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Chekhov)의 단편소설 <귀여운 여인>은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는 여성을 그린 이야기다. 톨스토이(Tolstoy)는 이 소설을 극찬했고, 작품이 너무 좋아서 네 번이나 계속 읽었다고 한다.

    

 

 

 

 

 

 

 

 

 

 

 

 

 

 

 

 

* 안톤 체호프 체홉 명작 단편선(작가와비평, 2020)

* [품절] 안톤 체호프 귀여운 여인(시공사, 2013)

* 안톤 체호프 체호프 단편선(문예출판사, 2006)

 

 

 

올렌카는 항상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 여인이다. 그녀는 비 때문에 공연을 할 수 없어서 넋두리를 늘어놓는 야외극장 지배인을 동정하다가 사랑에 빠진다. 극장 지배인의 일을 거드는 올렌카는 자연스럽게 남편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그녀는 예술에 대한 대중의 무지를 비판하는 남편의 생각에 공감했고, 배우들의 공연 연습을 지켜보는 감독 역할까지 하게 된다. 올렌카를 좋아하는 배우들은 그녀를 귀여운 여인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올렌카의 행복한 생활은 오래가지 못한다. 남편이 죽으면서 그녀는 혼자가 되고, 그 후로 집에서 울기만 하면서 지낸다. 석 달이 지난 후에 올렌카는 이웃에 사는 목재상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부부가 되지만 불행하게도 두 번째 남편도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녀는 또다시 실의에 빠지지만 이미 한 차례 결혼한 적이 있는 수의사를 만나면서 잠시 잃어버린 행복을 되찾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수의사가 다른 지역으로 전근하는 바람에 올렌카는 외로운 생활을 한다.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올렌카는 귀여운 구석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늙어간다. 그녀는 어떤 상황에 대해서 자기 의견을 내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견디지 못한다. 몇 년이 지난 후에 수의사는 자신의 전처와 외아들까지 대동하여 올렌카가 사는 곳으로 돌아온다. 오랜만에 사랑하는 존재를 만나서 기쁜 올렌카는 수의사와 전처와 외아들을 자신의 집에 데려와 함께 산다. 올렌카는 수의사의 외아들을 친자식처럼 대한다.

 

올렌카는 누군가를 사랑하면 눈빛과 마음은 온통 그 사람에게 향한다. 그녀가 귀여운 여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생각할 힘과 삶의 방식을 제시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어야만 했다. 그녀에게 가장 큰 불행은 어떤 일에도 자신의 의견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그저 따라 하는 올렌카는 자의식이 부재한 인물이다. 소설 초반부에 올렌카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는 문장이 나오는데 그녀는 어릴 적에 아버지를 잘 따랐다고 한다. 올렌카는 어린 시절부터 가부장이 된 남성에 의존해야만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는 종속적인 생활을 하면서 성장했던 것으로 보인다.

    

 

 

 

 

 

 

 

 

 

 

 

 

 

 

 

* 요모타 이누히코 가와이이 제국 일본(펜타그램, 2013)

 

 

 

귀엽다는 일반적으로 예쁘거나 사랑스러운 사람이나 대상(동물, 인형 등)에 호감을 나타날 때 쓰이는 말이다. 그런데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 말에 타인을 차별하는 위험성이 있다. 일본의 문화비평가 요모타 이누히코(四方田 犬彦)가와이이 제국 일본이라는 책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단어가 돼버린 가와이이(かわいい, 귀엽다)의 밑바탕에 깔린 이데올로기를 분석한다.

 

가와이이는 일본의 미의식을 함축하는 단어다. 요모타 이누히코는 가와이이의 기원을 추적하면서 이 단어가 보호받기 쉬운 순진한 존재의 미성숙한 모습을 아름다움으로 긍정하기 위해서 쓰인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성숙의 미학을 지나치게 긍정하는 일본의 가와이이문화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요모타 이누히코 이전에 가와이이의 위험성을 경계한 사람이 여성학자 우에노 지즈코(上野 千鶴子). 요모타 이누히코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가와이이에 대해 누구보다 깊은 증오를 드러낸다. 우에노 지즈코는 가와이이여성이 남성 중심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사용해온 교태라고 지적한다. 일본 사회에서는 귀엽지 않으면 여자가 아니다라는 성차별적인 인식이 있다. 고령 인구가 많은 일본 사회 특성상 노인들은 자식과 손주의 보살핌과 인정을 받고 싶어서 귀여운 할아버지, 귀여운 할머니가 되려고 한다. 우에노 지즈코는 가와이이에 휘둘리는 현실이 사회적 차별을 받기 쉬운 여성/노인을 남성/젊은이에게 보호받기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만든다고 비판한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을 귀엽지 않은 여자라고 부르며 귀여운 할머니가 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체호프의 소설과 가와이이 제국 일본우리가 무심결에 쓰는 귀여운이라는 표현이 한 사람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삶 자체마저 축소하는 위험한 단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타인에게 인정받을 때만 자신의 가치와 존재감이 돋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약점을 숨기려고 한다. 타인의 인정이나 사랑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눈치를 많이 보게 되고 불안해진다. 또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한다. 체호프의 소설에 나오는 저 귀여운 여인처럼 말이다. 이 세상에 귀여운 여인만 있는 게 아니다. 연상의 여성에게 사랑받기 쉬운 귀여운 남자의 매력에 열광하는 우리나라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Trivia

    

 

 

 

 

2006년에 나온 가와이이 제국 일본(원제: かわいい)의 원서 앞표지는 어떤 그림도 없는 단색 디자인이다. 그런데 국내 번역본 표지에는 원서에도 없는 분홍색 전범기가 그려져 있다. 꼭 이렇게 그러야만 했을까? 정신 나간 디자인을 생각 없이 결정한 출판사도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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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05-05 1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좋아! 나도 읽어볼래! 사랑을 갈구하며 사는 인생은 괴로운 거야, 파편 지옥이랄까. 귀여운 건 잠깐씩만. 귀여운 거 좋아하지만 성인을 유아로 만드니까 온전한 삶이라고는 볼 수 없을듯.

cyrus 2020-05-05 19:50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귀엽다’가 상대방을 칭찬하는 표현이 될 수 있지만, 누님이 말씀한 것처럼 상대방, 특히 여성을 유아로 취급해버리는 한계가 있어요.
 

 

 

신천지의 자만 들으면 이젠 신물이 나다 못해 환멸을 느낀다. 그 문제의 종교(사실 종교라고 부를 수 없는 사이비 단체이다) 때문에 신천지의 또 다른 의미들이 무색해졌다. ‘신천지라고 하면 새로운 세상이라든가 1921년과 1964년에 우리나라에서 발행된 잡지 이름을 떠올리지 않는다. 당분간 신천지는 금기어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절판] 박상준 엮음 토탈 호러 1(서울창작, 1993)

 

 

 

신천지의 악몽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외국 단편소설이 있다. 소설 제목이 대구를 초토화한 코로나19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 소설은 많은 사람이 싫어하는 그 문제 단체와 바이러스와 아무 관련이 없다. 이 소설의 원제는 ‘Student Body’. ‘Student Body’는 한 대학에 다니는 학생 전체 수를 뜻하는 단어다. 이 소설을 번역한 역자는 지금도 꾸준히 외국 장르문학 소설들을 소개하고 있는 박상준 씨다. 아마도 박상준 씨도 제목을 우리말로 어떻게 옮겨야할지 한참 고민했을 것이다.

 

소설을 쓴 작가는 미국에 태어난 F. L. 월리스(Floyd Lee Wallace). 1950~60년대에 단편소설을 주로 썼으며 ‘Student Body’는 월리스가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인 1953년에 발표되었다. 월리스는 국내에 유명하지 않은 작가이지만, 그가 쓴 신천지의 악몽은 다시 번역되었으면 하는 단편소설 중 하나이다. 이 소설은 이제는 절판되어 희귀 도서가 된 공포 단편소설 선집인 토탈 호러1에 수록되어 있다.

     

소설 제목에 있는 신천지는 지구의 환경과 거의 흡사한 미지의 행성을 뜻한다. 소설에 나오는 지구인들은 우주를 개척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인류가 살기에 가장 알맞은 행성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이주한다. 이주민들은 이 행성에 글레이드(Glade: 숲속의 빈터)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이주민들이 탄 우주선의 총 지휘자인 해프너(Hafner) 부장은 글레이드를 제2의 지구, 즉 신천지로 만들려고 한다. 이주민들의 신천지 개척은 순조롭게 진행된다. 그러나 이주민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 쥐와 닮은 생명체가 우주선에 몰래 들어와 이주민들이 농사를 지어서 수확한 곡식을 먹어 치운다. 우주선에 거주하는 생물학자 다노 마린(Dano Marin)은 못 먹는 게 없는 생명체를 관찰하여 그것에게 식충이(omnivore)라는 이름을 붙인다. 처음에 로봇 고양이를 우주선에 들여놔 우주선에 들어온 식충이를 퇴치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전보다 몸집이 더 커진 쥐가 나타나 로봇 고양이를 파괴한다. 이주민들은 한 단계 진화한 식충이들을 절멸하기 위해 사냥을 잘하는 테리어를 데려오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식충이는 아주 빠른 속도로 진화하여 호랑이와 같은 모습으로 변한다.

 

마린은 식충이의 정체가 옴니멀(omnimal: 전능수)이며 그 어떤 생명체보다 외부 조건에 적응하면서 빠르게 진화한다고 확신한다. 옴니멀은 무한을 뜻하는 ‘omn’과 동물을 뜻하는 ‘animal’을 합친 단어다. 옴니멀은 생존을 위해 계속 먹기만 하면서 진화하는 생명체. 해프너 부장은 무슨 수단을 가리지 않고 옴니멀을 완전히 박멸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마린은 절대로 그들을 멸종시킬 수 없다고 반박한다. 그는 옴니멀이 계속 진화할수록 그들의 생존력까지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해프너와 마린은 또다시 진화한 옴니멀을 목격하는데, 두 사람이 옴니멀의 모습을 확인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소설은 끝난다.

 

 

 그 동물은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옷이라는 것에 대해 학습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인지 벌거벗은 채였다. 마찬가지로 무기도 지니고 있지 않았다. 놈은 나무에서 흰색의 커다란 꽃을 꺾더니 평화의 상징으로 조용히 내밀었다.

  “어른처럼 보이긴 하지만 내부도 그럴지 궁금하군요. 저 몸속에는 뭐가 있을까요?”

  “나는 그의 머리에 뭐가 들어있을지 궁금하다네.”

  해프너가 걱정스러운 어조로 받았다.

  그놈은 인간을 그대로 빼다 박은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토탈 호러 1》 『신천지의 악몽, 305)

 

 

신천지의 악몽외계의 공포를 주제로 한 SF 소설이다. 그러나 반전이 있는 결말은 비현실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공포를 느끼게 해준다. 외계에 인간과 흡사한 생명체가 있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지구의 단독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며 개발과 생존을 위한 탐욕을 멈출 줄 모르는 인류의 행보를 생각한다면 우리를 위협하는 공포의 존재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그 공포의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고 부르는 우리 자신이다.

 

신천지의 악몽의 결말은 열린 결말이다. 인간의 모습으로 진화한 옴니멀은 평화의 상징인 꽃을 내밀어보지만, 이 장면 하나만 가지고 행복한 미래의 결말을 상상할 수 없다. 해프너와 다린이 서로 대화하는 장면을 보면 그들이 여전히 옴니멀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은 옴니멀을 자신들의 상식에 벗어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또 자신들보다 더 뛰어난 수준을 가질 정도로 거듭 진화하는 옴니멀을 달갑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옴니멀은 두려운 존재이며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 해치워야 할 적이다. 따라서 지구에서 온 이주민과 글레이드의 토착민인 옴니멀 간의 살육전을 예고하는 슬픈 결말을 생각할 수 있다. 생존을 둘러싼 이주민과 토착민의 갈등 양상으로 전개되는 신천지에서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 맬서스 인구론(동서문화사, 2016)

* 맬서스 인구론(동서문화사, 2011)

 

 

 

신천지의 악몽은 단순히 공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소설이 아니다. 이야기를 잘 살펴보면 다윈(Darwin)의 진화론과 맬서스(Malthus)의 인구론이 적절히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윈은 젊은 시절에 맬서스의 저서 인구론을 읽었다. 그는 맬서스의 주장에 매료되었다. 맬서스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주장하면서 인구의 과잉 증가가 빈곤과 인류의 멸망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맬서스의 주장에 영감을 받은 다윈은 모든 종()은 제한된 식량을 차지하기 위해 환경에 적응하면서 진화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늘 배가 고픈 옴니멀은 이주민들의 식량을 차지하기 위해 엄청난 속도로 진화한다.

 

맬서스가 말한 인구론의 밑바탕에는 생존 투쟁에 밀린 가난한 사람이나 사회적 약자는 도태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러한 생각은 우생학을 탄생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됐다. 유럽에서 시작된 우생학은 20세기 초에 미국으로 건너가 대중의 인기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우생학 관련 정책을 세계 최초로 합법화한 국가는 미국이다. 우생학 정책의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는 사회에서 태어난 월리스가 우생학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을 드러내려고 신천지의 악몽을 쓴 건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신천지는 진화론을 극단적으로 변형시킨 우생학이 지배한 암울한 세상, 즉 디스토피아(dystopia)에 가깝다. 그래서 소설의 열린 결말은 한층 암울하고 비극적으로 느껴진다.

    

 

 

 

 

 

 

 

 

 

 

 

 

 

 

 

* 데이비드 스토브 다윈의 동화(영림카디널, 2008)

 

 

 

다윈의 진화론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모든 종이 생존을 위해 투쟁한다는 다윈의 생각을 불편하게 여긴다. 그들이 보기에 다윈은 인간을 그저 생존하기 위해 살아가는 동물로 취급한다. 그래서 맬서스와 다윈의 생각이 반영된 신천지의 악몽을 보게 되면 찝찝한 기분을 지우지 못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이 소설에 부제를 정할 수 있다면, 나는 다윈의 잔혹 동화로 짓고 싶다. 호주의 철학자 데이비드 스토브(David Stove)가 쓴 다윈의 동화는 자연의 모든 이치를 설명할 수 있는 진리가 되려고 하는 다윈의 진화론을 비판한 책이다. 저자는 반 계몽주의자인 맬서스의 주장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다윈의 진화론이 계몽주의자들의 지적 무기가 된 사실을 꼬집으면서, ‘적자생존을 지나치게 강조한 진화론자들이 우생학을 만든 역사까지 지적한다. 저자가 종의 기원을 불태워야 할 책이라면서 다윈을 과격하게 비난하고 있지만, 그는 창조론자가 아니다. 그는 진화론이 자기중심적인 오만한 도그마(dogma)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품절] 마크 리들리 HOW TO READ 다윈(웅진지식하우스, 2007)

* 찰스 다윈 종의 기원(사이언스북스, 2019)

 

 

 

다린은 옴니멀이 글레이드뿐만 아니라 지구와 여러 행성에도 살고 있을지 모른다고 추측한다. 그만큼 옴니멀은 외부 환경에 적응해서 진화하고 번식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를 형질 분기(divergence of character)라고 한다. 다윈은 변이가 큰 종일수록 다양한 장소에 적응하면서 살 수 있는 새로운 종으로 번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형질 분기는 한 종에 다양한 형질을 가진 개체들이 늘어나면서 확산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다윈이 제시한 개념이다. 형질 분기에 대한 설명은 종의 기원4(제목은 자연 선택’)에 나온다.

 

HOW TO READ 다윈은 형질 분기를 형질의 분산으로 소개했다. 그런데 그 단어의 출처가 잘못되었다. 31쪽에 나오는데, 출처는 종의 기원, 생존 경쟁이라고 되어 있다. 생존 경쟁3장 제목이다. 1859년에 나온 종의 기원초판을 번역한 책(장대익 번역, 최재천 감수)에서는 생존 투쟁으로 되어 있다. 이 책의 역자로 참여한 장대익 교수는 다윈의 진화론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단어 하나하나에 신중히 검토하면서 번역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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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5-04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근 신천지 사태와 총선 후에 벌어
지는 일련의 작태들을 보면서 어제
부터 다시 슈테판 츠바이크의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500년 전부터 정치와 종교에 스며든
독단과 광기를 신랄하게 비난했던 르네
상스 인문학자들의 주장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 슬프네요.

cyrus 2020-05-04 23:46   좋아요 1 | URL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포교 활동을 슬슬 시작할걸요. 그리고 ‘대구=신천지’라는 불명예스러운 인식이 꽤 오래 갈 거예요. 저는 코로나 사태 이후 일어나게 될 대구 사람들에 대한 타 지역들 사람의 반응이 두려워요.
 

 

 

마스크를 온종일 착용하면 두 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 끈으로 인해 귀가 아프고, 안경에 김이 껴 앞을 보기가 어렵다. 하루 절반을 밀집 공간에 있어야 해서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다. 그렇다고 계속 마스크를 쓰는 건 아니다. 귀가 아프거나 숨쉬기가 불편하면 마스크를 잠시 벗을 때가 있다. 처음에 한 사람이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그 주변에 모든 사람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도 전염이 된다.

 

나는 마스크 착용이 전염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 아니면 없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무증상 감염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증상 없는 사람의 전염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무증상 감염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 온종일 마스크를 써야 하는 생활이 답답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

    

 

 

 

 

 

 

 

 

 

 

 

 

 

 

  

  

 

* 안톤 체호프 체홉 명작 단편선(작가와비평, 2020)

* 안톤 체호프 체호프 단편선(민음사, 2002)

* [품절] 안톤 체호프 안톤 체홉의 우수(이소북, 2004)

    

 

 

 

 

 

 

 

 

 

 

 

 

 

 

 

 

 

 

* [품절] 안톤 체호프 체호프 단편선(일송북, 2008)

* [e-Book] 안톤 체호프 체호프 단편선(일송북, 2015)

 

 

    

 

내가 이런 생각을 언제부터 했냐면 코로나19우한 폐렴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한 올해 1월이었다. 그달 마지막 주 목요일은 우주지감독서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1월의 도서는 체호프 단편선이었다. 이상하게도 1월 독서 모임에 참석한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여섯 명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다음 달부터 시작해서 두 달 연속으로 독서 모임이 연기될 줄은 꿈에 몰랐다. 지금 대구의 상황을 봐서는 이번 달도 독서 모임 진행이 어려워 보인다.

 

민음사 판 체호프 단편선티푸스(typhus)라는 제목의 단편소설이 있다. 이 소설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페스트에 비하면 잘 알려지지 않았다. 내가 확인해보니 티푸스를 수록한 체호프 단편선집은 총 네 권이다. 현재 민음사 판과 최근에 나온 체호프 단편선집(작가와비평)을 제외한 나머지 두 권은 절판되었다.

 

지금 독자들은 페스트를 열독하는 중이다. 그 사람들은 페스트가 전염병 앞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잘 묘사했다고 말한다. 나는 페스트와 체호프(Chekhov)티푸스를 비교하면서 문학적으로 뛰어난 작품이 어느 것인지 판단하고 싶지 않다. 그런 목적으로 이 글을 쓴 것도 아니다. 나는 페스트를 읽기 전에 티푸스를 읽었고, 이 체호프의 소설을 읽으면서 보이지 않는 적인 전염병의 위력을 간접적으로 느꼈다.

 

티푸스의 줄거리는 평범하다. 티푸스에 걸린 장교의 이야기다. 이 남자는 아픈 몸을 이끌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장교는 침대에 눕자마자 의식을 잃어 혼수상태에 빠진다. 다행히 건강을 회복한 장교는 행복함을 느낀다. 그러나 장교의 행복은 오래 가지 못한다. 장교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을 때 누이동생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녀의 사망 원인은 장교로부터 감염된 티푸스였다. 장교가 눈 뜨기 삼일 전에 누이동생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소설은 눈물을 흘리면서 중얼거리는 장교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마무리된다.

 

 

 심장이 고통으로 찌그러지는 듯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창틀에 이마를 기댔다.

  “난 왜 이리 불행한가!”

  그는 중얼거렸다.

  “하느님, 나는 왜 이리도 불행합니까?”

  그리하여 그의 기쁨은 일상의 권태와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에 자리를 비켜주었다.

 

(체호프 단편선158)

 

 

장교는 자신이 걸린 병 때문에 누이동생이 죽은 사실을 알면서도 살아났다는 기쁨을 억누르지 못해 숙모에게 음식을 달라고 투정을 부린다. 일주일 후에 그는 상실감에 빠진다. 체호프는 전염병으로 인해 두 사람의 운명이 한순간에 엇갈리는 상황을 묘사하면서 삶의 아이러니를 결말에 보여준다.

    

 

 

 

 

 

 

 

 

 

 

 

 

 

 

     

* 전승규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반니, 2019)

 

 

 

 

 

 

 

 

 

 

 

 

 

 

 

 

 

 

* [절판] 최석민 초대하지 않은 손님, 전염병의 진화(프로네시스, 2007)

* [e-Book] 최석민 초대하지 않은 손님, 전염병의 진화(프로네시스, 2012)

 

 

 

 

 

 

 

 

 

 

 

 

 

 

 

 

 

 

 

* [품절] 마이클 비디스, 프레더릭 F. 카트라이트 질병의 역사(가람기획, 2004)

* [e-Book] 마이클 비디스, 프레더릭 F. 카트라이트 질병의 역사(가람기획, 2010)

 

 

 

 

 

 

 

 

 

 

 

 

 

 

 

 

 

 

* 아노 카렌 전염병의 문화사(사이언스북스, 2001)

 

    

 

 

코로나19와 흑사병이 가장 위험한 전염병으로 알려져서 그렇지, 티푸스도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인류의 역사를 몇 차례 바꿨을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가진 전염병이다. 고대 그리스가 멸망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다름 아닌 티푸스 때문이었다. 티푸스가 없었더라면 나폴레옹(Napoléon)은 세계를 정복했을지 모른다. 나폴레옹의 사전에 티푸스라는 단어가 없었다. 전략가 나폴레옹은 전염병이 전세를 뒤집는 복병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1812년 러시아 정벌에 나섰던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을 물리친 것은 동장군과 티푸스였다. 천하의 나폴레옹을 무너뜨린 티푸스의 위력은 인류의 역사에 큰 영향을 준 전염병을 소개한 책에 무조건 나오는 가장 유명한 사례이다.

 

지금도 자신이 건강하다는 이유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잘못됐다고 무조건 비난하고 싶지 않다. 그들이 손을 잘 씻고 다닌다면 문제 될 건 없다. 다만 그들의 자만심이 하늘을 찌를까 봐 걱정이 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와 접촉하여 병에 걸릴 수 있고, 내가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지만,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실은 자만심은 하늘이 아니라 주변 사람의 몸을 찌른다. 티푸스에 나오는 남매의 비극이 현실에 일어나지 않으란 법은 없다. “나는 괜찮겠지라는 마음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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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04-03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쓰기는 쓰는데 안 쓰는 이들도 꽤 많더라구. 외국인들 중에 마스크 안 쓰고 떼거지로 몰려다니는 거 봤는데 좀 무서워서 얼른 피하게 되더라. 날이 이렇게 좋은데 다들 밖으로 나가고싶어서 난리인듯. 잠깐씩 흔들리는 때가 있긴 있는데 마스크 없이 봄 거리를 걷는 게 그렇게나 큰 행복이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닫네. 그래도 얼른 끝나면 좋겠다. 조심해.

cyrus 2020-05-04 07:39   좋아요 0 | URL
내일 모레부터 생활형 거리두기를 시작하면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확 늘어나겠는데요. 몇 몇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게 돼요. ^^;;

stella.K 2020-04-03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엄니도 옛날 노인인데 어렸을 때 홍역 같은 돌림병이 있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하더군.
1월이라. 난 그때만 해도 자만했지.
마스크 하고 다니는 사람들 뭘 그렇게까지 하나
메르스나 신종플루 때만 할 텐데 했거든.
이렇게 전 세계를 초토화시킬 거라곤...ㅠ
라떼는 전쟁을 겪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쟁이 일어나면 이렇게 되는 거구나
놀라운 세상을 겪고 있는 요즘이다.ㅠ

cyrus 2020-05-04 07:44   좋아요 0 | URL
올해야말로 앞날을 예상하기 힘든 해인 것 같아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아요. ^^;;

레삭매냐 2020-04-03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스크 쓰고 벗다가 그놈의 안경
을 세 번이나 해먹었네요...

아 숨쉬기도 불편하고 안 보이기도
하고 죽갔네요 정말.

마스크 쓰기 너무 힘드네요.

cyrus 2020-05-04 07:46   좋아요 0 | URL
대구는 벌써 초여름 날씨 모드라서 낮에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면 답답해요... 여름에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페크pek0501 2020-04-19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로나19로 처음 마스크를 쓸 땐 내가 감염될까 봐 마스크를 쓰는 쪽이었는데,
요즘은 혹시 내가 증세 없는 보균자일 수가 있어서 남을 위해 마스크를 써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cyrus 2020-05-04 07:47   좋아요 0 | URL
맞아요. 불편하더라도 나와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마스크 착용은 필수죠. ^^
 

 

 

대구에 헌책방이 사라지는 일은 이제 낯설지도 않고 놀랍지도 않다. 현재 대구시청 근처에 있는 헌책방은 3곳이다. 동양서점, 평화서적, 국제서적이다. 교동네거리로 가서 좌회전하면 헌책방 2(대륙서점, 규장각서점)이 있다. 하지만 헌책방이 있던 곳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두 곳 모두 문을 닫게 되었고 지금은 건물 형체조차 볼 수 없다. 그곳에 가면 커다란 철의 장막만이 있을 뿐이다.

 

 

 

 

 

    

 

대구시청 주변은 한때 대구역 지하도와 남문시장 주변과 더불어 헌책방들이 많이 모여 있던 곳이었다. 6·25 전쟁 이후 대구시청 근처에 노점상 형태의 헌책방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장사가 잘되면서 대구역 지하도에 헌책방이 생겼다. 대륙서점은 50년이 훌쩍 넘는 오랜 역사를 가진 노포(老鋪)라 할 수 있는데, 결국 이곳 역시 문을 닫고 말았다. 헌책의 매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남은 가게들이 명맥을 이어가는 방안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자체 차원의 헌책방 활성화 대책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대륙서점 다음으로 많이 가는 곳이 동양서점이다. 주인장은 다리가 불편한데도 매일 가게를 연다. 이곳에 가면 최소 책 한 두 권을 무조건 구입한다. 그래도 매번 가게에 갈 때마다 성과가 있는 건 아니다. 작년에 빈손으로 가게를 나온 일이 두 번 있었다. 어제 동양서점을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다. 상태가 아주 좋은 러브 미스테리(비전, 1993)이라는 책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러브 미스테리사랑을 주제로 한 외국 작가들의 미스터리 단편 소설을 모은 책이다. 책을 엮은 사람은 장르문학 전문 번역가인 정태원이다. 이 책은 알라딘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좀 더 읽고 나서 리뷰를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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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4-02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지 않은 시대가 되었으니
헌책방도 사라지는 게 순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책쟁이로서는 아쉬운 일이지만 시
대의 도도한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까요.

오르테가 선생의 <대중의 반역>은
호시탐탐 노리던 책인데 먼저 겟하
셨네요 :>

2020-04-02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04-03 07:36   좋아요 0 | URL
어떤 헌책방 주인장은 희귀한 책에 비싼 금액을 매겨요. 이러면 책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 책은 그림의 떡이 되고, 헌책방에 문 닫게 되면 책도 함께 사라지는 운명에 처하게 돼요. 그럴 땐 정말 안타까워요.

stella.K 2020-04-02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러브 미스테리라! 나도 솔깃하다.
더구나 알라딘엔 없는 책이라니 그 희귀성에 갖고 싶게 만드는군.
한 권뿐이 없든?ㅋ
헌책방이 문을 닫았다니 마음이 아프다.
아마도 중고샵 때문이기도 할 텐데 여기 저기 접근성이 좋기도 하니
일부러 찾아가긴 쉽지 않겠지.
모르긴 해도 주인장이 책을 사 가는 건 고사하고 그렇게 찾아 와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했을 텐데. 괜히 지켜주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좀 쓰렸겠네.
정말 좀 무슨 대책이라도 좀 세워주지...ㅠ

cyrus 2020-04-03 07:46   좋아요 0 | URL
<러브 미스터리>에 수록된 작품을 쓴 작가들이 유명한 사람들이라서 소장 가치가 높아요.

책을 더 많이 사고 싶은데, 읽을 만한 책을 찾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한 권도 못 산 채 빈 손으로 헌책방을 나오면 주인장한테 죄송한 마음이 들어요. 제가 헌책방에서 책 고르는 데 두 시간 넘거든요... ^^;;
 

 

 

이산가족은 전쟁이 일어날 때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구미에 사는 동생이 한 달째 대구에 오지 못하고 있다. 자주 만날 수 없다 보니 동생이 매일 한 번 영상통화를 한다. 어젯밤에 동생한테 영상통화가 왔다. 동생의 영상통화가 오면 부모님이 참 좋아하신다. 영상통화 중에 동생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집에 페스트 있어?”

 

 

나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갑자기 집에 흑사병이 있느냐고 물어보지?’라고 생각했다. 나랑 같이 영상통화를 하고 있던 부모님은 페스트의 의미를 뭔지 몰라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다. 나는 웃으면서 , 페스트는 전염병이야. 집에 페스트가 퍼졌으면 우린 벌써 죽었지라고 말했다. 동생은 페스트, 몰라? 요즘 되게 유명하던데?”라고 말했다. 나는 그제야 동생이 말한 페스트의 의미를 깨달았다. 동생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소설 페스트가 내 방에 있는지 물어본 거였다‥….

 

영상통화가 끝난 후에 나는 동생에게 카뮈의 책이 내 방에 있다고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페스트는 민음사 판이 아니라 책세상 출판사에서 나온 검은색 표지의 양장본으로 된 카뮈 전집이다.

 

 

 

 

 

 

 

내가 페스트를 사진 찍어 카톡 메시지로 보냈더니 동생은 재미없게 생겼어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흥미 5이라고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동생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 재미없게 생겼다‥…. 예전에 달궁 독서 모임에 참석했을 때 누군가가 카뮈 전집 양장본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분은 앞표지에 권수를 나타내는 붉은색 숫자가 너무 크게 나왔다고 지적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분의 말씀이 옳았다.

 

그나저나 전염병에 대한 공포와 관심이 커지면서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찾는 독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올해의 책은 페스트가 되지 싶다. 이방인번역 논쟁 이후로 오랜만에 사람들이 카뮈에 관심을 보인다. 이쯤 되면 카뮈 전집을 가지고 있는 나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여전히 카뮈에게 확 끌리지 않는다. 이방인반항하는 인간을 읽어보긴 했다. 하지만 그가 쓴 책을 읽으면 생각이 많아지고, 이것을 글로 정리하기가 어렵다. 카뮈는 책 좀 읽어본 독자들 사이에서 워낙 유명한 작가라서 그의 책에 대한 독자 리뷰가 꽤 많이 있다. 나름 독창적인 생각과 해석이 담긴 리뷰를 쓰고 싶어도 못 쓰겠다. 내게 카뮈는 정말 어려운 작가다.

 

나는 당장 카뮈의 페스트를 읽고 싶지 않다. 카뮈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식을 때 읽으려고 한다. 나는 항상 책을 읽으면 뒷북(book)친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카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코로나19가 확산하지 않았어도 올해는 카뮈를 읽어야 하는 해라는 점은 분명하다.

    

 

 

 

 

 

 

나는 페스트말고 흑사병을 읽고 싶다. 한동안 잊고 있었다가 코로나19와 동생 때문에 이 책에 눈길을 주게 되었다.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심야에 흑사병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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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0 1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03-20 23:52   좋아요 0 | URL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 살고 있어도 인간이라는 존재는 연약하고 한편으로는 똑똑하지 않아요. ^^;;

stella.K 2020-03-20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그래. 요즘 부쩍 페스트가 읽고 싶어졌어.
책 잘 생겼구만.ㅋ

근데 어제 중고샵 다녀왔지? 어떻디? 괜찮나?

cyrus 2020-03-20 23:56   좋아요 0 | URL
알라딘 서점에 사람이 꽤 많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서점에 사람이 많이 온 것에 놀라지 않았어요. 제가 놀란 것은 서점 안에 있는 책상이었어요. 책상 위에 손 소독제는 없었어요. 계산대에 손 소독제가 있었어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한 시기에 손님들이 책상에 앉지 못하도록 알라딘이 조치를 취해야 했어요.

페크pek0501 2020-03-22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페스트>를 재밌게 읽었었어요. 그래서 다 읽은 뒤에 밑줄 친 곳을 몇 번이나 본 적도 있어요. 요즘 다시 읽는다면 실감날 것 같습니다. 사색적인 문장이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cyrus 2020-03-23 22:23   좋아요 0 | URL
카뮈의 <페스트>가 재미있는 책이었군요. 내년 독서모임을 위해 이 책을 추천해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