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글책> ‘하루 10분 벽돌 책 함께 읽기’ 프로젝트의 네 번째 책은 요슈타인 가아더(Jostein Gaarder)의 소설 소피의 세계








사진 출처: <일글책> 인스타그램





첫 번째 벽돌 책은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장미의 이름(교보문고 한정 판매 디 에센셜 2, 열린책들, 2022)이었다. 나는 첫 번째 벽돌 책 읽기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완독 성공했다. 두 번째 벽돌 책은 단테(Dante)신곡(열린책들, 2022), 세 번째 벽돌 책은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총 균 쇠(김영사, 2023)였다. 두 번째, 세 번째 읽기 프로젝트는 참여하지 않았다.

 

소피의 세계철학사를 서간 형식으로 쉽게 풀어 쓴 소설, 철학을 처음 접해보기 시작한 독자들이 많이 추천받는 책이다.



















* [대구 책방 <일글책> ‘하루 10분 벽돌 책 함께 읽기프로젝트 네 번째 책] 요슈타인 가아더, 장영은 옮김 소피의 세계(현암사, 2015)

 

* 브라이언 클레그, 박은진 옮김 산만한 건 설탕을 먹어서 그래: 과학의 50가지 거짓말(드루, 2023)




소피의 세계에 과학자 갈릴레이뉴턴의 업적이 언급되는데, 뉴턴에 대한 내용에 당연히 그 유명한 뉴턴의 사과일화도 나온다.



 “뉴턴은 이러한 인력(중력)이 보편적이라는 점을 강조했어. 다시 말해 어디에서나, 천체들 사이에서도 인력이 작용한다는 거야. 어느 날 사과나무 아래에 앉아 있다가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고 해. 그는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어쩌면 달도 사과를 당기는 힘과 똑같은 힘에 의해 지구로 끌어당겨지며 영원히 지구 둘레를 도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지.”


(308쪽)

 


뉴턴의 사과일화는 약간 과장된 신화다. 뉴턴과 친분이 있는 윌리엄 스터클리(William Stukeley)라는 의사가 쓴 뉴턴 전기(다른 책에서는 스터클리의 회고록이라고 되어 있다)에 따르면 뉴턴과 스터클리가 대화를 나누다가 중력의 영향을 받은 사과 이야기가 나왔다. 실제로 뉴턴은 사과나무에 가서 그곳 주변을 서성거리면서 생각에 잠기곤 했다. 하지만 자기 눈앞에 우연히 떨어진 사과 한 알을 보자마자 중력의 실체를 단번에 발견했다고 보기 어렵다. 과학 이론과 법칙이 성립되는 과정은 우리에게 알려진 일화와 다르게 극적이지 않다. 가설이 반증 불가능이라는 결론으로 만장일치할 때까지 계속 검증되어야 한다.


소피의 세계의 주인공 소피 아문센(Sophie Amundsen)는 매일 철학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편지를 받는다. 소피에게 편지를 보내는 철학 선생 알베르토 크녹스(Alberto Knox) 철학에 한층 다가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알려준다. 그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철학적 질문들을 하면 된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어도 과학은 계속 의문을 제기하고, 검증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 짐 알칼릴리, 김성훈 옮김 과학의 기쁨: 세상을 구할 과학자의 8가지 생각법(윌북, 2023)




영국의 과학 해설자 짐 알-칼릴리(Jim Al-Khalili)는 과학의 기쁨 서문에서 과학이 성공적으로 발전하려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의지를 전문 용어로 표현하면 과학적 회의주의(scientific scepticism)과학적 회의주의는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초자연 현상과 유사 과학을 비판하기 위한 태도다




















* 마이클 셔머, 이효석 옮김 《스켑틱: 회의주의자의 사고법(바다출판, 2020년)


* 칼 세이건, 앤 드루얀 서문, 이상헌 옮김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과학, 어둠 속의 촛불(사이언스북스, 2022년)


* 칼 세이건, 홍승효 옮김 브로카의 뇌: 과학과 과학스러움에 대하여(사이언스북스, 2020년)




가장 유명한 과학적 회의주의자는 마이클 셔머(Michael Shermer)지만, 과학적 회의주의의 선구자(과학적 회의주의자들에게는 지적 스승으로 추앙받는)는 칼 세이건(Carl Sagan)이다. 대부분 독자는 세이건을 코스모스의 저자로, 또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과학 해설자로 기억한다. 그렇지만 유사 과학을 비판하는 일에 앞장섰던 그의 생전 활동을 인상 깊게 본 독자는 세이건이 만든 헛소리 탐지 장치를 먼저 떠올린다


















* [스페셜 에디션]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공저, 이민아 옮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디플롯, 2023년)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의 공동 저자인 브라이언 헤어(Brian Hare)버네사 우즈(Vanessa Woods)는 책 뒷부분에 실린 감사의 말에 회의적 태도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과학에서 이견과 논쟁이란 건강하고도 신나는 일이다. 반론이 연구의 동력이 되어 진리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비약적으로 진전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진리를 찾고자 하는 과학자가 의지해야 할 것은 회의적 태도와 실증적 토론이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구판, 감사의 말, 302~303)




과학적 회의주의자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품고, 질문을 던지고, 관찰하고 실험하고 토론하려는 의지가 있다. 과학의 궁극적 목표는 완전무결한 진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진리를 수정하는 일이다.






※ 《과학의 기쁨정오표



* 36~38





 과학이 다양한 집단에 의해 소속된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과학적 지식의 특정 역영에 관한 합의가 쌓일 때, 우리는 그 객관성과 진실성을 더욱 확신하게 됩니다.


역영 영역





* 114






아이슈타인 아인슈타인





* 135

 





 음모론에 빠진 사람 대부분이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합리적인 분별력이 있는 사람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들은 단지 타인의 공포, 불안, 소외감을 먹고 사는 자들에게 현혹되었을 뿐입니다. 특히나 위기의 시기에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납니다. 그런 시기는 의심을 씨앗을 심고 온갖 거짓 아이디어를 부채질하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죠.



의심을 씨앗을 심고 → 의심의 씨앗을 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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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1-06 1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고, 하루 10분으로 벽돌책 어느 세월에...
그리고 소피의 세계 10분만 읽기 어려울 걸? 넘 재밌어서.
너라면 앉아서 다 읽는다고 할걸? ㅋ
이 책 처음 읽기 시작할 때가 생각나는군.
이 책으로 철학에 관심 좀 생길까 했더니 이 나이 먹도록 철학은 영 친해지질...ㅠ
그래도 네가 요책을 읽는다고하니 반갑구먼.ㅋㅋ

cyrus 2023-11-20 06:16   좋아요 0 | URL
지금 <소피의 세계> 3부 절반 정도까지 읽었어요. 얼른 다 읽고 <소피의 세계> 서평 쓰려고요.. ㅎㅎㅎ

얄라알라 2023-11-17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다들 <총 균 쇠> 중 ‘총‘만 읽었다 농담하시는 그 책...저도 진짜 힘들게 읽었는데
저런 방식으로 보증금(?)까지 걸고 자극받으며 읽으면 좀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겠네요^ ^

페크pek0501 2023-11-17 14:59   좋아요 1 | URL
얄라알라 님, 정말 웃기십니다. 총만 읽었다는 표현 때문에 막 웃었습니다. 저도 총균쇠를 갖고 있는데 저는 아무것도 안 읽었어요. 저걸, 언제 읽나? 하고 있죠.
저도 일단 총만 읽어 둬야겠습니다.ㅋㅋ

cyrus 2023-11-20 06:17   좋아요 3 | URL
책 완독 인증을 하루 빠지지 않고 올리면 책방지기가 주는 특별한 선물을 받을 수 있어요. ^^

페크pek0501 2023-11-17 15: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타가 많네요. 출판사에는 꼼꼼히 교정 보는 사람이 꼭 있어야 해요...

cyrus 2023-11-20 06:23   좋아요 1 | URL
자신이 쓴 책에 오타가 너무 많으면 글을 열심히 고쳐 쓴 저자 입장에서는 허무함과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질 거예요. ^^;;
 
산만한 건 설탕을 먹어서 그래 - 과학의 50가지 거짓말
브라이언 클레그 지음, 박은진 옮김 / 드루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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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점  ★★★☆  B+





단맛이 나는 간식을 매우 좋아한다. 새벽에 책을 읽다가 졸음이 몰려오면 사탕과 젤리를 먹는다. 요즘 눈길 가는 간식이 탕후루. 한 입 먹으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지만, 사 먹어보진 않았다내 머릿속 동료인 뇌가 절제를 잘하나 보다. 생각보다 꽤 괜찮은 이 녀석 덕분에 나는 단맛의 노예가 되지 않았다.


갑자기 정치권이 탕후루를 즐겨 먹는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탕후루 프랜차이즈 대표가 국정감사에 소환되었다. 국회의원들은 설탕이 많이 들어간 탕후루가 소아 당뇨와 비만의 주범이라고 지적했다탕후루는 억울하다. 국회의원들이 진심으로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아이들이 주로 언제 설탕을 많이 섭취하는지 조사해야 한다.


어떤 부모는 아이들이 설탕을 많이 먹으면 과잉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단맛은 뇌의 중추신경을 자극해 도파민을 유도한다. 도파민은 우리의 감정, 행동, 생리적 반응에 큰 영향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문제는 도파민이 너무 많이 나오면 극도의 흥분을 유발하거나 과도한 행동을 일으킬 수 있다설탕을 적게 먹으면 도파민이 적게 분비되고, 과잉 행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설탕을 많이 먹으면 아이들이 지나치게 흥분한다는 주장은 속설이다. 설탕 과다 섭취와 아이들의 행동에 상관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여러 개 나왔다. 설탕은 정신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주지 않는다.







미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과학인 척하는 속설에 속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이 과학이라고 믿고 있는 주장들의 절반은 속설이거나 사실과 다른 거짓 정보다. 산만한 건 설탕을 먹어서 그래는 과학인 척하는 속설 50가지를 소개한 책이다. 책 제목은 앞서 언급된 설탕 과다 섭취를 둘러싼 대중의 오해와 관련 있다설탕 섭취가 정신을 산만하게 만드는 원인이 아니다.


과학 도서를 읽다 보면 심심찮게 나오는 두 개의 일화가 있다. 두 개의 일화는 과학자들의 업적으로 알려졌다뉴턴(Isaac Newton)은 땅에 떨어진 사과를 보자마자 중력의 효과를 발견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는 피사의 사탑에 올라가 서로 다른 무게의 물체를 동시에 떨어뜨리는 공개 실험을 했다. 이 실험을 통해 그는 두 물체가 비슷한 속도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두 개의 일화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일화의 출처는 뉴턴과 갈릴레이의 지인이다. 이 책에서는 피사의 사탑 공개 실험이 제삼자에 의해 언급되었다고 나온다(53쪽). ‘제삼자의 정체는 갈릴레이의 제자 빈첸초 비비아니(Vincenzo Viviani). 그는 쇠약해진 스승의 연구를 도왔으며 갈릴레이의 유고를 정리했다.


이 책의 저자는 속설이 대중문화에 의해 널리 퍼질 때 몸집을 부풀린다고 말한다. 그러면 속설과 거짓 정보는 과학과 사실로 둔갑한다. 하지만 속설이 부풀려지는 원인을 무지한 대중에게만 탓할 수 없다. 과학자와 과학 해설자도 실수하고, 착각한다. 그들의 오해가 검증 없이 널리 알려지면 속설의 몸집은 커진다.



* 50 [10장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공룡이 멸종했다]





공룡은 도마뱀과 달리 온혈 동물이었다.



온혈 동물은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능력이 있다. 반대인 냉혈 동물은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없어서 외부 환경의 온도에 맞춰서 체온을 변화시킨다. 요즘은 온혈 동물, 냉혈 동물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온혈 동물 대신에 정온(항온) 동물, 냉혈 동물은 변온 동물로 쓴다.







과거에 과학자들은 정온 동물 공룡가설을 지지했다. 하지만 이 가설의 한계를 지적한 과학자들은 모든 공룡이 정온 동물이 아닐 수 있다고 반박한다. 어떤 과학자는 공룡은 정온 동물과 변온 동물의 장점 모두 가진 중온성 동물이라고 주장한다. (출처: 김도윤(갈로아글 · 그림 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 한빛비즈, 2019)



* 79 [18장 중세 시대에는 모든 사람이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했다]

 

 기원전 4세기경, 플라톤이 쓴 저서에는 지구를 공에 빗대어 설명하는 문장이 등장한다.



플라톤(Plato)이 지구가 둥글다고 주장했었나? 이 내용이 금시초문이라서 플라톤의 저서 티마이오스》(김유석 옮김, 아카넷, 2019년)를 확인해 봤다







플라톤은 티마이오스에서 , 공기, , 흙의 형태는 기하학적 도형이라고 주장한다. 흙은 지구와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플라톤이 생각한 흙의 형태는 구가 아니라 정육면체.


저자는 자신이 인용한 학자들의 주장을 확인할 수 있는 출처를 언급하지 않았다책의 뒷부분에 참고문헌 목록도 없다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견해는 사실과 다른 속설로 잘못 알려질 수 있다.



* 15[2장 인간에게는 오감이 있다]

 

 인간에게 오감이 있다는 이 익숙한 개념은 고대에 처음으로 확립되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미각과 촉각, 둘 다 접촉이 필요한 감각인데도 이 둘을 분리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은 상태로 우리에게 그 유명한 다섯 가지의 감각을 알려주었다. 사실 네 가지든, 다섯 가지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상의 물질이 흙, , , 공기로 구성된다는 가설에 동의했고, 여기에 천상을 이루는 물질인 제5원소를 추가했다.

 


다섯 가지의 감각이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말한다. 감각에 관한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의 견해가 나오는 책은 영혼에 관하여(오지은 옮김, 아카넷, 2018).




* 66쪽 [15장 인간은 뇌가 가진 능력의 10퍼센트만 쓴다]

 




 미국의 과학자 윌리엄 제임스와 보리스 시디스는 인간은 자신의 역량만큼 뇌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과학자가 아니라 심리학자.




* 80 [18장 중세 시대에는 모든 사람이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했다]





 에라토스테네는 두 지점에서 태양의 각도 차이를 이용해 지구의 둘레를 쟀음.



에라토스테네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의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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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11-04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인이 집에서 탕후루를 한 번 만들어 봤대요.
일단은 시중에서 파는 정도의 비주얼을 내려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설탕이 들어갔다고 그러더라고요.
탕후루가 또 딱딱하다고~~
이빨에는 안 좋을 것 같아요.
또 문제는 아이들이 탕후루를 한 번만 사 먹는게 아니라는거죠.
설탕이 중독증세를 일으키고 아이들은 쉽게 절제가 안되거든요~~
마라탕 계속 먹어서 위경련이 일어나는 아이도 있어요 ㅠㅠ
cyrus님께서 쓰신 글이 이런 의미가 아닌데 제가 탕후루 얘기만 했네요.

cyrus 2023-11-06 06:21   좋아요 1 | URL
제 주변에 탕후루 즐겨 먹는 지인들이 없어서 탕후루 열풍이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어요. 마침 페넬로페님이 제가 궁금했던 부분을 알려주셨어요. 제가 사는 동네에 아파트 단지가 새로 들어서면서 주변 상가들까지도 생겼는데 그중 하나가 탕후루 전문 가게에요. 퇴근할 때 탕후루 가게를 지나갔는데 사람들이 가게 앞에 줄 서 있더라고요. 그런 광경은 동네 20여 년 살면서 처음 봤어요. ^^;;

얄라알라 2023-11-17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rsona님 포스팅에 이어 cyrus님 포스팅에서도^^

문제는 탕후루야! 설탕이야! ^^;;

너덜트라는 크레이에터분이 올리신 영상에서도 탕후루가 소재더라고요
줄이 얼마나 길었으면 cyrus님께서 처음 보셨다고 하실 정도일까...

cyrus 2023-11-20 06:29   좋아요 0 | URL
탕후루 가게가 생긴 지 얼마 안 돼서 동네 사람들이 먹어 보러 왔을 거예요. 번화가에 있는 탕후루 가게가 동네에 생겼으니 탕후루 좋아하는 사람은 안 갈 수가 없죠. 제가 아는 지인은 탕후루를 매일 먹어요.. ㅎㅎㅎ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
가와우치 아리오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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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점  ★★★★☆  A






예술 작품을 감상한다.


예문에 밑줄이 친 감상에 해당하는 한자를 고르시오.

 

感賞  感想  感傷  鑑賞  監床



나는 2번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국어사전은 내게 2번이 정답이라고 말하면서도 새로운 사실 하나를 알려주었다. 새로운 사실이란 내가 여태까지 몰랐던 또 다른 감상의 한자 표기. 국어사전이 가르쳐준 감상4번이다. 2번 감상의 뜻은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느낌이나 생각이다. 4번 감상은 예술 작품을 이해하여 즐기고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 사람은 예술 관련 지식이 없으면 작품 감상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예술에 무지하기 때문에 걸작 앞에서 이러쿵저러쿵 말할 자격이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예술 작품을 어떻게 볼지 설명해 주는 전시회 해설자(docent)를 찾는다. 과연 작품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알고 있으면 예술 감상이 쉬워질까? 일단 쉬워진. 하지만 재미없다예술 상식으로 차려진 밥상은 처음에 맛있다. 그러나 책과 전시회 해설자가 계속 떠먹여 주는 상식은 식상하다모든 사람이 다 아는 상식만 채워진 감상이 재미만 없는 게 아니다. 예술을 이해하고 느끼는 본연의 를 표현할 기회도 없다.


4번 감상은 거울 감()’ 상줄 상()’이 만나서 생긴 단어다. 나는 예술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4번 감상의 한자어를 머릿속에 떠올려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그러면 예술에 대한 낯섦과 두려움이 조금은 사라질 거로 믿는다예술 작품이 막연히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것을 거울이라고 생각하면서 바라보자. 예술 작품이 거울로 변하는 순간, 거기에 작품을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이 나타난다. 예술 작품에 비친 본인 모습을 만나면 이제부터 내가 느낀 것을 편안하게 이야기하면 된다. 작품에 관한 지식, 몰라도 된다. 여기서부터 예술 감상이 시작된다


,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작품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해석이 상식과 다르다는 이유로 틀렸다고 생각해선 안 되고, 타인의 주관적 해석을 지적해서도 안 된다. 예술 감상하는 자신 또는 타인을 칭찬하라, 틀려도 좋으니 즐겨라. 지적(指摘)하는 태도는 예술 감상을 방해하는 적()이다. 자유롭게 작품을 해석하는 관점을 존중하지 않는 감상은 지적(知的) 대화가 아니.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는 우리의 예술 감상을 막는 진입 장벽을 무너뜨리는 책이다. 시라토리 겐지(白鳥 建二)는 시각장애인이다. 매년 수십 번씩 미술관에 다닌다. 눈이 보이지 않아도 그는 작품을 본다. 이 책의 저자는 시라토리 씨와 함께 미술관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오직 눈으로만 보는 행위에만 초점이 맞춰진 감상법을 해체한다. 예술 작품은 다양하다. 예술 작품에 눈으로 보는 그림만 있는 게 아니다. 관람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예술 작품은 손으로 만져야 하고, 때로는 움직여야 한다.


예술 작품의 형태가 다양해질수록 관람자 스스로 작품을 바라보고 생각할 기회가 많아진다. 전시회나 미술관에 관람자의 감상을 안내해 주는 해설자의 역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해설자와 함께 걸으면서 작품을 바라보면 관람자의 마음과 머릿속에 채워진 건 상식이다. 마음과 머리가 무거워지면 예술을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시라토리 씨와 함께 미술관에 가면 마음과 머리는 항상 가볍다. 미술관에 들어오기 전에 머릿속을 비워 두어야 한다. ‘아는 상태에서 예술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예술을 감상한다. 이것이 시라토리 씨가 지향하는 감상법이다.



* 33~34


 “나는 다 함께 보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아보거나 발견하는 게 재미있어.”

 아, 그렇구나. 그는 아는 것이 아니라 알지 못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었구나. (중략)

 시라토리 씨의 미술 관람에는 적당히 무지한 상태가 꼭 필요한 듯했다. (중략)

적당히 무지한 상태란 좋은 것이었다. 선입견 없이 무심하게 그저 작품과 마주할 수 있으니까. 마치 안내서 없이 다니는 나 홀로 여행처럼.



상식이 넘치는 상태에서 예술 작품을 감상하면 결국 눈으로 본 것과 입에서 나오는 말은 내가 아는 것이지 내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작품을 거울로 인식하면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려는 내 모습이 나타난다. 예술 작품의 입은 무겁다. 그래서 감상이 서투른 사람들은 예술에 관한 지식이 꾹 닫아버린 작품의 입을 열게 하는 열쇠라고 믿었다. 하지만 예술 작품이 아닌 오직 자신만의 감상을 위해서라면 스스로 열쇠가 되어야 한다.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힘, 그것이 바로 예술 감상을 위한 열쇠다. 관람자를 위한 거울로 변신한 작품이 비로소 입을 열기 시작한다. 그리고 관람자에게 말을 걸어온다. , 그럼 무엇이 보이는지 말해주세요.”


저자는 작품에서 무언가를 느끼거나 의미를 찾는 것은 관람자의 몫이라고 강조한다(127). 다양한 해석을 용인하는 작품의 넓은 품은 예술로 표현된 세상과 사람을 거울처럼 보여준다. 예술 작품은 모든 관람자의 생각들을 안아줄 수 있을 만큼 품이 넓다. 왜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예술 작품의 참모습을 보지 못했던 것일까? 이걸 제대로 봤으면 예술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cyrus의 주석>



* 41

 

 최근에는 이것도 저것도 예술 작품이 되어서 포르말린에 담근 소[]나 대부호의 부동산 매매 기록을 작품으로 하는 예술가도 있다니까.










[포르말린에 담긴 소가 나오는 예술 작품은 영국 예술가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황금 송아지(2008)일 수 있다포르말린에 담긴 박제된 송아지의 발굽과 뿔, 그리고 머리 위에 있는 원반은 금으로 되어 있다. 


허스트는 상어(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불가능성,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1991), (황금 뿔이 달린 검은 양, The Black Sheep with the Golden Horn, 2009) 죽은 동물을 포르말린 수조에 넣은 작품을 전시회가 아닌 경매에 공개하여 살아 있는 가장 비싼 예술가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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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마지막 토요일 오전, 도동서원에서 머무른 시간은 잔잔하게 푸른 음악이었다. 이 곡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나타냄말 ‘pastorale’. 목가(牧歌)풍으로.














도동서원에 가면 400살 된 큰 어르신, 은행나무를 만날 수 있다. 이 어르신은 지팡이 여러 개를 짚은 채 서 있다. 그래도 어르신은 건장하다. 10월 막바지에 흐르는 바람은 노랗게 물든 가을 색인데도 어르신의 머리카락은 여전히 푸르른 여름 색이었다.[]

 




















* 김춘수 김춘수 시 전집(현대문학, 2004)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어르신은 이름이 없다. 그래도 사람들은 어르신을 은행나무라고 부른다. 어르신이 어떤 분인지 알려주는 명찰에 보호수(保護樹)’라고 적혀 있다. 시인 김춘수어떤 존재를 향해 이름을 부르면 그것이 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은행나무와 보호수는 어르신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이름이 아니다. 어르신은 400여년 동안 자신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계속 말을 걸어 왔다.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어르신은 보호받는나무가 아니다. 살아있는 다른 존재를 아낌없이 보호하는 나무다. 어르신은 수백 년 동안 자신의 넓은 품에 돋아난 풀과 이끼를 안으면서 살아왔다. 사람들은 어르신의 몸에 자라는 풀과 이끼가 외관상 보기 좋지 않은 잡풀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잡풀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걱정할 것이다. 어르신을 보호하고 싶은 사람들은 어르신의 양분을 얻어먹기만 하는 잡풀 때문에 어르신의 건강 상태를 우려한다.















* 더글라스 탈라미, 김숲 옮김 참나무라는 우주(도서출판 가지, 2023)





어르신은 쐐기돌 나무. 쐐기돌(keystone)이란 돌을 쌓아 올릴 때, 돌과 돌의 틈에 박아 돌리는 돌이다. 곤충학자가 자신이 심은 참나무의 일생을 관찰하면서 기록한 참나무라는 우주라는 책에 쐐기돌 식물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쐐기돌 식물, 쐐기돌 나무는 새와 곤충과 다른 식물을 먹여 살린다. 쐐기돌은 다른 돌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쐐기돌 나무의 삶은 다른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쐐기돌 나무에 곤충이 모이면 새는 그곳에 둥지를 틀어 곤충을 먹으면서 생활한다.


어르신을 가까이 보려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 울타리를 함부로 넘을 수 없다. 어르신 옆에 어떤 곤충이 살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그래도 눈은 울타리를 뛰어넘을 수 있다. 눈을 어르신 쪽으로 바싹 다가가면 그의 품 안에 자라고 있는 식물들을 볼 수 있다.
















* 존 마우체리, 장호연 옮김 클래식의 발견: 지휘자가 들려주는 청취의 기술(에포크, 2021)




어르신을 제대로 바라보면 그가 직접 부르는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어르신의 노래는 음악이다. 누군가는 음악을 인간의 발명품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지휘자 존 마우체리는 그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음악을 자연의 힘을 활용한예술로 본다. 인간은 자연의 소리를 흉내 내는 존재일 뿐이다. 자연의 소리를 내기 위해 자연을 재료 삼아 악기를 만들었다. 따라서 음악은 자연이 준 재료.


어르신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은 목가(木歌) 교향곡이다. 교향곡(Symphony)의 어원은 동시에 울리는 음을 뜻하는 그리스어다. 어르신의 노래에 새와 곤충, 잡풀이 내는 소리가 섞여 있다. 자연이 만드는 조화로운 노래는 세월의 바람을 오랫동안 맞아도 여전히 싱싱하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얽힌 관계를 너그러이 안아주고그들의 소리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어르신이 사랑스럽다.





[] 1980년에 발표된 마츠다 세이코(松田聖子)의 노래 제목이 <바람은 가을 색>(秋色)이다. 이 노래와 마츠다 세이코의 대표곡 <푸른 산호초>(珊瑚礁) 주책잡기(酒冊雜記)의 밤플레이리스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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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11-01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에서 나무가 크게 보이는 것 같았는데, 수령이 오래된 나무였네요. 날씨가 참 좋아보입니다.
올해 평년보다 10월이 조금 더 따뜻한 편이라고 해요. 11월도 며칠 더 따뜻할 것 같고요.
생각났을 때,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도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사진 잘 봤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cyrus 2023-11-02 21:42   좋아요 1 | URL
날씨가 정말 좋았어요. 여름도 아닌, 가을도 아닌, 아주 적당한 날씨였어요. 봄인 줄 알았어요. 토요일 고전 읽기 모임 회원들과 함께 도동서원에 갔어요. 곧 다가올 겨울을 생각하면 10월 마지막 주말여행의 여운이 더욱 진하게 느껴져요. ^^
 













올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 선보이는 공연작 다섯 편 중 두 편은 독일의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살로메>(Salome)<엘렉트라>(Electra). 나머지 세 편의 공연작은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Giuseppe Verdi)의 오페라다. 106일에 <살로메>가 스무 번째 축제의 포문을 열었다. 10월 21일과 22일, 이틀 연속 막이 오른 <엘렉트라>는 국내 초연작이다. 나는 22일 토요일 공연을 예매했다베르디의 오페라 세 편도 예매하고 싶었으나 오페라 공연을 보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


















[대구 책방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1년 차]

소포클레스천병희 옮김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도서 출판 숲, 2008)


소포클레스, 김종환 옮김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 (지만지드라마, 2019)




원작은 고대 그리스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Sophocles)의 동명 비극이다. 오스트리아의 시인 · 극작가 후고 폰 호프만슈탈(Hugo von Hofmannsthal)이 각색을 맡아 오페라 대본을 썼다



















[대구 책방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1년 차]

에우리피데스천병희 옮김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1》 (도서 출판 숲, 2020)


에우리피데스, 강대진 옮김 메데이아: 메데이아, 힙폴뤼토스, 엘렉트라, 알케스티스》 (민음사, 2022)




















[대구 책방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1년 차]

아이스킬로스천병희 옮김 아이스퀼로스 비극 전집》 (도서 출판 숲, 2008)


아이스킬로스, 김기영 옮김 오레스테이아 3부작》 (을유문화사, 2015)


아이스킬로스, 두행숙 옮김 오레스테이아》 (열린책들, 2012)


















아이스킬로스, 김종환 옮김 아가멤논》 (지만지드라마, 2019)


아이스킬로스, 김종환 옮김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지만지드라마, 2019)


아이스킬로스, 김종환 옮김 에우메니데스》 (지만지드라마, 2019)





소포클레스와 함께 거론되는 아이스킬로스(Aeschylos)에우리피데스(Euripides)도 엘렉트라가 나오는 비극을 썼다(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 중 2부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에우리피데스의 <엘렉트라>). 세 편 중에 문학성이 높은 <엘렉트라>는 소포클레스가 쓴 것이다.


















[대구 책방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1년 차]

에우리피데스천병희 옮김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2》 (도서 출판 숲, 2021)


* 에우리피데, 김종환 옮김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지만지드라마, 2019)




엘렉트라는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Agamemnon)클뤼템네스트라(클리타임네스트라, Clytemnestra) 사이에 태어난 둘째 딸이다. 장녀는 이피게네이아(Iphigeneia). 아가멤논은 트로이 전쟁에 참전하는 연합군의 총지휘자였다. 수많은 함대가 항구에 집결하지만, 순풍이 불지 않아서 2년 동안 출항하지 못한다. 신탁에 따르면 이피게네이아를 희생 제물로 바치면 신의 분노가 풀려서 순풍이 생긴다. 이피게네이아는 아가멤논의 간계에 속아서 희생되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안 클뤼템네스트라는 아가멤논을 복수하기로 결심한다(에우리피데스의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아가멤논을 복수하려는 아이기스토(Aegisthus, 아이기스토스)와 합세하여 트로이 전쟁 종전 이후 십 년 만에 미케네로 돌아온 아가멤논을 살해한다(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 중 1부 <아가멤논>).


아이기스토와 클뤼템네스트라가 미케네를 지배하면서 아가멤논의 아들이자 엘렉트라의 남동생 오레스트(오레스테스, Orestes)는 후환을 피하고자 탈출한다. 혼자 남은 엘렉트라는 아가멤논의 무덤에 찾아가 복수를 꿈꾼다. 여기서부터 오페라 <엘렉트라>가 시작된다.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에 엘렉트라의 여동생 크리소테미스(Chrysothemis)가 등장한다. 엘렉트라는 크리소테미스에게 어머니와 아이기스토를 함께 죽이자고 제안하지만, 크리소테미스는 소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미케네 전역에 오레스트가 죽었다는 풍문이 들려온다. 엘렉트라는 복수를 실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좌절하지만, 극적으로 오레스트와 재회한다. 그녀는 오레스트와 힘을 합쳐 아이기스토와 클뤼템네스트라를 살해한다.
















최혜영 그리스 비극 깊이 읽기(푸른역사, 2018)


* [품절] 김기영 신화에서 비극으로: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이아 삼부작(문학동네, 2014)




엘렉트라는 어머니와 새 남편을 증오한다. 그녀는 두 사람의 손에서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를 위해서 복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자신 또한 어머니처럼 살인으로 불의를 응징하고자 한다. 엘렉트라와 클뤼템네스트라는 강인한 여성상과 표독스러운 악녀를 동시에 보여준다. 하지만 엘렉트라가 진정 원하는 것은 아가멤논이 잃어버렸고, 오레스트가 가질 수 없는 권력이다. 오페라에 생략되었지만, 비극에 묘사된 오레스트는 어머니를 죽인 죄로 복수의 여신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 중 3부 <자비로운 여신들>). 그는 또다시 유랑자 신세가 된다. 아이기스토와 클뤼템네스트라를 싫어하는 세력이 있다고 해도 엘렉트라는 현실적으로 미케네의 실권자가 되지 못한다.






존 싱어 사전트

맥베스 부인 역의 엘렌 테리

1889




복수에 성공한 엘렉트라는 미케네 왕관을 아버지의 무덤에 바친다. 이때 왕관을 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미국의 화가 존 싱어 사전트(John Singer Sargent)가 묘사한 맥베스 부인을 연상시킨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최종철 옮김 맥베스(민음사, 2004)

 

* 권오숙 셰익스피어, 그림으로 읽기(예경, 2008)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비극 맥베스의 맥베스 부인은 스코틀랜드 영주인 남편을 설득해 덩컨 왕(Duncan)을 죽이도록 부추긴다. 맥베스 부부는 왕권을 차지하는 데 성공하지만, 맥베스 부인은 죄책감에 사로잡혀 몽유병을 앓다가 자살한다. 아주 잠깐이지만, 엘렉트라는 왕관을 직접 손에 쥠으로써 눈부시게 빛나는 권력의 무게감을 느껴본다. 그 순간 그녀는 황홀감에 취해 춤을 추다가 무덤 앞에서 죽는다. 엘렉트라가 심장으로 들은 무덤 속 아버지 목소리의 실체는 자신이 그토록 갈망했던 권력이다.


맥베스 부인은 맥베스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름이 없다. 부인에게 권력에 대한 야망을 숨기지 않은 엘렉트라라고 부르면 이상한가. 이번 주 오페라 공연작은 베르디<맥베스>. 베르디는 맥베스 부인 역에 매우 높은 음을 내는 소프라노 배우가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 이건 꼭 봐야 하는데‥…. 어떡하지

















* 유진 오닐, 이형식 옮김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지만지드라마, 2019)



[제목에 대한 주석] 오페라 공연 리뷰 제목을 미국의 극작가 유진 오닐(Eugene O’Neill)의 희곡 제목에 따왔다.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고대 그리스 비극 <엘렉트라>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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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0-25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오페라를 첨 본 느낌은 어떤감? 좋았나? 난 짐까지 두 번 봤나했는데 좀 지루했던 것 같아. 솔직히는 살짝 지루할 무렵에 끝나서 다행이었지. ㅋ 요즘 오페라 도 구성이 다양해졌다고 하던데 어떤지 궁금하네. 난 뮤지컬이 좋아.^^

cyrus 2023-11-01 21:26   좋아요 0 | URL
오페라 공연 본 사람들 의견 모두 똑같군요. 다 재미없대요.. ㅋㅋㅋㅋ 직립보행 책방지기는 예전에 본 오페라 제목이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재미없었다고 했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