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 - 기괴환상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은희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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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현실은 꿈, 밤의 꿈이야말로 진실.

 

 

이 말은 일본 추리문학의 대가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의 시그니처(signature)다. 그는 사인할 때 이 시그니처를 썼다고 한다. 란포의 본명은 히라이 타로(平井太郞)이다. ‘에도가와 란포’는 필명인데,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에서 따온 것이다. 포는 추리소설과 심리적 공포소설의 창시자다. 미국 문학의 약사(略史)를 쓴 적이 있는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는 포가 끼친 문학사적 영향을 단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포는 보들레르(Baudelaire)를 낳고, 보들레르는 상징주의자들을 낳고, 상징주의자들은 폴 발레리(Paul Valery)를 낳았다.” 보르헤스의 말을 빌리자면 포는 에도가와 란포를 낳았다.

 

에도가와 란포 작품의 매력은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세상이 실은 얼마나 비현실적인가를 보여주는 데 있다. 그의 작품에 빠져들면 어디까지가 상상의 세계이며 어디서부터 현실 세계인지 알 수 없게 된다. 독자들은 상상과 현실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외줄에서 쉽사리 내려오지 않는다. 란포가 그려 보이는 작품 속 상황들은 마치 현실 속에서 마주칠지도 모를 불안, 공포, 경악 등의 혼미한 상황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권(도서출판 두드림, 2008)탐미적 에로티시즘, 그로테스크(grotesque: 기괴함), 그리고 환상성난센스 요소가 가미된 묘사가 주를 이룬 총 22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란포의 단편을 읽으면 소재의 창발성에 놀라고, 때론 광기 어린 감정 묘사에 혀를 내두르고, 때로는 기발함에 멈칫하게 된다. 물론 일본 추리 · 미스터리 문학 작품의 범람 속에서 란포의 작품도 진부한 고전이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란포는 진지하게 인간의 무서운 환상과 가학적인 충동을 파고듦으로써 공포 문학의 기반을 마련했다. 『고구마 벌레』는 음울하고 어두운 인간의 극단적 욕망과 광기를 현실적으로 치밀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스나기 중위는 전쟁으로 양손과 양다리를 잃어 몸체만으로 생활하는 장애인이다. 란포는 전쟁이 인간에게 남긴 정신적 외상의 고통도 보여주는데, 자신만의 색다른 그로테스크한 묘사로 전쟁의 참상을 전달한다.

 

란포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920~30년대의 일본의 문화적 분위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당시 문화계를 지배하던 키워드는 ‘에로 그로 난센스’였다. 『인간 의자』『복면 무도회』는 공통으로 ‘신여성’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신여성’은 여성에게 한정됐던 사회, 정치, 제도적 불평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자유와 해방을 추구한 근대에 새롭게 나타났다. ‘에로 그로 난센스’ 시대 속에서 신여성은 남성들의 에로틱한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대상이었다. 남성들은 거리를 활보하는 신여성들을 마음껏 조롱하거나 성적인 자극을 은밀히 즐겼다.

 

『인간 의자』의 요시코는 소설가로 활동하는 신여성이다. 가난한 가구공은 여성의 몸에 과도하게 애착을 보인다. 그는 ‘서양식 의자’를 만들어 그 안에 숨어서 지낸다. 가구공의 의자 위에 여성이 앉으면 가구공은 의자 안에서 여성 몸의 접촉을 통해 나오는 쾌락을 즐긴다. 호텔에 있던 가구공의 의자는 요시코의 집으로 옮기게 된다. 가구공은 요시코의 몸을 탐할수록 점점 그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가구공은 ‘에로틱한 일탈’을 통해 결핍된 욕망을 채운다.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변태성욕자’라고 부른다. ‘에로 그로 난센스’ 시대는 비정상적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변태’로 분류했고, ‘변태성욕자’는 그 시대 언론이 폭넓게 쓰면서 대중에게 깊이 각인됐다.

 

『복면무도회』에 묘사된 신여성은 퇴폐와 타락의 이미지다. ‘20일회’는 에로틱한 유희를 즐기는 비밀 사교 모임이다. 친구 이노우에 지로의 소개로 20일회 정식 회원이 된 화자는 ‘가면무도회’를 가장한 섹스 모임에 참석하는데, 실수로 친구의 아내 하루꼬를 선택해서 그녀와 하룻밤을 보낸다. 의도치 않게 불륜을 저지른 화자는 도리어 친구의 아내를 탓한다.

 

 

  엄연히 남편이 있는 여자가 어떻게 낯선 남자랑 어둠 속에서 춤을 추고, 이런 장소로 올 때가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단 말인가? 하루꼬 씨가 그런 여자일 줄은 정말 미처 몰랐다. [주]

 

 

하루꼬는 남편이 있는 인텔리 여성이다. 그러나 ‘결혼’은 신여성의 발목을 잡는 족쇄이다. 그녀가 사교를 가장한 퇴폐적인 모임에 참석한 것이 기존의 가부장적 가치관(‘아내는 무조건 남편에게 복종해야 한다’, ‘아내는 집에만 머물러야 한다’)에 균열을 내고 틈을 만드는 전복적인 일이었다고 해도 그리 과언은 아닐 것이다. 신여성들은 여성 자신의 인격과 개성에 대한 존중, 자유연애 등을 외치며 당당하게 구습의 족쇄를 풀려고 했다. 그러나 신여성들은 성적으로 방종하다는 이유로, 남의 가정을 파탄 냈다는 이유로 가차 없이 비난을 받았다. 화자는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대한 책임을 ‘외간 남자를 만나고 다니는’ 하루꼬에게 전가한다. 그러면서 성적 일탈을 저지른 여성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란포는 극단적으로 소외된 사람들, 즉 변태성욕자, 하층민, 무능한 사람들로 넘쳐나는 그로테스크한 시대상을 포착했다. 대부분 공포 문학이 현실에서 동떨어진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을 주로 다루었던 데 반해, 란포의 공포 문학은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하여 그 안에서 일어나는 비현실적이거나 괴이한 사건들을 결합한다. 란포는 비정상적인 사람들을 알 수 없는 광기의 소유자, 공포와 악의 근원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음울한 존재이지만, 사회에 융합되지 못한 고립된 외로운 인간들이다. 란포는 사회에 배제된 존재들에게 일어나는 음산하고 알 수 없는 기괴함을 묘사할 때 아이러니와 유머를 결합하는데 이는 이들의 숨겨진 욕망의 실상을 더욱 추악하게 보여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란포의 공포 문학 작품은 단순하지만 독특한 서사, 그리고 이 서사를 감각적으로 구현하는 환상적인 묘사가 돋보인다.

 

 

 

[주]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은희 옮김, 『복면무도회』,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 도서출판 두드림, 2008, pp.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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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작품에 대한 줄거리, 결말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토 준지 컬렉션 9화 첫 번째 에피소드

화가

 

 

 

 

 

모리 미츠오는 인기와 실력 모두 겸비한 화가이다. 그는 자신의 개인전이 열린 전시장에서 신비한 매력을 가진 여인을 만난다. 그녀의 이름은 토미에. 화가는 토미에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자신의 그림에 대한 감상평을 알려달라면서 접근한다. 토미에는 그림 속 여자 모델이 멍청해 보인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모델이 된다면 아주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다고 추파를 던진다.

 

 

 

 

 

 

토미에는 이 세상에 자신만큼 빼어난 외모를 가진 여자가 없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친다. 그런데 누구도 자신의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표현한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화가는 토미에의 초상화를 완성했지만, 토미에는 그 그림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면서 조소한다. 그녀는 화가의 자존심을 꺾어놓고 유유히 떠난다. 체면을 구긴 화가는 전시회 일정을 연기하면서까지 ‘완벽한 토미에’를 그리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화가는 토미에가 만족할만한 그림을 그려내지 못해 슬럼프에 빠진다.

 

 

 

 

 

화가는 친구로부터 조각가 이와타 타미오의 근황을 알게 된다. 조각가는 새로운 모델을 만난 이후로 연작 조각상을 발표하여 큰 주목을 받는다. 그 연작 조각상의 제목은 ‘토미에’다. 화가는 조각상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조각가의 집을 찾아간다. 그러나 조각가는 ‘토미에는 나만의 것’이라면서 공개를 거부한다. 토미에의 미모에 완전히 홀린 화가는 자신의 욕망을 조절하지 못해 조각가를 죽인다. 화가는 조각가의 작업실에 들어갔으나 그곳에는 산산조각이 나서 널브러진 토미에 조각상들과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면서 서 있는 토미에가 있었다. 토미에는 조각가가 조각상 전부 부숴버렸다고 울면서 하소연한다. 토미에의 가짜 눈물에 홀린 화가는 ‘완벽한 토미에’를 그릴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화가는 토미에의 매력에 완전히 지배당한 채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 토미에는 화가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건넨다.

 

 

“나를 좋아하는 남자들은 모두 나를 죽이려고 해요.”

 

 

화가는 토미에에게 완성된 그림을 보여준다. 토미에는 그림 속 여성은 자신이 아니라 ‘괴물’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면서 그를 가리켜 ‘최악의 화가’라고 말하면서 멸시한다. 화가는 자신을 비웃는 토미에의 모습에 분노를 폭발하고 그녀의 목을 졸라 죽인다. 미쳐버린 화가는 토미에의 시체를 토막 낸다. 그러나 토미에는 죽지 않는다. 잘린 토미에의 신체 부위는 세포처럼 재생하여 ‘새로운 토미에’가 되어 자란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1 : 토미에 Ⅰ》(시공사, 2008)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2 : 토미에 Ⅱ》(시공사, 2008)

 

 

 

 

『화가』《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1 : 토미에 Ⅰ》에 수록된 이야기다. 토미에는 이토 준지 작품 속 등장인물 중에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토미에는 유혹으로 남자를 낚아다 파멸에 이르게 하는 전형적인 팜므 파탈이다. 토미에의 외모에 홀린 남자들은 그녀를 사랑한다고 느끼고 있으나 그것은 정상적인 사랑이 아니다. 그녀의 매력에 헤어 나오지 못한 남자들은 살인 욕구를 느껴 그녀를 잔인하게 살해한다. 그러나 토미에는 불사(不死)의 존재이다. 토막 난 신체 부위는 ‘새로운 토미에’로 부활하기 때문이다. 부활한 토미에‘들’은 치명적인 매력을 뽐내며 남자들에게 접근한다.

 

 

 

 

 

 

 

 

 

 

 

 

 

 

 

 

 

 

* 핼 포스터 《강박적 아름다움》(아트북스, 2018)

 

 

 

 

 

 

 

 

 

 

 

 

 

 

 

 

* E. T. A. 호프만 《모래 사나이》(창비, 2017)

* E. T. A. 호프만 《모래 사나이》(지만지, 2011)

* E. T. A. 호프만 《모래 사나이》(문학과지성사, 2001)

 

 

 

 

토미에의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화가의 모습은 ‘강박적 아름다움(convulsive beauty)’을 재현하려는 초현실주의자들의 상황과 비슷하다. 미술사가 핼 포스터는 초현실주의 미술을 재정립하기 위해 ‘강박적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을 제시한다. ‘강박적 아름다움’은 ‘익숙한 낯섦(uncanny, 언캐니)’이 주는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의미한다. 언캐니의 정의를 이해하려면 프로이트의 저서를 참고해야 하지만, 이 언캐니를 문학적 효과로 적절히 활용한 E. T. A. 호프만의 소설 《모래 사나이》를 참고하면 이해하기 수월하다(프로이트가 호프만의 소설을 분석하면서 ‘언캐니’ 개념을 도출했다고 알려졌는데, ‘언캐니’를 제일 처음 쓴 사람은 독일의 심리학자 에른스트 옌취다). 《모래 사나이》에 언캐니가 산출하는 감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들이 드러난다. 소설의 주인공 나타니엘은 자신이 사랑하는 올림피아와 입을 맞추는 순간, 섬뜩함을 느낀다. 나중에 나타니엘은 그녀의 정체가 사람이 아니라 ‘자동인형’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미쳐버린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관점으로 언캐니를 설명하자면, 언캐니는 ‘억압된 것이 어떤 다른 경험 때문에 다시 나타나는 상황’이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에로스(eros)를 삶의 욕망, 즉 ‘삶 욕동’으로 이해하여 찬양했다. 즉 삶과 아름다움을 향한 상승 욕구를 샘솟게 하는 것이 에로스이다. 그러나 핼 포스터는 초현실주의자들이 원하는 삶 욕동 속에 ‘죽음 욕동’이 내포되어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삶 욕동’과 ‘죽음 욕동’을 서로 대비되는 개념이 아닌 ‘결합 상태’의 개념으로 보았다.

 

 

 내가 보기에 초현실주의는 에로스의 사랑을 내세우면서도, 그와는 반대로 죽음 욕동의 언캐니함이 가리키는 쪽을 향했다. (핼 포스터, 《강박적 아름다움》 9쪽)

 

 

초현실주의자들은 죽음 욕동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으로 ‘여성’을 지목한다. 초현실주의자들도 세기말적 공포의 기운을 피하지 못했다. 그들은 쾌락과 고통, 사랑과 죽음이라는 주제에 집착하여 여성에게 요부, 즉 ‘팜므 파탈’의 이미지를 부여했다. 초현실주의자들이 양산한 팜므 파탈은 ‘성적인 것(삶 욕동)’과 ‘파괴적인 것(죽음 욕동)’이 결합한 상징이다. 팜므 파탈에는 가부장적 사회에 반기를 들고, 남성을 위협하는 여성에 대한 공포가 반영되어 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팜므 파탈의 유혹이 주는 ‘쾌락’을 선호하면서도 파멸의 길로 몰고 가는 ‘파괴적인 힘’을 낯설어했다. 그리하여 초현실주의자들은 언캐니로부터 아름다움을 해방하기 위해 여성을 ‘처벌’하는 사디즘(sadism)을 지향했다. ‘그녀(팜므 파탈)를 좋아해서 그녀를 괴롭히고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다시 이토 준지의 『화가』로 돌아가자. 화가는 토미에의 아름다움에 집착하여 비정상적으로 창작 욕구를 드러낸다. 그가 토미에를 만나지 않았으면 ‘완벽한 토미에’를 그리는 데 매달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화가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실패했고, 토미에는 화가의 자존심을 긁는다. 화가는 사랑스러운 토미에가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했을 때 자존심에 상처를 준 불편한 상황을 떠올리게 되고, 결국 그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해 토미에를 죽이고 만다. 화가가 그녀를 잔인하게 죽이는 것은 ‘가학적인 처벌’이자 그녀를 파괴하면서 느끼는 일종의 ‘성적인 쾌락’이다. 『화가』는 ‘열린 결말’이다. 이토 준지는 토미에가 부활한 이후 화가의 삶을 독자의 상상에 맡기고 있다. 아마도 토미에 여려 명 부활하면 화가는 영원히 토미에의 ‘강박적 아름다움’에 헤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강박적 아름다움’은 시시포스의 형벌’과 같다. 시시포스는 무거운 바위를 산꼭대기로 올려놓는 형벌을 받는다. 바위를 굴려 산 위로 올려놓으면 바위는 다시 산 아래로 굴러떨어진다. ‘시시포스의 형벌’은 올라가는 방향의 고통과 내려가는 방향의 절망을 무한 반복하는 잔인한 형벌이다. ‘강박적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의 발견을 목표로 하는 예술가들이 감내해야 하는 형벌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을 ‘팜므 파탈’로 설정하여 가학적으로 대하는 초현실주의자들의 반응과 토미에를 잔혹하게 죽이는 『화가』의 결말은 ‘여성혐오(misogyny)’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이토 준지의 ‘토미에 시리즈’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불안과 공포뿐만 아니라 이러한 감정으로부터 비롯된 여성 혐오의 징후를 확인할 수 있다. 남성 예술가들은 자신의 예술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여성(모델)을 착취했다. 그리고 자신들만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 성적 욕망을 조합한 왜곡된 여성의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페미니스트 미술 연구가들은 초현실주의자들이 만들어낸 여성의 이미지를 비판의 도마에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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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4-25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토 준지에게 토미에라는 캐릭터는 단연 에이스급이라 생각됩니다^^:)

cyrus 2018-04-25 20:31   좋아요 1 | URL
<소용돌이> 다음으로 유명한 이토 준지의 작품이 <토미에> 시리즈죠. 애니 2기가 제작된다면 토미에 에피소드가 반드시 나올 거예요. ^^

2018-04-25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4-25 20:34   좋아요 0 | URL
미술을 공부하면 난감할 때가 있어요. 섹슈얼리티를 ‘예술‘로 인정받으려면 어느 정도 선에서 표현을 허용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이토 준지 컬렉션 7화 첫 번째 에피소드

중고 레코드

 

 

 

 

 

나카야마는 친구 오가와가 들려준 레코드의 음악에 푹 빠진다. 레코드의 음악을 다시 듣고 싶은 나카야마는 오가와에게 레코드를 빌려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오가와는 부탁을 거절한다. 나카야마는 녹음이라도 할 수 있게 잠시만 빌려달라고 다시 한번 더 부탁한다. 두 번째 부탁마저 거절당하자 나카야마는 오가와를 살해하여 레코드를 손에 넣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레코드를 호시탐탐 노리는 사람들이 나카야마에게 서서히 접근하는데…‥. 살인을 부추길 정도로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레코드. 놀랍게도 이 레코드에 취입된 노래는 가수가 죽은 뒤에 녹음되었다는 것.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 박물관 4 : 허수아비》 (시공사, 2008)

 

 

 

소름끼칠 정도로 우울한 선율이 흐르는 레코드의 음악을 빼면 이야기는 평이하다. 설정은 다르지만, 자살을 유발하는 노래 ‘검은 일요일’이 생각나는 이야기다. 슬픈 선율의 ‘검은 일요일’을 듣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했으나 자살을 유발하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결국, ‘검은 일요일’은 백여 명의 사람들을 죽게 만든 저주의 음악으로 알려지게 됐고, 원곡 악보가 완전히 소실되면서 죽음의 행렬이 멈췄다

 

 

 

 

 

…‥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이 이야기의 출처는 세상에 신기한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다.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의 원 출처는 오직 ‘가짜 뉴스’만 보도하는 것으로 유명한 <위클리 월드 뉴스>이다.

 

 

 

 

 

 

이토 준지 컬렉션 7화 두 번째 에피소드

길 없는 거리

 

 

 

 

 

 

여고생 사에코는 가족의 스토킹을 견디지 못해 이모 집에 찾아간다. 그런데 이모 집으로 가는 길이 평소와 다르게 이상하다. 길이 있어야 할 자리에 커다란 집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제목이 ‘길 없는 거리’다. 길 없는 마을에 사는 주민들도 이상하다. 주민들의 집이 길이 돼 버린 셈인데, 마을 주민들은 거리낌 없이 남의 집을 드나든다. 그곳에는 프라이버시가 완전히 사라졌지만, 마을 주민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가면을 쓰고 다닌다. 사에코는 ‘의문의 남자’의 도움을 받아 이모의 집에 도착하지만, 프라이버시를 완전히 포기한 이모는 알몸으로 돌아다닌다. 이모를 포함한 마을 주민들의 이상한 행동에 불안감을 느낀 사에코는 마을을 탈출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의문의 남자’가 칼을 쥔 채 사에코 앞에 다시 나타난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 박물관 5 : 뒷골목》 (시공사, 2008)

 

 

 

길 없는 마을, 그곳에서 가면을 쓰면서 남의 집을 길처럼 다니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이한 생명체들. 카프카적인(Kafkaesque) 분위기가 이 이야기 전체를 관통한다.

 

 

 

 

 

 

이토 준지 컬렉션 8화 첫 번째 에피소드

조상님

 

 

 

 

 

슈이치의 약혼녀 리사는 거대한 유충이 등장하는 악몽에 시달린다. 슈이치 집안에 자손 대대로 내려오는 ‘끔찍한 풍습’이 있다. 슈이치는 가문의 풍습을 따르기 위해 리사와의 결혼을 재촉한다. 이 풍습의 정체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생략한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 박물관 8 : 백사촌 혈담》 (시공사, 2008)

 

 

 

부조리하더라도 가부장적 권력을 그대로 이어받는 남성(슈이치)가문을 지탱해주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희생되는 여성(리사)의 억압 상황을 그로테스크하게 묘사되었다.

 

 

 

 

 

이토 준지 컬렉션 8화 두 번째 에피소드

괴기 서커스

 

 

 

 

 

 

원제는 『서커스가 왔다』. 소년은 자신의 마을에 찾아온 ‘파피루스 서커스단’ 공연을 관람한다. 서커스 단원들은 ‘줄타기’, ‘칼 던지기’ 등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곡예를 펼치는데, 공연 도중에 일어난 불의의 사고로 단원들이 죽는다. 서커스 공연을 진행하는 단장은 단원들이 죽어가는 모습도 공연 일부라고 생각한다. 단원들이 줄줄이 죽어 가는데도 위험한 곡예는 계속된다. 단원이 부족해지자 단장은 관중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서커스 단원이 되면 서커스단의 홍일점 렐리아와 결혼할 수 있다고. 렐리아는 줄타기를 하는 소녀이지만, 자신 때문에 남자 단원이 죽어가는 모습에 절망한다. 그녀는 위험한 곡예를 그만두고 싶어 하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도망치지 못한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 박물관 4 : 허수아비》 (시공사, 2008)

 

 

 

파피루스 서커스단은 ‘남성 연대’를 상징한다. ‘남성 연대’에 속한 남성은 자신의 특출한 능력을 인정받으려고 ‘남성성’을 과시한다. ‘남성 연대’ 안에 갇힌 렐리아는 연약하고 소극적인 ‘여성성’을 드러낸다. 렐리아의 여성성은 남성 단원들의 보호 본능을 자극한다. 남성 단원들의 ‘남성성’이 반영된 곡예는 구애하는 렐리아 앞에서 뽐내는 매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남성 단원들은 렐리아와의 결혼을 위해 위험천만한 곡예를 한다.

 

 

 

 

 

 

 

 

 

 

 

 

 

 

 

 

 

* 주디스 버틀러 《젠더 트러블》 (문학동네, 2008)

* 에머 오툴 《여자다운 게 어딨어》 (창비, 2016)

 

 

 

파피루스 서커스단의 곡예는 관중을 즐겁게 해주는 공연(performance)이 아니다. 남성 단원이 여성 단원에게 ‘남자다운 용맹함’을 보여주기 위해 과시하는 수행(Performance)이다. 남성 단원들은 리허설 없이 곡예를 시도한다. 주디스 버틀러의 말을 빌리자면 남성이라는 젠더 자체가 ‘리허설을 거친 연기’이기 때문이다. 남성 단원들은 단장이 주선하는 ‘결혼(버틀러의 표현에 따르면 ‘강제적 이성애’)’을 달성하기 위해 ‘남성’으로 지칭된 존재가 되려고 한다. 남성 단원들과 여성 단원 렐리아는 남성성과 (남성들의 보호에 기대려는) 여성성을 수행하는 곡예를 계속하며 살아간다. 악순환이 펼쳐지는 것이다. ‘남성’, ‘여성’으로 구분되는 성의 이분법적 범주와 ‘강제적 이성애’ 관계 모두 전복하려면 서커스단에 탈출해야 한다. 그러나 탈출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단원이 줄어들면 단장은 새 단원을 모집할 거고, 렐리아를 차지하기 위해 서커스단원이 되고 싶어 하는 관중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서커스 공연을 지켜보는 소년도 예외가 아니다. 소년이 서커스단원이 되는 순간 ‘남성’으로 만들어진다. 젠더, 즉 ‘남성’이라는 옷을 입어 위험한 곡예를 하도록 길러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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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4-14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Gloomy Sunday인가요... 오래전 비슷한 주제의 음악을 들은 것 같네요. cyrus님께서도 공포/스릴러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네요. 영화「곤지암」도 보셨을 것 같아요.^^:)

cyrus 2018-04-15 09:12   좋아요 1 | URL
‘글루미 선데이’도 ‘검은 일요일’ 도시전설과 조금 유사해요. 두 곡의 차이점은 ‘글루미 선데이’는 실제로 만들어진 곡이고, ‘검은 일요일’은 유명무실한 곡입니다.

영화 <곤지암>은 아직 안 봤어요. IPTV 마일리지로 구매해서 집에서 영화를 볼려고 합니다. 마일리지가 아깝지 않은 영화였으면 좋겠어요.. ^^
 

 

 

이토 준지 컬렉션 4화 첫 번째 에피소드

한기

 

 

 

 

 

주인공 유지의 이웃집에는 리나라는 소녀가 산다. 리나는 원인 불명의 병에 걸려 집에서만 지낸다. 유지는 리나의 집을 방문하는 의사를 목격한다. 의사가 올 때마다 리나는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른다. 유지는 창밖을 향해 멍하니 쳐다보는 리나의 눈과 마주친다. 유지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안 리나는 한쪽 팔을 뻗어 마당을 가리켰다. 유지는 그녀가 창밖으로 내민 팔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녀의 팔에는 수많은 구멍이 나 있어 보기 흉할 정도였다.

 

리나의 몸에 난 구멍들, 그녀를 진찰하러 오는 의사. 유지는 이 두 사람을 볼 때마다 어릴 적에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를 떠올린다. 유지의 할아버지도 온몸에 구멍들이 생겼고, 그의 임종을 지켜본 사람이 의사였다. 유지의 친구 히데오는 유지의 방 책장에 꽂힌 할아버지의 일기를 발견한다. 일기에 벌레 형상이 새겨진 비취 조판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비취 조판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할아버지는 그것을 애지중지하며 다루었다. 그러나 비취 조판을 가지게 된 이후로 할아버지는 극심한 오한을 느낀다. 오한에 시달리는 할아버지를 찾은 의사는 그의 팔에 녹색 액체가 든 주사를 놓는다. 할아버지의 몸에 난 구멍들은 점점 커지고, 할아버지는 환각 증세를 보인다. 자신을 끔찍한 상태로 변하게 만든 원인이 ‘비취 조판의 저주’라고 생각한 할아버지는 비취 조판을 창문 밖으로 있는 힘껏 던진다. 비취 조판은 리나가 사는 집 마당 쪽으로 떨어진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4 : 허수아비》 (시공사, 2008)

 

 

 

몸에 뻥뻥 뚫려 있는 구멍들을 볼 때마다 불쾌감을 느끼는 분이라면 이 만화를 안 보는 것이 좋다. 이런 사람들이 느끼는 반응을 ‘환 공포증’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사실 환 공포증은 정신의학 학계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용어가 아니다. 환 공포증의 실체를 부정하는 학자들은 구멍들을 보면서 생기는 ‘일시적인 불쾌감’을 ‘공포증’으로 규정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토 준지 컬렉션 4화 두 번째 에피소드

인형의 집

 

 

 

 

 

키티와키 유키히코, 키티와키 하루히코 형제, 막내 키타와키 나츠미는 인형사인 아버지와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며 인형극을 공연하는 일을 한다. 키티와키 집안은 주기적으로 이동하면서 인형극 공연을 한다. 그래서 전학이 잦은 편이다. 유키히코는 짧게나마 다니던 학교에서 히다카 키누코라는 소녀를 만나게 된다. 하루히코는 다양한 인형들이 보관된 창고에 키누코를 초대한다. 하루히코는 형 유키히코가 좋아하는 장 피에르라는 인형을 키누코에게 보여주지만, 키누코는 그 인형을 좋아하지 않는 반응을 보인다.

 

아버지는 ‘인형사가 인형을 조종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형은 아버지의 생각과 정반대이다. 유키히코는 ‘인형이 인형사를 조종한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인형을 좋아해서 인형사 일을 하는 것이지만, 유키히코는 그런 아버지의 삶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는 아버지가 인형들에게 조종당해 떠돌이 인형사 일을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장 피에르를 가지고 가출한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에 유키히코는 인형극 공연 일을 청산하고 나츠미와 함께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하루히코는 우연히 나츠미와 재회하고, 형이 자신과 같은 동네에서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유키히코의 초대를 받은 하루히코, 나츠미는 그를 오랜만에 만난다. 유키히코는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고, 어엿한 가정도 있다. 그러나 유키히코 가족은 줄에 매달린 인형처럼 살고 있었다. 나츠미는 인형처럼 사는 유키히코 가족을 부러워하지만, 하루히코는 인형사의 조종에 이끌려 생활하는 형을 이해하지 못한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7 : 신음하는 배수관》 (시공사, 2008)

 

 

 

 

 

 

 

 

 

 

 

 

 

 

 

 

 

* [절판] 게이비 우드 《살아 있는 인형》 (이제이북스, 2004)

* 시부사와 다쓰히코 《흑마술 수첩》 (어문학사, 2017)

* 크리스토퍼 델 《오컬트, 마술과 마법》 (시공아트, 2017)

 

 

 

제우스(Zeus)의 명령을 받은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는 흙과 물을 이용하여 인간을 만들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의 모습을 모방한 또 다른 생명체를 만들려고 하는 욕망이 반영된 존재이다. 인간의 손에서 시작되는 ‘인간 만들기’는 최근에 나온 놀라운 사건이 아니다. 인간은 오랜 옛날부터 ‘인공생명 창조’를 꿈꾸어왔다. 인간을 창조하는 신화를 짓고 골방에서 비밀스러운 실험을 했으며, 인간과 비슷한 기계장치와 인형을 만들어 자기 복제라는 욕망을 실현하려 했다. 《살이 있는 인형》은 ‘인형 만들기(복제, 생명 창조)’의 역사를 되돌아본다. 이 책은 프로메테우스처럼 생명체를 모방한 인형을 만들고자 했던 사람들의 욕망을 보여준다. 구석기 시대에 만들어진 빌렌도르프의 비너스(Venus of Willendorf)는 인류 최초의 인형이라 할 수 있다. 데카르트(Descartes)는 일찍 세상을 떠난 어린 딸을 잊지 못해 딸의 모습을 닮은 인형을 만들었다. 프랑스의 발명가 자크 드 보캉송(Jacques de Vaucanson)은 플루트를 연주하는 자동인형, 물을 마시면 꽁무니로 물을 빼는 자동 오리 인형 등을 제작했다. 생명체와 비슷한 인형을 만들려는 인간의 오랜 꿈은 로봇을 발명하는 계기가 된다.

 

《흑마술 수첩》, 《오컬트, 마술과 마법》에 환상적인 요소가 많은 '자동인형'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중세 독일의 신학자 알베르투스 마그누스(Albertus Magnus)에 관한 전설에 따르면 마그누스는 별의 기운을 받아 움직이는 자동인형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마그누스의 인형은 쓸데없이 말이 많았다. 마그누스의 제자인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는 자신의 공부에 방해되는 시끄러운 자동인형을 망가뜨렸다.

 

 

 

 

 

 

 

 

 

 

 

 

 

 

 

 

 

* 유발 하라리 《호모 데우스》 (김영사, 2017)

 

 

 

단순 노동을 하는 로봇에서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현실에서 또는 상상 속에서 생명 창조 욕망을 구현하려 몸부림쳤으며 그 꿈은 조금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현재의 인류가 유전자를 복제하고, 인공지능을 창조하며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호모 데우스(Home Deus)’로 도약할 것이라는 파격적인 주장도 주목받고 있다. 과연 인간은 자신과 똑같은 생명체를 창조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온다면 생명체를 창조하는 인간은 인공 생명체를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미래의 인형사’다. 신에 버금가는 힘을 손에 쥔 ‘미래의 조종사’가 많아지면 좋은 일일까. 《살이 있는 인형》의 저자는 인간과 닮은 생명체를 만드는 일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저자는 인간성의 본질이 들어있는 ‘감정’을 인공 생명체에 온전히 불어넣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인간과 닮은 인형을 만들기를 포기하고 스스로 신(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인형)이 되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 그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미래가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 지금으로선 말하기 어렵다.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인공 생명체가 인간을 조종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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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준지 컬렉션 3화 첫 번째 에피소드

사거리의 미소년

 

 

 

 

 

 

 

원제는 「사자(死者)의 상사병」. 나즈미시 마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사거리의 미소년’이 등장한다. 마을에 사는 소녀들은 ‘사거리 점(占)’을 보기 위해 안개가 자욱한 사거리에 숨어서 기다린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10 : 사자의 상사병》 (시공사, 2008)

* [구판 절판] 이토 준지 《사자의 상사병》 (시공사, 1999)

 

 

 

사거리 점을 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사거리를 걸어가는 소년을 만나면 그에게 다가가서 자신의 운세에 관련된 질문을 하면 된다. 그러면 소년은 즉각 답변해준다. 그런데 대부분 답변이 부정적이다. 사거리 점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 소녀들은 자살하게 된다. 사거리 점을 보다가 자살을 선택한 죽은 자들의 영혼은 끔찍한 모습으로 사거리를 돌아다닌다.

 

 

 

 

 

 

이토 준지 컬렉션 3화 두 번째 에피소드

달팽이 소녀

 

 

 

 

 

 

짧은 분량의 이야기. 이 이야기 역시 「지옥의 인형 장례식」(이토 준지 컬렉션 1화 두 번째 에피소드)과 마찬가지로 불가사의한 현상의 원인을 보여주는 ‘기승’이 없고, 충격적이고 강렬한 그로테스크를 보여주는 ‘전결’만 구성되어 있다. 유코라는 소녀는 달팽이를 싫어한다(만화 단행본에서만 나오는 설정).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녀의 입에 민달팽이가 계속 나오게 되고, 혀는 커다란 민달팽이로 변해버린다. 유코가 사는 집 주변에는 유코의 입에서 나온 민달팽이들로 가득하다. 유코의 부모는 유코의 몸속에 생기는 민달팽이를 제거하기 위해 소금을 잔뜩 푼 욕조에 유코를 눕히는데…‥.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8 : 백사촌 혈담》 (시공사, 2008)

* [구판 절판] 이토 준지 《지옥탕》 (시공사, 1999)

 

 

 

구판(이토 준지 공포만화 콜렉션) 단행본 제목은 ‘달팽이 소녀’였고, ‘공포박물관’ 시리즈로 재출간되었을 때 제목이 ‘민달팽이 소녀’로 변경되었다.

 

 

 

 

 

 

 

 

 

 

 

 

 

 

 

 

 

 

 

 

* [절판] 얀 본데손 《자연의 장난 원숭이 여인》 (일빛, 1999)

* [절판] 에르빈 콤파네 《두 개 달린 남자 네 개 달린 여자》 (생각의날개, 2012)

 

 

 

인간의 몸에서 동물이 나오는 괴이한 현상은 고대 구전 신화에 등장하는 설정이다. 고대 이집트, 바빌로니아, 노르웨이의 전설 및 각종 문헌 등에 몸속에 산 뱀, 개구리, 도마뱀에 대한 기록이 있다.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는 독한 술을 과하게 마셔서 죽은 사람의 목에 뱀이 기어 나온 사례를 언급했다. 고대 로마의 박물학자 플리니우스(Plinius)는 뱀과 개구리가 사람의 소화 기관에 기생한다고 주장했다. 불가사의한 의학 현상들을 소개한 《자연의 장난, 원숭이 여인》(일빛, 1999)이라는 책에 고대 및 중세에 기록된 개구리, 두꺼비, 뱀을 뱉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볼 수 있다. 아쉽게도 이 책엔 ‘민달팽이를 뱉은 사람’에 대한 사례는 없다.

 

 

 

 

 

 

 

 

 

 

 

 

 

 

 

 

 

 

* 서민 《서민의 기생충 열전》 (을유문화사, 2013)

 

 

 

고대, 중세 사람들은 뱀이나 개구리 알이 있는 물을 마시면 몸속에 부화한 뱀과 올챙이가 성체가 될 때까지 자란다고 믿었다. 그들은 인간의 몸속에 자란 동물을 ‘기생동물’로 봤다. 아마도 옛 사람들은 몸속에 나오는 기다란 기생충(회충)을 ‘다 자란 뱀’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회충은 인간의 몸에서 생활하여 대변을 통해 밖으로 이동한다. 《서민의 기생충 열전》(을유문화사, 2013)에 회충이 식도를 타고 입으로 나오는 사례가 나온다. 뱀과 개구리에 기생하는 스파르가눔(Sparganum)이라는 기생충은 다 자라면 만손열두조충이 된다. 이 녀석이 인간의 몸, 특히 인간의 뇌에 자리 잡으면 극심한 두통을 유발한다. 만손열두조충이 일으킨 두통에 시달린 환자의 몸을 수술했는데, 그 환자의 몸에서 꺼낸 만손열두조충의 전체 길이가 72cm이었다고 한다.

 

 

 

 

 

 

《자연의 장난, 원숭이 여인》, 《두 개 달린 남자 네 개 달린 여자》(생각의날개, 2012)열일곱 마리의 토끼를 사산(死産)한 메리 토프트(Mary Toft)라는 여성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여성의 소식이 영국 전역에 알려지자 그녀의 토끼 출산을 보기 위해 의사들이 직접 구경하러 올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 기이한 사건은 메리의 자작극으로 밝혀졌다. 결국, 그녀는 사기죄로 교도소로 수감되었다. 놀랍게도 메리 토프트의 허술한 사기극에 속아 넘어간 의사들이 많았다. 인간의 거짓말은 끝이 없고, 순진한 사람들은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는 실수를 반복한다. 자극적인 기사를 보도하는 황색 언론들은 ‘도마뱀을 낳은 여인’, ‘사람을 낳은 침팬지’라는 터무니없는 제목의 기사를 만들었다. 지금까지도 이런 황당한 보도를 전달하는 콘셉트로 일관하는 언론이 있는데 그게 바로 ‘위클리 월드 뉴스(Weekly World New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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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8-02-06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잼있씁니다. 전 이토준치하면 항상 달팽이가 생각납니다..

cyrus 2018-02-06 16:31   좋아요 0 | URL
<소용돌이>에 나오는 달팽이 인간도 유명하죠. 호러 영화를 좋아하는 곰발님의 취향을 생각하면 곰발님은 영화 버전 <소용돌이>도 보셨을 것 같아요. ^^

2018-02-06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2-06 16:32   좋아요 1 | URL
‘기레기의 역사’라는 책을 쓰게 된다면 한 권으론 부족할걸요. ㅎㅎㅎ

목나무 2018-02-06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애니로 열심히 챙겨보고 있네요. ^^ 자기전에는 차마 못보고. . ㅋㅋ

cyrus 2018-02-06 16:33   좋아요 0 | URL
설해목님도 이 애니를 보시는군요. 만화책을 먼저 봐서 그런지 애니로 보면 무서운 느낌이 나지 않아요. ^^;;

카스피 2018-02-07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애니 보았는데 역시 재미있더군요^^

cyrus 2018-02-08 14:24   좋아요 0 | URL
만화를 다 보고나면 다음 편 에피소드가 뭘지 궁금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