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트림 물리학 - 수식 없이 읽는 여섯 가지 극한의 물리
옌보쥔 지음, 홍순도 옮김, 안종제 감수 / 그린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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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점   ★★☆   B-







수학 없는 물리라는 물리학 교재가 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수학 없는 물리번역본은 12판이다. 제목만 믿고 이 책을 고른 사람들은 십중팔구 수학을 싫어할 것이다. 이 책에도 각종 수식이 나온다. 수학 없는 물리의 원제는 ‘Conceptual physics’. 원제를 우리말로 그대로 옮기면 개념적 물리학이다. 수학 없는 물리를 쓴 폴 휴잇(Paul G. Hewitt)은 자신의 책으로 물리학을 공부하려는 독자들에게 수식을 외우는 것보다 물리학의 개념을 먼저 이해하라고 당부한다. ‘Conceptual physics’의 국역본 제목을 바꿀 수 있다면, 나는 ‘수학보다 물리라고 붙여주고 싶다.


수식이 아예 나오지 않는 물리학 교재가 이 세상에 단 한 권이라도 있을까? 수학을 피하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을 간절히 원하겠지만, 그런 책으로 공부하면 광범위한 물리학의 세계에 접근할 수 없다. 수학 없는 물리학은 효모가 들어가지 않은 빵이다. 수학이라는 효모가 있어서 물리학은 점점 부풀어 올라 다양한 분야의 학문(응집물질물리학, 반도체 물리학, 핵물리학, 천체물리학 등)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어제 나온 따끈따끈한 과학책인 익스트림 물리학의 부제는 수식 없이 읽는 여섯 가지 극한의 물리. 부제를 믿지 마시라. 여기도 수학 용어와 수식이 나온다.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수식은 물리학을 거들 뿐이다. 어려워서 이해가 되지 않으면 제쳐도 된다. 익스트림 물리학은 수식을 건너뛰면서 읽는 과학책이다. 중국의 과학 강사 옌보쥔(严伯鈞)수학이라는 장벽 앞에 두려워서 물리학에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저자는 수학 공식을 이용하지 않고도 물리학을 명백하게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물리학을 설명하기 위해 수식 대신에 사용한 도구는 극한적 사고(limit thought). 극한적 사고란 조건 변수를 극한으로 설정해 놓고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이론에 비추어 추론하는 일이다. 극한적 사고는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과 비슷하다.

 

조건 변수를 극한으로 설정하면 물리적 현상들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특수상대성이론을 이해하려면 물체를 빛의 속도와 가까울 정도로 아주 빠르게[극쾌(極快, the fastest)] 운동하도록 설정해야 한다. 우주의 범위를 크게 봐야지[극대(極大, the largest)] 우주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일반상대성이론의 핵심 개념인 휘어진 시공간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운동하는 물체의 질량을 아주 무겁게 만들면[극중(極重, the most massive)] 시공간의 휘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원자가 만물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원자는 입증 불가능한 존재였고, 과학자들은 원자를 부정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를 보여주지도 않고, 실제로 있다고 주장만 하는 원자론자들의 말이 이상하게 보이는 건 당연하다. 다행히 과학이 발전하면서 미시적 세계[극소(極小, the tiniest)]가 주목받기 시작했고, 원자의 존재가 입증되었다. 미시적 세계에 대한 인식 없이는 원자를 이해할 수 없다. 온도를 아주 높게 하거나[극열(極熱, the hottest)], 반대로 절대 0도까지 온도를 많이 낮추면[극냉(極冷, the coldest)] 특별한 물리적 현상이 생긴다.

 

익스트림 물리학을 펴낸 출판사는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 그린북이다. 출판사는 익스트림 물리학이 기본이 부족한 이공계생들을 위한 책이라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이 책은 학생들이 읽기 편하지 않다. 익스트림 물리학에는 73명의 위대한 과학자, 47가지 물리학 원리와 정리, 25개의 물리 실험과 사고실험, 44가지 물리학 이론과 541개의 물리학 · 수학 개념이 나온다. 그런데 적지 않은 인명과 용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만든 색인이 없다. 색인이 있으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고도 용어를 단번에 찾을 수 있다. ‘색인 없는 책은 마음 가는 대로 아무 데나 골라 읽는 자유를 억압한다.

 

책의 역자는 과학 비전공자다. 물리학 교사가 책의 감수를 맡았지만, 책 곳곳에 미흡한 점이 여러 개 보인다. 특히 용어의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은 내용이 있다.

 

 

 여기에서 v는 은하가 멀어지는 속도, D는 은하 사이의 거리, H는 허블 상수이다. 허블 상수는 약 70km/(s·Mps)이다. 파섹(pc)거리의 단위3.26광년이다. (121)

 

 

파섹은 우주공간에서의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

 

 

 지구 자전의 영향 때문에 지표면에 있는 전향력(Coriolis force, 코리올리의 힘, 물체가 떨어질 때 휘어지는 힘-옮긴이)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179)

 

 

전향력의 의미를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이렇다. 회전하는 물체의 표면 위(자전하는 지구의 지표면)에 있는 물체가 수직 방향으로 떨어질 때 휘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힘이다. 전향력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체의 방향이 휘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걸까? 왜냐하면 전향력은 회전하는 물체에 의해서 생기는 실재의 힘이 아니라 가상의 힘이기 때문이다. 전향력을 물체가 떨어질 때 휘어지는 힘으로 대충 설명하면, 독자는 전향력이 실제로 일어나는 힘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갈릴레이의 자유낙하 실험은 다들 들어봤을 것이다. 갈릴레이가 피사의 사탑 꼭대기에 서서 무거운 쇠공과 가벼운 나무 공을 들고 두 개를 동시에 떨어뜨렸더니 무거운 쇠공과 가벼운 나무 공이 같이 떨어졌다는 내용이다. 이 실험을 통해 낙하하는 물체의 속도는 질량과 관계없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181)

 

 

갈릴레이 위인전에 꼭 언급될 정도로 유명한 실험으로 알려졌지만, 갈릴레이는 피사의 사탑에 올라 자유낙하 실험을 한 적이 없다.

 

 

 힉스 입자(Higgs boson)는 만물에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이다. 질량이 없으면 중력도 있을 수 없다. 중력이 없으면 천체가 형성될 수 없다. 항성도, 행성도, 지구도, 생명도 생겨날 수 없다. 힉스 입자가 만물에 질량을 부여하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세계도 존재할 수 있다. 이는 서구 종교계에서 주장하는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했다라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이 때문에 힉스 입자는 신의 입자(The God Particle)’로 불린다. (463)

 

 

힉스 입자의 별칭인 신의 입자는 미국의 물리학자 레온 레더만(Leon M. Lederman)과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 딕 테레시(Dick Teresi)가 함께 쓴 책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레더만은 처음에 자신의 책 제목을 ‘Goddamn Particle(빌어먹을 입자)’로 정했다. 책이 나올 당시에 힉스 입자는 발견하기 힘든 입자였고, 힉스 입자를 찾아서 검증하는 일은 물리학자들 앞에 놓인 난제였다. 그러나 출판사 측은 빌어먹을 입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Goddamn’‘God’로 수정했다. 힉스 입자의 역할은 세상을 만든 창조주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힉스 입자는 신 그 자체다라는 오해는 금물이다. 유신론자는 과학사를 새로 쓴 LHC(대형강입자충돌기)의 힉스 입자 발견에 숟가락을 얻지 말기를. 바뀐 책 제목 때문에 실제로 기독교 인사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힉스 입자가 신의 존재를 증명해주는 근거라면서 김칫국을 마신 적이 있었다.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 123쪽






 우주에는 대기층이 없어서 허블 우주 망원경은 대기층의 교란을 받지 않고 더 많은 빛과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주1]



[주1] 원서는 2020년에 발간되었다. 그래서 허블의 뒤를 이을 차기 우주 망원경에 대한 언급이 없다. 1990년에 발사된 허블 우주 망원경은 총 다섯 번의 정비를 받으면서 관측기기가 교체되었다. 20211225일에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발사되었다. 제임스 웹(James Webb)NASA 2대 국장의 이름이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에 허블보다 집광 면적이 넓은 반사경이 장착되었는데 허블이 관측할 수 없는 아주 먼 우주공간과 적외선 영역을 관측할 수 있다.





* 133쪽


 빅뱅 이론은 1927년 벨기에 천문학자인 조르주 르메르트(Georges Lemaître)가 처음으로 제시됐다.[주2]



[주2] 조르주 르메트르는 가톨릭 사제이기도 하다. 2018년에 개최된 국제천문연맹 총회에서 우주 팽창을 주장한 르메트르의 업적이 인정받아 허블의 법칙에서 허블-르메트르 법칙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하지만 허블과 르메트르보다 먼저 우주 팽창을 수학적으로 증명한 사람은 러시아의 수학자 알렉산드르 프리드만(Alexander Friedmann)이다. 1922년에 프리드만은 자신의 이름이 붙은 프리드만 방정식을 이용한 우주 팽창 모델을 제시했지만, 1925년에 사망하는 바람에 그의 업적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 266





아인슈타인: 나는 자네(플랑크)처럼 젊지 않아.[주3]




[주3] 막스 플랑크(Max Planck)1858년에, 아인슈타인은 1879년에 태어났다. 아인슈타인은 자신보다 21살 많은 대선배인 플랑크에게 반말할 수가 없다.





* 295



 


플랑크상수(Plank constant) [주4]  




[주4] 철자 오류→ Planck constant

 




* 377





우라늄-23514세 개[주5]의 중성자를 가진 방사성 동위원소임.



[주5] ‘143의 오자. 143개의 중성자가 있어 원자 질량이 23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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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1-18 2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학없는 물리>랑 <Conceptual physics>는 좀 괴리가 있는거 같아요 ㅋ [주3]은 재미있네요 ^^ 고등학교 때 물리를 선택했긴 했지만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하나도 모르겠네요 😅

cyrus 2022-01-19 22:52   좋아요 1 | URL
상대성이론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대성이론이 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ㅎㅎㅎ 잊을만하면 예전에 읽은 책을 다시 봐요. ^^
 
생물학적으로 어쩔 수가 없다
이시카와 마사토 지음, 이정현 옮김 / 시그마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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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점   ★★☆   B-






생물학적으로 어쩔 수가 없다.’ 책의 제목이 도발적이다. 인간의 본성은 교육으로 바뀔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눈을 부릅뜨면서 이 책을 노려봤을 것이다. 본성 대 양육이라는 주제는 하루 이틀의 논쟁이 아니다. 인간의 기질은 과연 타고나는 것인가, 아니면 길러지는 것인가? 이 책을 분노의 눈길로 바라본 사람이라면 후자의 관점을 옹호하는 환경 결정론자일 수 있다. 생물학적으로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은 유전자가 인간의 기질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는 유전자 결정론자(또는 생물학적 결정론자)’의 입장에 가깝다. 일본의 진화심리학자가 쓴 생물학적으로 어쩔 수가 없다는 인간의 본성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책의 저자는 유전자의 명령에 따라 인간의 행동과 능력이 만들어졌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없는 현실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우리를 조종하는 유전자의 힘이 워낙 강력해서 아무리 노력해도 실현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양육과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51가지 사례를 제시한다. 이 모든 사례는 인간의 생물학적인 한계. 환경 결정론자는 꾸준히 배우면서 노력하면 분명 기질을 바꿀 수 있으며 태어날 때부터 가지지 못한 능력을 후천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저자는 한 사람을 위한 조언으로 둔갑하기 쉬운 환경 결정론자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노력만 하면 똑같은 기질과 능력을 갖출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타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서 내가 무조건 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반대로 내가 잘하는 일을 아무리 노력해도 하지 못하는 타인도 있을 것이다. ‘유전자의 힘을 거스를 수 없어서 생물학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해보지도 않고 벌써 포기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양육의 효과를 맹신한다. 교육으로 인간이 바뀔 수 있다고 믿는 사회는 개인의 한계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지 못하거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개인의 탓으로 돌린다. 그러고는 더 노력해보라면서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노력해! 노력해! 노력해!

 

진화심리학은 진화에 인간의 심리에 연관 지어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학문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을 수렵 채집 시대’, 즉 석기 시대를 살아오면서 우리 몸에 각인된 삶의 흔적이 있는 동물로 규정한다. 가파른 속도로 발전해와 지금의 모습을 이루고 있는 문명사회에 인간의 심신은 적응이 덜 되어 있다. 아직도 인간의 몸과 행동에 수렵 채집 생활의 흔적이 배어 있다. 따라서 석기 시대에 살아가는 방식과 완전히 다른 현대 사회와 불협화음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인간은 과식을 선호하지만, 그에 따른 각종 성인병과 비만을 경계한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면서 살이 찌는 상황은 생물학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석기 시대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식량이었다. 식량을 구하기 쉽지 않은 시대를 살아온 인류는 어떻게든 식량을 구해서 최대한 많이 먹었다. 그래서 인간은 음식을 많이 먹어서 충분한 영양분을 미리 쌓아 두게끔 진화했다. 하지만 식욕을 멈추는 절제심은 진화하지 않았다. 세상이 변하고 발전할수록 기름지고 맛있는 음식의 종류가 많아졌다. 이제는 얼마든지 음식을 실컷 먹을 수 있다. 우리는 먹거리가 넘쳐나는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과식을 선호하는 오래된 우리의 본성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식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유전자의 힘을 극복하지 못한 인간의 한계를 솔직하게 받아들인다. 생물학적으로 어쩔 수 없으니 포기하면 편하다. 그렇다고 저자가 노력에 따른 결과와 양육의 장점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생물학적으로 어쩔 수 없다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거야라는 패배주의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저자는 노력해도 할 수 없는 것을 과감히 포기해서 노력해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내가 노력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이라면,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양자 모두 자신만의 개성이 될 수 있다.

 

이 책에서 유일하게 진화심리학이 언급된 문장은 이 책의 부제다. 저자는 후기에 진화심리학을 생물학적 관점에서 심리를 설명하는 것(282)’이라면서 두루뭉술하게 언급했는데, 사실 이것만 보고 진화심리학이 어떤 학문인지 파악하기가 힘들다. 이러면 대중은 진화심리학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느낄 것이고, 이 학문에 선뜻 접근하지 못한다. 진화심리학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저자의 글은 대중이 진화심리학에 거부감을 느끼게 만든 주범이다. 이 책에 알맹이가 빠져 있다. 책의 빈틈을 메꾸지 못한 역자도 잘했다고 볼 수 없다. 역자는 진화심리학의 강점과 약점을 비중있게 다루면서 진화심리학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는 후기를 썼어야 한다. 대부분 사람은 모든 진화심리학자를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보수주의자와 결탁한 유전자 결정론자라고 비난하는데, 꼭 그렇지만 않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유전자의 힘과 환경의 영향이 상호 반응해서 인간의 기질이 형성되거나 변화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저자는 우리가 할 수 없는 일들의 원인을 모두 석기 시대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살아온 조상들의 모습에서 찾는다. 하지만 우리는 아주 오래된 석기 시대의 환경과 생활상을 알지 못한다. 이것은 진화심리학의 약점이다. 인간의 기질이 수렵 채집 생활에 적응하도록 형성되었다고 보는 진화심리학자들의 입장은 모호한 추측을 양산한다.

 

저자는 인간이 고독해지는 것을 생물학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고독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그는 고독하게 지내는 것을 개성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낮에도 고독하게 지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의 마음은 대부분 사이좋은 협력 집단에 어울리는 쪽으로 작동하게 되어 있다. 이것 역시 수렵 채집 시대의 흔적이다. 온종일 다른 사람과 교류할 일이 없다면 마음은 쉽게 병들고 만다. (60)

 


낮에 고독하게 지내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저자의 입장은 고독의 긍정적 효과를 외면하고 있다. 온종일 다른 사람과 교류할 일이 있으면 마음이 쉽게 병드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최대한 줄이면서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게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는데 집중할 수 있다. 물론 고독을 긍정하는 사람들도 때때로 외로운 감정을 느낀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도 소중하게 여긴다. 세상과 단절한 채 생활하는 은둔형 외톨이는 타인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은둔형 외톨이처럼 고독하게 지내는 것이야말로 바람직하지 않다.

 

진화심리학적 관점에 심취한 저자는 택시 운전사가 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한다(98), 택시 운전사가 아닌 내가 봐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택시 운전사도 비 오는 날에 일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빗길 운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빗길을 지나는 차는 평상시보다 미끄러지기 쉽다. 사고 없이 안전하게 운전해야 하는 택시 운전사는 비 오는 날에 예민해진다.

 

그리고 저자는 SM 플레이를 좋아하는 건 생물학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아픈 게 좋다는 마조히스트를 이해하지 못한다.

 


 SM 플레이에서는 사디스트가 채찍으로 마조히스트를 때려서 서로 만족을 얻는다. 소리에 비해서 아프지는 않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해도 아픈 게 좋다는 마조히스트의 고백은 이해하기 어렵다. (219)

 


대중은 사디스트와 마조히스트를 왜곡한 정보를 접해서 SM을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면 SM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점점 더 불어난다. 저자는 SM 플레이를 단순히 지배 복종 관계에 대한 충동을 승화시키는 성행위로 보면서,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계약 관계를 지향하자고 주장한다(220). 한술 더 떠서 SM 플레이 대신에 그것과 비슷한 효과(통증을 참으면서 느끼는 성취감)가 있는 스마트폰 게임을 하자고 제안하는데 SM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저자는 SM을 오해하고 있다.

 

SM 플레이는 도미넌트(Dominant, 줄임말은 ’, 지배 성향이 있는 사람)와 서브미시브(Submissive, 줄임말은 ’, 지배당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 간의 상호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성행위다. SM 플레이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규칙과 응급처치 요령이 마련되어 있으며 대화를 통한 파트너 간의 상호 합의를 강조한다. 그래야 SM 플레이 도중에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할 수 있고, 성범죄를 방지할 수 있다. SM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습득한 도미넌트와 서브미시브는 적당히 선을 지키면서 쾌락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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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1-03 23: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새해 복 많으받으세요~올해는 사이러스님의 리뷰 작년보다 더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mini74 2022-01-03 2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다보니 이해가 ㅠㅠ특히 낮에 고독한게 바람직하지 않다니 너무 편파적인거 같아요. 오랜만이라 더 반가운 리뷰 ~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새파랑 2022-01-04 0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포기하면 편하긴 할거 같은데 문제는 포기하는게 쉽지가 않다는 거겠조? ㅎㅎ cyrus님 오랜만에 뵈어서 너무 반갑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이하라 2022-01-04 08: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tella.K 2022-01-04 15: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아!^^
 
질병의 지도 - 흑사병에서 코로나바이러스까지 지도로 보는 유행병과 전염병의 모든 것
산드라 헴펠 지음, 김아림 옮김, 한태희 감수 / 사람의무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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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인류의 생명을 살린 한 장의 지도가 있다. 그 지도는 콜레라 희생자가 늘어나던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만들어졌다. 존 스노(John Snow)라는 의사는 콜레라의 발병 원인과 경로 전염을 파악하기 위해 죽음의 거리가 된 런던 소호 가를 직접 돌아다녔다. 당시 사람들은 공기 중에 있는 독소가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을 일으킨다고 믿었다. 하지만 스노는 상수도의 오염된 물이 콜레라 대유행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집집이 돌아다니며 콜레라로 사망한 주민이 살았던 집을 조사해서 지도에 표시했다. 자신이 직접 만든 지도를 살펴본 스노는 콜레라 환자와 사망자들의 집이 특정 우물 펌프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스노가 의심한 우물 펌프가 콜레라 감염을 일으키는 진원지였다. 지도는 의사의 생각에 힘을 실어주었다. 한 장의 지도가 공기를 타면서 거리를 떠도는 저승사자와 같았던 콜레라의 실체를 밝혀주었을 뿐 아니라 죽음의 행렬을 멈출 해법을 보여주었다.


지도에는 넓고 거대한 세상이 축약되어 있다. 그렇지만 스노가 만든 콜레라 지도처럼 질병의 전염 경로도 담겨 있다. 역학 조사를 위해 만들어진 지도는 병균에 맞서 싸우는 의학자들이 반드시 챙기는 전투 장비다. 질병의 지도는 아주 작고 치명적인 적의 포위망을 뚫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류의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는 질병에 관한 모든 정보를 알려주면서 질병을 대하는 당대 사람들의 인식까지 들려준다. 과거 사람들은 실체와 감염 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전염병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 사람들의 일상은 죽음과 너무나도 가까이에 있었다. 보이지 않은 적의 공격을 받아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가 죽어가는 주변 사람들을 지켜보는 일이 전염병 대유행 시대의 흔한 풍경이었다. 전염병의 위력에 굴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온몸을 죄어오는 고통을 최대한 덜어주고,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치료법을 찾기 위해 계속 시도했다. 그러나 적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고안한 치료법은 한계가 있다. 비과학적인 치료법은 오히려 죽음을 재촉하는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했다. 저자는 여러 가지 전염병에 내리 패배하는 인류의 처절한 모습도 보여준다.


질병에 굴복당한 사람들을 살리고, 질병에 언제 포위당할지 모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인류의 도전들은 헛수고로 끝났다. 지금 보면 다시 거론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우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과거 사람들의 이야기를 왜 알아야만 하는가. 여러번 전 세계를 휩쓴 전염병 대유행 시대를 피부로 느낀 인류의 헛수고는 단순히 지나간 옛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전보다 더 강력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염병 대유행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우리가 다시 봐야 할 역사. 이 역사는 무지한 그들을 비웃을 수 있는 흑역사가 아니다. 지금 우리는 살 수만 있다면 허무맹랑한 치료법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과거 사람들을 비웃을 처지가 아니다. 우리도 과거 사람들처럼 행동하고 있다. 전염병 대유행 시대가 길어질수록 사람들의 심리는 불안해진다. 전염병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은 사실과 거짓을 차분하게 판단하게 해주는 이성을 닳게 만든다. 이때 전염병과 관련된 가짜 정보들이 여기저기 나타나 이리저리 떠돌게 되고, 이성에 구멍이 숭숭 뚫린 사람들을 찾아 파고든다. 이 사람들이 백신 부작용까지 두려워하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현혹되기 쉽다. 저자는 2017년 루마니아에 홍역 환자 수가 전년보다 급증한 사례를 들면서 백신을 거부하는 태도가 전염병 대유행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질병의 지도에 소개된 발진티푸스는 가난한 사람들이 걸린 전염병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가난한 발진티푸스 환자들은 사회로부터 강제로 격리되거나 멸시받았다. 질병의 지도는 전염병 대유행 시대의 환자들이 차별받는 현실에도 주목한다. 나병(한센병)과 에이즈 환자들은 살아 있어도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환자들을 위험 존재로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전염병 감염 경로를 밝혀내는 작업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든다. 환자의 삶을 비참하게 만드는 발진티푸스의 위력을 확인한 어느 의학자는 발진티푸스의 역사는 인류 고난의 역사와 같다고 말했다. 2019년 11월 중순에 시작된 전염병 대유행에 지친 사람들은 의학자의 말에 들어 있는 발진티푸스를 코로나19’로 바꾸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이 생각보다 많다. 게다가 현행 치료법과 백신도 소용없는 변이 병원균이 나타나고 있다. 전염병의 역사는 인류 고난의 역사다. 하지만 전염병 대유행에 인간만 고생하는 것이 아니다. 인류는 살기 위해서 전염병을 전파하는 동물을 찾아내 도살했다. 심지어 전염병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동물마저 도살 대상이 되었다. 모든 인간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로 인간을 지구의 유일한 주인이라고 볼 수 없다. 전염병의 역사는 동물 고난의 역사이기도 하다.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 42

 




특별한 치료은 없지만 → 특별한 치료법은 없지만



 

 


* 82




 

 특히 젊은 시절의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1]동백 아가씨(The Lady of the Camellias에서,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에서 이 질병에 영감을 받았다.


[원문, 원서 82]

 

 notably Alexandre Dumas, the younger, in his novel The Lady of the Camellias and Giuseppe Verdi in his opera La Traviata.

 

 

[1] 《몬테크리스토 백작삼총사를 쓴 알렉상드르 뒤마(1802~1870)동백 아가씨의 작가 뒤마(1824~1895)는 동명이인이다. 두 사람은 이름이 같은 부자(父子) 관계다. 그래서 두 사람을 구분하기 위해 아버지를 뒤마 페레(père)’, 아들을 뒤마 피스(fils)’라고 부르기도 한다. ‘père’‘fils’는 각각 아버지와 아들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원서(The Atlas of Disease)‘the younger’아버지와 이름이 같은 영미권 남성의 이름 뒤에 붙이는 ‘junior(Jr.)’와 같은 의미로 번역할 수 있다. 젊은 시절의 알렉상드르 뒤마동백 아가씨의 작가를 아버지 뒤마로 잘못 알고 있는 역자의 오역이다.





* 110




 

 기원전 5세기 히포크라테스의 글에서도 장티푸스처럼 보이는 병에 대한 묘사가 발견된다. 그리고 로마의 황제 카이사르[2]가 열병을 치료하고자 냉수욕했다는 보고에서 그가 앓았던 병이 장티푸스일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원문, 원서 110]

 

 A description of what appears to be typhoid is found in the writings of the fifthcentury BC Greek physician Hippocrates, and a report of Emperor Caesar Augustus of Rome taking cold baths in order to treat a fever is thought to refer to the illness, but it is impossible to be sure.

 

 

[2] ‘Caesar Augustus’는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가 아니라 로마 제국의 초대 황제 옥타비아누스(Octavianus)의 칭호이다. 그는 카이사르의 양자 및 정치적 후계자로 지명받아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원로원은 초대 황제에게 존엄한 자라는 뜻의 아우구스투스(Augustus)라는 존칭을 주었다.

 





* 150





특별한 치료이 없으며 특별한 치료법이 없으며

 


 



* 182




 

검증된 치료은 없음 검증된 치료법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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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2-01 07: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오랜만에 글 보니 너무 반갑네요~!! 여전하신 날카로운 독서를 하시는군요. 요즘 시기에 적절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염병의 역사는 동물고난의 역사라니~!

얄라알라북사랑 2021-12-01 11:18   좋아요 4 | URL
날카롭고 지적인 독서! 새파랑님의 말씀에 하나 더 얹었습니다. cyrus님 반갑습니다!!!

cyrus 2021-12-02 22:20   좋아요 4 | URL
사스가 유행했을 때 사향고양이, 오소리와 너구리가 도살당했어요. 이유는 사향고양이에서 사스 바이러스와 유사한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는 것인데 인간 때문에 오소리와 너구리는 억울하게 떼죽음을 당했어요. 이런 사실을 책을 통해 처음 알았어요. 사람들은 전염병 대유행 시기를 겪으면 사망자 수에 주목해요. 그래서 전염병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도살당한 동물이 있는지, 또 얼마나 되는지 모를 수밖에 없어요.

이하라 2021-12-01 07: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랜만이시네요. 요즘은 리뷰보다는 독서모임에 더 주력하시나 봅니다. 시기적절한 리뷰 반갑게 보았습니다. 리뷰로라도 종종 뵐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cyrus 2021-12-02 22:22   좋아요 3 | URL
독서 모임 활동에 주력하고 싶은데 오미크론 변이 때문에 또 당분간 불가능할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이 듭니다.. ^^;;

프레이야 2021-12-01 08:0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여전한 대처와 태도, 여전한 차별. 인간과 동물의 고난의 역사. 처음부터 끝까지 페이퍼 오랜만에 반갑습니다. 특히 뒤마 피스를 잘못 옮긴 건 치명적이네요. 예리하고 정확하신 지적 🙌 최고예요.

cyrus 2021-12-02 22:27   좋아요 2 | URL
프레이야님이 보내주신 책 잘 받았습니다. ^^

미미 2021-12-01 08: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에궁 사이러스님!! 오랜만입니다😊

cyrus 2021-12-02 22:28   좋아요 2 | URL
오랜만입니다, 미미님. 건강하게 잘 지내시죠? ^^

레삭매냐 2021-12-01 09: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얼굴 보기 힘듭니다. 속히 캄온!

stella.K 2021-12-01 13:27   좋아요 3 | URL
여기선 다들 얼굴 보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농담입니다.ㅋㅋ

cyrus 2021-12-02 22:29   좋아요 3 | URL
레샥매냐님이 달궁에 컴백하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달궁인들이 많습니다. 달궁 온라인 모임할 때마다 달궁인들이 레삭매냐님 얼굴 보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ㅎㅎㅎㅎ

페넬로페 2021-12-01 09:5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cyrus님!
여전히 미주알 고주알에 감탄합니다.
전염병으로 온 세계가 꽁꽁 얼어붙은 이 시기에 정말 이때까지의 노력이 허무할 정도입니다^^

cyrus 2021-12-02 22:32   좋아요 3 | URL
안녕하세요. 페넬로페님. 잘 지내고 계시죠? 독서모임조차 제대로 할 수 없어서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번 연말 독서 모임이 무산될까봐 걱정입니다.. ^^;;

stella.K 2021-12-01 13: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야. 살아 있네. 이제 영영 안 나타날 건가 했지.ㅋ
뒤마가 부자였구나. 20대 초반에 아들을 낳으셨구만.
우리가 주로 기억하는 건 아버지 아닌감?

전염병은 지가 있을만큼 있다 사라질 건가 봐.
백신도 좀 무력하다 싶어.ㅠ

cyrus 2021-12-02 22:50   좋아요 4 | URL
누님, 잘 지내고 계시죠? 무릎은 좀 어때요? 서재 전체 글이 비공개되거나 서재 자체가 사라져버렸다면, 제가 알라딘을 완전히 떠났다고 보시면 됩니다.. ㅎㅎㅎ

미미 2021-12-02 22:45   좋아요 2 | URL
헉..사이러스님 지난 글들도 찾아 읽는데 서재 사라지는 일 부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mini74 2021-12-01 22: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방가방가 넘 오랜만입니다. 잘 계시지요. 글이야 당연히 여전히 좋아요. 날씨가 많이 추워요. 감기 조심하시고 자주 봬요 *^^*

cyrus 2021-12-02 22:37   좋아요 5 | URL
오랜만입니다. 미니님, 잘 지내시죠? 어제는 진짜 겨울이 왔다는 걸 실감하는 날이었어요. 미니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

새파랑 2022-01-07 17: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당선 축하드려요. 바쁘실텐데 그래도 즐거운 독서 많이 하시길 바랍니다~!!

mini74 2022-01-07 17: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깊이 있는 글에 오탈자까지 ! 항상 고마운 글 ㅎㅎ 축하드립니디 ~

이하라 2022-01-07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새해 기쁘게 시작하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그레이스 2022-01-07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얄라알라북사랑 2022-01-07 1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읽은 페이퍼라 생각했는데, 불과 30여일 전이네요^^ cyrus님 축하드립니다.

서니데이 2022-01-07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2022년 임인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thkang1001 2022-01-07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좋은 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하나의책장 2022-01-08 1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사진 속 두 명의 여성과 세 명의 남성이 어느 한적한 곳에 모여 식사한다. 특이하게도 두 명의 여성은 윗옷을 벗고 있는 상태다. 이들은 프랑스에서 활동한 초현실주의자들이다사진 제목은 소풍이다프랑스 남동부에 위치한 무쟁(Mougins)이라는 도시에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 왼쪽에 있는 사람은 시인 폴 엘뤼아르(Paul Eluard)와 그의 연인 마리아 벤츠(Maria Benz)그녀는 곡예사로 일하다가 엘뤼아르를 만나 모델로 활동했다본명보다 누쉬(Nusch)’라는 별명이 알려져 있다오른쪽에 영국의 화가 롤런드 펜로즈(Roland Penrose)사진작가 만 레이(Man Ray)모델 아드리엔 아디’ 피델린(Adrienne ‘Ady’ Fidelin)이 있다이 사진을 찍은 사람은 제2차 세계대전에 종군 사진작가로 활동한 리 밀러(Lee Miller)그녀는 초현실주의자들의 초상 사진을 주로 찍었다.
















* 알랭 드 보통 불안(은행나무, 2011)




리 밀러의 사진은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불안에 실려 있다. 사진 제목이 풀밭 위의 아침 식사로 되어 있다. 초현실주의자들이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의 그림 풀밭 위의 점심 식사에 나오는 옷 입은 남성과 상반신을 드러낸 여성들을 따라한 건지 알 수 없지만, 사진의 구도는 마네의 그림과 흡사하다. 소풍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사진은 여러 점이 있다. 윗옷을 벗은 채 소풍을 즐기는 리 밀러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있다.


초현실주의자는 세상의 관습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하는 예술가다. 초현실주의자 대다수는 남성이다. 이들은 기성 사회의 도덕적 가치와 규범에 저항하는 에로틱한 욕망의 힘에 주목했다남성 초현실주의자들은 에로티시즘과 연애를 이성의 억압으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혁명의 과정으로 인식했다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지향한 여성 초현실주의자들도 성 해방 운동에 동참했다. 하지만 여성 초현실주의자들이 실질적으로 누린 자유는 한정되었다. 남성 초현실주의자들은 여성 초현실주의자를 창작 활동에 영감을 주는 모델이자 뮤즈(muse)로 여겼다. 그들은 또 자신들의 성적 욕망을 실현해주는 보조적이고 수동적인 아이 같은 여성(femme-enfant)’을 선호했다.


리 밀러의 사진만 보고, 여성 초현실주의자를 성에 개방적인 여성이라든가 연애 지상주의자로 규정해선 안 된다. ‘아이 같은 여성이미지는 남성 초현실주의들의 창작 활동을 도와주고, 그들의 성적 욕망에 순순히 응해주는 비현실적인 존재이다. 여성 초현실주의자들은 남성 초현실주의자가 허락한 자유와 예술에 동의하지 않았다그녀들은 아이 같은 여성’, ‘뮤즈’, ‘남성 예술가의 아내이자 연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거부했으며 자신을 예술가로 인식하면서 살아왔다.

 



















* 데즈먼드 모리스, 이한음 옮김 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을유문화사, 2021)

 

* 소피 들라생 달리의 연인 갈라: 광기 어린 사랑과 예술혼(마로니에북스, 2008)

 

* 도미니크 보나 세 예술가의 연인: 엘뤼아르. 에른스트. 달리, 그리고 갈라(한길아트, 2000)





동물학자로 잘 알려진 데즈먼드 모리스(Desmond Morris)는 초현실주의자들과 친분이 있는 화가이기도 하다. 그가 쓴 책 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은 초현실주의자들의 특이한 연애사를 보여준다초현실주의자들의 연애는 보통 사람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별나다.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는 절친한 동료인 엘뤼아르의 아내 갈라(Gala)를 너무나도 사랑해서 그녀와 함께 잠적하기도 했다. 갈라는 엘뤼아르와 이혼하고(얼마 지나지 않아 엘뤼아르는 마리아 벤츠와 결혼했다) 달리와 함께 살았다. 갈라는 엘뤼아르와 막스 에른스트(Max Ernst)와 함께 동거하기도 했는데, 에른스트는 피카소(Pablo Picasso) 못지않게 여성 편력이 심한 화가이다. 그는 여성 초현실주의자들뿐만 아니라 자신보다 한참 어린 여성과 사귀기도 했다.


모리스의 책에 따르면 에른스트가 마리 베르트 오런키(Marie-Berthe Aurenche)[주1]라는 십 대 소녀와 연애를 하자, 이 사실을 안 소녀의 부모가 에른스트를 고발했다. 하지만 에른스트는 부모의 반대를 무시한 채 그녀와 함께 도주했다. 결국 두 사람은 결혼했다.


그런데 에른스트의 애정 행각에 소녀의 부모만 반대했던 것은 아니다. 롤런드 펜로즈의 아내였던 발랑틴 부에(Valentine Boué)는 에로티시즘과 이성애에 초점을 맞춘 남성 초현실주의자들의 여성관에 반대한 초현실주의자. 그녀는 에른스트를 독선적인 성차별주의자라고 비난했고, 에른스트와 친한 롤런드가 못마땅했다발랑틴은 에른스트와 오런키의 연애에 반대했으며 소녀의 보호자로 자처했다.

















* 파이돈 편집부, 리베카 모릴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을유문화사, 2020)

 

* 휘트니 채드윅 뮤즈에서 예술가로: 이제는 역사가 된 초현실주의의 여성들(아트북스, 2019)

 

* [No Image, 절판] 휘트니 채드윅 쉬르섹슈얼리티: 초현실주의와 여성 예술가들 1924~47(동문선, 1992)




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은 남성 초현실주의자의 업적에 가려진 여성 초현실주의자들의 삶과 우정을 세세하게 언급하지 않는다. 여성 초현실주의자들의 업적을 발굴한 미술사가 휘트니 채드윅(Whitney Chadwick)뮤즈에서 예술가로는 모리스가 지나친 부분을 보완해준다1992년에 쉬르섹슈얼리티: 초현실주의와 여성 예술가들 1924~47라는 책이 번역되어 출간된 적이 있다. 뮤즈에서 예술가로쉬르섹슈얼리티의 증보판이다. 사실 쉬르섹슈얼리티는 원제와 거리가 먼 제목이며 정식 용어가 아니다. 책의 역자가 임의로 정한 제목이다. 번역본에 오자가 상당히 많다.


여성 예술가 인명사전인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에서 이름만 언급된 여성 초현실주의자들리 밀러, 소피 토이버(Sophie Taeuber-Arp)[주2], 케이 세이지(Kay Sage)이 포함되어 있다

 



[1] 뮤즈에서 예술가로》에 표기된 이름은 마리 베르트 오랑슈.


[2]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에 표기된 이름은 소피 토이베르 아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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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창조적 기쁨 - 우리가 사랑한 작가들의 삶과 독신 예찬의 말들
펜턴 존슨 지음, 김은영 옮김 / 카멜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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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점  ★★★☆  B+







고독의 동굴, 고독의 회랑은

밝고도 캄캄하다


Its Caverns and its Corridors

Illuminate or seal



(에밀리 디킨슨, 777 중에서) [주]





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은 자신이 쓴 시에 고독크기를 잴 수 없을 정도로 어둠에 싸인 동굴로 비유했다시인은 스스로 세상을 향한 문을 닫았고, 고독한 삶을 살기로 선택했다. 그녀는 깊고 어두운 자신만의 동굴을 두려워하면서도 그것을 영혼의 창조자(The Maker of the soul)’로 본다. 그래서 고독의 동굴은 밝고도 캄캄하다혼자 생활해본 사람만 아는 고독이란 이런 것일 수 있다. 때론 외롭고 힘겨울 때가 있지만,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 그러므로 자발적인 고독은 생각보다 어둡지 않다타인을 만나면 생기는 불필요한 소음을 피할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고독에 너무 빠져버리면 타인과의 관계 거리가 너무 길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조바심이 들기도 한다.


무엇이 고독을 두려워하게 만드는가. 이에 대해 고독의 창조적 기쁨의 저자 펜턴 존슨(Fenton Johnson)고독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풍토라고 지목한다대부분 사람은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독신자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독신자가 느끼는 고독은 두 개의 성() 또는 동성의 결합(결혼하지 않은 연인 관계, 법적인 부부 관계)이 이루어지지 않은 삶에서 느껴지는 감정으로 단정 지어버린다외로움, 쓸쓸함, 불행, 은둔, 옆구리가 시리다. 이 낱말들과 관용구는 독신자의 삶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사람들은 독신자와 관련된 부정적 단어만 늘리는 게 아니라, 편견까지 그들의 삶에 씌워버린다독신자는 금욕주의자라는 편견. 자발적으로 결혼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금욕주의자가 되고 만다독신자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은 독신자에게 연애와 결혼을 재촉한다누군가는 독신자를 자기의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주의자 또는 국가의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 주지 못하는 역적으로 취급한다.


독신자에 대한 기존의 정의에 이성애 중심주의와 가족중심주의가 진하게 농축되어 있다. 저자는 독신자를 새롭게 정의한다. 홀로 명상과 사색에 잠기는 걸 좋아하는 별난 사람, 그러면서 결혼했지만 혼자 있는 삶을 지향하는 사람도 독신자의 범주에 포함시킨다저자는 독신자를 괴롭혀왔고, 고독을 기피하게 만든 부정적인 편견에 균열을 낸다. 그리고 독신자의 정신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명상과 사색은 세상을 바꾸기 위한 노동으로 전환한다.


앞서 소개한 디킨슨은 고독의 동굴을 두려워했지만, 그곳은 시를 쓸 수 있는 유일한 은둔처다. 그녀에게 시 쓰는 일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자신과 주변 세상을 제대로 보게 만드는 노동이다. 이러한 문학에 대한 열정이 어두운 고독의 동굴 안을 밝게 해주었다프랑스의 화가 폴 세잔(Paul Cézanne)은 결혼한 독신자다. 그는 매일 혼자 화구를 챙겨 생 빅투아르 산에 올랐고, 산의 풍경을 반복해서 수십 점 그렸다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수상록의 저자 몽테뉴(Montaigne)와 더불어 성찰의 대가로 손꼽히는 지식인이다. 그는 월든 호숫가의 오두막에 혼자 살았지만,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하는 은둔형 외톨이가 아니었다. 도시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저자는 독신자의 삶을 살았던 작가와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면밀히 살피면서, 고독의 장점에 주목한다이들은 고독을 창작 활동에 영감을 주는 스승이자 동료로 받아들였다.


고독의 창조적 기쁨은 고독을 사회적 관계에서의 일탈로 규정하는 통념에 이의를 제기한다. 이 책에 소개된 독신자들은 혼자 있는 시간에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했고, 뛰어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그리고 우정과 동료애의 중요성을 잊지 않았다. 고독은 개인의 행복과 창작 욕구를 샘솟게 할 뿐만 아니라 친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 원래 디킨슨의 시에 제목이 없다. 국내에 번역된 디킨슨의 시 제목은 편의상 시의 첫 번째 행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777번의 제목은 고독은 잴 수 없는 것(The Loneliness One dare not sound)이다. 인용한 시구의 출처는 강은교 시인이 번역한 시 선집 고독은 잴 수 없는 것(민음사, 201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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