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운 배 - 제2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이혁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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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고 바로 입사했다. 1년, 3년, 그 모든 직장인이 심난해 한다는 때에 나도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다. 그만두고 싶은 이런저런 이유를 가져다 붙여도, 경제적 독립말고 다른 걸 내가 회사에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또, 어디나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도, 여기 존재하지 않는 걸 다른 곳에서 찾지 않는 태도도, 여전히 회사 밖 친구들과 꾸리는 모임과, 취미로라도 쓸 수 있는 글이 있었다. 

누운 배는 회사의 이야기다. 사람이 모여서, 일을 도모하는 조직 내부에서 사람이 느끼는 이야기. 누군가를 좋아하고 누군가를 싫어하고, 회사의 위계대로 또 평판이 갈리는 가장 말단의 이야기. 어쩌면 배가 눕고, 책임을 이리도 저리도 밀어내는 조직의 모습은 그래, 그런 모습을 나도 알지,라는 느낌이다. 그래도, 중반 이후, 평가지표에 대한 이야기나, 공정률이나 실적으로 드러내는, 작가가 어쩌면 이상적인 리더로 그리려고 했는지도 모르는 상황의 묘사에는 거부감이 들었다.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생각했다. 섬김의 리더십처럼, 리더십을 묘사하기 위해, 소설의 얼개를 쓰는 일과 이 소설은 얼마나 다른 질문을 가지고 있나, 이런 생각을 했다. 자기 삶의 어떤 부분, 살면서 느끼는 불일치, 지금 자신의 선택에 대해 확인하고 싶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한다. 그렇더라도, 소설 속의 질문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준 이 결과 다음에 작가는 어떤 소설을 또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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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제513호 : 2017.07.15
시사IN 편집부 지음 / 참언론(잡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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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말해야 하나, 싶다. 

노동조합은 이사회를 저지한다고 회의장을 막아섰다. 

그렇다. 내가 가진 노조는 성과연봉제를 통과시키는 이사회를 저지하려고는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을 결정하는 이사회에는 비상을 선포하고 모든 노동조합 간부를 소집하고 응하지 않을 시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대의원대회에서 '시민으로서 생각해보자'나 '시민을 설득할 명분을 논의해보자'는 수준의 말을 동지의 일자리를 내팽개치는 파렴치한의 말로 중계하고 축출하려 든다. 결국 나의 노동조합이니, 시민들의 눈에는 나의 말로 보일 것이다. 신고리 5,6 중단을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바라보고 저항하는 노동자, 말이다. 


나는, 원자력에 대한 공포가 과장되었다,라고 생각하고, 원자력의 기여가 분명히 있으며, 에너지 안보를 정치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더하여, 나는 완만하고 부드러운 전환을 바라고, 새로 짓기보다는 운영기간을 연장하는 것을 선호한다. 고리 1호기의 중지 결정이 그래서 아쉽다. 신규 허가를 기대하고 돈푼깨나 있는 지역의 명망가들이 빈 땅에 빈 집을 마구 짓는 것을 보아 온 처지라, 땅조차 사놓지 않은 공사는 안 해도 된다는 생각도 한다. 그렇지만, 신고리 5,6은 그런가,라는 생각을 한다. 

매몰비용을 감수할 만큼, 공포는 합리적인가. 

이게 그렇게 긴급한 문제인가. 

숙의민주주의는 잘 작동할 것인가.

도대체, 누가 시민배심원단이 될 것인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원자력노동자가 되어, 이승만의 선견지명과 박정희의 추진력을 그리워하는 선배들 가운데서 일했다. 과학은 어쩌면 그런 식으로 보수적일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에어컨을 팡팡 트는 싱가포르를 들어, 전기를 마구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복지라는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문제를 가치의 문제로 끌어올린 다음에 우리는 상대를 비난하는 것 말고 무얼 더 할 수 있을까. 

미래의 위험을 현재의 내가 어디까지 알 수 있을까.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어쩌면 무지의 산물이 아닌가. 그저 과거를 통해 추측하면서, 지금까지 이만큼 무탈하게 운영하고 있으니, 이 정도로는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특별히 가혹하다 할 원자력에 대한 공포를 마주할 때마다,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만날 때마다, 나는, 당신이 원하는 확신은 어디에도 없는 게 아닌가요,라고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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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7-07-14 0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뤈자력은 두렵습니다.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하는 것보다 전기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더 오래된 미래를 보존해야 하지 않을까요.

별족 2017-07-14 10:30   좋아요 0 | URL
저는 지금 정부가 성공하길 바라기 때문에, 지금의 결단이 심난한 게 있는 거 같아요. 대부분은 무심할 테고 무심한 많은 사람들은 그저 시끄럽지 않기를 바라니까요. 현대인은 안전하고 편리하길 바라지만, 그런 게 없다는 걸 또 아니까, 원자력은 절대 쉬운 문제가 아니거든요.
 
[eBook] 삼체 2부 - 암흑의 숲 삼체 2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단숨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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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볼 때는 밝은 면을 생각하고'사자소학의 구사를 어디 옮겨놔야겠다. 

삼체는 1부와 2부가 아주 다른 인상이다. 

1부가 과거의 이야기이고, 2부가 미래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2부에서 본격적으로 외계의 존재가 드러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는, 1부가 좀 더 좋았다. 미래를 상상할 능력도 마음의 심연을 숨길 능력도 내게는 없어서, 우주에 떠있는 은하함대의 묘사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황망하고, 면벽자를 보는 것은 괴롭다. 외계함대가 또 하나의 제국이 되어 우주에 떠있는 미래를, 지하로 파고 든 세계를, 외로운 사람들을 상상하는 게 힘들었다. 차라리, 중국 문화대혁명의 시대에 폭주하는 젊은이가 믿음으로 행하는 과격함을 보는 것이 나았다. 적어도 그걸 보면서는, 예원제의 인간에 대한 절망도, 그 젊은이들의 과격한 믿음이 적어도 선의였음을 조금은 상상할 수 있었지만, 2권에서 우주가 암흑의 숲이라는 것은 너무 무서워서 도망치고 싶다. 

작은 범주로, 결국은 지금 사회의 은유로 SF 소설을 읽는 나는, 우주가 암흑의 숲이고 문명을 가진 존재를 단독자로 숲에 숨은 사냥꾼처럼 묘사하는 것이 싫었다. 거대한 우주라는 암흑의 숲에 고립되어 존재하는 문명은, 바스락거리는 소리에도 분별없이 다른 존재를 멸망시키는 그런 존재라는 것이 싫었다. 

우주 속 문명을 사회 속 인간으로 좁혀서 이해해버리는 한심한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 외로워서 살 수가 없는 심정이다. 삼체인이 같은 자원을 쓰지 않을 수도 있는데, 개미처럼 작을 수도 있는데, 영혼처럼 존재할 수도 있는데, 공존을 상상해볼 수도 있는 게 아닌가, 혹은 이러나 저러나 망하는데, 현실을 저당잡혀 불행할 게 뭔가, 뭐 이런 생각만 한다. 4백년 후에 벌어질, 일거수 일투족이 중계되는 적국과의 전쟁에 대비하기로 마음 먹는 용맹함을 아, 그래 존경하게는 된다. 명백한 미래,라는 걸 수용할 수가 없다. 어쩌면 덜 문명화된 존재가 미래를 확신하지 않는 존재가, 어리석은 존재가 오히려 먼 미래까지, 메뚜기처럼 살아 남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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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족 2017-07-06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다, 그냥 책을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북이 걸려있는 거지.
 
여자와 남자는 같아요 - 2016 볼로냐 라가치 상 논픽션 대상 수상작 내일을 위한 책 4
플란텔 팀 지음, 루시 구티에레스 그림, 김정하 옮김, 배성호 추천 / 풀빛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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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갔을 때, 나는 과에 한 명뿐인 여자였다. 선배와 걷다가, 선배가 담배에 불을 붙이려는데 라이터가 없었는지 두리번거리길래, 대뜸 앞서 걷던 사람(남자)에게 불 좀 빌려달라고 했다. 그렇다, 나는 상식이란 게 없는 여자,다. 눈이 동그래진 선배가 여자가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 했던가. 왜?라며 나도 놀랬지만,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았다. 모르는 편이 나은 것들이 있다. 


이 책은, 남편이 네 권의 내일을 위한 책 세트-'민주주의를 어떻게 이룰까요', '독재란 이런 거예요', '사회 계급이 뭐예요'와 함께-로 아이들을 위해 산 그림책이다. 남자와 여자는 같다,고 말하기 위해, 현 사회의 부조리를 말한다. 

나는 아이를 성별에 따라 다르게 키우지 않는다. 바지를 입고 싶다는 아이에게 치마를 입히지도 않고, 치마를 입고 싶다는 아이에게 바지를 입히지도 않고. 여자 아이라고 장난감 자동차를 빼앗지도 않고, 남자아이라고 인형을 업지 못하게 하지도 않는다. 직장에 다니느라 아이를 맡기고 키우면서도, 다른 생각을 가진 다른 사람들이 있다고 받아들이게 하려고 한다. 아들이 아빠와 친한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딸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을 어쩔 수 없다고도 생각한다.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이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사람 다섯이, 책임지는 어른 둘과 자라는 중인 아이 셋이 사이좋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책은 '남자와 여자는 같아요'라는 말을 하기 위해, 남자와 여자를 다르게 대접하는 사회를 묘사한다. 다르게 키우고, 다른 일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걸 읽는 딸은 이 책을 공감할까? 남자가 중요한 일을 하게 되고 여자는 아이를 키우게 된다,는 말을 오히려 배우지는 않을까? 

내 딸이 차라리 상식없는 어른이 되어, '왜?'라고 질문하기를 바란다. 자기 마음이 가는 대로 꿈을 꾸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세상이 이런 것 쯤은 나중에, 나중에 알아도 된다. 결국 모른다면 오히려 좋다.

남자도 여자도 그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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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 다른 나라 말로 옮길 수 없는 세상의 낱말들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1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루시드 폴 옮김 / 시공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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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한테 '너, 아스퍼거 같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회사에서 하는 심리검사지를 확인했다. 친구야, 나는 정상이란다. 뭔가 냉소적인 나는, 이제 저런 식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말도 생겼네, 그리스 신화의 그 괴물의 침대가 쳐내는 인간형이 여기 하나 더 생겼네, 참 세상 한심하네,라는 생각도 했다. 아직은 정상이라지만, 좀더 정교해지면 아마 나도 '사회성이 떨어져서' 아스퍼거 진단이 내려질 수도 있지,라고도 생각한다.  

선배한테 '야, 너는 참, 너 자신만 납득하면 되는 거냐'라는 말도 들은 적 있다. 뭐 나쁜 말도 아닌 것 같고, 그대로 또 사실인 것도 같아서, '그렇지, 나는 나만 설득하면 되지'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다. 이렇게 살다 보니, 사람들이 나는 눈치 안 보는 줄 아는데, 나는 딸 셋에 아들이 막내인 집에 둘째 딸이다. 그 눈치 다 보면 살기가 너무 버거우니, 이런 식이 된 거라면 변명인가.  

가끔, 다른 사람이 어찌 볼까 전전긍긍 하면서 또 그렇게 타인을 탓하는 사람을 보면 '눈치는 네가 보면서, 왜 다른 사람이 눈치 줬다고 뭐라고 그러냐?'라고 물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눈치가 작동할 때, 최종 결정자는 결국 자기자신이어야 한다.  


책은, 마케팅이 화려한 데다가, 그림이 들어간 쪽글이라 한 번쯤 구경하다가, 우리 말은 무슨 말이 어떤 설명으로 들어갔을까, 궁금해서 샀다. 그러고는 카페하는 형님한테 선물했다. 무난하고, 내가 드러나지 않는 책이다. 


번역되지 않은 우리 말로 '눈치'가 들어있다. 외국인들이 마법이라고 느끼는 그 '눈치'. 적당한 선에서 쳐내지 않으면, 스스로를 파괴할 수도 있는 '눈치'. 눈치가 작동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사회라서 가능한 말이다. 공통의 가치관이 작동하는 부분일 수도 있고, 그저 휩쓸리는 대중심리가 작동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삼백이'에 나오는 할머니이야기나, '신과 함께'처럼 기본적으로 결국 죽어서라도 댓가를 치르게 되고 지금의 손해가 앞으로의 손해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오래된 정서를 좋아하는 촌년인 나는, 그저 맞장구치는 말들은 못 들은 체 한다. 


스스로를 단단히 하고, 자신에게 맞춰서 적당하게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한다. 눈치,는 예민한 감각이고, 약자의 불편을 알아차릴 때는 꽤나 쓸모가 있다. 그러나 언제나 내가 먼저 살아야 하니까, 내 마음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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