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쾌락 변태에 대하여 - 억눌리고 은밀하게 숨겨진 우리 내면의 악의 본능
엘리자베트 루디네스코 지음, 문신원 옮김 / 에코의서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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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7년. 한 남자가 감옥과 정신병원에서 갇혀 지낸 세월이다. 그는 여성을 유괴해 채찍으로 때리고 그 상처에 촛농을 떨어뜨리는 등 가학 행위를 저질러 감옥에 갔다. 이미 그는 매춘부를 고문하고 학대한 죄로 투옥된 적도 있었다. 남자는 수차례 수감생활을 하면서도 섹스를 즐겼으며 자신의 끔찍한 경험들을 책으로 남겼다. 그의 책은 모두 금서로 지정되었다. 당시 그의 이름이 얼마나 유명했는지 짐작이 간다. 그 남자의 이름은 마르키 드 사드(Marquis de Sade). 그의 이름은 지금도 ‘사디즘(sadism)이라는 용어 속에 남아 있다. 사디즘은 성적 대상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성적 쾌감을 얻는 변태성욕, 즉 도착증의 한 형태이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쓴 소설가 D. H. 로렌스(David Herbert Lawrence)는 ‘추악한 사랑은 신이 인류에게 준 최고의 장난’이라고 말했다. 이는 인간의 마음속에는 도착증이 숨어있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인간은 감추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성적 쾌락을 느끼기 위해 이성과 욕망의 세계를 오간다. 도착증은 소수의 변태가 일으키는 이상 행동이 아니다. 인간 사회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도착증은 우리가 끊임없이 감추려고 하는 어두운 내면이다.

 

자크 라캉(Jacques Lacan)이 이끈 파리 프로이트 학파의 일원인 정신분석학자 엘리자베트 루디네스코(Elisabeth Roudinesco)는 이성과 도덕을 넘어선 도착증의 기원을 추적한다. 중세 시대 기독교에서 모든 성적 쾌락을 죄로 여기기 전까지 육신의 고행에서 비롯된 성적 쾌락은 정신적 해방을 주는 실천 행위였다. 수도사들은 스스로 육체를 훈육하고 통제하는 극단적인 고행(금식, 채찍질, 오물 삼키기)을 통해 각종 욕망으로부터 정화되어 영적 깨달음과 구원의 길로 나아가는 축복을 경험할 수 있다고 믿었다. 계몽주의의 시대가 오면서 도착증을 ‘비정상’으로 규정하는 과학자들의 분류가 대중의 의식에 침투했다. 과학은 ‘이성’이나 ‘정상’이라는 이름으로 자위, 남색, 사디즘, 마조히즘(masochism)을 즐기는 개인들을 ‘변태’로 낙인찍는다. 루디네스코는 개인의 성적 욕망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몰아붙여서 병리적인 증상으로 만드는 지식의 권력도 도착적인 억압이라고 주장한다.

 

도덕적 명령으로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를 억누르게 했던 권력은 인간성을 심각하게 짓밟는 도착적 상황을 연출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Auschwitz Birkenau)는 ‘도착적 공간’이다. 이 끔찍한 공간 속에서 일어난 나치즘(Nazism)의 홀로코스트(holocaust)는 국가의 이성뿐만 아니라 인간성을 타락하게 만든 도착적인 범죄이다. 놀랍게도 홀로코스트를 저지른 아우슈비츠의 살인마들은 ‘정상적인’ 인간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일으킨 학살 행위를 부정하거나 아무런 악의적 동기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유대인 학살을 지휘했던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을 새로운 유형의 범죄자, 즉 ‘평범한 악(banality of evil)’을 지닌 인물로 평가했다. 그는 범죄 의도가 없었고, 과격한 나치주의자도 아니었다. 하지만 옳고 그름을 판단하거나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 대한 성찰이 전혀 없었다. 악의 근원이 평범한 곳에 있듯이 도착적인 심리도 평범한 모습이다. 루디네스코가 갈파했던 ‘평범한 도착(倒錯)’은 불편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진리다.

 

정도를 크게 벗어난 범죄 수준의 경우를 제외하면 어느 정도의 도착증은 언제든 깨어날 수 있는 잠자는 욕망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불쑥 튀어나올지 모르는 평범한 욕망을 통제하고 제거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역설적으로 개인의 도착증을 근절시키겠다는 국가의 거국적 담론은 ‘정상’과 ‘비정상’을 규정하면서 인간행동을 억압하고 통제했다. 심지어 누구를 살게 하고 누구를 죽게 할 것인지를 정하는, 극단적인 이분법적 도식이 만들어진다. ‘평범한 도착’보다 더 위험한 것은 가해자의 폭압을 폭압으로 느끼지 못하는 도착적인 사회이다.

 

 

 

 

 

※ Trivia

 

번역이 썩 좋지 않다. 아마도 원서의 문장을 직역해서 그런지 호흡이 긴 문장이 많은 편이다. 독자를 지치게 만드는 원인이다. 107쪽에 독일의 정신의학자 크라프트에빙(Kraft-Ebing)의 저서 『Psychopathia Sexualis』(1886)의 제목을 ‘성적 사이코패스’라고 번역했다. ‘Psychopathia’는 ‘정신병리’ 또는 ‘정신병질’을 뜻한다. 사이코패스(Psychopath)반사회적 인격장애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크라프트에빙이 자신의 책에 다룬 ‘정신병리’에는 동성애, 사디즘, 마조히즘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는 이성애에 위반하는 섹슈얼리티를 병리적인 변태성욕으로 정의했을 뿐 타인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인격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 물론, 독일어 사전에 있는 ‘Psychopath’도 ‘정신병리’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다. 그러나 정신병질 환자 모두 사이코패스라고 볼 수 없다. 크라프트에빙이 정신병질 증상으로 분류했던 동성애가 오늘날에는 정상적인 성적 지향으로 인정받았다. 동성애가 부도덕한 성적 지향이라고 해서 사이코패스라고 단정할 수 없다. 크라프트에빙의 책 제목을 ‘성적 사이코패스’라고 번역해서 소개한다면 완전히 폐기 처분해야 할 성소수자에 대한 구시대적 편견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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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0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8-20 23:26   좋아요 0 | URL
돈이 많으면 일단 책을 최대한 많이 보관할 수 있는 집 한 채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원하는대로 책을 사고 싶습니다.. ㅎㅎㅎ

오늘 페미니즘 모임에 욕망에 관한 얘기가 나왔어요. 제 욕망의 대상이 책이라고 말했는데 멤버들은 욕망이 너무 건전하다고 말하더군요.. ^^;;

레삭매냐 2018-08-20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어딘가에 사두고 읽지 못하고
있는 책 중의 하나네요.

제목부터 참 거시키하여서 ㅋㅋㅋ

cyrus 2018-08-20 23:28   좋아요 0 | URL
잘 보관해두세요. 번역은 좋지 않지만, 주제나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십 년 전에 나온 책이라서 언제든지 절판될 수 있어요. ^^
 

 

 

 

대구에서 아주 특별한 페미니즘 강연이 열립니다. 페미니즘 북클럽 ‘레드스타킹’이 여성학자 정희진 님을 초청했습니다. 레드스타킹은 페미니즘 공부에 목말라 있는 분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5시간’ 강연을 마련했습니다. 강연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고요, 한 시간 동안 질의응답이 진행됩니다.

 

 

 

 

 

 

 

 

 

 

 

 

 

5시간 강연에 참석하는 일은 결코 후회하지 않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이번 강연에는 요즘 사회적으로 가장 뜨거운 페미니즘 이슈들을 다룰 예정입니다. 새로운 시선과 마음으로 페미니즘 이슈를 재해석해보고, 더 나은 페미니즘 담론을 만들기 위해 함께 고민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석 부탁드립니다!

 

 

 

※ 강연 신청 링크

http://bit.ly/2JVZFJ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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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틈에 2018-08-19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케줄 보고 갈 수 있으면 신청해야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stella.K 2018-08-20 1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페미니즘에 관심 많은 너로선 결코 놓치면 안 되는 기회네.
부러운데? 좋은 시간 되라.^^
 

 

 

금서는 지역과 시대를 막론하고 늘 존재해왔다. 서양 중세에서는 주로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내용들과 기성 질서에 이의를 제기하는 책들이 교황청으로부터 금서 처분을 받았다. 시민혁명의 열풍에 휩싸인 18세기 이후에는 근대적 시민사상을 담은 책들이, 계몽주의 시대에는 과학 · 학술 · 기술 등 관련 지식을 집대성한 《백과전서》조차 금서 목록에 들어갔다.

 

보들러리즘(bowdlerism)책의 외설적인 문장을 무단으로 삭제하는 것을 뜻하는 단어이다. 이 단어는 18세기 영국의 출판편집자 토머스 보들러(Thomas Bowdler)에서 유래됐다. 1818년에 보들러는 셰익스피어(Shakspeare)의 작품들에서 외설적이라고 판단한 부분을 삭제하여 편집한 『The Family Shakspeare』을 펴냈다.

 

 

 

 

 

 

 

 

 

 

 

 

 

 

 

 

 

* 베르너 풀트 《금서의 역사》 (시공사, 2013)

 

 

 

금서와 검열의 역사는 길고 길다. 금서와 검열의 역사는 도덕과 금지의 규범에 대한 저항의 역사를 만들었다. 많은 책들이 검열되고 불태워졌지만 그 책들은 질기게 살아남았다. 금서들 중 상당수는 살아남아서 이젠 불멸의 고전으로 추앙받는다.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David Herbert Lawrence)《채털리 부인의 연인》도 금서였고,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율리시스》도 금서였다. 두 작품 모두 외설 시비에 휘말렸다. 권력자들은 종교, 국가, 미풍양속을 거스른다고 ‘위험한’ 책들을 금서로 만들었다. 금서는 기성 체제를 뒤흔들고 권력의 기반을 무너뜨린다. 중상비방과 추문이라는 오물을 뒤집어 쓴 채 금지된 책들이 결국은 낡은 사회를 뒤엎고, 새로운 사회를 향해 나아가게 한다. 권력자들이 그런 책에 진저리를 치고 광분하는 것도 그들의 처지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금서와 검열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차원에서 검열을 가하지 않더라도 사람들 스스로 알아서 책을 검열하고, 미워하기 때문이다. 주관적인 검열의 기준은 검열하려는 자의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 당연히 검열 기준이 애매모호하고, 일관성이 없다. 무슨 이유에서 문제가 되는지 선뜻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창작자들은 자기 검열의 늪에 빠지게 된다. 다양한 문화 담론 형성과 역동적인 예술적 창조가 불가능해진다.

 

 

 

 

 

 

 

 

 

 

 

 

 

 

 

 

 

* 린 헌트 엮음 《포르노그래피의 발명》 (알마, 2016)

* 로버트 단턴 《책과 혁명》 (알마, 2014)

 

 

 

인간의 편견과 두려움은 책을 몰살시킬 뿐만 아니라 타자의 취향마저 억압하려고 애를 써왔다. 하지만 인간의 불온한 생각과 취향은 사라지지 않는다. 금서와 검열의 역사는 불온한 일탈과 이를 검열하려는 힘 사이의 끊임없는 줄다리기였다.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금서목록에 포함된 책은 포르노그래피(pornography)일 것이다. 프랑스 혁명 이전의 금서목록에는 포르노그래피가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금서로 지정된 포르노그래피는 대중이 즐겨 보는 베스트셀러였으며 봉건적 구체제(ancien regime)를 뒤흔들만한 선동적인 내용이 수록되었다. 프랑스 혁명 이전까지 포르노그래피는 성적 표현을 동원해 종교적 · 정치적 권위를 비판하는 ‘언어적 무기’였다. 이러한 정치적 포르노그래피의 기원은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6세기 이탈리아의 작가 피에트로 아레티노(Pietro Aretino)는 대화 형식의 포르노그래피를 썼는데, 이러한 형식은 17세기 포르노 작가들이 즐겨 쓰는 클리셰가 된다. 《포르노그래피의 발명》(알마, 2016) 《책과 혁명》(알마, 2014) 프랑스 혁명과 민주주의를 촉발한 포르노그래피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책이다.

 

 

 

 

 

 

 

 

 

 

 

 

 

 

 

 

 

 

* 게일 루빈 《일탈 : 게일 루빈 선집》 (현실문화, 2015)

* [절판] 캐서린 매키넌 《포르노에 도전한다》 (개마고원, 1997)

* [절판] 안드레아 드워킨 《포르노그래피 : 여자를 소유하는 남자들》 (동문선, 1996)

 

 

 

그러나 정치적 포르노그래피는 세상을 급진적으로 바꾸려는 세력의 전유물이 되지 못한다. 보수적인 왕당파들은 혁명파를 공격하는 선동적인 포르노 팸플릿을 만든다. 위기감을 느낀 그들이 ‘반격(backlash)에 나선 것이다. 보수 세력의 반격이 거세질수록 포르노그래피에 ‘음란물’ 이미지를 덧씌우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검열과 규제는 더욱 강화되었다.

 

미국의 페미니스트 법학자 캐서린 매키넌(Catharine Mackinnon)은 1980~90년대 반포르노 운동을 주도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안드레아 드워킨(Andrea Dworkin)과 함께 ‘반포르노법’ 제정을 추진했다. 매키넌과 드워킨이 제안한 반포르노 법은 포르노를 ‘영상 또는 언어를 통해 여성을 복종시키는 성적 묘사물’로 규정한다. 매키넌과 드워킨은 여성이 결박당하거나, 고문당하는 장면이 나오는 포르노도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만드는 묘사라고 비판한다. 이렇듯 반포르노 세력은 사도마조히즘(Sadomasochism)을 포르노의 정의와 특징에 포함하는 반포르노 운동을 펼친다. 이로 인해 사도마조히즘, 즉 SM 문화는 성적 학대의 대명사로 알려진다.

 

게일 루빈(Gayle Lubin)은 반포르노 운동을 비판한 SM 레즈비어니즘 페미니스트다. 그녀는 최초의 레즈비언 SM 단체 ‘사모아(Samois)의 공동 창립자 중 한 사람이다. 루빈에게 SM은 개인의 ‘성적 기호’이자 ‘실천’이다. 그녀는 SM을 포르노와 동일한 해로운 현상으로 취급하는 반포르노 이데올로기를 비판한다. 이로써 SM과 포르노를 반대하는 페미니즘 세력과 SM을 옹호하는 페미니즘 세력 간의 대립이 지속되었고, 이 과정에서 루빈은 반포르노 페미니스트들로부터 중상모략과 인신공격을 받기도 했다.

 

검열의 본질은 두려움이다. 반포르노 세력은 포르노가 위험한 성적 행동에 일조하는 해로운 매체라고 주장한다. 도덕 유지를 강조하는 보수주의자들은 포르노, 심지어 성적 욕망마저 사회의 끔찍한 문제의 희생양으로 만든다. 이것은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왔던, 국민 통제를 쉽게 하기 위한 프로파간다이다. 권력은 포르노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권력은 포르노의 악영향을 강조하여 음란물뿐만 아니라 사회 통념에 어긋나는 섹슈얼리티까지도 단속한다. 소수의 성적 취향은 ‘음란한 일탈’로 낙인찍히고, 다수의 대중은 일탈에 대한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분노와 적개심을 드러낸다. 과거보다 더 지능적이고 교묘한 검열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국가에 의한 무자비한 검열은 차별과 혐오를 재생산하는 일상화된 검열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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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4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8-14 11:01   좋아요 1 | URL
네. 오늘 연차 내서 쉬는 중입니다. ^^

2018-08-14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8-14 11:05   좋아요 1 | URL
성서도서관이에요 ㅎㅎㅎㅎ 어디에 계신가요?

2018-08-14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8-14 11:18   좋아요 0 | URL
점심 먹고 다시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ㅎㅎㅎ

stella.K 2018-08-14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syo님과 교신 중인가 보닷!ㅎㅎ

syo 2018-08-14 11:19   좋아요 0 | URL
귀신이시다....

cyrus 2018-08-14 11:19   좋아요 0 | URL
역시 세상은 좁아요 ㅎㅎㅎ

stella.K 2018-08-14 11:25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귀신은...
좋아요 명단 보면 딱 감이 오는데...
두 분이 만나기로 했나?
그냥 그런 생각해 봤슴다.

아, 그런데 진짜 만나기로 했군요.
둘이 오붓한 시간되길...^^

syo 2018-08-14 11:39   좋아요 0 | URL
애초 만나기로 한 것은 아니었고, 도서관에 왔더니 사이러스님의 흔적이 남아있어서 확인해본 거예요 ㅎㅎㅎ

이럴 줄 알았으면 이쁘게 하고 올 것을?? ㅋㅋㅋㅋㅋㅋ

stella.K 2018-08-14 11:59   좋아요 0 | URL
ㅎㅎㅎ 둘이 사귑니까?
cyrus도 오늘 스요님 만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텐데...ㅋ

암튼 둘이 예쁜 시간 가져요.
저도 사는 곳에 대구였으면 나갔을지도...ㅋ
그나저나 유레카님은 합류 안 하시려나?
요즘 안 보이시는 것 같던데
휴가 가신 모양인듯.
아깝네. 대구 막강 삼총사로 등극하셨는데 말이죠.ㅋㅋ

아, 근데 사이러스의 흔적.
나 보다 더 귀신인데요?ㅋㅋㅋ

cyrus 2018-08-14 15:48   좋아요 0 | URL
밖에서 가족이랑 점심 먹으면서 시간 보내느라 도서관에 못 갔어요.. ^^;;

왠지 주말에 도서관에 가면 또 syo님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ㅎㅎㅎ

syo 2018-08-14 15:5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저는 주말에는 도서관에 가지 않습니다. 주중에는 도서관에서 더위를 피하고 주말에는 다른 곳으로 더위를 피하러 가지요 ㅎ

카알벨루치 2018-08-14 16:29   좋아요 1 | URL
사이러스, syo님 웃겨 정말ㅋㅋㅋㅋㅋ

stella.K 2018-08-14 18:25   좋아요 1 | URL
엇, 그럼 오늘 못 만난 거야?
둘이 만나나 기대했는데...ㅠ

그런데 왜 내가 기대를 하는 거지...?ㅋㅋㅋ

레삭매냐 2018-08-14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턴의 <책과 혁명>은 구간을 사려고 그렇게
노력했으나 구하지 못하고 있다가 결국 개정
판으로 사긴 했는데 여적 못 읽고 있네요...

단턴의 다른 책들에만 눈길이 가네요 읽지도
않을 거면서 말이죠 ㅋㅋ

cyrus 2018-08-14 15:54   좋아요 0 | URL
단턴의 《시인을 체포하라》는 책도 흥미진진해요. 분량은 적당하고, 민중이 여론을 형성하는 과정을 알 수 있는 책이에요. 아마도 그 책에도 포르노 팸플릿에 대한 언급이 나온 걸로 기억해요.

카알벨루치 2018-08-14 18:28   좋아요 0 | URL
두 분 외계에서 오셨나봐 한국인인데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는...오, 나의 무지여!

북프리쿠키 2018-08-14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두분 ~ 저도 오늘 연차냈어요ㅎ
대구라서 언젠가는(?) 만나게 될 듯합니다ㅎㅎㅎ

cyrus 2018-08-14 20:09   좋아요 1 | URL
오늘은 저와 공통점이 있는 분들이 많네요. 저와 syo님은 같은 장소에 있었고, 저와 북프리쿠키님은 쉬고 있었네요. 그리고 셋 다 모두 대구 사람!! ㅎㅎㅎ

stella.K 2018-08-14 20:15   좋아요 1 | URL
앗, 쿠키님도 대구에 사시죠?
유레카님까지 사인방이어요.
 
에도의 몸을 열다 - 난학과 해부학을 통해 본 18세기 일본
타이먼 스크리치 지음, 박경희 옮김 / 그린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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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대국굴기의 꿈을 무척이나 효율적으로 달성한 국가이다. 일본과 서양의 만남은 이보다 훨씬 이전인 18세기 에도(江戶)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그랬듯이 서양은 총과 대포 등 새로운 무기와 과학기술, 그리고 기독교를 가지고 일본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동북아시아의 여타 정권들과 마찬가지로 일본 바쿠후(幕府) 역시 쇄국정책을 펼쳤다. 서구 문물을 받아들여야 했던 바쿠후는 기독교의 포교를 묵인했지만, 가치관의 충돌은 피할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 학자들은 서양문화를 이해하며 자기 사상을 깊이 되돌아 볼 기회를 가졌다. 일본의 사상에 큰 영향을 미친 난학(蘭學)이 이들을 통해 형성된다. 네덜란드는 16세기부터 일본과 가장 친한 서방국가였다. 일본인들은 네덜란드의 다른 이름인 홀랜드(Holland)를 한자어로 바꿔 ‘화란(和蘭)’이라고 불렀다. 난학은 네덜란드인들이 전파한 지식을 연구한 학문으로, 일본의 근대화에 대한 각성은 지식인들에 의해 싹트기 시작했다.

 

난학의 형성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스기타 겐파쿠(杉田玄白). 1774년에 겐파쿠와 그의 동료 학자들은 《해체신서(解體新書)라는 의학 서적을 편찬했다. 《해체신서》는 일본에 번역된 최초의 서양 해부학 전문서적이다. 《해체신서》가 알려지면서 일본의 의학기술은 급속하게 발전했으며, 일본에서도 인간의 몸을 ‘열어 본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타이먼 스크리치(Timon Screech)《에도의 몸을 열다》(그린비, 2008)는 ‘인간의 몸을 여는’ 해부학 열풍이 에도 시대의 문화 변동에 끼친 영향력을 추적한 책이다.

 

사무라이의 검이 힘을 잃은 시대에 외부에서 들어온 서양식 날붙이에 일본인들은 열광한다. 그리하여 그림들에 거의 예외 없이 가위와 나이프가 등장한다. 일본인들은 서양식 날붙이를 의학 도구라고 상상했다. 인간의 몸을 절개하는 메스에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일본인은 몸에 칼을 대는 것 자체에 공포를 느꼈고, 전통의학을 고수한 의사들은 서양 외과를 불신했다. 해부학이 본격 도입되기 전까지 일본 전통의학의 본류는 한방의학이었다. 일본의 한방의학자들은 약을 짓는 일에 관심을 가졌을 뿐 몸을 절개(해체)해서 들여다보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서양 외과술을 접한 일본 의사들도 서서히 서구의 영향 아래 몸에 대한 인식에 변화를 경험하기 시작했다. 해부학은 신체를 하나의 소우주로 본다. 인간의 몸은 우주 질서의 상징이고, 해부는 그것을 하나하나씩 해체하여 이해하는 일이다. 몸 위에서 펼쳐지는 해부 기술은 결국 세상 그 자체에 대한 해부였다. 메스로 몸을 여는 행위는 책 제목처럼 ‘에도’라는 몸이자 소우주를 여는 행위였다. 일본 지식인들에게 해부는 몸과 세계에 대한 앎의 욕구였다.

 

해부도를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시선에는 몸의 내부를 보고 싶은(알고 싶은) 욕망과 절개에 대한 공포 사이의 긴장감이 서려 있다. 해부도는 몸에 관한 지식을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매혹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인이 해부도를 보면서 느꼈을 ‘매혹적인 당혹스러움’은 해부도가 지닌 그로테스크한 매력이다. 시각적인 것은 대부분 이미지로 소비되는 속성을 지닌다. 이미지의 소비는 달리 말하면 ‘정신적 사유의 회피’라고 할 수 있다. 시각적인 것은 본질적으로 포르노그래피의 성질을 지닌다. 타이먼 스크리치는 《해체신서》를 모방한 춘화 세 점‘색다른 재미’가 느껴진다고 했다. 시각적 매체가 수용자를 매혹하고 붙들어 가는 방법의 하나가 성(性)이다. 섹슈얼리티(구체적으로 말하면 성욕 또는 성적 호기심)는 시각적인 매체 내용에서 중요한 요소이며, 해체된 육체에 성적 자극을 느끼는 기이한 섹슈얼리티는 해부도에 의해 계발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이렇듯 해부도는 에로틱한 매력과 그로테스크한 매력을 동시에 가진 시각적 매체였다. 에도 시대의 해부도 열풍은 서구가 찍어 놓은 근대의 발자국을 좇는 단순 유행이 아니었다. 해부도 열풍의 근저에는 이미 근대적 자극, 즉 ‘에로 그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에로 그로’는 1930년대로 접어들어서야 현실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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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8-13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대 과학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우리와
일본은 달랐던 모양입니다.

유가 정신을 내세우며 신체발부 수지부모
라 하여 시신에 칼을 대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 같은데, 일본에서는 상대적
으로 자유로웠던 것 같네요.

에로 그로라... 아니메와 연관되어 생각해
보면 아주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닌
듯 합니다.

cyrus 2018-08-13 21:37   좋아요 0 | URL
요즘 ‘에로 그로‘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그 문화의 기원이 궁금했어요. 그래서 에도 시대 역사서까지 찾아 보게 됐어요.

<감각의 제국>과 <기니어피그>, 두 영화는 공통으로 신체 부위가 절단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절단된 신체를 보면서 쾌감을 느끼는 영화 속 인물의 심리상태는 병리적이라기 보다는 에도 시대 해부도 유행이 만든 ‘에로 그로‘ 문화의 일종이라 생각이 듭니다.
 
열두 발자국 - 생각의 모험으로 지성의 숲으로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열두 번의 강의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끊임없는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아침에 출근할 때 지하철을 이용할 것인가, 자가운전을 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고, 점심을 한식으로 할 것인지 중식이나 양식으로 할 것인지도 선택해야 한다. 사람을 만나 일을 처리하는 것도 선택이고, 언제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진행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도 선택이다.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고를 때 합당한 이유를 갖지 않고 선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선택의 연속으로 이어지는 인생은 모두 뇌의 기능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인간의 행복도 뇌의 기능에 달려있다. 결국 인생이란 뇌가 만들어낸 흔적들이다.

 

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 정재승 교수는 17년 만에 단독으로 펴낸 《열두 발자국》(어크로스, 2018)을 통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뇌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 책은 정 교수의 대표 강연을 엮은 것이다. 정 교수 특유의 유머까지 글로 옮겨놔서 그의 강연장에 와 있는 기분이 든다. 최근 인간의 심리와 감정은 모두 뇌의 작용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 책에는 누구나 궁금해하는 인간의 행동과 심리에 대한 12가지 질문이 다뤄진다. ‘선택하는 동안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결정장애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세상에 도전하는가?’. 이 책을 통해 우리 일상생활에서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뇌의 실체를 하나씩 파헤치다 보면 복잡하고 어려운 것으로만 인식했던 뇌가 친근하게 느껴지게 된다.

 

흔히들 뇌는 이성적이고 기계적이며 근접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뇌는 컴퓨터처럼 정확하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기 위해 변명하고, 자신이 내린 결정에 후회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속이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인간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는 것도 ‘뇌의 착각’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무수한 정보의 범람 속에서, 정보를 생산하고 받아들이는 주체는 뇌다. 우리는 그간 지식이나 정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에 비해, 그러한 지식과 정보를 생산하고 사용하는 주체인 뇌의 존재에 대해서는 등한시해왔다. 모든 사람은 뇌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착각하는 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알지 못한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시피 뇌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두뇌 속에 없었던 길을 만들고, 그 길들은 더욱 빠른 지름길들을 만들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 그러나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거기에 너무 많이 집중하면 다른 일들에 대한 관심에 둔해지기 쉽다. 따라서 정 교수는 일에 몰입하여 실행하되 낯선 정보, 낯선 경험들로 뇌를 지루함에서 탈피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끊임없이 세상으로부터 자극을 받는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는 싱싱하다. 그 자극은 자신 안에 웅크리고 있을 때 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활발히 교류하면서 얻어진다.

 

정 교수는 우리가 여태 알지 못했던 인간이라는 복잡한 숲과 그 숲이 자라는 '회색빛 땅' 뇌를 과학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해준다. 결정장애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매번 계획을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복잡한 뇌 속을 들여다보며 독자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1.4킬로그램의 작은 우주인 ‘뇌’라는 관점에서 보편적인 인간을 다루고 있지만, 그 이야기는 여러분의 내밀한 삶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를 발견하고 우리를 발견하는 경험을 공유하길 바랍니다. (프롤로그, 12쪽)

 

 

뇌를 이해하는 일은 인간의 자아 탐구라는, 어렵지만 손을 놓을 수도 없는 숙명의 과제이다. 뇌를 알아가는 것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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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8-08-11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스타그램에 정재승 박사 책 리뷰 쓰면 어김없이 나타나신다는데 이 리뷰 올리시면 cyrus님도ㅎㅎ! 알쓸신잡 땜에 정재승 박사 목소리랑 시츄에이션이 잘 떠올라서 책 읽기가 더 유쾌할 듯요^^ 저도 조만간 읽을 예정요~헤헤

cyrus 2018-08-11 16:23   좋아요 0 | URL
인스타 계정은 없어요. 이런 졸문을 정 교수님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