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곰탕 1~2 세트 - 전2권 -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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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학교에서 빌려오라고 해서 1권을 봤다. 2권이 아무래도 없다고 해서, 2권은 서점에서 샀다. 학교 도서관에 2권을 버리라고 그렇게 당부하고 샀다. 


시간여행자가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조금 진지해지면 질문이 계속 생기는 이야기이다. 그러지 않을 수 있다면, 시간여행을, 레이저총이 두꺼운 콘크리트들을 차례로 뚫고 그 안 에 사람을 동강낼 수 있다는 걸, 머리에 칩을 심는 것으로 공간을 자유자재로 뛰어넘을 수 있다는 걸 이야기가 재밌어서 믿어주기로 한다면, 흥미진진한 SF영화를 미래에서 지금으로 온 사람들 때문에 벌어지는 온갖 아수라장을 구경할 수 있다. 읽는 중에 질문이 마구 떠오르지는 않는다. 

흥미진진한 SF지만, 질문은 곰탕같고 이야기는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계속될 이야기다. 아버지가 되는 이야기, 아버지가 아들에 대해 가지는 감정이나 아들이 아버지에게 가지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 애석한 이야기, 지난 다음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닫게 되는 후회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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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수없는 며느리 VS 파란 눈의 시아버지
전희원 지음, 김해진 그림 / 모티브북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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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래 전에 읽었다. 초판이 2004년이고 아마 그 즈음에 읽었나보다. 

다른 사람들처럼 배꼽 빠지게 읽은 건 아니지만, 그때의 나에게, 나의 어떤 태도에 도움이 되었다. 


결혼하고 나서 억울한 게 참 많았다. 저녁을 남편에게 맡긴 적도 있었는데 넘겨지지 않는 것들, 싸이클 전부를 책임지지 않으면 모를 태도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왜 그 싸이클에 신경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내다버리고, 전 과정을 하지 않으면 모를 어떤 요구들에 화가 나는 순간들이 많았다. 어떻게 매번 새 반찬을 원할 수 있나, 끓인 찌개 두 번은 먹지 말지,라는 말이 나올 수가 있나. 어떻게 모든 재료를 갖춰서 요리하라고 할 수 있나, 어떻게 어떻게. 그런 요구를 들을 수도, 끼니에 딱 먹고 없앨만큼 찌개를 끓일 수도, 그렇다고 남은 찌개를 톡 털어 쓰레기통에 버릴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처해서 '우리 집에 돼지라도 키우냐'라고 소리치거나, '제 몸뚱이만 깨끗하면 다냐, 쓰레기는! 지구는!'이라고 소리지르거나 하는 날들이 있었다. 이런 고민을 나만 하는 게 억울하고, 이런 것들에 마음쓰고 있다는 게 억울한 순간들이었다. 딱 둘 뿐인 가족에서 그게 굉장히 힘든 일이라는 걸 지금은 좀 더 알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요리에 대해 주방을 장악한다는 것에 대해 '좋은 거네'라고 조금은 생각할 수 있게 되었던 거 같다. 그때가 아니라 지금, 누군가 요리하는 게 싫다고, 밥 걱정하는 걸 억울해하는 말을 하면 이 책에 대해 말하게 된다. 

국제 결혼을 해서 남편과 시댁에 함께 사는 한국인 며느리다. 주방을 장악한 시아버지 덕분에 손에 물 묻힐 일도 없다. 결혼하고 억울한 게 참 많았던 그 시기에 세상 부러울 게 없어보이는 그 삶 속에 하는 불평들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김치가 없는 끼니라니, 해 주는 데로 먹어야 하다니, 참 쉽지 않겠다.  

주방을 장악하는 일이 사는 데 참 중요한 먹는 일에 대하여, 주도권을 가지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게 된 거다. 억울하기만 한 채로는 그 시기를 건너지 못했을 거다. 같이 살면서 조정해야 하는 주도권 가운데, 희생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 와중에 나는 좀 더 요리에 자기 주장을 할 수 있게도 되었다. 지금의 나는 간이 약하다고 하면, 소금을 가져다 준다. 나는 주방의 주인이거든. 잘 먹어주면야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결국 내가 먹으려면 했어야 하는 것이라고도 생각하게 되었다.  

참, 내가 꽤나 숙련된 주부라고 오해할 수도 있어서 추가해야 겠다. 나는, 내가 먹을 밥이니까,라는 마음으로 아침을 김치, 데운 찬밥, 계란후라이로 고정했다. 반찬투정은 금지되었고, 먹지 않으면 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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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변호사 고진 시리즈 5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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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읽으라고 쓴 책이 아니구나, 하면서 그래도 막장드라마나 뭐 실제상황 보듯이 빠르게 읽었다. 

여성에 대한 묘사가 여성인 나의 호감을 일으키지 않는다.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에도, 도대체 왜 사건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을까 싶었다. 낚싯줄이 한국산이 아니었다면, 상황은 좀 달랐을 텐데. 바쁜 건 이해가 되지만 모스크바에서 샀어야지, 싶었다. 

가족의 탄생,에서는 법에 대한 호기심이나마 불러일으켰었는데 이건 뭘까 싶다. 

악마,로 묘사되는 피해자의 어떤 태도는 친구를 대하는 태도에서는 알 수 없었던 걸까, 의심이 든다. 젊은 어떤 날, 매력적인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뭉친 네 명의 친구,들이라는 묘사는, 누구의 환상인 걸까. 우정이란 그런 것인가? 한 여자를 좋아했다고 전혀 다른 성정의 네 사람이 모이는 게 가능해? 그 네 명이 '친구'기는 합니까? 남자들의 우정은 그러합니까? 묻고 싶은 지경이었다. 

여성인 내가, 청혼한 네 명의 남자에게 달리기시합을 시키는 여자에게, 저 한심한,이라는 말을 날릴 때, 남자들은 '그래, 그 성정을 좋아하지'라는 것인가, 싶은 묘사였다. 네 남자 중 누구에게도 그런 확신은 없고, 함께 있는 순간이 좋아서, 누군가를 선택함으로써 갈등을 일으키고 싶어하지 않는 여자라니!!! 우와! 그럼 아무도 안 골라도 되잖아! 달리기 시합을 시키다니!!! 미친 거잖아!!! 달리기시합을 하고, 거기서 졌다고 같이 술 퍼먹고 꽐라된 여자를 두고 가는 남자들이라니, 하, 그런 게 사랑이라니. 그 상황에서 강간한 남자랑 그래 결혼하다니, 하하하, 역시 미쳤구나. 그런 여자를 모래지옥이나 늪처럼 묘사하는 피할 수 없는 매력으로 묘사하는 것에, 책 날개를 펼쳐 도대체 언제 씌여진 책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도대체, 언제적 감수성이냐. 

남자들이 극구 칭찬하는 여자를,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여자가 되어, 책 속의 다른 여자들처럼 '시샘이나 질투로 비난하'는 여자가 된 것인가. 차라리 직접 죽였어야 해! 그러면 차라리 나았어, 라는 게 나의 생각. 도대체 남자 네 명이나 어장관리 하다니, 하. 그렇게 남자가 꼬이는데, 고르지도 않다니. 결혼이 장난이냐. 남자들은 도대체 얼마나 순종적인 여자를 원하는 것인가. 여자들의 환상 속의 남자를 묘사하는 로맨스들처럼, 가끔 이렇게 남자들의 환상을 응축해놓은 여자도 가끔은 참아내야 하는 것일까. 이건 날 보라고 쓴 소설은 아닌데, 남자가 이런 소설을 읽고 어디서 이런 여자 찾아 나서면 평생 결혼은 못하겠구나, 싶다. 뭐, 책 속의 남자들도 그 지경이니.

단언컨데, 그렇게 순종적인 여자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없고 미래에도 없습니다. 그런 여자는 일찍 죽어 만날 수도 없습니다. 이미 자기 자신을 지키는데 실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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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탄생 진구 시리즈 3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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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변호사가 되었을 때, 아빠는 화투장을 떼면서, '이제, 사기꾼 되는 거지'라고 말했다. 법을 다루는 사람은 일생에 안 만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나도, 법을 다루는 일을 아마도 아빠처럼 생각하는 것도 같다. 


오랜만에 추리소설인데, 다 읽고 생기는 감상은 '법은 참 바보같구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까지 가게 되면 달라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 

죽음이 임박한 자산가의 가족들이 곧 발생가능한 상속재산을 두고 다투는 이야기이다.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있고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상황들이다. 세 자매를 둔 늙은 자산가는 당뇨 합병증으로 죽음이 목전에 닥쳤는데, 막내딸이 교통사고로 죽었고. 막내사위는 그 사고가 의심스럽다면서, 처형들이 범인인 거 같으니, 상속이 그 쪽으로 가지 않도록 해 달라고 탐정을 고용한다. 상속자격이 있는 사람은 다섯-늙은 자산가의 젊은 아내(큰 딸보다 한 살 더 많다는), 큰딸, 둘째딸, 죽은 셋째 딸 대신 상속하게 되는 사위와 5개월?된 딸-이다. 탐정이 해결한 방식은 단순한데, 상속자격이 있는 사람이 다른 상속자를 살해할 때 자격이 박탈된다,는 법논리를 사용한다. 늙은 자산가의 젊은 아내가 바람나서 생긴 태아를 두 딸들이 낙태하도록 도운 것이다. 사위는 호기롭게 낙태죄로 고발해서, 세 사람의 상속자격을 상실하게 한다. 나는, 그 사위가 가족을 바꿔 끼우면서 이루려던 꿈이 아니라, 저 상황에 더 집중해서는, 그렇더라도 박탈되지는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거다. 실제 재판까지 가지 않을까, 그 때 이미 늙은 자산가가 생식능력이 없음을 확인한다면, 그 태아에게 상속능력이 없음이 입증되는 게 아닐까, 쓰면서도 정말 이런 판례가 있을까, 궁금하다. 계속, 입양도 있고, 다른 방식-그러니까, 난자기증,이나 정자기증-이 있음을 고려한다면, 혼인관계의 자녀에게 생기는 상속능력은 그냥 '자동'일 수도 있겠다 싶은 거다. 쓰면서는 재판까지 가서 질 수도 있겠다. 싶다.  

정말 재판이 있었을까? 이겼을까? 졌을까? 궁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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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족 2019-10-26 0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s://news.v.daum.net/v/20191023060031434 재밌는 기사가 보여서 여기 걸어둠.
https://news.v.daum.net/v/20191026050101529
친절하고 따뜻한 입법취지며 판결이라는 생각이 든다. 알면서도 십년을 키운 아버지다. 부부사이가 틀어졌다고 해도, 참으로 아픈 가정사다. 댓글들이 다 판결에 대해 부정적이라 슬프다.
 
플라스틱 여인 - 2007 제39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
김비 지음 / 동아일보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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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feminismwithoutborders2018.wordpress.com/2018/06/29/10-%EC%82%AC%EB%9E%91%EB%A7%8C%EC%9D%B4-%EC%9D%B4%EA%B8%B4%EB%8B%A4/

이 글이 좋았다. 이 글이 좋아서, 소설가라길래 소설을 찾아 읽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8/28/0200000000AKR20180828005900009.HTML 이 기사도 보았다. 양육가설과 심층마음의 연구를 함께 읽고 있을 때라서 뭐라 설명하기 힘든 기분이 되었다. 


나는 무얼까, 내 몸이란 한계를 가진 나를 나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정의할 필요가 있을까. 정의하기 전에 변해버리는 나의 몸과 나는 잘 조응하고 있는가.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나와 다르고, 나의 정체성은 변화하고 있고, 내 마음은 내 몸으로 한계지우기에는 더 크다,고 생각한다. 


소설 속의 연이 상처받으면서도 사람들을 돌보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마지막에 그러고도 결국 떠나는 것에 의아해한다. 어쩌면, 연보다는 그 소동 가운데 결국 단순한 필요로 연을 받아들이는 반응이 나는 지나치게 이기적이다 생각하는 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내가 가장 공감한 연이의 모습은 남자의 옷도 여자의 옷도 버리는 순간이었다. 남자의 옷도 여자의 옷도 편하지는 않았다고 말하는 연이는 다른 모든 모르겠는 연이보다는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소설보다 에세이 같은 걸 읽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홉살 소년의 커밍아웃을 마주한다면, 나는 기다려도 된다고, 지금은 확고해도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시간을 두고 기다려서 무리 가운데 숨어서, 크게 말하지 않고도 네 존재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기다려도 된다고. 살아가는 가운데, 살아남은 가운데. 그렇게 살아남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 몸이 나를 한계지우지 못하는 것처럼 그 어떤 정의도 나를 한계지우지는 못하니까, 너무 일찍 자기 자신을 정의할 필요는 없다고. 표현하지 못할 만큼 복잡한 존재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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