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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월요일(2월 19일)에 진행된 레드스타킹 《젠더 무법자》 두 번째 시간 공식 후기입니다. 작성자는 채령님입니다. 이 날, 저는 개인 사정이 있어서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출처는 레드스타킹 공식 트위터, 공식 인스타그램입니다.

 

* https://www.instagram.com/feminism_talk/

 

 

 

 

 

 

 

 

 

 

 

 

 

 

 

 

 

 

 

 

이번 모임에서는 <젠더 무법자> 4, 5, 6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자는 앞선 장들에서 남성-여성, 이성애-동성애 이분법이 무수한 젠더와 정체성을 지우는 폭력적 체제를 지탱한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주장했는데요, 이번 장부터는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가며(ex.컬트) 젠더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도와주려 한 것 같습니다. 이것 아니면 저것을 제시하고 하나를 고르기를 강요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최선의 선택을 이끌어 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정체성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분법적 젠더 체제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구부정한 자세로 살아가게 됩니다. 이 책을 읽고 함께 나누는 과정에서 이분법적 젠더 체제에서 가려지고 오도되고 지워진, 제대로 호명조차 할 수 없는 젠더 정체성을 가진 이들에게는 ‘시스젠더 헤테로 섹슈얼 여성’인 제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특권을 누리는 존재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치열히 벌어지고 있는 논쟁에서 저는 퀴어-트랜스젠더들과 연대를 쌓고 함께 남근중심 가부장제를 타파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쪽이었습니다만, 타자와 나의 관계에 대한 명확한 이해는 부재한 채 막연히 평화주의적 연대를 부르짖은 것 같아 대단히 부끄럽고 죄스러웠습니다. 더 많이 읽고, 만나고, 공부해야겠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모임에 모인 토론자들은 모두 페미니스트이지만 그동안 비교적 LGBT이론(특히 트랜스젠더에 대한)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였고, 적지 않은 영역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마침 새로 모임에 참여하신 분께서 주변에서 보고 들은 퀴어-트랜스젠더 지인들의 사례를 들려주셔서 이해가 풍성해졌습니다.

 

트랜지션(transition, 성별을 바꾸는 행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사회적 차별이 없다면 트랜지션을 하지 않게 될까?” 그리고 “의료지원이 충분히 된다면 트랜지션을 더 많이 하게 될까?”라는 질문들이 나왔는데, (새로 오신 분께서) 그건 지극히 개인의 감정과 판단에 따르는 문제이기에 굉장히 어렵다고 답해주셨습니다. 이 책의 저자처럼 자신이 가진 남성의 신체적 특질(페니스)이나 여성의 특질(부드러운 유방)을 사랑하면서도 수술을 선택할 수도 있고, 자신의 정체성에 방해가 되는 신체를 혐오하여 수술을 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으며, 패싱이 자연스러운 경우 굳이 수술을 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구체적인 성소수자 지원 정책에 대한 논의도 있었고, 수술 이후에 과거의 자신을 지워내는 외로운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정서적인 공감을 시도해보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과거를 잊은 채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은 성장할 수 없다며 사회적 인식이 변화되어 이들이 과거의 자신을 언제까지라도 온전히 간직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비추었습니다. 또 하나 새로웠던 이야기는 퀴어-트렌스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집단 내에서도 종종 가시적이고 폭력적인 배제가 일어난다는 사실(ex.티부를 기피하는 것)입니다. 사적인 견해입니다만 저는 이 이야기가 오늘날의 젠더 해방 운동이 모든 집단을 하나의 깃발 아래에 모아내거나 젠더 정체성 하나에 의지해 혐오에 대한 처방을 내릴 수는 없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 같았습니다.

 

4장이 대한 토론이 마무리될 때 즈음 “여러분은 본인의 성별에 대해 의심을 가져본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워낙 지배적인 남성-여성(혹은 양 극을 전제한 양성) 젠더 체제 속에 살아온 탓인지 의구심을 가지는 것 자체가 힘들기는 합니다만, 과거는 물로 현재도 여전히 본인의 성별에 대한 고민을 하고 계시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제 경우에는 몸이나 성적지향 보다는 ‘젠더 역할’에 대해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께서 늦은 나이에 얻은 자식이여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저는 어렸을 때부터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네가 가지고 싶은 것은 다 가질 수 있다”는 말, ‘남성을 위한 축복들’을 듣고 자랐습니다. 게다가 옷이나 장난감을 구매할 때에도 제가 원하는 것을 마련해주셨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남자아이의 것으로 여겨지는 자동차와 로봇, 푸른색의 옷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성장하며 가슴이 봉긋해지고 월경이 시작되고, 설거지통에 충분히 키가 닿는 나이가 되자 이전에 전유하던 것들을 더는 요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나의 무수한 가능성이 쓰레기통에 처박힌 것 같은 비참함을 느꼈지만 우습게도 교복‘스커트’를 입으면 되바라진/선머슴 같은 여자애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강하게 사로잡혔습니다. 그래서 페미니즘을 처음 접했을 때에, 스커트 아래에 숨겨져 있던 내 어린 시절의 (소위 말하는) ‘남성적인’ 가능성들을 기꺼이 쟁취하려는 욕망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면죄부를 얻는 것 같은 안도를 느꼈습니다. 내가 성취하고자 하는 퍼포먼스, 그것을 수행하는 역할을 설명할 언어가 남성적, 혹은 여성적이라는 두 가지 밖에 없다는 사실은 너무 비합리적인 것이 아닐까요.

 

논의의 장이 바뀌어 사도마조히즘에 대한 의견들을 나누기 시작했을 때 몹시 흥분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S/M플레이에 대한 섹스판타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많은 토론자분들이 S/M플레이에 대해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가지고 있어서 조금 놀랐습니다. ‘가난하고 어린 여성’의 지위에서 경험해온 평범한 이성애적 성관계 경험은 제게 굉장히 폭력적이고 통제불가능한 시공간을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명확한 합의가 전제된 ‘놀이’로서의 S/M플레이가 더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분들께서 우려되는 지점을 설명해주셔서 금방 S/M플레이에 대한 조심스런 시각에 수긍하게 되었습니다. 남성중심 젠더위계가 이토록 절대적인 상황에서 남성이 S의 역할을 여성이 M의 역할을 할 때에 룰을 무시하고 자행되는 폭력-강간에 대한 에어백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합의된’ 관계 내의 모든 폭력에 법적으로 관대한 국가에서라면 즐거워야 할 놀이는 너무 쉽게 공포의 장으로 전락합니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SM은 플레이어들이 놀이를 ‘젠더 초월자’로서 향유하도록 하며, 규정된 젠더 역할과 정상적 섹슈얼리티를 비웃을 힘을 가집니다. ‘이분법적 젠더체제를 깨어 부술’ 강력한 샤먼(shaman: 신과 인간을 중개하는 역할을 맡은 자, 무당)는 인 것입니다.

 

두서도 없이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도 없이 길어지니 제가 너무 피곤해서 급하게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레드스타킹 책모임에서는 대단한 이야기/질문/반성들이 오고갔습니다. 창조적인 공간에 함께 할 수 있어서 몹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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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단 두 줄만으로도 독자의 마음을 파르르 떨게 했던 시가 또 있을까요? 정현종 시인의 시는 수수께끼입니다. 사람들 틈에 섞이고 싶다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거든요. 우리는 이 시에서 시인이 말하고 싶은 분명한 메시지를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당연히 이 시에는 정답이 없어요. 시의 의미는 시를 읽는 사람의 심리에 따라 달라집니다. 성격 분석에 사용되는 로르샤흐 검사처럼 똑같은 얼룩무늬를 보면서도 각자의 해석이 달라지듯이 같은 시를 읽어도 저마다의 해석은 다릅니다.

 

 

 

 

 

 

 

 

 

 

 

 

 

 

 

 

 

 

 

* 장 그르니에 《섬》 (민음사, 1997)

* 정현종 《나는 별 아저씨》 (문학과지성사, 1995)

 

 

 

장 그르니에(Jean Grenier)의 산문집 《섬》(민음사, 1997)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섬’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내기가 힘듭니다. 그러나 그르니에는 애초에 ‘섬’의 의미를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책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르니에의 애제자인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는 《섬》의 서문에서 스승의 글이 읽는 사람 스스로 좋은 대로 해석하도록 맡겨둔다고 썼습니다. 카뮈의 말에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제 ‘서재를 탐하다’ 책방에서 우주지감 회원님들과 《섬》을 같이 읽고 대화를 나누어보니 혼자 책을 읽으면서 스쳐 지나간 문장들을 다시금 살펴보게 됩니다.

 

 

 

 

 

 

 

 

 

 

 

 

 

 

 

 

 

 

 

* [‘서재를 탐하다’ 책방지기님이 가져온 책] 장 그르니에, 알베르 카뮈 《카뮈-그르니에 서한집 1932~1960》 (책세상, 2012)

* [‘우주지감’ 회원님이 가져온 책] 박웅현 《책은 도끼다》 (북하우스, 2011)

 

 

 

‘서재를 탐하다’ 책방지기님은 젊은 시절 카뮈가 스승에게 보낸 편지 구절 일부, 그리고 카뮈가《섬》을 읽고 난 뒤에 쓴 단상 속 구절을 인용, 낭독했습니다. 카뮈는 《섬》을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아 그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들과 생각들을 기록했습니다. 그가 써놓은 감상문에 실존에 관한 고민이 느껴졌습니다. 이○○님은 《책은 도끼다》(북하우스, 2011)에 인용된 김화영 교수의 문장을 읽어줬습니다. 《섬》을 번역한 분이 김화영 교수입니다. 이○○님은 그르니에가 지중해를 여행하면서 발견한 철학적 사유가 무엇인지 설명했습니다.

 

박○○님은 『고양이 물루』에서 물루가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을 보면서 슬펐다고 합니다. 불교, 힌두교에 관심이 많은 신○○님은 《섬》을 읽으면서 불교와 힌두교 사상과 비슷한 내용을 발견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상상의 인도』를 읽고 나서 인도 철학서, 인도의 고대 경전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님께 힌두교를 알기 위해 읽을 만한 책이 뭐가 있는지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자 신○○님은 아주 명쾌한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인도에 직접 가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우문현답(愚問賢答)인 걸까요?

 

천○○님은 《섬》 118쪽에 있는 평범한 문장을 보자마자 크게 공감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얘기를 꺼낼 용기가 나지 않을 때면 누구나 그러듯이 우리는 날씨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부활의 섬』 중에서)

 

 

평소 사람을 만날 때 어색한 분위기를 깨뜨려서 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할 수 있는 적절한 소재가 바로 ‘날씨’입니다. 초면인 사람과 만날 때 대화에서 그날 날씨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무난합니다. 마침 오늘 아침 대구에 눈이 내렸습니다. 그래서 직장 동료를 만나자마자 날씨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했어요. “오늘 아침에 내린 눈 봤어요? 얼마나 많이 내리는지 지나가는 사람들 머리 위에 눈이 조금 쌓여 있었다니까요”

 

 

 

 

 

우주지감의 선택

 

 

 

 

 

 

 

 

 

 

 

 

 

 

 

 

 

 

 

 

 

 

 

 

 

 

 

 

 

 

 

 

 

 

 

 

 

 

 

 

 

 

 

 

 

 

 

* [‘서재를 탐하다’ 책방지기님이 읽은 책] 김한민 《비수기의 전문가들》 (워크룸프레스, 2016)

* [장OO님이 읽은 책] 지그문트 프로이트 《꿈의 해석》

* [이OO님이 읽은 책] 알랭 드 보통 《관계》 (와이즈베리, 2017)

* [신OO님이 읽은 책]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크리슈나무르티의 마지막 일기》 (청어람미디어, 2013)

* [최OO님이 읽은 책]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민음사, 2017),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문학사상사, 2015)

* [이OO님이 읽은 책] 홍명진 《쉬는 시간에 읽는 세계화》 (인물과사상사, 2010), 서영채 《죄의식과 부끄러움》 (나무,나무, 2017), 최우성 《동화경제사》 (인물과사상사, 2018)

* [cyrus가 읽은 책] 쉴라 제프리스 《래디컬 페미니즘》(열다북스, 2018)

 

 

 

《섬》에 대한 대화는 비교적 이른 시간인 9시 30분경에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아무래도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책’에 대한 이야기가 안 나올 수가 없습니다. 각자 한 사람씩 요즘 읽고 있는 책(읽었던 책)이 무엇인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다른 분이 무슨 책을 읽었는지 이야기를 들으면 재미있습니다.

 

이○○님(김화영 교수의 글을 들려준 분과 성만 같을 뿐, 이름이 다른 분입니다)은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시리즈’를 읽고 있습니다. ‘서재를 탐하다’ 책방지기님은 김한민 씨의 그림소설을 추천했습니다. 실은 《비수기의 전문가들》(워크룸프레스, 2016)은 올해 8월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선정도서입니다. 신○○님은 크리슈나무르티(Krishnamurti)의 글을 읽으면 ‘삶’, ‘죽음’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님은 작년에 나온 《노르웨이의 숲》(민음사, 2017) 리커버판 표지가 좋아서 구입했다고 합니다. 또 요즘 ‘소확행(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자신만의 소확행이 무엇인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님은 세 권의 책을 소개해주셨는데요, 특히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문학 비평서로 《죄의식과 부끄러움》(나무,나무, 2017) 을 추천했습니다. 《쉬는 시간에 읽는 세계화》(인물과사상사, 2010)는 청소년 독자를 위한 책입니다. 비록 이 책에 실린 통계자료는 시의성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이○○님은 이 책에서 세계화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을 바라보는 접근 방식을 살피는 데 유용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동화경제사》(인물과사상사, 2018)는 다소 흥미로운 주제의 책이지만, 저자의 직업이 기자라서 ‘기자식 글쓰기’의 지루함이 느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민음사, 2003)

 

 

새벽 12시에 책방이 문을 닫았습니다. 우주지감은 다음 모임을 기약하며 일상이 있는 ‘각자의 섬’으로 향했습니다. 다음 달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선정도서는 제인 오스틴(Jane Austen) 언니의 《오만과 편견》(민음사, 2003)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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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일 레드스타킹 독서모임에 참석하신 혜정님이 작성한 공식 후기입니다. 출처는 레드스타킹 공식 인스타그램입니다. 혜정님께 허락을 받고 블로그에 글을 옮겼습니다. 보충 설명이 필요한 용어에 각주를 달았습니다.

 

어제 작성한 후기에 스웨덴 출신의 크리스를 학생으로 잘못 소개했습니다. 크리스는 스웨덴 LUND 대학의 동아시아 & 동남아시아 센터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페미니즘 석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구 페미니즘 북클럽, 레드스타킹

https://www.instagram.com/feminism_talk/

    

 

 

 

 

 

 

 

 

 

 

 

 

 

 

 

 

오늘은 우리 북클럽에 처음 오신 분, 오랜만에 얼굴을 내미신 분, 한결같이 이 자리를 지켜주시는 분들, 그리고 무궁화호를 타고 서울서 오신 크리스까지, 레드스타킹 사상 최대의 인원이 스몰토크에 모였습니다.

젠더 무법자첫 번째 시간, (1장 우선 말해둘 것, 2장 씨앗 추려내기, 3장 힘 되찾기) 까지 읽으면서 레드 스타킹의 입으로 터져 나온 흥미진진한 의문들에 대해서 맛보기 나열을 해 볼게요.

 

 


 


* 섹슈얼리티(성적지향)은 무엇이냐?


- 섹슈얼리티는 성적 욕망을 둘러싼 느낌, 생각, 재현, 실천을 포함한다.


- 이 섹슈얼리티는 욕망과 쾌락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사회문화적으로 부추겨지고 다양한 소비(, 시계 등), 권력까지 확장해서 연관시켜 볼 수 있다.


- 또한 파트너(상호작용)에 의해 성적 지향이 규정될 수 있다. 성적 지향은 유동적이다.

    

 



* 케이트 본스타인(젠더 무법자저자)은 왜 수술(MTF: male-to female)을 선택했을까?


-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자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남자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라는 생각에서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 성기전환수술은 목숨을 건 위험한 수술이 아닌가? 이 수술자체가 특이하고 위험하다고 바라보는 것도 고정관념이 아닐까? 수술의 위험성보다 일상의 위험성이 더 크게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수술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과연 성기전환수술이 여느 성형수술보다 더 위험하다고 볼 수 있나? 성형수술의 확장선상에서 성전환 수술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필사적인 위험을 감수한 수술이라기보다 자신의 욕망을 그대로 실천한 것은 아닐까? 개인마다 다양한 선택 가운데 하나일 뿐 이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 여성성이란 뭘까?


- 사람마다 무엇이 되었을 때 발현시키고픈 상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발현될 수 있다.

 

- 코르셋[1]을 거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행위가 나를 즐겁게 만들어준다면 좋은 것 아닐까.

    

 



* 여성과 남성은 어떻게 구분되는 것인가?


- 남자 성기를 기준으로 의사가 결정한다.

 

- 나바호 부족은 자신이 성별을 결정하는데 의견을 낸다.

 

- 아이를 얻은 부모에게 주로 처음 하는 질문은 아들이야 딸이야? 그에 대한 멋진 대답은, 몰라, 그 애가 아직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아서라고 말해 줄 수 있다.

 

 


 


여러분들의 주옥같은 이야기들을 다 옮기지는 못했지만 오늘도 모임을 즐겁게 마치고 뿌듯해졌습니다. 저에게도 역시 페미니즘은 자신의 안과 밖을 구석구석 성찰하고 탐색하며 나를 찾아가는 수단인 것 같습니다.

 

 

 

 

[1] 여성의 허리를 보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속옷. 남성이 만족하는 여성의 신체를 맞추기 위해 여성들은 코르셋을 착용했다. 코르셋은 여성을 억압하는 구시대적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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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2-15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yrus 2018-02-18 07:12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집에만 있으니 연휴가 금방 지나가버린듯한 느낌이 드네요. ^^
 

 

 

오늘 독서모임에 저를 포함한 세 분이 처음 참석하였습니다. 특별손님도 스몰토크카페(독서모임 장소)에 오셨습니다. 여성학 석사 논문을 준비하는 스웨덴 출신의 남성분이었어요. 이름은 크리스입니다. 모임 때 찍은 사진을 공개하지 못해서 아쉬워요. 크리스가 억수로 잘 생겼거든요. 크리스의 얼굴이 궁금하시다면 ‘레드스타킹’ 공식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보셔요.

 

레드스타킹 회원님들은 영어 대화가 어느 정도 가능한 능력자들이었습니다. 크리스가 스웨덴 페미니즘 운동의 현재 상황에 대해 솰라 솰라 설명하는데, ‘영어 막귀’인 저는 1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영어를 마지막으로 공부한 지 언제였더라…‥.) 모임 첫 날부터 순탄치 않았습니다…‥.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군요.

 

‘후기’ 순서는 이렇습니다. 앞으로 후기를 이런 순서대로 작성하려고 합니다. 글의 초반부는 책 본문에 대해서 자유롭게 논의한 발언들을 소개했고요, 중반부는 책과 관련 없는 발언들을 정리했습니다. 어제 모임은 책과 관련 없는 내용이 많은 편이었는데, 그래도 다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어야 할 중요한 내용입니다. 글의 후반부는 제가 모임에 했던 발언을 짧게 소개하고, 발언 내용 중에 고쳐야 할 점을 일종의 소감문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회원님들이 제 발언을 듣고 고쳐야 할 부분을 바로 잡아주셨는데, 그 점이 아주 좋았습니다. 지금까지 알라딘 블로그에 페미니즘을 주제로 쓴 글을 공개하면서 정중한 비판 의견을 들으려고 기다렸습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지만, 제 글의 댓글창에는 파리만 훨훨 날아다녔습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쭉 조용한 상태로 유지될 것 같습니다. 이 상황을 계속 지켜보기 힘들어서 레드스타킹 독서모임에 참석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각설하고, 어제 모임에 나왔던 발언들을 모아 보겠습니다. 모든 분이 하셨던 말씀 전부 기억나지 않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그 점을 생각해서 가볍게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어제 독서모임 ‘공식 후기’가 레드스타킹 인스타그램에 공개되면 여기에 공유하겠습니다. 제 글이 미심쩍다고 생각하는 분은 ‘공식 후기’를 참고하세요.

 

 

 

 

※ 후기 구성 방식

 

[1] 책 본문에 대한 자유 발언들.

 

[2] 책과 관련 없는 자유 발언들.

 

[3] 내 발언의 문제점과 피드백(feedback), 보완해야 할 점.

 

 

 

 

 

 

[1]

 

 

 

 

 

 

 

 

 

 

 

 

 

 

 

 

 

 

 

 

 

* 《젠더 무법자》(바다출판사, 2015)를 읽으면서 단번에 이해하기 힘든 문장들이 많았습니다. ‘젠더 외부자(126쪽)’. 저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와 닿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젠더 위반자’라는 말까지도 나옵니다. 저는 이 두 단어가 뭘 의미하는지 확실히 개념을 잡고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혹시 ‘젠더 외부자’가 트랜스젠더(《젠더 무법자》의 저자 케이트 본스타인)가 유동적 정체성(‘남성’, ‘여성’으로 구분되는 성별에 얽매이지 않는 것, 21쪽)을 깨닫기 전 상황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닐까요?

 

* 유동적 정체성을 강조한 저자의 입장이 아나키즘(Anarchism: 무정부주의)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걸 느꼈어요.

 

* 그런가요? 저도 아나키즘에 심취한 적이 있는데요, 유동적 정체성과 아나키즘 각각의 의미를 따져보면 두 개념 간의 유사점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요.

 

* 이 책에 ‘섹슈얼리티(Sexuality)’라는 단어가 나와요. 그런데 지금까지 페미니즘을 공부를 해왔지만, ‘섹슈얼리티’가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 트랜스젠더 수술 과정을 묘사한 내용(39~45쪽)을 보기 전까지는 트렌스젠더 수술이 이렇게 위험한 것인 줄 몰랐어요. 저는 막연하게 트랜스젠더 수술이 여성의 성형 수술과 거의 비슷한 방식이라고 생각했어요.

 

* 비트렌스섹슈얼로 살아와 보니 트랜스섹슈얼이 처한 상황들에 공감하기 어려웠어요. 책에 밑줄 긋고 열심히 읽어봤지만, 제겐 여전히 이 책이 어려워요.

 

 

남성 크로스드레서는 게이고 성매매를 할 거라는 생각은 흔한 오해 중 하나다. 내가 만나 본 대부분의 크로스드레서는 주류에 속하는 직업과 경력을 갖고 있었고 사회적 지위도 높은 편에 속했다. 또한 기혼자이고, 이성애를 실천하고 있었다. (71쪽)

 

 

* 제가 실제로 남성 크로스드레서(Cross Dresser, 반대 성별의 옷을 입는 사람들, ‘남성 크로스드레서’라 하면 여성의 옷을 입는 남성을 뜻한다)를 만나봤는데요, 게이가 아니었어요.

 

 

트랜스섹슈얼들이 침묵한 또 다른 이유트랜스젠더 하위문화의 신화 때문이다. 그 신화란 트랜스섹슈얼이 두 명 이상이면 더 쉽게 트랜스섹슈얼로 보일 것이고, 그래서 패싱(Passing: 반대 성별에 맞춰 외모를 유지하고, 그 성별에 맞춰 행동하는 것)[1]이 안 될 거라는 것이다. 난 트랜스섹슈얼들이 서로를 엄청나게 위협하기 때문에 서로 멀어진다고 생각한다. (110쪽)

 

 

* 트랜스젠더들끼리 서로를 혐오한다고 해요. 이렇다 보니 트랜스젠더들이 성 소수자 운동(LGBT 운동)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아요.

 

* 트랜스섹슈얼을 여성 운동에 배제하는 문화주의 페미니즘(Cultural feminism)에 대한 내용을 보면서 ‘TERF(터프)’가 떠올랐어요. 저도 래디컬 페미니즘(Radical feminism, 급진주의 페미니즘)을 지향하지만, 성 소수자를 배제하는 래디컬 페미니즘의 분리주의적 태도에 동의하지 않아요.

 

* 오래전에 하리수가 자신의 삶을 공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저는 그 방송을 본 적이 있어요. 방송에서 십자수를 하는 하리수의 모습이 나왔어요. 그 모습을 시청한 페미니스트들이 하리수를 비판했어요. 그들의 입장에 따르면 ‘남성이었던 여성’인 하리수가 십자수를 하는 모습이 고정적인 성 역할, 즉 ‘여성성’을 재현한다고 봤던 거죠.

 

 

어떤 트랜스섹슈얼들은 레즈비언 분리주의자로부터 배제되는 걸 억압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레즈비언은 트랜스젠더를 억압할 만한 경제, 사회적 자원을 갖고 있지 않다. 난 양쪽이 마주 앉아 서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좀 진지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39쪽)

 

* 성 소수자 운동에 찬성하는 저는 139쪽 내용에 공감했어요. 하지만 저자의 해결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건 사실이에요.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성 소수자들끼리 차별하고 반목하는 단절된 상황이 남아 있거든요. 그래도 저는 이 내용을 보면서 성 소수자들도 연대하는 희망적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2]

 

 

* 여러분들, 그거 아세요? 1990년이 ‘백마 띠의 해’였어요. 그 당시 사람들은 1990년에 태어난 여자는 성격이 드세고 팔자가 사납다는 속설을 믿었어요. 낙태가 성행하던 시기라서 1990년에 태어난 여자아이를 낙태시키는 일이 많았다고 해요. 더 충격적인 건 과거 정부가 여성에게 낙태와 피임을 종용했던 시대가 있었다는 사실이에요. 1960년대에 산아제한정책의 하나로 ‘낙태 버스’까지 존재했었어요. 정말 끔찍한 일이에요.

 

*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내 마음속에 있는 ‘성적 욕망’을 경계하고, 스스로 검열할 때가 있어요. 이럴 때 정말로 답답해요.

 

* 혼자 괴로워하지 마세요. 나의 몸, 나의 성적 욕망을 긍정하세요. 성적 욕망은 절대로 나쁜 게 아닙니다. 자신의 진짜 모습, 진짜 감정을 솔직하고 당당하게 드러내세요.

 

 

 

 

 

[3]

 

 

 

 

 

 

 

 

 

 

 

 

 

 

 

 

 

 

 

저는 학교가 ‘젠더 지정’받기 쉬운 장소라고 밝혔습니다. 아이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자신이 어떠한 성별인지 체득하는 것이죠. 이 얘기를 하면서 저는 ‘남녀평등 교육’이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다른 분이 ‘남녀평등’이란 단어가 젠더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분은 《양성 평등에 반대한다》(교양인, 2016)를 언급하면서 ‘남녀평등’, ‘양성평등’의 허점을 알려줬고, 남녀 이분법적 젠더 범주를 해체하기 위해선 ‘성 평등’이라고 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작년에 《양성 평등에 반대한다》를 읽은 저로서는 부끄러웠어요. 제가 그동안 얼마나 혼자서 ‘헛공부’를 했는지 깨달았어요. 페미니즘의 기본부터 다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섹슈얼리티’의 의미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분의 말씀에 공감했습니다. 페미니즘을 공부했을 때 자주 나오는 페미니즘 용어의 정의를 대충 이해하고 넘어간 적이 많았어요. 독서모임에 참석하기 전에 책을 꼼꼼히 읽으면서 책 본문에 나오는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스스로 살펴봐야겠습니다.

 

 

 

 

[1] ‘패싱’이라는 단어를 비트렌스섹슈얼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고 싶은데, 이 용어의 의미 또한 꽤 복잡합니다. 개념에 대한 설명이 미흡해도 이해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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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3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2-14 15:14   좋아요 1 | URL
‘평등’이라는 단어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아요. 각각의 이해집단이 쓰는 ‘평등’의 의미가 서로 차이가 있거든요. 정말로 머리가 아플 정도로 생각거리가 많습니다.. ^^;;

나와같다면 2018-02-13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90년 ‘백마 띠‘ 의 기괴하고 무서운 성비를 우리는 봤습니다

말 못하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적어도 자기 새끼중에서 암.수를 걸러내지는 않을텐데요

동성애를 비판할 때 들고 나오는 논리가 ‘자연의 섭리‘에 어긋난다는 것 입니다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논리인지

이미 무시무시한 성비를 봐 버렸는데..

cyrus 2018-02-14 15:21   좋아요 0 | URL
섭리라는 건 항상 고정 불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과 상황에 따라 변하기 마련입니다. 자연도 마찬가지죠. ‘자연의 섭리’가 불변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성별 또한 정해진 대로 죽을 때까지 변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말이 안 되는 논리입니다.

1990년에 낙태로 사망한 여성 태아의 수가 얼마인지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생각보다 높은 수치였습니다.

stella.K 2018-02-14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크로스 드레서가 그뜻이었구나.
나도 게이나 레즈비언인줄 알았는데.
<심야식당>에도 나오잖아.
뭐 옷 입는거야 자유라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을까
싶기도 한데...

근데 진짜 1990년에 그런 일이 있었나?
오히려 백마 띠라고 막 띄워줬던 것 같은데.
인구감소를 우려해서.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ㅠ

댓글창에 파리가 날랐던 건 너만큼 이 분야에 대해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근데 레드 스타킹 엄청 쎈덴가 보다. 영어를 기본으로 깔고 있다니.
잘 버틸 수 있겠니?ㅋㅋ

크리스 니가 잘 생겼다고 할 정도면
좀 아닌가보다.
난 그렇게 이해해.ㅎㅎㅎ

cyrus 2018-02-14 17:43   좋아요 1 | URL
개인의 취향이죠. 취향을 존중해야 합니다. 성전환 수술이 생각보다 비용이 비싸고, 위험성과 후유증이 큰 편이에요. 그래서 생물학적 성별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고 ‘크로스드레서‘ 방식으로 반대 성별의 삶을 살고 싶어 해요.

제 글이 보고서 스타일인데다가 글 한 편 길이가 워낙 길어서 정독하는 분들이 많지 않을 걸요.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A4 용지 한 장 반 분량의 글을 읽으면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해요. 짧은 글을 읽는 것에 익숙해지니까 적당한 분량의 글조차 제대로 못 읽는 것이죠. 그리고 알라딘 서재 안에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어려워요. 독서모임이 책을 읽고 난 뒤에 느낀 내 생각을 제대로 피드백 받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에요.

레드스타킹 가입 조건에 영어 특기는 없습니다.. ㅎㅎㅎ 이 모임에 참석하면 페미니즘 영화도 볼 수 있어요. 회원님들이 페미니즘 영화에 관해서 대화를 나누는 걸 들어봤는데 처음 들어보는 제목의 영화들이 많았어요. 책 좀 덜 보고 영화 상식을 넓혀야겠어요.. ^^;;

psyche 2018-02-15 0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스타에 가서 보고 왔어요. 크리스가 얼마나 잘생겼는지 보려고 간 건 절대! 아닙니다.ㅎㅎ
가서 보니 젊은 남성분들도 몇분 계셔서 상당히 희망적이네요. 대구는 굉장히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곳인 줄 알고 있었거든요. 열심히 모여서 함께 공부하시는 분들을 보니 미래가 밝아보여 기쁘네요~

cyrus 2018-02-18 07:18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 독서 모임, 페미니즘 영화 모임 등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이런 모임에 참석해서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면 혼자 책을 읽으면서 페미니즘을 이해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페미니즘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혀집니다. 여러 사람과 페미니즘을 공부하니까 공부 의지가 쑥쑥 생깁니다. ^^
 

 

 

 

 

 

 

 

 

 

 

 

 

 

 

 

 

 

 

 

 

오늘은 레드스타킹 독서 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선정 도서는 케이트 본스타인(Kate Bornstein)젠더 무법자(바다출판사, 2015)입니다. 케이트 본스타인은 미국의 트랜스페미니즘(Transfeminism) 운동가입니다. 그녀는 mtf(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입니다. 태어날 때 의사가 지정한 성별은 남성이었지만 성전환 수술로 여성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녀는 또 레즈비언입니다. 그래서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의 약자)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늘 모임은 젠더 무법자를 같이 읽어보는 첫 번째 모임입니다. 모임 전에 3장까지 읽었습니다. 1(‘우선 말해 둘 것’)은 저자가 트랜스젠더 스타일, 즉 본인의 글쓰기 방식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장입니다. ‘서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을 패션과 같다고 정의합니다. 그녀는 유동하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생물학적 성별인 남성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성적 규범에 억지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기 위해 그녀는 콜라주(collage) 형식의 글을 선보입니다.

 

 

나는 패션을 선언이나 성명(聲明)으로 여긴다. 그러니까 정체성이 중요한 문제인 한 패션도 계속 중요할 거다. 내 정체성과 패션은 콜라주로 설명될 수도 있다. 그 왜, 여기서 조금 저기서 또 조금 가져다 합치는 것? 일종의 잘라다 붙이기다. (119, 20)

 

 

다양성을 표현할 수 있는 유동성을 반영한 표현 방식이 콜라주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젠더와 여성 운동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 트랜스젠더인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 등을 이것저것 가져다 글을 씁니다.

 

2(‘씨앗 추려내기’)태어나자마자 아기에게 성별을 지정하는 문화를 날카롭게 비판한 장입니다. 저자는 너는 '남자/여자'야라고 지정하고 강요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문화가 너는 이러이러한 존재다.”고 말할 때 젠더가 지정된다. 거의 대부분 문화에서 우리는 출생 시에 성별을 지정받는다. 한 번 젠더를 지정받으면 당신은 바로 그 젠더다. 젠더를 지정해 주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의사이며, 이 사실은 젠더가 얼마나 철저하게 의료화되었는지를 보여 준다. (248)

 

 

젠더를 지정하게 만드는 요인은 무척 많습니다. 특히 생물학적 성별을 받아들이기 힘든 어린아이들은 또래 집단의 압박을 받으면 자신의 젠더 정체성에 혼란을 느낍니다. 학교는 젠더라는 규칙이 지배하는 사회화 기관입니다.

 

인형남(가명)은 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남자아이입니다. 형남이는 인형은 여자아이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학교에 다니는 남자아이들은 인형보다는 장난감 로봇을 더 선호합니다. 형남이는 인형도 장난감 로봇 못지않게 재미있는 장난감이라고 또래 남자아이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하지만 남자아이들은 인형을 가지고 노는 형남이를 놀립니다. “남자가 인형을 가지고 놀다니. 너 여자구나.” 남자아이들은 인형을 가지고 노는 형남이의 모습이 생소해서 그와 친하게 지내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와 어울리면 자신도 여자처럼 행동하게 될까 봐 두려웠던 거죠.

 

형남이는 남자라는 성별이 지정된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느는 남자아이들이 자신을 놀렸을 때 했던 말을 잊지 못했습니다. 너는 여자야.” 그 말이 자꾸만 걸렸던 형남이는 자신의 젠더 정체성을 의심합니다. 자신을 남자아이 모습을 한 여자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외로운 형남이는 인형 놀이를 좋아하는 여자아이들에게 다가가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여자아이들의 반응도 차가웠습니다. 여자아이들은 인형을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거죠. 형남이는 매일 학교 가기가 두려웠습니다. 학교 친구들은 형남이를 남자도 아닌 여자도 아닌 성별이 없는 아이로 대했기 때문입니다.

 

본스타인은 3(‘힘 되찾기’)에서 성별 없이 존재하는 것의 두려움을 느껴봤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공포를 추적하여 자신(트랜스젠더)을 두렵게 만든 젠더 규칙의 영향력을 분석합니다. 비트렌스섹슈얼은 한 번 정해진 젠더는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부여받은 젠더에 맞는 규칙들을 따릅니다. 그리하여 비트랜스섹슈얼은 남자라면 남자답게”, “여자라면 여자답게 행동하는 것이죠. 하지만 트랜스젠더는 이 젠더 규칙에 순응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젠더 규칙을 거부합니다. 본스타인은 트랜스젠더를 젠더 무법자라고 부릅니다.

 

2장에는 트랜스섹슈얼에 반대하는 문화주의 페미니즘(Cultural Feminism)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2물결 페미니즘(196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까지 융성)의 한 갈래로, 급진 페미니즘의 영향을 받았다. 여성의 본질(nature) 혹은 정수(essence)를 재평가하고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생물학에 기반한 남성과 여성의 본질적 차이, 성차를 중요하게 여긴다.

 

(‘문화 페미니즘을 설명한 옮긴이의 각주, 285)

 

 

문화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운동과 LGBT 운동을 병행하는 본스타인을 비판할 때마다 이런 말을 자주 했습니다. 당신이 아무리 여성이라고 말해도 죽는 날까지 당신은 남자로 남을 뿐이다.” 이 말,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죠? 문화주의 페미니즘은 ‘TERF(Trans-Exclusionary Radical Feminism)’와 유사한 진영입니다. 국내에서는 ‘TERF’를 지지하는 페미니스트를 가리켜 터프라고 부릅니다.

 

본스타인은 문화주의 페미니스트의 트랜스섹슈얼 공격을 또 다른 젠더 수호라고 비판합니다. 그녀는 문화주의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성의 본질을 강조하기 위해 젠더 규범을 이용하여 트랜스섹슈얼을 공격한다고 주장합니다. 2장의 핵심 내용은 트랜스페미니즘 대 문화주의 페미니즘간의 대립 양상입니다. 혹시 제 글을 보고 오해를 할까 봐 첨언합니다. 문화주의 페미니즘이 래디컬 페미니즘의 한 분류라고 해서 모든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터프처럼 트랜스젠더를 공격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문화주의 페미니즘오늘 독서모임의 핫 이슈가 될 것으로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저는 트랜스섹슈얼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주의 페미니스트에 대한 레드스타킹 회원님들의 생각이 무척 궁금합니다. 오늘 이 주제로 대화를 나누게 된다면 후기에서 자세히 밝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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