들과 도서관 사서선생님이 이 책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 듣는데, 사서선생님이 아이를 혼자 키우게 한 아이의 아빠가 나쁜 사람이라고 말했다는 거다. 자신은 그 아빠가 나쁘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고, 그 어려운 와중에 아이를 키워내는 엄마들이 참 멋있었다고 내게 말했다.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 엄마가 아이를 혼자 키운 이유, 아이가 그 아빠를 같이 욕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서 나도 책을 읽었다. 

책 소개에 있는 대로, 하와이의 사진신부에 대한 이야기다. 어린 소녀 셋이 사진만 보고 결혼하고 머나먼 하와이에서 삶을 꾸린다. 팍삭 늙은 남자가 젊은이의 사진을 보내기도 해서 처음 신랑을 만나는 날은 웃음보다 울음이 나고, 소녀들은 그래도 살아서 엄마가 된다. 주인공인 소녀는 그래도 젊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는데, 식민지 조선이 조국인 이 사람들에게 조국의 안위는 중차대한 관심사고 독립에 대한 열망도 커서 그 안에서 세력이 나뉘어 독립운동을 한다. 그러니까, 아빠가 엄마에게 아이를 혼자 키우게 하고 떠난 건 독립운동 때문이었다. 내 아이들에게 독립된 조국을 주고 싶어서, 아빠는 아이와 엄마를 두고 떠났다가 병들고 지친 몸으로 돌아온다. 엄마는 아빠없이, 사진신부로 온 친구들과 세탁소를 꾸리면서 아이들을 키운다. 강인하고 멋있다. 

독립운동을 위해 가족을 돌보지 않은 아빠를, 그저 나쁘다고 할 수 있나. 여자들의 이야기라 남자는 많은 순간 사라지고 없는 이야기다.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남자의 삶이나 상황은 묘사되지 않는다. 여자들의 이야기만 있는 가운데, 여자들의 어려움이 과장된다고 해도, 보이지 않는 이야기가운데 남자들에게 어떤 희생이 있었을지도 알 수 있지 않는가. 이야기를 남길 수 있는 사람은 살아남은 사람들이라고 해도, 살아남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배제시키기까지 한다면 어떻게 국가가 공동체가 존속할 수 있을까. 그리고, 국가없는 여성의 삶은 얼마나 위태로운가. 과거의 이야기들, 현재 많은 나라들의 이야기들 가운데, 나는 독립운동을 했던 아빠를 욕할 수 없는 딸아이와 같은 마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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