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131일 두 번째 글쓰기 모임. 스몰토크에서 이 글을 쓰다

 

 

 

내가 지금까지 산 페미니즘 도서가 몇 권인지 잘 모르겠다. 사 모은 책들은 모두 내 방에 있다. 이제는 책을 꽂아둘 공간이 없다. 그래도 어머, 저건 사야 해!’라고 생각하는 책이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사들인다. 책을 너무 좋아해서 그런지 가끔 서점이나 책방에 가서 책을 사는 꿈을 꿀 때가 있다. 나는 예지몽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서점에 가는 꿈을 꾼 날에는 반드시 책을 산다. 왠지 서점이나 책방에 가면 사고 싶은 책이 있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드니까. 실제로 예감이 들어맞은 경우가 많다. 오늘도 책을 사는 꿈을 꾸면서 아침에 일어났고, 저녁에 헌책방에 갔다. 그곳에서 네 권의 책을 샀는데 모두 다 만족스럽다.

 

나는 이동진처럼 수집한 책들을 분야별로 분류해서 보관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고 싶지만 많은 책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책을 꽂을 수 있는 빈칸만 있으면 좋다. 빈칸이 보이는 대로 책을 꽂는다. 내 서재는 자유분방하면서도 무질서한 상태로 놓인 책들로 채워져 있다. 그래도 페미니즘 책은 항상 내 눈에 보이는 곳에 둔다. 특정 분야의 책을 보려는 특혜는 아니다. 페미니즘 독서 모임에 참석하면서 페미니즘을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페미니즘 책에 더 많이 눈길을 주게 되었다.

 

내 방에 동생이 가끔 들어온다. 동생은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집에 동생의 빈 자리가 길어지게 되면서 동생의 방은 자연스럽게 사라졌고, 그곳은 어머니가 자주 드나드는 창고가 되었다. 그래서 동생이 대구의 집에 오는 날이면 내 방은 남매의 방이 되기도 한다. 동생은 내가 샀거나 도서관에 빌린 페미니즘 책을 보면 항상 오빠는 진짜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네라고 말한다. 그 말의 의도가 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페미니즘에 관심 많은 오빠가 대견스러워서 하는 말인지 아니면 페미니즘에 관심 많은 오빠가 평소와 다르게 이상하게 느껴져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나는 그런 말을 듣는 게 부담스럽다. 다행히도 동생은 내가 어떤 이유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인지 꼬치꼬치 캐물은 적이 없다. 그런 상황이 오게 되면 난감하다. 진지하게 설명하기도 귀찮고, 아무리 열심히 말해도 내 독서의 목적을 이해해줄 리 만무하다. 나는 요즘 같은 시대에 페미니즘을 모르면 안 되잖니라는 식으로 말한다.

 

과연 페미니스트들은 이런 상황이 생기면 어떤 반응을 보일 거고, 어떻게 대응할까? 가족이나 친구가 페미니즘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페미니스트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페미니스트도 서운하거나 외로운 감정을 느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약이 된다고 했던가. 주변 사람들의 참견을 한 쪽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 넘기는 페미니스트들도 있을 것이다. 나도 가족이나 친구가 나의 페미니즘 공부에 왈가왈부한다면 일단 듣는 척하고 무시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주변 사람이 내가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책을 읽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페미니즘 책을 나만 아는 비밀 공간에 따로 보관하려는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공간에 또 다른 책(솔직히 고백하자면 빨간 딱지가 붙어 있는 책들이다)이 있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대구에 페미니즘 전문 책방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페미니즘 책방이 생긴다면 내가 사 모은 페미니즘 책들을 기부하고 싶다. 그러면 책장에 빈 곳이 생기고, 그 자리에 새로운 책들이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당연히 새로 들어온 책 중에 페미니즘 책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면 또 책장에 책을 꽂아둘 자리가 없어서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애서가라면 죽을 때까지 마주해야 할 악순환이다. 일단 고민을 잊고 책을 안으면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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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0-02-01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0 분동안 쓴 글!
훌륭하십니다^^

cyrus 2020-02-02 14:41   좋아요 1 | URL
별말씀을요. 저는 가벼운 에세이를 썼는데요. 사실 그날 글쓰기 모임에 참석한 멤버는 소설을 썼어요. 미완성 상태이지만, 결말을 궁금하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

stella.K 2020-02-02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남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그게 뭐 문제가 될까 싶기도한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가부장이 지배하는 나라니
페미니즘을 읽는다는 이유만으로 따나 안 시키면 그것도 다행이겠다 싶다.
언젠가 자연스럽게 페미니즘을 읽는 것만으로도 어깨 피고 읽을 날이 꼭 오리라고 믿는다.^^

cyrus 2020-02-02 21:42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남자들의 모임에 대한 신문기사를 봤는데요, 거기에 달린 댓글에 페미니즘 공부하는 남자들 욕하는 내용이 많아요. 그래서 저는 친구들에게 페미니즘 공부한다고 얘기하지 않아요... ^^;;
 

 

 

누구에게나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있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없으면 창작에 대한 욕망을 유보한 채 살아가게 된다. 글 쓰는 행위는 자신이 살면서 느낀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들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일이다. 창작의 욕망에는 작품이 되는 자신의 글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 욕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라는 존재를 드러내는 욕망도 한데 섞여 있다. 이러한 욕망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행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글쓰기란 타인의 시선들이 겹겹이 쌓여서 만들어진 라는 외피 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는 진짜 내 모습을 발견하고 드러내는 일이다. 대부분 사람은 글쓰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글 쓰는 일을 주저한다. 그러나 타인이 만든 외피를 입지 않은 진짜 내 모습을 공개하는 것이 부끄러워서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한때 필자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글을 쓰게 되면 상대방에게 겉으로 밝히지 못한 내밀한 감정 또는 치부를 드러낼 때가 있다. 상대방이 확실히 편한 존재이거나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면 나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기가 쉽지 않다. 글을 쓰려면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어야 하고 글을 편안하게 쓸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그보다 제일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내 글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야 하며 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최적의 환경이라면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도 글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난달 20일에 (대구 페미니즘 북 클럽) 레드스타킹 멤버들이 처음으로 글쓰기 모임을 진행했다. 이 역사적인 모임에 나는 참석하지 못했다. 그날 모임에 불참해야 하는 특별한 사정은 없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때까지 나는 진짜 내 모습을 드러내는 글쓰는 일을 좋아하지 않았고, 혼자 있을 때 글 쓰는 일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글을 쓰거나 완성된 글을 그 자리에 공개한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다.

 

첫 번째 글쓰기 모임에 참석한 분들은 글 쓰고 낭독하는 시간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게 두 번째 글쓰기 모임에 오라고 부추겼다. 결국 어제 있었던 글쓰기 모임에 참석했다. 나는 모임 전날에 뭘 써야 할지 고민했고,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글이 잘 써질지 걱정했다. 모일 당일에도 글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일단 해보자는 심정으로 글을 쓰게 되니까 그런 근심과 고민은 싹 사라졌다. 언제 그런 생각을 했냐는 듯 문장들이 줄줄이 나왔다. 글 쓰는 시간은 50분이 주어졌는데, 제시간 안에 글이 완성되었다. 어제 모임에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이 참석했는데, 각자가 쓴 글을 낭독했다. 이 글쓰기 모임의 목적은 정해진 시간에 글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모임이다. 우리 모임에는 글이 완성되지 못한 멤버에게 벌칙을 주지 않는다. 완성되지 못한 글도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글을 못 썼다고 해서 비판하지도 않는다. 레드스타킹 글쓰기 모임은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온다.

 

내가 어제 모임에 쓴 글의 제목은 남매의 방이다. 글 제목은 글쓰기 모임에 참석했던 분들이 정했다. 어제 쓴 글에는 예전에 썼던 글의 일부 내용이 들어가 있다. 블로그를 통해 내 글을 봤던 분들은 아는 내용일 것이다. 글에 나오는 오늘은 어제를 뜻한다. 글쓰기 모임 시작하기 전에 오랜만에 책방에 간 건 사실이다. 남매의 방전문은 오늘 밤에 공개하겠다.

    

 

 

 

 

 

 

 

역시 금요일 밤에 있는 모임은 정말 즐겁다. 모임이 끝나고 나면 뒤풀이가 있으니까. 다음 글쓰기 모임이 있는 날은 다음 주 토요일이다. 당연히 독서 모임도 진행하고 있으며 나는 그 모임에도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요즘 내가 글 쓰는 일이 뜸해지는 바람에 작년 연말부터 독서 모임 후기를 쓰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레드스타킹 모임 후기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글을 안 썼을 뿐이지 독서 모임에 매일 참석하고 있다.

    

 

 

 

 

 

 

 

 

 

 

 

 

 

 

 

 

 

* 헨릭 입센 인형의 집: 예술의 전당 에디션(민음사, 2018)

* 헨릭 입센 인형의 집(민음사, 2010)

* 헨릭 입센 인형의 집(열린책들, 2018)

    

 

 

사실 연말에 레드스타킹 멤버 한 분이 연극에 출연했고, 나는 처음으로 연극 공연을 보게 됐는데 그 특별한 하루를 글로 기록하지 못한 게 아쉽다. 그 연극의 제목을 언급하자면, 페미니즘 연극의 고전이 된 헨릭 입센(Henrik Ibsen)인형의 집이다. 레드스타킹 멤버(내가 이 블로그에서 그 분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내 블로그에 자주 방문한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가 작품의 주인공 노라 역을 맡았다. 연극과 예술을 사랑하는 페미니스트라면 한 번쯤은 노라가 되어 연기해보고 싶을 것이다.

    

 

 

 

 

 

 

 

 

 

 

 

 

 

 

 

* 미조구치 아키코 BL 진화론(길찾기, 2018)

    

 

 

이번 달 독서 모임 일정은 둘째 주 금요일과 넷째 주 금요일인데, 둘째 주 금요일은 밸런타인데이. 2월 14일에 읽을 책은 BL 진화론(길찾기)이다. 이성애자들의 날이라고 여겨지는 밸런타인데이에 남자들끼리의 사랑을 에로틱하게 묘사한 장르에 대해 논하게 된다. BL을 즐겨 읽는 레드스타킹 멤버들이 이 책을 선택했다. 역시나 책표지를 확인하자마자 흥분하는 멤버들이 있었다. 나는 BL를 즐겨 읽지 않지만, 작년에 이 책을 읽었고 리뷰를 썼다. 그 리뷰는 이렇게 끝이 난다.

 

 

 페미니스트들은 BL 진화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이 책은 페미니스트들이 모여서 토론하기에 딱 좋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내년에 레드스타킹멤버들과 다 같이 읽어보고 싶은 책으로 추천해볼까 생각 중이다.”

 

 

내가 이 책을 추천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내 소원이 이번 달에 이루어진다. 벌써 이 책에 대한 멤버들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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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0-02-01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cyrus님, 멋져용!!

cyrus 2020-02-01 22:15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에요. 툐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얄라알라 2020-02-02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서 먼저쓰신 글의 댓글에 ˝50˝분이 들어가는군요. 역순으로 읽다보니^^

cyrus 2020-02-02 14:42   좋아요 1 | URL
원래 ‘남매의 방‘ 전문을 이 글에 포함할려고 했는데, 글 내용이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분리했습니다. ^^;;
 

 

 

 

 

 

 

 

오늘같이 날씨가 좋은 날(대구는 어제부터 오늘 오전까지 비가 내렸는데 생각보다 날씨가 쌀쌀하지 않다)에는 책방 서재를 탐하다에 간다. , 수요일 저녁에 문을 여는데 아쉽게도 이번 주가 책방의 마지막 야간 영업이 있는 주일이다. 밤에 책방을 찾는 손님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야간 책방을 찾은 유일한 손님이다. 주로 밤에 오는 책방 단골손님은 우주지감 회원들인데, 내가 가장 많이 책방에 왔다. 책방에 파는 음료는 한 번씩 다 마셔봤다. 평소에 잘 마시지 않던 커피를 최근 들어 많이 마셨다. 오늘 주문한 음료는 시나몬이 들어간 유럽 카푸치노.

 

수요일에 책방을 찾는 우주지감 회원 두 분이 있다. 그리고 밤에 책방을 지키는 우주지감 회원의 남편도 책방에 온다. 수요일은 이 세 분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날이다. 총 네 명이 한주씩 번갈아 가면서 밥을 샀는데, 지금까지 먹은 음식으로는 짬뽕, 찜닭, 물회, 돈가스 등이 있다. 미식까지는 아니지만, ‘수요 음식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를 포함한 네 사람은 저녁 식사를 같이하기 위해 책방에 모인다. 식사를 마치면 다시 책방으로 돌아와 차나 커피를 마시면서 책방의 문이 닫을 때까지 담소를 나눈다. 별일 아니지만, 이 시간이 정말 행복하다. 그런데 내일이 수요 음식회마지막 날이다. 과연 내일 최후의 만찬이 될 음식은 뭘까? 내일은 내가 밥을 사는 건 아니니까 조금 비싼 음식을 선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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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0-01-28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그럴듯한 소설이 나올 수 있는 이야기 같아요 ㅎㅎ 책보고 밥먹고 ㅎㅎ 정말 좋네요

cyrus 2020-02-01 17:43   좋아요 0 | URL
제가 소설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없어요. 책방에서 리뷰를 쓰고 싶은데, 결국 그 소원은 이루어지지 못했네요.. ^^;;

카스피 2020-01-29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책을 읽으면서 함꼐 식사도 하는 분들이라니 넘 부럽습니당^^ 그나저나 큰 서점이 아닌 동네서점에서 야간에 책손님이 드는것은 요즘은 거의 없지 않나 싶어요ㅜ.ㅜ

cyrus 2020-02-01 17:43   좋아요 0 | URL
네, 없죠. 밤에 커피 사러 책방을 찾는 손님도 많지 않아요... ㅠㅠ

Angela 2020-01-31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과 식사 그리고 사람들. 글에 기쁨이 보이네요. 그런 분위기 좋아요~

cyrus 2020-02-01 17:44   좋아요 0 | URL
요즘 제가 책 좋아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다보니 글 쓰는 일이 뜸해졌어요.. ^^;;
 

 

 

 

 

 

 

 

 

레드스타킹은 2019년 1122일에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빌러비드(Beloved)(문학동네)를 읽기 시작했어요. 그날부터 시범적으로 매월 둘째, 넷째 주 금요일에 모임이 이루어졌는데요, 2019년 1227일을 마지막으로 총 3회에 걸친 빌러비드읽기 모임이 완료되었습니다.

 

 

 

 

 

 

 

 

 

 

 

 

 

 

 

 

 

 

* 토니 모리슨 빌러비드: 1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문학동네, 2019)

* 토니 모리슨 빌러비드(문학동네, 2014)

* [레드스타킹 일곱 번째 책] 패트리샤 힐 콜린스 흑인 페미니즘 사상(여이연, 2009)

 

    

 

마고 님이 빌러비드를 추천했습니다. 마고 님은 2018년 레드스타킹 모임 필독 도서인 흑인 페미니즘 사상(여이연, 2009)을 읽었을 때부터 빌러비드가 좋은 책이라면서 몇 차례 강조했어요. 흑인 페미니즘 사상빌러비드를 언급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저는 마고 님의 말씀을 듣고 빌러비드를 꼭 읽어봐야지하고 생각했었는데 올해 연말에 드디어 책을 읽게 되었어요.

 

빌러비드1987년에 발표된 토니 모리슨의 대표작입니다. 모리슨은 흑인 노예라는 아주 긴 운명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딸을 죽인 흑인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흑인들의 아픈 역사를 보여줍니다. 세서(Sethe)는 노예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 임신한 몸으로 네 명의 자식을 데리고 탈출을 감행합니다. 그러나 뒤따라온 노예 사냥꾼들의 추격에 체포될 위기에 처합니다. 세서는 자식을 노예로 살게 하느니 차라리 자기 손으로 죽이겠다고 결심합니다. 당시 두 살이었던 딸을 죽인 살인범이 된 세서는 고통스러운 과거를 덮어둔 채 자신의 유일한 핏줄인 덴버(Denver)와 함께 124번지의 집에 살아갑니다. 그 집에 살고 있는 죽은 아기의 유령은 모녀를 괴롭힙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은 아기 빌러비드가 어른의 모습을 한 채 세서 앞에 나타납니다. 세서는 끔찍한 과거를 떠올리는 일에 고통스러워합니다. 하지만 세서는 빌러비드에게 왜 자신이 그녀를 죽여야 했는지 설명하고, 마침내 자신을 괴롭히던 과거와 결별하는 데 성공합니다.

 

사실 빌러비드는 쉽게 읽히는 편안한 책은 아니에요. 소설이 노예제도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인 데다가 난해한 기법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 소설에 흥미로운 장면들이 많았어요. 집에 아기 유령이 등장하는 소설의 초반부를 보면서 초현실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하신 분이 있었어요. 소설 중반부에 빌러비드, 세스, 덴버의 목소리가 뒤섞이면서 진행되는 장()이 나옵니다. 이 장을 인상 깊게 봤던 분들이 많았습니다. 마고 님은 토니 모리슨의 문학을 흑인의 오랜 아픔을 치유해주는 위령제라고 평가했습니다. 토니 모리슨은 빌러비드를 통해 노예제도의 고통 속에 살다간 모든 흑인들의 아픔을 치유하려는 작업을 시도하고, 과거를 극복하면서 미래를 향해 나가도록 해주는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 박민정 아내들의 학교(문학동네, 2017)

 

    

 

올해도 레드스타킹은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멤버들 덕분에 즐겁고 잊지 못할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2020110일 금요일부터 박민정 작가의 아내들의 학교(문학동네, 2017)를 읽습니다. 내년에 어떤 책들을 만나게 되고, 재미난 일들을 하게 될지 벌써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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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3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01-06 18:27   좋아요 0 | URL
그럼요. 절필하는 건 아니니 크게 걱정하시 않으셔도 됩니다. ^^

Angela 2020-01-17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죽은 아기유령이 세서 어린시절 모습, 즉 자신의 모습으로 투영되는 것으로 읽었어요.

cyrus 2020-01-20 08:18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빌러비드>를 처음 읽었을 때 그렇게 생각했어요. ^^
 

 

 

어제 저녁에 공개된 퀴즈에 관심을 가져준 분들 모두 감사드린다. 정답을 맞힌 분에게 책 선물을 드리려고 한다. 미리 드리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정답은 숲 회원 7’이다. ‘우주지감카페에 책을 추천한 이유를 설명한 글을 남겼다. 그 글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 문학: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문학과지성사, 1989)

 

 

기형도 시인은 19603월에 태어나, 28세의 나이로 19893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시인이 세상을 떠난 직후에 첫 번째 시집이면서도 유고시집인 입 속의 검은 잎이 출간되었습니다. 비록 육체에 있는 젊은 영혼은 갑작스럽게 사라지고 말았지만, 그의 노트에 잠들어 있던 문학의 영혼은 한 권의 시집으로 부활하여 지금까지도 기형도라는 이름 석 자를 빛나게 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와 내년은 한 권의 시집이 된 시인을 기억할 수 있는 해입니다.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지성사, 2013)

* 기형도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문학과지성사, 2019)

 

 

2017이 작가의 책[] 7월 선정 도서가 한강 작가의 시집이라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어요. 역대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선정 도서 중에 시집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내년에 쌤들과 같이 시를 낭송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3월에. 원래는 올해 3월에 나온 시인 30주기 시 전집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를 추천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고민한 끝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인을 접근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책값도 가벼운 입 속의 검은 잎을 선택했습니다.

 

    

 

 

 

 

 

 

 

 

 

 

 

 

 

 

* 비문학: 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창비, 2019)

    

 

차별이라고 하면 보통 우리는 그건 정말 나쁜 행위야라고 생각하고, ‘차별주의자를 단순히 악한 사람이라고 규정합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에 익숙해지면 일상 속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차별 문제를 보지 못하게 됩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일상 속 차별 문제를 우리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남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착하다고 착각하는 나의 문제로 봅니다. 착하고 평범한 시민, 평등을 꿈꾸는 진보주의자, 심지어 성차별을 철폐하는 데 앞장서는 페미니스트도 차별의 가해자가 될 수 있으며, 흔히 힘없고 착한 사회적 약자라는 위치에 서 있는 차별받는 사람도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내 안의 차별주의자를 보게 만드는 거울 같은 책입니다. ‘나를 관통하는 책에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 현재 우주지감은 이 작가의 책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이 작가의 책2016년부터 시작된 모임으로, 한 작가의 작품 세 권 이상을 읽으면서 작가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모임 시간은 오전이다. 모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우주지감네이버 카페에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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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4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12-16 19:32   좋아요 0 | URL
최근에 <입 속의 검은 잎>을 다시 읽었어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시 몇 편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