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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은 []

 

EP. 15



2021년 9월 20일 월요일

사이책방 7호점, 치우친취향





주말이 다가오면 꼭 가보고 싶은 책방이 있다. 그곳은 팔공산 근처에 있는 사이책방 7호점이다하지만 너무 멀어서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버스를 타면 한 시간 반 남짓 걸리고, 내려서 15분 정도 걸어야 한다

 

사이책방 7호점용진마을에 있다. 이곳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다용진마을로 가는 버스는 팔공 3’이 유일하다. 이 버스는 평일에 운행하지 않는다. 3~11월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에만 운행한다팔공 3 운행 시간표가 있긴 한데, 시간표대로 운행하지 않는다. 배차 간격 시간이 45~50분이라서 버스가 올 때까지 정거장에서 오래 기다려야 한다. 이러면 책방에 가는 데만 두 시간 걸릴 수 있다

 

팔공 3은 12월과 다음해 1, 2월은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시내버스 ‘101’‘101-1’을 타서 한걸마을’ 입구에 내려도 된다. 그런데 한걸마을 입구에서 책방까지 이어진 시골길을 걸어야 한다. 적어도 20분 이상 소요된다.


자가용이 있는 사람은 팔공산 주변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책방에 갈 수 있다. 하지만 버스를 타는 사람은 점심을 일찍 먹고 출발해야 한다. 팔공 3번 버스를 타다가 허기가 지면 여러 식당이 모여 있는 정거장에 내리면 된다. 하지만 식사를 하고 난 후에 팔공 3번 버스를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칠곡경북대병원 건너편 쪽 정거장 바로 근처에 다은수제국수라는 식당이 있다. 어제 날씨가 좋아서 시원한 김치말이국수를 먹었다. 국수를 주문하면 떡갈비가 같이 나온다그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조금만 더 걸어가면 칠곡경대병원역정거장이 있다. 그곳이 팔공 3번 버스가 지나가는 첫 번째 정거장이다


어제 공휴일이라서 팔공 3번 버스가 운행하고 있었다. 그날 버스에 탄 손님은 나를 포함해 두 명뿐이었다‥…. 팔공산에 자주 가는 등산객들만 아는 버스라서 팔공 3번 버스가 운행하고 있는지 모르는 대구 토박이가 있을 것이다. 내가 그 대구 토박이 중의 한 사람이었다.




















길을 걷다 보면 하얀 건물이 보인다. 그 건물이 바로 사이책방 7호점이다이 책방은 노 씨 부부(성의 한자가 다르다)가 운영하는데 공휴일이라서 그런지 젊은 직원 한 분이 책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손님 한 분이 음료를 주문해서 책을 읽고 있었다. 작은 책방 간판에 당신과 나의 북 아지트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가장 먼 북 아지트가 읽다 익다였는데, ‘사이책방 7호점이 그 기록(?)을 깼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열린책들, 2009)




 

이 책방의 대표 음료는 조르바 커피.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온 주인공 이름이다그리스인 조르바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월든과 함께 책방지기의 추천 도서다사이책방 7호점 부부 책방지기는 전작주의자. 경북 김천 출신인 김연수 작가의 소설책들이 책장에 따로 꽂혀 있다





 





책장은 천장까지 이어져 있다. 책방에 불교 관련 책 몇 권이 꽂혀 있다. 불교가 책방지기의 관심 분야인 것일까? 부부 책방지기를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다. ‘Elizabeth의 책장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책장이 있는데, 그 책장에 꽂힌 책들은 판매용이 아니다. ‘Elizabeth’는 아내분의 이명일 것이다.[]

 

사이책방에서 두 시간 정도 책을 읽었다. 그곳에서 개인이 가져온 책을 읽어도 된다. , 책방에 있는 책을 그 자리에서 읽으려면 먼저 구입해야 한다.

 

돌아가기 위해 팔공 3번 버스를 탔다. 다행히 10분 정도 지나서야 버스가 왔다. 갓바위에서 출발한 팔공 3번 버스의 마지막 정거장인 칠곡경대병원역에 내린 다음, ‘칠곡 1-1’, ‘칠곡 2’, ‘칠곡 4’, ‘730’ 버스로 환승하여 근로복지공단대구병원 앞정거장에 내리면 치우친 취향이라는 책방에 갈 수 있다. 버스로 근로복지공단대구병원 앞정거장에 가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월요일은 치우친 취향’의 쉬는 날이다. 특별히 추석 연휴를 맞아 어제 책방이 열려 있었다. 책방에 가보니 벌써 손님 네 명이 자리에 앉아 책을 읽거나 개인 작업을 하고 있었다. 손님이 많이 있는 책방을 정말 오랜만에 본다. 다행히 내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다음에 오면 손님이 없을 때 책방 내부 사진을 더 찍어야겠다이곳에 자주 방문하기 위해 책과 음료를 주문할 때 쓸 수 있는 쿠폰을 만들었다. 책 구입 전용 쿠폰과 음료 구입 전용 쿠폰이 따로 있다이곳은 책과 음료뿐만 아니라 비건 디저트도 판매한다. 책방지기가 책방 공식 인스타그램에 비건 디저트 메뉴를 공지한다.

 

내일은 어디에 갈까? 북 아지트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아직 안 가본 책방이 있고, 생긴 지 얼마 안 된 책방도 있다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남은 연휴동안 사놓은 책들을 얼른 읽자.





* 2021922일 업데이트


[] 책방 방문 후기를 인스타그램에도 올렸다. 어제 사이책방 대표님 한 분이 내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남겼다. 그분은 젊은 직원 한 분이 본인이며 엘리자베스는 아내의 별칭이 아니라면서 다음에 오면 엘리자베스의 정체를 알려주신다고 했다. 주말에 다시 한 번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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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09-21 18: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읏따, 맛있겠따! 음식점 주인이 센스가 있군. 동물성 단백질도 챙겨주고.
조르바 커피는 맛이 어떤가?
암튼 대구 청년은 추석 연휴를 알차게 보내고 있고만. 나도 함 가 보고 싶네.ㅋ
이윤기 번역은 이제 힘쓰기가 쉽지 않을텐데...
남은 휴일도 알차게 보내길...^^

cyrus 2021-09-22 12:44   좋아요 1 | URL
조르바 커피는 안 마셨고, 콜드브루 라떼를 주문했어요. 다음에 가면 조르바 커피를 마셔보려고 해요. ^^

레삭매냐 2021-09-21 18: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열정이십니다 -

오래 전의 제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전 주로 파주로 뛰곤
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지금은
사라져 버린 이가책방이라고
천막 책방을 자주 가곤 했었죠.

그 때 <율리시즈의 시선>을 샀
어야 했는데...

cyrus 2021-09-22 12:47   좋아요 1 | URL
코로나 2차 접종하고 나면 서울에 가볼 생각이에요. 서울에 안 가본지 오래됐어요. 십 년 전에 서울의 헌책방에 가보는 게 버킷리스트였는데, 지금은 동네 책방에 가보고 싶어요. ^^

새파랑 2021-09-21 19: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우 알찬 연휴를 보내셨군요!
어렵게 찾아간 사이착방 멋지네요. 저도 가보고 싶어지네요~~!!

🍜 맛있게 보이네요 ^^

cyrus 2021-09-22 12:48   좋아요 1 | URL
팔공산에 가게 되면 한 번 방문하세요. ^^

겨울호랑이 2021-09-21 2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의 글을 읽으면 우리 곁의 소중한, 그러나 사라져 가는 서점들에 대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cyrus님 연휴 잘 보내시고, 편한 밤 되세요!

cyrus 2021-09-22 12:50   좋아요 2 | URL
대구에 역사가 있는 헌책방들이 사라졌지만, 젊고 개성 있는 책방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좋은 변화의 흐름입니다. 대구에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

프레이야 2021-12-01 0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멋진 서점 안내를 이제 보네요
사이책방7호점. 치우친 취향.
메모합니다. 다음에 꼭 하루에 다 가보렵니다.
 




전망 좋은 []

 

EP. 14

 


202174일 일요일

인문학 헌책방 직립보행’, 더코너북스













오늘 오전에 인문학 헌책방 직립보행에 갔다. 두 번째 방문이다. 이곳은 , 일요일에 문을 열고(토요일과 일요일에 여는 시간이 다르다. 토요일은 오후 2, 일요일은 오전 11시다), 9시에 닫는다. 매달 마지막 주말은 휴무일이다











보통 헌책방에 가면 마음에 드는 책을 마음껏 고를 수 있다. 하지만 직립보행에서는 그렇게 살 수 없다. 지금 바로 읽을 수 있는 책 세 권만 사야 한다. 인문학 분야의 책뿐만 아니라 소설, 사회과학, 과학, 역사 분야의 책들도 있다. 직립보행은 한 마디로 말하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어린 헌책방이다. 동네책방 같은 헌책방이라 볼 수 있다.













 

3, 40년이나 된 헌책방을 인간의 생애 주기에 비유하면 노년기에 가깝다. 대구에 재개발 구역이 많이 생기면서 늙은 헌책방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이에 덧붙여서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자면, 대구시청 주변에 있는 헌책방 두 곳(동양서점, 평화서적) 모두 문을 닫게 되었다. 동양서점은 이미 6월에 폐점했고, 평화서적은 폐점 준비를 하고 있다.

 

직립보행도 헌책방 고유의 특징이 있고, 이에 따른 장단점도 있다. 장점은 시중에 구하기 힘든 책이 꽤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도서관 서고에 없는 책도 그곳에 있다. 단점은 그런 희귀본들의 가격이다. 직립보행을 동네 책방인줄 알고 방문한 손님 입장에서는 책값이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책을 사지 못하게 할 정도로 비싼 책값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헌책방에서 고가의 책을 사본 적이 있는 나도 그 심정을 이해한다.

 

직립보행책방지기는 자신이 구매한 책, 특히 희귀본이 팔려가는 것을 볼 때마다 아쉬운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책방에 처음 방문했을 때 나는 절판된 조르주 바타유(Georges Bataille)에로티즘의 역사(민음사, 1998)를 구입했는데, 책방지기는 그 책을 다 읽고, 나중에 다시 팔면 안 되겠느냐고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말했다. 그런데 실제로 직립보행에서 구매한 책을 다 읽고, 그 책을 다시 같은 곳에 판 손님이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 손님은 무소유의 독서를 지향하는 분인 것 같다. 나는 그 분과 정반대의 성격이다.

 

오늘 직립보행에 가보니 책방지기의 평생 동반자로 추정되는 여성 한 분이 계셨다. 내가 니체(Nietzsche)와 관련된 책들을 향해 눈길을 주고 있으니까 그분이 들뢰즈(Deleuze)와 푸코(Foucault)의 책을 추천했다. 철학과 관련해서 그분과 짧게나마 대화를 나눴는데 내공이 느껴졌다. 그분은 책방지기의 이름을 부르는 모습은 마치 누나가 남동생을 부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책방지기와 철학 책을 추천한 분의 관계가 궁금했다. 부부일까, 남매일까? 아니면 책을 좋아해서 만난 친구? 다음번에 두 분을 만나면 여쭤봐야지.









 

오후에 대구 남구에 있는 선택의 자유라는 책방에 갔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문을 닫은 상태였다. 이곳 휴무일이 월요일이라고 알고 갔는데‥…. 책방지기는 공식 휴무일이 아니더라도 개인 사정이 있다거나 아니면 자기가 내키는 대로 책방 문을 닫을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이곳은 다음에 가보기로 하고, 남구에 위치한 또 다른 책방 더코너북스에 갔다. ‘더코너북스는 조용한 동네 안에 있다. 이곳에 책을 사면 책방지기가 직접 만든 가죽 책갈피를 받을 수 있다.


매일신문에 <문득 동네책방>라는 기사가 연재되고 있다. 대구와 경북의 책방을 소개한 기사인데 더코너북스(11)’직립보행(20)’이 소개되었다. 인터넷 검색창에 문득 동네책방이라고 검색하면 기사 전문과 책방 내부를 담은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선택의 자유<문득 동네책방>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책방이다.


지금까지 가본 대구의 동네책방(괄호 안의 숫자는 <문득 동네책방> 연재 순서). 아직 안 가본 책방이 많다.

 


(1) 고스트북스

 

(4) 담담책방

 

(5) 심플레이스

 

(7) 서재를 탐하다

 

(9) 물레책방

 

(11) 더코너북스

 

(20) 직립보행

 

(29) 읽다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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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7-20 21: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직립보행은 그냥 동네 서점 같네요^^

cyrus 2021-08-01 19:32   좋아요 1 | URL
동네책방인 줄 알고 들어간 손님들이 많았을 거예요. ^^

새파랑 2021-07-20 21: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번에도 느꼈는데 대구에는 멋진 독립/동네 서점이 많은것 같아요. 저는 내공이 부족해서 이런데 방문하면 좀 부끄럽더라구요 ㅎㅎ 그래도 한번씩 갑니다 ㅋ 대구 가면 여기있는 서점 가봐야 겠어요 😊

cyrus 2021-08-01 19:32   좋아요 2 | URL
저는 동네서점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특히 제가 사는 서구에 주말에도 여는 책방 하나 더 생겨야 합니다. ^^

페넬로페 2021-07-20 22: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직립보행은 헌책방이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헌책방의 모습이 아닌데요.
자그마하고 깔끔해서 정감이 가고 인문학서적만 있으니 책 고르기도 쉬울듯 해요~~저도 서울에 있는 독립서점을 좀 다녀볼까했는데 혼자서는 엄두가 안나더라고요^^내년엔 몇군데라도 갈수있는 상황이 되면 좋겠어요**

cyrus 2021-08-01 19:37   좋아요 2 | URL
서울의 책방에 가보고 싶은데, 코로나 확산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네요. ^^;;

미미 2021-07-20 22: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서점 내부가 아늑하네요! 서점은 사진을 보는것 만으로도 기분 좋아져요.😊 실제로 가면 떠나기가 싫고요ㅋㅋㅋ 저희 동네도 이런 서점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cyrus 2021-08-01 19:39   좋아요 1 | URL
맞아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책방에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싫어요.. ㅎㅎㅎ

바람돌이 2021-07-21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서점순례 너무 좋아요. 저기 직립보행이란 서점은 정말 동네 책방같네요. 언젠가 대구에 가게 되면 저도 방문하고 싶습니다. 좋은 책방 이야기들 언제나 너무 좋아요. ^^

cyrus 2021-08-01 19:41   좋아요 1 | URL
직립보행이 있는 동네가 삼덕동이라는 곳인데 그 동네에 카페와 식당도 많아요. 나들이하기 좋은 곳이에요. ^^

Angela 2021-08-01 0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개글과 사진을 보면 꼭 가보고싶어요~

cyrus 2021-08-01 19:42   좋아요 1 | URL
사진만 봐도 책방 분위기를 알 수 없어요. 직접 가봐야 책방 특유의 아늑하고 독서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요. ^^

blanca 2021-08-02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제 기회되면 대구 서점 순례 저도 하고 싶어요...더위는 좀 어떤가요? 서울은 오늘부터 좀 시원합니다.

cyrus 2021-08-02 17:36   좋아요 1 | URL
대구 날씨는 매일 습하고 무덥습니다. 비가 쏟아 붓다가 어느 새에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다가 다시 비 오고.. 소나기가 자주 오는 편입니다. 그래서 외출하면 반드시 우산을 챙겨야 해요. 계속 무더울 거라는 일기예보를 믿지 않습니다... ^^;;
 





전망 좋은 []

 

EP. 13

 

2021519일 석가탄신일

굿브랜딩북스, 담담책방



글은 다음 날에 썼고, 묵혀 두고 있다가 이제야 올린다.





5월의 절반이 지난 지금까지 7시에 퇴근한 날은 한 번도 없다. 야근 잔업을 해서 일찍 마친 시간이 밤 9시다. 가장 늦게 마친 시간은 밤 1030분이다. 어제가 공휴일인데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출근했다. 하루 쉬게 되면 주문 물량을 정해진 시간 안에 출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나는 어제 출근해야 하는 직원들의 이름이 적힌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추석을 제외한 석가탄신일이 올해 마지막 평일 공휴일이다. 슬프게도 현충일,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성탄절 모두 주말이다.


어제 오전에 굿브랜딩북스라는 서점을 방문했다작은 규모의 서점이지만, 안에 들어가 보면 여타 서점과는 다른 굿브랜딩북스만의 특색을 느낄 수 있다. 서점 안에 있는 책들은 브랜딩’, ‘디자인’, ‘영감의 도서’, ‘일과 삶의 균형등 총 여섯 가지 주제로 이루어진 책장에 진열되어 있다


굿브랜딩북스에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일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들이 있다. 지금 하는 공장 일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 아니다. 최근 들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절실히 깨달았다. 책과 관련된 일, 즉 서점을 운영하는 일이 돈을 많이 벌지 못해도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대구에 있는 모든 서점은 단순히 책을 사기 위한 곳이 아니다. 내 꿈을 무럭무럭 자라게 해주는 데 필요한 영감을 제공하는 배움의 장소다.


오후에는 담담책방에 갔다. 공휴일이라서 책방에 사모님도 계셨다. 담담에 매일 오는 손님이 있다. 하루의 절반을 담담에서 보냈던 무직 시절에 그 손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분은 빈손으로 오기 그래서인지 가끔 빵을 사 들고 와서 나와 책방지기에게 나눠 주곤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관계가 생겼다정말 오랜만에 책방지기, 책방 단골손님, 나 이렇게 세 사람이 대화를 나누었다.


오후 5시가 지나자 여성 손님 두 분이 담담에 왔다손님 중 한 분은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레타책방의 책방지기였다. ‘그레타책방은 그림책 전문 서점이다.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그림책뿐만 아니라 그림책 작가 겸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외국 그림책도 판매되고 있다. ‘그레타책방역시 방문하고 싶은 책방 중 한 곳이었는데 마침 책방지기가 어제 담담에 직접 방문했다.


내가 이른 시간에 집으로 돌아갔으면 그레타책방의 책방지기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집에 돌아갈 생각은 접어두고, 다른 의자에 앉아 책을 읽은 척하면서 두 책방지기(담담, 그레타책방)의 대화를 엿들었다. 두 분의 대화를 엿듣다가 순간 영감이 떠올랐다. 지금 나는 일 때문에 활자 위주의 책을 완독하지 못할뿐더러 독서 후에 늘 하던 일인 발췌 및 편집 작업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공장 일이 완전히 적응할 때까지(아니면 그만둘 때까지) 그림책 위주로 독서를 하면서 서평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자 위주의 책을 읽는 헤비 리더(heavy reader)’에서 시집이나 그림책을 주로 읽는 라이트 리더(light reader)’로 전향하면 예전처럼 읽고 쓰는 삶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림책과 어린이 책에 친해질 수 있도록 나름 공부를 해야겠다. 이러한 경험은 내가 책방을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냥 놀러 간다는 마음으로 담담에 갔는데, 여기서도 내 꿈을 위한 영감을 얻다니. 어제는 정말 특별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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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5-23 18: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걸 확인하고 오셨네요. 잘 됐네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서점 운영의 꿈을 가질 법한 것 같아요. 책 정리도 재미있고
관심 가는 책을 들춰 볼 수도 있고 돈도 벌 수 있고 책을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얘기를 나눌 수도 있고 이쯤되면 일석사조, 가 되려나요.

저도 사고 싶은 책이 없어도 서점 구경만으로 즐겁더라고요. 그래서 외출했다가 서점이 눈에 띄면 꼭 들러 보게 되더라고요.

cyrus 2021-05-26 22:02   좋아요 1 | URL
서점을 운영하면 재미있는 일들을 할 수 있긴 한데, 이 재미있는 일을 하면 책을 많이 팔아야 합니다... ^^;;

조그만 메모수첩 2021-05-23 18: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서점 개업하시면 제가 단골 되겠습니다. 이렇게 책 잘 읽으시는 분이 지기인 서점은 얼마나 멋질까요.

cyrus 2021-05-26 22:04   좋아요 2 | URL
메모수첩님은 대구에 살고 계시죠? 서점을 열면 알라디너를 위한 혜택을 마련해야겠어요. ^^

미미 2021-05-23 18: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좋은 아이디어 같아요! 독서에 대한 감성과 끈을 놓치지 않는게 중요하다 생각해요. 저도 한번씩 쉬어가는 기분으로 어린이 동화도 읽고 시집도 보려구요. 우리 화이팅해요!*^^*

cyrus 2021-05-26 22:09   좋아요 1 | URL
1년을 쉰다는 생각으로.. ㅎㅎㅎ 독서와 글쓰기를 쉬엄쉬엄 해야겠어요. 꾸준히 글을 써야겠다는 의욕을 살리기가 쉽지 않아요.

새파랑 2021-05-23 18: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좋아하는 책 읽을 시간도 없이 바쁘신거 같아 많이 안타깝네요 ㅜㅜ 그래도 영감을 얻으셔서 다행입니다. 항상 화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서점 운영 하시면 꼭 가보고 싶네요^^

cyrus 2021-05-26 22:13   좋아요 2 | URL
영감을 얻었으면 실행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계속 미루고 있어요. ^^;;

독서괭 2021-05-23 20: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김소영 선생님의 어린이책 읽는 법 추천합니다! 앞으로 쓰실 그림책, 어린이책 서평이 기대됩니다^^

cyrus 2021-05-26 22:15   좋아요 1 | URL
제가 자주 가는 동네 책방에 <어린이책 읽는 법>을 주문했어요. ^^

페넬로페 2021-05-23 21: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매일 야근을 하셔서 힘드시겠어요~~
정말 올해는 공휴일이 주말과 많이 겹치는 것 같아 많이 서글퍼지네요 ㅠㅠ
cyrus님께서
만약 대구에서 책방을 하신다면
꼭 찾아갈께요^^
내일도 우리 모두에게 특별한 하루가 되면 좋겠어요**

cyrus 2021-05-26 22:16   좋아요 2 | URL
야근 없이 7시에 마치는 평일이 특별하게 느껴져요. 예전에 일했을 땐 6시, 6시 30분까지 기다리는 게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가 좋았어요. ^^

붕붕툐툐 2021-05-24 00: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 꿈을 꾸고 계셨군요! 멋지십니다~ 분명 좋은 서점이 될 거 같아요. 그리고 아이디어 너무 좋아요! 저도 요즘 책읽기 슬럼프인 듯한데, 그림책 몇 권 봤더니 좋더라구요!ㅎㅎ앞으로 사이러스님 글을 더 자주 접할 수 있게 될 거 같아 저도 기대가 됩니다!

cyrus 2021-05-26 22:24   좋아요 2 | URL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 힘드니까 제일 먼저 생각이 난 게 서점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데다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지인이 무려 세 명이라서 갑자기 서점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mini74 2021-05-24 1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응원합니다. 서점 이름이 전망 좋은 (책) 방?

cyrus 2021-05-26 22:30   좋아요 2 | URL
아직 서점 이름을 정하지 않았지만, ‘전망 좋은 (책)방’을 책방 이름 1순위로 하겠습니다. ^^

Angela 2021-05-26 0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쁜 와중에도 독서와 글 쓰기 대단하십니다!

cyrus 2021-05-26 22:32   좋아요 2 | URL
책을 읽고 있긴 한데, 예전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에요. 글 한 편 쓰는 것도 힘들고요. 예전과 다른 일상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군요. ^^;;

transient-guest 2021-05-26 05: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점순례가 그리워지는 글입니다. 예방접종을 모두 마쳤으니 6월 초에는 항체가 생긴다고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 마스크 없이는 다니지 못하고 예전처럼 자유롭게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다가 글을 쓰는 환경은 집과 사무실을 제외하곤 없습니다. 벌써 2021년도 반절에 접어드는데 끝날 기미가 안 보이네요.

cyrus 2021-05-27 07:26   좋아요 2 | URL
제가 사는 곳인 대구에 다시 코로나 확진자 수가 증가해서 이번 달 말까지 카페, PC방 영업시간이 단축되었어요. 너무 속상합니다.

blanca 2021-08-02 17: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cyrus님의 꿈을 꼭 이루시기를...그림책 서평도 기대됩니다.

cyrus 2021-08-02 17:44   좋아요 2 | URL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전망 좋은 []

 

EP. 12



2021년 5월 4일 어린이날 

담담책방 





새로운 일을 시작한 지 이제 한 달 지났다. 18개월 만에 재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 하는 일은 내가 원해서 한 것은 아니다. 문을 만드는 공장에 일하는데 생산직 특성상 야간 잔업이 많다. 예전처럼 책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때는 화이트칼라였다)이 부족하다. 하지만 생계소득 없는 삶이 장기화하지 않으려면 뭐든 해야만 한다. 고심 끝에 생애 처음으로 블루칼라가 되었다기회가 되면 육체노동의 일상을 글을 써보고 싶다직접 피부로 느낀 노동은 책으로 보는 노동과는 확연히 다르다.


책방지기는 내 근황이 궁금했다고 말씀했다. 책방지기 사모님도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고 하는데 두 분이 유독 나를 생각해준 이유가 있다. 처음으로 공장 일을 하기 시작하기 전인 3월 말에 마지막으로 방문한 책방이 담담이었다. 그곳에서 책을 읽고 있을 때 공장 관계자로부터 다음 주 월요일에 출근하라고 연락이 왔었다. 원래 담담책방은 토요일에도 문을 열었다. 공장의 연락을 받은 날이 금요일이었는데, 책방지기가 내게 토요일에 책방을 열어야하는지 고민이 된다고 말씀했다. 그분은 목사라서 일요일 교회 예배를 위해 전날에 혼자서 예배를 준비한다. 그래서 책방지기는 불가피하게 토요일에 교회 관련 업무와 책방 일을 병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나는 책방지기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결국 토요일도 책방 휴일(월요일도 책방이 쉬는 요일이다)로 변경되면서 나는 한 달 동안 담담에 가지 못했다토요일에 내가 갈 수 있는 책방은 읽다 익다 뿐이다. 문제는 책방이 너무 멀다. 버스 타고 책방에 가면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그래도 읽다 익다는 내가 글을 쓰는 데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장소이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첫 주부터 위기가 찾아왔다. 생전 해본 적이 없는 육체노동을 막 시작했으니 벌써 지칠 만도 했고, 이 일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그런 고충을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내게 격려해준 좋은 분들 덕분에 이른 포기를 하지 않았고, 일에 적응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분들에 담담 책방지기도 포함되어 있다


오늘이 급여를 받는 날인데 공휴일이라서 아직 받지 않았다. 공휴일 전날에 급여가 통장에 들어올 줄 알았는데, 공장에 기대한 내가 바보다. 다행히 넉넉한 생활비가 있었고, 이걸로 책방에 있는 책 두 권을 정가로 샀다. 급여가 들어오는 대로 읽다 익다’, ‘서재를 탐하다에 있는 책 몇 권을 더 살 예정이다. 주말에 대구의 다른 책방에 가봐야겠다.  


평생 직장은 없다. 죽을 때까지 블루칼라로 살고 싶지 않다. 야근을 많이 하면 일한만큼의 대가를 받을 수 있지만, 내 몸의 수명과 나만의 시간이 줄어든다. 야근 때문에 평일 저녁의 독서 모임에 참석이 어려워졌다(화요일과 목요일 저녁에 독서 모임이 진행된다금요일에 진행되던 레드스타킹은 최근에 화요일 저녁으로 변경되었다. ‘우주지감은 목요일에 진행된다. 7시에 퇴근하면 조금 늦더라도 독서 모임에 참석할 수 있다). 지금도 생각하면 이 점이 아쉽고 불만이 많다. 책과 글쓰기가 없는 삶은 시체와 같다. 독서와 글쓰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야 내 적성에 맞는 일이 책방을 운영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기상조이지만 블루칼라 노동 이후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차근차근 생각하면서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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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5-05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휴일 전날 급여가 띵똥 들어왔음 공장 오너님 센스인증인데요! 아쉽네요. 일에 관해 글 꼭 쓰시길 응원드립니다.
조지 오웰이 퍼뜩 떠오릅니당ㅋㅋ신규 책방도 기대되구요!

cyrus 2021-05-10 06:04   좋아요 1 | URL
공휴일 다음 날 오후에 급여가 들어온 걸 확인했어요. 야근 잔업이 없는 날에 일에 관한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

겨울호랑이 2021-05-05 22: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cyrus님께서 보내고 계신 시간이 분명 의미있는 전환점, 계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건강하게 한 주 보내세요!

cyrus 2021-05-10 06:05   좋아요 1 | URL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월요일에 겨울호랑이님의 댓글을 보니 힘이 납니다. ^^

mini74 2021-05-05 2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은 작가들의 시작이 퇴근 후 부엌 한켠 작은 전등 아래였다지만 현실적으론 참 힘들고 어려운 일, cyrus님께 어울리는 책방운영의 꿈이 얼릉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요 ~

cyrus 2021-05-10 06:07   좋아요 1 | URL
자투리 시간을 소중히 여겼고, 장소 불문하고 글을 쓴 작가들을 생각하면서 피곤해도 틈틈이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

페넬로페 2021-05-05 2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의 새로운 출발에 행운이 가득하기를 먼저~~
블루 컬러로의 일상의 글, 기대하겠습니다^^
일하시면서 몸 다치지 않게 조심하시고 건강 챙기십시오**
엄마, 아니 누나같은 잔소리만 늘어놓습니다 ㅎㅎ

cyrus 2021-05-10 06:08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응원의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하고, 힘이 납니다. 페넬로페님과 여러 이웃님의 댓글을 보고나니 월요병이 쏙 들어갔어요. ^^

Angela 2021-05-05 23: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 쓰는데 다양한 경험은 좋은것같아요~

cyrus 2021-05-10 06:10   좋아요 0 | URL
맞아요. 확실히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과 직접 경험은 차이가 있어요.

레삭매냐 2021-05-06 0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니시는 회사의 결제 시스템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급여는 그전에
주나 나중에 주나 별 차이는 없는데...

자본가의 탐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원칙대로라면 휴일날이라
도 지급해야 하는데 그건 또 싫겠죠.

자기만을 위한 원칙 같지 않은 무원칙.

cyrus 2021-05-10 06:13   좋아요 0 | URL
한 달 일을 해보니까 개선해야 할 공장의 문제점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어요. 저보다 오래 일한 사람들은 직업 환경에 불만이 많았는데 공장장은 공장 내부를 더 확장할 생각만 하고 있어요.

syo 2021-05-06 01: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이 책방을 운영하시면 제가 노동하여 책을 사먹겠습니다.
그날까지 피차 잘 삽시다(?)

cyrus 2021-05-10 06:15   좋아요 0 | URL
돈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건강입니다. 건강을 유지하면서 살겠습니다. 책방을 여는 꿈이 언제 실현될지 모르겠지만, 차근차근 그 꿈을 위해 준비하겠습니다. ^^

blanca 2021-05-06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이 글 읽는데 갑자기... 울컥했어요. 잘 살고 계신다는 얘기 드리고 싶어요. 육체 노동 가운데 읽고 쓰는 일의 무게와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는 마음이 너무 좋아요. 건강 잘 챙기시기를...

cyrus 2021-05-10 06:1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blanca님. 피곤하다는 핑계로 독서와 글쓰기를 미루지 않겠습니다. ^^

stella.K 2021-05-06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건실 청년이다.ㅎㅎ
전에 모교 사무실에서 일한다고 하지 않았나?
1년 8개월을 공백이 있었다니 내가 너무 무심했단 생각이드네.ㅠ
서재에서 너의 글을 볼 수 없다는 게 이쉽긴한데
그중에서도 너의 책방 이야기를 읽을 수 없다는 게 가장 아쉬워.
재미가 쏠쏠했는데.
내가 이런데 책방 좋아하는 너는 더하겠지? 절절하다.
그래. 지금 블루칼라로 열심히 돈 벌어서 나이 좀 들면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
너의 글 계획도 기대된다.
뭐든지 거져는 없는 것 같아. 지금은 힘들어도 훗날 이때를 기억하게 될 거야.
살아보니 힘들었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더라고.ㅋ
힘내라. 화이팅이다!!

cyrus 2021-05-10 06:20   좋아요 1 | URL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해요, 누님. 대학교 사무실에 일한 건 더 오래됐고요, 그 다음에 한 일은 중소기업 사무직이었어요. 비록 급여를 많이 받지 못했지만, 일찍 퇴근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공장 일을 해보니 주말이 정말 소중하다는 걸 느꼈어요. ^^
 




전망 좋은 []

 

EP. 11





34일 목요일에 읽다 익다책방지기가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다. 방송 프로그램은 대구 KBS1라디오(주파수 101.3)에서 하는 <생생매거진 오늘>이다. 방송은 오전 115부터 시작된다그날 오전에 코로나19 대응 관련 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이 라디오로 중계되었고, 방송이 지연되었다책방지기는 예정 시간보다 10분 늦게 출연했고, 생애 첫 라디오 방송 출연을 방송사고 없이 잘 마쳤다방송에 나온 주요 내용은 책방을 연 계기, 책방 이름의 유래, 최근에 진행하고 있는 모임 등에 관한 것이다. 방송 중간에 책방 모임에 참석하는 분들의 인터뷰가 나왔다.


일주일 뒤인 311일에 서재를 탐하다()책방지기<생생매거진 오늘>에 출연했다서탐 책방지기도 이날 라디오 방송이 처음이었다방송 진행 방식은 읽다 익다 책방지기가 출연했던 지난주 방송과 똑같았다오전 라디오 방송 일정 때문에 책방의 문은 오후 130분에 열렸다그날 나는 책방 근처에 갈 일이 생겼고, 오랜만에 서탐을 방문했다라디오 방송에 대해서 책방지기와 대화를 나누었는데, 확정된 건 아니지만, 잘하면 다음 주 목요일에 또 출연할 수 있다고 말했다나는 혹시나 해서 기대했는데, 서탐 책방지기는 인스타그램에 318일 라디오 방송 출연을 예고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리지 않았다. 나는 2주 연속 라디오 방송 출연이 무산되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젯밤에 서탐 책방지기가 오늘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다고 인스타그램으로 공지했다. 정말로 서탐 책방지기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두 번 출연하게 되었다! 오늘 방송에 출판 스튜디오 ‘tampress’와 여성 커뮤니티 ‘W살롱을 중점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읽다 익다책방지기와 서탐책방지기의 라디오 방송 출연 이후 나는 담담책방지기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말을 했다. 조만간 책방지기님도 라디오 방송에 나오시겠는데요.” 그러자 담담 책방지기는 절대로 그럴 일이 없다면서 TV든 라디오든 방송에 나와서 책방이 알려지면 피곤하다고 말했다. 담담 책방지기는 책방에 손님이 너무 많이 오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분은 책방에 다섯 명의 손님이 와주면 책방지기로서 만족한다고 밝혔다역시 담담 책방지기는 소박한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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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3-25 10: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방지기(책방 사장님을 말씀하시는거죠?ㅋ 지식 부족)와 친하신거 부럽습니다 ^^

cyrus 2021-03-25 11:47   좋아요 3 | URL
네, 맞아요. 친절하고 훌륭한 책방지기님 세 분을 만난 덕분에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고, 지금까지 잘 유지하고 있어요. ^^

stella.K 2021-03-25 19: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책 나오고 모 라디오 방송국에 나가서 버벅거렸던 기억에 새삼
떠오르는구만.
책방지기님 방송을 잘하셨다니 부럽네.ㅋㅋ

cyrus 2021-03-28 08:59   좋아요 1 | URL
누님이 출연한 라디오 방송을 들었어야 했는데.. 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3-25 2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렇게 다들 유명해지는 건가요? 사이러스님처럼 꾸준히 책방을 드나들며 읽고 책방에 대해 써주시는 분이 있어서 책방지기님들 입장에서 엄청 힘이 될 거 같아요~

cyrus 2021-03-28 09:00   좋아요 1 | URL
저의 책방 기록은 개인적인 일기에 가까워요. 제가 이런 글을 쓰지 않아도 책방지기님들은 이미 유명해진 분들이에요.. ㅎㅎㅎ 이제는 제가 좀 유명해졌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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