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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한창 헌책방의 매력에 푹 빠진 시기에 운 좋게도 구하게 된 책이다. 손석희 앵커가 쓴 유일한 책이다. 사실 ‘손석희’라는 이름의 활자가 적힌 책이 『풀종다리의 노래(1993년, 역사비평사)』와 『가슴속에 묻어둔 이야기(아침이슬, 2000년)』, 단 두 권뿐이다.

 

 

 

 

 

 

 

 

 

 

그러나 『가슴속에...』는 단독 저자로서 손석희 앵커가 쓴 책이 아니다. 월간 『말』이라는 잡지에 연재된 유명 연사들의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이 책 또한 절판 상태다) 손석희 앵커를 너무나도 잘 알면서도 90년대에 태어난 젊은 친구들은 그가 쓴 책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를 것이다. 나도 몰랐다. 헌책방에서 『풀종다리』를 만날 때까지는.

 

 

 

 

 

 

 

『풀종다리』가 출간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그러니까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들어서기 시작한 첫 해였다. 이 때 뉴스에서 많이 회자되었던 그 당시 사건사고에 관한 단상부터 시작해서 뉴스와 보도에 대한 자신의 신념 그리고 1992년 문화방송 노조 파업 이야기까지 책에 수록된 글의 사연은 다양하다.

 

글의 장르는 에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재미있게도 책의 출판사는 ‘역사비평사’다. 『역사비평』이라는 학술지도 만드는 역사 전문 출판사다. 손석희 앵커의 감상적인 에세이와 역사 전문 출판사의 조합. 이렇게 본다면 안 어울릴 것 같지만 에세이를 쓴 필자와 역사 전문 출판사의 만남은 ‘진보에 가까운 정도(正度)’를 지향하고 있었기에 충분히 가능했으리라고 본다.

 

『풀종다리』가 나온 지 20년의 세월이 흐른지라, 아무리 우리나라에 대중적 영향력이 높은 방송인의 글이라도 지나가는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다. 2004년에 정식 재판되고 난 이후, 절판이 되었다. 절판된 사연이 궁금해서 인터넷에 남아 있는 손 앵커의 인터뷰 내용이나 기사를 검색해봤는데 출판사에서 더 찍겠다는 걸 말렸다고 한다.  손 앵커는 왠지 책을 더 내면 책 장사하는 것 같아서 재판을 거절했다고 한다.

 

 

 

 

 

현재 알라딘 중고샵에 판매되는 『풀종다리』. 가격이 어마어마하다.

 

 

20년 전 이야기로 가득한 글인데다가 손 앵커가 재판을 허락하지 않는 이상 지금 다시 나올 리 만무하고, 심지어 출판물 DB가 최적화되어 있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에 정식 등록되어 있지 않다. 인터넷 서점 전문 중고샵에 한두 권은 볼 수 있을 정도다. 절판 상태인데다가 유명 방송인이 쓴 유일한 책이라서 그런지 꽤 비싼 가격으로 헌책방 매물(?)로 나온다. 제일 비싼 가격은 55000원(책의 정가는 9000원). 시중에 구할 수 없고 나름 희귀한 가치가 있는 책은 터무니없이 높게 잡은 금액으로 헌책방에서 판매된다.

 

대구에서 알아주는 헌책방에서 구했을 때 판매가는 30000원이었다. 헌책방의 매력은 시중에 구할 수 없는 한 권의 책을 숨겨진 보물을 찾는 소유의 기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웬만한 부탁을 해도 가격을 절대로 깎지 않으려는 고집 센 헌책방 주인과의 가격 흥정에서 승리하는 기쁨(?)도 맛봐야 한다. 헌책방에서 자주 출몰하는 젊은 단골손님이 아니었다면 반값에 가까운 가격으로 구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흥정한 끝에 15000원으로 구입했다.

 

 

 

 

 

손때와 먼지가 전혀 묻지 않았을 정도로 워낙 깨끗한 상태로 보존된 책이라서 그런지 책장에 꽂혀있는 것을 매일 보면서도 시간이 딱 멈춘 듯한 느낌이 든다. 『풀종다리』가 손석희 앵커 특유의 변함없는 ‘바른 이미지’를 닮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그의 글은 ‘역시 손석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신 있으면서도 잘못된 세태를 비판하는 ‘바른 말’로 이루어졌다. 글이 참 읽기 쉬워서 거의 ‘칼럼’에 가까운 에세이로도 볼 수 있다. 20년 전에 쓴 글인데도 불구하고 기시감이 느껴진다. 20년 전, 손 앵커가 아쉬워하던 세상의 부조리한 장면은 얼굴과 시간만 달라졌을 뿐이지 여전히 남아 있기에 씁쓸한 기시감이기도 하다.

 

 

 

 

 

 

이틀 전 토요일에 중앙일보 오피니언에 대학생 칼럼을 쓴 학생분들과 함께 JTBC 방송국에서 손석희 앵커를 만나게 되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만남일 것 같아서 저자로서의 ‘손석희’의 친필 사인을 받고 싶었다. 그리고 꼭 그 분에게 이 질문을 하고 싶었다. 혹시 글이나 책을 쓸 계획이 없냐고. 만약에 손석희 앵커의 칼럼이 중앙일보 오피니언에 게재된다거나 또 새로운 책이 발간된다면 대중의 엄청난 반응을 상상해본다. (그런데 시간 부족 관계상 질문을 하지 못했다)

 

4시간 걸리는 서울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을 때도 『풀종다리』를 다시 읽었다. 그 4시간이 지루할 법한데 책 한 권 덕분에 시간 빨리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여러 번 『풀종다리』를 읽고 나서 느꼈지만, 손석희 앵커를 직접 뵈면서 느낀 감정을 한 마디로 요약한 문장으로 책의 소개를 마무리한다. ‘손석희 클래스는 영원하다’

 

 

 

 

 

 

 * 방송사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꼭 받게 되는 질문이 있다. “그 뉴스는 다 외워서 합니까?” 당연히 생길 수 있는 의문이겠지만 매번 그런 질문을 받다 보면 좀 답답해질 때가 있다.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어떻게 그 많은 부분을 외워두었다가 카메라 앞에서 밑에 있는 원고를 보지 않으려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진행자로서의 나는 그저 단순한 ‘전달자’여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뉴스에서는 진행자 개인이 부각되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중략)

 

진행자들이 아무 의미 없이 때로는 현학적 수사로 포장된 기사를 외우고 있고 화면상 보이는 모든 요소들을 치장해 거기에 자족하고 있다면, 또 시청자들 역시 그에 매몰돼 있다면 우리의 방송은 불행하다. (「그 뉴스는 다 외워서 합니까」128쪽, 130쪽)

 

 

 * 오락 일변도의 시청률 경쟁은 결국 비판적 감시 또는 견제 역할이라는 공공성을 중시하는 방송의 이념적 목적지마저도 그 생존의 싸움터에 매몰시켜 버리거나, 아니면 신기루처럼 날려 버릴 것이다. 우리가 진실로 우려하는 것은 이것이다. (「문화관은 슈퍼마켓이 될 수 없다」141쪽)

 

 

 * 문화방송 뒤쪽 아파트 상가의 패스트푸드점 주인 아주머니는 요즘도 날 잘 알아보지 못한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않는 것이란 표현이 맞겠다. 기억력 탓이 아니니까...

연전에 동료들과 그 집에 처음 들렀을 때 주인 아주머니는 날 보더니 “얼굴이 어디서 본 것 같기는 한데” 했다. 나는 쑥스럽기도 하여 “이 집에 몇 번 왔었지요”하고 넘어가 버렸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아, 그랬었지 참”하고 되받는 것이었다. 그냥 웃고 지나갈 참이었는데 우리 중 한 사람이 장난기로 말을 했다.

“아주머니 이 사람 모르시겠어요? 테레비에 나오는 사람인데.”

“테레비?”

“예. 저녁 때 채널 11번 틀면 이 사람 나와요.”

“아, 그래요? 무슨 시간에?”

“뉴스시간에요. 아나운서거든요.”

나는 옆에 앉아 있기가 영 곤혹스러워 이 친구를 연신 쿡쿡 찌르고 있었는데, 아주머니의 다음 얘기를 듣고는 파안대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11번이면, 그러니까 그게 TBC지?”

세상에 웬 TBC란 말인가. 십여 년 전에 없어진 동양방송이 멀리도 아니고 문화방송 바로 뒤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아주머니를 통해. 채널 11로 부활한 것이다. (「아나운서, 팔방미인 박명시대」142~143쪽)

 

- comment : 만약 아주머니가 지금 살아 있다고 가정하고 TBC가 채널 15로 부활한 JTBC 뉴스9를 진행하는 손 앵커를 브라운관에서 본다면 무슨 느낌이 들까? 아니, 사실 이 글의 문장만 손 앵커에게 보여주고 싶다. 본인도 20년 전에 만난 아주머니의 말씀처럼 중앙일보의 앞 글자 이니셜 ‘J'가 붙은 TBC에서 일하게 된 운명에 파안대소했을 것이다.

 

 

* 우리가 진실로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광기 어린 시대에 부화뇌동의 차원을 넘어 상쇠 노릇을 한 것만이 부끄러운 것인가. 아닐 것이다. 말할 수 있는 시기에마저도 침묵한 것 역시 부끄러운 일이다. (「잉크물에 담긴 63빌딩」168쪽)

 

- comment : 지금은 말할 수 있는 시기에 침묵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그러나 말할 수 있는 시기를 부정하고, 침묵하기를 강요하는 세력이 존재하니, 이마저도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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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4-01-14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석희 아나운서가 책을 낸 적도 있었군요. 그때나 지금이나 그 사람은 여전히 담백한 모습이라 참 좋아 보여요~

cyrus 2014-01-16 23:19   좋아요 0 | URL
네, 그 날 손석희 아나운서를 직접 가까이서 처음 만났는데요, 역시 정직하고 바른 이미지는 평소에도 여전했어요. 그리고 뉴스와 언론에 대한 소신이 변하지 않았고요.

hnine 2014-01-14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이제는 헌책방에서 구할 수 있는 책이 되었군요.
전 이 책 나온지 얼마 안되어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어요. 그때는 그저 인기 앵커라고만 생각했지 20년 후 지금과 같은 지명도를 같는 인물이 될지 짐작도 못했어요. 20년이 참 훌쩍 간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cyrus 2014-01-16 23:20   좋아요 0 | URL
20년 전에 나온 책을 썼을 당시에도 손석희 아나운서 본인도 그렇고, 그 누구도 훗날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 될 지 예상하지 못했을거에요.
 

 

 

 

 

 

 

 

 

 

 

 

 

 

 

 

 

 

며칠 전에 알라딘 중고샵에서 조르조 데 키리코와 후안 미로의 그림들을 볼 수 있는 책을 구입했다. 요즘 관심 있는 미술사조가 초현실주의다. 르네 마그리트의 미술에 관한 책을 읽다가 거기에 '조르조 데 키리코'라는 화가의 미술에 대해서 궁금해서 구입하게 되었다. 정말 운이 좋다. 키리코의 미술을 알 수 있는 책이 국내에 딱 한 권이 있었다니. 키리코도 초현실주의 미술사조에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유명한 화가임에도 불구하고 피카소, 마그리트, 달리에 비해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아서 아쉽다.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초현실주의 화가들은 키리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마그리트도 키리코의 영향을 받은 화가들 중의 한 사람이다. 마그리트의 그림들 중에는 데 키리코의 화풍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도 있다.

 

 

 

 

 

조르조 데 키리코 「사랑의 노래」 1914년

 

 

 

 

 

 

르네 마그리트  「기억」 1938년

 

 

 

 

 

 

 

 

 

 

 

 

 

 

 

 

 

 

 

마그리트는 키리코를 열렬히 추종할 정도로 그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키리코는 형이상학파의 양식을 구축함으로써 몽상적인 화풍을 구사하였다. 연관성 없는 대상물을 주관적으로 끼워맞춰 몽환적인 고독적 세계를 재구성하였는데 마그리트를 포함한 초현실주의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키리코와 마그리트, 이 두 사람은 화풍만 비슷한 것이 아니라 인생의 과정도 닮은 점이 많았다.

 

 

 

 

 

 

 

조르조 데 키리코  「어린 아이의 머리」 1914년

 

 

 

 

 

 

 

르네 마그리트  「연인」 1928년

 

 

 

 

둘 다 어린 시절, 가족의 죽음에서 비롯된 정신적 고통이 우울증을 유발하였다.

 

 

키리코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우울증으로 고생하기 시작했으며 그것이 평생동안 괴롭히는 트라우마가 되었고다. 마그리트는 키리코보다 더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마그리트의 어머니는 얼굴에 하얀 천으로 덮힌 채 익사한 채 발견되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서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오늘날 마그리트 관련 연구가들 사이에서는 자살이라고 보고 있다) 원인 모를 어머니의 죽음이 지울 수가 없는 기억의 상흔으로 남게 되어 우울증을 유발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으며 그러한 상흔의 표상은 하얀 천으로 얼굴을 덮힌 인물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둘 다 서로 초현실주의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는 동시에 그들로부터 배척당했으며 스스로도 그들과 관계를 단절했다는 점에서 닮은 점이 있다. 하지만 정작 키리코는 자신의 화풍과 유사한 마그리트의 작품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고 한다. 그러한 면모는 마그리트에 보낸 키리코의 편지에서 알 수 있다.  

 

 

 친애하는 동료이자 선생님,

 

 귀하의 12월 31일자 친절한 편지에 대한 답신이 늦어진 데 대하여 사과드립니다. 저는 귀하의 흥미 있는 전시회를 보았고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귀하의 그림들은 '초현실주의 회화'로 널리 알려진 많은 그림들이 그러하듯이 재치가 있고 보기에 나쁘지 않았습니다. 귀하께서 곧 로마로 오실 거라고 드 코르테 씨가 알려 주셨습니다. 그때 귀하를 개인적으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음을 다하여.     

 

 

 - 수지 개블릭『르네 마그리트』시공아트, pp 77~78 -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편지에 볼 수 있겠지만 그 당시 마그리트와 키리코 그리고 초현실주의와의 관계를 이해한다면 마그리트 입장에서는 상당히 기분이 언짢았을 것이다. 키리코의 답신이 늦은 것도 기분 나쁜 마당에 자신의 화풍을 스스로 교류를 거부했던 '초현실주의 회화'라고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키리코는 의도치 않게 마그리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것이다. 아마도 키리코는 마그리트의 미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듯하다. 이러한 잘못된 이해는 마그리트에 대한 무관심에서 비롯 된다고 볼 수 있다.

 

 

글의 내용이 갑자기 마그리트와 키리코 이야기로 잠깐 옆으로 새고 말았는데 중고샵에서 구입한 키리코와 후안 미로에 관한 미술 관련 도서가 예경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20세기 미술의 발견' 시리즈에서 나온 것임을 알 게 되었다. 요즘에는 마로니에북스, 시공아트, 한길아트 등 예술 전문 도서 출판사에서 유명 화가들의 미술을 이해할 수 있는 개론서 시리즈가 나오고 있는데 예경역시 지금도 꾸준히 책을 내고 있는 미술 관련 도서를 소개하는 출판사이며 '20세기 미술의 발견' 시리즈는 아주 오래 전에 나온 미술도서 시리즈다. 1995년에서 1996년에서 출간되었으니 지금으로부터 무려 16, 17년 전에 나온 것이다.

 

 

 

 

 

 

 

 

 

 

 

                              

                  

 

 

 

 

'예경'이라는 출판사의 이름이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예경에서 나온 잘 알려진 미술 관련 도서가 E.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다. 책을 구입할 때 출판사에 대한 정보도 알아보는 편인데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판형 크기는 큰 편인데 일반 화보집의 크리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주황색 커버를 벗긴 상태

 

 

 

 

 

 

 

 

 

 

 

 

 

 

 

하지만 이 시리즈는 그림만 있는 화보집이 아니다.

책의 초반부에는 화가의 생애와 미술에 대한 소개가 실려 있다.

 

 

 

 

책은 나온 지 오랜 시간이 지나게 되면 대중들로부터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며 팔리지 않게 되면 품절 또는 절판을 맞게 된다. 예경의 '20세기 미술의 발견' 시리즈도 그 중의 하나인데 지금까지도 많은 책을 쏟아내고 있는 출판사의 실정을 본다면 시리즈의 절판이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 알라딘에서 구입할 수 있는 시리즈는 『조르조 데 키리코』와 『오스카 코코슈카』뿐이다. 나머지 프랜시스 베이컨, 마르크 샤갈,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바실리 칸딘스키, 살바도르 달리, 마그리트는 절판이다. 하필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읺은 화가 시리즈 두 권만 살아남았다. (오스카 코코슈카의 미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그에 대해서 유일하게 알고 있는 정보는 오스트리아의 음악가 구스타프 말러의 아내와 교제했다는 사실이다. MBC '서프라이즈'에서 본 것 같다.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말러의 아내가 세기말 예술가들로부터 구혼을 받았을 정도로 예술가들의 '뮤즈'였다는데 자세한 내용은 따로 알아봐야겠다)

 

『호안 미로』같은 경우에는 정말 운이 좋게도 중고샵에서 건진 것이다. 회원 중고샵이 아닌 알라딘 중고샵에서.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시중에 구할 수 없는 절판된 책이 알라딘 중교샵에서 판매되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리고 회원 중고가격이 좀 센 책도 있다. 그 책이 바로 『칸딘스키』와『마그리트』 인데 2만 원을 넘는 가격으로 책정되고 있다. 마그리트 관련 책을 모으고 싶은 나로써는 그저 군침만 흘리고 있다.

 

사실 절판된 화가의 시리즈들은 대중의 인지도가 높은 유명한 화가들이며 그들의 그림들을 함께 볼 수 있는 개론서는 다른 출판사에서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오래된 책이 절판되었다고 해서 굳이 실망할 필요는 없지만 이 시리즈를 구입한 나로써는 시리즈를 모을 수 없다는 사실에 아쉽게 느껴진다.

 

 

 

 

 

 

 

책 커버 뒷날개에 있는 시리즈 목록,

근간 예정인 시리즈가 11권이라는 것은 또 하나의 예술가 시리즈로써

장기적으로 꾸준히 출간할 계획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나온 시리즈들이 거의 절판, 품절 상태를 맞게 되다보니

근간 예정 도서들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아쉬운 점은 예경의 '20세기 미술의 발견' 시리즈에는 원래 더 나올 수 있는 책이 있었다. 말 그대로 '근간' 예정인 책들인데 출판될뻔한 화가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파울 클레, 페르낭 레제, 마르셀 뒤샹, 카시미르 말레비치, 조르주 브라크,

막스 에른스트, 후안 그리스, 재스퍼 존스, 피에트 몬드리안, 에드바르트 뭉크,

안토니 타피에스.

 

총 11권이다. 적지 않은 권수이다. 지금도 책 커버 뒷날개에 보면 20세기 미술의 발견 시리즈 목록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근간' 예정으로 나온 책들이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이미 때 이른 '절판'을 맞게 되었다. 이 미술 도서 시리즈가 재출간하지 않는 이상 근간 예정 도서들의 출간 소식을 들을 수 없을거 같다. 근간 예정 도서의 화가들을 보면 안토니 타피에스를 제외하면 유명한 화가들이다. 그리고 몇 몇 화가들은 지금까지도 개론서 한 권이라도 소개되지 않은 것도 있다. 말레비치, 막스 에른스트, 후안 그리스, 재스퍼 존스 같은 경우에는 이들의 미술 세계를 집중적으로 심도 있게 소개한 책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특히 에른스트 같은 경우에는 열화당에서 나온 개론서 딱 한 권이 있지만 이 책 또한 절판이다.  

 

지금도 미술가들을 소개한 개론서 시리즈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러한 책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미술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많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제대로 소개하지 못한 미술 분야 또는 화가들이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예술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대중의 인지도가 높은 화가들의 전시회만 많이 열면 다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림을 실물로 직접 보고 감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그 하나의 그림 속에 담겨져 있는 예술가들이 추구했던 미적 양식과 가치 그리고 예술혼(魂)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술가들의 생애와 업적뿐만 아니라 그들의 미술 세계를 제대로 소개할 수 있는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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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3-17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미술에도 조예가 깊은 시루스! 훈늉해!
다시 구할 수 없다니 씁쓸하군. 잘 샀네.ㅠ

cyrus 2012-03-19 12:30   좋아요 0 | URL
아직은 많이 공부해야 할 수준이에요. ^^
시리즈 중 남은 한 권도 절판되기 전에 얼른 구입해야겠어요.

비로그인 2012-03-17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님 프로필 사진을 어디서 많이 봤다 싶었는데, 이제 알았네요! ''
사람의 뒷모습을 자주 그린 화가라고 들었는데... 하여간 미술에 대해서는 극히 무지해서 이 페이퍼 읽는 동안 새롭고 또 재밌었어요. 평소에 이 사람 그림 참 좋다고 생각한 화가가 있는데, 한 번 그와 관련된 미술서적을 찾아봐야겠어요. 그나저나 예경시리즈가 절판되어서 안타깝네요.. 워낙 다른 시리즈가 많아서 그런가 ㅠ ㅠ

cyrus 2012-03-19 12:33   좋아요 0 | URL
자신이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의 일생과
미술 세계에 대해서 더욱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거 같아요.
그리고 그 화가에 대해서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면도 알게 되는 것도
기분이 새롭기도 하답니다. ^^

아무래도 예경 이외에도 화가들을 소개하는 시리즈가 많기 때문에
그런 점도 있는가봐요. 그래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화가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정말 좋은 시리즈가
될 수 있었을텐데,, 그것이 무척 아쉽기도 합니다.

차트랑 2012-03-17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틈틈히 읽고 있는 중인데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정말 듬직한 책입니다요..

cyrus 2012-03-19 12:34   좋아요 0 | URL
맞아요, 가격이 비싸지만 소장가치도 있어요.
책장에 꽂혀 있으면 집주인이 미술에 관심이 많구나하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

아이리시스 2012-03-17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시리즈가 있었군요. 좋은 정보예요!!^^
저는 인상파 화가들을 좋아하는데 시리즈에 있는지 봐야겠어요.

cyrus 2012-03-19 12:35   좋아요 0 | URL
시중에 나오고 있는 화가 시리즈에는 인상파 화가들이 있을거에요.
문득 생각난건데 미술사조별로 화가들을 묶어서 소개하는 시리즈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한 눈에 특정 미술사조의 화가들을
파악할 수 있잖아요. ^^
 

 

 

 

오랜만에 K대 근처에 위치한 헌책방에 들리게 되었다. 작년 여름에 딱 한 번 방문하고 책을 구입했으니 거의 5, 6개월만의 헌책방 방문이다. 확실한 경제적 여건과 기반이 없는 학생 신분이라서 헌책방을 자주 들려서 책을 구입하는 건 아니다.

 

살다보면 가끔은 지갑이 두툼해지는 시기가 찾아온다. 예를 들어서 명절 시즌이다. 다행히 학생 신분인데다 친척들 사이에서 나름 착하고 유능한(?) 이미지 덕분에 세뱃돈을 많이 받는 편이다.

 

이번에 받은 세뱃돈으로 어디에 쓸지 고민하다가 오늘 날씨도 풀린 김에 헌책방 나들이를 했다. 비록 옆구리가 시릴 정도로 찬 바람이 옷깃을 스쳤지만 책이 가득한 곳에 간다는 것은 항상 기대와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책 네, 다섯 권 정도 살 수 있을 정도로 비용을 여유롭게 챙겼던터라 지름신이 옆애서 부채질했다. 예전부터 읽고 싶었고 시중에 구할 수 없는 책들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책 구입만큼은 신중을 기하는 편이라 많이 구입하지 않았다.

 

 

헌책방 마니아들에게는 헌책방에서 책을 찾고 구하는 기준이 제각기 다를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읽고 싶은 책을 고르되 그 책이 지금이 절판인지 곰곰히 따져본다. 나름 헌책방에 관한 정보도 검색하면서 찾아보는 습관이 있고 알라딘 검색을 자주 이용한 덕분인지 이 책이 지금 절판 상태이며 헌책방에서도 구할 수 없는 '레어' 아이템인지 어느 정도 알아보는 편이다. 사실 바로 알아본다긴 보다는 직감과 추정으로 구분하는 정도이다. 실상 절판 도서인 줄 알고 구입했건만 알고 보니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내가 다니는 K 대학교 근처 헌책방 같은 경우에는 한가롭게 책을 고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자주 헌책방에 드나들면 헌책방 사장님도 단골 고객을 알아보고 충분히 구입할 수 있도록 배려해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 곳을 일 년에 한 번 꼴로 방문하니 아직은 그런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네 번째 방문인데도 사장님은 헌책방에 처음 오는 학생 손님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항상 나에게 "무슨 책, 찾기를 원하십니까?"하고 먼저 물어본다. 자주 들리지 않았지만 헌책방 구조가 어떤지 그리고 수많은 책더미들 사이에 나름 분야별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을 단 번에 구분하는 편이다. 항상 문학, 인문학, 과학, 예술 분야의 책들을 보는 편이라 건물 한 가득 쌓여 있는 헌책방 속에서도 소설 책이 어느 위치에 배치되어 있는지 알아 본다.    

 

 

 

40분 정도 고른 끝에 딱 세 권 만 구입했다. 총 비용은 11000원.

 

더 구입하고 싶은 책이 세, 네 권 정도 있었지만 다음 기회에 구입하기로 했다.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직접 찾아보는 재미가 있기에 헌책방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야말로 수많은 책 더미 속에서 손에 먼지를 묻혀가며 고른다는 것은 자신만의 보물을 찾는 지적 모험자이다. 읽고 싶은 책을 한꺼번에 구입하게 된다면 다음 헌책방 모험에서 재미를 만끽할 수 없다.  

 

 

 

 

 

 #1 노르베르토 보비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문학과 지성사, 1994년 (4쇄)

 

 

 

 

 

이 책은 알라딘에 판매되고 있다. 초판이 1992년에 나왔는데 지금은 정가가 11000원이다. 알라딘 온라인에서는 9000원으로 할인 판매되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어지고 있는 정가 가격만으로 헌책방에서 책 세 권을 구입한 셈이다. 10년 전에는 이 책이 5500원으로 판매되었는데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책이 사진 속 표지처럼 똑같은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알라딘 검색 정보에 표지 이미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와 내용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지만 확실한 것은 조국 교수가 이 책을 추천한 걸로 알고 있다. 알라딘 서재 오른쪽 상단에 보면 명사의 추천도서가 소개되는 코너가 있는데 조국 교수가 이 책을 추천하게 된 이유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몰락한 ‘소비에트 사회주의’의 이데올로기와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한 얼치기 좌파가 읽어야 할 필독서.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와 관계, 사회주의와 자유주의의 관계에 대한 냉정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알라딘 '명사추천도서' [조국 교수 편] 중에서)

 

 

 

우리나라 사회에는 여전히 역사의 시간 속으로 사라진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좌파'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한 '좌파'가 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 보비오의 책을 일독하고 싶었다. 그보다도 이 책을 더욱 읽고 싶게 만들었던 것은 '사회주의와 자유주의의 관계'라는 구절 때문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사회에 때아닌 '자유민주주의' 대 '민주주의' 개념 논쟁이 있었다. 비록 역사학계 내에서 이루어진 사회적 쟁점이었지만 우리 사회에서 자주 거론되고 언급되는 '-주의'들 간의 이념적 관계와 차이점을 정립하지 못한다면 역사학계의 진흙탕 싸움이 사회 전체, 즉 정치판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싸움판에 대중들마저도 이념 정의 및 그 이념에서 주장하고 있는 입장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면 6.25 전쟁 이후 시작된 이념 논쟁이 야기된 좌우파 간의 갈등은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념 대립은 곧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헌책방에서 판매되는 책들에는 헌책방 한구석에서 시간의 먼지 속에 파묻히고 있지만 그들도 한때 주인들의 손길을 경험한 이력이 있으며 사연을 가지고 있다. 간혹 헌책방에 구입한 책들 중에는 이름 없는 책의 주인들의 흔적이 남아 있기도 하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책의 이력이 독특하다. 책 옆면에 '경주교도소 도서' 날인이 찍혀 있다. 책 하단에 '문학 800-930' 이라는 일련 번호가 쓰여진 스티커가 붙여 있는 걸로 봐서는 교도소에 소장된 문고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몇 페이지에는 볼펜으로 밑줄 친 흔적이 남아 있다. 사회권 운동을 하다가 교도소에 수감된 무명의 사람이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밑줄을 그었으리라 상상해본다.

 

 

 

 

 

 #2 물타툴리 <막스 하벨라르> 문학수첩, 1994년 초판

 

 

 

 

 

 

이 책의 제목과 저자를 보게 된다면 생소하게 느껴지는 독자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사실 알라딘 검색망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며 헌책방에서조차도 구하기 힘든 책이니깐.

 

영어 표기법에 따라 발음의 차이가 있는데 네이버 백과사전에서는 '물타툴리, <막스 하벨라르>'로 표기되어 있다. (여기서는 '물타툴리' , '막스 하벨라르'라고 통일하여 사용하겠다)

 

 

 

 

 

 

원형 사진 속 인물이 책의 저자 '물라툴리',

그리고 하단에는 그의 자녀와 아내의 사진이 있는데

소설 속에 등장한 인물들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참고로 이 책은 소설이다. 네덜란드 출신의 '물타툴리'라는 작가의 대표작인데 '물라툴리'는 필명으로 본명은 에두아르드 다우스 데케르(1820~1887)이다.

 

 

'물타툴리(Multatuli)'는 라틴 어로 '나는 수난을 겪었다' 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필명의 뜻도 그렇겠지만 저자의 이력 역시 독특하다. 19세기 중반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에서 20여 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했으며 그 곳에서 부지사로도 활동했기 때문이다. 이력만 보자면 식민지의 영토에서 근무한 관리로만 볼 수 있지만 멀타툴리는 당시 네덜란드의 식민 통치와 그 곳 식민지 내에서의 가혹한 수탈에 극심한 경멸을 느꼈다고 한다.

 

 

결국 자신의 의견이 묵살되고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되자, 스스로 관리직에서 사퇴하고 본국인 네덜란드로 귀국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경험 그리고 그동안 알려지지 못했던 식민지 통치가 만들어 낸 가혹한 환경을 묘사한 한 편의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막스 하벨라르>인 것이다. 단 한 권의 소설로 '멀타툴리'라는 예명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저자의 소개란에 보면 멀타툴리를 '네덜란드의 셰익스피어'로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네덜란드에서도 그의 동상이 세워질 정도로 지금까지도 문학적인 가치가 인정되고 있는 듯하다.

 

 

 

 

 

 

책 속에 실려 있는 인도네시아 식민 정부 예산안 통과와 관련된 신문 삽화

(1876년 10월 26일자)

 

왼쪽에 한 손에 '막스 하벨라르'라는 이름이 쓰여진 책을 든 사람이 물타툴리다.

삽화 속 대사를 통해서 멀라툴리의 소설이 네덜란드 식민 정책에 끼친 영향을 알 수 있다.

 

"16년 전에 부르짖었던 주장이 이제 드디어 의회에서 관철되었노라!"

 

 

식민지 수탈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사회고발적 형식의 소설은 오늘날에 읽기에는 재미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네덜란드의 식민정책에 변화를 일으킬 정도라면 이 책 한 권이 일으킨 대중들의 관심은 대단했던가 보다. 하긴 한창 식민지를 개척해나가면서 제국주의의 힘을 문어발처럼 확장하고 있었던 그 당시 19세기 중반 때 반식민주의적 소설이 나온다는 것은 분명 유럽 전역에 반향을 불러일으킨 문제작으로 남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물라툴리의 <막스 하벨라르>에 대해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서 그나마 이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것은 피터 박스올의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뿐이다. 비록 간략하게나마 소개되고 있지만. 

 

그리고 우석훈 <문화로 먹고 살기>에서도 하벨라르의 소설에 대해서 잠깐 언급되기도 한다. 어디에 인용되는지 확인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자질구레한 정보 하나라도 기억을 잘 하는 편이라 확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혹시 이 책을 읽었거나 또는 소장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한 번 확인해보시길.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 마디 덧붙이자면, 내가 다니는 공공도서관 세 군데에도 비치되어 있지 않다. 내가 알기로는 단 한 곳의 도서관에 이 책을 구할 수 있는데 재미있게도 내가 다니는 D 대학교의 도서관이다.

 

 

 

 

 

 #3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외 <상상동물 이야기> 까치, 1994년 초판

 

 

 

 

 

 

이번 헌책방 나들이 중에서 가장 큰 수확(?)이다. 헌책방에서도 구하기 힘든 책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알라딘에서도 절판 상태이고 아직까지는 중고샵에서도 판매되지 않고 있다. 이 책이 재판되지 않는 한 헌책방에서도 구하기 힘든 책으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르헤스의 <상상동물 이야기>에는 말 그래도 130여 가지의 동서양에 알려진 상상 동물들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상상 동물들에 대한 정보가 수록된 '백과사전'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한 가지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보다 짧기 때문이다. 앞 표지에는 '그림으로 보는 서양판 산해경' 이라고 하는데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지리서인 <산해경>과 견줄하기에는 내용면에서는 부족하다. (동양신화를 대중적으로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한 정재서 교수의 번역본(민음사)을 포함해서 국내의 <산해경> 번역본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00가지 동물의 머리를 지닌 물고기

(보르헤스 <상상동물 이야기> 까치, pp 73)

 

 

 

비록 백과사전만큼의 내용에 따라가지 못하지만 책 속에는 간간이 상상동물을 표현한 일러스트가 실려져 있어서 읽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준다. 책 속에 존재하는 대상들은 상상 속에 존재하는 '동물'이라기보다는 거의 재미있는 특이한 모습을 한 괴물에 가깝다. 그 중에 흥미로운 내용을 소개해본다.

 

 

고대 인도에서부터 전해내려온 전설에 의하면 브라만 계급 출신의 카필라라는 이름의 승려가 살았다고 한다. 그는 다른 승려들보다도 경전에 대한 지혜가 밝았으며 명석한 승려로 알려졌다.  그래서 카필라는 동료 승려들이 경전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들에게 조롱이 담긴 욕설을 하면 놀려댔다. 

 

 '원숭이 대가리' , '여우 대가리' , '개 대가리' . '말 대가리' , 닭 대가리' , 호랑이 대가리' 등등...  그가 말한 동물 대가리만 해도 족히 100가지가 되었을 정도였다.

 

그렇게 놀려대던 카필라는 죽게 되자, 이러한 욕설을 인한 이승의 업으로 인해서 그는 자신이 붙여주었던 모든 동물들의 대가리를 지닌 흉칙한 물고기로 다시 태어나고 말았다. 100개의 동물 머리를 가진 물고기로...

 

 

 

 

카필라 전설을 통해서 본 이 글의 생뚱맞은(?) 결론은...

 

 

상대방에게 함부로 욕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정신적인 상처가 될 수 있으며 자신이 일으킨 정신적 상처의 고통은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다시 돌아온다. '자신이 뿌린 씨앗은 반드시 자신이 거둔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말이다.  

 

 

 

 

 

 

 

 

 

 

 

 

 

 

 

 

 

참고로 보르헤스의 책과 비슷한 것이 과학 칼럼니스트로 알려진 이인식의 <신화상상동물 백과사전>(생각의 나무)이다. 내가 고등학생 때 구판을 재미나게 읽은 기억이 있다. 동물 일러스트가 올컬러라서 좋았다. 그런데 출판사가 도산되는 바람에 이 책 역시 알라딘에서 품절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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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만원의 행복
    from 엄마는 독서중 2012-01-28 01:57 
    cyrus님의 만원의 행복이란 페이퍼를 보고 예전에 이 제목으로 페이퍼를 쓰려고 찍어둔 사진이 묵혀버린 빈밭처럼 방치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의 마음은 퇴색했지만, 이어달리기에서 바톤을 받아쥐 마음으로 생각을 불러올린다.^^ 지금도 하는지 모르겠는데 '만원의 행복'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었다.만원으로 일주일을 버텨야 하는 출연자는 온갖 궁상을 떨며 누군가에게 빈대 붙어 사는 것을 봤다.누군가는 만원을 하찮게 여기지만, 또 누군가는 만원
 
 
순오기 2012-01-27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만원의 행복, 릴레이로 페이퍼 올리고 싶은데요.^^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책 1001은 전에 알라딘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기억이 나요.
어디에 있는지 찾아봐야겠어요.^^

cyrus 2012-01-28 20:50   좋아요 0 | URL
ㅎㅎ 제가 순오기님이 잊고 있었던 행복의 기억을 불러일으켜준 셈이네요^^

차트랑 2012-01-28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무한한 책의 세상이여~
제가 손을 대본 책은 하나도 없습니다요^^

아~
헌책방의 그리움이여~

cyrus 2012-01-28 20:50   좋아요 0 | URL
시간 나신다면 헌책방에 들려보는 것도 좋답니다 ^^

마녀고양이 2012-01-28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요, 이 페이퍼를 읽으면서 생뚱맞게
우리 조카들 대학 가도 세뱃돈 줘야 하나? 하고 고민했다는거 아닙니까... ㅋㅋ

하지만 헌책방에서 건진 책을 보니, 제가 좋아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어쩐지 맘이 짠해집니다.... 헌책이라는 자체의 따스함과 역사가 또 있는거 같아요.
<상상 동물> 건지신거, 축하드립니다!

cyrus 2012-01-28 20:51   좋아요 0 | URL
이거,, 애정남한테 물어봐야되는거 아닌가요? ^^
저도 그 기준에 대해서 무척 궁금하네요 ㅎㅎ

노이에자이트 2012-01-28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멀타툴리가 죽은 후에도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야망을 버리지 않았더군요.태평양 전쟁이 끝나고 일본이 동남아에서 물러나자 네덜란드는 다시 인도네시아에 침입해 독립운동을 무력진압해 많은 민간인을 학살했지요.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를 식민지로 수탈한 기간은 무려 300년을 넘었습니다.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세월이죠.

cyrus 2012-01-28 20:53   좋아요 0 | URL
제가 쓰다보니 잘못 적었네요. 오타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네덜란드와 인도네시와의 역사가 짧지만 않군요. 그래도 식민지 열풍이
불고 있던 시기에 이런 반식민주의적 소설이 나왔다는 사실만 해도
대단한거 같습니다.

아이리시스 2012-01-31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교도소ㅋㅋㅋ 정말 다양한 세월과 시간과 추억이 깃든 헌책들이에요.
보르헤스책 중에 저런 게 있는 지는 몰랐네요.
헌책 싫어하지만 이런 글 보면 관심 돋는 것도 사실이에요.
이왕이면 새 책이 좋지만 도서관에 가서 남이 보던 책 뒤적이는 느낌이 좋듯이요^^
 

 

  

  

퇴근하는 길 도중에 버스를 갈아타고 오랜만에 헌책방에 들리게 되었다.  

지갑 안에 10000짜리 지폐 한 장과 5000원짜리 지폐 한 장,  집계 15000원이 있었다. 이 돈으로 집에 돌아오면서 시험한 아이스크림과 맛있는 과자를 살 것인가 아니면 헌책방에 가서 책을 구입할 것인가?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면서 고민했다.    헌책방에 가기 위해서는 중간에 내리고 다른 버스로 갈아 타야한다.   퇴근하는 시간대가 햇빛이 강력히 내리찌는 시점이라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는 버스에서 내리는 것도 귀찮다.  헌책방에 가지 않는다면 버스에서 중간에 내릴 필요 없다.    

헌책방에 가기 전에 미리 구입할 책들을 따로 메모를 하는 편이다.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책을 판매하는 헌책방이 있는데 내가 다니는 곳도 오프라인과 온라인 동시에 책을 판매하는 곳이다. 나름 헌책방 매니아들 사이에서 좀 알아주는 헌책방이다.   

오늘따라 10000원짜리 한 장만으로 충분히 헌책 몇 권 살 수 있다는 직감이 왔다.  헌책방에 들리면서 많아야 5권까지 구입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책을 구입하는데 썼던 비용이 15000원였을 것이다.  정말 읽고 싶었던 신간도서 한 권을 발견하면 대략 5000원에서 7000원 선에서 잡아야한다. 그래서 헌책방에 가기 전에 미리 염두해야할 점은 내가 원하는 신간도서가 헌책방에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지 책을 구입할 수 있는 비용을 넉넉히 준비할 수 있다.    일단 지갑에 이를 대비할 수 있는 비상금(?) 5000원이 있으니 비용 부담 없이 헌책방에 이용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뒤로한 채 중간에 내리고 다시 헌책방에 위치하는 곳을 지나가는 다른 버스로 갈아탔다.   

 

헌책방에 거의 1년 만에 오게 되었는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손님들을 반겨주는 어마어마한 양의 헌책들은 여전했다.  이상하게 입구에 가득 쌓인 헌책들을 보게 되면 이상하게도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헌책으로 이루어진 미로 속 동굴을 탐사하는 기분이 든다.  실제로 헌책방 내부로 들어가게 되면 정말 사람 한 명도 지나가기도 버거울 정도로 헌책이 가득하다.    

헌책방에 처음 오게 되면 성인의 키에 맞먹는 헌책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보면 아무대나 정리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분야별로 정리되어 있다.  헌책방 주인은 손님들이 원하는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자신만의 분류 방식으로 수만권이나 되는 헌책들을 보관한다. 그래서 헌책방을 자주 찾는 손님은 자신이 즐겨 읽는 분야의 책이 어디에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매일 자주 찾는 손님이 아니라서 항상 헌책방에 들리게 되면 헌책의 미로 속에서 헤맨다.  그래서 가끔 헌책방에 오면 주인 어르신이 나에게 항상 건네는 말이 있다.  

 

 " 손님, 무슨 책 찾으십니까? " 

 

나는 1년에 두 세 정도는 헌책방에 드리는 편인데도 여전히 헌책방의 분류를 여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주인 어르신의 도움을 많이 받는 편이다.    인문학, 사회과학, 문학, 과학. 예술 등 모든 분야의 책들을 다 한번씩 훑어보지만 그 중에서 많이 구입한 분야의 책이 문학 특히 소설이 제일 많고 그 다음에 사회과학, 인문학 순이다.   소설은 다른 분야의 책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서 많이 구입하는 편이며 사회과학이나 인문학 도서 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좋은 책이 있다하더라도 독서하는데 지장을 줄 정도로 지저분하게 낙서가 많으면 구입을 안 하는 편이다.   

그래서 헌책방에서 책 한 권 고르는데 대형서점 책 한 권 사듯이 족히 30분 이상은 잡아먹는 편이다.  이렇다보니 주인 어르신 입장에서는 신경 쓰일 수 밖에 없다.  한 시간동안 책 고르다가 그냥 나가는 손님들이 많으니까.    하지만 나는 읽을만한 책 한 권 나올 때까지 오랫동안 있는 편이다.  절대로 빈 손으로 서점에 나오지 않는 것을 독서와 관련된 나의 철칙 중 하나다.   

결국 이리저래 주인 어르신의 눈치 보면서 한 시간 끝에 책 네 권을 골랐다.   구입한 책 네 권의 총 가격은 9000원.   저렴한 가격에다가 평소에 관심 있었던 책들 골랐으니 이번 헌책방 구입은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 

 

  

 1. 지식인을 위한 변명 (장 폴 사르트르, 이학사, 2007년 초판 1쇄)

 

 

 

 

 

 

 

 

  

4년 전에 나온 책도 헌책방에서는 신간도서나 다름없다.  이 책을 처음 발견했을 때 상태가 완전 최상급이었다.   정가로는 8000원, 알라딘 판매 가격에는 6800원.  헌책방에서는 2500원에 구입했다.    

헌책방에서 책을 구입하면 먼저 확인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내가 구입한 책이 초판인지를 서지정보를 보는 것이다.  별 중요한 건 아닌데 이상하게 구입한 책이 초판 1쇄로 발행된 것이라면 세상에서 제일 구하기 힘든 책을 구입한듯한 성취감이 든다.    이 책은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이 책이 초판 1쇄라니,,,   

 

 

 2. 유리알 유희 (헤르만 헤세, 범우사, 1986년 초판 1쇄)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1>을 보면 헤르만 헤세의 소설 <유리알 유희>를 언급한 내용이 있다.  

소설 내용이 독특하다.  카스터리엔이라는 미래의 이상향에서 2400년경에 쓰여졌다는 설정을 해놓고, 이보다 약 2400년 전에 존재하였던 미래의 이상향 카스터리엔에 살고 있는 유희의 명인 요제프 크네히트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 유리알 유희 ' 는  수십 가닥의 철사줄에 갖가지 크기와 빛깔과 모양의 유리알을 늘어 놓는 놀이를 뜻한다.   하지만 단순히 철사줄에 구슬을 늘어 놓는 간단한 놀이는 아니다.   

철사줄은 오선보에, 유리알은 음표로 인식한 채 음악상의 인용이나 착상한 주제를 유리알로 구성하고, 바꿔 놓고, 변조시키고, 발전시킨다.  기술적으로는 독특한 유희에 지나지 않지만 이를 무한반복함으로써 하나의 음악처럼 정립과 반립으로부터 가능한 한 하나의 종합적인 체계를 만들게 된다.   

아직 이 소설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아서 유리알 유희에 대한 설명이 미약한데 <유리알 유희>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 중에서 마지막으로 발표된 동시에 1946년에 노벨 문학상을 안겨 준 작품이다. 소설에는 음악, 고대 철학, 예술, 명상 등 다양한 사상의 주제들이 축약되어 있어서  헤세 최고 걸작임에도 불구하고 전작인 <데미안><수레바퀴 아래서>보다는 대중적인 인기가 낮은 편이다.   

알라딘에서 판매되고 있는 <유리알 유희>는 1999년에 출간된 것이며 내가 구입한 책은 13년 전인 1986년에 출간되었다.  그래서 표지가 다르다.    가끔 도서관이나 헌책방에 가면 범우사에서 나온 세계문학 시리즈를 종종 보곤 하는데 내가 태어나기 전에 출간된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3. 살인의 철학 (콜린 윌슨, 선영사, 1991년 초판 1쇄)   

 

 

 

 

 

 

 

 

  

  

내가 가입한 공식 출판사 카페 회원분들 중에 헌책방을 자주 애용하는 분이 계시는데 그 분 덕분에 콜린 윌슨의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분은 지금까지 헌책방을 여러군데 다니면서 시중에 구할 수 없는 절판된 콜린 윌슨의 책을 모은 헌책방 매니아다.   

콜린 윌슨은 24세(헉,,, 나랑 같은 나이다 -_-;;)<아웃사이더>라는 책을 출간함으로써 하루 아침에 '천재' 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문단계에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문학 평론가다.  직업은 문학 평론가이지만 콜린 윌슨은 문학 이외에도 과학, 초능력, 살인, 미스테리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저작을 남긴 다재다능한 저술가로 활동했다.   '콜린 윌슨 매니아' 인 그 분이 언젠가 카페에 국내에 번역된 콜린 윌슨의 책들을 목록으로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가 쓴 책의 분야과 수가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특히 그는 '살인' 이라는 주제에 대한 책을 저술했는데 최근에 <현대살인백과>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콜린 윌슨의 책이 제목만 바꾼채 같은 내용으로 번역된 책이 많다보니 <살인의 철학>이 <현대살인백과>의 내용과 같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알고보니 <살인의 철학>이 나온 뒤 8년 뒤에 같은 출판사에서 <살인의 심리>로 이름이 바뀐 채 알라딘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잔인한 살인사건 사례들만 나열한 책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일단 직접 읽어보고 판단해볼 수 밖에. 

 

 

 

 4. 베를린 천사의 시 (빔 벤더스 & 페터 한트케, 모아, 1993년 초판)   

  

 

 

 

 

 

 

 

 

 

  

페터 한트케의 작품들 중에서 고작 읽은 건 <어느 작가의 오후>뿐이지만 이 한 권으로 페터 한트케라는 작가의 존재를 알 수 있었다.  이 한 권만으로 작가의 진정한 문학적 가치를 평가하기에는 섣부른 판단이지만 페터 한트케가 노벨 문학상 후보로 물망에 오르는지 알 수 있었다.  예전에 누군가로부터 <베를린 천사의 시>가 페터 한트케가 쓴 작품들 중에서 훌륭하다고 칭찬의 평가를 주워 들은 적이 있어서 이 책을 보자마자 덥석 집어들었는데,,,  

알라딘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책이었다. 

알라딘에 ' 베를린 천사의 시 ' 로 검색을 하면 책 대신에 영화가 검색된다.  소설보다는 페터 한트케와 공동으로 시나리오를 창작한 빔 벤더스 감독 의 영화가 잘 알려져 있다. 1993년에 영화가 국내에 처음 개봉되었으며 이 책 역시 1993년에 발간된 걸로 보면 이 책은 영화가 국내에 처음 개봉 당시에 맞춰 출간되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이 알라딘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중에 구할 수 없는 책인지 모르겠지만 이보다 더 특별한 것은 책 속에 영화 장면들이 삽입되어 있다는 점이다.   영화를 보지 못해서 더 이상 부연적으로 설명할 내용은 없지만 오늘 산 책들 중에서 구입하기 잘 된 책인 것은 확실하다.   

 

요즘에 홍수처럼 쏟아지는 신간도서들 틈 속에서 오늘 구입한 헌책들 역시 읽혀지지 않은 채 책장에서 장시간 대기해야할거 같다.    그래도 오랜만에 적은 돈으로 읽고 싶었던 책들을 살 수 있어서 기분은 좋다.   구입한 책을 포장한 종이가방을 한 손에, 또 다른 손에는 책 사다 남은 거스름돈 1000원으로 산 편의점에 파는 아이스 커피를 쥔 채 집으로 돌아왔다.   비록 시원한 아이스크림과 달달한 과자보다는 약하지만 먹으면 금방 뱃속으로 사라지는 음식을 포기하고 오랫동안 곁에 두고 읽을 수 있는 책을 선택한 오늘의 소비만큼은 독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신적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기회 비용으로 생각된다.  

또 언제 헌책방에 가게 될지 기약은 알 수 없지만 다음에도 오늘처럼 좋은 책을 만날 수 있기를 ' 만원의 행복 ' 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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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7-22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참 멋지시네요~ 이 더운 날 그런 수고를 마다않는 열정이 있으시네요. 그리고 저 <유리알 유희>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제가 중학교때 헤르만헤세를 좋아해서 저 책을 골라 들었다가 정말 어려웠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 제가 읽었던 바로 그 표지네요!!! 그 나이에 사실 <데미안>도 이해하기 어려웠었는데 <유리알 유희> 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어려웠어요 ㅋㅋ 책을 덮으며 그저 헤세의 문장을 포기하지 않고 읽었다는 뿌듯함을 즐겼었다죠~그 이후로 다시 읽지 못했어요. 조만간 도전해야겠어요.. 고마워요~옛 기억에 잠시 즐거워졌네요^^

cyrus 2011-07-23 12:57   좋아요 0 | URL
저는 헤세의 에세이는 읽어봤는데 소설은 한번도 읽어보지 못했어요.
집에 얇은 분량의 민음사판 <데미안>이 있는데 저도 조만간 읽어봐야겠어요^^

맥거핀 2011-07-22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만 보아도 손때가 묻어있는 헌책들이네요. 왠지 뭔가 나름 사연을 가지고 있을 법한 책들입니다. 오래된 책은 책의 내용과 별개로 나름의 사연을 가지지 않겠습니까.^^
오래된 헌책방에 가면, 주인장 분들이 거의 내공이 있는 분들이 많으셔서, 저는 책도 책이지만, 이 분들은 예전에 뭘 공부하시던 분들일까..그런 생각들을 하기도 합니다. 저 책을 보니 <베를린 천사의 시> 영화가 보고 싶어지네요.

cyrus 2011-07-23 13:03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에요, 맥거핀님. 잘 지내고 계시죠? ^^

헌책방에 구입한 책들을 보면 꼭 보는 것이 예전 책의 주인들이 남겼던
흔적들을 보는거에요. 몇 년도 몇월 며칠에 어느 서점에 구입했다는
짤막한 기록이 남긴 책도 있고요. 저는 수많은 헌책더미에서
손님들이 원하는 책을 찾는게 대단한거 같아요. 정말 오랜 세월동안
축적된 내공이 아닌 이상 쉽지 않은 일이겠죠? ^^

stella.K 2011-07-22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유리알 유희는 예전에 저도 갖고 있던 책인데!ㅋ
정말 오래된 책이군요. 요즘 알바 하시나봐요. 더운데...ㅠ

cyrus 2011-07-23 13:06   좋아요 0 | URL
지금도 새 표지로 범우사에서 판매되고 있어요. 소설 내용도
어렵고 헤세의 다른 소설보다 인지도가 낫다보니
요즘 세계문학 전집 리스트에도 잘 안나오는거 같아요.

평일에 일하고 주말에 쉬어요, 기말시험 쳤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7월도 1주일 밖에 안 남았네요. ^^;;

마녀고양이 2011-07-22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를린 천사의 시, 영화 괜찮은데 기회되시면 보세요.

헌책방에서 9000원에 건진 책들이라니, 너무 좋네요.
그리고 얼마 전에 엄청 지름신을 몰고온 제가 창피하구요....

cyrus 2011-07-23 13:10   좋아요 0 | URL
잠깐 책 속 영화 영상을 훑어봤는데, 기회가 된다면 영화도
구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나온지 좀 오래 되어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

책 지름신하는게 창피하긴요?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주저없이
사는게 좋아요, 저는 항상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지름신이 강림하지
않는 이상 눈도장을 찍는 편이에요, 그래서 눈여겨봤던 책이
갑자기 품절되거나 절판되면 진작에 책을 구입하지 못해서
후회해요, 최근에 생각의 나무 출판사가 도산되어서
정말 아쉬워요, 그곳에서 나온 책들 중에서 사고 싶었던 책이
있었거든요 ^^;;

blanca 2011-07-23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기 좋아요. 유리알 유희 저 중학교 대 수학샘이 하도 강권하셔서 울며 자며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정말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헤세를 좋아해서 꼭 읽으려 하긴 했지만 지금 읽으면 또 다르게 다가오겠지요. 천 원의 아이스 커피, 또 책이 든 가방을 들고 행복해하시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

cyrus 2011-07-24 13:21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유리알 유희>를 읽어보신 분들이 많으시군요 ^^
수학 선생님이 추천한 책이라,, ㅎㅎ 원래 수학 선생님들은
수학자들의 평전이나 수학의 내용을 쉽게 소개한 책들을 많이
추천하는 편인데 왜 하필이면 소설 중에 <유리알 유희>를 추천하셨는지
이해할만하네요. 유리알 유희라는 게임이 아무래도 수리적인
사고가 요구되는 것이라서 그런거 같아요, 역시 수학을 공부하신
분들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독특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거 같아요 ^^;;

산방산자락 2011-09-04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글 남깁니다..헌책방을 가끔 다니거나 이렇게 헌책방과 관련된 글을 읽으면 이사를 다니며 엄마의 완강함에 눈물을 뿌리고 정리해 버린 많은 책들이 생각납니다. 지난 달에도 이사를 해서 거의 200권가량 버렸는데..물론 전공책이 대부분이지만...날긍ㄴ 책이니 헌책방 가져가봐야 민폐일뿐일거야..라고 생각한 게 부끄럽습니다..초판 참 많이 있었는데 다 버렸으니..요즘은 어릴 적 읽던 동화전집들이 어찌나 생각나는지..^^ 사촌들에게 다 나누어줘버리신 어머니가 항상 원망스럽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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