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세 번 알라딘 동성로점에 간다. 한 번 서점에 방문하면 책을 잔뜩 구매한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책(적게 주문하면 여섯 권, 많이 주문하면 열 권)을 받으러 서점에 간 것뿐인데 2, 30분 지나고 나오면 구매한 책은 곱절이 넘는다. 이렇다 보니 차마 손을 뻗지 못하고, 눈길만 주는 책들이 많다. 이런 책들은 내 마음속 장바구니에 꽤 오랫동안 보관되어 있다. 3월의 장바구니를 채운 많은 책 중 한 권이 요네자와 호노부의 역사 추리 장편소설 흑뢰성이었다.
















* 요네자와 호노부, 김선영 옮김 흑뢰성(리드비, 2022)



 

지난달 중순에 대구 장르문학 전문 서점 <환상 문학>이 첫 독서 모임 공지를 올렸다. 모임 일정은 한 달 격주 금요일이었고, 47, 421일 일정과 414, 428일 일정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대구 최초의 장르문학 전문 서점에서 열리는 역사적인 첫 번째 독서 모임에 참석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평일 저녁에 진행되는 독서 모임에 꾸준히 참석할 자신이 없었다. 예상치 못한 잔업으로 인해 목요일 저녁에 진행되었던 독서 모임 <우주지감>에 불참하거나 늦게 출석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요네자와 호노부를 좋아하는 장르문학 마니아들이 많이 신청하길 바라면서 책 읽고 글 쓰는 일상에 충실히 살기로 했다.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에 나를 포함해서 총 일곱 명의 정기 회원이 참석하고 있다. 그중에 향기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회원이 있다. 향기님은 장르문학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역시 장르문학 마니아답게 그분은 <환상 문학> 독서 모임에 신청했다. 3월 말에 <환상 문학> 독서 모임 공지가 다시 떴다. 모임 신청자 수가 적어서 그런지 모임 일정이 47일과 421일로 변경되었다. 43일까지 신청자가 없으면 독서 모임이 취소된다고 했다. 대구에 흔하지 않은 장르문학 독서 모임이 시작도 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게 너무 아쉬웠다. 조금의 망설임 없이 신청 링크를 눌렀다.

 

모임 신청한 당일 흑뢰성를 받으러 <환상 문학>에 방문했다. 흑뢰성은 일본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서 내겐 무척 낯설었다. 흑뢰성을 다 읽은 책방지기한테 흑뢰성을 쉽게 읽는 방법이 있는지 조언을 구했다. 책방지기는 흑뢰성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시대적 배경과 관련된 지식을 알아가면서 읽으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이야기만 읽어보라고 하셨다. 시키는 대로 읽으니까 생각보다 소설이 술술 읽혔다.

 

47일에 <환상 문학> 첫 번째 독서 모임이 진행되었다. 그날 30분 정도 잔업을 하게 되었고, 결국 내가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퇴근하자마자 바로 서점으로 향했지만, 모임 시작 전까지 서점에 도착하는 건 불가능했다. 피로가 쌓이면 입 안에 염증이 생긴다. 말을 할수록 통증이 느껴져서 발언보다는 경청에 집중하려고 했다. 헐레벌떡 서점에 와보니 책방지기와 향기님, 딱 두 분만 계셨다. 말을 안 할 수 없었다.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책방지기는 흑뢰성의 등장인물과 역사적 배경을 간략하게 들려줬다. 그런 다음에 책 속의 주요 장면들을 짚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시 모임 때 주고받은 대화 내용은 생략하겠다. 지금 모임 후기를 쓰려고 하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내가 모임 때 한 발언은 흑뢰성서평을 쓸 때 언급되는 내용이라서 여기서 밝힐 수 없다. 장르문학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은 스포일러다. 그러므로 장르문학 전문 독서 모임만큼은 그날 나온 대화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 책과 모임 분위기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까.

 

<환상 문학> 첫 번째 독서 모임 후기가 용두사미로 되고 말았다.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참석하려는 다른 독서 모임 일정을 소개하겠다. 내 근황에 궁금해하는 사람이 없겠지만.






1. 대구 인문학 서점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422일 토요일 오전 10















* 아이스킬로스, 천병희 옮김 《아이스킬로스 비극 전집》 (도서출판 숲, 2008) 『아가멤논

 




2. 대구 페미니즘 북클럽 <레드 스타킹>: 430일 일요일 오후 2

장소: 카페 스몰토크















*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성이론 통권 제47》 (여성문화이론연구소,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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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4-12 09: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왜 너의 근황이야 항상 궁금하지. 네가 안 알려주니까 모르는거지. ㅋ
아쉽게 됐다. 처음엔 다 그렇지. 울나라가 독서인구가 워낙 저조해서 그렇긴 하지만 잘 되리라 응원한다.
근데 입 아파서 어쩌나. 몸 잘 돌보래이.^^

cyrus 2023-04-16 09:44   좋아요 1 | URL
음, 생각해보니 제가 개인적인 이야기나 감정을 알라딘 블로그에 자주 표현하지 않았네요.. ㅎㅎㅎ 주로 책 이야기만 했죠.

장르문학 독서 모임은 책방지기, 저, 그리고 저랑 같이 고전 읽기 모임에 참석하는 분 딱 세 명이 모여서 진행했어요. 살면서 삼자대면 독서 모임을 하게 될 줄이야.. ㅎㅎㅎ 정말 재미있었어요. ^^

지금은 구내염 다 나았어요. :)

기억의집 2023-04-12 1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최근에 흑뢰성 빌려서 읽었어요. 처음에는 인물 파악하기 힘들어서 애 먹었는데 읽다보니 적응이 돼서 술술 읽히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이 작품이 이 작가의 최고작이다라는 세간의 평에는 글쎄 싶었어요.

점점 책 읽는 인구가 줄긴 하는가 봅니다. 취소가 돼서 아쉬움이 크겠어요 ㅠㅠ

cyrus 2023-04-16 09:47   좋아요 0 | URL
저는 결말까지 읽어보고 평점을 주려고 해요. <흑뢰성> 중간까지 읽었는데요, 일단 좋습니다.. ^^

장르문학 독서 모임은 취소되지 않았어요. 저 포함해서 세 명이 모여서 진행했어요. 이번 주 금요일은 <흑뢰성> 두 번째 모임이 있는 날이에요. 뭐 그날도 변함없이 세 명이 모일 것 같아요.. ^^;;

blanca 2023-04-12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뢰성 궁금하네요. 한번 읽어볼까요. 일본 중세시대 배경이라니...관심 가네요. 저도 피곤하면 구내염 작렬입니다. 지금도 나아가고 있는 단계고요.

cyrus 2023-04-16 09:48   좋아요 0 | URL
다 나았다 싶으면 또 생기는 게 구내염이죠.. ㅎㅎㅎ
 




내 주말은 오전 10, 책방 <일글책>에서 시작한다. 서양 인문 고전 읽기모임<일글책>에서 진행된다









<일글책> 공식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r.w_book/




<일글책> 책방지기는 고전 읽기 모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파이데이아 회원이다. 파이데이아(paideia)고대 그리스식 교육을 뜻한다. 고전 읽기 모임 명칭은 위대한 저서(great books) 읽기 프로그램이다. 미국 시카고 대학은 학생들의 교양 교육을 위해 읽어야 할 위대한 저서100권의 서양 고전 도서 목록을 만들었다. 도서는 연차별로 나누어져 있으며 12년에 걸쳐 읽어야 한다. 학생들은 위대한 저서에 포함된 모든 책을 전부 읽어야 졸업할 수 있다. 독서와 토론을 병행한 시카고 대학의 커리큘럼은 오늘날 시카고 플랜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 호메로스, 천병희 옮김 일리아스(도서출판 숲, 2015)

* 호메로스, 천병희 옮김 오뒷세이아(도서출판 숲, 2015)




<일글책> ‘서양 인문 고전 읽기모임은 파이데이아 독서 토론 프로그램 방식과 같다. 위대한 저서’ 1년 차에 포함된 도서를 읽는 중이다. 올해 1, 2월에 호메로스일리아스를 완독했다. 3월부터 오뒷세이아를 읽기 시작했다.


오뒷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을 끝난 뒤 고향으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의 험난한 여정을 그린 서사시다. 오디세우스는 귀향하는 과정에서 온갖 기이한 일들을 겪는다. 오뒷세이아9에 오디세우스 일행은 로토스라는 열매를 먹는 부족이 사는 섬에 닿는다. 부족은 오디세우스 일행에게 자신들이 먹고 있던 열매를 먹어보라고 권한다. 열매를 먹은 부하들은 꿀처럼 달콤한 맛에 중독되어 귀향하기를 잊어버리고 만다. 오디세우스가 억지로 부하들을 함선으로 데려오면서 일행은 다시 바닷길에 오른다.


나는 로토스와 관련해서 발제문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반복적인 쾌락에 빠지게 만드는 로토스가 있었나요? 실제로 그런 로토스가 있었으면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쾌락 중독에 벗어나는 비결이 있나요? 아니면 오디세우스처럼 로토스를 먹지 못하도록 도움을 준 사람을 만난 적이 있나요?”



새벽에 발제문을 만들다가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이라는 로토스를 10대부터 먹기 시작했고 지금도 계속 먹고 있다. 책을 너무 많이 샀고, 너무 많이 읽는 바람에 독서보다 재미있는 다양한 경험(영화 보기, 여행, 연애 등)을 하지 못했다. 남들이 보기에 외골수 같은 내 삶이 단조롭고 지루하게 보였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책만 보는 나랑 대화하기가 쉽지 않고, 친해지기가 어려운 특이한 사람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서글픈 내 과거가 묻은 발제문을 가슴에 품은 채 <일글책>으로 갔다. 내 이야기를 모임을 통해 풀어헤치려고 했다. 아니, 그런데 모임에 참석한 분들 모두가 자신들의 로토스가 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책을 너무 좋아하면서 느꼈던 고충을 모조리 털어놓았다. 그분들이 꺼내놓은 이야기가 다 내 이야기라서 내 발언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재미있게도 대화가 옆길로 샜는데, 어느새 자신들이 가본 책방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마도 우리는 20여 분 동안 책방 이야기만 계속했다. 역시‥…. 애서가는 독서가 힘들고 괴롭다고 투정 부려도 책을 손에 놓지 못하며 책을 더 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뭔가에 홀리듯이 책방으로 향한다. 나는 발제문에 관련된 내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고, 딱 이 말 한마디만 했다. “우리 언젠가는 알라딘 서점이나 다른 책방에서 만날 거예요.”


주말이면 꼭 가는 책방이 <직립 보행>이다. <직립 보행> 부부 책방지기는 내 주말 친구다. 정말 이 두 분이 없으면 내 일요일은 책만 읽는 날이 되었을 것이다. 대구의 인문학 전문 책방을 꼽으라면 나는 <일글책><직립 보행>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글책>이 있어서 나는 고대 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직립 보행> 덕분에 근현대 철학을 접할 수 있었다.
















* [절판] 오에 겐자부로, 정수윤 옮김 읽는 인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위즈덤하우스, 2015)




<직립 보행>에 가면 무조건 세 권의 책을 산다. 그런데 가방 안에 이미 알라딘 서점과 다른 책방에 구매한 책들이 있어서 딱 한 권만 샀다그 책은 바로 오에 겐자부로읽는 인간이다


오에 겐자부로는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책이 마크 트웨인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라고 했다. 이 소설 속 주인공 (허클베리 핀의 애칭)흑인 노예 짐을 그의 주인 노부인에게 돌려주려고 생각했다. 짐은 노부인의 재산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헉은 짐을 돕기 위해 남의 재산을 훔치면 지옥에 간다는 교회의 가르침을 거부한다. 그 순간 헉은 마음속에 되뇌던 말을 내뱉는다. 그래, 나는 지옥으로 가겠다(All light, then, I’ll go to hell).” 힘든 유년 시절을 보내고 있던 오에는 그 구절을 읽은 이후로 지옥으로 가겠다라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2년 전부터 나는 책만 사는 인간으로 살아오고 있다. 진짜 내 모습, ‘읽고 쓰는 인간이 그리워졌다. 무의미한 일상을 벗어나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었을 때, 어느 분이 내 알라딘 블로그에 댓글을 남겼다. 그분은 책을 비판한 서평을 쓴 내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 댓글을 보면서 마음속에 했던 말을 내뱉었다. “그래, 나는 로토스를 먹겠다.” 


내 곁에 책 읽는 내 욕망을 벗어나게 해줄 오디세우스 같은 구원자는 없다. 그러면 내가 만든 욕망에 지배당하지 않도록 나 스스로 지켜야 한다. 그러려면 써야 한다. 독서가 욕망이라면, 서평 쓰기는 의무다. 좋은 책을 고르고 싶은 독자를 위해서 내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다면 독서는 중독이 아니다. 중대한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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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투스트라 2023-04-01 1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파이데이아 모임을 몇 번 해봤습니다. 해보고 제 스타일이 아니라서 혼자서 고전 읽기를 계속 하게 됐죠.^^;; 지극히 제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저 시카고 플랜 자체가 너무 서양 고전 책들만 가득하다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양고전은 한 권도 포함되지 않았죠. 그래서 저 혼자서 동양고전도 찾아 읽어봤습니다. 읽어보고 나서 깨달은 건데, 동양고전이 서양고전보다 제게 훨씬 더 익숙하고 제 지금까지의 삶에 더 친근하더군요. 다른 말로 하면 더 와 닿는다고 해야할까요? 서양고전은 낯설고 이해하기가 더 힘들었습니다.^^ 어쨌든 파이데이아 모임을 하신다니 부디 잘 읽어나가시를..

cyrus 2023-04-02 08:25   좋아요 0 | URL
맞아요. 파이데이아에 오랫동안 활동하신 분들이 읽기 프로그램에 변화를 꾀해보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예를 들어서 동양고전이 포함된 목록을 만드는 거죠. 그리고 여성 저자와 작가들이 쓴 책도 더 추가해야 해요. 그래서 책 읽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동양고전에 대한 관심과 독서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

blanca 2023-04-01 16: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마음입니다. 저도 쓰는 일을 게을리했는데 읽지만 말고 쓰기도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책이 로토스인 사람들의 모임 저도 관심 가네요. 저는 주변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 좀 쓸쓸할 데가 있더라고요. 저는 책이 있어 삶의 어려운 고비를 넘길 수 있었어요. 글 잘 읽고 갑니다.

cyrus 2023-04-02 08:31   좋아요 0 | URL
주변에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독서 모임에 참석하신 분들이 꽤 많아요. 그렇지만 오히려 독서 모임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분들도 있어요. 독서 모임을 통해 만나는 분들이 정말 성품이 좋아야 해요. 성품이 좋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의 견해가 무조건 옳다면서 고집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아요. 게다가 다른 사람의 독서 취향을 가볍게 보거나 무시하기도 해요.

레삭매냐 2023-04-01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welcome back bro~

cyrus 2023-04-02 08:32   좋아요 1 | URL
인스타에서도 만나요.. ㅎㅎㅎ

레삭매냐 2023-04-02 09:02   좋아요 1 | URL
책만 사는 닝겡, 여기 1인 추가요 ~~~

바람돌이 2023-04-01 2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전읽기 모임에 매주 서점에 가시는 cyrus님
와 진짜 진정한 독서가이자 애서가이십니다. cyrus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그 꼼꼼한 읽기에 감탄하는데 오늘 글에서 그런 꼼꼼하고 세심한 글이 나오게 되는 이유를 살짝 엿본거 같네요.
저는 뭐든지 좀 대충대충인 사람이라 이런 자세를 보면 막 반성하게 됩니다.

cyrus 2023-04-02 08:37   좋아요 1 | URL
반성하지 않으셔도 돼요. 너무 꼼꼼하게 책 읽으면 피곤해요. 책 읽을 때 집중하다 보면 느끼지 못하다가, 책 다 읽고 나면 피곤함이 확 몰려와요.. ㅎㅎㅎ 제가 책 읽는 방식이 피곤한 스타일이라서 서평 한 편 쓰는 데 오래 걸릴 때가 있어요. 그래서 한동안 서평을 안 쓰고 책만 읽었어요. 그런데 서평을 쓰긴 써야겠더라고요. 요즘 엉터리로 만든 책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이렇다 보니 정작 좋은 책들을 독자들의 관심을 못 받고 있어요. 이런 상황을 그저 지켜볼 수 없어서 다시 글을 쓰기로 했어요. ^^

페넬로페 2023-04-02 0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참가하고 있는 도서관 동아리 모임 이름이 ‘클래식‘인데 거의 5년동안 고전을 읽어 와 올려주신 책들이 반가워요. 코로나 시국에도 1년동안 줌으로 만나 지금까지 한번도 빼먹지 않고 만나고 있어요.
책만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나 봅니다.
든든하네요^^

cyrus 2023-04-03 05:07   좋아요 1 | URL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독서 공동체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이런 독서 공동체 속에서 생활하다 보면 책을 더 잘 읽어야겠다는 의욕이 생기고요, 같이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면 좁았던 제 생각의 폭과 식견이 조금씩 넓혀질 수 있어서 좋아요. ^^
 






2022917페미돌로지》(3부) 함께 읽기, 세 번째 모임 후기

장소: 카페 스몰토크






독서 모임 후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군요. 글 한 편 쓰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요? 제가 게으른 것도 있지만, 지난달부터 읽기 시작한 페미돌로지가 제게는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책이라서 그래요
















[레드스타킹 8~9월에 읽은 책류진희, 허윤, 김주희 외 페미돌로지: 아이돌+팬덤+산업의 변신(빨간소금, 2022)





페미돌로지(Femi-dology)페미니즘과 아이돌로지(Idology, 아이돌 연구)를 합친 조어입니다. 페미돌로지의 정의를 쉽게 풀어 쓰면,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아이돌 산업과 팬덤을 분석하는 일입니다. 페미돌로지총 열두 명의 필자가 쓴 글이 실려 있습니다. BTS를 포함한 아이돌을 주제로 한 글이 많은 편이라서 흥미롭지만, 아이돌 중심의 대중문화의 전반적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글이 어려울 수 있어요. 유행의 흐름에 저만치 떨어진 채 사는 제가 페미돌로지를 힘겹게 읽는 이유가 이렇습니다.

 

페미돌로지3부에 배치된 세 편의 글은 아이돌 팬덤의 활동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7항상 함께할 거예요의 이면아이돌과 팬의 친밀한 관계가 막대한 수익이 창출되는 아이돌 산업으로 확장되어가는 현상을 분석합니다. 오늘날의 팬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즐깁니다. 매니지먼트사는 소비자인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와 상품을 기획하고 출시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팬이 자발적으로 만든 콘텐츠(팬픽, 팬아트 등)는 판매할 수 없는 상품이 되고 맙니다. 글쓴이는 이러한 팬의 활동을 무보수 노동 및 소비라고 말합니다. [주: 사실은...]

 

8저항하는 팬덤과 소비자-팬덤의 모순적 공존은 소비 위주로 활동하는 팬들의 행동이 아이돌 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비판적으로 검토합니다. 글쓴이는 아이돌이 크게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음원을 많이 사거나 아이돌 관련 상품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팬덤의 행위가 결국 능력과 경쟁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성공을 부추긴다고 주장합니다. 소비를 일절 하지 않은 팬은 팬덤으로 취급받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어떤 가수를 좋아한다고 말만 해도 그 가수의 팬덤 축에 끼지 못하는 거죠. 최근 들어 데뷔하자마자 실시간 음원 순위나 음악방송 1위에 단기간에 오른 아이돌이 많아졌어요. 반면에 꽤 오랫동안 활동했음에도 1위 한 번 오르지 못한 아이돌도 있어요. 1위 가수가 된다는 것은 상업적으로 성공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매니지먼트사는 자신이 만든 가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할 것이고, 팬덤은 가수의 앨범이나 디지털 음원을 소비합니다. 심지어 가수의 방송 출연이 뜸하거나 신곡이 영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팬덤은 매니지먼트사의 운영 방식을 비난합니다. 방송 출연 횟수가 많으면 음악 순위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가수와 매니지먼트사를 향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말할 정도로 팬의 영향력이 강해졌습니다.

 

가수가 조금이라도 논란을 일으킬만한 발언이나 행동을 하면 팬들은 강도 높게 비판합니다. 그리고 사과문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아이돌을 포함한 공인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면 자필 사과문을 공개합니다. 9아이돌의 자필 사과문: 소비하는 팬덤, 소진되는 팬심은 자필 사과문이 유행처럼 돼버린 현상을 분석합니다. 아이돌은 팬들에게 친밀감을 드러내야 합니다. 그래서 항상 팬들이 원하는 모습이나 방송 콘셉트를 유지한 채 생활하기 때문에 감정 노동인 셈이죠. 여기다가 팬들에게 미운털 박히면 분노한 팬심을 달래기 위해 자필 사과문을 씁니다. 이런 행위 또한 감정 노동에 해당합니다. 때론 팬들의 지나친 친밀성은 아이돌 개인의 주체성마저 비난 대상으로 몰아세우게 합니다. 여자 아이돌이 페미니즘 도서를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팬들은 그녀를 페미니스트 또는 남성 혐오자라고 비난했습니다. 어떤 팬은 비난받은 가수의 사진이 있는 굿즈를 훼손한 인증 사진을 올리기도 했어요.

 

최근 HYBE 공식 유튜브 채널에 걸그룹 르 세라핌의 데뷔 과정이 담긴 다큐멘터리가 공개됐어요. 이 영상에서 매니지먼트사 팀장은 멤버들에게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식단 관리와 다이어트를 하라고 지적했습니다. 계속해서 식단 관리와 다이어트를 병행하고 있는 멤버들은 팀장의 엄한 지적을 받은 게 서러웠던지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요. 문제의 영상이 공개되자 팬들은 아이돌에게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매니지먼트사를 비난했습니다. HYBE는 왜 논란이 될 만한 장면을 편집하지 않은 채 그대로 영상을 공개했을까요? 팬들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아이돌 산업을 비난해도 아이돌 그리고 아이돌이 되려고 하는 연습생들은 지금도 굶주려가면서 다이어트를 하고 있습니다. 팬들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이 악물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니지먼트사 중심의 아이돌 산업에 저항하는 팬덤과 아이돌을 친밀한 상품으로 소비하는 팬덤이 공존하는 문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 사실은...] 퇴고하면서 삭제한 문장은 이렇다.



 ‘입덕을 유발하는 팬픽과 팬아트를 자발적으로 만드는 팬들의 모습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는 속담이 있어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간다. 수고하는 사람은 따로 있고 그 일에 대한 대가는 다른 사람이 받는다는 뜻이죠.



레드스타킹 인스타그램 계정에 등록되는 모임 후기는 레드스타킹 단톡방에 먼저 공개한다. 그곳에서 피드백이 이루어진다모임 회원 한 분이 내가 인용한 속담에 있는 되놈이 인종차별적인 단어라는 사실을 알려줬다그래서 문제의 속담이 삭제된 것이다되놈은 만주 지방에 살았던 여진족 또는 중국인을 낮잡아 부르는 멸칭이다씻지 않아서 더러운 중국 한족을 가리켜 ’라고 표현한 고려시대의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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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10-02 1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되놈에 대신 뭘 넣는게 좋을까요? 장사꾼? ^^*
시도때도 없이 K를 붙여 인기를 표현하는 것도 이상하고
과도하게 외모지상주의로 아이들의 피와 땀을 팔아 수익을 올리는게
좋아보이진 않더라구요. 사생활도 주관도 없어지는 감정노동 맞네요!

cyrus 2022-10-02 12:43   좋아요 2 | URL
아무래도 ‘장사꾼’으로 쓰는 게 낫겠죠? 그런데 이렇게 쓰면 장사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생길 것 같아요. ^^;;

새파랑 2022-10-02 2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항상 유행을 못따라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ㅋ 따라가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 대중의 관심을 받고 산다는게 부가 따르기는 하지만 편하지는 않을거 같아요~!!

cyrus 2022-10-03 13:53   좋아요 0 | URL
요즘 아이돌은 브이로그 같은 방식으로 실시간으로 팬들과 소통해요. 연예인으로서의 이미지를 유지한 채 팬들 앞에 보여야 하는데, 이 또한 감정 노동이죠. 그렇지만 대부분 사람은 아이돌과 팬들의 만남을 아이돌의 본업이라고 생각할 뿐, 노동으로 보지 않아요.
 





대구 페미니즘 독서 모임 레드스타킹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여성과 과학 탐구첫 번째 읽기 모임(202279, 카페 스몰토크) 후기. 이 글은 레드스타킹 공식 인스타그램에도 공개되었습니다.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여성과 과학 탐구는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 첫선을 보인 책입니다. 민음사 출판그룹 부스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이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민음사 인문 잡지 한편편집진이 만든 민음사 탐구 시리즈 첫 번째 책입니다(공식 번호는 No. 4). 책의 겉보기는 빨간색 표지로 된 문고본 형태입니다. 가벼워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 편해요.


















* [레드스타킹 7월에 읽은 책] 임소연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여성과 과학 탐구(민음사, 2022)



 


몇몇 레드스타킹 멤버들은 비판적 읽기를 지향해요. 조금이라도 아쉽게 느껴지는 표지 디자인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저도 여기에 속합니다). 책 앞표지에 립스틱 그림이 있어요. 과학과 전혀 상관없는 립스틱이 왜 그려져 있을까요? 여성성이 연관되는 립스틱보다 과학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넣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페미니스트들은 과학을 여성의 적으로 여겼습니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나온 과학은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만드는 지식을 생산했기 때문입니다.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의 저자인 과학기술학자 임소연은 여성을 억압한 과학을 비판하면서도 그러한 이유만으로 과학을 적대하면서 살아갈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과학은 여성의 삶과 몸을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학문이며 여성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은 법칙으로 명명된 이론과 지식을 암기하듯이 공부해야 합니다. 그 하나의 지식이 확정되기 전까지 수없이 실행되었을 실험 과정은 교과서에 실리는 순간 뭉뚱그린 내용이 되고 맙니다. 가설이 이론으로 확정되기까지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실험 또한 노동입니다. 한 권의 교과서에 구겨 넣은 과학에 과학자의 노동이 생략되어 있어요. 학생들은 그런 과학을 머릿속에 구겨 넣고 있어요. 이러니 과학과 친해질 수 있겠어요? 교과서 속 과학 지식 중 일부는 성차별을 조장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여성이 연구하는 과학이 여성의 든든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저자의 입장에 공감하면서도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된 우리나라 교육 수준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었어요필자는 여성이 좀 더 과학과 친해지려면 우선 과학을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분석할 수 있는 교육 여건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책의 장점은 최근에 알려진 과학 지식을 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3(‘장은 생각한다’)을 인상 깊게 읽은 분들이 있었어요. 3장에 장내 미생물이 감정과 연관된 신경 전달 물질 생산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언급되어 있어요(54). 이 장내 미생물을 사이코바이오틱스(psychobiotics)’라고 합니다. 사이코바이오틱스는 2010년대 초반부터 학자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과학적 검증을 거쳐야 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357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20~30대 여성은 디저트 문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집단이기도 하다. 단맛을 즐기고 디저트를 먹으며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젊은 여성들의 장은 과연 행복할까? 여성의 장은 섭식 장애 외에도 여러 질환에 시달려 왔는데, 과민성 장 증후군과 같은 기능성 소화 불량을 겪는 여성은 남성보다 특히 많다.

 


여러분은 필자가 인용한 것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이 내용을 비판적으로 읽은 분이 있었어요. 저자는 2, 30대 여성을 디저트 문화를 즐기는 소비자 집단으로 규정합니다. 여기서 저자는 일부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어요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었고, 서평을 쓰기 위해 다시 읽은 필자는 인용문의 문제점을 미처 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다시 읽어봤어요. 소화 불량의 원인을 디저트 섭취로 한정 지어서 보는 저자의 입장이 설득력 있어 보이지 않았어요. 한때 단짠(단맛과 짠맛)’과 매운 음식을 먹는 것이 유행했었죠. 여성이 소화 불량을 겪는 원인은 다양하며,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두 번째 읽기 모임은 716일 토요일 오후 630분 카페 스몰토크에서 진행됩니다. 4~6장을 읽어 오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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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2-07-10 16: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구에는 오프라인 독서 모임이 있군요! 이름도 멋집니다. 종종 소식 전해주시길 기대할게요.

얄라알라 2022-07-11 00: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표지 립스틱에 대한 말씀, 달달한 디저트(단맛의 젠더화)에 대한 말씀,
레드스타킹 오프라인 모임 정말 뜨겁고 의미있을 것 같아요^^ 수하님 말씀처럼 이렇게 공유해주시니 너무 좋고, 다음 후기도 기대하겠습니다. cyrus님^^
 





[문학 분야 추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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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형진 엮음 정본 백석 시집(문학동네, 2020)

* 이동순 엮음 백석 시전집(지만지, 2012)





2022년은 백석이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사실 2022년은 국문학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소월과 정지용 탄생 110주년, 김춘수 탄생 90주년입니다. 여기에 백석까지. 여담이지만, 김춘수가 과거에 전두환을 찬양하는 시를 쓴 적이 있어서 학계에 김춘수를 재평가하는 분위기가 쉽사리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윤동주가 한국인이 좋아하는 시인이라면 백석은 한국 시인이 좋아하는 시인’, 그러니까 시인 중의 시인입니다. 청년 윤동주는 자신이 좋아하는 시인인 백석의 시집 사슴을 구하지 못해 도서관에 있는 시집을 필사했다고 합니다. 윤동주의 대표 시 <별 헤는 밤>은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안도현 시인도 백석을 좋아하는 시인으로 유명하죠. 그 역시 백석 스타일의 시를 몇 편 쓰기도 했어요.

 

백석의 시에 현대인이 잘 사용하지 않는 순우리말과 평안도 사투리가 많아서 시가 어렵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낯선 언어들의 뜻을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백석의 시를 천천히 읽으면 소박했던 평안도 시골의 정경을 느낄 수 있어요.

 

시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에요. 특히 백석의 시집이요.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으면 백석의 시를 제대로 음미할 수 없어요. 일단 마음 가는 대로 몇 편의 시를 고르세요. 그리고 천천히 읽어 보세요. 그러면 생소한 백석의 시가 친근하게 느껴질 거예요. <백석 시집>이 선정 도서가 된다면 긴 장문으로 이루어진 책들을 읽게 되는 독서 모임에 쉼터 같은 책이 되어줄 것입니다.


독서 모임을 위해 어떤 시집을 읽어야 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제가 고른 후보 도서는 문학동네와 지만지에서 나온 시집 두 권입니다.

 





[비문학 분야 추천 글]















*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디플롯, 2021)


 


김영하 작가의 팬이라면 아실 겁니다. 제가 추천한 책이 김영하 북클럽선정 도서였다는 사실이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진화에 관한 오랜 통념을 깨뜨리는 책입니다


진화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적자생존약육강식입니다. 이 두 단어가 아주 많이 알려지는 바람에 대부분 사람은 강한 종()일수록 냉혹한 자연환경에 잘 적응하여 종족 번식에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정된 자원을 차지해야 하는 경쟁 세계에 강한 자만 살아남는 거죠. 그러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이런 단순 도식화된 진화론을 반박하는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타인과 소통하고, 연대하고, 협력하면서 진화해왔다고 주장합니다.

 

진화론자가 아닌 사람들도 이 세상을 적자생존의 세계로 상정해서 성공적인 삶을 살려면 타인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 이러한 믿음이 강해질수록 연대와 협력의 가치를 무시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진화론에 관한 여러 가지 오해를 풀어주는 과학 도서이면서도 연대와 협력의 가치가 왜 필요한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인문학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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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12-03 23: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중학교때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시집을 좋아했는데요,시 보다는 표지에 백석시인이 잘생겨서였어요.
고등학교가니 담임 선생님이 어쩜 그렇게 그 사진을 똑 닮으셨는지..^^* 시인들의 시인이란 점과 시를 읽는 자유로운 방식을 알려주시니 다시 읽고싶어져요!

cyrus 2021-12-05 21:45   좋아요 2 | URL
실제로 백석은 잘 생긴데다가 키가 훤칠했다고 합니다. 영어와 러시아어에 능통했으니 백석은 ‘조선의 뇌섹남’이라 할 수 있겠어요. ^^

mini74 2021-12-04 00: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백석시 넘 좋아해요 여우난골족이 최애 시 중 하나입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사놓고 깜박한 책 ㅠㅠ 열심히 읽어야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

cyrus 2021-12-05 21:46   좋아요 2 | URL
저도 <여우난골족>을 좋아해요. 그 시는 읽으면 마음이 포근해져요. ^^

transient-guest 2021-12-04 02: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백석의 평전을 읽은 것이 벌써 몇 년전이네요. 그때 시를 읽어보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만 아직도 책을 구하진 않았네요. 이번 기회에 장바구니에 넣어두었어요.ㅎ

cyrus 2021-12-05 21:47   좋아요 3 | URL
저는 안도현 시인의 <백석 평전>을 아직 읽어보지 않았어요. 백석에 관한 책을 모으려고 합니다. ^^

그레이스 2021-12-04 1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여러 버전으로 읽었어요
볼 때마다 좋았던...
월북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작가로 남았을까요?
한동안 체제를 위한 글을 썼다고 하던데, 그랑 참 안어울리는 일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예술가로서도 한 개인으로도 국가가 어떠한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새삼 했던 기억이...!

cyrus 2021-12-05 21:54   좋아요 1 | URL
백석이 북한에 가지 않았으면 김소월, 윤동주, 이육사와 함께 자주 거론되는 시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번역가로도 활동했을 거예요. 번역가로서의 백석의 업적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