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요일부터 내일 화요일까지 7일을 쉬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가장 긴 황금연휴를 손에 쥐었다. 원래는 화요일과 수요일로 연차 휴가 신청을 냈지만, 수요일만 승인받았다. 화요일도 쉬는 날이었으면 대구 동네 책방 여러 군데 방문하면서 책방지기들에게 연휴 인사를 하려고 했다. 책방지기들을 위한 연휴 선물로 책을 잔뜩 사려고 했는데 물 건너갔다.


연휴 열차표를 화요일에 예매했다. 사실 연휴 기간 열차표 전부 매진될 줄 알았다. 다행히 아침 일찍 출발하는 열차표는 남아 있었다. 수요일 826분 서대구역에서 출발하는 서울행 열차를 예매했다. 826일은 생일 날짜다. 내가 일하는 공장은 서대구역에서 멀리 있지 않은 곳에 있다. 8시부터 일과가 시작된다. 8시 되기 전에 서대구역에 도착했을 때 기분이 묘했다.


수요일 서울 아침은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그날 대구에도 비가 조금 내렸으려나. 우산과 옷을 마구 때리면서 퍼붓는 장대비만 아니면 어디든지 걸어서 갈 수 있다. 구름이 끼고, 비가 살짝 내리는 날에 서울에 가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2011년 여름이었나? 서울 독서 모임펭귄클래식코리아를 선보인 웅진그룹이 책 홍보 목적으로 만든 일반인 독서 모임이 있는 토요일에 비가 내렸다.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1년 차]

[대구 책방 <일글책> 시카고플랜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 아리스토파네스, 천병희 옮김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전집 1(도서출판 숲, 2010)

 



서울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향한 곳은 정독도서관이었다. 마을버스 종로 11이 정차하는 정거장을 찾지 못해서 헤맸다. 지난주 토요일은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날이었다. 그날 모임에 참여하려면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전집 1제일 마지막에 수록된 희극 을 읽어야 했다. 그런데 내가 책을 <일글책>에 맡겨두었고, 찾으러 가지 못했다. 화요일에 쉬었으면, 책방에 가서 책을 가지러 올 수 있었다. 


도서관 여는 평일이라 정독도서관에 가서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전집 1를 읽으려고 했다. 하지만 책을 만져보지 못했다. 도서관에 책이 있음을 확인했지만, 이미 8월부터 도서관이 휴관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괴상하게도 운수가 좋더니만.


북촌 골목을 걷다가 <삼청공원 숲속도서관>에 갔다. 생태 및 환경 관련 도서 위주로 소장된 도서관이라서 내가 원하던 책은 없었다. 도서관 밖 주변 숲 경치가 한눈에 들어오는 좌석 공간이 있다. 햇볕이 따사롭고 숲이 맑을 때 여기 다시 와보고 싶다.

















* 박현수 경성 맛집 산책: 식민지 시대 소설로 만나는 경성의 줄 서는 식당들(한겨레출판, 2023)

 


 

그날 운수가 너무 좋아서 점심은 종로에 있는 아주 오래된 설렁탕 전문 식당에서 먹었다. 내가 간 식당은 1902년에 생긴 <이문설농탕>이다. 경성 맛집 산책: 식민지 시대 소설로 만나는 경성의 줄 서는 식당들에 소개된 식당이다. 이 책을 보다가 처음 알게 되었다. 한국 근현대사에 발자취를 남긴 사람들이 식당에 자주 왔다고 한다. 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일요일의 남자’ KBS 전국노래자랑 명 MC 송해, 주먹으로 종로를 접수한 김두한 등이 있다.








 

김두한의 생애를 극화한, 내 동년배들이 열광했던(지금 다시 봐도 재미있고, 강성이 부른 드라마 OST ‘야인이 귓가에 스치면 가슴이 웅장해진다) SBS 드라마 <야인시대>에 김두한과 부하들이 설렁탕을 먹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나는 처음에 돼지국밥 파는 허름한 식당이라고 생각했다. 그 식당이 바로 <이문설농탕> 구 명칭인 <이문식당>이다. 평일 점심 시간대라 역시 식당 안에 직장인들이 많이 왔다. 다행히 혼자 먹기 딱 좋은 탁자가 구석에 있어서 편하게 밥을 먹었다.
















[대구 책방 <일글책> 202310월 독서 모임 선정 도서]

* 파스칼 키냐르, 류재화 옮김 세상의 모든 아침(문학과지성사, 2013)


* [절판] 아일린 파워, 이종인 옮김 중세의 사람들(즐거운상상, 2010)

 


  

종로를 지나갈 때 내가 늘 피해야 할 곳이 있다. 그렇지만 끝내 지나치지 못한다. 그곳은 바로 <알라딘 종로점>이다. 대구 알라딘 서점이 생기기 전에 많이 갔고, 책을 많이 샀던 알라딘 서점이 <종로점>이다. 책을 많이 사면 안 되는 걸 잘 알기에, 딱 두 권만 샀다. 파스칼 키냐르(Pascal Quignard)세상의 모든 아침과 아일린 파워(Eileen Power)중세의 사람들이다. 중세 관련 책들을 사 모으고 있어서 마침 좋은 책 한 권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 아리스토파네스, 최현 옮김 아리스토파네스 희극선(범우사, 2001)

 

* 미셸 푸코, 오르트망 옮김 담론의 진실(동녘, 2017)

 

* 미셸 푸코, 심세광 옮김 주체의 해석학: 1981-1982,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의 강의(동문선, 2007)

 

 

 

다음에 간 곳은 <소요서가>. 을지로에 있으면 자주 가는 베이스캠프같은 곳이다. <소요서가>에서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의 책 두 권과 아리스토파네스 희극선 샀다. 이곳에 아리스토파네스의 책이 있을 줄이야. 







아리스토파네스 희극선에 가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숙소에서 읽어 보니 아쉬운 점이 많았다. 내가 책방 주인이라면 이 책을 손님에게 권하지도, 팔지 않을 것이다. 그날 <소요서가>에 천병희 교수가 번역한 비극 번역본(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모두 있었지만,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전집 1, 2는 없었다.
















* [절판] 미셸 푸코, 허경 옮김 문학의 고고학: 미셸 푸코 문학 강의(인간사랑, 2015)

 


 

절판된 미셸 푸코의 문학의 고고학이 있어서 망설임 없이 손에 쥐었다. , 그런데 그 책은 판매용이 아닌 열람용이었다. 내가 황금같은 책에 잠시 눈이 멀었다<소요서가> 직원이 문학의 고고학재고가 있으면 구해주신다고 했다. 그날 저녁에 <소요서가> 직원이 내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 내용은 다른 출판사가 문학의 고고학출간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였다. 간절히 원하는 책이 눈앞에 있는데 왜 사질 못하니. 괴상하게도 운수가 좋더니만.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넬로페 2023-10-03 12: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정독도서관 주변이 한때 저의 나와바리였는데 ㅎㅎ~~
작년 봄 정독도서관에 오래간만에 갔었는데 그 곳 벤치에 오래 앉아 있었더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설렁탕과 막걸리 1병, 좋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침은 영화로 봤는데
원작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cyrus 2023-10-03 16:45   좋아요 1 | URL
이제 서울에 가면 동네에 있는 공공도서관도 미리 확인해야겠어요. 서울에 디자인이 멋진 도서관이 엄청 많던데요. ^^

제가 돼지국밥을 혼자 먹을 때 막걸리 한 병 반주 삼아서 먹어요. 지금 대구에 비가 내리고 있는데 국밥+막걸리 조합이 당기네요. ㅎㅎㅎ

<세상의 모든 아침> 모임이 독서 모임과 영화 모임, 두 개로 편성되어 있어요. 이번 주 금요일에 독서 모임 날이고, 다음 주 금요일이 영화 모임 날이에요. ^^

페크pek0501 2023-10-03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설렁탕도, 책들도 군침이 돌게 하는군요.ㅋㅋ

cyrus 2023-10-03 16:48   좋아요 1 | URL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전집 1>은 못 읽었지만, 황금연휴 첫날은 나름 재미있었어요. ^^

추풍오장원 2023-10-03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문학의 고고학이 다시 나오는군요!

cyrus 2023-10-03 16:52   좋아요 1 | URL
<소요서가> 대표님을 뵌 적은 없지만, 책방 특성상 인문학 관련 책을 펴내는 출판사들과 인맥이 형성되어 있을 것 같아요. ㅎㅎㅎ 예전에 대표님이 제가 갖고 싶었던 절판된 책 한 권 구해주신 적이 있어요. 재출간하는 출판사 이름과 출간일은 모르지만, <소요서가>가 전하는 출간 정보라면 믿을 만하다고 생각해요. ^^

꼬마요정 2023-10-03 1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학의 고고학>!! 다시 나오네요. 반가운 소식입니다.

<새>는 별로인가 봅니다. 아리스토파네스 작품은 <리시스트라테>밖에 몰라요. 이 이야기는 워낙 유명해서 알게 됐어요. 파스칼 키냐르는 <부테스>만 읽었는데 어려웠어요. 음악 같은 소설이었어요.

이문 설농탕!! 저도 가 봤어요. 맛있게 먹었답니다. 저보다 오래 산 식당들을 보면 존경스러워요. 책이야 워낙에 오래되고 기억에 남을 책들이 많으니까 익숙한데, 식당은 그렇지 않잖아요. 어릴 때부터 먹던 식당이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있으면 반갑고 동지 같고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면 책은 오래된 것들이 많은데, 서점은 그렇지 않네요. 오래된 서점들이 계속 살아남아 주면 좋겠습니다^^

cyrus 2023-10-03 16:57   좋아요 2 | URL
재출간 기다려 봅시다! ㅎㅎㅎ

<리시스트라테>는 희극 전집 2권에 있는데, 결국 2권 읽기는 미뤄졌어요. 희극이 얼마나 재미없었으면 독서 모임이 2시간 진행되는 동안 거의 한 시간은 다른 주제의 대화를 해요.. ㅋㅋㅋㅋ <일글책> 대표 모임장이 이건 아니다 싶어서 결국 이번 주 토요일부터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읽자고 제안했어요. ^^

이제 종로에 가면 이문설농탕에서 밥을 먹어야겠어요. 20대에 종로를 많이 갔었는데, 오래된 식당을 이제야 알았네요. 그땐 주머니 사정이 여의찮아서 분식집으로 끼니를 때웠어요. ^^;;

꼬마요정 2023-10-03 21:29   좋아요 0 | URL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멋집니다. 근데 진짜 재미없었나봐요 ㅎㅎㅎ 20대엔 분식이 최고죠!! 예전엔 2천원이면 친구들이랑 떡볶이, 김밥 먹고 배불렀는데… 하긴 그 때 제 시급이 1,500원이었어요 ㅎㅎㅎ

stella.K 2023-10-03 2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지.ㅎㅎ
픽업 서비스 해 주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냥 왕창 사서 맡기고 오지 그랬어.
그럼 다음 날 너의 집 앞에 짠하고 배달될텐데.
옛날에 가끔 정독도서관 가서 저자 강연 듣고 오곤 했는데.ㅠㅠ
그럼 이날 혼자 서울 왔다 간 거야? 혼자 각잡고 바바리 날리며 종로를 휘젓고 다녔겠구만.ㅋㅋ
근데 참 절묘하네. 8시26분. 8월 26일!

cyrus 2023-10-04 06:49   좋아요 1 | URL
연휴 전날에 책을 미리 주문해서 대구 알라딘 서점에 맡겼어요... ㅋㅋㅋㅋ

바바리는 안 입어도 될 정도로 연휴 기간의 서울 날씨는 아주 좋았어요. 낮에 더웠어요. 서울 여행기는 아직 남았으니 기대해 주세요. 아무래도 주말에 몰아서 쓸 것 같아요.. ^^;;

서울로 향하는 열차 시간 중에 매진되지 않은 시간대가 새벽 첫 차부터 시작해서 아침에 출발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여유 있게 8시 26분 출발하는 열차를 탔어요. 열차 탔을 때까지만 해도 좋은 기운이 느껴졌는데, 첫 번째 행선지를 잘못 정했어요.. ㅋㅋㅋ

얄라알라 2023-10-04 0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카페인 부작용 겪는 새벽 cyrus님의 유쾌한 포스팅으로 혼자 ㅋㅋ 거립니다^^ 열람용이라니! 하필 도서관 문 닫고 있었다니!! ㅋㅋ그래도 이문설농탕을 건지셨으니까 cyrus님의 서울 stay는 WIN!

cyrus 2023-10-04 06:50   좋아요 1 | URL
수요일 저녁에 있었던 일은 이번 주말에 정리해서 공개하려고 해요. 수요일 저녁 여행기의 주제를 살짝 알려드리자면 제가 좋아하는 ‘술’입니다. ^^

얄라알라 2023-10-04 1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철부대3가 딱, 재미있으려 할 때 끊고 연결해주는 맛이 있던데 cyrus님 담 페이퍼는 이번 주말 ㅋㅋ제가 확실히 낚이었습니다 ㅎ감사드려요. 즐거워져요

cyrus 2023-10-07 22:27   좋아요 1 | URL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요즘 써야 할 글이 자꾸 나와서 진작에 써야 할 글을 못 쓰고 있어요.. ^^;;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2의 마지막 작품은 레소스(Rhesus). 대다수 학자는 레소스가 에우리피데스(Euripides)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 [개정판] 에우리피데스, 천병희 옮김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2(도서 출판 숲, 2021)

 

* 호메로스, 천병희 옮김 일리아스(도서 출판 숲, 2015)

 



레소스는 트라케(트라키아)의 왕이다. 호메로스(Homeros)의 서사시 일리아스10에 잠깐 언급되는 인물이다. 에우리피데스, 혹은 이름을 알 수 없는 또 다른 비극 작가는 엑스트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야기를 썼다. 레소스는 트로이아(트로이) 군을 지원하기 위해 직접 병력을 이끌고 오지만, 트로이아의 총사령관 헥토르(Hektor)는 레소스의 도움을 거절한다. 트라케 군은 무방비 상태로 휴식을 취한다. 그러나 그리스 군의 오디세우스(Odysseus)디오메데스(Diomedes)의 기습을 받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레소스는 불귀객이 된다. 한순간의 방심은 재앙을 부른다. 레소스는 트로이 전쟁에 참전하여 명예를 얻으려고 했으나 불명예스러운 죽음(레소스753,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2582)’을 맞이한다.


천병희 교수가 번역한 레소스 오역이 있다. 코로스(coros, 트로이아의 파수병)의 합창 대사인 531행의 독수리자리. 쪽수는 572이다.



레소스』 528~536


누가 다음 보초 근무지? 누가 나를 교대해 주지?

초저녁 별자리들은 지고, 플레이아데스의

일곱 별들이 하늘에 떴구나.

독수리자리가 중천을 날고 있구나.

일어들 나게. 지체하지 말고.

침상을 떠나 초소로 가야지!

자네들은 달빛도 보이지 않나?

새벽일세. 새벽이 가까웠네.

저 별을 보면 새벽이 다가옴을 알 수 있네.



인용문에 해당되는 그리스어 원문은 찾아보지 않았다. 천 교수가 참고한 그리스어 텍스트를 찾기 힘들며 나는 그리스어를 모른다. 의역일 수 있지만, 영역본을 참고했다. 구글을 이용하면 레소스뿐만 아니라 고대 그리스 비극 작품들의 영역본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내가 참고한 영역본은 George Theodoridis레소스』 (2010년).



Ey! Who’s on guard now? Who’s relieving me?

It’s time. The early constellations are diving and the Pleiades are high!

Look there! The Eagle is flying mid-sky!

Come on, get up! Get yourselves out of your beds!

It’s time for your guard duty!

Look at that Moon! See how it shines?

It’s almost Dawn! Morning almost! Come on!

Look! There’s one of those stars that appear before Dawn!



플레이아데스성단(Pleiades star cluster)은 맨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밝은 빛을 내는 일곱 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성단 주변에 황소자리, 오리온자리, 마차부자리가 있다. 이 세 별자리는 겨울에 볼 수 있다. 그러나 독수리자리는 여름 밤하늘이 되면 은하수 위를 날아다닌다. 플레이아데스성단과 독수리자리가 밤하늘에 같이 있을 수 없다. 독수리자리는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Zeus)를 상징하는 독수리에서 유래되었다. 제우스는 독수리로 변신해 곱상한 소년 가니메데스(Ganymede)를 납치하기도 한다.
















*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100개의 별, 우주를 말하다: 불가해한 우주의 실체, 인류의 열망에 대하여(갈매나무, 2021)




독수리자리가 여름 별자리라는 사실을 기억하기 쉬운 방법이 하나 있다. 독수리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 알타이르(Altair)’는 우리말로 견우성이라고 부른다. 일 년에 단 한 번, 77일 칠석에 만난다는 견우와 직녀의 그 견우다.


독수리자리가 아니라 독수리로 번역해야 한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자주 나오는 장면 중 하나가 새 점()을 치는 일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새의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했다고 한다. 레소스의 트로이아 파수꾼은 새를 보면서 시간을 확인하고, 관객들에게 시간적 배경이 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레소스546~555에서 파수꾼은 밤꾀꼬리가 우는 모습을 언급한다

 

들어 봐. 제 자식을 죽인 밤꾀꼬리

시모에이스 강변의 피투성이 둥우리에

앉아 다양한 음색의 목소리로

비탄의 노래를 부르고 있어.

어느새 양떼가 이데산에서 풀을

뜯고 있구나. 목적(피리) 소리가

밤을 뚫고 들려오는군.

잠이 내 눈에 마법을 거는구나.

눈에는 새벽녘 잠이 가장 달콤한 법이니까.



따라서 앞서 언급한 531행과 546~555행은 파수꾼이 밤하늘에 나는 새를 바라보는 모습을 묘사한 대사다. 
















* 에우리피데스, 김종환 옮김 레소스(지만지드라마, 2022)




레소스의 다른 번역본(그리스어 원전이 아닌 George Theodoridis의 번역본을 포함한 세 권의 영역본을 참고해서 번역했다)에는 독수리로 되어 있다. 그런데 플레이아데스성단에 대한 주석(68쪽)을 보면 ‘일곱 명의 딸인 플레이아데스가 오리온에 쫓기다가 모두 별자리가 되어 플레이아데스성단을 이루었다라고 적혀 있다. 성단과 별자리는 다르다. 성단은 별들이 모여서 생긴 것이라면, 별자리(constellation)는 여러 개의 별을 이어서 생긴 형태에 이름을 붙인 것이다. 국제천문연맹이 공인한 별자리 목록에 플레이아데스 자리는 없다천병희 교수의 고대 그리스 문학 작품 번역본에도 플레이아데스성단을 별자리로 잘못 소개한 주석을 확인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점, 책방, 헌책방. 명칭은 달라도 책과 독자가 가까이 만나서 만질 수 있는 그곳은 우주. 책은 종이(로 된) 별이다. 독자는 마음에 드는 종이 별을 모으고 싶어 한다. 그들은 다양한 형태의 종이 별을 눈으로 만지면서 떠돌아다니는 여행자다. <일글책>은 책의 우주치고는 매우 작다. 우주 여행자들을 기다리는 종이 별의 수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우주가 조금씩 조금씩 커지듯이, <일글책>도 점점 커지고 있다. 종이 별이 많다고 해서 책의 우주가 커지는 것은 아니다. 책의 우주를 사랑하는 여행자들이 많아야 한다. 우주 여행자들이 모여서 책의 우주 안에서 복닥복닥하면 작아 보이던 그곳은 거대해진다.
















* 임주혜 읽기의 의미: 의미를 찾다가 써 내려간 것들(행복우물, 2023)


 


어제 토요일은 <일글책>이 엄청 커진 날이었다. 읽기의 의미저자 임주혜 작가와 귀여운 반려종(견) 고동이가 들어오면서 <일글책>이 커지기 시작했다. 저자를 사랑하는 우주 여행자들이 한두 명씩 올수록 <일글책>은 쑥쑥 자랐다. 작가와 우주 여행자들의 만남은 차분한 책의 우주를 들썩이게 한다.







저자에게 우주는 종이 별을 만지면서 보는 것뿐만 아니라 종이 별에 있는 단어를 수집하고 문장을 만드는 행위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글 쓰는 책의 우주 여행자는 눈으로 열심히 만지면서 종이 별을 폭발시킨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에너지가 생겨서 종이 별이 폭발한다(초신성, Supernova). 그것이 폭발하면서 생긴 수많은 단어와 문장들의 잔해가 뭉치면 새로운 종이 별이 태어난다. 독서 에세이집 읽기의 의미는 저자가 여러 권의 종이 별을 만나고, 읽고, 폭발시킨 흔적들을 모아서 만든 종이 별이다. 7월에 태어난 아기’ 종이 별이다.







저자의 본업은 방송 작가다. 저자는 방송 작가의 글쓰기를 보이지 않는 곳에 쓰는 행위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보이지 않는 글쓰기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서평 쓰는 일 또한 보이지 않는 글쓰기서평은 종이 별을 보려는 여행자들을 위한 지도다서평은 여행자들에게 종이 별을 눈으로 제대로 만지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여행자들이 피해야 하는, 오물이 넘치는 종이 별도 알려준다.
















* 파스칼 키냐르 세 글자로 불리는 사람(문학과지성사, 2023)




파스칼 키냐르(Pascal Quignard)는 세 글자로 불리는 사람이라는 종이 별에서 독서를 소리 없는 도둑질이라고 썼다. 종이 별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책의 우주 여행자가 타인이 만든 종이 별들을 훔치고, 눈으로 열심히 만지고, 글을 써야 한다독서와 글쓰기는 타인의 눈에 띄지 않고, 타인의 귀에 들리지 않는 투명한 일이다.







지금도 종이 별이 만들어지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종이 별들이 태어난다. 책의 우주에 머무른 종이 별들은 여행자들의 손길과 눈길을 기다리면서 반짝거린다. 나는 종이 별을 만들 생각은 없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은 어디선가 책의 우주 여러 곳을 전전하고 있을 여행자들을 위한 다정한 지도


나는 저자에게 서평의 의미’가 무엇인지 질문했다. 저자는 다정한 서평이 좋은 서평이라고 답했다. ‘다정한 서평은 책의 우주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초보 여행자들에게 친절해야 한다. 다정한 서평은 말한다. 오물이 넘치는 종이 별로 가지 마세요. 거긴 위험해요. 제가 괜찮은 종이 별을 소개할게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3-09-06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하, 여기를 가느라 공연을 포기한거였군. 그러니까 공연 보다는 책 모임이구만. 역시 나하곤 달라. ㅎㅎ

cyrus 2023-09-07 06:49   좋아요 0 | URL
이날 공연이 오후 3시, 7시 두 번 있는데 북 토크 때문에 7시 공연 표를 예매했어요.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겨서 공연을 보지 못했어요.. ^^;;
 




에우리피데스(Euripides)의 비극 헬레네(Helen)이집트에 체류 중인 헬레네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작품이다. 헬레네는 절세미인이다. 수많은 구혼자가 헬레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경쟁할 정도였다. 헬레네가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Menelaos)의 아내가 되었는데도 사람들은 그녀의 외모를 칭송했다. 결국 트로이 왕자 파리스(Paris)와 헬레네는 눈이 맞아 트로이로 사랑의 도피를 감행한다. 분노한 메넬라오스는 헬레네를 되찾기 위해 이제는 동맹군인 구혼자들에게 병력 지원을 요청한다. 이로써 장장 십 년이나 지속된 트로이 전쟁이 시작된다.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1년 차]

[대구 책방 <일글책> 시카고플랜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 에우리피데스, 천병희 옮김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2(도서출판 숲, 2020년 개정판)



 

헬레네는 양가적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는 찬사와 동시에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따라온다. 하지만 에우리피데스가 묘사한 헬레네는 트로이가 아닌 이집트에 있다. 그 이유는 에우리피데스가 헬레네의 행방을 둘러싼 또 다른 전설을 소재로 비극을 썼기 때문이다. 다른 전설에 따르면 헬레네는 파리스와 함께 트로이에 간 것이 아니다. 파리스가 데려간 트로이는 헬레네의 환영, 즉 가짜 헬레네다. 진짜 헬레네는 헤르메스(Hermes) 신의 도움을 받아 이집트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헬레네는 메넬라오스를 그리워한다. 하지만 이집트 왕 테오클리메노스(Theoclymenos)가 아름다운 헬레네를 가만히 지켜볼 리 없다. 이집트 왕의 구애를 견디지 못한 헬레네는 프로테우스(Proteus)의 무덤으로 피신한다. 프로테우스는 테오클리메노스의 아버지다.

 

이집트에 있는 진짜 헬레네가 살았다는 전설은 헤로도토스(Herodotos)역사에도 나온다. 헤로도토스는 헬레네가 프로테우스의 궁전에 한동안 머물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증언한다(2112). 프로테우스의 성역 안에 이방의 아프로디테를 위한 신전이 있는데, ‘이방의 아프로디테는 헬레네를 가리킨다.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1년 차]

* 헤로도토스, 천병희 옮김 역사(도서출판 숲, 2022년 개정판)



 

천병희 교수가 번역한 헬레네에 흥미로운 대사가 있다. 메넬라오스가 헬레네에게 한 말 중에 불타고 있는 케이크라는 표현이 나온다(547). 인터넷에 확인한 케이크의 역사와 관련된 정보에 따르면 고대 지중해 지역에 이미 케이크와 비슷한 형태의 음식이 있었다. 하지만 오븐에 구워서 만든 것이 아니라 꿀, 밀가루, 과일, 달걀 등을 섞어 오랜 시간 굳힌 뒤에 먹는 것이었다. 케이크라기보다는 푸딩에 가깝다. 화덕을 이용해서 만든 케이크의 원형은 고대 이집트에서 나왔다. 그렇다면 불타고 있는 케이크는 이집트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말 그대로 화덕에 구워서 만든 따끈따끈한 케이크임을 추측해볼 수 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871쪽 역주 43카스토르(Castor)와 폴뤼데우케스(Polydeuces)튄다레오스의 쌍둥이 아들이라고 되어 있다. 카스토르와 폴뤼데우케스는 헬레네처럼 알에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다. 스파르타 왕 틴다레오스(Tyndareus)의 아내 레다(Leda)는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Zeus)를 만나면서 세 개의 알을 낳는다. 이 세 개의 알에서 헬레네와 쌍둥이 형제가 태어났다. 카스토르와 폴뤼데우케스는 제우스의 아들이라는 뜻의 디오스쿠로이(Dioskuroi)’라고 불리기도 한다. 따라서 카스토르와 폴뤼데우케스는 제우스의 쌍둥이 아들로 보는 게 적절하다.

 

틴다레오스와 레다 사이에 태어난 자식 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이 클리타임네스트라(Klytaimnestra). 헬레네와 쌍둥이 형제의 탄생 설화에도 다른 버전이 있다. 헬레네의 어머니가 레다가 아니라 복수의 신 네메시스(Nemesis)라는 설이 있다. 카스토르가 틴다레오스의 아들이고, 폴뤼데우케스는 제우스의 아들이라는 설도 있다.

 

케이크라는 단어에 너무 오래 꽂혀 생각해서 그런가. 케이크가 당긴다. 내가 확실히 아는 불타고 있는 케이크는 불금에 칼퇴하고 난 뒤에 먹는 케이크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3-08-12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말이 제일 와닿는데요. 불금에 칼퇴하고 난 뒤에 먹는 케이크.. ㅎㅎ 생각만 해도 환상적입니다. ^^

cyrus 2023-08-14 06:14   좋아요 1 | URL
요즘 잔업이 갑자기 늘어나서 불금 케이크 먹기가 쉽지 않네요.. 일찍 마친 날, 집 근처 카페에 가서 케이크 먹으면서 책을 읽는 게 행복해요 ㅎㅎㅎ

그레이스 2023-08-22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케이크! 그렇군요^^
일단 헬레네를 읽어봐야겠네요
 




2주 전 토요일(617)서울국제도서전을 참관했다. 작년에 비해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출판사들이 참가했던 터라 책을 많이 살 수 있었다. 하지만 도서전보다 제일 중요한 곳에 가야 해서 ‘꼭 사야 할 책 두 권만 샀다.

















* 김정희 책방지기 생활 수집》 (탐프레스, 2023)




두 권 중 한 권은 대구 독립서점 <서재를 탐하다>와 출판사 <탐프레스(tampress)> 운영자 김정희책방지기 생활 수집이다














전국 각지에서 온 애서가들로 바글거리는 코엑스를 얼른 벗어나고 싶었다나 같은 간서치(看書癡)가 좋아할 만한 곳으로 향했다그곳은 바로 세운상가 근처에 있는 <소요서가>라는 철학 전문 서점이다
















* [절판] 데이비드 C. 린드버그 서양 과학의 기원들(나남출판, 2009)




처음에 서점을 찾기 힘들어서 상당히 애먹었다서점 건물이 지상에 있는 줄 알고 한동안 헤맸다대부분 사람은 유명 서점에 가기 전에 사전 조사로 그 위치를 확인할 것이다그런데 난 그렇지 않다서점에서 어떤 책이 판매되고 있는지 먼저 본다사실 <소요서가>에 가고 싶은 딱 한 가지 이유는 절판된 서양 과학의 기원들이 책을 사기 위해서였다.








 









* 윌리엄 뉴먼 프로메테우스의 야망(도서출판 길, 2023)


* 바이얼릿 몰러 지식의 지도: 일곱 개 도시로 보는 중세 천 년의 과학과 지식 지형도(마농지, 2023)




30여 분 돌아다닌 끝에 <소요서가>를 찾았다서점 진열창에 배치된 책들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그중에 이미 내가 산 책 두 권이 있었다프로메테우스의 야망과 지식의 지도이 책들은 서양 중세의 과학이 처음에 어떻게 형성되었고유럽 전역으로 전파되었는지를 보여준다이 두 권의 책을 읽기 시작했던 터라 여기에 짝이 될만한 서양 과학의 기원들을 구매하고 싶었다하지만 서양 과학의 기원들은 이미 다른 손님이 예약 구매된 상태였다비록 목표 달성은 실패했지만, <소요서가>에 사고 싶은 책들이 엄청 많았다.


그날 <소요서가>에서 고른 책은 총 여섯 권이다그중 세 권은 예전에 이미 읽었고서평을 남겼다읽은 책 세 권만 간략히 언급하겠다.

















테레사 포르카데스 이 빌라 여성주의 신학의 선구자들》 (분도출판사, 2018)




여성도 지식인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던 교회가 어떻게 남성 중심적인 교권 제도를 고집하는 교회로 변했는가그렇다면 페미니즘 관점을 적용하여 교회에서 여성의 역할을 재배치하는 제도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여성주의 신학의 선구자들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느끼고진정한 의미의 여성과 신학이 무엇인지 접근한다책은 여성 신학 대신에 여성주의 신학이라는 용어를 내세워 그것의 의미와 역사를 다룬다그리고 남성 중심 사회 속에서 주도적인 생각으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간 위대한 여성 신학자들을 소개한다






 










* [절판] 샤를 보들레르 현대의 삶을 그리는 화가》 (은행나무, 2014)




보들레르가 강조하는 현대는 간단히 말하면 현시대의 유행과 풍속이다결국 현대의 삶을 그리는 화가는 자신이 본 것시대의 풍경을 세밀하게 관찰하며 응시하는 예술가. ‘현대 예술가는 벌거벗은 여신이나 신화 속 영웅의 모습을 그리던 고전주의 화풍을 거부한다그래서 전통에 반기를 든 보들레르는 이 책을 통해 현대성이 충실히 반영된 예술가를 옹호한다국내에 출간된 보들레르가 쓴 책과 보들레르 관련 서적을 모으는 중인데, <소요서가>에 오기 전까지는 절판된 현대의 삶을 그리는 화가를 구하지 못한 상태였다. 드디어 이 책을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 [구판절판] 린 헌트 엮음 포르노그라피의 발명》 (책세상, 1996)

* [개정판] 포르노그래피의 발명》 (알마, 2016)



<소요서가>에서 구매한 린 헌트의 책은 책세상에서 나온 구판이다프랑스 혁명 이전의 금서목록에 포르노그래피가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아이러니하게도 금서로 지정된 포르노그래피는 대중이 즐겨 보는 베스트셀러였고봉건적 구체제를 뒤흔들만한 선동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프랑스 혁명 이전까지 포르노그래피는 성적 표현을 동원해 종교적 · 정치적 권위를 비판하는 언어적 무기였다포르노그래피의 발명은 프랑스 혁명과 민주주의를 촉발한 포르노그래피의 영향력을 조명한 책이다.

















* [개정 4]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현실문화, 2022)




그날 <소요서가주인장은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를 읽고 있었다.

 

현대미술은 정말 어렵고보면 볼수록 머리 아프게 만든다사실 미술이라는 단어조차도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는 미술과 그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 사이의 틈을 메꿔주는 책이다미술을 이해하고해석하는 관점과 방식은 고정적이지 않다시대적 상황에 따라 미술을 보는 눈이 결정되고시대가 달라지면 변하기 마련이다그래서 미술을 한 마디로 규정하고정의 내리기가 참 쉽지 않다저자는 현대미술이 소수의 지식인만 이해하는 문화로 전락하는 바람에 실패했다고 지적한다저자의 지적은 현대미술의 한계에 정곡을 찌른 분석이다







지난주 금요일에 <소요서가> 인스타그램 운영자가 내게 메신저(DM)를 보냈다. 서양 과학의 기원이 서점에 입고되었으니(!) 필요하다면 예약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절판된 책이라서 영영 못 구할 줄 알았는데 <소요서가>가 정말 감사하게도 귀한 책을 찾아줬다. 절판된 책 가격은 정가보다 비싸게 매겨지는 편이다. 하지만 나는 그 책 가격이 얼만지 생각하지 않고, 바로 그 책을 구매하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타이밍이 참 좋았는데 바로 다음 날인 토요일에 <달의 궁전> 독서 모임이 있는 날이라서 서울에 갈 예정이었다. 모임 시작 전에 <소요서가>에 방문해서 서양 과학의 기원을 구매했다. <소요서가> 주인장이 말하기를 <소요서가> 대표가 서양 과학의 기원을 매우 탐냈다고 한다. <소요서가> 대표는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이분 역시 내공이 깊은 간서치일 것 같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lanca 2023-06-28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제도서전 가셨군요. 저는 가고 싶었는데 못 갔어요. 소요서가라는 곳이 있었군요. 귀한 책을 구하셔서 잘 됐습니다.

cyrus 2023-07-01 21:31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몰랐던 서점이었어요. <일글책> 책방지기가 <소요서가>를 소개해서 알게 됐어요. ^^

stella.K 2023-06-28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서울에 사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대단하다. 역시 너는 진정한 애서가다.
조만간 해외로도 발을 넓혀볼 생각은 없나? 가까운 일본부터라도. 애서가에겐 언어의 장벽도 문제가 이니잖나? ㅋ 암튼 다행이다. 힘들게 서울까지 와서 원하는 책을 샀으니.^^

cyrus 2023-07-01 21:33   좋아요 1 | URL
외국어 공부하면 책을 못 읽어요. 가끔 우리말로 번역된 외국 도서를 읽다가 아리송한 문장을 만나면 외국어 공부를 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래도 영어 공부하고 싶지 않아요. ㅎㅎㅎ

레삭매냐 2023-06-28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내 글쓰기만을 고집하지만,
제가 권유한 대로 너튜브의
세계를 추천하는 바입니다.

물론 들으시진 않겠지만 ㅋㅋ
지난 주말 역시나 즐거웠습니다.

cyrus 2023-07-01 21:34   좋아요 1 | URL
글 쓰는 삶이 제게 부와 명성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해도, 저는 죽을 때까지 책 읽고 글 쓰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

페넬로페 2023-06-28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작년에도 서울국제도서전 오셨죠? 벌써 1년이 지났네요.
매냐님께서 달궁이라 표현하셨는데
‘달의 궁전‘이군요.
음, 달의 궁전이라, 좋네요~~
대구에서 서울까지 오는 열정, 역시 진정한 책쟁이십니다^^

cyrus 2023-07-01 21:36   좋아요 1 | URL
작년에 제가 도서전에 간 것을 기억하시네요. ㅎㅎㅎ <달의 궁전>이 폴 오스터가 쓴 소설 제목이기도 해요. 달궁 멤버 대부분이 폴 오스터의 소설을 좋아해서 독서 모임 이름이 ‘달궁’이 되었답니다. 그렇지만 저는 폴 오스터의 소설을 즐겨 읽지 않았어요.. ^^;;

시나브로 2023-08-09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에 소요서가에서 <서양과학의 기원들> 재고가 있어 우연히 구매할 수 있었는데, 쓰신 글 보니까 괜히 반갑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