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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보면 희곡

멀리서 보면 연극


No. 7








<만나러 갈게, 비는 오지만>


철학극장

원작 요코야마 다쿠야

연출 / 무대 디자인 고해종


2024년 6월 8일 토요일 오후 3시 공연 관람





친구는 가까이하고, 적은 더욱 가까이하라(Keep your friends close, but your enemies closer).’ 영화 <대부 2>에 나온 대사다


친구와 가까이 지내다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갈등이 생긴다. 쩍 벌어진 관계의 틈에서 미운 감정이 새어 나온다. 친구와 오랜 우정을 유지하는 일은 어렵다. 크게 싸운 후에 부서질 뻔한 가냘픈 우정이 더 단단히 굳어져서 더 친해지는 친구가 있다. 하지만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친구는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은 적이 된다. 내 몸과 마음에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 친구는 절대로 만나고 싶지 않은 적이다. 과거에 친했던 친구의 얼굴이 불현듯이 떠올리면 그의 이마에 이라는 글자를 크게 새긴다. 분이 풀릴 때까지 증오심이 가득 묻힌 화살을 적의 얼굴에 계속 쏜다.










미로 같은 서울 을지로 4의 골목길에 소극장 을지 공간이 숨어 있다. 예전에 낭독극으로 선보였던 요코야마 다쿠야(横山拓也)의 희곡 <만나러 갈게, 비는 오지만>이 을지 공간에서 정식으로 초연되었다
















한일연극교류협의회 엮음 현대일본희곡집 10》 (연극과인간, 2022)

<만나러 갈게비는 오지만수록 (이혜정 번역)




일본 희곡을 무대 위에 올린 철학 극장(philotheatre)’연극으로 철학 하기를 지향하는 극단이다. 극단 대표 겸 연출자 고해종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 자크 라캉(Jacques Lacan), 알랭 바디우(Alain Badiou)의 철학을 접목한 연극을 만들고 있다.







무대는 단순하다. 다다미가 깔린 좁은 직사각형 형태의 개방형 무대. 무대 위에 나무로 만든 작은 창살문 두 개가 있다. 극 중 인물들은 창살문 사이에 두고 대화한다. 대화하는 도중에 직접 문을 옮기기도 한다. 객석은 무대 양쪽에 있다. 객석과 무대가 상당히 가깝다. 배우들의 표정 연기뿐만 아니라 건너편 객석에 있는 관객들의 표정까지도 볼 수 있다







연극은 관객들에게 과거(1991년 여름)와 현재(2018년 겨울, 2019년)가 겹쳐진 불편한 상황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에 그림 실력이 뛰어난 오사와 준(大沢 潤, 권주영 분)은 불의의 사고를 당해 왼쪽 눈을 크게 다친다. 그는 평생 오른쪽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살아간다준의 왼쪽 눈을 다치게 만든 사고에 휘말린 가나모리 기미코(金森 君子, 박수진 분). 그녀는 <명탐정 메에>라는 그림책을 발표하여 신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기미코의 얼굴에 반쪽이 된 기쁨의 표정이 서려 있다. 어린 시절에 일어난 사고가 기미코의 기쁜 표정을 완전히 펼치지 못하게 꽉 잡고 있다. 기미코는 죄책감에 지배당한 채로 성장한다. 그녀는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친하게 지냈던 준의 인생을 불행하게 만든 가해자라고 생각한다.


불의의 사고는 준과 기미코의 우정뿐만 아니라 두 가족의 평범한 일상마저 무너뜨린다. 기미코의 아빠 유타로(悠太朗, 박승현 분)는 자신이 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고 자책한다. 일찍 세상을 떠난 기미코의 엄마를 대신해 조카를 친딸처럼 돌본 마이코(舞子, 심은우 분)는 준의 부모(준의 아빠: 황규찬 분, 준의 엄마: 고은민 분)로부터 비난을 받는다. 준의 부모가 사이타마로 이사하게 되면서 준과 기미코는 더 이상 만나지 못한다


준의 사연을 들은 가자미 마사시(風見 匡司, 최준하 분)기미코의 그림책에 어린 시절 준이 그렸던 양 그림과 비슷한 삽화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가자미는 준의 왼쪽 눈을 다치게 한 것도 모자라 준의 그림을 도용한 기미코를 용납하지 못한다. 가자미는 준과 기미코의 만남을 주선한다. 그는 준에게 기미코를 만나면 사과와 보상을 제대로 받으라고 재촉한다


연극에 몰입한 관객은 준의 명예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가자미를 옹호할 것이다. 가자미의 감정에 이입하면 기미코는 준의 친구가 아니다. 준의 왼쪽 눈에 회복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주었고, 준의 그림 실력을 훔친 적이다.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강제로 이별하게 된 준과 기미코는 27년 만에 다시 만난다하지만 여기서도 관객들은 또 한 번 불편한 상황을 눈앞에서 본다







기미코는 자기 때문에 준이 평생 힘들게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준의 한쪽 눈을 잃게 만든 본인을 스스로 용서하지 못한다. 그런데 준은 평범하게 살아왔고 말한다그는 진심으로 사과하는 기미코를 이해하지 못한다오히려 기미코에게 사과하지 말라고 한다기미코를 너그럽게 대하는 준의 태도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그렇지만 준의 얼굴에 철학이라는 조명을 비추면 그가 기미코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준의 얼굴은 철학자의 얼굴과 비슷하다. 에마뉘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와 자크 데리다. 이 두 철학자의 얼굴이 포개져 있다두 철학자의 관심사는 용서환대.

















[레비나스 철학 읽기 모임 첫 번째 선정 도서(6~8월)]

* 레비나스, 강영안 · 강지하 함께 옮김 《시간과 타자》 (문예출판사, 2024)




레비나스는 라는 주체가 타자와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탐구했다. 레비나스 이전의 철학자들은 이성으로 무장한 주체를 중시했다. 여기서 레비나스는 주체 및 자아 중심 철학을 비판한다. 왜냐하면 주체를 이성적 존재로 상정하게 되면 타자는 주체에 동화되거나 흡수되는 존재로 격하된다. 레비나스는 주체의 권력화 또는 특권화가 전체주의로 자라나는 문제의 씨앗이 될 수 있다면서 경고한다. 레비나스의 타자 중심 철학은 얼굴과 얼굴을 마주한관계를 강조한다레비나스는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타인도 이웃이다. 타인이 사회적 약자라면 그들의 고통을 보듬어주면서 보호해야 한다레비나스가 바라보는 타인의 얼굴은 개별성과 존엄성이 내포되어 있다.



















* 자크 데리다 · 안 뒤푸르망텔, 이보경 옮김 《환대에 대하여》 (필로소픽, 2023)


* 자크 데리다, 배지선 옮김 《용서하다》 (이숲, 2019)


* 강남순 《데리다와의 데이트: 나는 애도한다, 고로 존재한다》 (행성B, 2022)




레비나스가 타자를 환대하는 방식이 무조건적 환대라고 한다면, 데리다는 환대의 긍정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환대의 개념이 복잡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데리다는 환대의 복잡성과 양면성을 좀 더 드러내기 위해 호스티피탈리티(hospitalité)’라는 신조어를 제시한다환대와 적대를 뜻하는 두 단어를 합친 것으로, 적환대 번역되기도 한다. 데리다는 이 신조어를 언급하면서 우리는 환대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낯선 손님을 만나면 당신은 누구세요?’라고 묻는다. 데리다 철학에서는 이 질문을 문지방 질문(threshold question)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호기심 어린 눈빛과 친절한 미소로 손님에게 드러내면서 누구세요?’라고 말하면서 먼저 말을 걸어온다. 이것은 환대의 질문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낯선 손님을 향해 경계의 눈빛을 쏘면서 누구세요?’라고 말한다. 상대방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한 상황에 나오는 적대의 질문이다 


문지방은 환대와 적대가 동시에 있는 경계다. 하나의 용어 또는 명제에 증거와 반증이 동시에 들어 있는 것을 아포리아(aporia)’라고 한다. 데리다의 환대는 아포리아다.


극에서 가장 중요한 무대 장치인 창살문은 상대방을 환대하거나 적대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데리다의 문지방 즉 호스티피탈리티 문지방이다. <만나러 갈게, 비는 오지만>이 재공연된다면 극 중 인물들이 서로 대화할 때 창살문을 어떻게 옮기고, 또 어디에 배치하는지 살펴보는 일이 연극 감상 포인트다. 







어른이 된 준은 오랜만에 만난 기미코를 자신의 인생을 파괴한 적이 아니라 어렸을 때 친하게 지낸 이웃 친구로 대한다. 준은 자꾸만 자신을 향해 거듭 사과하는 기미코에게 사과하는 거 금지라고 말한다. 기미코는 준과 헤어지기 직전에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551쪽). 자신을 용서한 준의 도움으로 과거의 아픈 기억을 말끔히 씻어낸 기미코는 환대의 질문을 조심스럽게 꺼낸다. 준과 기미코는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확답하지 않지만, 두 사람은 미소를 머금은 채 서로를 바라본다. 웃음은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 보면서 상처 입은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만나러 갈게, 비는 오지만>은 텍스트로 여러 번 읽어도, 공연을 봐도 모호한 느낌이 독자와 관객을 맴돈다. 모호한 연극의 단점이 난해함이라면, 장점은 관객이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는 지점이 많다는 것이다. <만나러 갈게, 비는 오지만> 아포리아적 희곡이다. 철학 연극은 관객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려주지 않는다. 관객은 스스로 철학자가 되어 질문해야 한다. 진정한 용서란 무엇인가, 나를 아프게 한 타인을 용서하면서 환대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

 





덧붙이는 토막글








* 권주영 배우와 박세인 배우는 서울 연희동에 있는 희곡 전문 서점 <인스크립트> 운영하고 있다. 박세인 배우가 맡은 역은 기미코의 친한 후배 이시모토 도모(石本 智).

 

* 세 장의 사진에 등장한 남성은 오사와 준을 연기한 권주영이다권주영 배우는 작년 10월에 공연된 청소년극 <Tank; 0-24>에 출연했는데, 권융이라는 예명을 사용했다공연을 다 보고 난 후에 나는 권주영 배우에게 본인의 얼굴이 나오는 사진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쓸 때 배우 얼굴이 나온 사진을 쓰겠다고 허락을 구했다. 권주영 배우는 흔쾌히 사진을 보내주면서 얼마든지 써도 된다고 했다. 3개월이 지나서야 약속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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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9-16 2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대가 어떨지 궁금하네. 네 다리냐? 전체 무대나 보여줄 일이지. 다리는 무슨...췟!
너도 내 나이 먹어봐라. 느는 게 불평이다. 그래서 꼰대 소리 듣겠지만.ㅎㅎㅎ
약간 난해할 것 같기도 해. 그래도 일본 연극이라니 궁금하기도 하고.
철학극장이 있다니. 일단 신선하긴 하다. 요즘엔 배우가 서점도 운영하눈구나.
웬지 있어 보인다.

cyrus 2024-09-17 15:41   좋아요 2 | URL
제 다리입니다... ㅎㅎㅎ 그런데 정말로 무대가 좁았어요. 무대 전체를 담은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이미 관객들이 객석에 앉은 바람에 찍지 못했어요. ^^;;
 




가까이서 보면 희곡

멀리서 보면 연극


No. 6








<남일동 부인들>

극단 한울림

연출 정철원

작가 이지영(서채봉 역 외)


2024914일 오후 4시 공연 관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당신은 이 속담이 맞다고 동의하는가?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일을 했는데도 이름이 사라져 버린 위인이 많기 때문이다. 역사학자들은 무관심에 씻겨서 지워진 위인의 이름을 찾는 일에 매진한다. 하지만 위인의 이름을 알 수 있는 사료(史料)가 남아 있지 못하면 영영 찾을 수 없다.

 

대구 중구에 국채보상운동 기념 공원이 있다. 국채보상운동은 1907년에 시작된 항일 독립운동이다. 당시 대한제국은 1905년 을사늑약 이후로 국권이 완전히 빼앗긴 상태였다. 일본은 대한제국의 경제권을 장악하기 위해 힘없는 나라에 1300만 원의 빚을 갚으라고 강요하였다. 서상돈(1850~1913)김광제(1866~1920)는 나랏빚을 갚기 위해 국채보상운동을 이끌었다. 서상돈은 2천만 명의 동포가 술과 담배를 끊는다면 한 사람당 20전을 모을 수 있으며 3개월 만에 국채를 갚을 수 있다고 건의했다.

 

여성들도 적극적으로 국채보상운동에 나섰다. 대구에서 자란 일곱 명의 여성은 남일동 패물 폐지 부인회라는 독립운동 단체를 만들었으며 비녀와 가락지를 내놓아 자금을 마련했다. 남일동 패물 폐지 부인회에 소속된 일곱 명의 여성은 기혼 여성으로만 알려졌을 뿐, 오랫동안 이름이 잊혔다











국채보상운동 기념 공원에 국채보상운동 여성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기념비에 남일동 패물 폐지 부인회가 직접 작성한 선언문과 일곱 명의 여성 회원이 새겨져 있다. 그런데 여성들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서 남편 이름 처(, 아내) 정씨, 서씨, 김씨, 정씨, 최씨, 이씨, 배씨로 되어 있다. 국채보상운동이 시작된 지 108년이 된 2015년에 남일동 패물 폐지 부인회의 명단이 확인되었다.

 

정경주, 서채봉, 김달준, 정말경, 최실경, 이덕수. 하지만 한 명의 여성 이름은 여전히 찾지 못했다. 김수원 아내 배씨.

 









남일동 패물 폐지 부인회의 업적을 조명한 <남일동 부인들>김수원 아내 배 씨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연극이다. 무대 위에 되살아난 배씨는 배영순이라는 가명으로 등장한다. 연극의 시대적 배경은 을사늑약 이후이다. 황성신문 주필 장지연(1864~1921)은 을사늑약을 규탄하는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을 썼다. 대구 군수 겸 경상북도 관찰사 서리로 부임한 친일파 박중양(1872~1959)일본 상인들이 대구에 활동할 수 있게 대구 읍성을 헐어버렸다. 연극은 우리가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역사적 사실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남일동 부인들이 자주 만나면서 대화를 주고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는 계산성당 근처 빨래터다. 대구의 유일한 빨래터다. 무대 위에 돌 형상의 소품들이 놓여 있는데, 빨래터를 재현한 것이다.

 

역사는 이름 없는 위인에게 주목하지 않는다. 굵직굵직한 사건이나 남성에 초점을 맞춘 역사는 여성들의 일과 목소리를 배제한. 이제는 남성 중심의 역사에 가려진 여성 위인들이 많이 발굴되면서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역사 속 여성은 주변인이다. <남일동 부인들>은 극 중간에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사늑약, 서상돈, 장지연, 대구 읍성 철거 사건)을 언급하면서도 온전히 기록되지 못한 일제 강점기 여성들의 일상사(日常史)를 인물 간 대화와 노래로 표현한다. 배영순(김정현 분)은 삯바느질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자금을 모은다. 남일동 부인들을 포함한 아낙네들은 빨래터에 모여서 가벼운 대화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어떻게 하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논의한다. 그리고 기생도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한다. 연극은 산업과 농업에 종사하는 남성 중심 역사 그리고 신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압축된 고학력 지식인 중심의 여성사가 주목하지 못한 하층 계급 여성들의 삶과 노동을 빛나게 해준다. <남일동 부인들>경성(서울) 출신 모던 걸로 알려진 신여성만이 역사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잘 만든 연극에 아이러니한 그림자가 무대 위에 잠깐 지나갔다. 이 그림자의 정체는 장지연이다. 극 중 장지연(백광현 분, 극단 솥귀, <남일동 부인들조연출)은 통곡하듯이 시일야방성대곡을 읊는다. 시일야방성대곡에 이날에 목 놓아 크게 우노라라는 뜻이 담겨 있다. 아주 잠깐이지만, 백광현 배우는 시일야방성대곡의 의미를 살려서 나라를 빼앗긴 울분을 표현했다. 그러나 장지연은 1914년부터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주필로 활동하면서 친일 논설을 여러 편 쓰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은 박중양(천정락 분, 극단 진창)과 함께 친일 인명사전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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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카를 드릴까요, 아니면 포도주를 드릴까요?”

수잔나가 웃으며 물었다.

 

(안톤 체호프, <진창> 중에서, 사랑에 관하여37)




만약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술과 책을 파는 서점을 운영하는 주인이라면 처음 온 손님을 향해 방긋 웃으면서 이렇게 말을 걸었을 것이다.

 


보드카(vodka)를 드릴까요, 아니면 보드빌(vaudeville)을 드릴까요?”



보드카는 러시아와 폴란드에서 만들어지는 술이다. 보드빌은 술 이름이 아니다. 보드빌은 코믹한 연극 장르를 뜻한다. 소극(笑劇)과 비슷하다


체호프가 따라주는 보드카는 그의 중기 작품에 해당한다. 이때 작품 분위기는 대체로 어두운 편이다. 체호프의 중기 작품 속 인물들은 꿈도, 희망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부닥친다. 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 안톤 체호프, 하비에르 사빌라 그림, 이현우 옮김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문학동네, 2016)

 

* 안톤 체호프, 오종우 옮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열린책들, 2009)

 

* 안톤 체호프, 안지영 옮김 사랑에 관하여: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과 대표 단편들(펭귄클래식코리아, 2010)




체호프의 단편소설과 희곡을 즐겨 읽는 독자는 보드카에 익숙하다체호프가 직접 종이에 증류한 보드카는 스테디셀러다독자들이 즐겨 마시는 체호프의 보드카는 1898년산 중편소설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 안톤 체호프, 이영범 옮김 체호프 유머 단편집(지식을만드는지식, 2013)

 

* 오종우 체호프의 코미디와 진실(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05)




 

체호프의 보드빌은 젊은 시절 체호프가 쓴 코믹한 단편 소설, 그리고 체호프가 코미디 극작가로 인정받기 위해 쓴 극 작품들이다체호프는 죽기 전에 코믹한 희곡을 썼다. 하지만 연출가와 비평가들은 체호프가 쓴 코믹한 희곡을 단순하게 ‘드라마(drama)’로 이해했다. 체호프는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 불만을 표출했다. 아니, 내가 쓴 작품은 분명 코미디인데 극장 포스터와 신문 광고에서는 왜 자꾸만 ‘드라마라고 부르는가? 아마도 연출가들은 내 작품을 제대로 읽지 않았을 것이다.


















안톤 체호프김규종 옮김 체호프 희곡 전집》 (시공사, 2010)

 

안톤 체호프이주영 옮김 체호프 희곡 전집 1: 단막극》 (연극과인간, 2002)




이번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 참가작인 창작 집단 진창 <청혼 소동>체호프의 보드빌 <청혼>을 각색한 공연작이다원작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세 명이다.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늙은 지주, 아직 결혼하지 않은 지주의 딸, 그리고 그녀와 결혼하고 싶은 소심한 지주. 










연극은 원작과 다르다. 연극 속 지주는 고인이고, 허영심이 강한 지주의 아내가 나온다. 소심한 지주는 몸이 허약한 총각이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결혼하고 싶어 한다. 그는 너무 소심해서 지주의 아내에게 딸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을 꺼내지 못한다. 다행히 지주의 아내는 소심한 지주와 딸의 결혼을 허락한다. 그런데 소심한 지주와 지주의 딸은 크게 다투는 관계가 돼버린다. 두 사람은 영지가 자신의 가문이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한다.


영지 소유권을 둘러싼 두 사람의 분쟁에 지주의 아내까지 합세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듯이 지주의 아내는 딸의 편을 든다. 하지만 딸은 소심한 지주가 자신에게 청혼하러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다. 그녀는 지주에게 화해하고, 틀어진 관계를 회복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소심한 지주와 딸은 아무것도 아닌 문제 때문에 또 한 번 싸운다. 이번에는 각자가 소유한 개가 얼마나 좋은 품종인지 서로 비교하면서 따진다. 두 남녀의 설전은 집안싸움으로 크게 번진다.


모녀와 소심한 지주를 연기한 배우들의 대사와 몸짓은 과장되어 있고 우스꽝스럽다. 그들은 대화 도중에 은어(隱語)와 비속어를 내뱉는다. 지주의 딸은 자신의 감정을 춤으로 표현한다. 체호프의 코미디가 생소한 관객은 웃음을 유발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가볍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관객이 있다면 체호프의 보드카맛을 원했을지도 모른다. 앞서 언급했듯이 <청혼 소동>보드빌이다. 체호프의 보드빌은 오로지 코믹한 상황을 보여준다. 보드빌은 거리에 공연되는 오락적 성격을 띤 소극이다. 민중의 입말은 배우들의 대사가 되고, 배우들은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른. 따라서 보드빌은 민중 친화적인 통속극이다. 실제로 체호프는 이런 보드빌을 쓰려고 했다. <청혼 소동>을 만든 연출자와 배우들은 체호프의 보드빌을 제대로 이해했다. 배우들의 코믹한 연기는 관객들을 웃게 했다.


체호프는 희곡과 소설을 쓸 때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을 관객과 독자가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려내려고 애썼다. 체호프에게 연극은 우리 삶의 진실을 묘사한 이야기다. 그의 보드빌은 희로애락이 농축되어 있다










<청혼 소동>인생의 희로애락과 (연출가) ‘천정락을 모두 담아낸 연극이다무대 한가운데에 죽은 지주의 얼굴이 나온 사진이 걸려 있다사진 속 얼굴의 정체는 연출가 천정락이다사진은 올해 1월 중순에 공연된 <진창>에 사용된 소품이다연출가 천정락은 <진창>에 열연했다. 천정락도 락()이다웃음을 좋아한다면 체호프가 따라주는 보드빌 한 잔, 맛보길 권한다.







Trivia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검은 옷을 입은 수도승 두 명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혹시 창작 집단 진창이 다음에 선보이게 될 공연작을 예고한 것일까? 












 




* 안톤 체호프, 석영중 옮김 지루한 이야기(창비, 2016)



체호프의 중편 소설 <검은 수사>(검은 옷의 수도사)는 연극으로 자주 각색되는 작품이다. <검은 수사>검은색보드카라고 할 수 있는,숨은 걸작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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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4-06-16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처럼 연극에도 숨은 그림, 단서를 심어 놓나봐요. ^^ 수도사 두 분이 예고편이라니 재미난 해석인데요

cyrus 2024-06-17 07:02   좋아요 1 | URL
연극이 시작되는 부분이 아무리 생각해도 <청혼 소동>에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고, 그 장면을 보자마자 검은 수도사가 먼저 생각났어요. 제 견해가 틀릴 수 있어요. 연극 도입부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궁금해요. ^^
 





가까이서 보면 희곡멀리서 보면 연극


No. 4








원작 고연옥

연출 정창윤

제작 열혈단

 

<출연진>

청년: 강대현

여자: 전소영

알리: 이영찬 [주]

수나: 김주은

남자: 임도연

오마르: 성창제

시린: 유이수

아만다: 이주현

라일라: 곽수민 [주]

무함마드, 이브라힘: 박지훈 [주]







바로 그때 젊은 왕 길가메쉬가 깨어났다‥…. 그의 눈‥… ‥…! ‥…!


‥…‥…


내가 다시 예전의 나처럼 내 어머니 닌순의 무릎 위에 

앉을 수 있을까?‥…

 

누딤무드 신이 그에게 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길가메시 서사시 중에서, 김산해 옮김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321~322)




고대 그리스 신화에 묘사된 죽음의 신잠의 신은 쌍둥이. 둘 중 먼저 태어난 형이 죽음의 신 타나토스(Thanatos). 고대 그리스인들은 잠을 죽음과 비슷한 개념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잠의 신 히프노스(Hypnos)작은 죽음을 뜻하기도 한다재미있게도 고대인들은 히프노스를 형보다 늙은 모습으로 묘사했다노인은 인생의 마지막 단계요, 죽음의 신과 가장 가까이에 서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 김산해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국내 최초 수메르어 · 악카드어 원전 통합 번역(휴머니스트, 2020)




큰 죽음과 작은 죽음을 가깝게 맞닿은 관계로 인식했던 고대인들의 생각은 서아시아 신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그리스 신화 속 영웅 이야기들보다 더 오래된 고대 수메르(인류 최초의 문명으로 알려진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근원지, 이라크의 남부 지역에 해당한다) 신화. 주인공 길가메시(Gilgamesh)는 필멸의 운명을 맞게 되는 영웅이다. ‘길가메시수메르어로 늙은 영웅을 뜻한다. 영원한 젊음을 얻지 못해 결국 늙어서 죽게 되는 영웅의 최후를 암시한다.


길가메시의 아버지는 수메르의 도시 국가 우르크(Uruk)를 다스린 왕이었으며 어머니는 들소의 여신 닌순(Ninsun)이다. 우르크의 왕 길가메시는 ‘3분의 2는 신, 3분의 1은 인간이다. 죽음이 두려운 영웅은 불로초를 얻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하지만 어렵게 찾아낸 불로초를 끝내 놓쳐버리면서 길가메시의 모험은 실패로 끝난다. ‘탄식의 침상에 누운 길가메시는 자신의 죽음을 암시하는 꿈을 꾼다. 꿈속에서 작은 죽음을 느낀 길가메시는 절망에 빠진 채 큰 죽음을 받아들인다.


만약 죽기 직전에 꾸는 생애 마지막 꿈은 어떤 내용일까? 꿈속에 과연 누가 나타날까? 길가메시처럼 큰 죽음을 맞기 전에 작은 죽음을 꿈꾸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 피터 브룩, 이민아 옮김 《빈 공간》 (걷는책, 2019)




영국의 연극 연출가 피터 브룩(Peter Brook)일상에서 만약은 허구이자 회피라고 했다. 아직 일어나지 않는 일상을 상상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는 일은 기분이 유쾌하지 않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상하는 것은 누구나 피하고 싶은 일이다그렇지만 연극에서 만약은 대단히 좋은 의미. 피터 브룩은 만약’이 허용된 연극이 실험적이며 진실에 가깝다고 했다. 진실이 담긴 연극을 보는 관객은 무대 위에 펼쳐진 이야기가 허구로 느껴지지 않는다. 관객은 연극 속에 있는 진실을 확인한 순간, 그것을 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연극과 삶은 하나(피터 브룩, 《빈 공간》 중에서, 277쪽)가 된다.






 












* [절판] 고연옥 《고연옥 희곡집 3》 (연극과인간, 2020)




만약 테러 집단 IS 대원이 자신의 품속에 있는 폭탄을 스스로 터뜨리기 전에 최후의 꿈을 꾼다면 그 꿈은 어떤 내용일까? 고연옥의 희곡 <인간이든 신이든>테러 집단 IS 대원이 된 청년이 죽기 전에 꾸는 꿈을 묘사하면서 시작된다<인간이든 신이든>이 수록된 고연옥 희곡집 3은 2020년에 출간되었다이때까지만 해도 <인간이든 신이든>은 아직 공연된 적이 없는 희곡이었다. 2021년에 연출가 김정과 ‘극단 프로젝트 내친김에가 만든 <인간이든 신이든>이 서울 대학로 선돌 극장에 초연되었다이듬해에 선돌 극장에서 두 번째로 무대에 올랐으며 이번 달 17일부터 19일까지 대구 극단 열혈단이 올해 첫 공연작인 <인간이든 신이든>을 한울림 소극장에 선보였다.







<인간이든 신이든>꿈속의 집에 혼자 있는 청년의 대사로 시작된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청년 역을 맡은 강대현 배우가 

무대 위에서 잠자는 연기를 하고 있다.




청년(강대현 역)은 엄마(전소영 역)를 증오한다. 그는 스스로 실패한 인간으로 여긴다. 현실에서 자신을 짓누르는 열등감과 좌절감을 씻어내려고 답답한 현실에서 도피한다. 청년은 사람을 잔인하게 죽일 수 있는 ‘강력한 을 가진 초인이 되는 꿈을 꾼다. 그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싶어서 위대한 신에게 선택받은 IS 전사가 된다. 엄마는 집을 떠난 아들을 찾으러 위험천만한 분쟁 지역으로 향한다. 분쟁 지역의 하늘 위에 폭탄 비가 내리고, 지상에 지뢰밭이 무수히 깔려 있다. 이곳 사람들의 일상은 죽음에 너무 가까이에 있다. 엄마는 죽음을 무릅쓰면서 인간 폭탄이 된 아들을 다시 만나려고 한다.


고연옥의 희곡은 신화라는 허구와 현실이 만나면서 포개진다<인간이든 신이든>의 청년은 완벽한 영웅이 되려고 했으나 인간으로 죽게 되는 현대판 길가메시. 청년은 꿈속의 집에서 엄마를 만나지만, 자신을 만나러 온 엄마의 진심을 거부한다청년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엄마와 같이 살아야 하는 집이 아니다청년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반사회적 인물로 지목하는 사람들의 따가운 비난이다그렇지만 사회로부터 철저히 버림받은 청년을 너그러이 안아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엄마다. 죽음 직전의 꿈에서 깬 길가메시가 어머니 닌순의 포근한 무릎을 그리워했듯이 청년은 자신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모든 말을 다 들어줄 수 있는 엄마의 포근한 진심을 그리워한다. 꿈속에서 서로의 진심을 알지 못해 계속 멀어져야만 했던 모자는 인간적인 죽음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마주 본다서로를 찾아 나선 모자의 위태로운 모험은 조용한 포옹으로 마무리된다. <인간이든 신이든>은 관객에게 (을 믿는 것)보다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연극의 질문에 화답하는 관객은 극이 전달하려는 소중한 진실즉 나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




[] 이영찬, 곽수민, 박지훈은 극단 폼소속 배우들이다. 세 사람 모두 3월 말에 공연된 대구 더파란 연극제 공연작 <죽음의 집>에 출연했다.


<죽음의 집> 공연 감상문

[죽은 자는 말이 많다(Dead man talking)] 

2024년 325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15407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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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시간이 5월 중턱을 훌쩍 넘어섰다. 미리 다음 달 주말 일정을 짠다. 한 달에 관람하는 연극 공연은 많아야 두 편이다. 평일 저녁 공연보다 주말 공연을 보는 것을 선호한다. 6월에 어떤 연극 공연을 하는지 두루두루 살펴봤는데, 주말에 봐야 할 연극 공연이 세 편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이건 너무 많은데‥…. 연극 한 편 다 보고 난 후에 연극 감상문을 쓰는 것이 아직은 벅차다. 작년에 본 연극 중에 감상문을 남기지 못한 연극은 총 네 편이었다. 연극 감상문은 최대한 빨리 써야 한다. 차일피일하면서 미루면 공연을 보면서 느꼈던 것들이 희미해진다. 망각이 연극을 봤던 날에 대한 모든 기억을 다 집어삼키면 글을 쓰지 못한다. 다음 달에 네 편의 연극을 다 보고 네 편의 감상문을 쓰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내가 짠 ‘6월의 플레이리스트(Playlist, 연극 리스트)’는 정말 놓치고 싶지 않다. 솔직히 욕심이 난다. 연극을 제대로 보는 안목을 키우려면 공연을 많이 보고, 공연을 보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1막


 철학극장

<만나러 갈게. 비는 오지만>

5월 30일 ~ 6월 9일, 을지극장

68일 토요일 공연 예매했음







철학극장연극으로 철학 하기라는 신조를 표방하는 서울의 연극 창작 단체. 202211월에 첫 연극을 무대에 올렸고, 올해에 두 번째 연극 <만나러 갈게, 비는 오지만>을 선보인다






* 한일연극교류협회 엮음 

현대 일본 희곡집 10(연극과인간, 2022)




<만나러 갈게, 비는 오지만>은 일본의 극작가 요코야마 다쿠야(横山拓也)2018년에 발표한 희곡이다. 희곡 텍스트는 현대 일본 희곡집 10에 수록되어 있다. 2022년에 낭독극으로 공연된 적이 있으며 철학극장공연은 국내 초연이다. 이 연극에 여러 명의 배우가 출연하는데 이중에 내가 아는 배우희곡 가게(전문 서점)’ <인스트립트>을 운영하는 권주영, 박세인 배우다.






2막


창작 집단 진창

<청혼 소동>

2024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 공연작 

613~ 615, 한울림 소극장

615일 토요일 공연 예매했음

   





* 안톤 체호프, 안지영 옮김 

사랑에 관하여: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과 대표 단편들》 

(펭귄클래식코리아, 2010)




올해는 체호프 서거 120주년이다. 그래서 올해 목표 중 하나가 체호프의 연극 공연 작품을 보는 것이다. 진창은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의 단편소설 제목이다. <진창>이 수록된 체호프의 단편 선집은 사랑에 관하여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열린 한울림 골목 연극제폐막작창작 집단 진창<진창> 공연을 봤는데, 감상문을 쓰지 못했다













* 안톤 체호프, 김규종 옮김 

체호프 희곡 전집(시공사, 2010)

 

* 안톤 체호프, 이주영 옮김 

체호프 희곡 전집 1: 단막극(연극과인간, 2000)



다음 달에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이 개최된다올해 6월이 연극의 달이 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 때문이다이번 소극장 페스티벌 공연작인 <청혼 소동>의 원작은 체호프의 초기 단막극 <청혼>이다.






3막 


극단 처용

<비평가>

2024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 공연작

614~ 616일, 소극장 우전

6월 16일 일요일 공연 예매 예정

 


극단 처용<비평가>는 올해 2월에 공연된 적이 있다. 공연은 26일과 27, 단 두 번뿐이었는데, 두 날 모두 평일이었고 각각 월요일과 화요일이었다. <비평가>를 보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이번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 공연작으로 선정되었고 드디어 주말 공연을 볼 수 있게 됐다.






* 후안 마요르가, 김재선 옮김 

비평가 / 눈송이의 유언(지만지드라마, 2019)


 


원작은 스페인의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의 동명 희곡이다. <비평가>2인극으로연극 비평가와 극작가가 등장해서 말다툼한다. 이 작품은 희곡을 창작하는 일과 희곡을 비평하는 일이 어떤 면에서 다른지 보여준다.





<거인의 정원>

2024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 공연작

1회 숲별 가족극 축제: 동요 그림자극

620~ 622일, 소금창고

 





* 오스카 와일드, 김전유경 옮김 

별에서 온 아이》 

(펭귄클래식코리아, 2008)




1회 숲별 가족극 축제 공연작은 총 두 편이다. 그중 한 편이 <거인의 정원>이다. 공연작 관련 정보가 찾아봐도 나오지 않아서 이 공연을 만든 극단을 확인하지 못했다. 원작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동화이다. <거인의 정원>이라는 제목의 그림책이 있으며 <자기만 아는 거인>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기도 했다. 





극단 예린

<소풍>

2024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 - 달빛 소극장 공연 교류전 

621~ 622, 예술극장 엑터스토리

 

극단 토박이

<! 금남식당>

2024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 - 달빛 소극장 공연 교류전 

623, 소극장 길







대구와 광주는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달빛 동맹을 맺었다. ‘달빛은 대구의 옛 지명 달구벌의 과 광주의 옛 지명 빛고을을 합친 이름이다. <소풍><! 금남식당>달빛 소극장 공연 교류전으로 광주에 활동하는 극단이 제작했다. 특히 <! 금남식당>을 만든 극단 토박이5 · 18 광주민주화항쟁을 알리는 창작극들을 무대 위에 올렸다. <! 금남식당>2016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100회 이상 공연되었다.



(사이)



‘6월의 플레이리스트를 쓸 때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을 홍보한 팸플릿을 참고했다. 그런데 팸플릿에 공연작을 만든 극단 이름이 없다. ‘달빛 소극장 공연 교류전에 참여하는 광주 극단 이름은 있다. 왜 대구의 극단 이름을 쓰지 않았을까? 대구에 활동하는 연극인들이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소극장을 널리 알리기 위한 연극 축제라고 해도 연극인들이 모여서 함께 꾸리는 공동체인 극단의 역할과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연극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극장 이름을 아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극단을 더 잘 알고 있고, 그 극단에 소속된 몇 명의 배우와 스태프들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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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5-22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연극은 직접 가서 보는 게 젤 좋지. 근데 못 지않게 희곡을 일상에서 소설만큼이나 가까이 읽는거라는데 그게 참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나저나 너 연극 보러 가는 날은 비가 오지 말아야 할 텐데... ㅋㅋ

cyrus 2024-05-27 06:44   좋아요 1 | URL
서울 연극 공연 보러 가는 날에는 정말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어요. 2주 전 토요일에 체호프의 <갈매기> 공연을 보러 서울에 갔어요. 하필 그날 오후에 비가 내려서 대구에 못 돌아올 뻔 했어요... ㅎㅎㅎ

transient-guest 2024-05-23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극은 대학교동아리연극이랑 예전에 대학로에서 몇 편 봤어요. 영화와 다른 현장감, 뮤직컬처럼 멀리서가 아닌 정말 가까이서 보는 재미가 달라서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곳도 다 있는데 요즘 같은 시대엔 접근성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쉽지가 않네요. 좋은 건 SF에 다 있는데 주차도 어렵고 치안은 더 엉망이라서...

cyrus 2024-05-27 06:47   좋아요 1 | URL
대학로에서 한 연극 공연은 딱 한 번 봤어요. 극단 소속 사람들이 길거리에 나와서 작품 홍보용 팸플릿을 주면서 연극 작품을 소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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